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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다섯인 어머니는 보건진료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때가 많다. 간밤에 열이 올라서, 벌에 쏘여서, 들깨 모종을 한 후 몸살이 나서 등 여러 이유로 진료소를 이용한다. 다른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인구 절반가량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는 산골 동네에서 보건진료소는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곳이다. 얼마 전 그곳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무주 산골 보건진료소장으로 활동하는 박도순의 산문집 ⟦거기 사람 있어요⟧이다 박도순 소장은 산골 동네에서 간호 일을 하며 동네 분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읽어내고 가려운 곳을 긁어 드릴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진리를 체득하고 삶을 반추하며 하루하루를 그들과 함께 꽃 피운다. 인생이 무엇이냐는 물음 앞에 “하고 싶은데 해서는 안 되는 그 일, 날마다 그것을 물리치는 일이 인생”이라면서 어제 물리친 그 일로 인하여 오늘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어르신, 귀가 어두워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딸이 설치해 준 ‘알 낳는 거시기’(복합기 팩스)로 소통하며 청각 상실의 불편을 해소하는 강 씨, 김장 증후군에 걸려 소화불량과 변비로 고생하시는 엄마들, 죽고 싶어도 죽어지지 않는 세상을 살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도장을 찍고자신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기시는 어르신들, “세상일이 어찌 좋을 수만 있고 나쁠 수만 있겄는가. 좋은 일이 생길 때는 무슨 안 좋은 일 주시려고 이러나, 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무슨 좋은 일 주시려고 이러나 생각하라.”라고 조언해 주시는 어르신. 이들의 삶을 그녀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세히, 그리고 오래 들여다본다. 순박한 우리네 이웃들이 짠하여 먹먹해지기도 하고, 유머 있고 낙천적인 삶을 만나면 감동이 되고, 지혜로운 우물에서 건져 올리는 그분들의 철학 앞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사람이란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살아간다”는 강 씨의 고백처럼 그녀는 아름다운 추억을 생산하려 노력한다. 형식적인 활동이 아니라 주민들과 시선을 맞추고 속내까지 들여다본다. 낮은 물론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약을 처방해 주고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때때로 방문 진료를 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발이 되어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주기도 한다. ‘그들 한 생애가 책’ 임을 깨닫고 그들이 써낸 글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공감하고 융화한다. 주민들의 육체는 물론 정신적인 아픔과 외로움까지 간호하는 데 정성을 기울인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삶의 가치를 선물할 것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로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또 그는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눈뜨면 매 순간 자라는/ 심지어 꿈에서도 좇는/ 씨앗 같은 욕심/ 그 무게는 몇 근이고/ 얼마나 더 덜어내야/ 저울추 가벼워질까/ 단호하지 못하여/ 나를 배반하고/ 씨앗을 싹틔우는/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시 ‘욕심의 무게’ 부분) 33년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시인의 길을 걷는 송태규 시인이 <시간을 사는 사람(시사사)>(삶창)을 출간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신작 55편이 담겨있다. 송 시인은 “시 섬에 갇혀 지독히 앓았다. 앓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롭다”며 “어느새 환갑을 넘긴 현재, 육십 넘어 세상을 바꾸기야 하겠냐만 남은 날들 새들 시에 묻혀 살 수 있다면 물정 어둑하다는 흉잡힐 말일까. 이번 작품에 담긴 내 시간을 팔아 당신의 시간을 사려한다”고 말했다. 복효근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의 출발점은 연민이다”라며 “생명 가진 모든 것에 대한 연민으로 그의 시선이 닿는 것은 모두 긍휼하고 아프고 애잔하고 귀하지 않은 게 없어 시인의 시는 따뜻하다”며 추천사를 전했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신 시인은 “<시간을 사는 사람>은 일상 속 은폐된 채 숨어 있는 삶의 진실을 담담히 찾아가는 모습을 시종 보여준다”며 “감상을 배제한 채 시인 자신마저 그 대상으로 삼고, 사태를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는 담백함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익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주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9년 <에세이문예>, 2020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그의 저서로는 <말랑한 벽>, <마음의 다리를 놓다>, <다섯 빛깔로 빚은 수채화>(공저) 등이 있다. 송 시인은 현재 익산문화관광재단과 익산 민예총 이사, 전북작가회의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돈을 쓰는 행정과 돈을 벌어야 하는 경영은 원칙적으로 다르다. 돈을 벌려고 애쓰는 다른 직업과 달리 공무원은 돈을 잘 쓰려고 한다는 점이 경영과 다르다는 점이다. 김용만(60) 전 전북도 일자리경제본부장이 큰 맘 먹고 책을 한권 냈다. 지난해 30여 년간 공직 생활을 마친 그가 새롭게 낸 책 제목은 <분리수거부터 인공위성까지>(온하루출판사)다. 쓰레기 수거부터 인공위성 발사까지 나라의 모든 일을 도맡는 공무원들과 공직사회를 책에서 거울처럼 비춘다. 왕년에 공직 생활 좀 해본 저자는 ‘늘공’(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늘 공무원)이었다. 