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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의 재발견

당초 촬영 분량은 150시간이었단다. 이 장대한 분량을 정리하고 편집해 완성본으로 내놓은 다큐 상영시간은 206분, 그래도 역시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영화는 웬만하면 있을법한 내레이터의 해설이나 설명을 더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가. 날 것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지는 이 긴 상영시간을 완주한(?) 관객들은 공립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더욱 새롭게 눈을 뜨고, 다큐의 힘에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된다.

다큐멘터리의 거장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신작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이야기다. 영화는 123년 역사를 가진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본관과 90여개 분관을 12주 동안 촘촘히 들여다보고 기록한 다큐다. 뉴욕타임스 선정 ‘2017 최고의 영화’에 선정되고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계 5대 도서관 중 하나이자 미국 최대 공공도서관인 뉴욕공립도서관의 일상은 흥미롭다. 감독은 격식을 깨트린 명사들의 특강,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경영진과 실질적인 답을 얻기 위해 벌이는 직원들의 치열한 회의, 인종과 여성 환경 노동 등의 민감한 사회이슈를 다루는 토론모임이나 저소득층과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예술 공연과 취업박람회까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은 더 이상 ‘지식의 창고’에만 머무르지 않는 도서관의 오늘을 통해 ‘공공성’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눈길을 끄는 풍경이 있다. 뉴욕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분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다. 어느 분관에서는 컴퓨터를 갖지 못한 주민들에게 핫스폿을 빌려주고, 온라인 플랫폼을 모색하며 신체적 한계를 가진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점자와 음성 도서관을 특성화한 어느 분관에서는 휠체어를 탄 직원이 일을 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운영을 탐색하는 분관들의 고민은 도서관이 궁극적으로는 도시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맞닿아 있다. 다양한 연령과 인종, 성별과 계층이 따로 없이 참여하는 다양한 강연과 워크숍 풍경은 그래서 더 따뜻하다.

88세 고령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도서관은 민주주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말한다.

문득 우리의 공공도서관을 생각해본다. 어디쯤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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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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