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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서동선화축제

어린 시절 마(麻)를 팔아 연명했던 서동이 왕위(백제 무왕)에 오르게 된 결정적 요인은 선화공주와의 결혼이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서동은 마를 주면서 사귄 서라벌 아이들에게 이런 노래를 부르게 했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이를/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네.” 시집도 가기 전에 사통(私通)한 공주를 신하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내치라는 요구가 격렬하자 진평왕은 순금 한 말을 노자로 주면서 그녀를 귀양보냈다. 이때 서동이 호위를 자청했다. 공주는 마음이 끌려 이를 허락했다. 남몰래 관계를 맺은 후에야 그가 서동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노래말이 맞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내용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선화공주는 과연 신라 진흥왕의 딸인가. 백제 왕자 서동이 신라 서라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게 맞는 말인가. 역사학자 이덕일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선화공주는 익산지역 토호의 딸이었다. 서동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은 신라 수도 서라벌이 아니라 선화공주의 친정인 익산이었다. 혈통은 왕자지만 몰락한 서동을 도와 임금(무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자신의 친정인 익산에 미륵사를 세우고 도읍까지 옮겨 백제의 권력축을 이동하려 했다.”( ‘그 위대한 전쟁’) 당시 백제는 전쟁에서 패해 허약했다. 왕족인 서동이 마를 팔았다는 것이 백제 왕실의 처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신라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성왕이 신라 진흥왕에 의해 전사한 뒤 백제와 신라는 원수지간이 됐다. 무왕이 재위 42년 동안 13차례나 신라와 공방을 벌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무왕과 진평왕이 장인과 사위의 관계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세기의 로맨스’로 잘 알려져 있다. 설화로서의 가치도 있고 스토리텔링의 좋은 소재다. 없던 것도 만들어 내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서동선화축제 개최를 놓고 시끄럽다. 익산시와 축제제전위가 저마다 10월 중 제각각 축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축제 하나 의견조율을 못하고 있다. 마침 백제역사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관광객이 두배로 늘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힘을 합해야 할 때다. 지역발전의 호기다. 이런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티격태격 하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익산지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자성해야 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8.11 23:02

전북의 고질병

언제부턴가 전북은 말하기 조차 부끄러운 일이 많은 지역이 됐다. 자살률 이혼률 성폭력 무고사범 등이 인구 대비로 제일 많다. 농업이 주를 이뤘던 60·70년대만해도 전북은 인심 좋아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화가 미진하면서 돈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며 쇠락을 거듭해왔다. 사람과 돈이 모이지 않는 곳이 되면서 빈곤의 악순환만 되풀이 됐다. 가진자도 불편하고 없는 사람은 더 살기 힘든 곳이 됐다.이 문제는 그냥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심각하다. 이 문제를 그냥 방치했다가는 회복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과 직결돼 있어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치유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 자살률이 많은 것은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기본적으로 경제를 떼고는 생각할 수가 없어 경제문제에서 파생된 1차적 문제라는 것이다.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미진해 젊은층 일터가 없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막일 할 곳도 없다. 여성 일자리에 비해 남성들의 일자리가 없어 가정적으로 주눅든 남자가 많다.예전 같으면 자녀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여성들이 가정을 지켜줬지만 지금은 자신을 희생해가며 가정을 지키려는 의식이 약하다.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상승해가면서 이혼률이 높아졌지만 전북이 유독 심하다. 전주만해도 여성들 일자리가 많다. 음식점이 많아 부지런하면 쉽게 일할 수 있다. 여성들은 조금만 노력해도 돈벌 수 있지만 남성들은 쉽지가 않다. 남자들은 일당벌이 할 곳도 마당치 않다. 남성들의 일자리가 없다는 게 사회적 문제다. 일자리가 없어 실직상태로 지내다보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가장으로서 지위가 흔들리면 본인 스스로가 자신감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다. 술에 의존하다 보면 결국 자포자기로 파국을 맞는다.무고사범이 많아 사업하기도 힘들다. 지역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반증한다. 무고사범이 많은 것은 파이에 비해 숫가락 든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타난다. 자기 몫이 적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뒷통수에다가 총질을 가한다. 도시인구가 100만이 넘으면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남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전주는 옆집의 숫가락이 몇개인가부터 시작해서 밤에 누구와 술 마신 것도 꿰뚫어 사생활 보장이 안된다. 파이를 키우는데는 노력치 않고 남의 몫만 빼앗으려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사회병리현상이 고착화 되면 사회안전망이 흐뜨러질 수 있다. 지금 전북은 건강하지 않고 병리현상이 심각하다. 오늘날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정권 탓도 크지만 일부는 우리 잘못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선출직들을 잘 뽑아 예전의 건강성을 되찾았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8.10 23:02