그런 그가 “공무원은 돈을 쓰는 직업”이라고 감히 말한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을 위해 공무원은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예산을 짜고 집행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글은 위험천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공무원과 건전한 공직문화가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의 초석이라 생각하기에 비판을 무릅쓰고 저자는 말한다. “공무원도 우리의 이웃이야!” 저자는 공직 생활에서 만난 다른 공직자, 언론인, 의회 의원, 시민단체, 민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느끼고 깨달은 것이 많다. 이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의 경험으로 공직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자기 나름대로 사회에 쓴소리를 하면서 공무원을 위로한다. 저자는 “공무원은 전문성과 능력에 따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민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며 “공직자들에게 ‘당신들은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나라의 기둥이니 힘을 내라’고 격려하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5년 넘게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지방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도에서는 일자리경제본부장(2급 지방이사관), 의회사무처장, 자치행정국장, 기획관, 정읍시 부시장으로 근무했다.
‘전북의 원로’ 고(故) 장명수 전 우석대 총장이 지난 23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생전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귀감이 될만한 저서를 많이 남기기 위해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지역 예술인을 아우르는 전북예총 회장과 민간인 신분으로 전주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전북 문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고인이 생전에 집필한 저서들이 26일 발인과 동시에 재조명되고 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지난해 11월 <전주 격동기 반백 년 남겨야 할 구술 실록>과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신아출판사)을 펴내기도 했다. 당시 구순(九旬)을 맞아 600여 페이지와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출간했다. <전주 격동기 반백년 남겨야 할 구술실록>은 <식민시대 구술실록>, <8·15 해방과 6·25 전쟁 구술실록>에 이어 출간한 세번째 책이다. 고인은 이 책에서 시대의 변천사와 사회 활동을 모두 기록해 격변기 반백년에 남겨야 할 전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뛰어 넘어 전주에서 생활한 고인의 생활사와 전주음식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뤘다. 고인은 이 책을 쓰면서 ‘쥐어짠 기억’이란 표현까지 쓴 것으로 전해졌다. 옛 기억을 더듬어서 기록으로 만드는 일이 어려운 것이기에 잘 때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잤다고. 갑자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기록하고 사람과의 대화 속에 떠오른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항상 메모지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단다. 이러한 고인의 살뜰한 면모는 지역민에게 사람의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고인이 생전에 펴낸 또 다른 책 <전라도 관찰사 밥상>(북코리아)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전주의 맛과 전주음식의 계보를 써내려간 것이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책 제목대로 관찰사의 밥상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찰사의 등청, 음식통치, 상물림 등 흥미로운 내용이 쓰였다. 관찰사 밥상에 이어 영집 밥상, 수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어지는 전주음식 계보도 발굴했다.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은 물론 요정, 요릿집, 청요릿집, 다방까지 음식의 풍성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라도의 맛과 경상도의 맛을 비교하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전주의 맛까지 나열했다. 고인은 책의 머리말에서 “전주음식의 계보를 그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며 “독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게 잘 조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족한 내용은 전주음식을 연구하는 요리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1933년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3년부터 32년간 전북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전북대 총장, 우석대 총장을 지냈다.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의 김준희 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준희 출판진흥원 원장은 25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2월에 임명된 김 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2월까지 3년이다. 출판진흥원은 출판문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출판진흥원은 지난 2017년에도 이기성 전 원장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일이 있다. 