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21 13:05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최명표의 전북 작고 문인을 찾아서] ⑤전북시단의 개척자 유엽(2)

유엽은 생전에 자가본 시집 「임께서 나를 부르시니」(1931), 장편소설 「꿈은 아니언만」(고려사, 1939; 덕흥서림, 1953), 수필집 「화봉섬어」(국제신보사출판부, 1962) 등을 남겼다. 이 중에서 시집의 원본과 소설집의 초판본은 아직 발굴되지 않았다.문학 부문 외에도 유엽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여 큰 족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 불교와 관련된 그의 공은 놀라울 만큼 크고 넓다. 그는 동경 대지진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한용운 스님이 주재한 잡지 「유심」의 발간을 도왔다. 그 후에 그는 금강산 신계사에서 석두 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불가에서는 효봉, 화봉, 금봉 큰스님을 일컬어 '석두하삼봉'이라고 칭하거니와, 그의 사리가 송광사에 모셔진 것도 사형제간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엽은 식민지 시대에는 불교 청년운동에 앞장섰으며, 해방 후에는 불교계의 정화운동에 솔선하였다. 그는 1974년 대한불교봉사활동본부장을 맡아 사회활동에 모범이었고, 특히 불교신문의 주필을 지내면서 학승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의 「멋으로 가는 길」(삼보인쇄사, 1971; 보림사, 1983)은 난해한 불경 「대승기신론소」를 주해한 것으로 선을 멋에 빗대어 쉽게 풀어쓴 해설서이다.일찍이 「금성」을 발행하여 잡지 발간을 경험한 유엽은 해방 후에 '민족문화'를 만들었다. 이 잡지는 여태 원본을 찾을 수 없으나, 문학과 사회에 관련된 당대 명망가들의 글을 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서울신문 논설위원 겸 주필, 대구의 영남일보 주필 겸 부사장, 부산의 국제신보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유엽은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일제 말기에 전진한 하기락 등과 무정부주의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그는 해방 후에 무정부주의자들의 정치적 결사체였던 독립노동당의 외무위원장을 맡았고, 1954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였다가 전주 제1선거구에서 낙선하였다.유엽은 교육자로도 활약하여 해인대학(현 경남대) 학장 서리와 마산대학 이사장 겸 학장으로 재직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생활고를 겪고 있던 시인 황석우 등을 교수로 초빙하여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여러 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한 유엽이지만, 한국문학사나 전북문학사에서 정당하게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그가 일제 말기에 산사로 들어가고, 해방 후에는 작품 발표를 멀리한 탓이 크다.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은 해방 정국에서 유효하게 사용되는 대신에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훼방한 것이다.그밖에도 유엽의 집안은 전라북도의 사회운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의 누나 유보경은 교직에 종사하며 「개벽」 기자로 재직하였다. 그녀는 식민지시대에 애국부인회와 전주여자청년회 등을 지도하다가 영어의 몸이 되기도 하였다. 그의 동생 유춘경은 고산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이끌어 신도들로부터 추앙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개명한 가문의 자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한 모범 사례로 칭송될만 하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3.08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17)소설가 박미경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새벽녘,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꿈속에서 나는 맨발로 눈 덮인 벌판을 헤매고 있었다. 한 손엔 꽁꽁 언 양동이를, 다른 손엔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빵 한 조각을 들고 있었다. 멀리 눈밭 한 가운데, 불 꺼진 수용소 건물이 짐승의 사체처럼 납작 엎드려 있었다.오래전부터 되풀이 되어온 악몽인데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항상 어둡고 음침한 눈밭을 헤매다 잠에서 깨곤 한다. 어젯밤에도 나는 노역을 마친 죄수가 되어 수용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길은 늪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려 용을 쓰는데도 눈 속에 빠진 발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 악몽을 꾸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년 때부터다.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다. 1962년도에 발표된 이 소설은 간첩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 받고 수용소에 복역 중인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정치범의 하루 일과를 나열해 놓은 중편 소설이다.평범한 농민이었던 슈호프는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는 죄목으로 수용소에서 수감되어 8년 째 복역을 하고 있다. 그는 수용소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저항할 의지도 없고 탈옥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 단순한 인물로 강제수용소의 지옥 같은 생활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게 행복이라고 느낀다.초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등교시간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증세가 심해, 나중엔 학교 갈 생각만 해도 신물이 넘어 올 정도였다. 하루하루가 지옥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학교 교사 증축 공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속한 학급이 도서관을 임시 교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도서관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나는 지루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가며 몰래 책을 읽었고, 6학년이 되어 교실을 옮길 때쯤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독파할 수 있었다.그 때 내가 처음 손에 잡았던 책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였다. 표지가 너덜너덜한 명작선집 중의 한 권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다. 몇 번씩 반복해 읽는 것도 모자라 책장을 매일 한 장씩 찢어와 다시 제본을 해 읽을 정도였다. "삶은 도망치는 게 아니고 견디는 거란다." 나는 슈호프의 일과를 통해 삶에 순응하는 자세를 배웠다. 나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 책.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눈 덮인 겨울 들판으로 노역을 나온 나를 소설로 이끌어준 스승이다.투닥투닥 빗소리가 들려온다. 창문을 열어 젖히니 비가 내리고 있다. 빗발이 제법 굵다. 내가 곧 갈 테니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봄이 전령을 보내온 것 같았다. 경칩이 지났다. 세상을 모조리 얼려버릴 것 같던 동장군의 위세도 한풀 꺾였다. 곧 나무에 물이 오르고, 세상천지가 꽃으로 뒤덮일 것이다. 봄은 겨울을 견뎌낸 이들을 위한 포상이다.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의 뒤끝에서도 훈기가 느껴진다. 방범창 창살 밖으로 손을 뻗어 본다. 손바닥에 톡톡, 빗물이 떨어진다. 물비린내가 훅 끼친다.△ 소설가 박미경씨는 경기도 기흥 출생으로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3.06 23:02