발우공양

여러해 전 한 여름 산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스님은 모여든 중생들을 향해 마음을 비우라 하셨다. 산사체험은 사찰마다 특징을 갖고 행해지지만 발우공양은 기본 의식이다. 발우공양은 스님들의 전통적인 식사의례를 이른다. 발우(바루)는 스님들의 밥그릇이다. 사전에는 ‘옛날 부처가 가섭이 모시던 용을 밥그릇에 가둬 항복을 받아낸 일이 있는데, 그 밥그릇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항용발(降龍鉢)이라고도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릇은 4개로 구성되는데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속에 차례로 들어가 종국에는 하나가 된다. 큰 그릇이 밥그릇, 두 번째가 국그릇, 세 번째가 물을 담는 청수그릇이고 가장 작은 그릇이 반찬을 담는 찬그릇이다.산사체험에서 대중들의 발우공양 시간은 특별했다. 두 줄씩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수행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은 이르신다. “제대로 공양하지 않으면 청숫물을 다 먹게 됩니다.” 발우공양은 소리 나지 않게, 음식 씹는 입도 보이지 않게, 꼭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어야 한다. 절집에서는 다도와 발우공양 같은 일상도 수행의 과정이다. 공양은 소박하지만 초라하지는 않다.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다. 조금도 넘치지 않게 나누는 절제와 겸양의 정신이 담긴 공양은 평등사상의 실현이다. 스님들은 네 개의 그릇으로 발우공양을 하지만 체험으로 만나는 발우공양은 그릇 하나로 이뤄진다. 반찬은 서너 가지, 나물과 함께 단무지 한 조각이 주어진다. 일상에서 익숙한 단무지가 반갑다. 그런데 발우공양에서 단무지는 반찬이 아니다. 발우에 붙은 찌꺼기를 닦아내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니 반찬으로 여겨 먹어버리고 나면 나중에 찌꺼기를 닦을 수단을 잃게 된다. 마지막까지 깨끗이 헹구어낸 물과 단무지는 물론 마시고 먹어야 한다. 이 단무지 한 조각이 전해준 깨달음(?)이 크다. 사람에 따라서는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의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채식 홍보가 윌 터틀 박사가 발우공양을 했다. 그가 전한 발우공양의 의미가 흥미롭다. “발우공양은 맑은 음식과 그 음식 속에 담긴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기도, 물 한 방울까지 비우는 낭비 없는 식사 그리고 모든 존재를 향한 연민까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가치가 담겨 있다.”이즈음 TV예능프로그램에서도 발우공양 체험이 인기란다. 이유가 있을 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8.07 23:02

