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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가 사는 세상

책이나 신문보다스마트 기기가효율적으로 보이지만실제로도 그럴까?그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출퇴근 시간의 8할을 지하에서 보내는 그는 가끔 자신이 두더지 같다고 생각한다. 낮과 밤의 시간개념을 상실한 지하철 풍경은 흑백영화처럼 지루하기만 하다. 이곳에선 서로에게 묻거나 답할 일이 거의 없으며 재미없는 농담이나 시답지 않은 얘기 따위는 더더욱 할 사람이 없다. 한 공간에 이토록 밀착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궁금한 일이 없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졸린 눈을 부릅떴다. 한눈에 봐도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마치 지하철 안이 거대한 스마트기기 천국이 된 것처럼 사람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가장 흔한 모습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이들이 삭막한 도시의 모습을 지하에서 똑같이 재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혹은 도시의 잔재라 해야 좋을까? 하지만 지하든 지상이든 한번 발을 들이면 모두 새삼스러워진다는 것을 안다. 가장 낯선 것이 가장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녀가 느끼는 체감 나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마트기기를 쓰는 것이라고 이 지하세계는 말하는 듯하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혁신이라 찬미하고, 디지털 시대의 수준을 몇 단계 올려놓았다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마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영화 한편이 법정과 국회를 흔들었다고 광고하는 사람들처럼. 이제 '그'와 '그녀'는 지하철이든 어디든 책이나 신문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더 많이 마주할 것이다.그러나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모두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업무가 연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기기의 특징인 '동시 다중작업 수행(멀티태스킹)'이라고 일컫는데 언뜻 보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중 과업을 인정하라'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가도 제안서 검토 의견을 구하는 동료의 메일에 답장을 해야 하거나, 출장에 가서도 상사에게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독촉 받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당신은 전화를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고, 운전을 하면서 DMB를 시청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가? 그곳이 침실이든 화장실이든 강의실이든 회사든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상사가 업무 시간 이후에 전화를 했다고 받지 않을 강심장은 과연 있는가? 스마트한 시대에 눈 뜬 사람이라면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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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6 23:02

전주·완주 통합, 진정성이 중요

살랑살랑 봄바람이 기분까지 '딸랑딸랑' 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봄이 우리의 곁에 찾아왔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서 그런지 결혼하고 싶게끔 만드는 날씨이다. 물론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도 많은 '시즌'이다. 결혼식장에 가서 결혼하는 신랑신부를 보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같이 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지난 4월 30일 김완주 전라북도 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임정엽 완주군수가 전주완주 통합건의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이 발표한 '완주전주 통합 공동 건의 합의문'에는 10가지의 '완주전주 상생발전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통합시 청사 완주군 배치, 종합스포츠타운 공동 건설, 농업발전기금 확보, 농업농촌 안정적 투자재원 확보, 전주권 그린벨트 해제지역 규제완화 건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신축 이전, 대규모 위락단지 완주군 내 조성, 완주지역 주택아파트단지 조성, 공공기관 및 시설 완주 이전,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사항들을 주욱 살펴봤을 때 전주시의 입장에서는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느껴진다.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왔던 전주완주 통합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도내 언론에서는 통합의 효과를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필자는 느꼈다. 사실 필자는 완주군민으로서 통합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느끼기에 완주군은 충분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느껴진다. 로컬푸드 사업이나, 마을 만들기 등의 사업 등은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비유하자면 능력도 있고 여유도 즐기는 '나름 골드미스'같은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전주는 뭔가 중후한 멋이 있기는 하지만 특징도 없고 뭔가 궁상맞은 '노총각' 느낌?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사실 그럴 것도 없는 것이 필자는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전주에서 보냈다. 완주군 봉동읍으로 이사 왔을때도 전주 소재 기숙사에서 생활했으며 지금까지도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주와 완주는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완주군에서 전주시로 출근하고 등교하고 있으며, 못지않은 사람들이 3공단을 포함한 완주군의 여러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완주군청이 전주시에 있는 것이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가 타는 버스는 전주시의 버스이니깐. 타 지역 사람들이 어디 사냐고 물으면 전주 산다고 답할 때가 많다. 전주에서도 바람 쐬며 쉬고 싶을 때, 모악산에도 오르고 고산휴양림에서 심신을 달래기도 한다. 그만큼 전주와 완주는 한동네 같은 느낌으로 서로 이질감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합의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동거한다고 꼭 결혼해야 하나?'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결혼은 상대를 신뢰하고 모든 것을 숨김없이 공유해야 한다. 서로의 통장도 '까서' 경제적 능력도 확인하고, 서로의 성격도 고려해야 하고, 집안환경도 중요하다. 결혼한 수많은 선배들이 말하길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번뜩 떠오른다. 통합도 현실이다. 서로가 win-win할 수 있다면 누가 쌍수 들고 만류하겠는가. 단지 서로가 정말로 상생하려면 '주판알 굴리지 말고' 진심이 담긴 '프로포즈'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어차피 집안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 혼인신고부터 하고, 살림부터 합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왕 같이 산다면 양가집안 사람들의 축복받으며 친구들의 시샘어린 축하받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잘못하면 집으로 끌려가 두들겨 맞고 머리 깎이고 방에서 못 나올수도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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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09 23:02

'비정규직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삶인가, 소리 쳐 보아도~'. 가수 리쌍의 노래 가사처럼 현재 우리는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소리 치고 발버둥 쳐봐도 젊은이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끊긴지 오래다.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진부한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먹고 사는 일에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말이다. 먹고 살만한 경제력이 있더라도 젊은이들이 놀고먹는 것 보단 사회에 나가 국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고용보호'의 도입 때문이 아닐까.'고용보호'는 1970년대 선진국들이 '높고 지속적인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정책으로, 쉽게 말해 해고를 어렵게 하는 사회조항이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계속해서 실업률이 상승하자 선진국들은 이에 상반되는 개념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에 관심을 가졌다. 선진국들은 고용자를 감싸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경쟁력을 더 키워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일찍이 고용보호 정책을 제거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란 개념은 현재 명확하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이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고용자가 마음대로 근로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의미로, 미국은 고용자가 근로자를 강하게 만들고 근로자의 노동이동을 쉽게 하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그 뜻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와 더불어 경직된 노동시장의 형태를 갖고 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2007년 비정규직 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이 이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570여만 명이었던 비정규직이 법을 시행한 이후 600여만 명으로 증가했으니 말이다. 2003년 OECD 국가들의 '고용보호'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26위를 기록함으로써, 1998년에 16위이었던 것에 반해 10계단 더 상승해 고용보호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을 살필 수 있었다. 이는 정규직 해고가 불가능 하고, 따라서 정해진 그릇 안에서 새로운 인재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로자를 위해 만들어진 고용보호 정책이 젊은 인재들에게는 죄어오는 옥쇄를 자리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법'을 폐기한 후 진정으로 효과적인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나라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교육받고 노력해 온 젊은이들의 능력이 도태되지 않도록,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더욱 개발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깨달음 있는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악순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정규직법, 과연 그것이 옳은 행태인지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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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02 23:02