공교롭게 출판진흥원은 지난해 정부가 바뀌고 난 뒤 이번에 또 다시 원장이 중도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잔여 임기가 1년 5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김 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자 출판진흥원 안팎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판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임기를 절반 조금 넘게 수행한 김 원장은 “출판문화 산업계의 과제를 풀어나가려 했으나 최근 문체부 경영평가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아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밝히게 됐다”고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김 원장은 표면상으로 경영평가 미흡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혔지만 그 이면에는 현 정부와의 마찰 때문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체부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서울도서전의 운영 회계 의혹과 관련해 감독기관인 출판진흥원의 묵인이 있었는지 감사를 통해 추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출판진흥원은 김 원장의 사직서가 당장에 처리되더라도 신임 원장의 임명 때까지는 공석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북아동문학회(회장 조경화)는 최근 전주 백송회관에서 제34회 여름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여름세미나는 전북아동문학회 조경화 회장, 장귀자·전순자 부회장, 하송 사무국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그림책에 대한 특강과 신간 소개 등으로 진행됐다. 전북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월선 작가는 ‘그림책의 힘’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해 “그림책이 단순한 삽화가 아니란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이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기르게 하는 매력적인 매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용재 운영위원장과 윤갑철 초대 회장은 후배 작가들에게 문학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신간 도서를 출간한 김용재, 박예분, 권옥, 최성자, 송경자, 주미라 작가 등 6명의 작품 소개와 후기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전북아동문학회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회원들의 유대감과 소통을 강화하고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높였다”며 “앞으로도 지역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알려온 다산 연구자 박석무(81) 다산연구소 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이 신간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1>,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2>(현암사)를 펴냈다. 먼저 <다산의 마음을 찾아>는 다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했는데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가족과 나눈 편지글,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을 시로 표현한 글에서 문인으로서 뛰어났던 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2권 <다산의 생각을 따라>는 공자의 본원유교를 잘못 해석하며 중세의 논리에 갇힌 주자학을 반박했던 다산학의 정수를 담았다. 조선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다산은 평생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다산이 빛날 수 있었던 부분은 조선시대의 틀을 벗어나 백성의 삶을 고민한 사상가였다는 점이다. 평생 다산 연구를 해온 저자는 2004년 다산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란 제목으로 다산의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연재를 시작했다. 19년이란 시간 동안 1200회 연재된 글은 35만 명이 넘는 독자가 메일로 받아보고 있다고. 저자는 “아무리 오랜 시간 글을 써도 다산의 연구는 새롭다”고 말한다. 이번 책은 다산의 방대한 사상 중에서 현실과 접목시킬 수 있는 내용들을 가져와 현실을 개혁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200여 년 전 다산의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란 관점에서 다산의 글과 사상을 바라본다. 저자는 전남 무안 출신으로 전남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유신 반대 유인물 사건인 전남대 〈함성(喊聲)〉지 사건으로 수감돼 1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복역 중 다산 저술에 대한 연구를 한 결실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이며 5.18 민주화 운동 이후 내란죄를 피해 은신하면서 다산의 문집들을 번역한 것이 <다산산문선>과 시선집 <애절양>이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며 복역과 수감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다산 연구에 전념했다. 제13·14대 국회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5·18기념재단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단국대 석좌교수,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고 다산학술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현재 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로 다산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다산기행>,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조선의 의인들>,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에게 배운다>가 있고 편역서로 <다산시정선 상, 하>, <다산논설선집>, <다산문학선집>(공편역) 등이 있다.