나의 발자국

비서실장은 우두머리의 업무를 총괄해 보좌한다. 과거의 비서 또는 비서실장은 장의 잔심부름 정도나 하는 직책으로 하대시 되기도 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비서직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알아준다. 조직의 전체 업무를 그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그들은 장의 지시를 곧이 곧대로 따르기만 하는 획일적 존재를 넘어서 장에게 적극적으로 건의와 조언을 ‘드리는’ 적극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비서실장은 장의 눈빛만 보고도 속마음을 알아챌 줄 아는 민첩함과 센스까지 고루 갖추고 있고, 어떤 중대한 일의 결정적 키를 쥐고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김완주 전 도지사의 전주시장 시절 비서로 일하다 비서실장과 전라북도 정무부지사에까지 발탁된 여세를 몰아 1년 전 민선 6기 전주시장에 도전해 담박에 당선된 김승수 시장의 사례는 단연 돋보인다. 항상 마음 속에 큰 꿈을 꾸고 살았기에 시장 수행비서 일을 하던 젊은이가 40대에 전주시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비서 업무를 수행 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업무를 파악하고, 지근거리에서 선배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성공과 실패, 허물을 벤치마킹하며 스스로를 다듬었을 것이다. 그가 지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빈틈없는 준비일 것이다. 김승수 시장은 최근 길을 버리고 산을 선택했다. 그동안 논란이 컸던 종합경기장 개발 방식을 전임 김완주 송하진 시장이 선택했던 ‘기부 대 양여’ 민간투자개발이 아닌 전주시 재정투자 방식으로 뒤집는 모험 항로를 선택했다. 이미 살은 시위를 떠났다. 사실 김 시장의 결정은 10년 전 김완주 전주시장이 강현욱 도지사에게 기부 대 양여방식을 제시하며 종합경기장 개발권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장으로서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어 낼 의무와 책임이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시장의 몫이다. 어렵고 험난해도 산을 깎고, 터널을 뚫어 살기좋은 전주시를 만들어내면 된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해서 여반장 하듯 하는 것은 가히 권고할 게 아니다. 김완주 시장이 선택한 기부대 양여방식은 불과 1년 전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유효했고, 김완주 곁에 분신처럼 항상 붙어 있었던 김승수 시장은 그 결정과 추진, 관리 과정에서 책임 위치에 있었지 않은가. 우리는 때때로 주변 요인 때문에 선택을 강요받지만, 현재 상황 뿐 아니라 걸어온 자신의 발자국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8.06 23:02

야권 신당의 성공 조건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어제 국회의원 당선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전북을 찾아 신당 세결집에 나섰다. 천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때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호남발 신당 창당의 도화선이 됐다.친노패권주의로 2차례나 당 공천에서 제외됐던 천 의원이기에 와신상담(臥薪嘗膽), 야권 개조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것이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뼛속까지 뿌리내린 마당에 호남중심의 신당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전망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과 전남도당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직 실체도 없는 신당이 새정연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왔다는 후문이다. 도내 11개 지역구 의원 가운데 무려 10곳이 이름도 없는 신당 후보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 새정연에 충격을 던져주었다.새정치민주연합의 기반인 호남이 흔들리다보니 당내 이탈세력도 나오기 시작했다. 새정연 당직자 출신 모임인 국민희망시대가 집단 탈당을 선언했고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 논의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주선 김동철 의원 그룹 등 대여섯 개 그룹이 비노 연합 신당론에 군불을 떼고 있다. 이처럼 야권 신당론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각종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수권능력을 상실한 탓이다. 특히 친노-비노간 계파 싸움에 국민들의 실망감과 호남사람들의 혐오감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을만한 새로운 비전과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 의석수 늘리기 등 국민정서와는 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렇지만 야권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적 반감만 가지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더욱이 야권 신당이 호남중심의 지역당으로 전락한다면 충청권의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당이 성공하려면 명분과 인물, 재정 등 3가지가 필수조건이다. 이 가운데 인물, 즉 확실한 대권주자와 세력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 연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룩한 것이 그 선례다. 천정배 의원이 어제 전주 방문에서 밝힌 것처럼 전국적 개혁정당과 2017년 대선에서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신당이 뜰 수 있다. 호남에 안주하거나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절대 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8.05 23:02

