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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항의 건재 이유

로테르담은 유럽 최대 무역 항구다. 유럽의 물류는 라인강 어귀에 자리한 로테르담을 통해 세계로 나간다. 이 지리적 장점은 로테르담이 세계 1위의 물류항을 가진 회대 항구도시로 자리 잡게 하는 기반이 됐다. 지금은 상해나 싱가포르 등 야심차게 돌진해오는 신항들의 추격으로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로테르담이 여전히 유럽 최대 항구도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로테르담항이 위상을 지킬 수 있는 바탕은 역시 항만으로서의 지리적 장점이다. 로테르담항은 북해에서 불과 2시간 안에 항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유럽 3대 항만인 독일의 함부르크항이나 벨기에의 안트워프항이 로테르담항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도 북해에서 들어오는데 6시간 이상 걸리는 입지적 여건 때문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긴다는 로테르담항의 위상은 지리적 여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0여 년 전 새만금과 같은 간척 도시를 답사하며 로테르담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항만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로테르담항은 오래전부터 물류를 특화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력으로 키우는 특별한 전략을 세웠다. 여기에 항만과 유럽의 허브공항인 스키폴 공항까지 고속도로와 철도를 연결해 물류를 공항 중심까지 직접 수송할 수 있도록 교통 여건까지 갖춰놓았다.

로테르담항은 특히 ‘전문항구 컬렉션’이라는 특성을 내세웠다. 수많은 전문항구 중에는 과일전용항구 ‘Fruit terminal Rotterdam’이 있다. 3만2000㎡의 자동온도조절 창고와 1만5000㎡의 냉동창고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항구에는 남아공과 브라질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실려 온 과일들이 가득 쌓인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 수많은 과일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였다. 현재의 위치나 환적 또는 수송지 등을 기록한 이 바코드는 언제라도 이 과일들의 수송 상황을 알 수 있게 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과일전용항에는 대규모 주스공장도 있다. 터미널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이 공장에서는 항만에 도착한 주스 원료를 가공해 바로 제품으로 생산한다. 자연히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주스가 네덜란드산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우리도 새만금 신항만 조성을 앞에 두고 있다. 수많은 신항들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로테르담항이 건재한 이유. 그들의 특화 전략을 주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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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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