소선녀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 <두베가 내게 올 무렵>(현대시학사)을 새로 펴냈다. 오랫동안 수필을 써온 시인은 “운명처럼 시가 다가왔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천생 시인을 꿈꾼다. 어느덧 등단한 지 20년이란 세월을 넘긴 시인이 시집을 낼 수 있도록 시에 천착한 동력은 지난해부터 전북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쓰고 또 썼던 담금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그네에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에 잠시 쉬어갈 공간이 돼주는 지붕이 반갑듯이 인생의 여정에서 시인은 휴식 같은 친구로 시를 택했다. “방향이 달라서 몇 만 년 지나면 별자리 귀가 틀어진다던 소문도 스스로 닳아 없어질 그 먼 광년 쫓아서// 지금은 다시 해가 질 무렵”(시 ‘두베가 내게 올 무렵’ 중에서) 시인은 “시집의 제목 중 두베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이름으로 도달하고 싶은데 도달할 수 없는 삶의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글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시인의 시는 아프지만 희망적이다. 신달자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시집이다”고 추천했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신성한 자연 사물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담아 한 편의 시마다 읽는 이에게 위로를 건넨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는 “시집 안에는 시인 특유의 언어적 품격을 품은 채 때로 고요하게 때로 격렬하게 흐르고 있다”는 해설을 내놓았다. 소선녀 시인은 2002년 ‘시와산문’으로 등단해 수필집 <봄이면 밑둥에서 새순을 낸다>, <푸나무의 노래>를 펴냈으며 지평선문학상, 산호문학상, 신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구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위해 불교 철학자와 환경학자가 거침없이 일갈한 책이 나왔다. 일본 출신의 국제창가학회 회장이자 불교 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와 독일 연방의회 환경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환경학자 에른스트 U. 폰 바이츠제커의 대담집 <지구혁명을 향한 도전>(연합뉴스 동북아센터)이 그것이다. 이 책은 자원 낭비형 사회에서 지속 개발이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외부의 자원은 유한하지만 인간 내부의 부(富)는 무한하다. 이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인간혁명이며 지구혁명은 이러한 인간혁명에서 비롯된다. 유한한 자원을 서로 빼앗고 전부 고갈시킬 듯 탐욕에 사로잡힌 현대 사회의 흐름을 지적하며 이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간의 내적인 정신혁명 즉 인간혁명을 꼽는다. 더 나아가 인간혁명이 개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저변으로 확대되도록 도덕적 기풍의 확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가 같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이웃의식과 함께 미래 사회에 책임을 진다는 발상이 필요합니다.”(대담집 ‘지구혁명을 향한 도전’ 본문 중에서) 책은 오늘날 지구적 규모로 확대되는 환경파괴의 저류에 숨어 있는 인간의 탐욕을 지적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일체, 일상에서 충족함을 느끼는 삶의 방식, 자원 낭비형 사회에서 순환 가능형 사회로의 전환, 시민사회의 감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책의 추천사에서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영역과 생태·환경 담론을 연결할 든든한 가교가 될 대담집은 자연과 인류의 공동 번영을 함께 고뇌하는 독자들에게 거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고 밝혔다.
“어떤 꽃잎이 눈 안에 들어와/ 가던 길을 잃었다/ 살아 숨 쉬는 개울가/ 버들강아지는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늘 구름은 같이 가자고/ 눈빛에/ 하고 싶음이 너무 많아/ 내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꽃잎에 취해/ 버들강아지에 취해/ 구름동무하고 마냥 가고 있다/ 돌담 흙 속에 박힌/ 네모 세모 직사각형 돌들이/ 예뻐서 주저 앉아버렸다/ 추상화들의 그림이 너무 많다/ 보면 볼수록 여러 이야기가 숨어 있다/ 아기 똥풀이 나를 부른다/ 이름은 그렇지만/ 똥풀은 좋아한다/ 오늘도 할일 없이/ 얻은 것도 없이/ 해찰하고 간다”(시 ‘해찰하고 간다’ 전문) 물레 정인관 시인이 자연에 대한 사랑과 우리 민족의 한을 담은 시집 <해찰하고 간다>, <어쩌면 좋아>, 시조집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신아출판사) 등 3권의 작품을 펴냈다. 