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대학 정치의 현실 - 백상웅
 요즘 대학가는 선거운동에 정신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교문은 학우들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피해 멀리 돌아가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모습은 밤늦게까지 계속되고 강의 전이나 후에도 한 표를 원하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왜 자신들이 학생회장에 꼭 뽑혀야 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공약도 구체적이고 다양화되어 후보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흡연실 설치, 장애우 현실 개선, 여학생 휴게실, 등록금 투쟁 등 학생 정치에 알맞은 공약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와 유권자들을 갈등하게 만든다.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이 관심을 다시 끌고자, '비운동권'이란 말이 몇 해 전부터 등장하더니, 요즘에는 '학우권'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운동권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이상한 생각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입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기성 정치의 실패 때문이지, 학내학외에서의 투쟁 때문은 아니다. 각 후보마다 색을 지우고 무채색에 가까운 인물이 되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의 선거라고 하지만, 그의 정치적 방향이나 성향을 알아야 제대로 된 표를 던질 텐 데, 학우들의 복지 개선만 부르짖고 있으니 이게 학생회장 선거인지, 보건복지부장관 선거인 구분하기 어렵다.그렇다고 학생들이 정치에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것도 젊은 층이요,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도 젊은 층이다. 젊은 층의 표 덕분에 그들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 표에 담긴 생각들까지 내가 읽을 수는 없으나, 박수를 치며 후회를 하면서 학생들의 정치적 방향은 숙성되어 간다. 그런데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투표율을 바닥을 치고, 내가 뽑은 사람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굳이 뭐라고 할 생각이 없다. 기본권을 행세하지 않고, 우리가 마땅히 행복하게 누려야할 권리를 빼앗겨도 그냥 살아간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이고, 다 똑같은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를 보면 백지 투표를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권력을 백지 투표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끌어내리려고 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를 백색혁명이라고 불렀다. 시민들의 백색혁명에 정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를 쿠데타라고 부르지만, 헌법 어디에도 무효표가 불법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찍을 사람이 없으면 그냥 백지를 내고 나오는 것이 진짜 선거이다. 학내 선거에서 학생들의 투표율도 점점 바닥을 찍고 있다. 재선거가 빈번히 열리기도 한다. 이건 둘 중에 하나다. 이들은 민주시민이 아니거나, 진짜 무정부주의자들이다.학생들의 선거에서도 각종 비리와 부정, 공갈협박 등이 나타난다. 몇 년 사이에 급증하여 연말만 되면 여기저기서 학내 부정선거에 대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학생회장이란 자리가 학생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이력서의 한 공간을 차지할 스펙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성정치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회장이 되면 뜻밖의 권력을 행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학에 밀집되어 있는 힘을 분산 시켜야 한다. 단과대 회장, 더 나아가 학회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게 학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닐까.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뽑을 사람을 골랐다. 그가 학생회장이 될지, 그냥 학우가 될지는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를 밀어줄 생각이다. /백상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