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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예비 중학생을 위한 논술 특강 수강생을 모집한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고픈 예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 이슈를 읽고, 분석하는 통합 논술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특강은 아동문학가 박예분 씨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박씨는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을 수상하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몇 년 째 글쓰기 논술교실을 이끌어 오고 있다. 수업(25~28일 오전 10~12시)은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개요 짜기를 다루는 '논술의 기초'와 이슈 뒤짚어 보기를 시도하는 '생각의 재구성' 등으로 구성된다. 22일까지 선착순으로 30명을 모집한다. 수강료 3만원. 문의 063) 284-0570. http://www.jjhee.com
'201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오후 3시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올해 영광의 주인공은 시 부문 장정희(45·창원시 내서읍), 수필 부문 조숙(48·포항시 연일읍), 동화 부문 홍인재(42·전주시 효자동), 소설 부문 강필선(24·광주시 진월동)씨.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전북일보 문우회가 예심을 보는 것이 전북일보만의 의미있는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어 기쁘다"며 "지난해 창간 60주년을 맞은 전북일보가 오랜 전통과 역사 깊은 매체 답게 올해도 뛰어난 신인 작가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큰 보람이며 이들이 한국 문단의 든든한 뿌리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를 축사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은 황동규 시인의 첫 시집 「어느 개인 날」이 50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처럼 역량있는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것은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힘이자 자랑이며, 등단자들도 이처럼 오래 기억되는 좋은 작품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서재균 윤이현 오하근 임명진 안도현 심사위원을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신춘문예는 가천문화재단(이사장 이길여)이 후원했다.
"수필 쓰는 사람들에게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로망입니다. 예향의 고장에서 상을 잘 탔다고 칭찬 많이 들었어요. 수필 인구가 많지만 글을 내어놓을 자리가 적었는데, 전북일보가 그 지평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숙씨·수필 부문 수상자)"글쓰기는 저와 한 순간도 떼어놓을 수 없는 그림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발하겠습니다."(강필선씨·소설 부문 수상자)"그간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격려와 성원이 이렇게 큰 영광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장정희씨·시 부문 수상자)"교사지만, 40세가 넘어 동화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해 준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어요. 신춘문예 당선은 제 선택이 옳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홍인재씨·동화 부문 당선자)수상의 기쁨은 각기 달랐다. 하지만 한국 문단에 우뚝 서겠다는 다짐은 한결 같았다. 18일 오후 3시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201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당선자 장정희(시) 조숙(수필) 홍인재(동화) 강필선(소설)씨는 수상의 기쁨과 작가로서의 미래에 대한 각오가 교차된 표정이었다.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 문인들이 대거 참석, 새로운 출발점에 선 후배 문인들을 격려했으며 당선자들은 "신묘년 새해 등단의 날개를 달아 준 심사위원과 전북일보에 감사드린다"며 더욱 정진하겠다고 약속했다.가천문화재단이 후원한 올해 신춘문예는 시 852편, 수필 350편, 소설 64편, 동화 48편등 총 1314편이 접수, 지난해 1395편에 비하면 다소 줄었다.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이 출품됐으며 몇년전부터 이어진 40대의 약진은 올해도 두드러졌다. 덕분에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다.임명진 심사위원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며 "올해 신춘문예가 20~30대 보다 40대 이후 장년층 응모자들이 많았는데, 젊은 혈기의 청년 예술이 잘 숙성된 예술로 발효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켜온 당선자들의 의지가 진정 문학정신이 아닌가 싶다"며 "전북일보 역시 당선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다음과 같다.(가나다순)경종호 구순자 김경희 김계식 김기화 김 영 김용택 김정길 김정웅 김종필 김철규 김 학 김형진 류희옥 문 신 서정환 서재균 소재호 송 희 안도현 양봉선 임명진 유인명 윤이현 이기반 이근풍 이목윤 이소애 이정숙 안평옥 안도 장태윤 정군수 정병열 정희수 진원종 조기호 조미애 주봉구 윤석조 이운룡 허소라 허호석 최기우 최 영 황영순
진안군청 성진수 시인이 올해 진안문학상을 시상다.한국문인협회 진안군지부는 '제7회 진안문학상'수상자로 진안군보건소 행정담당인 성 계장을 선정해 이달 14일 수상식을 가졌다고 17일 밝혔다.이번 심사에서 성 시인은 2005년 한울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해 현재 한국문인협회 진안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하며, 진안군의 문화예술분야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그는 지난 2006년 12월 첫 시집인'굿바이 B형'을 발간했으며, 2007년 8월 두 번째 시집 '굿모닝 진안'을 선보이며 고향에 대한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했다.성 시인은 이번 수상에서 "자라나는 진안의 후배들에게 문학인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며 시상금 100만원을 '진안사랑 장학재단'에 쾌척해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타계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대표적 글을 모은 책 '희망'(한길사)이 출간됐다.2006년 12권으로 출간된 '리영희저작집'에 실린 글 가운데 리영희 사상의 정수와 빼어난 문장력, 문학성을 담은 글을 추려 한데 엮은 것이다.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정세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과학 논문보다는 그의 사상적 바탕을 이루는 인문학적인 글에 무게를 뒀다.분단의 비극, 통일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독재체제와 민주주의 투쟁 같은 담론뿐 아니라 인간 존재론, 역사, 평화, 신앙, 자연, 예술을 주제로 한 글에도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그의 지혜가 담겼다.리영희의 고향인 평안북도에 '어둑서니'란 말이 있다.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잘못 보이는 물체나 헛것, 즉 우상이란 뜻이다."어린 시절 북쪽 나라 고향에 사는 어둑서니는, 나와 같은 어린이들이 땅 위를 내려다볼 때 처음에는 달걀만한 작은 크기이지만 무서워서 올려다보기 시작하면 점점 더 커지고, 겁에 질려서 하늘을 바라보면 그 크기가 하늘 전체를 시커멓게 덮을 만큼 무서운 형상이 되어 우리 어린이들의 뒤를 쫓아오곤 했다. 나는 일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삭주군 대관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밤길을 가다가 이 어둑서니를 만나, 겁에 질려서 캄캄한 밤거리를 죽으라 하고 도망치던 소년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무한경쟁시대와 정보화와 인간』중)리영희에게 글쓰기는 우상을 부수는 이성의 회복 활동이었다. 거짓으로 점철된 권력과 철학, 학문, 신앙, 교육, 언론은 진실에 다가서려는 이성을 어둑서니로 학살하고 있다는 게 그의 현실인식이었다.'D검사와 이 교수의 하루' '『우상과 이성』 일대기' '핵무기와 인류의 양심' '불효자의 변'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 배우자' '내가 아직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기술·전쟁·인간·인간성' 등 대표적인 글이 실렸다.이 책의 엮은이이자 2005년 리 교수와 나눈 대담을 '대화'로 펴냈던 문학평론가임헌영씨는 "리 교수의 칼럼은 정지용의 어휘력과 피천득의 서정성, 법정 스님의 안정감, 고은의 기지에다 진중권의 예리성을 두루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660쪽. 2만2천원.
