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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

술이 금지된 시대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시대와 국가에 따라 금주가 이루어진 예가 적지 않지만 현대사에서는 미국의 금주법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금주법은 1919년 제정됐다. 이 법은 1933년까지 시행되었는데, 미국에서는 이 시기를 ‘금주법시대’라 통칭한다. 미국의회는 1919년 10월, 미국의 금주법에 관해 규정한 법률 ‘볼스테드법’을 통과시켰다. 하원 사법위원장이었던 앤드류 볼스테드 이름에서 따온 ‘볼스테드법’은 ‘이 법에 의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조금이라도 독주를 제조하거나 팔거나 물물교환하거나 운송 수입 수출할 수 없으면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 법은 미국의 대부분 주에 확산되면서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술을 제조하거나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강력하게 금지됐다.

사실 미국의 금주법은 제 1차 세계대전으로 부족해진 식량(곡물)의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취지와 목표가 달라졌다. 당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도박중독 등의 사회적 문제를 금주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에 대한 반감도 추진 동력이 됐다. 독일은 당시 맥주산업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 이민자 중에는 역시 양조업으로 경제적 부를 쌓은 층이 많아 이들을 견제할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찌됐든 볼스테드법이 발효된 그 해부터 미국의 술 소비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법이 폐지된 1933년 이후에도 그 상황이 한참동안 유지되었으니 법 제정의 취지는 달성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이어졌다. 술의 합법적 생산이 금지되면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던 술값이 급등하자 가짜술 제조가 성행하면서 결국 그 고통이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밀주 생산과 밀거래, 무허가 술집까지 성행하면서 주류사업 이익을 둘러싸고 마피아 갱스터 같은 도시지역 범죄조직이 성장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가 이름을 알린 것도 이때였다.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는 금주법으로 주세를 걷지 못한 각 주 정부들이 세수부족에 더 시달려야 했다. 결국 193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당선한 루스벨트는 이듬해 이 법을 폐지했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금주법이 온전히 철폐되기 까지는 그 후로도 30여년이 더 걸렸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금주법이 필요해질지도 모르겠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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