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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와 욱일기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8월이면 축제의 도시가 된다. 공연예술축제의 정수를 보여주는 에든버러 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를 비롯해 프린지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 영화제, 북페스티벌 등 전통 있는 축제들이 이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리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축제는 프랑스 아비뇽축제와 함께 가장 이름 높은 공연예술축제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크고 작은 공연예술작품 대부분이 이들 페스티벌을 통해 발굴되는 것도 그 명성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의 축제들은 대부분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에든버러는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에 무용 공연을 더해 공연예술 축제로서의 폭을 넓히고 발전시켰다.

2004년으로 기억된다. 그해 여름 에든버러 축제에 갔다.

축제의 주요 극장은 어셔 홀. 에든버러 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이 극장은 고풍스런 분위기의 외향에 음향시설이 뛰어나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공연장이다.

어느 축제든 개막공연은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기 마련인데 그해 역시 개막공연 무대는 일찌감치 전체 객석이 매진됐다.

그해 개막공연 작품은 뜻밖이었다. 일본 도쿄오페라단의 <나비부인> .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여 훌륭한 공연예술을 펼쳐내는 축제의 개막 무대에 일본 오페라단이 초청된 이유가 우선 궁금했다. 안내자는 그해 축제에 일본이 큰 스폰서가 되었는데 아마도 개막공연에 서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자본의 힘에 그 가치를 스스로 훼손시킨 에든버러 축제의 전통과 위상이 안타까웠다.

공연이 준 충격은 또 있었다. 오페라단의 빼어난 역량이나 음악적 감동이 아니라 시종일관 바뀌지 않고 공연 내내 무대를 장악(?)하고 있던 배경막 때문이었다. 조명을 활용해 부분만 강조하거나 배경 막 전체를 보여주는 변화가 있긴 했지만 무대 뒤 벽면 한중간에 놓인 커다란 붉은 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객들의 눈을 끌었다. 그 그림. 하얀 벽면에 활활 타오르는 듯 한 붉은 원은 ‘일장기’를 그대로 옮겨낸 것이었다. 예술축제에까지 정치적 목적을 잇대어내는 국가주의의 실체에 대한 혐오감은 그 뒤로도 오랜 기억이 됐다.

오는 1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여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의 ‘욱일기’ 게양이 논란이다.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금도 포기하지 않는 일본. 그들의 군국주의 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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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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