정 시인은 “80을 넘은 현재 영혼의 종점에서 마지막으로 인생을 환귀하는 마음으로 이번 시집과 시조집을 만들었다”며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에 시인이 펴낸 시집에는 그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과 더불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전하는 수석 작품과 인간의 오감을 근원으로 쓴 육필전 등이 첨부돼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간한 작품 중 유일한 시조집인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는 농기구 사진을 소재로 우리 민족의 예스러운 모습과 삶을 아리랑 가락을 엮어내는 등 우리 민족의 본성에 맞는 시조 리듬으로 민족의 얼을 노래한다. 시인은 “시는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며 “시를 쓴다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 자연과 인간의 존재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우리 민족의 공감을 얻는 시와 시조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임실 출생인 정 시인은 1987년도 한국예총 <예술계>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느티나무>, <불놀이 불놀이야>, <구름 한 점 가슴에 담고> 등이 있다. 현재 그는 예총예작문학, 임실문학, 은평문학의 고문과 한국문협의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지부장 김현조)가 문예지 <문맥> 제60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는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창립 30주년 기념호로 독자들의 눈길을 더욱 끌고 있다. 문예지에는 특집 ‘창립 30주년 기념’을 비롯해 회원 100여 명의 시·시조·동시·동화·수필·평론이 수록됐다. 강동일, 강명수, 오영자, 이점이, 유혜경, 김금남, 박월선, 장세진 등 회원들의 풍부한 창의력이 어우러졌다. ‘창립 30주년 기념’은 진동규, 조기호, 신정일 씨가 대표로 글을 썼다. 진동규 시인은 진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전주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 조기호 시인은 시 ‘전주 한벽루’를 통해 “오백 년 묵은 향교 앞뜰 은행나무가 전주성 역사책 읽는 소리만 낭랑하다”고 표현하며 전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2023년도 문학 콘서트, 서귀포 문인협회와의 문학 교류, 전주시의장 면담 등 협회 내부 행사와 편집회의를 촬영한 사진, 전주문인협회 연혁 및 협회 역사의 증인, 전주문학상 역대 수상자 등 다양한 자료도 함께 실려있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은“전주문인협회가 창립 30돌을 맞이한 것은 한 세기를 정착시켰다는 것”이라며 “전주문인협회는 앞으로도 미래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임원들과 회원들의 협조로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을 걷다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주말이면 교복을 벗고 시내로 나가려고 잔뜩 멋을 부린 아이들을 만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속내가 궁금해 관심 있게 지켜보곤 했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청소년 단편집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를 통해 무표정과 환한 얼굴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만날 수 있었다. 작품 속의 아이들은 엄마 핸드폰으로 게임 무기를 산 뒤 그 돈을 갚기 위해 알바를 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만날 지각하고 유학 간다는 거짓말을 꾸며댄다. 자신에게 모든 걸 건 엄마를 놓을 수 없어 다가오는 사랑을 외면하고, 자신도 따돌림당할까 봐 친구의 어려움을 애써 모른 척한다. 그리고 한 번의 시험 실패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퇴를 고민한다. 이런 것들은 지금 이 땅에 사는 청소년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겪고 고민해온 문제겠지만 절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본적인 시급조차 지켜지지 않는 청소년 노동문제나, 불투명한 미래를 두고 꿈과 희망을 찾지 못해 쳇바퀴 돌 듯 시간을 죽이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에 절망하고,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고,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입시제도에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고민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복잡한 환경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다행인 것은, 노트에 끝없이 찍혀있는 점만을 보고도 준서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 내밀어주는 선우선생님 같은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내 안에 내게 어떤 꿈을 꾸는지, 내가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 늘 물어야 해.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나올 수 있게 나를 격려해 줘. 비뚤어진 자리에서 끌어내는 건 바로 나여야 해. 나를 지키는 건 나야.” 