우리는 아직 젊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뱉어버린 말과 쏘아버린 화살과, 지나간 인생 그리고 지나쳐버린 기회다'라는 아바리안 속담이 있다. 상반기 공개 채용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학기에 졸업한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졸업생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부모님의 압박으로 인한 초조함,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채용에서 줄줄이 낙방한 실화 등 하나같이 어두운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봄을 즐기지만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들은 겨울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보였다. 대학생 시절에 스펙에 한 줄 더 적을 활동을 하지 않고 시간을 하염없이 보낸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욕심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는 욕심과 욕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헛된 욕심과 아름다운 욕망은 다르다. 헛된 욕심은 자신을 속이고 기계적인 가면의 삶을 살게 된다. 헛된 욕심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이 욕망이라 착각한다. 욕망은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고자,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ABC 뉴스 한국 지국장 조주희 기자는 욕망을 '남을 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탐욕의 의미가 아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이를 이루기 위해 세우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과도 같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욕심이 많을 뿐이지, 그 욕심을 현실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면서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과거의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시간 때문에, 남 때문에 등의 핑계는 집어치우길 바란다. 우리가 과거에 얼마큼 달콤한 마시멜로를 먹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나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나 자신을 지킬 것인지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아름다운 욕망을 꿈꿀 자격이 생긴다.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치를 발견할 줄 알아야만 아름다운 욕망을 이루게 해줄 매력이 발산된다. 매력적인 나 자신을 만들고 우리는 지나가 버린 기회를 후회하는 일이 아닌 다가오는 기회들을 알아차리는 능력과 센스를 길러야한다. 지나간 시간과 놓쳐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후회할 필요가 없다. 경험으로 숙련된 노련함보다 조금은 서툴지만 생기 있는 열정을 가진 인재가 신선하다. 비록 지금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세상이 펼쳐졌을 지라도 좌절하지 말자.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 올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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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5 23:02

헌책방 이야기

작년 이맘 쯤 전주 헌책방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바로 옆 민중서관 본점이 문 닫은 지 며칠 되지 않은 때였고 몇몇 헌책방도 '임대' 종이만 써 붙이고 닫은 곳이 많아 괜히 울적한 터였다. "다른 데 가서 알아봐요! 약 올리지 말고."하지만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장사도 안 되고 주변 책방은 하나둘씩 문 닫는데 학보사 기자라고 찾아와서 꼬치꼬치 캐물으니 진상손님보다 더했으리라. 같이 간 동료와 나는 이러다 소금 맞고 쫓겨날까 싶어 조마조마해 하며 책방을 관찰했다. 헌책방은 고3 학생들이 팔고 간 문제집과 참고서가 가득했다. 그냥 헌책방이 아니라 헌 참고서 책방이라 해도 무색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5시 쯤 되자 주변 학교를 다니는 여고생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그 중에 한 학생에게 말을 붙여봤다."팔러 오기만 하고 사지는 않아요." 한 학생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제 2학년 올라가는데 다 읽고 난 책들을 팔러왔단다. 값은 많이 주냐 했더니 어차피 필요 없는 책이라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참고서는 곧잘 팔려 괜찮은 눈치였다. 하지만 다음으로 온 어느 아저씨 손님은 한 눈에 보기에도 무슨 책인지 알아보기 힘든 너덜너덜한 책들을 계산대 위에 턱 올려놓았다. 값을 못 쳐주겠다고 하자 몇 십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주인에게 상말을 퍼붓고는 돌아갔다. 아주머니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헌책방 골목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다시 찾아간 헌책방골목은 카운트다운 하듯 네 곳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는 행전안전부에서 전주한옥마을을 세계적 명소로 키우려는 발판으로 전주시와 협약을 맺어 떠들썩하고 객사는 열흘 뒤 열릴 전주국제영화제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바로 옆 골목은 쓸쓸하기만 하다. 2012년이 전북방문의 해라고 하지만 전북도는 후미진 골목이나 누군가의 추억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자꾸 아쉽다. 반질반질한 한옥마을에 비해 북적이는 객사에 반해 다락방에 혼자 남은 기타 같은 헌책방이 안타깝다. 누군가 조금만 물꼬를 틀고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삼십 년 동안 헌책방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들이 이젠 혜택을 받아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그러기 위해선 똑똑한 전주가 헌책보다 새 책이 더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이크아웃 카페가 스터디 공간이 되고 만남의 장소가 되듯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어떨까? 전일슈퍼의 가맥이 그 이상을 넘어 전주만의 문화가 되고 있듯 헌책방도 하나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전주의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대도시의 헌책방이 어떻게 시민들과 손잡고 걸어가고 있는지 전주가 공부하고 본받았으면 한다. 그래야 먼지 쌓인 책들이 반짝반짝 새 주인을 찾고 골방이 된 책방이 제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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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8 23:02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학교를 파하고 친구와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가다가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학생으로 보이는 몇 사람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한 학생은 전단을 나눠주는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내용을 살펴보니 '전주시 버스파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합치자, 행동하자, 참여하자'라는 내용의 전단지였다. 정류장 바로 옆에서는 테이블을 펴놓고 서명운동에 참여해 달라며 독려하는 모습도 있었다. 사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로서는 시내버스 파업에 대해서 특별히 체감하고 있지 못했다. 이따금씩 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버스가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사실 불편함을 느끼기에 버스를 이용할 기회나 나의 관심이 적었다. 그런 나에게 이런 활동은 풀린 날씨만큼이나 신선하고 산뜻한 충격이었다. 그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벌린 일인지, 학생들이 한 서명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고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지역사회 젊은이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문제의식과 욕구를 표출하고자 한 것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4월 11일은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만 19세 이상(93년 4월 12일 이전 출생)이 참여할 수 있으며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가지고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투표소에서 참여할 수 있다. 흰색 투표용지로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를, 연두색 투표용지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2016년 5월 29일까지 각 지역구와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으로서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과거보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특히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사는 높다고 본다. 앞선 세대들보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기 편해졌고, 각자의 생각을 거침없이 나눌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책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기사를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연일 터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그리고 이슈들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들도 쉽게 잘 나눠지고 있다. 정류장에서 봤던 학생들처럼 직접 홍보물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들은 자신이 바라는 국가의 모습과 방향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과 관점이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작은 사건들, 여론몰이에 말린다면 진정으로 바라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세월동안 권력을 잡았던 자와 세력들은 커다란 단면은 숨기고, 작은 펙트(fact)를 부풀려서 우리 국민들을 요동치게 했고 그들이 바라는 사회와 국가로 만들어 가려 했다. 이제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타당하며 진정으로 공감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투표에 꼭 참여해야 한다. 투표는 헌법 제24조에서 보장하듯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권리이며 또한 국가 권력의 근원인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국가는 민주국가라 할 수 없으며 국민이 원하는 국가는 국민이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갈대밭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철새와 같은 사람이 우리를 대변할 수는 없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뿌리 깊은 나무가 될 때, 나무위에 둥지를 짓고 함께 공생할 사람도 찾을 수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국회의원 선거. 지금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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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1 23:02

