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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마을

70~80년대 학교 주변 곳곳에 하숙촌이 자리했다. 대개가 허름한 개인 주택이었고, 하숙생 수도 평균 대여섯이었다. 주인과 하숙생이 한 집에서 부대끼며 생활했기 때문에 하숙집 자체가 한 가족이었다. 고교생 하숙생에게 하숙집 아주머니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이른 새벽밥을 짓고, 점심·저녁 도시락까지 챙기는 데 정성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그런 하숙촌은 이제 추억의 장소가 됐다. 대학은 물론, 고교까지 기숙사가 생기면서다. 전주와 서울 유학생을 위해 시군별 장학숙도 운영되고 있다. 하숙을 치던 학교 주변의 낡은 주택들은 거의 모두 원룸촌으로 변했다. 원룸 주인들이 대학 기숙사 확충을 반대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때도 있었으나 사회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하숙촌의 쇠퇴는 전국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를 역으로 활용한 곳이 교육도시인 충남 공주다. 공주시는 주민들과 함께 과거 하숙촌에 민박과 식당, 카페, 사진관, 갤러리, 문학관 등을 조성해 하숙마을로 이름 붙였다. 1960년대 이후 지역민들의 삶이 담긴 게스트하우스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추억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전북혁신도시를 지나다보면‘하숙마을’이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이곳 하숙마을은 공무원 연수기관인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이 완주 이서에 둥지를 틀면서 전용 하숙단지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원룸과 주택 100여 채 중 80여 채가 하숙집으로 운영되고 있고, 객실 수만 1200개에 이른다. 과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하숙촌과는 거리가 있지만, ‘하숙마을’이라는 이름만으로 정겹다. 이 하숙마을이 채 정착도 전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경기도가 인재개발원으로 교육생을 보내지 않고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행자부에 요청하면서다.

인재개발원이 떠난 뒤 수원의 하숙마을이 쇠퇴하고, 해당 지역의 상권이 무너진 것을 직접 경험한 곳이 경기도다. 경기도가 이제와서 공무원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자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동안 인재개발원의 특수를 누렸던 지자체로서 도리가 아니다. 경기도의 몽니와 행안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재개발원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하숙마을을 포함한 지역상권이 위협받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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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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