수필과 비평사(회장 라대곤)가 주최하는 '제16회 신곡문학상 대상'에 평론집 「한국수필비평」을 펴낸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가 선정됐다. 본상은 수필집 「나도 詩 지어놓은 것이 있는디」를 출간한 김향자씨, 수필집 「찌륵소」를 내놓은 윤석희씨, 수필집 「파로호에 잠긴 초록별을 낚다」를 펴낸 심선경씨가 공동 수상하게 됐다.유 교수는 "신곡문학상은 문학의 변두리에 있는듯 하면서도 정작 문학의 중심에 있는 수필에 주어지는 상"이라며 "수필에 대한 나의 믿음과 애정이 확인된 것 같다"고 밝혔다.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화,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한 유 교수는 시집 「사랑은 흔들리는 행복입니다」와 평론집 「문학의 모방과 모반」, 「현대불교문학의 이해」 를 비롯해 동화 「무지개는 내 친구」를 펴냈으며,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1988), 만해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향자씨는 1995년 「수필과 비평」으로 문단에 나와 수필집 「개미 발을 밟았어요」(2003)를 펴낸 바 있으며, 대한문학상(2003), 광주문학상(2005), 광주문화예술공로상(2007)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수필과 비평 광주수필문학회 부회장, 여류수필문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심선경씨는 첫 수필집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산지부 부회장과 부경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윤석희씨도 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문단에서 활동하게 됐으며, 수필집 「바람이어라」, 「찌륵소」를 펴낸 바 있다. 현재 수필가비평작가회의·계룡수필문학회·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2011 신인상은 강 천 서영주 이명자 이신구 최기술 박종승 서용태 이영순 이은영 장병선 한조자 박귀숙 박종임 신창선 장재정씨로 결정됐다.시상식은 22일 오후 3시30분 전주 관광호텔. 23일에는 군산의 개발과 수탈의 현장을 돌아보는 문학 기행도 준비돼 있다.
종이에 손을 베었다. 별 것 아닌 상처인데 피가 스물 스물 맺히고 은근한 통증이 신경 쓰이게 만든다. 크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면서 쉽게 놔버릴 수도 없는 상처. 이렇게 장하준의 책은 종이엔 벤 손의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경제나 정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적어도 연예인이나 스포츠 보다는 그렇지 않은가. 더군다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정책이나 거시경제 같은 부분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 같다. 그래서 장하준의 책을 읽으면 그 독설과 직설적인 내용 속에서도 크게 깨달아 지는 것은 없다. '아, 위험하구나'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같은 단편적인 생각에서 끝나는 것. 하지만 어느새 신경 쓰게 된다. 물건을 살 때도, 뉴스를 볼 때도 타고난 그의 지적이 떠오르고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리 작은 상처도 덧난 후에는 더욱 고통스럽고 고치기 어렵다는 걸.▲ 자유시장 자본주의라는 환상 깨기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저/ 부키/ 1만 4,800원"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장하준이 쓴 책은 여러 권이지만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있다.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을 가진 자본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 이라는 것. 그러나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한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본디 알고 있는 자본주의가 지금 우리 시장을 움직이는 자본주의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갈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을 토대로 경제 시민으로서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재미'면에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보다 떨어지지만 그의 책 중에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꼽는다.▲ 신자유주의적 조류 '경제 교과서' -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저/ 부치/ 1만 4,000원만약 누군가 장하준 교수의 책을 한 권만 추천하라면 단연 이 책부터 꺼내들고 싶다.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그의 책들 중에서 이해하기 쉬운 축에 속하기 때문. 또한 장하준 교수의 신작을 읽고 싶다면 거쳐 가야 할 준비운동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 동안 우리에게 긍정적으로만 알려졌던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한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허구, 부자나라가 생긴 과정, 우리가 진짜라 믿고 있지만 진실이 아닌 역사적 사실 등을 진지하게 접근한 것. 우울한 시작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발전시킬 방법과 낙관적인 시선으로 끝을 맺어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다. 저자의 6살 난 아들을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쓴 부분이나 낯익은 회사명들이 책에대한 접근을 더욱 쉽게 해줄 것이다.▲ 희망과 절망 사이, 한국경제의 단면 - 장하준,한국경제 길을 말하다장하준 저/ 시대의 창/ 13,500원'위기의 대한민구,상생의 대안,사회적 대타협' 이란 부제가 붙은 책. 2007년에 출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신기할 정도다. 사람들은 대부분 힘든 상황이 오면 비관적으로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혹시나'하는 희망을 갖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장하준은 너무나 잔인하게도 한국 경제를 현실 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대안이 더 믿음이 가는지 모르겠다. 전문인이 바라본 경제의 합리적인 단면을 인터뷰 작가 지승호가 쉽게 풀어내 일반인들이 읽기 좋은 책. '세상이 꼭 흑백이 아니고 진실이 한 가지만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알아보자.
