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미술관 열고 동상 자원 · 인물 기록
지역주민 삶, 문화예술로 승화하는 가교
“우리나라 8대 오지 중 한 곳, 동상골을 오가면서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문화예술활동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 바라는 거죠.”
2016년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연석산 자락에 미술관을 짓고 ‘동상면 사람’이 된 박인현 연석산미술관장(전북대 미술대학 교수)의 바람이다.
박교수가 미술관을 지은 곳은 사슴농장 옆이다. 벼루용 돌을 캐냈던 채석장 흔적이 역력한 바위산을 북쪽으로 등진 미술관은 박교수의 작업실과 수장고, 그리고 편백나무 판재로 내부를 마감한 전시장, 멀리서 온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 방문객들은 전시 예술품들을 관람하고, 덤으로 미술관 뒤편 채석장 아래 연못에서 수련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겨볼 수 있다. 작은 텃밭에서 메리골드, 사과, 대추, 상추, 양배추를 감상하고, 아이들은 농장 울타리 너머 당나귀와 먹이를 주며 소통할 수 있다.
박교수가 느닷없이 첩첩산골 동상골에 미술관을 짓고 사는 것은 자신만의 작업장 마련, 작품 전시 목적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박교수는 “전북대가 전주한옥마을에 마련한 예술진흥관(2010~2015) 관장을 맡아 일하면서 젊은 예술인들의 작업을 지켜봤다. 이게 2015년 문을 닫아 안타까웠다.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당시 전라북도관광문화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예술인에게 거주·창작 작업공간을 제공해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초창기부터 사업에 관여했던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
이제 그는 동상골에 마련한 레지던시 공간에서 젊은 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나아가 지역연계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주민, 어린이들은 지역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민화 등을 배워 전시하는 활동을 한다.
연석산미술관은 올해까지 4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중국, 방글라데시 등 외국 작가들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실제로 이번 ’동상골의 삶- 어제와 오늘’에 중국 장쑤성 옌청사범대학 채화성교수가 참여했다. 2019년 프로그램 참여자인 방글라데시 다카대학 조야교수는 연석산을 다녀간 뒤 이듬해 남편 살람씨(전업작가)을 참여시켰다.
박교수는 “젊은 예술인들이 청정수려한 동상면에서 단지 창작 활동만 하는 것보다는 동상면의 삶과 역사문화를 연결해 작업하는 것이 보다 유의미하다고 봤다”며 “100년이 넘는 대아·동상저수지 제방에 얽힌 이야기와 300년 넘은 동상곶감 시조목, 115년이 된 학동교회, 만경강 발원 밤샘은 물론 산골의 삶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하고자 노력했던 고 김진갑 우체국장 등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젊은 예술인의 재능을 동상면에 기부하고, 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일석이조 효과로 8대 오지 동상면이 한층 활기차고, 가치 높은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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