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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내가 가진 삽 한자루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내가 겨우 삽 한 자루 가진 사람들을 향해 왜 저깟 산 하나도 옮기지 못하느냐는 터무니없는 책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 깨달았다. 아이가 세월만 흐르면 되는 게 어른이란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어른은, 아니 어른도 별 힘이 없다.'(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마한」 중에서)취재를 위해 만났던 중고등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한 마디가 있다. 바로 필자에 대한 호칭 '아저씨'다. (아마도 학생들에게 남자 어른은 모두 '아저씨'로 통하나 보다.) 그렇게 '아저씨'란 말을 듣다 보면 새삼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문득 어린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어른'의 이미지와 너무도 동떨어진 필자 자신의 모습에 원인모를 자괴감이 들곤 했다.그런데 최근 그 원인모를 자괴감의 정체를 밝혀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닐 적보다 훨씬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의 삶에 대해, 현실에 대해, 모른 척, 나아질 거란 척하며 애써 외면해왔던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책임감 내지 죄책감 같은 감정이었던 셈이다.특히나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수능이 코앞이라는 사실을 피부가 먼저 알아차리면, 그 부끄러움은 배가 돼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삽 한 자루를 가지고 산이라도 옮기고 싶은 심정이 들곤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삽 한 자루로 강을 파겠다는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보지 않으면 나았을 테지만 매일같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을 겪고 나니 그들을 위해, 아니 적어도 어린 시절의 내가 퍼부엇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만큼을.'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마한」 중에서)그러니까 결국 「울기엔 좀 애매한」이라는 만화는 어른이 된 만화가 최규석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행동으로 보인 결과물인 것이다.아마 또 머지않아, 어떤 이유에서든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로부터 '아저씨'란 말을 듣게 될 지 모르겠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만큼 멋진 아저씨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지 않도록, 학생들을 만났을 때 당당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그러니까 어쩌면, 이 글은 필자의 첫 삽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삽 한 자루는 무엇인가요? /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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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3 23:02

[청춘예찬] 착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

얼마 전, 한 친구와 긴 얘기를 나눴다. 주고받은 얘기 중에, 사람이 무섭고 세상이 실망스러워서 살기 싫다고 한 그 친구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고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내 또래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다소 감상적일 수도 있는 글을 몇 자 적고자 한다.20살 즈음, 인간의 본성이 악할까 선할까에 대해 다른 친구와 재미삼아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지금 그 친구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게 심오한 주제를 선악의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고만 있어도 인간이 선하다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만 보고 있으면 불법과 편법을 저질러 놓고도 태연한 얼굴을 한 일부 지도층 인사들과, 인간이 저질렀다고 믿기 힘든 끔찍한 범죄들에 대한 기사가 끊이질 않고, 인터넷상에선 마녀 사냥이 가득하다. 가끔은 사람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 독이 되기도 하고, 너무 착하면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내 주위에 있는 착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새삼 고맙고, 신기할 정도다.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건 대부분의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사는 것이 힘들면서도 함께 힘든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자신도 가끔 살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기를 쓰고 설득하는 착한 사람들 말이다.보노보라는 영장류가 있다. 무한경쟁, 전쟁, 학살, 남성지배 등 우리 사회와 너무 닮은 침팬지와 달리, 암수 관계가 수평적이고 약자를 보호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보노보.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조국 교수의 「보노보 찬가」에서는 우리 안에는 침팬지의 본성 뿐 아니라 보노보의 본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침팬지들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정글 같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사회의 보노보들이 좀 더 활약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책에서 얘기하는 보노보 같은 사람은 좀 더 많은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기초로 사소한 것들을 바꾸고 싶어 하는 우리 주변의 착한 사람들이 보노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현실의 슬픔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 수 있기에 큰 힘을 가졌지만,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연대는 그것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북돋우고, 위로하면서,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밑바탕에 단단히 새겨져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고 냉소하는 방관자가 되기 전에,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주위의 사람과 손을 잡아보자. 무언가 달라질 거란 생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망한 지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는 존 레논도 노래 'imagine'에서 말했다.당신은 내가 몽상가(dreamer)라고 말하겠지요.그러나 그건 나 혼자가 아니랍니다.그리고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그러면 세상은 하나처럼 살 수 있을 거예요./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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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6 23:02

[청춘예찬]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할 수 있다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생활이 돌아왔다. 모처럼만에 긴 연휴 속에서 마음껏 휴식을 즐긴 사람도 있을 거고 여전히 바쁜 나날 속에서 잠깐의 여유만을 찾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휴식은 일상의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큰 활력소가 된다.이번 나의 연휴계획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손에서 책을 놓은지 오래되어 생각이 딱딱하게 굳어져 간다는 느낌을 받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굳으면 사고가 마비되고 사고가 마비되어 가다 보면 의식이 죽는다. 내 의식을 내가 죽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좀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건 계획일 뿐 해야 하는 일더미 속에서 결국 연휴기간 내내 책 한권을 읽지 못했다.그렇게 여느 때와 별 다를게 없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나를 번뜩 깨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을 하다가 잠깐 쉬려고 인터넷 창에서 웹툰을 찾았다.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연재를 시작했기에 첫 회부터 천천히 감상했다. 웹툰 내용은 2012년 새해 첫날 세상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번 회는 남자주인공이 군부대가 나누어 주는 배식을 받는 내용이었다. 배식을 받기 위해서는 감염자는 정확한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 정확한 말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무슨 말로 내가 감염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사람이 있다" 라고.대사를 읽는 순간 울어버렸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평소 이 웹툰 작가가 그려온 만화들의 성격을 아는 나로서는 이 말에 의미를 붙여서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은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가 벌어진 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구호라는 의미를 말이다. 이 구호를 아는 나는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웹툰 작가의 대사가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 것이다.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험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학기부터 전주대학교에서 수업을 맡아 강의를 나가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수업 중 "매체언어"라는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시간에 꼭 말로 표현하지 않고 각종 매체들로 그 상징하는 의미를 찾는 연습을 하고자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같이 감상한 적이 있다.우리가 감상한 내용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편이었는데, 아이들은 여기서 많은 의미들을 찾아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찾아가는 파티장소는 4대강 오염이 가장 심한 곳으로 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한다는 내용, 파티장소를 찾으러 가기 전에 두바이 식당에 가서 너무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장면은 두바이가 무분별한 건설로 국가위기에 맞은 것처럼 우리도 너무 많은 공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을 비판했다는 설명,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할 경우 잡혀가는 설정에서는 현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꼬았다는 추측까지, 아이들은 많은 의미를 찾아냈다.물론 이것들은 과대추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많이 방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또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이 그냥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깐.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 후에는 느끼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끼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행동하게 된다. 지금 우리 20대 젊음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더라도 많이 알고, 보고, 느끼고 그리고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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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29 23:02