SSM 의무휴업에 선행돼야 할 과제

한번 '복지병'에 걸린 사람들은 불치병에 걸린 것 마냥 그 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가 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이 모여 기업을 만들고 이 기업들의 경쟁을 통해 나라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인데, 경쟁을 하지 못하게 품안에만 싸고 드니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S SM(기업형 슈퍼마켓)의 의무휴업을 시행한 사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전주시는 지난달 8일, 전주지역 SSM 18곳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의무적으로 월 2회 휴업을 진행하기로 의무휴업 조례를 개정했다. 때문에 매월 둘째와 넷째 주 일요일에는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지난달 11일 전국 최초로 처음 휴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의무휴업 첫 날, SSM들은 출입구 유리창을 통해 의무휴업 관련한 안내문을 부착했다. 그러나 휴업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들은 헛걸음을 쳐야 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또한 SSM 휴업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와는 다르게 시민들은 인근 대형마트를 찾아 정작 전통시장의 고객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단다. SSM보다 규모가 큰 대형마트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현재 정상영업을 진행했기 때문. 과연,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SSM 의무휴업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통시장에 익숙하지 않는 젊은이들, 마트에 익숙해진 주부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옮길지 말이다. 'SSM의 진출 등으로 전통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정으로 침체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먼저 생활용품과 식품 등을 구매하기 때문에 차를 갖고 가는 것이 보통인데, 시장에는 기본적인 주차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마트에 비해 다소 깔끔하지도 위생적이지도 않아 보이는 환경까지. 전통시장은 아직까지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복지를 시행하고 있지만, 선택의 권리가 없어진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처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조례 개정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는 전통시장에 관한 홍보를 진행하고, 각각 시장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다. 더불어 전통시장만이 갖는 특성과 대형마트를 이용 했을 때 느꼈던 만족감과 편리성을 동시에 갖춰 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강제적인 전통시장 이용보다는 스스로 눈길을 옮길 수 있도록 시장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와 상인들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라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호'정책보다는 '경쟁'을 부추겨야 하지만, 전통시장과 SSM 대형마트는 한 마디로 '게임이 되지 않는 상대'이기 때문에 선 보호 후 경쟁 제체를 시행해 나가는 것이라 이해하겠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의 입장에서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감독자'의 역할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쟁 없이 복지만을 이룩하려는 사회는 아무런 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호의를 계속 베풀면 그 호의가 권리인줄 아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 나아가 국민 전체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선별적 복지를 시행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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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04 23:02

값비싼 대학가, 배고픈 대학생

새학기가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간다. 여전히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대학교는 3월의 봄을 기다리는 새내기들과 재학생, 복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겨우내 찬바람이 불던 캠퍼스는 활기를 되찾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지갑은 여전히 차가운 한기가 맴돌고 있다. 더욱이 신입생들에게 먼저 대학에 들어온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선배들의 자신만만한 모습 뒤에는 텅텅 빈 지갑만이 남고 있는 봄시즌이다. 학교 앞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음식점으로 붐빈다. 분식으로 시작해 한식, 양식, 중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배고픈 학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뜻 음식점으로 향하기 망설여진다. 바로 개학을 맞이해 상승한 음식가격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과 많은 양으로 방학내 필자가 즐겨갔던 분식집도 인기 메뉴의 가격을 올려 많은 학생들의 아쉬움을 샀다. 매니아 층만 알고 즐겨 찾았던 가게의 가격 상승은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음식가격 상승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2009학년도부터 조금씩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과거의 가격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1천 원 이상이 올랐다. 학생들의 지갑을 고려하지 않고 책정된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렇기에 점심시간이 되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봐도 맛집보다는 저렴한 음식을 먹으려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학교 앞 음식점들의 음식 가격은 기본 약 4천 원에서부터 비싸면 1만 원 이상이다. 평균적으로 대략 한 끼에 6천 원인 셈이다. 학내에 존재하는 학생식당은 학교 앞보다 저렴하지만 평균 3천 원 이상이다. 학생식당 가격 역시 지난해에 채소값 상승과 함께 오른 가격이다. 대학생들이 받는 용돈의 50% 이상은 밥값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값 외에도 지난해 학교 앞 방 값도 올라 대학생의 생활고는 깊어지는 현황이다. 대학가의 모든 물가가 올라 학생들의 잔고는 가파르게 내려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 더 참혹한 사실은 대학을 졸업 한 후 사회에 첫 발을 내 딛은 졸업생들 중 3만 명 이상이 '신용불량자'라는 것이다. 이는 높은 대학 등록금을 위해 받았던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이유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엔 값비싼 물가가 난무하는 대학가에서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다. 올해 1월,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이밖에도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은 11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름값 역시 당분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전통 시장 상인들은 오른 채소값 때문에 시장의 방문객들을 잃고, 높은 유가는 기름을 운반하는 차에서 기름을 훔치는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안정된 물가를 위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오는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 놓은 공약은 바로 '경제 살리기'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가'적신호'라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물가를 내릴 수 없다면 반드시 투표를 해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높은 물가에 성난 서민들의 아우성을 어떻게 잠재울지, 어떠한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인지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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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8 23:02

