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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불로부터 우리집 지키는 비법

바람 끝이 여전히 매서운 2월이다. 입춘을 지나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산림 현장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건조하다. 특히 ‘전북의 지붕’이라 불리는 우리 진안군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험준한 산악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적 아름다움 이면에는 ‘산불’이라는 치명적인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전국 소방차의 현장 도착 평균 시간은 약 8분 내외다. 그러나 골이 깊고 도로가 굽이진 산간 마을의 경우, 소방차가 전력으로 출동하더라도 물리적 거리와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도착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화재 현장에서의 ‘8분’은 생사와 재산의 향방을 가르는 절대적인 시간이다. 소방력이 도착하기 전, 주민 스스로 내 집과 마을을 지키는 ‘민간 소방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불로부터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민 여러분이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방어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주택 주변 30m 이내 가연물을 철저히 제거하자. 산불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불씨뿐만 아니라 지표면의 마른 풀과 잡초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다. 집과 산림이 맞닿아 있는 곳이라면 최소 30m 이내에 쌓아둔 땔감, 낙엽, 마른 잡초 등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 30m의 이격 거리는 화마가 주택으로 직접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 불길이 번질 ‘먹이’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피해는 현저히 줄어든다. 둘째, 농업용 스프링클러를 ‘방어용 수막’으로 활용하자.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프링클러는 가뭄 해소뿐 아니라 훌륭한 소방 보조 장비가 될 수 있다. 산불 위험 기상특보가 발령되거나 인근 산림에서 연기가 보일 경우, 주택 주변 풀밭이나 농작물에 미리 충분한 물을 살포하자. 수분을 머금은 지표면은 화염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불길을 억제하는 ‘안전 차단벽’이 되어준다. 이는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의 소중한 시간을 벌어 주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정적인 방어책이다. 셋째, ‘영농부산물 소각’이라는 위험한 관습을 반드시 버리자.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의 상당수는 논·밭두렁 태우기나 고춧대, 과수 가지 등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다 발생한다.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영농부산물 소각은 결국 내 집에 직접 불을 놓는 것과 다름없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잠깐이면 되겠지”, “바람이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특히 2월의 산바람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작은 불씨 하나가 삽시간에 대형 산불로 돌변할 수 있다. 이제는 태우는 방식이 아닌, 파쇄기를 이용한 비료화나 지자체의 영농부산물 수거 지원을 활용하는 안전한 처리 방식을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소방관들은 신고를 받는 순간부터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험한 산길을 달린다. 그러나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소방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 스스로 산불 예방의 주체가 되어 집 주변을 정리하고, 위험한 소각 행위를 멈추며, 비상시 대응 수단을 갖추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숲과 소중한 보금자리는 소방관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오늘 당장 우리 집 주변 30m를 점검해 보자. 그 작은 실천이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23 19:08

[사설] 전주올림픽 문체부 심사 서둘러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북도가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부보증 확보 절차에 착수했다.전북특별자치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회유치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다. 바야흐로 지방정부 차원의 손을 떠나 이젠 올림픽 유치문제가 중앙정부의 핵심사안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정부 보증 절차는 본격적인 국제무대에서의 유치경쟁에 앞서 진행해야 하는 핵심 관문이다. 쉽게 말해 국가차원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절차다. 꼭 1년 전 전북은 서울을 꺾고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도시규모, 인프라, 도시의 지명도, 재정상황 등 모든 여건을 감안할 때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전주와 전북이 대표로 선정된 것은 올림픽이 이제 수도권을 벗어나 분산 개최, 공동 개최라는 의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사실 전북이 올림픽 유치에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 1.03을 확보, 사업타당성을 입증했고 절대적인 지지 여론도 등에 업었다. 전국단위 조사에서 전주올림픽 찬성 여론은 82.7%에 달했고 전북에서는 무려 87.6%나 됐다. 만일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88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고, 특히 비수도권 중심 개최라는 엄청난 상징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중앙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는가에 따라 올림픽 유치는 성사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개최가 과거처럼 정치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지대한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지금도 전 지구촌의 대축제임엔 틀림없다. 향후 중앙정부 심사 과정에서 올림픽 분산 개최에 따른 이동·운영 비용 증가, 숙박 인프라 확충 문제 등 보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전북과 전주가 과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느냐, 아니면 가속화하는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문체부는 실무 절차를 신속하고도 확실하게 진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시간이 생명이다. 이재명 정부가 총력전을 펼쳐서 반드시 2036 올림픽 전주 유치의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22 19:46