[청춘예찬] 돈으로 사지 못할 소중한 경험, 여행

20대에 꼭 해봐야할 일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돈이 부담스러워서' '혼자라는 것이 무서워서' '세상이 너무 위험하니까' 같은 핑계를 대기에는 20대라는 청춘이 가진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만약 정말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가야 하는게 여행이라고 극단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떠날 것을 권유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뜻 여행에 도전하기란 어렵다. 여행을 가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돈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돈도 벌어야하니 말이다.분명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로서, 망설이다가 놓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떠나라고 권유해 본다. 언젠가는 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언젠가'가 희망이 될 수는 있으나 그 말대로 '언젠가'로만 남게 될 수도 있기에 20대에 꼭 해봐야 될 일이라고 하지 않나.게다가 세차례의 태풍으로 마구 떠내려가고 무너지고 난 후 거짓말처럼 나타난 눈부신 하늘. 하늘은 높고 식욕도 넘쳐나는 바야흐로 고요한 가을이 왔다. 선선한 바람과 고독한 가을 냄새는 언제가도 두근거리는 여행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만든다.떠나라.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가을만큼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이번 가을에는 국내여행을 추천한다. 가을을 느끼기엔 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가을은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가을축제 또한 가을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으니 가고자 하는 곳의 축제도 체크해 볼 만하다.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계절이기에 맛을 함께 나누고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다. 하지만 나홀로 떠나는 여행을 해보는건 어떨까. 가을은 떠나가는 고독한 계절이지만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기에 혼자서 가는 여행이라면 얻는 것이 많은 여행이 될 것이다.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현실도피를 위해, 재충전을 위해. 그 중 20대의 여행 목적은 자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낭하나 꾸려서 어디든 떠나게 되고 여행의 막바지엔 한번의 여행으로 자아를 찾았다고 하기엔 다소 '오버'일 수는 있으나 체 게바라가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이라고 말한 것처럼 배움과 지혜가 누적됨으로써 더 성숙된다. 그렇기에 한번가면 두 번 세 번 가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서점에 가면 여행에세이, 여행 잡지 등 여행에 관한 많은 책이 있고 인터넷에는 클릭 한번으로 많은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타인의 눈을 통한 여행을 할 것인가? 더이상 다른 사람들의 여행담을 들으며 여행을 꿈꾸는 자가 아닌,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여행담을 들려주며 오늘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내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떠나는 모든 이가 여행의 모든 경험들로부터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 / 이수화(창작극회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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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15 23:02

[청춘예찬] 지역일간지와 주간지의 상생 위한 제언 - 박창우

지역신문으로 대표되는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이야기는 이미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 시장구조가 이미 왜곡으로 점철된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그 중요성이 너무 큰 까닭에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한 시장 내외부의 대안찾기와 노력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며, 그 과정에서 일면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특히, 독자와 호흡하고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지역신문 내부의 노력 덕에 지역신문의 질적인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되는 중이다. (물론, 왜곡된 지역신문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하는 몇몇 신문사에 한해서지만 말이다.)하지만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도 불변의 모습을 자랑(?)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지역신문에서 마치 지면 채우기 용도로 활용되는 '지역면'이다. 행정기관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지역면'은 전북에서 발행되는 10개 이상의 종합일간지 모든 면에서 '싱크로율 100%'를 자랑할 정도이다.이는 각 신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재기자 제도가 사실상 기사를 위한 제도이기 보다는 광고를 위한 제도로 전락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군 단위의 지역주간지 취재기자와 지역병원 홍보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주재기자의 필수덕목은 다름 아닌 인맥이었다. 신문사가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기사가 아닌 광고였으며, 주재기자를 '투잡' 정도로 여기는 주재기자들의 취재원은 그 지역 관공서나 병원 등 협찬이나 광고가 되는 취재처에서 근무하는 자신들의 후배와 친구들이었다.그래서 오늘도 전주를 제외한 전라북도 시군지역의 행정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자신들이 스크랩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이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필자는 지역일간지와 지역주간지의 기사제휴를 제안한다. 통신사의 전국뉴스를 지면에 할애하듯, 시군 단위 주간지의 비중있는 기사를 지역신문 지역면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아마도 보도자료 가공기사로만 채워지는 지면보다는 훨씬 생기가 돌지 않을까 싶다.전라북도 내 어디를 가도 지역주간지는 과잉이다. 지역일간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뜻이 있는 신문사는 있고, 다른 신문을 펴내는 신문사는 존재한다. 같은 뜻을 가진 신문사가 뭉쳐 상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덧붙이는 글 : 이 글이 오늘도 땀 흘리며 취재현장을 누비는 주재기자 분들의 자부심과 긍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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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08 23:02