전북시인협회(회장 유대준)의 '제11회 전북 시인상'에 심옥남 시인(51·익산부천중 국어 교사)이 선정됐다.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용옥)는 그의 시'왔다 갔다'가 동백꽃을 통해 기다림 미학을 아름다운 서정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심 시인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허둥되다 보니 시를 짓는 일에 소흘했는데, 이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 없는 만큼 시를 통해 내 삶을 풍성하게 살찌우고 싶다"고 말했다.임실 출생인 그는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199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시집 「세상,너에게」,「나비돛」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5시 전주 춘향골. 전북시인협회의 동인집 「시의 땅」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린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도루코 칼로 연필 깎아주곤 하셨다. 자동연필깎이는 연필심을 빨리 닳게 한다고 나중에는 직접 손으로 깎게 하셨다. 물론 어릴 때에는 친구집에 들러 필통 속의 연필을 죄다 자동연필깎이로 깎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필자는 아직도 연필을 쓴다. 어디 번듯하게 내놓을 필체는 아니지만, 무엇이든 우선은 연필로 쓰는 것이 참 좋다. 그래서 책상에는 잘 깎인 뾰족한 연필들이 늘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사실, 게으른 필자가 뭔가를 끼적거리는 이유에는 '연필의 힘'이 크다. 무엇이든 쓰게 하는 것도, 간혹 읽을 만한 졸작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다 연필 덕분이기 때문이다. 연필 덕을 보고 사는 필자로서는 연필이 지닌 위대한 힘을 믿지 않을 수가 없다.그래서인지 연필을 닮은 책들이 참 좋다. 인쇄술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몽글몽글하고 뭉글뭉글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다는 것이다. 책을 펼치면 그 단단하고 날렵한 활자에도 연필의 기억이 살아 있다. 누군가가 또박또박 사각사각 써내려갔을 두근거리는 이야기들이 있고, 잘 부러져도 침 묻혀가며 꼭 꼭 눌러쓴 연필심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1992년 8월에 창간하여 지난 20년 가까이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의 따뜻한 삶을 담아온 월간 「좋은생각」.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잡지에는 우리 가족이, 친구가, 이웃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그러므로 이것은 책이 아니라 편지다. 누군가가 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대에게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깃들어 있는지 받아들자마자 읽고 싶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뜯어버릴 수 없는 편지다. 이윽고 조심스레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종이를 펼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손 글씨가 보인다. 쓰여 있는 이야기는 눈으로 읽고, 쓰여 있지 않은 이야기는 마음으로 읽는다.악필이든 아니든, 손 글씨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성격, 기분, 상황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눈매와 입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여 편지를 읽다보면 그 사람이 봄을 닮았는지, 여름을 닮았는지, 가을 혹은 겨울을 닮았는지 알게 된다. 고백할까 말까 주저하는 사람의 손 글씨와 한달음에 써 내려간 사람의 손 글씨도 꽤나 다르다. 손 글씨의 매력은 이런 데 있다. 행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진정,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이 책은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들이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 일궈낸 것이다. 따라서 옆집 아주머니, 뒷집 총각 같은 평범한 이웃의 기쁨과 아픔과 웃음, 추억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러니 정갈한 활자가 심장을 꿰뚫을 때가 있다. 책 한 권이 마음을 후려칠 때가 있다. 지우고 쓰고, 지우고 썼을 손 글씨가 느껴지는 '참'다운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좋은 생각」.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36.5℃의 사람 사는 이야기.오늘 밤, 그대에게 길고 긴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연필을 깎아야겠다.▲ 이현수 시인은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전북 문단의 기상도는 어떻게 펼쳐질까.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천)가 1월 새로운 수장을 맞으면서 집행부를 다시 꾸린다. '제1회 전국 문학관 대표자 회의'가 2월 최명희문학관에서 마련되고, 격월간지 「수필과 비평」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월간지로 거듭나면서 지역 문단을 풍성하게 살찌울 것으로 보인다. 장편소설 부문으로 5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제1회 혼불문학상'이 올해 8월 첫 주인공을 기다린다.▲ 전북문협, 전북문학관 추진…전북작가회의, 새로운 집행부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이하 전북문협)는 올해도 문단 안팎으로 다양한 소통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개관 예정이었던 전북문학관의 예산을 확보해 문향(文鄕)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전북도의 지원으로 지역 작가 46명의 책들을 구입해 도내 56곳 작은 도서관에 비치한 전북문협은 올해도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 「전북문단」과 전북문협 신문 발행, 새만금 문학제와 전북도민해변문예대학 추진 등을 통해 문단 내 화합의 장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문인들이 등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천)는 올해 신임 회장을 선출하면서, 새롭게 집행부를 꾸린다. 기존 사업을 수행하는 데 그쳐왔다는 지적을 받은 전북작가회의는 젊은 작가들의 활동 침체, 회원 가입 정체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계획이다.▲ 신아출판사, 출간 20주년 맞아 「수필과 비평」 월간지로 펴내신아출판사(대표 서정환)는 매년 100권 가까이 책을 출간해오면서 '중앙 문학의 권력화','지역 문학의 종속화'라는 등식을 깨뜨려온 곳이다. 신아출판사는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은 「수필과 비평」을 격월이 아닌 월간지로 새롭게 출간하면서, 중앙에서 우수 문예지로 꼽혔던 「문예연구」를 비롯해 「소년 문학」, 「좋은 수필사」, 「계간문예」 등을 펴내 지역 문단을 지켜간다. 