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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전쟁

지난해 봄 시골의 노는 땅에 잡풀만 무성해서 풀을 이길 수 있는 작물로 만차량 단호박을 심었다. 럭비공 모양의 만차량 호박은 일반 단호박보다 당도가 높고 맛도 좋고 재배도 쉬어서 유휴지 재배에 제격이었다. 하지만 모종값이 만만찮다. 모종 한 개당 6000원으로, 사과나무 묘목 값과 비슷하다. 만차량 모종이 비싼 이유는 일본에서 종자를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호박씨 한 개값이 5만원에 달한다. 이를 국내 생산농가들이 사다가 씨앗 한 개에서 모종을 70~120개까지 증식해서 판매한다.

요즘 건강 채소로 각광받는 토마토나 파프리카 씨앗 값은 황금보다도 비싸다. 컬러 파프리카 종자는 1g당 가격이 9만1000원 정도로, 현재 금 시세의 2배에 달한다. 미니 파프리카 종자는 금값보다 3~4배나 높다. 이처럼 희소가치가 있고 상품성이 있는 종자는 부르는게 값이다. 종자 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종자산업의 미래 가치를 알아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독일의 다국적 기업인 바이엘은 미국의 거대 종자기업 몬산토를 2년간 공을 들여 67조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은 듀폰을 인수합병하면서 13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농화학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화공은 세계 최대 농약제조회사인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총성없는 종자산업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세계 농산업시장이 독일 바이엘과 중국 중국화공, 미국 다우케미컬 등 3대 공룡기업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종자산업법을 개정하고 5년마다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방사선육종연구센터 설립과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종자산업진흥센터 지정 등 종자산업 기초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로 전략적 수출·수입대체 품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제2회 국제종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씨앗, 미래를 바꾸다’를 주제로 고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17작물과 유전자원 170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가 세계 종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내수 규모는 1%에 불과하다. 국가 차원의 육종연구 지원과 골드 시드 개발로 종자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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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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