스물다섯의 봄

얼마 전, 믿기 힘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고향 친구의 소식이었다. 온라인상으로는 여러 번 묻고 답했지만 실제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몇 년 만이라 미안함과 반가움이 뒤섞였으나 그녀는 그럴 틈도 없이 폭탄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폭소로 격하게 호응하고 다시 또박또박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미니홈피에서 커플 사진을 간간히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진전됐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터에 배신감과 궁금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리고는 이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다 여중시절로 빙의된 나는 육두문자로 심정을 대신했다. 친구는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며 자지러지게 웃다가 한방을 날렸다. "애기가 벌써 4개월이야!"친구는 아기를 가진 사실을 알고 혼자 끙끙대며 힘들었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아무에게도 얘기 못하고 혼자 어떻게 해버릴까 생각도 했었단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그럴 거면 헤어지자며 프로포즈(?)를 했고, 부모님께도 사실대로 말씀 드렸다고 했다. 다행히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친구는 아직 걱정이 많다. 둘 다 직장이 있지만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고 친구들은 한창 열심히 자기 계발하고 하고 싶은 것 할 나이에 홀로 유부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하기까지의 숱한 고민과 망설임도 모성애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싶다. 벌써 뱃속의 딸 자랑을 늘어놓는 걸보니 이상하게 부럽기도 하고, 처음부터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십년 전만 해도 주변 친척이나 이웃 언니가 이십 대 초반에 결혼하는 걸 흔히 봐왔지만 지금은 스물다섯도 빠르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시대가 왔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 결혼나이가 서른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고도 그러려니 하고 스물 초중반에 결혼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외계인 보듯 하는 것도 일상이 돼버렸다. 흔히 결혼적령기가 늦어지는 이유를 대학 입학자가 80%에 달하고 여성이 사회진출이 많아졌다는 말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뉴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 결혼의 개념마저 상실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경제여건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란 말이 88만원세대 보다 더 암울하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아, 연애마저 포기해야 하다니!하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당당히 첫발을 내딛은 친구가 대견스럽다. 이제 하나를 위해 전부를 포기해야할지도, 혹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나머지를 희생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씩씩하게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지금이야 처음이라 주변에서도 호들갑을 떨지만 몇 년 만 더 지나면 누구나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 때는 다 겪은 선배로서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고 있겠지. 하지만 잊지 않겠다. 학교 축제 때 저 혼자 단상에 올라가 췄던 몹쓸 막춤이며, 우리 오빠에게 전해달라며 꼬깃꼬깃 접어준 고백편지며, 2002년 모든 여학생이 '안정환'에 미쳤을 때 '홍이(황선홍)'을 외쳤던 굳은 의지며, 쉬는 시간 때마다 온 교실이 떠나갈 듯 고성방가를 해대던 천방지축 소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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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1 23:02

MT가 '먹고 토하는 날' 인가

3월 개강을 맞아 대학은 학생들로 북적댄다. 강의실을 찾아 허둥지둥하는 신입생들. 그런 신입생들을 영입하려는 각 동아리와 단체들의 학생들이 섞여 방학동안 조용했던 학교는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처럼 북새통을 이룬다. 나를 비롯한 선배님들(특히 예비역들)은 시끄럽고 정신없어 죽겠다는 짜증스런 얼굴로, 혹은 너희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매번 개강 때마다 가장 붐비는 곳이 내 생각에는 딱 두 곳인 것 같다. 일단 학교 구내서점. 요즘에는 인터넷 서점이 많고 싸기도 하지만 서점에는 새 학기 새 교과서를 사려고 하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어지간한 '타이밍' 아니면 줄을 서서 상당히 기다려야 하고, 막상 서점에 들어가서도 학생들은 왜 그리 많은지. 책을 찾는 학생들과 찾아주는 서점 직원들이 섞여서 지나가기조차 힘들다. 책을 찾아도 계산을 기다리는 줄은 길다. 새 책 냄새와 새 학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나도 줄을 서서 동기와 떠들어 댔다. 그런데 개강 일주일 후, 서점은 한산하다. 학교 구내서점은 '한철장사'인가 보다.개강 때 붐비는 곳 두 번째. 대학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앞 술집들. '수강신청주' 라고 수업에는 못 봤던 친구들도 이 시간에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대학로는 사람들로 꽉 차서 밥 먹을 식당 찾기도 힘들다. 자리 있는 집을 겨우겨우 찾아서 자리에 앉으면 다짜고짜 게임을 하고 술을 '말아서' 시원하게 들이키는 술자리. 가게 안이 웃음소리, 게임하는 소리, 고함소리 섞여서 옆 사람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새벽까지 자리는 이어진다.작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의해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음주량이 10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단다. 그러나 한 자리에서 폭음하는 비율은 훨씬 늘었다고 한다. 음주량이 줄었다는 것은 잘 모르겠는데, 폭음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뭐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 법이니깐. 그러나 이런 것들이 당연시 되고,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서점은 개강 때만 바쁘고, 술집은 개강 때도 바쁜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통기타'와 '화염병'으로 대표되던 대학문화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술' 문화로 굳어져가는 것 같다. 과거에는 스트레스와 열망을 능동적으로 표출하고 풀고자 했다면 이제는 억누르고 다스리고 적응하려하고 잊어버리려고만 하는 것 같아 이 시대 한명의 대학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또한 얼마 전 기사화 된 모 대학의 MT(M embership Training)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군대식 '얼차려'로 인해 논란을 만들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학교뿐이겠는가. 많은 학생들이 MT는 '먹고 토하는' 날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와 전통은 유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보되고 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른바 '대학문화'에 대해서 대학의 주체 중 한 축인 대학생들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학과후배들에게 물려줄 훌륭한 '전통'은 무엇이 있을까. 단지 먹고 마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텐데. 빨리 안취하고 천천히 취하면서 우리 얘기와 생각을 나눠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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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14 23:02