"한 권의 책도 여러 시각으로 볼때 참맛 느끼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따져요. 책 모임도 마찬가지라고 봤어요. '오픈 데이'에 각각의 모임은 평소와 다름 없이 진행될 겁니다. 책을 읽는 모습을 평범한 시민들에게 보여줘 자극을 준다는 게 목적이죠."지난해 창립된 전주 독서 모임 연합체 전주시민독서포럼의 대표이자 책모임 온(On)의 대표인 최재덕씨(52). 프리랜서 통역가이기도 한 그는 다함께 책 읽기의 즐거움을 강조해왔다."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읽을 때 큰 소득이에요. 혼자서 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을 (강제로) 접하고 그것의 진가를 배우는 게 커다란 선물입니다. 최고의 유익은 공동체적인 경험이 주는 평온함이에요. 회원의 학력과 경제력이 다양할수록 이 평온함은 커지죠."이런 시도는 인문학 열기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CEO 인문학' '백화점 인문학'에서 벗어나 인문 고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설명."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비참한 상황에 처하면서, 불이 붙은 게 자기개발서에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줬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개발서로도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경쟁력은 곧 창의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창의력은 곧 인문학에서 나오는 거구요."그는 "지금까지 책읽기에 전혀 성취감을 못 느껴 마음 한 구석이 허한 분들께 월 1회 정도의 독서회 참가를 추천한다"며 "묻어가면 쉽다"고 웃으며 말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3.01 23:02

책 읽기 즐거움, 시민들과 함께합니다

인문과 실용을 대척점에 놓는 것은 이제 낡은 방식이다. '인문학의 열기'에 힘입어 책 읽는 모임이 늘고 있는 추세. 전주의 독서 모임 연합체 전주시민독서포럼(대표 최재덕)이 다른 독서 단체들과 함께 '오픈 데이(Open Day·3~4월)'를 진행한다.최재덕 대표는 "수많은 독서 모임이 운영되고 있지만, 책 읽기에 대한 부담을 갖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누구나 와서 자신에게 맞는 성격의 모임을 찾게 하고, 책 읽기의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모임의 성격은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시민들과의 만남. 학부모 독서회로 출발한 주부 독서회인 책모임 온(On·대표 박진자)을 비롯해 전라북도 우수학습 동아리로 선정된 리더스클럽(대표 유길문)과 꿈나 북클럽(대표 조계영), 전주 인후동 옹달샘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임 옹달샘(대표 허재은), 전주 삼천도서관 주민들의 모임 더불어 書(대표 이병무), 공무원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삼천3동 독서콘서트 (대표 김정홍)를 꼽을 수 있다.인문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고전읽기의 즐거움(대표 이은송)과 담쟁이(대표 황춘임), 생물학·신경과학·역사학의 고전을 돌아가면서 읽는 인간 + X(대표 오항녕) 동시 읽기 즐거움에 빠진 동시 읽는 모임(대표 유희진), 성경 공부와 책 읽기를 병행하는 종이거울(대표 장효근), 생활 속 여성학을 배우면서 인문학 소양을 쌓는 여성 다시 읽기(대표 이영진)까지 다양하다.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하는 초록 강좌 수강생들의 모임 행복한 화요일의 책 읽어(대표 허정화)에서는 인문·사회 학습 동아리에 가깝고, 파피루스의 숲(대표 서병철)은 책도 좋아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동아리 성격이 강하다. 독서 지도사와 독서토론 코칭 수강생이 주축을 이루는 청솔모(대표 차미영)와 말·글·길(대표 김순희)를 비롯해 작가 혹은 전문가와 만남이 주선되는 홈엔히즈 독서대학(대표 오정화), 헤드페이크독서회(대표 백용식), 전주 서원노인복지회관의 어르신 모임 서원(대표 이종기),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의 책을 중심으로 한 전주 더불어 숲(대표 김성숙)도 인기다.문의 010-7390-3290. cafe.daum.net/jeonjureadingforum/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3.01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16)김형미 시인-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