선생님 말에 준서는 두려웠지만 해내려는 의욕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희망적인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순수, 열정, 사랑의 힘이다. 아이들은 실리나 이해를 따지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향해 직진하고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온몸을 던진다. 그런 생각과 행동을 통해 방법을 찾고 스스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오늘도 수업이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길에서 만났다. 웃고 떠들고 재잘거리는 아이들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아이에게 마음이 쓰인다.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니?”라고 묻고 싶다. 그리고 슬쩍 가방 속에 이 책을 넣어주고 싶다. 아이들의 고민에 작은 힌트라도 되기를 바란다는 다섯 작가의 바람까지 얹어서.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으며 지난해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부터 20일까지 태국에서 출판저작권 수출상담회인 ‘찾아가는 방콕 도서전’을 개최한다. 국내에서는 ㈜다산북스 등 19개 출판사와 태국에서는 아마린 등 37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찾아가는 도서전’은 9월 프랑스 파리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지난13일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가칭)을 2024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신청 대상으로,‘인삼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를 차기(2026년) 신청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의 등재신청 대상 선정은 문화재청이 지난 3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공모를 통해 접수한 총 14건에 대해 진행되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작성해 내년 3월 말까지 유네스코에 제출할 예정이며, 등재여부는 2026년 개최되는 <무형유산보호를 위한 제21차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씨글문학의 종합문예지 계간 ‘씨글’ 4호가 발간됐다. 김동수 편집인은 권두언을 통해 “변화는 생존의 필요 조건으로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종들은 도태되고, 변화를 받아들인 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지속을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변화 되고 불구하고 항상 지켜가야 할 불변의 가치가 그 안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며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인생을 위한 예술이라는 정신이 그 안에 줏대처럼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씨글 4호에서는 문(文) 섹션은 유승우의 ‘나의 인문학’, 사(史) 섹션 이용섭의 ‘임진왜란, 정유재란과 용담’, 철(哲) 섹션 홍성하의 ‘생태현상학의 특성에 대한 고찰’ 등 많은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이 게재됐다. 또 이 계절의 시, 신작 시, 현대 시조, 신작 수필,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만나볼 수 있다. 김 편집인은 “예술과 인문학이 만나면 더 넓은 세계가 열리게 된다”며 “때론 음악으로, 때론 영화로 그리고 문학과 연극으로 우리의 삶은 윤기를 더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씨글 4호를 통해 예술과 인문학으로 진정한 자아를 만나는 등 또 다른 생의 희열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종합문예지 씨글은 오는 10월까지 신인작품상을 공모한다. 신인작품상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씨글’ 편집실(010-7138-9246)으로 문의 할 수 있다.
종합 문예지 <지필문학> 통권 제65호 여름호가 발간됐다. 올해로 창간한 지 16년째를 맞이한 지필문학은 등단 문인 1500여 명을 배출했다. 특히 지필문학은 소재지를 군산으로 옮겨 지난 봄호에 이어 여름호를 발간하게 됐다. 이번 여름호에는 이옥금 한국공무원문인협회 고문이 ‘작은 자의 마음으로’란 제목으로 권두 컬럼을 썼으며 특집으로 이동희 시인의 창작노트가 실렸다. 초대석에는 김익남, 전재복 시인의 작품과 해외작가로는 주해봉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 회원, 강매화 연변작가협회 회원의 작품도 수록됐다. 또한 지필문학 강준서, 김병근, 박승한, 이순옥, 장우영, 허은주 회원 등 40여명이 신작 시와 동시, 시조, 동화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초대수필(김추리, 백봉기), 초대소설(김호운) 등도 함께 실렸다. 이밖에 지필문학 제95기 신인문학상 수상자인 박승한, 이인규 회원의 당선소감과 당선작품, 심사평도 수록됐다. 