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가 보급되기 전까지 연탄은 서민들의 핵심에너지였다. 매년 겨울이면 연탄 관련 뉴스가 신문 사회면을 달궜다. 연탄가스 중독사고는 요즘의 교통사고만큼이나 빈번했다. 일가족 참변 등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뉴스도 많았다. 연탄 사재기나 연탄 파동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져 서민들을 움츠리게 했다.
지금이야 연탄이 빈곤층의 에너지로 전락했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부유층의 에너지였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나무 땔감을 연료로 사용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 땔감을 장만하는 게 농가의 대사였다. 농가들에게 연탄은 큰 선물이었다. 김장과 함께 월동준비 1,2호를 다퉜던 그런 연탄도 더 편리한 도시가스에게 밀려났다. 연탄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추억이지만, 지금도 겨울을 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연탄 이용자들도 많다. 전북에서 연탄을 쓰는 가구가 8000여 세대에 이른다.
올 연탄 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연탄이 보편적 연료이던 시절이라면 핫이슈가 될 사안이다. 연탄 가격이 왜 올랐는지, 연탄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서민 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연탄 한 장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게다. 지난 23일부터 인상된 연탄 한 장 가격(공장도 가격)은 640원이다. 105원 올랐다. 소비자 가격은 900~1100원이다, 저소득층의 겨울나기가 그만큼 더 팍팍해진 셈이다.
엄밀히 따질 때 연탄은 사실 퇴출 대상이다.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단위 열량당 온실가스도 많은 에너지여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도 연료 전환정책을 통해 연탄 대신 다른 연료를 사용하도록 지원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연탄조차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연탄으로부터 탈출시키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수소차 산업을 일으키는 등의 에너지개발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날 지 걱정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살펴야 할 것이다.‘연탄 미담’에 계속 의존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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