가맥 축제

“가맥이나 한 잔 하지.” “가맥 집으로 가지 뭐.”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가맥이 뭐여?”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줄인 말이다.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 놓고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이다. 가맥은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를 원조로 친다. 이 가게에서 오징어나 북어포, 과자 안주에다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광상회는 없어졌지만 도일슈퍼, 초원슈퍼, 경원상회, 전일슈퍼, 임실슈퍼 등이 나름대로 맛을 개발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었다. 가맥 집은 전주에서만 300여곳에 이른다. 가맥 집이 뿌리 내린 건 부담 없는 가격에다 독특한 맛의 양념장 때문이다. 맥주 한 병에 2500원으로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가맥 집을 선호한다. 안주는 갑오징어나 황태, 계란말이, 땅콩 등 간단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중 백미는 단연 갑오징어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보다 질겨서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하는데 양념장을 찍어 먹는 맛이 오묘하다. 가맥 집마다 다른 양념장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술꾼들의 양념장 품평도 날카롭다. 야외에는 탁자가 비치돼 있고 실내에는 에어컨이 갖춰져 있어 요즘처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주당들에겐 인기 짱이다. 최근에는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가맥 집은 이들이 찾는 단골 명소로 부상해 있다.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인 가맥이 이젠 축제로 승화되고 있다. ‘2015 가맥축제’가 7·8일 이틀간 한옥마을 인근인 한국전통문화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가맥축제는 송하진 지사의 주문이 계기였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공장 방문 당시 하이트진로 활성화 대화 중 가맥 이야기가 나왔고, 민간 중심으로 주도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김정두 축제조직위 사무국장이 전했다. 가맥 집 대표와 경제살리기도민회의 등 순수한 민간단체 중심의 축제다.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맥은 이제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와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축제를 통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새 콘텐츠로 뿌리내린다면, 그리고 체류형 상품으로 진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가 아니겠는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8.04 23:02

대한방직 자리

전주시내에서 대한방직을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아파트부지로 꼽는다. 전주시가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한방직 부지를 제척시켜준 바람에 오래전부터 개발업자들이 이곳에 고급아파트를 지으려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 부지 21만4500㎡는 도청과 인접한데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개발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최근들어 공장건물 지붕이 석면인 슬레이트로 돼 있어 바람만 불면 석면이 주변 아파트로 날리면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 급기야 시도 이같은 민원이 제기되자 주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를 착수, 지난 6월19일 용역작업을 완료했으나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지금 수면 아래서는 대한방직 개발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간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장으로 있을 때도 대한방직 이전문제가 논의 됐지만 자칫 아파트를 짓도록 할 경우에는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접었다. 시민 여론은 “도청 주변에 대단위 공장이 있는 것 자체가 미관을 해친다”며 외곽 이전을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부신시가지 개발 때 대한방직 외곽 이전문제가 제기됐지만 시에서 이전을 종용하면 전주를 뜰 수 밖에 없다고 회사측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이전이 무산되고 사업지구에서 빠졌다.1974년 대한방직이 현 위치로 들어선 때는 허허벌판이었다. 공장이 없던 당시만해도 대한방직은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가 컸다. 원래 대한방직 부지가 전주 김제 도로축을 고려할때 도청사 부지로 제격이었다. 하지만 공장유치할 때 열렬하게 환호 받던 공장을 도청사 건립을 위해 외곽으로 이전토록 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척시켰던 것이다. 지금 대한방직 이전 문제를 그 누구도 쉽사리 꺼내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기만 남았지 언제가는 이 문제를 공론화시킬 필요는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시가 공익을 어떻게 취하면서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다. 먼저 회사측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서 직접 개발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시에서 무리하게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용도변경을 해줄 경우에는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전주시가 시민 67%가 찬성하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기부 대 양여방식’대신 시 재정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찬반 양측간에 갈등이 증폭됐다. 이런 상황속에서 시중에는 대한방직 개발을 위해 업체간에 짝짓기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한방직도 돈 많은 시가 매입해서 도심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8.03 23:02