[사설] ‘완주·전주 통합’ 타운홀미팅 기대 크다

오는 27일 열리는 전북 타운홀 미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전북의 현안들이 산적한 데다 속 시원한 해법도 없이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RE100 산단, 반도체 등 산업 재편, 전력의 지산지소 등이 현안이고 5극3특 간의 균형 지원, 행정통합과 관련한 시군 통합 역차별 문제 등에 대한 해법도 관심이다. 당면해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완주전주 통합 문제다. 네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통합은 국회 안호영 의원의 통합 찬성 선회 이후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답보상태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동력을 받지 못하는 큰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의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변환시키고 균형발전을 추동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초광역 통합에 4년간 20조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 공공기관 이전 및 산업 배치 우대 등의 인센티브는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충남대전,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이 이미 시동을 걸었다. 국회는 2월 중 관련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그런데 시군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팔장만 끼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도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역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통합에 따른 기본적인 재정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연히 파격적인 지원대책이 제시돼야 맞다. 정치권과 행정은 물론이고 전북애향본부와 완주전주 통합 범도민추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기초자치단체 통합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금 지방은 인구이탈과 일자리 부족, 의료 교육 문화 복지 등 여러면에서 환경이 열악하다.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아니고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광역시가 없는 지역의 수도를 낀 행정통합은 과감하게 특례시로 지정하는 등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정책과 초광역 행정통합에 준하는 재정 지원 등이 제시돼야 마땅하다. 지금은 행정통합의 골든 타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전북의 현안에 대한 도민 눈높이의 속 시원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22 19:45

[전북칼럼] 전북 지역 경제, 자꾸만 위기에 몰리고 있다

어느덧 민선 8기 4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도민들의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김관영 지사가 젊은 패기로 도정을 이끈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농생명분야 특례 실행, 2036년 하계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 등 좋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시군의 경우 상당 부분은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여 홍보되는 것이 보기 좋지 않지만, 일부 시장‧군수들도 지역특성과 여건을 살려 괄목할만한 업적을 쌓았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 지역 경제를 생각할 때마다 전북은 항상 경쟁에서 뒤처지고 결국 지금에 와서는 커다란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혹자는 그러한 생각을 패배주의라고 지적하겠지만 우리 전북 지역 경제의 현주소는 매우 심각하다. 전북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규모는 전국의 광역단체 중 최하위수준이며,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6%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역시 28% 수준에 그쳐 75%에 달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낮다. 인구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전북 인구는 현재 약 175만 명에 불과하며, 1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매년 1만 명씩 전북을 떠나 수도권이나 타 시도로 이주하고 있다니 전북 지역 전체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장기적 저성장의 늪‧고령화 및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앞으로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우리 전북이 소멸위기를 벗어나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담보되어 있는가? 필자로서는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보여 온 우리 자신들의 위기극복 능력을 생각할 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지금처럼 전북 지역 경제가 너무나 초라한 실정에서 우리가 그것을 박차고 일어나 과감하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투적 기백이 있는가를 생각할 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선 완주전주통합 문제만 보더라도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바로 이웃 지역인 전남광주와 충남대전이 통합특별시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우리는 완주와 전주라는 기초단체 통합마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누가, 왜 통합을 반대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또 다시 완주전주통합이 실패한다면 아마도 전북은 앞으로 전남광주와 충남대전이라는 매머드 통합특별시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발전이 가로막힘으로써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새만금에 관해서도 도민들은 지난 30년 동안 희망고문만 당하면서 속앓이를 해왔다.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드넓은 산업용지에 전력이나 용수가 풍부한 새만금을 품고 있으면서도 기나긴 세월동안 전북이 비약하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권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우리 지역 정치권이나 도지사들의 무능도 질책 받아야 한다. 삼성이나 SK가 새만금에 거액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실제로는 타 시도에 수백조 원씩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들 기업과 밤샘 담판이라도 해서 새만금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당찬 백기사가 없는가. 결국 전북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지사든 국회의원이든 지역 내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위기돌파를 위해 대단한 기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22 19:45

[열린광장] 지역 소멸의 시대, 교육감 선거를 다시 생각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살고 있는 남원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현실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남원뿐만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 모두 이런 고민에 빠져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데 있어 ‘교육’이야말로 국가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을 생산해 내며 국가와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2008년부터 우리는 선거를 통해 교육감을 선출해 왔다. 어느덧 여섯 번째 선택을 앞두고 있다. 뉴스에서는 후보들의 출마 선언과 다양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투표권을 가진 도민들 가운데는 “왜 우리가 교육감 선거를 해야 하지? 아이도 다 컸는데”, “교육은 교육자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교육은 학교 울타리 안의 문제에만 머무는 일인가? 실제로 지난 선거를 보면, 전라북도지사 선거의 유효 투표수와 교육감 선거의 유효 투표수는 적게는 1%, 많게는 1.5%가량 차이가 났다. 인원으로 보면 7000명에서 많게는 1만 3000명 정도의 차이다. 하물며 제5대 지방선거 당시 1·2위 후보의 표 차이가 2000여 표에 불과했던 점을 떠올리면, 투표소에 들어가 도지사와 시장, 시의원은 뽑았지만 교육감 투표는 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올해 전북자치도의 예산은 11조 원에 가깝고, 전북도교육청의 예산도 약 4조 5000억 원으로 작지 않은 규모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도교육청 사업은 유·초·중·고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평생교육과 마을교사 등의 사업은 이미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던 시기, 학교 리모델링 사업과 같은 정책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 정책은 지역 경제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특히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전북의 현실을 생각하면, 교육 자치의 실현은 더욱 절실하다. 최근 정부는 지역 교육 혁신을 통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치 분권과 균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거점 대학인 전북대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 투자비는 여전히 서울 주요 대학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출발선이 다른 경쟁이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되묻게 된다. 공정한 경쟁이란 최소한 동등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지역의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지역에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맞는 산업 환경이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공장이 없어서 취업을 못 한다”는 말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공장이 있어도 우리 아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 머물러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전북의 자연과 환경, 특성에 어울리는 산업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역할을 기성세대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전북도교육청이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나는 이런 비전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교육감 후보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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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22 19:45

[기고] ‘뭉쳐야 산다’ 5극 3특 시대, 통합을 움직이는 힘은 결단과 책임이다.