수필이 변두리 문학으로 천대받던 시절 수필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해왔던 신아출판사는 「좋은 수필사」를 통해 '현대 수필가 100인선'을 선정, 한국 수필 문학사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제1회 전국 문학관 대표자 회의' 2월 개최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제1회 전국 문학관 대표자 회의'를 2월 전주로 유치했다. 한국문학관협회(회장 김후란)가 창립 이래 지역에서 처음 갖는 행사로 지역 문학관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담론이 전주에서 이어진다. 최명희문학관은 올해 '문학인과 돌려 읽는 헌 책'과 '문학 강연 지원 사업'을 신설, 서가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기증 받아 관람객에게 제공하면서 대학·동호회·문학단체 등에서 신청 받아 '최명희와 혼불','전주의 문학'을 테마로 한 문학 강연을 지원한다. 소설가 최명희씨를 비롯해 작고 문인 조명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전주와 전북의 역사적 전통을 세우는 일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혼불문학상 첫 공모…다양한 문학상 내실 다져야문학상은 현재 문학계 지형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올해는 상금 5000만원이 걸린 장편소설 공모전 혼불문학상이 제정된 첫 해다. 전주문화방송이 주최하고, 혼불문학상제정위원회가 주관한 혼불문학상은 앞으로 전북을 문학의 고장으로 각인시키고, 전북 문단의 맥을 이어가는 공모전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도내에 문학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데다 사숙관계나 친분관계로 수상작가가 결정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한 문화예술인은 "문학상의 이념 부재, 심사위원의 친분관계로 문학상이 정해져 중견·원로 작가들의 공로 잔치로 보일 때가 많다"고 꼬집으면서 " 평균적으로 미학적인 모범성을 갖춘 작품에 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별한 개성에 주는 상은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해를 맞으면 반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다이어리 준비하기 같은 소소한 일부터 새해에 빠뜨릴 수 없는 한해의 결심 같은 것들이 그 예. 다이어트 하기와 금연은 새해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고 모르긴 몰라도 영어 공부는 영원히 지속될 다짐 중 하나다. 이런 결심들과 함께 2011년은 책 읽기도 더해보면 어떨까? 핸드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에 뜬 글자가 아닌 종이에 프린트 된 활자를 읽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나 이미 책 읽기를 결심한 독자가 이번 '키워드로 책 읽기'를 참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제 선택하기가 더 힘들었다. 너무 무거운 주제면 시작과 동시에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제는 피하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고민 끝에 선택한 이번 주 키워드는 바로 '중국'이다. 세계의 대세로 떠오른 중국을 책으로 읽고 나 스스로를 넘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다소 무거운 키워드가 될지도 몰라 입문서로 이 책을 먼저 추천한다.▲ 20세기 중국사(알랭 루 저/ 책과함께/ 2만원)저자는 중국을 연구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국학자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만들어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역사서. 무엇보다 입문서에 걸맞게 '중국사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열쇠'로 책을 시작해 역사를 두려워하는 독자에게도 친절히 다가온다. 청 제국의 몰락을 시작으로 무력항쟁과 마오쩌둥주의의 해체까지 20세기 중국을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문헌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에서 방영된 연속극이나 영화, 그리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중국 관련 인터넷 자료, 간행물을 더해 사회적인 사건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 지난 100년을 정리한 연표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약력 또한 일목요연하게 파악 할 수 있도록 제공해 책을 읽는데 참고할 수 있다. 겉으로만 보는 중국이 아닌 그 안의 사회가 진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알 수 있어 읽어 볼만한 책. 21세기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차이나 트렌드(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앙북스/ 1만 8,000원)과거의 중국을 이해했다면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은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차이나 트렌드」는 현재의 중국과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한눈에 파악하는데 완벽한 책. 중국의 동향을 많은 도표와 그림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넘쳐나는 중국에 대한 분석과 보도를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알짜배기만 정리한 것. 경제 이슈부터 정치, 사회, 군사 등 중국의 모든 정보를 포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뽑은 11개의 키워드를 따라 책을 읽다보면 중국의 진짜 모습이 보이게 될 것. 내수시장이나 외교 인터넷등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만 뽑아 읽기에도 편리하다. 전문가가 만들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도 거부감이 없도록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는 책.▲ 중화를 찾아서(위치우이/ 미래인/ 2만원)앞의 두 권의 책이 외국인이 바라본 중국이라면 「중화를 찾아서」는 예술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인 중국인 위치우이가 생각하는 중국. 특히 이 책은 중국을 문화사로 풀어내고 있다. 고대의 하상주 시대에서 현대의 문화대혁명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중화문화의 흐름을 되짚어 가는 것.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중국의 대국주의와 대중화주의가 한족 위주의 혈통주의로 빠져 흑백논리로 판단하게 된다는 지적에서 찾을 수 있다. 중화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부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의외의 주장이 새롭게 다가오며 독자들에게 또 다른 생각의 기회를 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우리 자신에게는 중화주의에 무조선 휩쓸려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되는 책.「중화를 찾아서」가 절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책들을 통해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가장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인 것은 틀림없다.