[청춘예찬] 피디수첩, 본방사수 하셨습니까 - 곽화정

지난 주 화요일, MBC 김재철 사장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룬 피디수첩 '수심 6m의 비밀'을 방송 3시간을 앞두고 보류시켰다. 이를 두고 "스스로 MB의 아바타임을 인증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고기 파동 때 피디수첩에 된서리를 맞은 기억이 있는 정부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지만 기각된 후였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방송보류 기사가 나가자마자 인터넷 기사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고,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시민 미디어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MBC 앞에는 방송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MBC 교양국 피디들은 2주 연속 불방 시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23일 월요일에는 방송이 결정됐다는 소식에도 MBC 본사 앞에 5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 것은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언론 검열의 현실을 실감했기 때문이고, 그 검열로 걸러진 목소리가 아닌 4대강에 대한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창구까지 잃을까봐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생각은 대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으면서도 대운하 사업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광우병 촛불 때에도 소고기 문제만큼이나 큰 목소리를 만들었던 게 대운하 반대였고, 결국 대운하 사업을 4대강사업으로 변경시켰다. 비록 그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로 보여주었다.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확실해졌음에도, 정부는 잠시 반성하는 시늉만 하더니 다시 귀를 막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언론은 막고, 홍보에는 열을 올렸다.안타깝게도 정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단계는 부실하게 해치우고 공사는 속전속결로 진행해, 너무 멀리 와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반대해도 어차피 대통령은 할거야'라고 허무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으면서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졌다.그렇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강의 문제는 곧 생명의 문제이다. 우리 국토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과 터전이 걸린 일이다. 이 정권이 국민이 관심 안 갖기를 바라는 만큼 더 알아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고공의 보 위에 올라가 한 달 넘게 선식만 먹으면서 뭘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왜 20m의 댐을 보라고 우기는 것인지, 왜 강의 수심을 그렇게 깊게 파려고 하는지, 왜 전문가들의 우려조차 묵살되고 있는 것인지, 팔당 유기농 단지의 위원장은 왜 보름 넘게 단식하고 있는지 말이다.역사에는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이 무자비한 사업을 국민이 막았느냐 막지 못했느냐만 기록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가 심해지면 더 열심히 알아야 하고, 진실의 목소리를 보호해야 하며, 더 거세게 저항해야 한다.피곤하다고? 어쩔 수 없다. 원래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피곤한 거니까.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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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5 23:02

[청춘예찬]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몰라도 되는 건 아니다 - 임숙정

글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 여러분에게 문제를 하나 내겠다. 신라가 우산국을 정복한 이후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자신의 섬이라고 주장하는 울릉도의 부속 섬은 무엇인가?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황당해 할 거라 믿고 싶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내면서 아까운 지면을 할애하고 있냐고 분노할 거라고 믿고 싶다. 내가 '믿고 싶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얼마 전 충격적인 영상을 하나 보았기 때문이다.며칠 전 인터넷에서 '독도를 모르는 한국 고등학생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독도를 모를 수 있을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클릭을 해보았다. 영상은 2010년 8월 5일 MBC에서 방영된 '국사, 안 배워도 그만?'이라는 동영상의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면 서두에 낸 문제가 작년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출제된 2학년 한국 근현대사 기말고사 문제라고 등장한다. 선생님이 평균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맞히라고 준 문제였다. 그러나 2학년 전체 400여명 가운데 독도를 적어낸 학생은 200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 정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상을 촬영한 제작자는 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계의 현실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우리가 학창 시절 아무리 공부를 하지 않고 놀아도 정규 수업시간에 들은 것들은 어느 정도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규 수업시간에 국사를 편성하지 않으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독도에 대해 분개하면서 가르치지 않아 잊혀진 역사가 문득 떠올랐다. 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른다면 국치일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다가오는 2010년 8월 29일은 국치 100년이 되는 날이다. 국치(國恥). 국가의 부끄러움. 바로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부끄러운 날이니 잊어야 할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기념일, 31 기념일과 함께 국치일을 3대 기념일의 하나로 추념했다. 만주 동포들은 국치추념가라는 노래를 부르며 이날을 곱씹었다.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8월 29일이 되면 각 상점이 일제히 약속한 듯 문을 닫았고 격문 살포 등은 더 활발해졌다. 해방 후에도 국치일은 계속 기억되어졌다. 1946년 국치기념일은 아직 완전한 해방을 이룬 것은 아니라며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엔 공식적인 기념식은 없었지만 달력에는 국치일이 기념일로 표시되었다. 그러다 한일관계가 이전과 다르게 바뀌던 박정희 시대에 들어와 국치일은 더 이상 기념되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잊혀져 오늘날에 이르렀다.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지우려 한다고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치욕의 역사를 더 잘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8월 29일. 나라를 빼앗긴 그 아픔을 생각하며 그 시기 살아갔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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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8 23:02

[청춘예찬] 미디어, 범죄 교과서 - 이수화

현대사회가 다원화되고, 폭력적 미디어가 홍수처럼 만연함에 따라 모방범죄 역시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되게 되었다.모방범죄란 한 개인이 자신이 보았던 범죄의 장면을 따라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범죄학(Criminology)에서는 사회의 이슈가 되는 범죄가 많으면, 해당 범죄의 빈도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 범죄를 많이 보기 때문에 해당 범죄에 대해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즉 미디어에서 범행 수법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할 경우 다른 잠재적 범죄자들이 이를 참고할 수 있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했던 보도가 반대로 제2의 범죄를 탄생시키는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모방범죄가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미디어에서 범죄나 폭력의 묘사가 정확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올 경우 국민들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 분명히 입증됐다.예컨대 최근만 해도 2007년 혜진예슬양 피살 사건, 2008년 조두순 사건, 올해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이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세세히 전해졌으며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성범죄가 4년간 70% 증가했다. 그리고 실제로 올 3월에는 김길태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났다.이런 현상은 자살에 관련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달의 경우 미국 내 자살률이 12% 증가했다며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세할수록 모방 자살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42건이 넘는다. 언론이 사람을 자살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미 자살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 방법이나 역할모델 등을 제공하며, 이들의 정신적 저항력을 약화시켜 마지막 치명적 순간으로 내몬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방범죄를 억제하고 미디어의 악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미디어의 폭력 및 범죄수준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민들 역시 올바른 판단력을 배양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또한, 범행수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언론 보도는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언론보도가 이뤄져야 한다. 속보와 특종 경쟁 속에서 절제되지 않고 무차별적인 보도를 쏟아내기보다는 사건의 성격과 방향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규정하고, 보도 준칙에 따라 보도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각 매체에서는 미디어와 범죄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과 파급 효과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보도 기준을 세워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미디어파워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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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1 23:02