그에게서 발견한 별과 희망의 메시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서는데 직원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해 보였다. '왜 그럴까?'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여자 2명이서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수군댔다. '사람들이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나 역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을 보는 시선은 비장애인인 내가 봐도 이상하리만큼 거북했다. 정작 장애인 본인들은 어떠했을까.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 복합 장애인 남편 '영찬'과 척추 장애를 가진 부인 '순호'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낸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이승준 감독)이 뇌리를 스쳤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지난해 10월, 익산 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익산장애인영화제'를 찾았을 때다. 이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이들의 이야기, 신선하다면서도 짠한 감동이 몰려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이 CM송은 조영찬김순호 씨 부부를 위해 만들어 진 것만 같았다. 영화제에서 직접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승준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인연이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 감독은 '영찬'과 '순호'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을 지탱한 것은 그들의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외로움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시청각 복합 장애인은 어떻게 의사를 소통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이 다큐가 주는 매력 때문에 집중하게 됐다. 그들은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점자(點字)를 쳐서 대화하는 방식인 '점화(點話)'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보이지도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남편 '영찬'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에서 느끼는 멋진 구도와 스토리,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생활 그 자체가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때문에 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기간도 1년여 정도로 길었단다. 가공되지 않은 그들의 아름다움 덕에 관객들은 웃고 울고 즐거워했다. 이들은 느림 속에서 우리들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미처 보지 못한 소소하지만 특별한 것, 그렇게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달팽이의 별'에 빠졌다. 이 감독은 "장애인들에게 있어 소통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리죠.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를 달팽이 같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 친구들이 갖고 있는 세상, 우리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을 별이라고 비유한 것입니다"며 다큐멘터리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그 달팽이는 아내의 도움으로 지난달 나사렛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이달 대학원에 입학했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틀리다'고 인식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과 비장애인들은 '다른 것' 뿐. 우리가 사방에 치어 바쁘게 살고 있을 때, 그들은 세상을 자기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별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그에게서 반짝이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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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07 23:02

순위에 갇혀버린 대학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2011년 8월과 2012년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을 제출하라'대학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지표를 높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취업자가 몇 명인지 센 후 적어 보내는 단순 행정업무였다. 허나, 직원들은 일주일간 집에 못 들어갈 정도로 업무를 행했다. 제출한 자료는 정부에서 검토했다. 그리고 그 수치를 잣대로 대학에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순위를 대학의 이미지가 돼 버렸다. 대학이 숫자에 얽매이는 현상이 지속화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정부가 들이대는 지표를 가지고 대학 구조조정과 부실대학을 선정했다. 일부에서는 대학이 기업화되고 있는데 정부 평가까지 겹치며 대학이 평가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문의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대학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업률 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어떤 대학에서는 취직이 되지 않은 졸업생 또는 졸업예정자에게 개별 연락해 조교로 2개월 간 일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교수가 운영하는 회사나 지인의 회사에 학생을 서류상 직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은 이들을 취업자 취급해 취업률을 부풀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2~3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선정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 지표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대학 순위 매기기 전쟁'에 학생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최근 뉴스에서 졸업식 시즌이 돌아왔지만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점차 줄어든다는 보도를 접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졸업생들은 대부분 취업을 하지 못해서라 답했다. 축하 받아야 마땅한 졸업식이 기피 행사로 전락해버린 순간이었다.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걱정으로 졸업식장은 텅텅 비어가는 반면 대학교 전광판에는 취업률, 대학 평가에 대한 지표 등 학교 자랑에 한창이다. 취업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존재하는데, 대학의 취업률이 점점 높아졌다며 좋은 학교라 광고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니 않은가. 물론 좋은 평가는 대학의 이미지를 높이고 학생들이 학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대학 평가 지표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는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며 좀더 높은 교육의 질과 교육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평가 순위가 눈에 잘 보이기는 하지만 그 대학에 대한 모든 평가를 보여주진 않는다. 많은 대학이 대학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 건물을 짓고,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바꾼다. 가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양상은 지양해야한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문 정진에 앞장서는 공간이다. 절대 학교의 성과를 위해 학생이 희생될 수는 없다. 또한 대학은 평가 지표만을 쫓는 것이 아닌 학생에게 진실 된 교육의 질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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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9 23:02

서바이벌의 시간

올해 브라운관은 여전히 오디션과 서바이벌의 시간이다. 영화로 치면 천만관객 돌파 쯤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대흥행한 이후 간판만 바뀌었을 뿐 줄거리와 주제는 그대로거나, 장르만 바뀌거나, 규칙만 변형된 파생 작품들이 셀 수 없이 생겨났다. 그중 서바이벌의 방식과 조합이 매끄럽지 못한 것들은 한번으로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도 오디션으로 뽑으라는 말과 함께. (어쩌면 그래야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질이 얼마나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밤새도록 토론해도 모자랄 듯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흥미롭게 시청하는 것은 대중들이지만 그 대결과 가장 상관없는 사람 또한 대중들이다.관계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일에 왜 열광하는가? 사람은 대개 주변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그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럴 때 누군가의 일목요연한 말이나 해설을 들으면 일종의 면죄부가 생기게 된다. 이런 심리를 '결백한 방관자'라 부르는데 어떤 사건사고에 대해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인과관계에 따른 가치판단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생각하고 토론할 자료를 확보하고 그 글에 동의하거나 반대함으로서 그 과정을 손쉽게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오디션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시청자와 재능을 기반으로 신분상승의 막차를 탄 지원자, 그리고 시청률 전쟁에 뛰어든 방송사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고 전문가가 말할 때 대중은 그 비평을 소비함으로써 정서적 안도감을 찾는 것이다. 한편 방관자는 TV 뒤에 숨어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그리고 채널을 돌리며 또 다른 안도감을 찾아다닌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아빠뻘이 넘는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더라도 놀랍지 않은 것은 회가 거듭할수록 강력해지는 지원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방관자는 콜로세움의 고대 로마인이 된 심정으로 검투사가 제대로 싸워 누군가를 짓밟아주길 기다린다. 그들은 공명정대한 '서바이벌 신'을 믿고 있다. 그러나 TV를 끄면 방관이 아닌 현실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모두 방관자가 된다. 우리네 삶과 달라 열광하지만 실은 소름끼치도록 똑같아 좌절하게 만드는 것, 서바이벌은 자신의 얼굴 반쪽을 닮았다.우리가 듣고 보는 모든 사건사고는 누군가의 분석과 진단을 기다리고 있다. 불행한 일이 닥치면 일단 원인규명부터 해야 한다. 이유를 모르면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사건에 조금이라도 개입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죄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한 동료가 그만둔다는 소문이 돌면 그와 친했던 지인의 해설이 필요하고, 뉴스에서 잔혹한 살인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정신과전문의의 소견이 필요하고, 어떤 사회적 화두가 떠오르면 그에 따른 시대현상을 분석한 베스트셀러를 읽어야만 한다. 누구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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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2 23:02