"젊음을 색깔로 표현하면 초록이다. 그러나 갈색이나 똥색인 젊음도 있다. 희망을 상실한 젊음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 한평생 어둠만 지속되는 인생은 없다. 다만 지금은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자."(401쪽)트위터 스타인 소설가 이외수(64) 씨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해냄 펴냄)가 나왔다.1992년 출간된 에세이집 '흐린 세상 건너기'의 일부 원고에 작가가 새로 쓴 글과 에세이집 '하악하악' 등에 참여했던 박경진 씨의 그림을 더한 개정증보판이다.삶의 지혜를 담은 동서고금의 글들을 수록했던 원작에서 명언을 빼고 다양한 일화만 실었으며, 생각의 여운을 남기는 이씨의 짧은 글 119편을 추가했다.이씨는 "모든 하루는 모든 인생의 중심"이라며 하루하루에 소중하고 충실히 보낼 것을 당부하고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아프냐. 더 아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아픔은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슬프냐. 더 슬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슬픔은 저절로사라져버릴 것이다."(59쪽) 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절망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절망이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용기를 불어넣는다.416쪽. 1만2천800원.
'한국의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조용필도 환갑을 넘겼다. 엄습했던 환갑의 공포를 이겨낸 그는 지난해 소록도에서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가졌다. 그의 음악은 이제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익두 전북대 국문학과 교수(56)가 '국민 가수' 조용필의 인생이 담긴 「조용필의 음악세계」(평민사)를 펴냈다."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은데, 노래로 자기 세계를 구축한 가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나는 조용필 노래에서 '한국적 정한'이 담겨 있다고 봤어요. 그의 모든 노래에 샘이자 뿌리죠."그와 조용필의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조용필 매니저 장두익의 소개로 그를 만났다"며 키는 작지만 아우라가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조용필은 당시 '한(恨)'을 강조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망국의 한이 시대적인 한이라면, 고려가요 '가시리'와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에서 노래되는 민족 정서의 한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적었다. 그래서 조용필의 노래는 미당 서정주의 시(詩)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 겨울의 찻집'은 서정주의 '동천(冬天)'과 닮았다고 했다."그의 노래는 정한을 폭발적으로 토로하는 노래가 아니라,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관조하고 서서히 체념해 가는 노래입니다. 그 정한을 아름답게 정화(淨化)해 나가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시인의 일생을 대변해주는 자전적인 시가 있듯, 가수에게도 가수의 삶을 대변해주는 자전적인 노래가 있다. 조용필의 대표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김희갑 양인자 부부의 작사·작곡에 의해 나온 작품. 이들 부부는 "조용필은 술을 마시면서도 음악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며 "라이브 음악만 고집하는 걸 보면 진정한 프로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그는 조용필의 성음·창법·가사·반주·공연 등에 관한 음악적 성과를 집대성했다. 지난해 초고를 탈고해 10년 가까이 걸린 작업. 그는 "전공이 아닌 분야라 힘들었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매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그는 은퇴 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전북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제2회 「객석」 예술평론상(1991), 제3회 판소리 학술상(2003), 제3회 노정 학술상(2003) 등을 수상했으며, 우리의 전통 소리에도 조예가 깊어 「전북의 민요」,「전북의 노동요」, 「위도 띠뱃놀이」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가람기념사업회(회장 김제현)는 4일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최근에 '가람시학 창간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창간호는 46판 변형으로 가로 17.5cm, 세로 21cm이며, 386쪽의 방대한 분량이다.또한 이번 창간호에는 익산시 조례에 따라 시상하는 가람시조문학상의 역대 수상자 30명 가운데 12명의 작품 등 모두 117명의 시조시인들의 대표작과 신작이 수록되어 있다.전국의 내로라 하는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총망라하여 시조집을 내는 경우는 문단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특히 이번 창간호는 특집으로 제29회·제30회 가람시조문학상을 수상한 김영재·유재영 시조시인의 수상작과 대표작, 제1회·제2회 가람시조신인 문학상을 받은 정용국·이송희 시조시인의 수상작과 대표작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이 밖에 제2회 가람시조문학제 때 주제 발표에 나선 경기대 이지엽 교수의 '가람 시조의 탈정형 형식 일고', 한양대 유성호 교수의 '정형 양식의 위의로서의 음악성'이란 글도 실려 있고, 가람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제1회, 제2회 전국시조백일장 수상작도 실려있다.한편 가람기념사업회는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하는 추모 사업을 펼치면서 시조 보급 활동에 나서고 있는 단체로, 시조시인과 각계인사, 주민 등 회원 1100여명으로 조직되어 있다.