[청춘예찬] '새만금', 흔한 이 세 글자 - 박창우

새만금 외곽방조제 공식 개통 이후 쏟아져 나온 새만금의 장밋빛 미래를 보고 있자면, 머지않아 군산과 부안 등 새만금 사업권 안에 있는 도시들이 세계적 명품도시로 우뚝 설 것만 같다. '세계가 부러워할 명품복합도시 새만금'의 내부개발이 이뤄지면, 정말이지 전라북도는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지상낙원'이 될 것 같기도 하다.그런 의미에서 '전라북도에 있어 새만금은 종교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새만금의 핵심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바로 '구원'인데, 새만금이야말로 배고프고 소외된 전북도민을 구원할 존재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글의 서두를 꽤나 '시크(chic)'하게 풀어냈다고 해서), 방조제가 완공된 지금 새만금 사업에 대한 찬반여부를 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군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방조제 개통 이후 늘어난 관광객 등 가시적인 경제효과를 목격하면서(그 경제효과에도 거품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새만금 사업의 긍정성을 다시 보게 됐을 정도다. 또한 타 지역에 사는 친구나 지인들이 전북을 찾게 되면 앞장서서 새만금 방조제를 구경시켜 주고 있으니 '새만금 종교'의 '목사'는 아니더라도 '전도사'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그럼 왜 갑자기 새만금 얘기를 삐딱하게 꺼냈냐? 이는 얼마 전 한 사진작가로부터 그가 추진 중에 있는 작업 이야기를 들은 까닭에서다.주로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일정기간동안 그 주제에 관련되어 사진을 찍어온 그는 앞으로 시간을 투자해 새만금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새만금 사업의 긍정과 부정을 떠나서 전라북도에 하나의 종교처럼 자리 잡은 새만금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과정을 담아내고 싶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예를 들어 새만금을 구경 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횟집 간판이 '새만금 횟집'으로 바뀐 상황처럼 상호에 '새만금'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간판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모아 두겠다는 의미다.각종 횟집은 물론이거니와 새만금 방조제 입구 근처의 민박집과 열쇠집, 다방, 신문사, 거리명 등 아마 그는 쉼 없이 셔터를 눌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우리 삶에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는 '사랑해'라는 세 글자보다 더 흔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알게 모르게, 혹은 작고 크건 간에, 확실히 우리의 삶은 새만금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는 않을 거야. 새만금 사업 자체가 갖는 의미는 차지하더라도 그 사업이 그 지역 안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 그리고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정말인지 누군가는 그 과정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알려야 하는 거 아닐까?"할 줄 아는 게 사진 찍는 거 밖에 없다는 그의 작업을 너무나, 정말로, 200%, 응원한다! /박창우(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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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04 23:02

[청춘예찬] 아이들의 눈으로 - 곽화정

최근 또 아이들이 자살했다. 진로고민으로 인한 동반자살. 그러나 아이들의 자살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린 탓에 큰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세상의 무게에 눌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이들의 죽음에조차 무뎌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201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100명 중 9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 중 누군가는 어른들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살인적인 경쟁 구도에서 아이들은 매일 전투를 하도록 내몰린다. 그렇게 힘들게 커서는 돈 많이 벌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묻고 싶다. 그 꿈이 정말 너의 것이냐고.아이들 불행의 배후에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획일화된 사회,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되면 끝이라는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 어쭙잖게 사회 전체의 교육개혁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럴만큼의 역량도 없을 뿐더러 교육풍토와 사회 분위기가 바뀌길 기다리기엔 지금 불행한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당장 건져낼 수 없다면 아이들의 기억 곳곳에 보석을 박아주자. 인생의 어느 순간이건 꺼내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특효약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보석이 가득한 보물상자를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나 역시 그런 보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한번은 어릴 때 숲 속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어놀다가 홀로 남았을 때 특별한 기분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마치 자연과 친구들과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한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 후로 세상이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 같거나, 증발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날의 기분을 떠오르면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재가 되어 있다.나 뿐만 아니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칠순의 노인도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애를 크게 거스르다 보면 현재의 어려움도 곧 지나갈 거라는 긍정의 힘이 생긴다.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생의 어느 시점에서 뒤돌아봤을 때 삶이 전투의 기억으로만 가득한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인생이 얼마짜리인지를 세고 있는, 지치고 메마른 어른이 되어 있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만 가르치지 말고 넘어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먼저 심어주자.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길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도.어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은 벌써 시작되었고 가장 민감한 감수성으로 가슴 속에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시키다가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미 불행과 너무 친해져 버렸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곽화정(전북환경연합 간사)▲곽화정 간사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환경문제 해결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전주로 내려와 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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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8 23:02

[청춘예찬] '20대 X새끼론'에 대한 나의 반발 - 임숙정

지난해 한 대학교수가 대학 신문에 특별 기고한 글이 도화선이 되어 인터넷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바로 김용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충남대 신문에 기고한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글에서 파생된 '20대 X새끼론'이었다.'5월30일, 서울광장이 '털렸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라고 다소 과격하게 끝맺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20대를 비판한 한 대학교수의 기고문을 읽으면서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나는 항상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하였다. 술자리에서 후배 한 명이 "전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인거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 했다가 그에 대해 반박하느라 술자리가 파투되기도 했으며 관촌중에서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계기로 반전배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수업에 빠지고 임실 관촌중으로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투표권도 없으면서 모 후보를 지지하라고 친구들을 선동(?)하고 다녔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는 앞장서서 탄핵반대 시위를 나가기도 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미국산 소고기 반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출근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는 그 기간 내내 상복을 입고 출근하며 인문대 복도에는 작은 분향소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나는 이상한 20대였다. 내가 이상한 20대로 취급받게 만드는 20대를 나 역시 욕하곤 하였다.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정치와 사회에 관심 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관촌중을 갔을 때 나는 혼자 가지 않았다. 과 선배와 함께 동행 했다. 그리고 관총중에서 사온 뱃지를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나누어 주었을 때 학생들은 너무나도 고맙게 그걸 받아갔다. 고(故)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현장에서 정치인들만 발언하는 상황에 욱하여 마이크를 잡고 내 의견을 말할 때 내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나를 응원해줬던 기억도 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는 학부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던 기초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시위현장에 가려고할 때 수업을 듣는 7명의 학생이 같이 가자면서 내 손을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인문대 복도에 내 개인 노트북으로 하루종일 추모영상을 틀어놓았지만 아무도 노트북을 훔쳐가지 않았으며 그 옆에 분향하라고 놔둔 국화 꽃다발은 한 시간도 안 되어 동이 나고 말았다. 나 혼자만이 이상한 20대는 아니었던 것이다.어쩌면 행동으로 시대에 맞서 싸웠던 386세대들이 보기에 현재의 20대는 취업에만 급급하며 사회와 정치에는 무관심한 세대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의 20대에 희망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20대는 충분히 희망적인 세대이다. 여기 그 증거들이 있다. /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임숙정 연구원은 진안 마령중 교사,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조교를 했으며, 현재 전주대 고전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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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1 23:02