아직은 산이 그쳐 있군요. 바람이 많이 순해지긴 했지만, 나뭇가지에 꽃눈을 내비치긴 이른 때인가 봅니다. 하지만 산은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꽃이 오는 때를 아는 나무는, 애써 빈 가지를 채우려 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다만 때가 되면 가장 아끼는 꽃을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야 열매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나를 주고 나를 얻는 방법을, 자연은 이리도 잘 알고 있네요. 해서 자연은 병이 나지 않는가 봅니다. 설령 막힌 곳이 있어 병이 들었다 하여도,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아는 것이겠지요. 자연을 잘 들여다보면 수(數)가 보입니다. 이러할 수(數) 있는지, 저러할 수(數) 있는지, 상황에 대처할 수(數) 있는 지혜가 열립니다. 자연을 보고 지혜를 얻는 것, 그것이 바로 격물치지(格物致知)겠지요.박광수 님이 엮은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란 책이 있습니다. 신의(神醫) 장병두 할아버지의 삶과 의술 이야기를 구술을 통해 담아놓은 책이지요. 장병두 할아버지는 모든 '앎'을 자연에서 얻습니다. '자연을 주시하고 관찰해서 그 이치와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된 존재가 아닌 전체와 부분의 관계로 파악하는 거죠. 인간을 자연의 축소판으로 보고, 육경신(六庚申)이라고 하는 지독한 정신수련으로 깨달음을 얻어 환자를 대합니다. 자연을 알면 사람의 맥이야 저절로 짚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모든 병은 나로부터 나옵니다. 버리지 못한 나, 비우지 못한 나로 인해 몸이 아프고 삶이 낡아갑니다. 자신을 붙들고 스스로 병을 키우던 자신 안의 자신을 놓아야 건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지요. 나를 바꿀 수 있는 큰 기운, 그것은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그 힘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의사가 할 몫이겠지요. 그러기에 장병두 할아버지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눈앞에 드러난 병을 보지 않고, 그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미움이나 증오, 원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면 고를 풀 듯 풀어 없애야만 비로소 새 삶을 살 수 있는 게지요. 즉 훌륭한 의사는 타인의 한을 잘 풀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양의 공부란 언뜻 보아서는 알 수 없지만, 조용히 관조하면 보입니다.'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도를 도라 하면 이미 도가 아니'라고 합니다.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등창을 앓으면서 기른 인내심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술(仁術)을 편 장병두 할아버지. 큰 병은 큰 약을 안고 있습니다. '남자는 등창에 죽고 여자는 발치(拔齒)에 죽는다'고 할 만큼 무거운 중병이 장병두 할아버지와 같은 신의를 내었으니 말입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 밖에서 얻은 지혜라, 틀 안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진짜 의사가 누구인지를.역(易)은 아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실천으로써만이 진리를 알 수 있다 하였습니다. 장평두 할아버지는 나를 주고 나를 얻은, 가장 큰 꽃이 아닐까 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병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초(芝草)와 같은 큰 꽃 한 송이 만나는 것으로 신묘년(辛卯年) 봄을 여는 것도 좋을 듯하군요. 그쳐 있으나 매일 조금씩 그 몸을 움직이고 있는 산처럼, 자연 속에서 내내 막혀 있던 수(數)를 찾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김형미 시인은 부안 출생으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지난해 첫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을 펴냈고, '제6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28 23:02