해마다 기대 이상으로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안겼던 전북 문단이 올해는 조용하다. 올해 전국 신춘문예에 전북 지역에서 당선된 이들은 문화일보 희곡 부문 노대원(28)씨, 전북일보 동화 부문 홍인재(43)씨, 전북도민일보 시 부문 하미경(42)씨와 수필 부문 배귀선(54)씨. 매년 조선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 등 전국에서 강세를 보였던 전북의 문청(文靑)들이 올해는 전북 문단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같은 현실은 다변화된 글쓰기 환경, 젊은층의 사그라든 글쓰기 열기 등이 작용한다.박태건 원광대 교수는 "올해 신춘문예 등단자 숫자만으로 문단의 열기가 줄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5년 전부터 문청들의 문학에 대한 촉기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국 대학에 문예창작학과(이하 문창과)가 생기면서 신춘문예가 문창과 졸업생·재학생 중심의 글쓰기 공모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 박 교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상금이 있으면 도전해 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사고방식도 만연돼 있다"며 "문학에 대한 시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고도 했다.이병천 전북작가회의 회장(소설가)은 젊은층이 신춘문예 도전에 시들해진 것에 대해 완성하거나 바꿔야 할 현실이 없고, 지켜야 하는 주체도 없고, 부채의식이나 짊어져야 할 상처도 없는 이들에게 문학은 더이상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문학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자신만의 윤리를 만들거나 아예 이 환상이나 비현실적 질서로 일탈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신춘문예가 여전히 실력 있는 예비 문인들의 관문이기는 해도 다변화된 글쓰기 환경으로 그 권위가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박성우 시인은 "이젠 고급 독자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평생교육원·문화의집에서 뒤늦게 글쓰기 수업을 받는 중년층이 카페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 '생활형 글쓰기'를 하면서 신춘문예가 작가가 되기 위한 절박한 통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등단을 했더라도 출판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괜찮은 출판사에서 시집 한 권 내기가 힘든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최명표 문학평론가도 "젊은층이 신춘문예 보다 방송작가에 관심이 높은 것도 글쓰기와 밥벌이를 연관시키기 때문"이라며 "또한 사회구조와 현실의 작동 방식에 대해 글을 쓰기 보다는 살아가는 것의 고통스러움을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서 풀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저술을 남겼다는 다산 정약용의 글 중에 어느 것인들 귀하지 않을까마는, 오래전부터 가서(家書) 가계(家誡) 증서들이야말로 다산의 인품과 철학·문학사상을 제대로 나타낸 글이라 정평이 나 있다.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편역으로 1979년 시인사에서 출간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1991년 「창비」로 판권이 넘어가 창비교양문고로 출간되고, 이후 2001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으며, 2009년 초간본 발행 30주년을 기념하여 네 번째 개정 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이처럼 이 책이 장기 스터디셀러가 된 것은 그가 보낸 편지 속에 인간 정약용의 진정성이 담겨서이며, 또 그의 인간적 면모나 사상 및 학문에 대한 관심사 등 그의 삶 전체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정약용이 유배지 남도 땅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와 가훈으로 내려준 편지,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둘째 형님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 친지들에게 교훈삼아 내려준 편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편지로 구별되어 있으며, 하나의 편지에 들어있는 여러 주제는 주제별로 간략한 제목이 붙어 있다."내가 밤낮으로 애태우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너희들 뼈가 점점 굳어지고 기운이 거칠어져 한두 해 더 지나버리면 완전히 내 뜻을 저버리고 보잘 것 없는 생활로 빠져버리고 말 것만 같은 초조감 때문이다. 작년에는 그런 걱정에 병까지 얻었다. 지난여름은 앓다가 세월을 허송했으며 10월 이후로는 더 말하지 않겠다." (1803년 정월 초하루,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척박한 유배의 삶을 살면서도 고향의 두 아들 학연과 학유를 독촉하고 격려한 200여 년 전의 아버지 정약용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몇 해 전 야구방망이를 사람에게 휘둘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대기업 총수의 도를 넘은 맹목적 자식사랑에 오버랩 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개인주의 팽배로 점차 가족윤리가 무너지고 스승과 제자간의 의리 또한 무너지고 있는 세상에 내리는 서늘한 죽비 소리이다. 편역자의 말대로 우리는 다산이 그토록 강조했던 효(孝)와 제(弟)의 정신과 스승과 제자 간의 간절한 편지글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과 사제 간의 참다운 의리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들의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가 좋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문장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며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오늘날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200년이라는 시차를 넘어 다산의 서간문은 여러 의미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의 자식교육법과 독서법을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며, 대학자이자 정치가, 사상가였던 인간 정약용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전통적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소중한 우리의 미풍양속과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안성덕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전력 전주전력관리처에 몸담고 있으며 원광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중이다.
