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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전주국제영화제

스무 살. 전주국제영화제(JIFF)의 올해 나이다. 스무 해를 이어 열렸으니 이제 그 역사를 논할만하다.

스무 살은 성년이 되었다는 의미다.

유교 경전 <예기禮記> 의 <곡례편> 에도 남자 20세를 약관(弱冠)이라 하여 비로소 ‘갓을 쓴다’고 했다. 여자 20세는 어떠한가. 한창 젊은 나이인 방년이라 칭한다. 사전적 풀이로 ‘방년(芳年)’은 스무 살을 전후한 여성의 나이를 일컫는데 ‘방’이 꽃답다는 뜻이니 꽃다운 나이쯤이 되겠다. ‘갓을 쓰는 나이, 꽃다운 나이’인 스무 살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비로소 어른이 된 전주영화제 역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전주영화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전주의 영화 역사가 있다. 전주는 1940년대 말, 본격적으로는 50년대와 60년대에 서울 충무로와 함께 영화가 제작됐던 도시다. 한국 전쟁영화의 대표작인 ‘피아골’과 ‘아리랑’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최초의 컬러영화 ‘선화공주’와 ‘애정산맥’ ‘성벽을 뚫고’ ‘애수의 남행열차’ ‘붉은 깃발을 들어라’와 같은 당대의 흥행작이 제작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주의 영화사는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40년 단절되었던 한국영화사의 소중한 그 축을 다시 이어낸 것이 바로 전주영화제다. 첫 해부터 영화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산’의 통로를 열어 ‘독립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껴안은 전주영화제의 선택은 빛났다.

2000년 4월 유난히 봄꽃이 지천에 피어 찬란했던 봄날, 전주영화제가 시작됐다. 전주영화제가 펼쳐놓은 영화는 낯설고 도발적이었으나 그만큼 신선했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정신이 빛났다. 시네필은 환영했으나 ‘어렵고 난해한 그들만의 영화’에 시민들은 냉담했다. 난산의 고통은 빛을 잃는 듯 했다.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전주다운 가치’를 흔들림 없이 지켜갔다. 개념도 낯설었던 ‘대안영화제’와 ‘디지털영화제’를 내세웠던 전주영화제는 예술영화와 사회 참여적인 영화, 그리고 그 경계에 놓인 영화들까지 껴안은 스펙트럼으로 전주영화제만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확인했다.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미래를 주목했던 전주영화제는 시민들의 인식도 변화시켰다.

전주시민들의 자긍심이 된 스무 살 ‘전주영화제’가 어제 개막했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내세운 올해 전주영화제의 면면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영화로 빛난다. 문화의 도시 전주가 영화로 주목받는 봄, 5월 11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지는 영화성찬이 손을 내민다. 이제 그 손을 잡아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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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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