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오랫동안 지켜온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디지털 삼인삼색’이다. 돌이켜보면 20년 전, 디지털이 21세기 영화의 혁명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예견되었던 시절이라 하더라도 첫 걸음을 내딛는 영화제가 디지털을 중심에 세운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디지털 삼인삼색’은 기대 이상으로 영화제의 성장을 도왔다. ‘독립’과 ‘대안’은 ‘디지털’을 만나 가치와 의미를 더했으며 영화제의 정체성은 더 견고해졌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디지털 삼인삼색’은 갓 태어난 전주영화제의 존재를 해외에 알린 ‘보석’ 과도 같았다. 해마다 ‘디지털 삼신삼색’에 초청된 국내외 감독들은 실험적 작업의 새로운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들 사이에 봉준호 감독도 있었다.
2004년 전주영화제는 홍콩의 유릭와이, 일본의 이시이 소고와 함께 그를 초대했다. 자신만의 방법과 색깔로 디지털의 미학을 보여줄 감독들이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돋보인 그해 삼인삼색 작품은 화면에서부터 밀려오는 감독들의 독립적 개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제23회 벤쿠버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일본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업링크는 작품 판권을 사들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판권수출은 영화제의 국제적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품성으로 차별화된 전주영화제의 가능성을 여는 시작이었다.
사실 전주영화제와 봉감독은 인연이 깊다. 그의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 (2000)가 상영됐고 ‘디지털 삼인삼색’(2004년)과,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2008)으로 전주영화제를 찾았다. 2005년의 폐막작은 그가 각색을 맡았던 <남극일기> 였다. 남극일기> 플란다스의>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소식을 접하며 그때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잘 만들겠다는 욕망보다는 못 찍으면 어떻게 하나란 불안감을 배터리 삼아 영화를 만든다. 상업성이나 작품성은 감독이 의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지극히 결과론적인 것이다. 창작자로서 무엇을 계산하기 보다는 직관적이며 즉흥적으로, 사소하더라도 꼭 찍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편이다.“
그를 스타 감독으로 이끈 <살인의 추억> 부터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 그리고 칸의 황금종려상을 끌어낸 <기생충> 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지닌 미덕은 빛난다.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내려는 순정한 정신이 가져온 결실일터다. 그의 수상이 더 반갑다. 기생충> 옥자> 설국열차> 마더> 괴물> 살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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