젊은이들, 목소리 높여야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되는 2월이다. 추운날씨에,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못 받은 감정과 정을 나눈 사람들과의 헤어짐이 더해져 곱절로 몸은 움츠러들고 쓸쓸해진다. 아무쪼록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의 꿈과 희망에 가까워지는 새 출발이 되길 기원한다. 1년에 두 번씩,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고개를 팍 숙이고 부모님께 불효자가 되는 시즌(?)이 있다. 지금 딱 그 시즌이다.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게 되는 등록금 납부 시즌이다. 국립대에 들어가지 못한 불효자는 고개를 더더욱 들지 못하며, 장학금조차 받지 못한 '것'들은 몸으로 때우기 위해서 다양한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필자도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공부를 서울로 갈 정도로 잘하진 않아서 비교적 저렴한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지? 잡다한 생각들에 이어 한숨이 절로 난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많은 사람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결과일까. 정부는 작년 9월 8일에 높은 수준의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대학생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생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1조 5천억 원 규모의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7천 5백억 원 규모는 대학의 자체적인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그래서 소득 7분위 이하 학생들이 평균 22%의 등록금 부담완화를 목표로 삼았다. 상당히 많은 세금과 대학기금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드디어 20대들의 표출된 스트레스와 불만이 일을 냈다. 높으신 분들을 움직여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2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목소리 내야할 분야가 많다. 아니 모든 분야에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반영되어야 한다. 귀 기울이고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모니터링도 우리가 해야 한다. 등이 가려운데 어깨를 긁고 있으면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등록금 문제가 이로서 일단락된다, 끝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목소리가 많다. 등록금 인하폭이 너무 낮다, 정부와 대학의 생색내기라는 생각들도 많다. 학생들이 생색내기로 끝나도록 놔두지는 않을 듯하다. 등록금을 인하한 대신 수업일수가 줄어든 대학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학교에서는 학보사를 없앤다는 학교에서의 반발도 들리고 있고, 이미 예산감축 등의 방법(?)을 선택한 대학들도 있단다. 뛰어난 상황대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고등교육법을 찾아봤다. 제28조 대학의 목적으로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이런 위대하고 거룩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들이 전국의 수많은 불효자들을 굽어 살펴 그 목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대학생들도 이젠 대학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문과 더불어 대학운영에도 깊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전국 대학생의 70%넘는 학생들이 가족의 도움을 받고 대학에 다니는 불효자들인데(2010년, 통계청) 불효자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당당한 효자가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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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15 23:02

99%를 위한 참된 자본주의

다보스 포럼에서자본주의의 위기를 선언했다변화의 움직임에 대해우리도 고민할 때이다"현재 형태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세계에서 유효하지 않다."지난달 25일 개최된 다보스포럼에 모인 세계 2500여 명의 인사들은 이 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브 말에 공감했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는 이익증대만을 목표로 매번 종업원들에게 착취적인 모습만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 데 초석이 되는 인간과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나아간다면 더 이상 사회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보스 포럼은 '세계경제포럼'을 말하는 것으로 매년 1~2월에 스위스의 다보스에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총리, 장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약 1주일에 걸쳐 정치경제 및 문화에 이르는 폭 넓은 분야에 걸쳐 토론을 벌인다. (참고 : 네이버 백과사전)세계화를 지향하는 선진국의 국제회의가 다보스 포럼이라면 이에 맞서 반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전 세계 사회운동가들의 회의인 '세계사회포럼' 또한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두 포럼 모두 '자본주의'에 대해 똑같은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내세운 다보스 포럼에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논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자본가들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선언했으니 말이다. 클라우스 슈바브 회장은 "우리는 죄를 지었다"면서 "성장 중심의 생산성 향상보다는 소득의 불평등, 부의 분배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인재주의'를 제시했다. 기업 하나의 이익 뿐 아니라 각각의 종업원과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 증대를 이뤄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주의가 기존 사회에 깔려있던 다른 개념들과 뚜렷이 어떤 것이 다르고, 만약 다르다면 이미 팽배해진 자본주의 속에 어떤 모습으로 융합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작년까지 자본주의를 외쳤던 다보스포럼이 '스스로 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역시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CNN은 "진짜 변화를 이뤄내지 않는 한 고용창출 등 새로운 자본주의를 고민하는 얘기는 모두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내놓은 인재주의 개념이 현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새로운 체제를 원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본주의가 가져온 위기에서 패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30여 년 전, 우리 부모님들은 '쓰레기통 안에 핀 장미꽃'을 진정한 꽃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화 운동을 펼쳤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장미꽃 위에 올라서 진정한 윤리의식을 갖는 자본주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미래 후세들의 이익까지 침해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너무나 팽배해져버린 자본주의 삶 속에 젖어버린 우리지만, 이제라도 진정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1%에게만 치중된 자본주의가 아닌 99%에게도 공평하게 나눠질 그런 자본주의를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생각해보자,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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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8 23:02