필자는 매주 일요일 밤을 기다린다.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를 보기 위해서다. 맥주 한 잔 마시며 아내와 이동국과 안정환 팀 승부를 내기하는 맛이 쏠쏠하다. 축구를 통해 리더십과 공동체에 대한 선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 팀으로 뭉치기까지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신뢰이고,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미래다. 이 장면이 지금 전북이 마주한 현실과 겹쳐 보이는 건 필자만일까. 프로그램 속 이동국 감독은 긴 호흡으로 팀의 미래를 설계한다. 당장의 승패보다 구조와 지속 가능성을 먼저 고민한다. 안정환 감독은 결단의 순간을 미루지 않는다. 흐름이 막히면 과감한 선택으로 판을 바꾼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리더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팀을 살리기 위한 불편한 선택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국가 성장 전략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광역 경제권과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지방 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방향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 또한 지역을 국가 성장의 주변이 아닌 주체로 세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문제는 구상이 아니라 실행이다. 광역지자체 통합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통합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한 유인이 필요하다. 광주·전남 통합 논의 과정에서 약 20조 원 규모의 국가 재정지원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다. 전북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을 전북의 미래 전략으로 제시하며 일관된 소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동국 감독처럼 전북의 구조와 장기 경쟁력을 고민한 선택이다. 통합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알면서도, 이를 피하지 않고 전면에 올려놓은 책임 있는 판단이다. 여기에 완주 지역을 대표하는 안호영 국회의원의 결단 또한 중요하다. 지역 정치인에게 통합 논의는 가장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전북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은, 안정환 감독이 결정적인 순간 변화를 선택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소신과 결단이 맞물릴 때 변화는 가능해진다. 전북이 당당한 ‘5극 3특’의 한 축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실질적 동력이 필요하다. 자치권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10조 원 이상 규모의 재정·정책 인센티브가 함께해야 통합과 성장이 촉진된다. 산업 유치, 교통·생활 인프라 확충, 미래 산업 투자가 연결될 때 도민들은 통합을 미래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필자는 ‘인구감소, 지역 소멸 시대에 통합만이 답이다.’ 라는 소신으로 25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에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 여론에 맞서 찬성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균형발전은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재정, 그리고 책임 있는 결단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 전주와 완주는 이미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행정과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야 할 때다. ‘뭉쳐야 찬다’의 선수들이 결국 하나의 팀이 되었듯, 전북도 그래야 한다. 통합을 말하려면, 통합이 가능해지는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소신 있는 리더십과 결단이다. ‘뭉쳐야 찬다’ 시즌5가 기다려진다. 뭉쳐야 살기 때문 아닐까. 염영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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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2.22 19:44

[오목대] 조각배 신세가 될 전북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규모가 안 나왔지만 광역시 지원규모로 볼때 상당액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주 청원이 통합했을 때보다 더 많은 지원규모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번째 추진하는 완주 전주 통합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이다. 별의 순간을 붙잡아 지역발전을 새롭게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살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완주군 의원들이 주민들과 결사적으로 반대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대표인 군의원은 현재 보다는 미래를 바라다보면서 뭣이 올바른 길인가를 따라야 한다. 6.3 지방선거 때 통합시장을 선출할려면 완주군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군수 자리 없어질 것을 염려해 통합을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지금은 AI가 세상을 선도하는 세상이라서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판단해야 한다. 그간 반대해온 안호영 국회의원이 통합해야 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완주군 의회도 그 뜻을 존중해서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서로 엇박자를 낸다면 통합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사되지 못하고 물건너 가게 될 것이다. 85% 이상이 찬성했던 전주시민들도 그 이상 통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내 곳곳에 통합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특히 안 의원이 통합 쪽으로 스탠스를 취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지금 찬성측은 민주당이 통합을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만큼 통합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동영 이성윤 김윤덕 의원과 찬성측이 통합시장을 완주출신 한테 준다는 것을 명기해서 보장해줘야 한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완주를 자치구로 운영토록 해줘야 하고 통합시 지원되는 모든 인센티브는 완주쪽에다가 다주도록 천명해야 한다. 아쉬울 것이 없는 10만 완주군민을 설득하려면 이 길 밖에 없다. 전주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대신 완주군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통합이 성사될 수 있다. 그간 반대해온 완주군의원들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미래가치를 더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미국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 보십시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통합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분명 완주군민들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흡수통합을 떠올리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6명의 군수 후보자들도 통합시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통합특례시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 분명 완주군 의원들도 통합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북 전체를 살린다는 생각을 갖고 결단해야 한다. 이번에 통합 못하면 다시는 별의 순간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전주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기에 앞서서 완주 전주 통합을 결론내야 한다. 다른 지역은 광역통합으로 판을 키워 나가는 상황에서 자칫 전북이 통합을 못하면 조각배 신세가 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2.22 19:43