전북시인협회 첫 여성회장 송희 시인

"전북문단에는 크고 작은 협회나 동인지가 너무 많아 한 사람이 여러 단체에 가입해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인지 소속단체 회원들간의 결집력이 약하고 애정도 없다. 막걸리도 끼리끼리만 먹는다."전북시인협회 첫 여성 회장인 전북시인협회 송 희 회장(54)은 "다른 단체에서 하지 않는 행사를 통해 시인협회 회원의 응집력을 키워나가겠다"며 "젊은 시인을 발굴하여 협회를 이끌어갈 차기 일꾼으로 만들어내는 일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송회장은 "전북지역의 경우 회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창작열과 문학정신을 일깨우는 일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중앙문단의 시인을 초청해 방담회를 가지는 등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지역회원들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송 회장은 또 모국어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위에서 우리말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틀리게 사용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본다"며 "시인이 목숨보다 소중한 모국어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때 시인의 품격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명상을 오래 해왔다는 송회장은 특히 한글명상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했다.그는"한글명상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한글명상의 권위자인 구선스님을 초청해 한글 자음 발성을 통한 몸을 치유 등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 삶의 터전을 문학적 정신과 시심으로 뿌리 내리게 하겠다'는 전북시인협회의 창립 취지에 맞춰 재임기간 이 지역 시인들의 문학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강좌도 많이 열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전북시인협회 임원진에 부회장은 이형구 김영 김기찬씨, 사무국장 나혜경씨, 편집국장 최덕자씨, 감사 전용직 김 선씨가 선출됐다.

  • 문학·출판
  • 황주연
  • 2011.02.28 23:02

대한출판문화협회 새 회장에 윤형두 범우사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제47대 회장으로 윤형두(76) 범우사 대표가 선출됐다.출협은 22일 오후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제47대 임원선거에서 윤 대표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선거권이 있는 회원 449명 가운데 273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선거에서윤 대표는 143표(51.4%)를 얻어 128표(46.9%)에 그친 최병식(61) 주류성출판사 대표를 제치고 새 회장에 당선됐다. 2표는 무효표로 처리됐다.윤 대표는 40여년 동안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계의 원로로, 1963년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범우사를 설립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출판학회 회장,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임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한국출판학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한국출판문화상을 4차례(1981·1991·1994·1995) 수상했으며 1988년에는 대통령표창을 받았다.'한 출판인의 외길50년'(2004), '한 출판인의 일본 나들이'(2005), '지나온 세월 속의 편린들'(2006) 등의 책을 펴냈으며 2007년에는 미국 세계인명사전 '후즈후 아메리칸 판'과 '후즈후 아시아 판'에 동시에 등재되기도 했다.1947년 3월 설립된 출협은 국내 출판사 880여 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회장 임기는 3년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1.02.23 23:02

[최명표의 전북 작고 문인을 찾아서] ③전북 문학의 선구자 이익상(2)

이익상은 소설, 비평, 동화 등 여러 갈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는 1919년 '매일신보'의 현상 모집에 단편 '낙오자'가 선외 가작으로 입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에 그는 20여편의 단편과 3편의 중편 그리고 3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였다. 그는 틈틈이 영세한 문단 상황을 고려하여 '문예의 영원성' 등의 평론과 수필을 발표하였고, 방정환의 요청으로 동화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26년 11월 그는 유일한 창작집 「흙의 세례」를 발간했으나, 지금까지 원본을 구할 수 없다.이익상은 일본 유학 시절에 톨스토이의 인도주의 문학관과 일본의 프롤레타리아 작가 나카니시 이노스케(中西伊之助)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런 탓에 그의 작품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노스케는 카프 결성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식민지에 애정을 지녔던 소설가였다. 이익상은 그의 장편소설 「여등의 배후에서」를 번역하여 소개하였고, 그가 강연회에 참석차 경성을 방문하자 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이익상의 작품 성향을 가리켜 박영희는 '신경향파 문학'이라고 칭했고, 김기진은 '소시민의 문학'이라고 규정하였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 경향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우나, 엄정히 말하면 생활중심의 문학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그는 기자답게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동원하여 식민지 시대의 곤핍한 삶을 형상화하느라 노력하였다. 그 중에서 '위협의 채찍'은 수작이다. 삼례 근교의 일본인 지주에게 소작료를 내러 간 주인공은 다른 일에 동원되어 일찍 귀가하지 못한다. 그 사이 병원에 가지 못한 어린 자식은 죽고 만다. 늦게야 집에 도착한 주인공은 사체를 안고 통곡한다. 작가는 식민지 가장의 기막힌 사연을 소설화하면서도 일체의 간섭을 마다하고, 싸늘할 정도로 장면의 서술에만 집중하였다. 이처럼 성공적인 작품이 그의 이름과 함께 연구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이익상의 공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향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전북 출신 유엽, 김해강, 김창술, 김완동, 신석정 등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그의 배려와 도움에 힘입어 전라북도 문단의 기반이 다져질 수 있었다. 그가 학예 담당 기자로 재직하며 맺은 다양한 인적 네크워크가 후배 작가들이 한국 문단의 유명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장편소설 「키 잃은 범선」 등에서 전주를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그의 각별한 애향심은 전북문학사를 거론하는 자리마다 항상 맨 앞자리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언급되어야 할 터이다. / 최명표(문학평론가)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22 23:02