부모와 소통이 학교폭력 해결 밑거름

"아이들은 부모와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아이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잡아준다면 학교폭력 해결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북한이 남침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줄 아는가? 최근 버전의 정답은 '남한의 중학생이 무서워서'란다.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지난 1일 피해 중학생 A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중학생 B군 등 2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B군 등은 피해자 A군에게 물고문을 하거나 목에 전깃줄을 감아 잡아당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먹도록 강요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이 확인돼 구속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학교폭력 실태의 단면일 뿐 학교폭력은 오랜 시절 계속되던 문제점이다. 심부름부터 현금 갈취, 고문 심지어는 통장을 훔쳐오라는 요구 등 학교폭력의 양상은 다양화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왕따'문제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폭력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부모의 지도 하에 지내온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자기 정체성, 또래집단 형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이를 폭력으로 내보이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조사에서 중 1학년 때 폭력 피해를 처음 겪은 학생은 22.5%이며 학교폭력 상담 건수에서 중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청소년들은 억제된 감정을 폭력이란 수단으로 폭발시키고 있다. 억제된 감정은 부모의 기대, 가정 문제, 학업에 대한 고민, 또래관계 등으로부터 발생한다. 이들의 감정은 표출되지 못한 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하는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감정을 원활하게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청소년들은 '소통의 부재'를 겪고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가정의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핵가족화가 되고 집에 남겨진'나홀로 아이'가 급증했다.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지고 소통의 공간이 줄어들며 감정을 억제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정의 교육 기능이 학교와 학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학력지향주의로 발전했고, 교육과정은 입시에 치우쳐졌다. 청소년들의 인성, 교양을 발전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내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조례가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다. 1315(13세~15세)세대의 아이들을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폭탄(Bomb)이라 생각해 B세대라 부른다.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을 특정화시키고 문제라고 지적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조례 개정 등 큰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관심부터 시작되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다그쳐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가 감싸고 다독여줘야 할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소통의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 이야기를 나눠 이해하는 진실성이 필요하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와의 소통은 자녀가 엄마의 뱃속에 존재하면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부모와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아이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잡아준다면 학교폭력 해결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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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1 23:02

늦은 편지

잠이 오지 않는 밤, 그의 영정사진을 본다. TV에서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모인 수많은 인파와 불꽃놀이와 환호성을 실시간 생중계를 하고 있다.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연말풍경에도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옷차림과 비슷비슷한 각오로 새해를 맞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달려라 하니'를 외쳐야할 것만 같다. 마치 일 년에 해가 한번 뜨는 것처럼 우르르 몰려가 해돋이를 보는 것도 조금 식상해졌다. 몇 시간동안 축포와 새해영상을 볼 마음이 없어 채널을 돌린다. 알록달록한 보험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쇼호스트가 힘차게 말한다. "사망보험은 미리미리 가입하세요!" 삑-. TV를 끄고 이불에 얼굴을 묻는다."현수야, 현수야. 내 여 붙들 리가 왔다. 동네사람들아, 내 좀 살리도고!" 강병원 10인실은 밤마다 시끄러웠다. 간호사 언니는 치매환자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며칠 째 같은 이름만 부르고 있었다. 자다가 가끔 '이장님' '아줌마'를 찾기도 했지만 줄곧 아들만 불렀다. 가끔 비상구 밖을 뛰쳐나가다 넘어져 절뚝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침대 이름표에 적힌 입원날짜를 보니 중환자실의 모두가 적게는 일 년에서 많게는 칠팔년까지 병원 밖을 나가지 못했다. 나이도 서른부터 여든까지 각자의 사연을 들고 이곳에 왔다. 어느 아주머니는 간호도우미 할머니께 짬뽕이 먹고 싶다고 했다가 핀잔을 들었다. "영감오시면 사달라 그래요." 아주머니는 할아버지 올 시간이 되자 함박웃음을 지었다.한 시간에 한 번씩 호스로 가래를 빼고, 하루에 두 번씩 기저귀를 가는 일은 이곳에선 지극히 태연하고 정상적인 일이었다. 아픈 사람이나 간호하는 사람이나 모두 동네사람을 닮아 있었다. 하지만 이 낯선 광경에 아버지와 내가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중환자실 병동에서 아버지가 가장 위독한 환자라는 것도 엉뚱한 말 같았다. 그는 괴로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 서로의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내리삐-. 내리삐-." 차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비틀즈의 음악을 듣던 아버지였다. 따라할 수 있는 건 '내리삐' 뿐이었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비틀즈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목이 '내버려 둬'라는 뜻이란 걸 한참 후에야 알았지만, 아버지가 더 이상 그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는다는 것도 언젠가 깨달았지만. 실눈을 뜨고 있던 아버지는 형광들 불에 눈이 시려 자꾸 눈물을 흘렸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이젠 힘들다고, 세계 끝 가장 낯선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문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한 번도 그를 무서워한 적이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은 조금씩 죽는다는 누군가의 말도 떠올랐다. 머릿속에 수십 개의 문장이 피어났다 꺼졌다. 끝내 과거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우리와 함께 새해를 맞지 못했다. 누군가처럼 이름 한번 크게 불러보지 못하고 저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젊은 아버지와 어린 나는 영원한 비틀즈가 되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음악을 듣는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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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25 23:02

SNS와 20대의 정치 참여

작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트위터(twiter), 페이스북(facebook)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이 재판관 6 대 2의 의견으로 '한정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1월 13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을 선거운동 기간 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1월 15일 민주통합당은 당대표최고의원 선출을 모바일 투표를 통해 진행하였다.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드디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SNS 이용률은 인터넷 사용자의 66.5%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20대 인터넷 이용자의 89.7%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의제설정을 하고 자기의 주장과 생각을 내세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미디어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좀 멋진 말로 말하자면 '표현의 자유의 신장.' 필자 개인적인 생각에 이는 한글 반포와 거의 맞먹을만한(?) 일이라 할 수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혁명적인 변화가 나와 같은 20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일단은 20대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과 내 스펙에만 관심을 갖던 20대들이 여러 가지 이슈와 정황들에 대해 보다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과거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 자유무역협정(FTA)같은 어려운 이슈들은 어려운 분들끼리의 성역으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어려운 이슈를 공동의 장으로 어렵지 않게 끄집어내면서 그에 대한 정보와 의견들을 서슴없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내 스펙과 내 능력을 발휘해갈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점점 젊은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하나 둘씩 뭉치고 있다. 우리의 숫자도 많아지고, 광장도 넓어진다.그리고 정치인들이 20대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점점 커져가는 20대의 담론들을 더 이상은 '모른 척'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광장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젊은 층의 위력을 체험했기에 올해 치러질 총선의 예비후보들은 SNS 관련 대책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잠재되어있던 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표들을 잡으려고 우리의 광장에 어느새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20대들은 현재 등록금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세대 간 갈등의 문제 등 많은 사회문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여러 사회문제와 스트레스들이 공론화되고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궁극적으로 문제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SNS상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정치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국가의 주권자가 국가권력을 행사하여 그 영토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다시금 헌법 제1조 1항을 찾아보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쓰여 있다. 국민들이 국가권력을 행사하도록,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 SNS라고 생각한다. SNS 열기의 중심축인 20대가 본격적으로 관련된 이슈에 대해 집중하고 힘을 모은다면 최대한 바람직하고 다수가 원하는 방향들로 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임윤섭 학생은 전주대 사회복지과 재학중이며 현재 전주대 e-복지관 사회적기업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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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18 23:02

