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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인의 아리랑

지난 3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머르기트 다리에서 울려 퍼진 헝거리인들의 아리랑 선율이 허블레아니호 침몰사고 유족과 우리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헝가리 아마추어 합창단 치크세르더(Csikszereda) 소속 합창단원과 헝가리 시민 400여 명이 허블레아니호 참사를 추모하며 합창한 경기아리랑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슬픔과 애틋함을 더했다.

전통 민요인 아리랑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비공식 국가(國歌)나 다름없다. 아리랑만큼 한민족의 한(恨)과 정서가 잘 표현된 곡이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호남의 진도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등 이른바 3대 아리랑이 있지만 이날 헝가리인들이 부른 경기아리랑은 우리 정서에 가장 잘 맞는 세마치장단이어서 ‘국민의 노래’로 자리 잡았다. 조선 말기나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아리랑은 1926년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불리면서 전국으로 퍼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경기아리랑의 노랫말은 일제 침탈에 따른 민족적 슬픔과 울분을 잘 대변했다. 또한 사랑과 이별, 여인들의 애환 등 민초들의 희로애락이 가사에 녹아 있다. 따라서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우리 민요 60여 종, 3600여 곡 가운데 경기아리랑이 대표곡으로 불리고 있다.

이날 다뉴브강의 다리 위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진 헝가리인들의 아리랑 플래시몹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 특별하게 전해졌다. 행사를 기획한 치크세르더의 음악감독 아르파드 토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8년 전부터 대구 계명대에서 초빙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도 헝가리에 있는 한인 교회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는 페이스북 ‘헝가리안-코리안 그룹’ 페이지를 통해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추모행사 장소인 머르기트 다리를 가득 메웠다. 인도뿐만 아니라 차도까지 차지한 참석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미리 노래를 연습하거나 아니면 즉석에서 인쇄된 악보를 보고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허블레아니호 참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아리랑 플래시몹 추모행사를 연 헝가리 시민들을 통해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공조체제가 강화되어서 실종자 찾기와 사고 수습이 조속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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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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