전북문화예술, 반세기 역사를 담다

「전북예총 50년사」(1962~2010·신아출판사) 출판기념회가 2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회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10년 전 김남곤 전 회장님께서 「전북예총 40년사」를 잘 만들어 주셔서 그것을 바탕으로 10년간의 발자취를 덧붙이는 작업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며 " 「전북예총 50년사」 는 전북문화예술의 역사를 후세에 물려주는 훌륭한 사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완주 도지사는 축사에서 "「전북예총 50년사」 발간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문화 예술 발전에 노력한 예총 회원들의 땀의 결과다. 전북의 중점과제인 경제 성장도 문화 예술분야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등 예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2010 전북 문학상'의 수필 부문 수상자인 이연희씨는 경과 보고를 통해 "「전북예총 50년사」가 「전북예총 40년사」와 다른 점은 협회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인물보다는 행사·사업 중심으로 담았다는 점"이라며 "지면 관계로 더 깊이 다뤄져야 할 일들을 몇 줄로 대신하는 등 미흡한 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전북예총사」에는 이런 점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완주 도지사, 장명수· 배기봉 전 예총회장, 조금숙 광복회 전북지부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이동희 전북문인협회 회장,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장 차종선 예원예술대 이사장 등과 전북 예총 산하 10개 협회와 9개 시·군지회 회장단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학·출판
  • 황주연
  • 2011.02.22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⑮소설가 정희경

지독히도 추운 겨울이었다. 수도 계량기, 세탁기, 보일러가 얼어 터졌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영하 17도가 되던 날 출근길에는 콧김이 얼어 콧구멍이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몸이 추운데 마음은 더 추웠다. 구제역으로 삼백만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땅에 묻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무기력과 공포가 온 몸을 아프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위로가 필요했다. 녹인 초콜릿이랑 치즈에 바게트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듬뿍 찍어 먹고 싶었다. 열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몸에 위로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마음에 위로는 역부족이었다.그 때 나를 찾아온 책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혹자는 현실을 외면한 위로에 대해 비아냥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온통 아비규환인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섬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위로가 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위로가 되는 책이다. 마음을 위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것은 바로 사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책의 저자 메리 앤 새퍼는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고 지역신문의 편집을 맡아보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의 삶에 대부분은 책으로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종착지는 책을 쓰는 것이다. 메리도 누군가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드는 책을 쓰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 (여기서 나는 그녀에게 강력한 동지애를 느낀다.) 결국 생의 끝자락에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낸 것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책들과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가 뭐래도 메리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였다.「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줄리엣이 채널 제도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라는 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으며 시작된다. 줄리엣이 소유하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구입한 도시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입할 경로를 묻는다. 전·후 영국은 전쟁의 상처와 빈곤에 시달렸다. 더군다나 독일에게 점령당했던 건지 섬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을 책을 통해 이겨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리엣의 편지를 통해 경쾌하게 펼쳐진다. 북클럽 이름이 왜 하필이면 건지 감자껍질파이인지, 또 독일군 몰래 열었던 돼지구이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자리에서 절대 말할 수 없다. 또 하이틴 로맨스에서 막 튀어 나온 멋진 남자 마컴 레이놀즈와 (이름도 레이놀즈라니, 로맨스 스러워라!) 과묵하고 진지한 도시 애덤스 중 누가 줄리엣의 사랑을 얻게 되는지 절대 알려줄 수 없다. 궁금하다면 읽어 보시라. 틀림없이 지긋지긋한 추위와 험한 세상사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무엇보다도 균형이 중요하다. 정의를 생각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와중에도 예술과 사랑에 대한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책만 읽는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책을 읽지 않고 사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소설가 정희경씨는 충북 청주 출생으로 지난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충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21 23:02