리폼, 이면에 숨겨진 진실

추위를 이기지 못해 '새로 겉옷을 살까?' 생각하다 옷장 속 깊이 넣어 두었던 2년 전 야상 점퍼를 꺼내 들었다. 점퍼를 구입하려면 생각지 못했던 꽤 많은 돈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접어둔 것이다. 대신에 촌스럽다 느꼈던 모자를 제거하고 가슴 쪽에 브로치 를 달았다. 다른 옷을 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처럼, 옷이나 신발을 새로 장만하지 않고 브로치 등을 이용한 '리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오래돼 색이 바랜 신발에 징을 박고 페인트를 칠해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낡은 옷에는 자수를 박아 포인트를 주는 등 1만 원대의 재료를 구입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폼 형식을 떠나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제품 또한 인기다. 연초에 'must have item'으로 꼽히는 다이어리의 경우 평균 1~2만 원대의 가격을 갖는다. 그러나 하나 살 돈으로 DIY용품을 구입해 다이어리를 만들게 되면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넉넉히 나눠 줄 수 있기도 하다.만드는 것이 좋아서, 혹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리폼을 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필자는 리폼 현상을 '젊은이의 개성'이라 포장 아닌 포장을 한 것만 같다. 아무리 개성이 좋다지만 새 물건을 마다할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바에 따르면 공식적인 실업자는 32만 4000명, 그러나 이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 단념자 등을 합하면 110만 명을 넘어선단다. 지난해 10월 말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2.1%에 다다랐다. 그 중 청년실업률은 총 6.8%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리폼과 청년실업률이 비정상적인 고리로 연결되는 듯하다.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것은, 많은 젊은이들이 '나 정도면'이라는 생각으로 적은 월급을 주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고 취업 준비라는 명목 하에 경제활동에 매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청년 취업률을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시큰둥한 현실이니, 농악대에서 상모만 돌린 채 북과 장구는 치지 않은 격이 아닌가. 한라산을 등반하기도 벅찬데 히말라야를 올라가려는 격. 바로 지금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사실 필자 역시 이러한 생각에 새로 잡혀 살아가곤 했고, 현재도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제대로 된 신발하나 살 능력이 없어 구석에 박아 놓았던 신발을 꺼내 리폼을 하고 있는 현실 임에도 연봉이 적은 회사에는 입사하려 하지 않는 현실. 이 모습에 수긍하려 하지 않은 필자와 같은 또래를 보면서 가슴이 아플 뿐이다. 'step by step'이란 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 방을 노리는 것 보다 내 눈앞에 놓인 '이것'을 잡으려 하는 것을 어떨까? 어쩌면 '이것'이 내가 꿈꿨던 '그것'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패와 좌절에 두려워하지 말고 내 자신을 믿고 차근히 나아가자. 그러기 위해선 지금 20대에겐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노력', 현실에 대한 '인내'가 가장 필요하다. 벽에 부딪쳐 넘어지고 좌절할 수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대에겐, 아무리 억만장자라 할 지언즉 살 수 없는 젊음, 바로 '청춘'이란 시간이 있다. 아무리 고된 일이 앞을 막아도 그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해결책은 '청춘'이란 이름 하나로 충분하다. △ 신수영 편집장은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3학년에 재학중이며 익산국토관리청 제1기 그린기자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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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11 23:02

위풍당당한 20대의 무한함을 보여주자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어느 누구든 새로운 결심을 세우기 마련이다. 직장인의 새해 소망 1위는 '현재 상사와의 이별', 싱글남녀의 소망 1위는 '솔로 탈출'이란다. 필자도 경북 영덕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소원을 간절히 빌었다. 졸업반인 필자의 소망은 대학생들에게 가장 1순위인 취업이다. 하지만 소원을 빌고 난 뒤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밀려왔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대졸자 취업률은 58.6%이다. 겨울방학을 맞이해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새해에도 서울에 머물거나, 서울로 올라가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좀 더 좋은 수업을 듣기 위함이란다. 취업에 대한 갈망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주소이다.그러나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20대의 현실이 조금 암울해 보인다. 10대였던 시절, 성인이 되거나 대학에 들어가면 하고 싶은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봤었다. 목록에는 설렘이 가득한 마음과 함께 아르바이트 해보기, 문학상 도전하기, 장학금 받기, 배낭여행 떠나기, 전국일주 해보기 등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오니 기대했던 만큼 낭만적이지 못했다. 다양한 경험보다는 엄청난 스펙으로 이력서를 가득 채운 사람이 주목받았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단지 안정적인 직업,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급급해 보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대학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동아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학술체육전시공연 등 활동적이고 친목을 다지기 좋은 동아리가 아닌 취업동아리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리더십 함양정직성성실함 등 자신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경험보다는 어학능력 향상, 고시 준비 등 남들이 다하는 똑같은 절차만을 밟고 있다. 이제 막 20대에 진입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공무원 학원, 토익 학원에 등록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20대라면 스펙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20대는 청춘, 열정, 패기,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20대는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이라는 큰 무기를 가지고 있다. 젊음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 투표에서 20대의 힘을 보여줬다. 또한 지속적인 반값등록금 투쟁의 결과물로 서울시립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대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청춘, 즉 20대가 지나면 다시는 되찾지 못 할 것들이 많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무궁무진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먼 훗날 지나버린 20대에 "도전해볼걸"이라며 후회하기 전에 시작하라. 안정적인 직업만을 꿈꾸며 현실에 자신을 타협해 획일적인 삶을 선택하지 말자. 악기 배우기, 체육 종목 배우기 등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자신만의 특별한 도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는 위풍당당한 20대를 보내길 소망한다.△강다현 편집장은 호남제일고 교내 백일장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북경에서 만난 동문들'을 취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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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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