[청춘예찬] 靑春 아닌 淸春? - 이수화

지금의 청춘은 기성세대가 만든 획일적 가치 속에 함몰된 채, 꿈마저 양식당하는 靑春 아닌, ?春이다.21세기에 청춘을 맞이하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현실에서의 젊음은 만만치가 않다. 젊음의 이미지는 더 이상 도전과 모험과 낭만과 객기가 아니다. 그 자리는 취업과 토익과 학점 따위가 대신하며 불안과 경쟁과 위기가 오히려 20~30대 젊음과 더 근접한 이미지로 자리하게 됐다.우리의 20대 젊은이는 '열정세대'나 '희망세대' 같은 예쁜 이름을 놔두고 하필이면 '88만원세대', '3無세대(돈집결혼이 없는 세대)', '불안세대'와 같은 삭막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슴 한 켠에 새긴 꿈도, 위대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소망도 모두 덮어둔 채 안정된 생활을 위해 대기업이나 공무원시험에 이 찬란한 청춘을 걸고 있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상을 향해 한없이 도전해보고 부딪쳐봐야 할 이 때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 벽을 느끼기 시작하며 자신이 지닌 재능과 가려는 길에 대한 고민을 품게 된다.하지만, 이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수 없이 고민하는 시기가 바로 '청춘'일 것이다. 그 고민의 순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현실을 택하면 청춘은 종언을 고한다. 꿈은 사라지고 생계를 위해 사는 일상만이 남는다. 이상을 택한 청춘도 늘 치열하지만은 않듯이 현실을 택한 삶도 비루하지만은 않다고, 한 때나마 꿈을 향한 열정을 지녔던 사람에게 적어도 생은 그런 방식으로 배반하지는 않는다고 필자는 확신한다.그런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청춘'도 늘고 있다. 타율적 욕망에 의해 굴절된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유예시키는 사람들이다. 필자의 주위에는 3명중 1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을 갑갑한 고시원에서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공무원이냐"고 물었더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공무원을 하겠다"고 한다. 공무원. 그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안정적인 삶은 공무원이라고 훈련받아온 것처럼 자신의 이상이 아닌 타인의 이상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청춘.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처럼 자신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안타까운 청춘이다.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청춘이기에 불안정하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청춘이다. 지금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고가는 청춘 혹은 타율적으로 생산된 욕망 속에 갇힌 이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순수한 열정과 이상을 품고 현실과 싸우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당신은 아직 ?春 아닌, 靑春이기에.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연극배우 이수화씨는 전주대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창작극회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화자 한지세상' '삽 아니면 도끼' '콩쥐야 훨훨' '필례,미친꽃'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 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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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4 23:02

[청춘예찬] 조급증을 버려라! - 박영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홀리데이'를 보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나온다. 1988년 10월 16일 지강헌 일당이 서울시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당시 TV를 통해서 전국으로 생생히 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특히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라는 뜻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절규였다.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돈 있고 '빽' 있는 자는 죄를 지어 재판을 받아도 특혜를 받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중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현실. 중형 그 자체보다 이 상대적 불평등이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원천이었던 것이다.사건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시절 서민들의 불만의 소리는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난은 대를 이어 가난을 낳고, 부자는 대를 이어 부자가 되는 세상. 재산이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자들, 회사를 통째로 아들에게 물려주려다 '딱' 걸려도 쉽게 풀려나는 대기업 회장님, 억대 뇌물을 받고서도 철창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형량을 채우기도 전에 특별사면을 해주니 돈 있는 자들은 법이 두렵지 않다. 그들에게는 친절한 돈과 권력이 있기에 지금도 '유전무죄(有錢無罪)'는 통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富者)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부자가 되는 노하우, 투자의 기술, 가난을 탈출하는 방법 등을 다룬 책은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어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도 실천하지 않고, 단기간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려고 하니 정작 결과를 보지도 않고 중도에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가난에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전라북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16개 시도(특별시 및 광역시 포함) 중 15위다. 가난한 전라북도가 바라보는 희망은 새만금이다. 새만금의 성공이 전라북도를 가난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공사를 끝내려고 하거나, 주변환경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일부 과정이 생략되게 되고, 결국은 부실공사가 되기 마련이다.새만금 방조제 개통으로 오는 2020년까지로 돼 있는 새만금 내부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방조제 완전개통으로 새만금에 '수목 식재 공사'가 단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가난의 공통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조급증이 새만금에도 벌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새만금의 모델로 두바이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비약적인 성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할 뻔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부도 위기 사태의 원인이었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계획을 되짚어 보면서 새만금의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전남 광양제철소가 금호도라는 섬을 매립하여 전남 동부권의 발전을 이룬 것을 난 지켜보았다. 금호도에서 태어나 이주민이 되어 20년을 광양에서 살았다. 지금은 전라북도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살게 될 전라북도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며, 난 전라북도에 살아갈 것이다./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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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30 23:02