[키워드로 책읽기] 밥

지난 1월 29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이 사망했다.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그녀의 죽음이 이슈가 된 것은 사인(死因) 때문이었다. 실제 사인은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이었지만 부검 전 인터넷을 달군 그녀의 가짜 사인(?)은 아사(餓死)였던 것. 월세 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급기야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 '예술가의 밥(생존)은 누가 책임지나'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고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던 소설가 김영하는 지난 14일 인터넷 절필을 선언했다. 진정 예술과 삶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예술가들의 삶은 그들의 작품처럼 충분히 아름답지 못한 것일까? 우리는 그들의 예술의 즐기며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며 그들이 스스로 느끼는 삶의 무게는 어떤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예술세계 현실과 경제학을 접목하다 -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한스 애빙 저/ 21세기북스/ 1만 3,000원비단 우리나라 예술가들만 가난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세계인이 시대를 막론하고 동감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가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사실이 어떻게 당연하게 된 건지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화가이면서 동시에 경제학자인 한스 리빙은 예술가들의 숨은 진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질문에 답을 얻는다. '예술경제의 특수성' 때문에 예술가가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요약하는 그는 예술에 대한 신화 때문에 이러한 특수성이 생겼으며 또 이로 인해 예술세계의 구조적인 빈곤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예술경제에 대한 여타의 경제학적 접근방식과는 다르게 사회학적 시각과 심리학적 관점을 더해 독특한 예술가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서유럽 대륙 국가들, 영국, 미국 세 지역의 비교를 통해 우리 예술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자.▲ 일터에서 바라 본 한국사회의 위기 - 밥벌이의 지겨움김훈 저/ 생각의 나무/ 1만 2,000원'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밥벌이의 지겨움 中)이 책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김훈의 칼럼과 에세이 50편을 모은 것. 오랜 세월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의 날카로운 직관력이 돋보이는 글들이 가득하다.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늙은 기자의 노래''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으로 구성됐으며 저자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이 시대의 예술가도, 직장인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입에 넣을 밥을 벌기위해 다시 일터에 나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예술가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 예술가들의 대화김지연, 임영주 저/ 아트북스/ 1만 8,000원김훈의 책으로 삶의 빡빡함을 느꼈다면, 한스 애빙에게 서양 예술가들의 삶을 엿봤다면, 이제 한국 미술계 작가들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이 책은 미술계의 작가 20인의 대담을 모은 것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서로 다른 세대 경험을 가진 두 작가를 한 팀으로 만들어 그들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필터링 없이 실은 것. 예술 활동 방식과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진짜 삶'까지 작가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마주 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아가 미술계의 현상을 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예술이 무엇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문학·출판
  • 이지연
  • 2011.02.18 23:02

새해 '혼불' 다시 읽기

"작년에는 시원하게 냉수를 들이키듯 갈증을 해소하면서 읽었다면, 올해는 구수한 숭늉을 마시듯이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혼불」을 읽으면서 전주에 더 애착이 가고, 우리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매월 진행하는 「혼불」 읽기가 신묘년 맞아 새롭게 거듭난다. '혼불, 그 한마디'는 순수한 독서 토론을 통해 매월 우리말·설화·명절·음식 등 각 권에 해당하는 작은 주제를 설정해 「혼불」 읽기를 해나간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최명희문학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서지도사 이진숙 씨(전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전문 강사로 참여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지만 희망자는 전날까지 신청을 해야 한다. 월별 프로그램 일정은 다음과 같다.△ 1회 = 내가 읽은 혼불, 그 한마디(2월 25일) △ 2회 = 혼불, 살려 쓸 우리말(3월 25일) △ 3회 = 혼불이 이야기하는 설화(4월 22일) △ 4회 = 작가 최명희의 어록(5월 27일) △ 5회 =혼불 문학기행(6월 24일) △ 6회 = 혼불에 그려진 명절과 추억(7월 22일) △ 7회 = 혼불에 묘사된 음식(8월 26일) △ 8회 = 혼불 속 속담과 고사성어(9월 23일) △ 9회 = 혼불에 그려진 풍경(10월 21일) △ 10회 = 혼불속 사랑이야기(11월 25일) △ 11회 = 혼불의 한 구절, 시처럼 읽기(12월 16일).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1.02.14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⑭시인-김혜원