완주 습지의 꼬마잠자리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곤충이 산다. 그 무수한 곤충 중 인간의 눈에 띄어 이름이 붙여진 곤충은 우리에게 알려지지만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아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곤충도 무수할 터다.잠자리는 여름에 더 친근한 곤충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세계 각지에서 널리 볼 수 있으며 알려져 있는 종이 5,000여종에 이른다’고 소개되어 있다. 한국에도 107종이나 알려져 있다니 잠자리가 유독 인간과 친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매우 귀한 잠자리가 산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다. 그래서 이름도 ‘꼬마잠자리’라 붙었다. 따뜻한 지형의 고지대 습지에서만 서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고산습지가 드문 우리나라 환경과는 맞지 않은 까닭에 희귀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도 꼬마잠자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전북대 농생물학과 김태흥 교수팀이 지리산 왕등대 늪지에서 꼬마잠자리를 발견, 국내의 구체적인 서식처로는 유일하게 공식 기록됐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0년 완주에서도 꼬마잠자리 서식처를 발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식처를 학계에 공식 보고하지 않았다. 지리산 왕등재 서식처가 알려진 이후 이 일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꼬마잠자리는 이후 전국적으로 관찰되고 있지만 개체군은 매우 적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증가하고 있는 휴경 논에서 다수의 개체군이 관찰되지만 그런 논은 짧은 시일에 육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체군과 개체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꼬마잠자리를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해놓았다. 동전만한 크기의 꼬마잠자리는 빨간색을 띤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예쁘다. 맑은 선홍색 아름다움을 지닌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보호색을 띠고 있어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김 교수팀에 의해 발견된 완주 고산 습지의 꼬마잠자리 서식처는 당시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금껏 고산늪지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졌던 꼬마잠자리가 고산지대가 아닌 해발 260m 정도의 습지에서도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팀이 구체적인 서식처를 공개하지 않았던 덕분인지 고산 습지의 꼬마잠자리 서식처는 그 이후 특별한 뒷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곤충은 모든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순환시키는 존재다. 멸종위기에 처하는 곤충이 많아진다는 것은 환경이 그만큼 훼손되어간다는 증거다. 고산 습지, 꼬마잠자리의 서식처가 오래도록 무사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7.31 23:02

전쟁 광기

생태계는 승자독식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약자가 꼭 패하고, 그 때문에 멸종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힘이 약하면 독성을 뿜거나 빠른 발을 이용해 달아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몸집을 줄이거나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땅굴을 이용한다. 생존 본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몸집이 크고 사나워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 백악기 말까지 약 1억6,000만 년 동안 번성하며 지구 최고 포식자로 군림했던 공룡은 아예 멸종했다. 공룡의 멸종은 행성의 충돌과 화산폭발 등이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진다. 공룡 연구로 유명한 마이클 j. 벤턴이라는 척추 고생물학자는 수많은 학자들이 내놓은 공룡 관련 연구들을 토대로 공룡 멸종 이유를 설명한다. 몸집이 너무 커지면서 작은 뇌를 갖게 된 공룡이 결국 아둔해졌기 때문에, 종족이 노쇠해졌기 때문에, 지구를 온통 장악한 수많은 공룡들이 내뿜는 방귀 메탄에 질식됐기 때문에, 기후가 너무 뜨거워졌기 때문에, 너무 차가워졌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등 그 멸종 이론이 무려 100가지나 된다. 인간은 공룡처럼 번성하고 있다. 지구상 생명체 가운데 지능이 가장 높고 그 수가 70억 명에 달한다. 코끼리, 하마, 사자, 호랑이 등 맹수를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고, 치명적 바이러스 공습도 적절하게 방어한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효과적으로 복구한다. 적어도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외계 침입이 없는 한 지구상에서 인간의 적은 인간 자신 뿐이다. 아쉽게도 인간의 영원 불멸은 의문이다. 언젠가는 공룡처럼 멸종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멸종한다면, 그 원인도 공룡처럼 다양할 것이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외계인의 공격, 태양계 이상, 행성 충돌, 화산폭발 등 수없이 많은 상상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을 꼽으라면 인간의 전쟁 욕망이다. 일본은 17세기 초 도쿠가와 막부가 출범하기까지 엄청난 동족간 살육전을 펼친 전쟁의 나라다. 그들의 광기는 도쿠가와 후 260년만에 아시아와 미국 침략으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을 얻어맞고 광란의 춤을 멈춘, 지구상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다. 요즘 일본을 보면 결과가 뻔한 전쟁 광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아베총리가 집단자위권을 밀어붙이고, 11년째 독도 영유권을 우기고 있다. 일본 지식인들이 아베 집단의 어리석은 정책을 질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7.30 23:02