[사설] 민주당 전북도당 부적격 후보 왜 감추나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의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지역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원과 유권자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북도당은 자격심사 대상 495명 가운데 409명에게 예비후보 등록 자격을 부여하고, 11명은 부적격 판정, 75명은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했다며 전체적인 숫자만 공개했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릴 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당내 공천 경쟁이 곧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구도가 형성돼 왔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예비후보 자격심사는 단순한 정당의 내부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적 절차라는 점에서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그런데도 전북도당은 부적격 판정자의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불필요한 의구심과 불신을 키웠다. 물론 정당 내부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 개인의 명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고, 명단 공개가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북도당에서도 ‘이름 등을 공개할 경우 경선을 앞두고 상대후보 비방 등 선거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공개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 과정은 공적 권한을 행사할 후보를 가려내는 절차다. 특정 예비후보에게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이를 당원과 유권자가 당연히 알아야 한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이달 초 도당 홈페이지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자격심사 결과‘를 게시하면서 지역별로 심사결과를 일목요연하게 공개했다. 특히 전남도당은 현직 군수 3명을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 1차 검증에서 탈락시켜 관심을 모았다. 부적격자와 정밀심사 대상자 명단을 숨기고, 지역별·선거유형별 분류도 없이 전체 숫자만 형식적으로 공개한 전북도당의 행보와 비교된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번 논란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강조해온 ‘공정’과 ‘개혁’의 가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공천 과정부터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전북에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다른 지역보다 더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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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9 19:05

[사설] 청년정책 실효성은 지역정착에 달렸다

요즘 청년들은 과거 세대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부모 세대들은 근면성실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었고, 일자리를 얻거나 결혼, 집 장만 등 기본적인 생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입시경쟁은 치열하고 졸업해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게 꿈같은 일이다. 집을 마련하거나 결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치게 가깝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이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닌 젊은이들의 고충은 2중, 3중으로 주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저성장 기조가 확연하게 고착화됐고,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자산 격차는 청년들의 삶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이 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급기야 청년층의 체감 불안은 상상을 초월해지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것 없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원 종류나 규모는 의외로 상당하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지원하는 현행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청년인턴 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잔심부름을 하거나 단순 행정보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용돈 좀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익히고 인공지능(AI)과 경제 교육 등을 통해 업무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단순히 청년인턴이 단기 체험형 프로그램에 그쳤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청년층 핵심 의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청년들의 시각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청년정책의 성패는 청년들이 얼마나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가에 달려있다.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조금씩이라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에 정착하는데 초점을 둬야한다. 전북도는 올해 청년 일자리·주거·금융지원 등 5개 분야 100개 사업에 걸쳐 3577억 원을 투입한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특히 이번 재정 투입의 전체 예산의 62%가 청년 일자리 분야에 집중되면서 그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관행적인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확실한 성과를 내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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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9 19:05

[오목대] 조국의 딜레마, 혁신당의 솔루션

설 명절을 지나면서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가 전북을 넘어 중앙 정치권 이슈로 커졌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고 나섰고, 조국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혁신당 정춘생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군산·김제·부안갑)에는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공식 요구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군산·김제·부안갑이나 평택을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승리 가능성이 큰 호남과 수도권의 무공천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일지 미지수이고, 조국 대표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주판알을 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정당이 지방선거 전에 합당을 추진하려다 실패하고 ‘통합과 연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평택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군산·김제·부안갑은 민주당 정서를 외면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민주당은 ‘귀책사유로 재보궐이 치러지는 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요구는 어느 정당이든 항상 주장해온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언뜻 “공천하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두 정당의 향후 ‘통합과 연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조 대표에게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는 어느 지역구인가를 떠나 정치적 보폭 확대 차원에서 중요하다. 군산·김제·부안갑은 혁신당에는 더욱 중요한 지역이다. 조 대표의 원내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대표의 군산 재선거 출마설 근원지는 전북이다. 신영대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자 이주현 혁신당 군산지역위원장은 조 대표를 군산 재선거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도상 혁신당 도당위원장은 “조 대표가 어느 선거구로 출마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출마하지 않는다”가 아닌 “출마는 하는데 지역구는 미정”이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6.3 지방선거 전략을 호남에 맞춰놓고 있는 혁신당은 특히 전북 서남권(정읍·고창·부안)을 전략지역으로 꼽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읍·고창·부안을 방문해 “호남에 경쟁이 들어설 때 변화와 혁신이 시작된다”며 지선에서 전북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 당원들은 내심 조 대표가 군산 재선거에 출마해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당의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민주당과의 연대도 챙겨야 하는 조 대표의 재선거 출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공천 요구에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거나, 무공천 결정에 반발한 입지자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대표에게는 지역구는 물론 출마 여부도 큰 고민거리다. 국회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선거 전략, 조국의 딜레마와 혁신당의 솔루션이 더욱 복잡해졌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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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19 19:04