[청춘예찬] 관광 홍보보다 중요한 것 - 백상웅

디지털여수문화대전(http://yeosu.grandculture.net)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여수와 관련된 역사문화인물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홍보를 위한 곳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품고 이곳을 방문하면 그 방대한 자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디지털여수문화대전은 여수를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콘텐츠는 여수향토문화백과, 여수의 특별한 이야기, 여수의 마을 이야기로 나뉜다. 여수향토문화백과는 말 그대로 향토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담고 있다. 여수의 특별한 이야기는 일종의 기획 콘텐츠인데, 여수의 유명 명소나 이야기에 대한 칼럼 등을 담고 있다. 여수의 마을 이야기는 몇 개의 마을의 역사와 인물, 전해오는 이야기 등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밌는 것은 여수의 마을 이야기, 이 콘텐츠에서는 마을 주민의 인터뷰가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콘텐츠를 분야(삶의 터전, 삶의 내력 등), 유형(개념용어, 기관단체), 시대, 지역, 집필자(콘텐츠 집필자)로 나누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여수의 선사시대 역사를 알고 싶으면 해당 디렉토리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꾸려 놓아, 각 마을의 소소한 문화적 공통점과 다른 점까지도 이용자가 알기 쉽게 해 놓았다.요즘 전라북도는 관광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라북도가 관광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은 전북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현재 전북이 가장 내세울 만한 것은 수천 년간 쌓아온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공기 좋은 자연은 둘째치고라도 전북 곳곳에는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앞으로 전북이 이것을 잘 살리기만 한다면 관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여수문화대전과 같은 전북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의 매개체가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필요하다. 어느 주막에 가면 시인들이 득실거리더라, 어느 커피숍은 몇 십 년 된 곳인데 한 때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숨어들던 곳이었더라, 어느 골목에서는 연극인들과 미술인들이 빈 호주머니로도 근근이 돌아다니더라,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어느 동네에서는 윗동네, 아랫동네 나누어 놀이를 하고, 또 어느 동네 구멍가게 할머니는 평양에서 시집와 현재까지 살고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소소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이야기들이 전북에는 절실하게 필요하다.이 작은 이야기들을 잊는 순간 문화와 역사의 발전은 멎는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심근경색이라고 할까, 혈관이 꽉 막혀 문화는 굳어버릴 것이다. 디지털문화대전에는 여순사건 같은 현대사 질곡의 사건부터, 거문도에 쳐들어온 영국군 때문에 생긴 단어까지 기록하고 있다. 전북에 대해 누군가 물었을 때, 아 이곳에 가면 뭐든 알 수 있어, 라고 할 만한 그런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아무리 좋은 관광지라도 홍보가 안 되면 도루묵이고, 홍보가 아무리 잘되더라도 콘텐츠의 설계가 잘 못되어 있으면 또 도루묵인 것이다. 독립된 문화, 역사라는 것은 없다. 문화와 역사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큰 이야기부터, 작은 이야기까지 엮어보자는 것이다. 전라북도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으로도 베스트셀러 소설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큰 것을 보려고 하지 말고, 전라북도에 흩어진 골목을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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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청춘예찬] '마이전라북도아이디어 닷 컴' - 성재민

전문가 10명과 일반인 100명이 각각 하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 집단이 더 옳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의 비슷하거나 일반인 집단이 더 정확할 확률이 높다.실제로 소의 가격을 맞추는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수 전문가와 다수 일반인이 각자 상의없이 낸 의견을 종합해보니 일반인들이 낸 예상가격의 평균이 실제 소값과 가장 일치했다. 물론 일반인들 중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과는 실제와 가장 일치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제임스 서로위키는 저서 「대중의 지혜」에서 이러한 현상이 각 개인들이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집단지성'이라 불렀다.최근 집단지성이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사전을 누른 위키피디아나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국내 1위 사이트로 만든 원동력인 '지식in'서비스, PC에 사용되는 리눅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모두 일반인들이 함께 모여 만든 집단지성의 산물이며, 그러한 산물들은 다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지식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일반 대중들의 참여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미 집단지성을 활용해 큰 혜택을 입었다.지난 2007년, PC제조사인 델(DELL) 컴퓨터는 '아이디어스톰(ideastorm.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과거 제프 자비스라는 유명 칼럼니스트에게 불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그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로 인해 큰 이미지 손상을 입었던 과거를 교훈 삼아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로, 고객들이 자유롭게 델에 바라는 점을 올리면 이를 검토해 실제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만들었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 중 일부는 실제 제품에 반영해 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델은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기업이미지도 얻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도 마찬가지다. 2008년, 스타벅스는 '마이스타벅스아이디어닷컴(Mystarbucksidea.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스타벅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한 이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냈고, 스타벅스는 이를 현실화시켰다. 예를 들어 아이스커피 속에 든 얼음이 녹아 커피가 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음을 커피로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올리자 7600명의 고객들이 즉시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고,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뜨거운 커피용 납작빨대도 이 사이트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물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두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허황된 아이디어들도 올라오곤 한다. 그러나 사이트의 개설 목적은 모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 속에서 좋은 생각들을 찾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데 있다.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희망제작소와 익산희망연대 등 NGO형 단체에서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들을 직접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 전달해 현실화시키고 있다.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좋은 예다.전북에도 스타벅스나 델, 그리고 익산희망연대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수 있는 '마이전라북도아이디어닷컴' 같은 창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미 전북에서도 일부 지역, 일부 단체에서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전북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도민이다. 도민들이야말로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불편함, 그리고 개선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다.모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강박관념때문에 원활한 운영이 힘들어진다. 상시적으로 운영하되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 아이디어를 얻고, 또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다보면 언젠가 현실화시킬 수 있게 되어있다. 자유롭게 발현된 아이디어들을 도민들의 추천에 의해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현실화시키는 방법도 좋겠다. 이미 앞선 사례를 통해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전라북도는 변하고 있고 많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그간의 성과가 공직자와 정치인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서라고 한다면, 이제 여기에 도민의 아이디어를 덧붙여보면 어떨까. 도민과 함께 바꿔나가는 전라북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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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6 23:02