고흐의 그림 한 점 앞에서 반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꼭 십년 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오르세이 걸작전-인상파와 근대미술'에서였다. 대개들 거장임을 과시하듯 대형액자를 몇 점씩 걸었지만 고흐는 내가 처음 보는, 아주 작은 그림 한 점만을 걸어 놓았다. 그걸 일별하는 순간 휩싸인 전율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의 오리지널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열거하자면, 실로 엄청난 카리스마와 포스와 아우라를 갖고 있었다.이런 순간이면 나는 '예술에는 정답이 없고, 따라서 1등이 없다'는 내 평소 신념을 수정해야만 한다. 가령 바흐의 '샤콘', 백석의 시'여승',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같은 작품을 만나면, 예술에도 분명 1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인간과 시대와 사회를 '관통'해 버린다는 게 정답인 이들 작품의 위대함은 이 작가들의 치열한 삶에서 유래하는 것 같다. 고흐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삶, 그래서 고통과 격정과 창조적 열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삶을 내게 알려준 책이 바로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청미래·어빙 스톤 저, 최승자 역)였다. '20세기 전기문학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고흐의 인간적 체취와 절실하고 절박했던 예술혼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세 권의 서한집을 바탕으로 고흐의 자취를 추적하여 썼기에 이 '소설'은 거의가 '사실'이라고 저자는 후기에 밝히고 있다.런던 구필상회 직원 시절의 실연으로부터 시작하여, 벨기에 보리나주 탄광촌에서의 전도사 시절, 신을 잃고 그림을 얻은 고향 네덜란드 에텐에서의 시절, 창녀 크리스틴과 동거한 헤이그 시절, 들판과 농부를 파헤친 누에넨 시절, 인상파 화가들과 조우한 프랑스 파리 시절, 태양을 만나고 귀를 자른 아를의 시절, 정신병원에서의 생 레미 시절,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오베르 시절의 연대기가 목탄화, 연필화, 수채화, 유화로의 매체 변화와 함께 전개되고 있다. 수없는 실패와 수많은 유랑과 지독한 궁핍 속에서 한 위대한 예술가가 어떻게 탄생되고 완성되는가를 이 책은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이 책에서 알 수 있는 고흐는, 강렬한 빛과 색채와 대기와 바람에 몰두했던 인상주의 이후로도 본질적으로는 지독한 리얼리스트였다. 그의 대상은 낮고 더러운 땅과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대상의 진실한 영혼을 본 대로 포착하여 골수까지 파헤쳤다. 움직이고 살아있는 것처럼 대상에 강렬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또한 그는 진정한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탄광촌 전도사 시절, 음식과 돈과 옷을 광부들에게 내주고 탄가루에 얼굴을 문질러 그는 광부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창녀 크리스틴과의 동거는 신분 차별을 벗어 버린, 발가벗은 두 영혼의 만남이었다. 유럽 제일 큰 화상 가문의 후임자, 유산 상속자였던 그는 고통의 본질에 다다르기 위해 선택한 그림에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고, 마침내 힘찬 자기표현의 절정에 올라 후세에 '위안'을 주는 그 불멸의 예술 앞에서 순교한 것이다.오래도록 예술을 동경해 온 내게 고흐는 늘 내 삶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 내가 고독을 무기로 자기와의 고투를 고집하는 장인적 결벽성의 예술가를 흠모한다면 그건 그의 예술혼에 빚진 덕분이겠다. 내가 예술이 권력이 되거나 예술가가 공해가 되는 세상, 심지어 학력을 위조한 자가 예술가의 반열에 오르고 예술교육의 전방에 서는 세상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면 이것 역시 그의 탓이라 하겠다. 혹 예술가가 아닌 당신도, 천민 자본주의가 판치는 이런 시대일수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예술가가 더욱 소중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미 이 책을 읽었거나 머지않아 그 첫 장을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에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내 그림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내 자신이 천하게 됩니까? 내가 노동자나 가난한 사람들의 집안에 들어가거나 그런 사람들을 내 작업실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내 자신이 천해질까요?▲ 김혜원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우석대 경영행정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이다.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우석고 교사로 재직중이다.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1.02.1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