신성호 지필문학 편집·발행인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장르로 활동하시는 문인들을 초대하고 지필문학 회원들의 창작문학 활성화와 더불어 신인 발굴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필문학 통권 제96호 가을호는 현재 작품을 접수 중이며 오는 9월 초에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코리아 저널(KOREA JOURNAL)-남북한 국경너머 DMZ(DMZ Beyond Inter-Korean Borderlands)>을 발간했다. 이번 코리아 저널 특집호의 전문은 연구원 누리집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으며 DMZ 관련 최신 연구 4편이 수록돼 있다. 또한 남북 정세가 변화를 꾀하고 있는 과정에서 과거 남북 간 직접적인 충동 방지를 위해 조성한 903㎢ 완충지대, DMZ가 갖는 성격과 의미를 새롭게 고찰하기 위해 제작됐다. 첫 번째 원고에서는 해방 직후 이북 강원도의 경계 재편 사례를 통해 북한 초기 접경 지역의 성격을 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1946년 9월 함경남도 원산시를 북 강원도에 편입하고 강원도청을 철원에서 원산으로 이전한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의 결정을 분석한다. 두 번째 원고에서는 1953년부터 현재까지 DMZ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을 통해 파주 DMZ 유산경관이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는 바를 고찰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파주 DMZ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을 △정치극의 구축 △안보 투어 △안보와 평화 투어 △안보·평화·생태·문화 투어의 4단계로 나눠 정치·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됐는지 분석했다. 세 번째 원고는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란 청원 노동당사가 갖고 있는 다층적 의미를 도출하려는 연구로 그간 노동당사의 의미를 분석하고, 집단·개인의 기억의 장소로서의 의미를 도출한다. 마지막 원고에서는 DMZ를 생태 협력 시각에서 살펴본 연구로 DMZ를 서식지로 삼은 철새 관련 내용이 담겼다. 한편 <코리아 저널>은 1961년 9월 창간된 한국학 분야 국내 최초의 영문 학술지로, 인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A&HCI(Arts and Humanities Citation Index)에 등재되어 있다.
한국의 지방분권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 과거 중앙정부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지역민주주의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힘은 세고 지방정부에 관한 관여가 커 지역과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이 안 돼 실효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송재복 전 호원대 교수는 지방자치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 분석하면서 미래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신간 <한국지방정부론>(윤성사)을 펴냈다. 이 책은 1991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정부의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 등이 아직도 중앙정부의 예속적, 종속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것의 개혁방향을 제시했다. 저자는 지방정부 연구에서 기존 연구와는 달리 국가론의 시각을 접목해 권한과 권력을 가진 행위자로서 지방정부를 설정,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 및 다양한 이론 소개와 함께 17개 시·도 및 243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역사적인 자료와 제도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연구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책이다. 책의 총 구성은 5장으로 돼있다. 1장은 지방정부의 성격과 제도를 다루고 있다. 2장은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집행기관, 지방의회, 주민, 지방정부간의 관계 등 구조와 권한의 문제를 다뤘다. 3장은 지방정부의 관리차원에서 행정 권력기관에서 이뤄지는 기획, 정책, 조직, 인사, 재정과 관련해 특징적인 요인과 관련 제도를 분석했다. 4장은 지방정부가 당면한 주요 이슈와 그것의 문제해결을 주제별로 설정하고 진단과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5장은 책의 결론으로 지방정부의 한계 극복, 지방정부의 능력 강화, 민주적인 제도 재설계의 측면에 대해 다뤘다. 저자는 “미래 한국지방정부가 지향해야 개혁적인 모델로서 강한 지방정부를 규정하고 그것의 실현조건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정치, 행정 및 관련분야에 정책적인 시사점을 던져주기 위한 연구서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교수, 한국행정학회 부회장, 한국정책학회 부회장, 한국자치행정학회 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대한민국시도지사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 등 학계와 실무경험이 풍부하다. 저서와 논문으로 <작은 정부를 위한 정부관료제>, <한국발전행정론>, <사회적 경제의 복지기능에 관한 탐색적 연구> 등 다수가 있다.
