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살자 통계 결과가 심상찮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생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학생 자살자는 221명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한창 호기심 많고 미래를 그려갈 10대 친구들이 왜 세상을 등지고 있을까. 주요 원인은 가정 문제, 정신건강 문제, 학업·진로 문제, 대인관계 문제 등이다. 보통 타살 협의가 없을 시 경찰은 자살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기에,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학생 자살 원인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종합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작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초중고 자살위험군 학생은 총 1만7667명으로 집계됐는데, 중학생이 97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위험군 학생 중 2417명(13.7%)은 전문기관 연계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시도로 응급실은 찾은 이들 중 10대가 5111명이었다. 이는 2020년 2774명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자살시도 동기는 대인관계 문제, 말다툼, 학교 스트레스 등인데, 이로써 학교폭력 경험이 자살시도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우리 지역 학교폭력 응답률이 전국 1위다. ‘2025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의 학교폭력 응답률은 3.1%로 작년(2.6%)보다 0.5%p 증가했고, 전국 평균 2.5%보다 0.6%p 웃돌았다. 특히 전북 초등생 피해응답률이 6.3%로 전국 평균 5.0%보다 1.3%p 높은데, 이는 우리 지역 초등생들이 전국 대비 26%만큼 더 학교폭력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당국 대응은 안일하다. 학교폭력 응답률 2.6%를 기록한 작년 교육청 보도자료 제목은 ‘전북지역 초중고 학교폭력 피해 응답 소폭 감소’였고, 언론도 이를 받아썼다. 작년 전북 학교폭력 응답률은 전국 2위였다. 올해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피해응답률이 소폭 증가했다 게 교육청 분석이다.
작년 담당자는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했는데, 올해 바뀐 담당자도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 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폭력 고통으로 절규하는데, 그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는 언제쯤 오는가.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대상을 학부모까지 확대하는 어울림+, 초등 저학년 숙려기간 도입, 초4·중1·고1 대상의 어울림학기제 등을 담은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지역 교육당국도 학교폭력 관계회복 숙려제, 관계개선 조정지원단 확대, 관계중심 생활교육 전문교사 양성 등을 시행 중이다.
눈에 띄는 건 학교폭력 응답률이 최하위(2023·2024년 0.9%, 2025년 1.1%)인 대구교육청의 학폭 대책이다. 교육부가 2027년부터 시범운영 계획 중인 어울림학기제는 대구교육청의 마음학기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대구는 이를 올해 전면 시행 중이다. 또한 관계개선 지원단을 확대·개선한 갈등조정 지원단을 실시하고 있고, 관계개선 노력이나 숙려기간 도입 등이 자칫 학교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피해자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을 전담하는 마음봄센터를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학교폭력 응답률 1위 오명을 씻기 위한 첫걸음은 공감과 실천이다. 중요한 것은 차가운 통계 수치 너머의 학생 한명 한명의 삶이다. 온전한 삶을 경험치 못한 10대들이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는 현실에 기성세대는 아픔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따라가는 모양새가 아닌 선도하는 결단으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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