[청춘예찬] 청춘, 그라운드에 서다 - 이현수

6월 11일, 드디어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된다.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함성과 탄식이, 그리고 환호가 모두 붉은 물결의 한 자락이 되어 대한민국은 분명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나라 이외에도 또 다른 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필 우리와 첫 번째 경기를 치르게 될 그리스다.손꼽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하나도 없는 이 팀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지금 그리스가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때문이다. 그리스 대표팀의 그라운드가 그들의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물론 12일의 승리는 양보할 수 없지만 말이다.사실 그리스는 이미 유로2004를 우승한 경력이 있는 팀이다. 당시에도 그리스에는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과 같은 강호들을 차례대로 물리친 저력이 있다.8강부터 우승까지 이들이 보여준 스코어는 오직 1:0. 그리스는 막강한 조직력을 기본으로 한 철저한 수비위주의 전술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상대방을 위한 단 한 골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혹자들은 '재미없는 축구', '시대에 뒤떨어진 축구'라며 그리스를 비판하기도 했다.하지만 스코어가 1:0이든 10:0이든 이기는 것은 똑같다. 물론 리오넬 메시같은 스타플레이어가 해트트릭을 달성한다면 정말 기가 막혔겠지만 팀에 메시가 없다면?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청춘들에게 리오넬 메시는 골고루 존재하지 않는다.아쉽게도 대부분 우리의 청춘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그리스를 닮아있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리오넬 메시가 없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또한 한 개의 슈팅보다, 한 개의 슈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말이다.허공으로 무수히 차올린 슈팅과 팀원들 간의 수많은 패스, 상대의 강한 압박과 거침없는 태클. 단 한 개의 골을 위한 플레이는 채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이루어지지만 사실 전후반 90분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한 골을 위한 플레이라는 것을.우리의 청춘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표(goal)를 이루기 위해 인생이라는 경기시간 동안 우리는 도전과 실패, 위기를 늘 반복하고 있다. 역습을 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역습을 당하기도 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좌절을 극복해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청춘은 아닐까.저 멀리, 그곳에 우리가 목표(goal)를 이루어야 할 골대가 놓여있다. 골대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의미한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허공 속으로 쏘아 올리는 슈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청춘,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 골대를 만들고 그곳을 향해 가기 위한 수많은 전술과 연습을 반복하는 시간인 것이다.따라서 그대들의 청춘 속에 리오넬 메시가 없다 해도, 우리 스스로가 메시가 아니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자. 골대를 향한 돌진을 멈추지 말자. 청춘이라는 그라운드에 하나의 골대를 만들었다면 그대들의 도전은, 설령 백패스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이더라도 언젠가는 멋진 슈팅을 날리기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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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9 23:02

[청춘예찬] 소문난 맛 집엔 레시피가 있다 - 박영준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가끔 전주비빔밥과 전주콩나물국밥에 대한 소문만 듣고 이름난 음식점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난 고민을 하게 된다. 소문만 듣고 큰 음식점에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맛집을 소개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큰 음식점과 맛있는 음식점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공연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공연과 좋은 공연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규모로 제작된 공연이거나 큰 공연장에서 공연되어야 좋은 작품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별로야, 난 서울에서만 공연 보잖아". "소극장에서 연극 보는 것보다 뮤지컬 정도는 봐줘야지". 비싼 공연을 봐야 나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좋은 공연'에 대한 기준을 묻고 싶을 때가 있다.좋은 공연에 대한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좋은 공연이라면 꾸준히 재공연이 되고 있을 것이다. 재공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거나, 공연에 대한 평이 좋아 공연관계자들이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공연을 고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본일 것이다. 좋은 텍스트가 나와야 좋은 배우도 나오고 좋은 연출도 나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그렇고, 안톤 체홉의 작품이 그러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대를 아우르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좋은 텍스트일 것이다.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창작초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공연을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연습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창작초연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창작초연이 아니더라도 기존 작품을 맛있게 다시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재료를 어떤 레시피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 공연도 어떤 레시피로 만드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것이다. 좋은 텍스트와 좋은 레시피가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공연장이다.좋은 공연이 좋은 공연장에서 올려질 때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내려온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이유는 서울에서 공연할 때의 공연장과 지역의 공연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작품이 지역에 내려올 때는 배신이라도 하듯 대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소극장에서 '좋은 공연'이 결코 대극장에서 '좋은 공연'이 될 수는 없다.최근 다양한 지원사업이 늘어나면서 도내에도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또 공연장을 못 구해 대관할 장소를 알아보는 공연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전주에만 10개 이상의 극장이 있는데, 왜 공연팀들은 대관할 장소가 없다고 아우성인가?문제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 지원사업에서 지원을 받으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게 지역의 현실이다. 좋은 공연을 위한 지원금일 텐데 왜들 큰 공연장에서만 하기를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최근 대관비 인상으로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공연장측에서는 인상의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의 현실에서는 너무 부담이 큰 인상이기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대관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누가 만들었을까? 를 생각해 봐야한다. 지역문화예술공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율의 공연이 이루어지며 성장해야한다. 대극장 공연과 소극장 공연의 비율의 조화가 필요하고, 공연의 특성에 맞는 공연장을 선택해야만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이 탄생할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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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2 23:02

[청춘예찬] 선거운동, '쇼'를 벗어나라 - 성재민

지방선거까지 불과 열흘 남았다. 도지사부터 시장군수, 교육감, 시도의원까지 지역의 다양한 일꾼을 한번에 뽑는 선거이다보니 그 중요성이 어느때보다도 크다. 최근에는 '정권심판론'까지 맞물려 투표 참여 운동도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투표율 상승도 기대되고 있다.그러나 투표 자체에 대한 관심과 달리, 유권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선거는 총 8건. 각 선거당 최소 4명씩의 후보군이 있다고 해도 벌써 32개 이상의 선택지가 놓인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보니 선거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서 "(후보자가) 너무 많아 헷갈린다"는 말까지 들린다.유권자들만큼이나 후보자들의 고민도 깊다.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른 후보자들과 차별된 '어떤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은 '이색 선거운동'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교복도 입어보고, 하이힐도 신어본다. 최신 유행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지쳐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만큼 정치를 '쇼'로 만든 나라도 드물다. 정치가 '쇼'라는 것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안겨주는 장점도 있지만 '쇼'이기에 신뢰를 잃는 단점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정치는 정치인들이 '쇼'를 벌여 자신을 정치적 자산을 유지해왔던 반면, 대중들은 그러한 '쇼'에 몇 번이고 배신당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 비판을 갖게 된 아이러니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선거 운동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후보자들은 끝없는 '쇼'를 벌이고 있지만, 반응은 좋지 않다. 후보자들도 모를리 없다. 대부분 "이름이라도 알아줬으면"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하는 것일테다.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가 '쇼'로 변질되도 좋은 것일까? 후보자들도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지 그들을 위한 '쇼'를 하려는 것이 아니잖은가. 이제 '쇼'가 아닌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에게, 장차 지역정치를 꿈꾸는 사람들께 '소셜미디어'를 권한다. '소셜미디어'는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타인과 정보와 메시지를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그 중에서도 정치인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는 단연 트위터다. 140자 단문메시지를 주고 받는 서비스인 트위터는 자신의 생각과 활동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어 전세계 가입자 수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트위터를 통해 타인과 연결됨을 느끼고 상호 신뢰를 쌓아간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내놓기 때문이다. 기존의 익명의 메시지 전달방식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자신을 '확장'한다. 자신을 알리고 드러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아주 좋은 서비스다. 이 곳에서는 정당이나 개인의 인기보다는 얼마나 생각이 타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가 인기의 척도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수록, 그를 따르는 '팔로워'들은 늘어난다. 이런 공간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인기를 얻을 수 있다.전북에는 현재까지 약 500~600명이 트위터를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단순한 숫자로는 매우 작을 수 있지만 이 이용자들이 신규 서비스 및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 계층이고, 이들의 특성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란 점에서 트위터의 활용은 매우 큰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연결되긴 어렵다. 사람들이 냉소적으로 대하는 정치와 관련된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지역정치인들이 사람들과 진실로 연결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위터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쇼'대신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선거는 불과 열흘 뒤면 끝이 나지만 정치와 사람은 계속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대중과 정치인이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을때, 정치도 사회도 모두 좋아질 수 있다. 선거철마다 벌어지는 '정치쇼'가 아닌, 꾸준하고 일관성있는 소통이 빛을 발할 날을 기대해본다. /성재민(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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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6 23:02