[청춘예찬]일상에 오래 남는 축제를 꿈꾸며

얼마 전, 리허설에 찾아온 이들과 대화가 길어졌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획이란 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는 이들에게 잠시 버퍼링이 걸린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선뜻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작고 큰 모임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그들이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난 뒤, 약 1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이크 대신 숟가락을 들었던 순간. 흐릿했던 장면이 점점 또렷해졌다. 어설프게 만들었던 첫 포스터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선선했던 어느 초여름 밤의 기억도 이어졌다. 신이 나서 방방 뛰며 누비던 한옥마을의 밤. 매일 산책하듯 오가던 경기전 일대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낯설게 느껴졌던 날이다. 지금의 ‘전주국가유산야행’이 열린 날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살아본 적 없는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벅찬 감정을 느꼈다. 담벼락 아래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꾼들, 경기전 내에서 들려오던 풍악 소리. 익숙한 공간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주가 지나온 오랜 시간들이 그 밤에 다시 깨어난 것 같았다. 도시의 역사가 이렇게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다니.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크게 웃고 있던 사람은 아마 나였던 것 같다. 자정까지 이어진 퍼레이드까지 즐기고 난 뒤, 끈적한 땀을 몸에 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들고도 쉽게 잠은 오지 않고, 여전히 그 밤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이야기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그때는 기획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분명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기획자의 삶을 살고 있다. 모임과 프로그램, 행사와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제는 지역에서 1만 명이 모이는 굵직한 축제들도 몇 가지 맡고 있다. 돌이켜보면,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있다. 처음부터 의식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온 축제들을 되짚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일상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획.’ 개인의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일상과 일터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축제에서 보고, 듣고, 느낀 무언가를 각자의 삶에 가져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기획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장 아끼는 축제는 결국 내가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축제들이다.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 그리고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 ‘전주책쾌’를 통해서는 창작이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정답 없는 독립출판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불모지장’을 통해서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결코 멀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 싶다. 다시 봄이 오고 있다. 어느 하루, 혹은 이틀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서너 달을 함께 머리를 맞댄다. 그 짧은 순간이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남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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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4

[금요칼럼] ‘외국인 밀집 지역’ 토론에 없었던 것

새해 들어 한국 방송에서 <더 로직>이라는 예능 형식의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논리학자로서 반가운 마음에 시청하다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특별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논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권 차원에서 ‘까임 방지권’이 있는 외국인을 ‘감히’ 논제로 삼았기 때문은 아니다. 특정 주제를 토론으로 삼지 말자는 것은 민주적인 토론의 정신에 어긋난다. 그보다 이 논제는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시작하는데, 막상 그 전제는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프로는 위 논제를 제시하면서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 중 일부 지역에서는 언어, 문화 차이,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하여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정말로 있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근거가 있는가? 복합 질문의 오류라는 게 있다. 논리학 교과서에는 “너는 아직도 마누라를 때리니?”가 대표적 예로 실린다. 이 질문에 “응.”이라 대답하면 예전에도 지금도 마누라를 때린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니.”라고 대답해도 예전에는 때렸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 질문은 “너는 예전에 마누라를 때렸니?”라는 질문과 “너는 지금도 마누라를 때리니?”라는 두 질문이 복합되어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지 않고 질문한 오류이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특별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논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은 치안 불안감이 있다는 논제와 그래서 치안 특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제가 복합되어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논제를 가지고 토론하면 찬성을 해도 반대를 해도 외국인 밀집 지역의 치안 불안감을 인정하게 된다. 찬성을 하면 당연히 그렇고, 반대를 해도 치안 특별 지역에만 반대한 것이지 외국인의 치안 불안감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물어야 할 핵심 질문인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 실제로 다른 지역보다 치안이 불안한가?”는 건너뛰어 버린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범죄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방송에서 이런 통계를 반대쪽 토론자들이 지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위 논제가 프레임이 되는 순간 통계는 무의미해진다. ‘외국인=치안 위협’이라는 연결 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토론 자체가 그 편견을 반복 재생산하는 장치가 되어 버린다. 외국인 밀집 지역을 ‘문제 지역’으로 낙인찍는 이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지역감정이 특정 지역을 프레임에 가두는 지역 혐오와 정확히 같은 구조다. 치안 불안감은 정말로 치안이 나쁘지 않더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공영 방송이라면 그 불안감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혐오에 의해 생긴 것인지 분석해야 한다. 정당한 토론이라면 실체가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그것을 주장하는 쪽에 있다. 더 나아가 설령 범죄율이 정말 높더라도, 그것이 외국인 때문인지, 원래부터 범죄율이 높은 동네였기 때문인지, 사회·경제적 요인은 무엇인지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유도 심문처럼 교묘하게 숨기고 논제로 삼는 것은 토론으로서도 방송으로서도 공정하지 않다. 예능 프로일 뿐인데,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벼든다고 말할지 모른다. 오히려 예능 형식의 방송이라는 게 더 문제다. 이런 구조적 편견이 ‘재미있는 토론’으로 포장되어 대중에게 소비되면 그 효과가 무시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능은 논리보다 재미와 갈등을 우선시하고, 시청자들은 비판적 거리를 두지 않고 소비하기 쉽다. 무겁지 않은 포맷 속에서 편견은 더 자연스럽게, 더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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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4