무언가를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사랑했던 존재들과 이별한 이야기를 기억 저편에서 끌어내 엮은 소설. 신나리 작가가 <이상하고 쓸모없고 행복한 열정>(느린 서재) 를 발간했다. 책은 신 작가가 그동안 사랑했었던 음악, 책, 영화, 물건, 장소 그리고 그것들과 얽혀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끝내 그것들과 이별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신 작가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던 중, 무심코 듣던 클래식 음악에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며 “그 상황을 믿을 수 없어 ‘왜 눈물을 흘렸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 저편에 있던 이야기들을 다시 불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클래식 음악 속 어떤 피아노의 한 소절이 알려준 그 이상하고 강렬한 기쁨 덕분에 과거의 나와 그 속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과정 속 그동안 한 없이 사랑했으며 끊임없이 몰두했던 기억들과 마주하게 됐다”고 말하며 책을 집필하기까지의 계기를 설명했다. 책은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풍족하지도 않았던 90년대 그 시절 속 작가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특히 책에는 왕따를 주도했던 친구에 관한 이야기, 밤만 되면 6·25 전쟁 이야기를 들려줬던 할머니, 원하지 않던 대학 전공으로 방황하는 ‘나’ 등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을법한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 독자들의 이입을 쉬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는 “이번 책으로 과거에서 어떤 교훈이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며 ”무엇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사랑했던 순간만큼 나를 사로잡은 쾌락과 환희에 찬 고독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의 이야기가 다시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신 작가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브랜드 디자인과 디자인 교육을 하며,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갈등과 불편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그가 집필한 책으로는 <엄마 되기의 민낯>, <여자, 아내, 엄마 지금 트러블을 일으키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공저) 등이 있다.
나의 외갓집은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다. 어릴 적, 주말과 방학이면 어김없이 외갓집으로 달려가 바다와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내게 놀이터요 휴식처였다. 외갓집 마을의 특산품은 꼬막이다. 골이 깊고 알이 굵은 참꼬막은 사곡면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꼬막이 종적을 감췄다. 갯벌에서는 고약한 시궁창 냄새만 난다. 꼬막 밭은 왜 불모지가 되었을까? 생태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기에는 갑작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바다가 병들었다는 걸. 무엇이든 내어 주던 바다가 속병이 들어 죽어가고 있음을 썩어가는 꼬막 밭은 말해준다. 또 하나의 비보가 가슴을 후려친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소식이다. 130만 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바닷물에 흘려보낸다니. 그럼, 바다는? 바다 생물은? 인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에 생각나는 건 하나 뿐. 재앙! 바다가 걱정되는 날이 길어질수록 조미형 작가의 『바다가 걱정돼/바다를 위협하는 7가지』(특서주니어)가 더욱 생각났다. 『바다가 걱정돼』는 해양 문제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쓴 에듀테이먼트 논픽션 도서다. 조미형 작가는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뒤 꾸준히 바다 관련 책을 출간한 저력 있는 부산 출신 작가다. 『바다가 걱정돼』 는 7가지 해양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름, 폐수, 쓰레기, 선크림, 낡은 어구, 해저 채굴, 바닷물 온도 상승이 주제다. 핵심 키워드를 제시한 뒤 문제점의 원인과 진행 과정 그리고 문제 해결책으로 구성됐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각각의 문제 상황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 7편의 단편 동화다. 해수와 친구들은 서해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양식장을 비롯해 바다 전체가 기름으로 뒤덮이자 기름때를 제거한다. 바다 생물이 기름으로 죽어가는 걸 본 아이들은 바다를 꼭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다짐한다. 산호가 하얗게 변해서 죽어가는 이유가 선크림에 들어간 화학성분 때문이라는 아빠의 말에 레아는 충격을 받는다. 레아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산호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려 한다. 이 외에도 바다 쓰레기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세오, 버려진 낡은 어구로 아찔한 일을 당할 뻔한 어진, 바다 콧물에 갇힌 샨, 해저 탐험을 하러 갔다가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진 루미, 함덕 해수욕장에서 용오름으로 보고 환경을 중요성을 깨달은 동윤과 희강이 이야기가 정보의 이해를 높이고 책의 재미를 더한다. 살이 타지 않기 위해 바르는 선크림이 산호초를 죽인다는 걸 몇이나 알까? 수시로 바꾸는 전자기기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바닷속 광물을 채굴해서 얻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이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먹고 쓰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른들이 성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실을 묵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바다가 걱정돼』를 옆구리에 끼고 가족과 함께 바다로 가는 건 어떨까. 그리고 바다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자. 바다의 안전이 곧 우리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선물>로 등단했다. 낸 책으로는 <제롬랜드의 비밀><나는 나야!><유령이 된 소년><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다짜고짜 맹탐정><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가 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있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총 1927편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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