[청춘예찬] 스토리텔링 없는 전북, 적막강산 전북 - 백상웅

얼마 전 코스타리카에 대한 기막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코스타리카에 군대가 없다는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군대가 없는 나라가 있다니! 그것도 토론으로 군대를 없애버리다니! 나는 그동안 코스타리카를 월드컵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던 과거가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욱 신선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아스팔트길을 까는 데도 토론을 한단다. 그리고 흙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길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발에 흙이 묻고 더러워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수많은 논란 끝에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되었다. 새만금을 찬성했던 사람이고, 반대했던 사람이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둑을 쌓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새만금을 반대하오!'라고 큰소리로 커밍아웃을 해봤자, 둑을 허물어 예전의 갯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코스타리카처럼 수많은 논쟁과 토론 끝에 군대를 없앤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새만금은 결국 새만금일 수밖에 없다.새만금이 개통되었다. 깃발축제를 열었다. 관광객이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의 발을 묶을만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인공위성에서도 보이는 방파제,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의 만리장성 인공위성, 이건 더더욱 이야기가 아니다. 만리장성에는 중국 본토와 북방민족 간의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갖고 있는 이야기는 뭔가? 이런 고민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새만금 개통식으로 열린 깃발축제는 새만금에 깃발이 꽂혀 있다는 사실 빼고는 새만금과 연결된 이야기가 없다.수많은 논란 끝에 개통된 새만금 방조제가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뉴스보도에서는 연계 관광 상품 개발을 이야기한다. 이 말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만금 주변에 볼거리가 정말 없는가? 새만금이 위치한 그 쪽이야 말로 전북이 자랑할 만한 자연이 숨어 있는 곳이다. 연계 관광 상품이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새만금 방조제와 주변 관광지의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하는 것이다.나는 새만금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새만금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을 스토리텔링하여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갯벌 문제, 반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방조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스토리텔링하여 새만금이 가졌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잘 보관하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으로 아스팔트길마저 만들지 않는 코스타리카 사람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진 흙길에 대해서 그렇게 기록하고 보전하였을 것이다. 이게 새만금을 알리는 가장 큰 홍보효과이다.우리는 가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애를 쓴다. 사실, 말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치부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새만금 방조제 개통은 정말 축하할 일이나, 그 장면만으로는 그림이 되지 않는다. 새만금이 가지고 있는 여러 논란들, 그리고 그 모습들이야 말로 새만금을 알리고 홍보하는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미래의 청사진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의 역사를 믿으려고 하지, 눈에 보지 않는 미래를 믿지 않는다. 새만금의 미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과거는 보인다. 미래를 홍보하기 위해 과거를 아끼고 이용해야 한다. 새만금이 부족한 것이 바로 이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백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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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9 23:02

[청춘예찬]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답게' - 이현수

62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필자도 후보자들로부터 꽤 많은 명함을 받아들었다. 살펴보면 중복되는 것이 여러 장이다. 그러나 명함을 내밀던 손도, 얼굴도, 목소리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으므로, 필자는 명함 이외에 받아든 것이 아무것도 없다.버리지 않고 집까지 가져오긴 했지만, 명함을 보고 있으면 난감하다. 왜 다들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어색하게 웃고 있는 것인지, 약력은 하나같이 빼곡하게 적어 넣었는데 믿음 가는 것은 없는지. 도대체 뭘 보고 찍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작정 기호 몇 번을 찍어 달라는 그 단순함이 참으로 난감해서 이제 막 숫자를 띄엄띄엄 읽기 시작한 애가 된 것 같다.사실 필자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후보자들의 정책이 옳고 그른지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고 그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목민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물론 이런 기대는 상대 후보의 속옷까지 벗기려드는, 그 처절한 과정을 거치며 무참히 깨져버리지만 말이다. 그래서 필자도 안민가(安民歌)를 빌어 한마디 덧붙이고자한다.신라시대 「삼국유사」에 실린 충담사(忠談師)의 10구체 향가 안민가(安民歌). 경덕왕 즉위 시절, 백성을 평안하게 할 노래를 지어달라는 왕의 부탁에 충담사(忠談師)는 안민가로 답하였다.그 중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구절은 '아으 군(君)다이 신(臣)다이 민(民)다이 하날단 나라악 평안(平安)하니잇다'라는 구절이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가 평안할 것이다'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여기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은 바로 '답게'이다. '임금'도, '신하'도, '백성'도 모두 '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나라가 평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떠한가. 평안한가, 평안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정말 '답게' 행동하고 있는가.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곱지 않은 것은 정치인들이 '답게'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렸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정치인들뿐이다.국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린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답게' 행동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국민(民)들이다. 정치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많으면서 정작 투표를 하지 않는 국민들. 민(民) '답게' 행동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쉬운 방법이 투표라는 것도 모르는 어린 국민들. 정치를 정치인들만의 놀이로 만든 데는 분명 국민도 한 몫 거들었다.한 달 후에 지방선거가 열린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이 무색해지지 않는 선거가 이루어지길 간곡히 바란다. 혹자는 내가 원하는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뽑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 그런 차선의 선거는 잊어버리자. 진정 국민만을 위한 최선의 선거를 치러보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답게'말이다. /이현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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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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