[금요수필] 다산초당에서 길을 묻다

겨울의 끝자락에 맺힌 푸른 눈물 자욱들로, 남도의 겨울 햇살은 유독 시리고도 따스했다. 강진 만덕산 기슭, 보풀 같은 안개를 헤치고 오르는 길 위에서 나는 200여년 전 한 사내가 걸었을 고독의 보폭을 가늠해보았다. 흑산도로 떠난 형 약전과 헤어지며 눈물로 적셨던 강진의 첫 발걸음은 아마도 이 길보다 훨씬 무거웠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으로 밀려난 유배객, 정약용의 시간이 머문 ‘다산 초당’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꺽인 마음을 다시 세우는 수행의 길과도 같은 마음의 여정이였다. 정약용이 갓근을 풀고 붓을 든 고독의 시간들을 보냈던 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울퉁불퉁한 나무뿌리들이 얽혀 만든 ‘뿌리의 길’이였다. 지상으로 드러난 나무의 갈비뼈 같은 그 길을 밟으며 생각했다. 땅 밑에서 남모르게 견뎌온 인내의 시간이 저토록 처절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구나, 하고 말이다. 다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절망이라는 단단한 지명 아래로 자신의 사상을 깊게 뻗어 내리며, 그는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다산초당의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니,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사이로 서글픈 서각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석(丁石)이라 새겨진 바위 앞에 서니, 자신의 성을 새겨 넣으며 다짐했을 그의 서늘한 결기가 손끝에 전해져 온다. 그는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원망으로 되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 아픔을 거름 삼아 백성들의 삶을 보듬는 실학의 꽃을 피웠다. 마당 한쪽의 ‘연지석가산’을 바라보며 나는 그의 마음결을 읽어보았다. 연못 가운데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섬 하나, 그것은 어쩌면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이자,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내면의 요새였을 것이다. 초당을 지나 천일각(天一 閣)에 올라서니 강진만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 끝자락’ 이라는 그 이름처럼, 이곳은 유배객의 그리움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장소이다. 흑산도로 유배 간 형님을 그리워하고, 고향의 가족을 향해 긴 한숨을 내뱉던 곳, 하지만 그가 바라본 바다는 단절벽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가야 할 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다산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이냐고, 그는 차가운 유배지에서 자신을 연마하여 보석으로 만들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을 때, 비로소 가장 높은 정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초당을 내려오는 길, 내 마음 한구석에는 다산이 남긴 맑은 찻물 한잔이 고여 있는 듯했다. 강진의 흙먼지를 떨어내며 나는 깨달았다. 다산초당은 단순히 옛 선비의 거처가 아니라, 고난을 견디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성지라는 것을. 삶이 버겁고 외로울 때, 우리는 강진의 그 좁은 오솔길을 기억해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우리의 시련 또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울창한 숲이 될 수 있음을 다산은 몸소 보여주었다. 해 저무는 만덕산의 노을이 유난히 붉었다. 그 빛은 다산이 평생토록 간직 했던 뜨거운 열정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 였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걸스카우트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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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3

[세무 상담] 명절 세뱃돈도 세무 조사 나올까

명절이 지나면 세무사인 필자에게 종종 걸려 오는 문의가 있다. 바로 “손주에게 준 세뱃돈도 증여세를 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전주의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두둑해진 아이들의 세뱃돈 봉투, 과연 국세청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상적인 범위 내의 세뱃돈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웃 돕기 성금이나 축의금, 부의금, 그리고 기념품이나 세뱃돈’ 등은 비과세 재산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으나, 받는 사람의 직업, 재산 상태, 연령 등을 고려하여 세뱃돈으로서 적정한 수준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똑똑한 부모들이 아이의 세뱃돈을 단순히 저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사주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만약 세뱃돈으로 사준 주식이 소위 ‘대박’이 나서 가치가 급등했다면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 증여세는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주식을 살 당시에 적법하게 증여 신고를 마쳤다면, 이후 주가가 10배, 100배가 되어도 그 상승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추가로 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부의 대물림에서 ‘직계존비속 증여재산 공제’를 선제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미성년인 자녀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명절마다 모인 세뱃돈이 이 범위를 넘을 것 같다면, 미리 증여 신고를 하고 주식을 사주는 것이 유리하다. 신고 없이 주식을 사줬다가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금 출처를 조사받게 되면, 주식 상승분 전체에 대해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세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건네는 세뱃돈 한 봉투에도 세무적 관심을 보태보자. ‘내리사랑’에 ‘미래 가치’까지 담아주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법, 그 시작은 올바른 증여 신고에 있다. /조정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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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3