하늘과 황금들판이 만나는 풍요의 땅에서 문기(文氣)를 받은 김제 문인들이 뭉쳤다. 지난 2008년 결성된 '지평선 시동인(회장 장종권)'은 김제 출생이면서 다른 지역에 거주하거나 김제에 사는 문인들로 한국 시단에서 활동을 하는 이들로 구성됐다."동인을 만들어 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80년대 이야기구요, 각기 확고한 시 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침체된 김제 문학을 끌어올려 전국적인 문학의 성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낸 겁니다."회원들은 장종권 회장을 주축으로 4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중견 시인들. 서규정 김유석 이인순 장경기씨 등은 각기 경향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 를 통해 등단했고, 「문학과 비평」, 「현대시」 등을 통해 문단에 나온 이들로 문학적 역량이 남다르다. 이들은 매년 두 번 정기 모임을 통해 지평선 문학상(가칭) 제정을 통해 김제 지역 젊은 시인을 발굴하고,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장 회장은 "강원 박인환 문학상, 전남 여수 해양문학상, 강진 영랑문학상,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상을 제정했거나 제정하고 있지만, 김제는 걸음마 수준"이라며 "김제 문학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새해 아침 신문에 나오는 당선자 발표의 감동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겁니다. 모래밭을 사박사박 걷듯이 단어 하나하나 결을 조심스레 매만지고 다듬던 이들. 꿈에 그리던 '등단(登壇)'이란 선물을 받은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각자의 골방에서 한 줄 한 줄 '청춘 백서'를 완성하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문학청년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당선작은 전북일보 홈페이지(www.jjan.kr)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2011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 시= 장정희(45·창원시 내서읍) '오래된 골목'△ 수필= 조 숙(48·포항시 연일읍) '미역할매의 노래'△ 동화= 홍인재(42·전주시 효자동 3가) '탈'△ 소설= 강필선(24·광주시 진월동) '인어공주'◆ 심사위원△ 시= 황동규 안도현△ 수필= 정목일 오하근△ 동화= 서재균 윤이현△ 소설= 송하춘 임명진
그것은 문구점 한쪽 구석진 곳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 처박혀 있었어. 아이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는 거야. 무심코 집어 들었어. 그리고 숨을 잔뜩 들이마셨다가 켜켜이 쌓인 먼지를 젖 먹던 힘을 내어 불어내고 손으로 대충 닦았어. 불그레한 얼굴에 이마는 툭 튀어 나오고 눈은 뻥 뚫려 있었어. 주먹코는 납작한데 입은 헤벌리고 있는 거야. 참, 볼만하더군.-그래, 바로 이거야.등교시간 문구점 안은 학교에 준비물을 사 가려는 아이들로 북새통이었어. 모두들 서로 먼저 계산을 하려고 아우성이었지.-짜식들, 학교에 좀 늦으면 어때서.난 맨 뒤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다음에 계산대로 갔어."아저씨, 이거 얼마에요?""어. 수민이 왔니? 근데 이게 뭐지. 처음 보는 건데. 이거 어디에 있었니?"아저씨가 그것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어."저 안쪽 선반에요. 얼마에요? 나 많이 늦었는데.""글쎄. 가격을 잘 모르겠는데. 이거 얼마를 받아야 하나. 그냥 오백 원만 내라."학교 가는 길에 바람이 찼어. 휘파람이 절로 나더군. 맘에 드는 물건을 손에 넣어서 정말 기뻤어.'땡'하고 2교시 끝 종이 울리자마자 난 그것을 꺼냈어. 순식간에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더니 모두들 한마디씩 했지."우와, 이거 재밌게 생겼다.""한번 써보면 안될까?"난 애들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어. 그리고 거들먹거리며 절대로 안 된다고 했지. 그렇게 애들을 따돌리고 그것을 요리조리 살펴보니 안쪽에 깨알 같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어. 마법의 주문처럼.'억울할 때 탈을 써봐.'미술시간은 정말 시끄러웠지. 그런데 그 틈을 비집고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어.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나는 금방 눈치 챘지. 내 짝꿍 찬이가 몰래 방귀 뀐 것을 말이야.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내가 아니지. 나는 벌떡 일어나 손나팔을 만들었어."아-. 아-. 주민여러분.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김찬. 아-.아-. 바로 우리 반 김찬이라는 아이가 똥방구를 뀌었으니 모두 방독면을 쓰고 대피하시기 바랍니다."교실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 그 시끄럽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 내가 홈런을 친 거야. 잠시 후 상황 파악을 했는지 남자 아이들은 교실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여자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웃었어. 찬이만 얼굴이 빨개진 채 주먹을 치켜들고 나를 노려보았어. 눈에는 물기가 가득했지.바로 그때였어."아야! 아……. 아파요."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별 수천 개가 떴어.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어. 찬이가 아닌 벌름코에게 귓불을 잡혔어. 벌름코가 누구냐고? 벌름코는 바로 우리 선생님이야. 화가 났을 때마다 코를 벌름거린다고 우리가 지어준 별명이지. 벌름코가 눈을 치켜뜨고 양쪽 귀를 잡아 당겼어."너 이놈의 자식. 또 사고 쳤지?"벌름코는 그 우악스러운 손으로 내 귀를 잡고 한껏 위로 끌어올렸어. 난 양쪽 귀를 잡혀 허공에 뜬 채 발을 동동 굴렀어. 귓불에 불이 난 것 같았지 뭐야. 한참 후에야 벌름코가 귀를 놓아 주었어.근데 너무 아프고 억울해서 질금질금 눈물이 새어 나오는 거야.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이 창피해서 그 탈을 얼굴에 썼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억울했어. 내가 놀리긴 했지만 찬이가 방귀를 뀐 건 사실이잖아.-억울해. 정말 억울해. 나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탈을 쓴 채 벌름코를 노려보며 중얼거렸어. 그러자 그 일이 터진 거야. 그 이상한 탈이 내 얼굴에 딱 달라붙으면서 녹는 거 같았어. 약간 따끔거렸어. 머리가 잠시 어지러웠고 몸도 조금 붕 뜬 것 같았지."어, 선생님이 왜 여기 앉아 있어요?"바로 그때, 옆에서 애들이 웅성거리며 나한테 말하는 거야."선생님,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돼요?"이어서 성재가 날 보며 물었어.-얘가 미쳤나. 왜 날 보고 선생님이래.근데 더욱 놀라운 일은 그때부터야. 앞을 보니 저 멀리 벌름코 자리에 내가 앉아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린 눈이 딱 마주쳤어. 놀라 등잔만 해진 눈이 정말 볼만했어. 난 순간 이 상황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거야. 그러나 아직 벌름코는 상황 파악을 못 했는지 성재한테 큰 소리로 말하는 거야."안 돼. 수업 끝나고 가."그러자 성재가 큰소리로 말했어."야, 수민이 너 이 자식. 왜 네가 거기에 앉아 있어. 그리고 선생님한테 물었는데 네가 왜 대답해?"벌름코가 벌떡 일어섰어. 그리고는 바람처럼 달려와서는 평소 버릇대로 성재 머리에 꿀밤을 먹였어. 그러자 성재가 벌름코한테 달려들었어. 난 이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정리가 되었어. 그래, 그랬어. 내가 선생님이 되어 있었던 거야. 선생님은 내가 되어 있었고. 웃음이 쿡쿡 나왔어. 난 벌름코처럼 큰 소리로 힘차게 말했어."이놈의 자식들 그만하지 못해."간신히 둘을 떼어놓고 난 후 양쪽 다 귓불을 한껏 잡아 당겼지. 그리고 벌름코 머리를 한 대 더 쥐어박았어. 벌름코 눈에서 불꽃이 '파박'하고 튀었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름코를 향해 씩하고 웃어주었어. 벌름코가 뭐라고 하려다 입을 꾹 다무는 게 보였어. 아마 이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이제 교실에서는 내가 왕이었어.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었지. 사회시간에는 자율학습을 시켰어. 책상 사이를 걸어 다니며 숨소리도 못 내게 했지. 떠드는 애들은 귀를 잡아 당겼어. 특히 뒷자리에 앉아서 힘세다고 거들먹거리던 놈들을 주로 말이야. 국어시간에는 인심을 썼어. 오락시간을 주니까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지. 모두들 신나게 떠들었어. 하도 떠드니까 옆 반 선생님이 우리 교실을 들여다보러 와서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냥 가버렸어.근데 4교시 수학시간이 문제였어. 또 자습을 시키려고 하는데 민지가 손을 번쩍 들고 말하는 거야."선생님, 질문 하나 해도 돼요?"그리고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수학책을 들고 앞으로 나오는 거야. 민지는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였어.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를 멀리서만 봐도 심장이 콩닥거렸거든. 그런 민지가 내 옆에 얼굴을 바짝 대고 문제를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어.-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그때 내 얼굴에 아마 종이를 갖다 대면 불이 붙고도 남았을 거야. 그런데 아뿔싸. 민지는 도형을 그리는 방법을 물어보았어. 곱하기 정도라면 모를까 도형을 어떻게 그리지? 어떻게든 민지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내 머릿속이 캄캄한 터널 같았어. 아이들이 숨을 죽인 채 날 바라보았어. 서른 개의 까만 눈동자가 일시에 날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지.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어.-아! 어떻게 해야 하지.앞이 캄캄했어. 그런데 다시 또 누군가 손을 들었어. 벌름코였어. 나와 눈이 마주친 벌름코가 한쪽 눈을 찡긋했어."선생님, 그거 제가 설명하면 안 될까요?"벌름코가 또박또박 말했어.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어. 난 못이기는 척하고 벌름코에게 기회를 주었지. 벌름코가 매끄럽게 설명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어."와! 수민아. 너 정말 잘한다."아이들이 모두 한 마디씩 했지. 민지가 살짝 웃는 모습이 보였어. 다행히 벌름코 덕분에 위기를 넘겼어.-벌름코. 아까 내 귀 잡아당긴 것 용서해줄게. 이젠 억울한 거 다 가셨어.바로 그 때였어. 내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약간 어지러움이 느껴졌어."수민아, 탈 벗고 이제 네 자리로 돌아가야지."벌름코가 웃으며 선생님 의자에 앉아있던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거렸어.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도 내 얼굴에 아까 그 탈이 씌워져 있었던 거야.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에 벌름코와 나만 남았어. 선생님이 코를 벌름거리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셨어. 벌름거리는 코를 보자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어. 한참 후에 벌름코가 씩 웃으며 말했어."수민아, 그 탈 좀 빌릴 수 없을까?"
신춘문예라는 등용문은 언제나 응모자들과 더불어 심사하는 사람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예심을 거쳐서 넘겨받은 작품은 '탈' 등 6편이었다. 심사를 맡은 두 사람은 각자 읽고 또 읽어보면서 거르기를 했다. 그런 다음 작품마다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다섯 병의 붉은 와인'은 주인공이 어린이고 어린이 입장에서 써졌는가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아빠는 슈퍼맨'은 실업문제를 다룬 소재로 어린이들의 생활과 약간의 거리가 있고, 교훈성도 그리 크지 않았다.'그래도 난 행운이야'는 낚시 이야기로 생명존중과 환경문제를 다루었으나 조금은 작위적이어서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지 않나 싶다.'인형그리기'는 생활동화로 우리주변에서 겪을 법한 일을 재미있게 써 주었다. 그러나 좀 더 참신한 소재와 시각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보태졌으면 했다. '얼음나무'는 도입부에서 독특한 과학적 분위기가 돋보였다. 후반부로 오면서 긴장감을 이어가지 못한 점과 코가 찡한 감동이 따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당선작으로 올린 '탈'은 우선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갖게 했다. 문장도 어린이 입장에서의 단문이며, 군더더기가 없었다. 내용도 학교 교실 안에서 있을 법한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또 어린이가 주인공인 점과 구성에서도 "억울할 때 탈을 써 봐."라는 반전의 묘미를 살려서 재미를 주었다. 다만 탈을 쓰는 장면, 즉 환상의 세계로 전환 되는 개연성이 더 그럴법하게 드러났었더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다. 한편 환타지 동화로 대성을 기대해 보고 싶기도 했다.동화는 미래를 창출하는 예지를 담고,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안겨 주어야 한다고 본다.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정진을 바라며 당선을 축하하고, 도전한 다른 분들께도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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