[사설] 설 밥상에 차려진 전북의 난제들, 정치권이 답할 때

전북 도민들의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먹고사는 문제’와 ‘지역의 생존’이었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지역발전의 미래를 꿈꿨던 도민들이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확실한 지역 발전에 대한 깊은 우려로 가득했다. 물가와 경기 침체, 일자리와 인구 감소, 새만금개발,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란까지 지역 현안들이 대화의 중심에 올랐다. 설 민심은 행정과 정치권을 향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역시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였다. 초광역 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통합의 필요성은 도민들에게 전반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완주 지역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과거 수차례 무산된 경험은 ‘명분’보다 ‘실익’과 ‘구체적 보장’이 우선임을 말해준다. 통합 이후 완주의 미래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증명해야 할 과제다.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 대한 분노 섞인 목소리도 높았다. 수도권의 산업 확장을 위해 전북이 송전탑 건설과 환경 훼손이라는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익은 수도권이 챙기고 고통은 지역이 감당하는 해묵은 구조를 끊어낼 복안이 있는지, 전북의 유권자들은 정치권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역시 3월 항소심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절차와 타당성, 환경과 지역 발전의 균형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그 결과에 대한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설 민심은 결국 전북의 선택으로 모아진다. 전북이 마주한 현안들은 모두 수도권 중심의 국가 구조 속에서 우리가 정당한 권한과 보상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누가 지역의 삶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볼 것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한 침묵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한 숙의가 필요하다. 정당과 인물을 넘어 누가 전북의 권한을 지키고, 책임 있게 미래를 설계할 준비가 돼 있는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설 민심이 던진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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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8 18:26

[사설] 선거전 본격화, 지역 미래 이끌 참일꾼 찾자

설 명절은 늘 선거의 분수령이었다. 가족과 이웃이 모여 나눈 밥상머리 대화 속에서 초반 선거 판도가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여론도 형성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설 명절을 기점으로 6·3 지방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예비후보들의 민심 쟁탈전이 치열하다.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역의 미래를 바꿀 힘은 화려한 정치구호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에서 나온다. 명절 밥상머리에서 오간 대화는 결국 ‘지역의 내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진다. 지금껏 전북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이나 순간의 이미지를 잣대로 후보를 선택해 지역의 미래를 맡겨왔다. 이런 방식의 투표가 수십년간 반복되면서 경쟁 없는 독점 구도가 굳어졌다. 지방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는 느슨해졌고, 이는 행정의 안일함과 정책 혁신의 부재로 이어졌다. 긴장과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변화 대신 관성만 남았다. 이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공약과 구호 속에서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찾아야 하는 것은 화려한 말이나 특정 정당 간판이 아니라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해묵은 현안을 풀어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참일꾼’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이번 선택이 향후 수년간 지역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전북의 선거구도에서 민주당의 책임도 막중하다. 후보 검증과 공천 과정을 단순한 당내 절차로 여겨서는 안 된다. ‘당선 가능성’이 아닌 ‘후보자의 역량’을 중심에 둔 공천이어야 한다. 법적·도덕적 흠결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에 대한 도민의 절대적인 신뢰에 답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정당 간판이나 오래된 관성에 따른 선택으로는 지역정치의 변화,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정당 간판이나 이미지가 아닌 인물의 자질과 역량, 추진력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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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8 18:25

[오목대] 붉은 말의 해 ‘전북의 말 산업’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금부터 5000년 전 부터 다고 한다. 사람은 수백, 수천 년간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나 철도, 비행기는 지구촌을 빠르게 연결해줬다. 요즘에도 엔진의 단위는 마력이다. 말을 도구로 이용해서 자웅을 겨루는 종목이 바로 승마와 경마이다. 승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마는 힘과 기량을 견주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선거 관련 용어 중에는 승마나 경마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다는 거다. 고삐, 박차,재갈, 출마, 낙마, 대항마, 다크호스 등이 그러한 예다. 고사성어 중에도 말과 관련된게 많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나 주마간산(走馬看山), 새옹지마(塞翁之馬), 마이동풍(馬耳東風) 등은 매우 익숙하다. 음력 인 지난 17일부터 붉은 기운을 지닌 말의 해, 소위 병오년이 시작됐다. 말은 빠른 속도와 강인한 힘으로 권력과 충성, 그리고 생동감을 상징한다. 그런데 도내 승마인들은 병오년 새해 전북의 말 업이 일약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 말산업 육성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 약 200ha 규모의 말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사육하거나 조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승마·체험·관광, 복지·교육 기능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이다. 궁극의 목표는 마사회 유치 여부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일환으로 발표된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 이전 계획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서울경마공원은 과천, 부산, 제주 등에 있는 국내 3개 경마공원 중 하나다. 과천경마공원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에 총 98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기에 서울경마공원은 5년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마사회 이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일고 있으나 일단 지금의 기류를 감안하면 경기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운듯 하다. 새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으나 너나없이 경마장 유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과천 경마장의 경우 운영 과정에서 해마다 지방세인 레저세가 2000억원씩 도세로 들어오고, 과천시에도 60억 원 가량이 들어간다. 제주, 경북, 전남 등이 경마장 유치에 나섰는데 현재로선 일단 경기도내 이전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분위기다. 사실 경마는 대표적인 사행산업이나 이젠 터부시할 때가 아니다. 더욱이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선 안된다는 공감대 또한 무르익고 있다. 부산, 영천 등과 달리 충청, 전라 지역엔 단 하나의 경마장도 없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이 문체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남에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없다는 점을 지적, 눈길을 끌었다. 차제에 마사회나 경마장 이전 문제도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길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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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8 18:25

[의정단상] 전북 변화! 시민이 바로 힘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사는 전북에는 30년 넘은 숙원들이 많습니다. 지난 30년간 전북도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대광법 통과! 100만명 넘는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도시 교통망 정비에 국비 수십조 원이 지원될 때, 전북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작년 4월 윤석열 파면과 함께 전북에도 국비를 지원하는 대광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올해 대광법 시행계획이 확정되면 도로, 철도 정비에 국비가 차근차근 지원되어 전북 교통환경도 눈에 띄게 변모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난 12일에는 전주가정법원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전주가정법원과 군산, 정읍, 남원에 각 가정법원 지원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175만 전북도민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전북의 숙원이었습니다. 일찍이 가정법원이 설치된 울산보다 인구가 많고 사건 수도 많음에도 전주가정법원은 여러 이유로 설치가 늦어졌습니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법은 제 공약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께서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에 국회 법사위를 움직이고 본회의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대광법 통과와 전주가정법원 설치에서 보듯이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시민입니다. 시민들께서 정치권에 강력 요구하고, 정치권도 시민의 뜻을 따르면 어떤 숙원사업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은 100년 전부터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하는 바람에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지적은 언제나 옳습니다! 1990년대 시작된 새만금은 시민들에게 희망고문인지 희망고민인지 모르지만, 오랜 숙원이라는 건 잘 아실 것입니다. 새만금신공항, 전주ㆍ완주 통합...참 현안이 많습니다. 지금, 분명한 것! 대한민국은 통합이 큰 흐름입니다. 전남광주와 충남대전이 스스로 통합을 결정하고, 정부에 통합인센티브를 요구했습니다. 통합 입법도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부산ㆍ울산ㆍ경남과 대구ㆍ경북도 통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북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죠. 우리가 이 흐름을 따라잡기라도 해야 합니다. 전주ㆍ완주 통합도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힘으로 이뤄내야 합니다. 지난 2월 2일 전주 국회의원 저와 정동영 장관, 완주 국회의원 안호영 의원이 함께 신속한 전주ㆍ완주 통합추진을 선언했습니다. 그간 찬반 주장만 극심하게 부딪히며 꽉 막혀 있던 통합 흐름에 일단 물꼬를 텄습니다. 2월 4일에는 전북 국회의원들이 모였습니다. 정부에 전북회복을 위한 ‘최소조건’인 10조 원 이상 재정과 특례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5극 통합시에 최대 20조 원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3특 중 하나인 전북에는 5극보다 더 두터운 지위와 특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습니다. 전북이 5극 통합시보다 더 충분한 정부 지원을 받고, 전주ㆍ완주 통합시가 전북 핵심도시로서 발휘하는 시너지는 전북을 다시 뛰게 만드는 심장 역할을 할 것입니다. 30년 아니 100년을 기다린 숙원이라고 하더라도 시민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강력하게 행동을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 변화 흐름을 놓치면 다시는 전북회복의 기회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입니다. 시민들이 요구하고, 정치가 시민과 함께 빠르게 실행하여 변화 흐름을 타고, 더 잘사는 전북회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북회복으로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가 행복을 누리고 잘 살 수 있는 땅, 복지(福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늘 전주시민, 전북도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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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5

[타향에서] 행정통합 파도 속, 전북의 블루오션 전략

최근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남쪽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북쪽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통합을 선언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광역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전북이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충청과 광주전남, 그리고 영남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다른 권역을 연결하고 확장을 주도하는 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북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전북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내실 있는 특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행정안전부와 전라북도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 현장을 겪으면서 그 해법이 ‘금융’과 ‘새만금’이라는 두 축에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첫째, 전북은 명실상부한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1,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확실한 기반이 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최적의 입지에 민간 금융그룹의 전북 투자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자본이 인재와 정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종합 금융, 부산이 해양 파생 금융이라면 전북은 연계 금융산업을 꽃피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확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지구처럼 자산운용사, 수탁 은행,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힘으로 기반을 닦고, 금융의 논리로 시장을 키운다면 전북은 광주전남이나 충청에 예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 영토’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새만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의 땅이 되어야 한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새만금은 늘 희망의 보루였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다. 이차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이다. 특히 새만금은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금융 허브에서 조성된 자금이 새만금의 인프라와 기업에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전북이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고민했고, 도청에서 전북의 살림을 챙긴 공복으로서 전북은 주변의 행정 통합 논의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만의 강점인 ‘금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새만금’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샌드위치 속에 끼인 내용물이 빈약하면 납작해지지만, 그 내용물이 알차고 단단하면 빵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의 거대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를 타고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것인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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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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