말 장난에 그친 셀프 디스

요즘 정치권에서 시도한 셀프 디스(self dis)캠페인이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신(self))과 무례(disrespect)를 줄여 만든 신조어인 셀프 디스는 자신의 치부나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거나 공감을 얻는 것을 말한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람들이 일이 잘 안 풀릴 때 입버릇처럼 “오바마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풍자해 자신이 직접 만든 영상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건겅보험 개혁을 지지해달라며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유 잔에 쿠키를 적셔 먹으려고 하지만 쿠키가 커서 컵에 들어가지 않자 “Thanks, Obama”라며 푸념을 내뱉는다. 일본 민주당에서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셀프 디스 선거 후보자 공모 포스터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반골(反骨)의 전문가로’라는 제목의 민주당 포스터엔 “휴일이 없어진다. 비판을 받게 된다. 몸은 힘들어진다. 수입은 줄어든다. 당선 보장은 없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그래도 일본을 구하고 싶은 기개가 있다면 반드시 응모하라”고 권유했다.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셀프 디스’ 홍보전략이다.우리 정치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셀프 디스’를 처음 시도했다. 홍보위원장에 영입된 홍보 전문가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첫 작품이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첫 주자로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나섰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30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당 대표가 된 후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며 ‘밀어부쳐라’, ‘딱 부러지게, 후련하게 하라’며 답답해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 호남해서 죄송하다. 지금껏 호남이라 눈치 보고 소외당하고 차별을 당했던 것 때문에 나라도 호남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셀프 디스에 “재미있다. 의외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엔 생뚱맞다는 생각이 대다수다. 계파싸움에 셀프 분당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자학 개그 패러디는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기 반성이 아니라 은근히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아 셀프 디스의 진정성도 떨어진다. 속보이는 정치 쇼나 말장난 같은 이벤트로는 국민에게 웃음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 국민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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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5.07.29 23:02

양진사지와 인사뇌물

중국 후한시대에 양진(楊震)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인들이 포청천보다도 더 ‘진정한 양심인’으로 꼽는 인물이다. 도지사 급인 형주(荊州)의 자사(刺史)로 양진이 부임하던 중, 관내 고을 관리인 왕밀(王密)이 밤중에 찾아왔다. 둘은 익히 아는 사이인 데다 왕밀은 양진의 추천으로 고을 수장을 맡고 있던 터였다. 지난 보살핌도 있고 해서 성의라면서 왕밀이 황금 열근을 내놓았다. “밤중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재차 권유하자 양진이 일갈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天知 地知 我知 汝知, 何謂無知)” 이른바 양진의 ‘사지론’(四知論)이고, ‘양진사지’(楊震四知)라는 사자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승진인사와 관련한 거액 뇌물설이 관가에 회자되고 있다. 어떤 기초자치단체의 6급 공무원이 사무관 승진 대가로 5000만원을 주었더니 한 장 채워 갖고 오라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한 장은 1억원이다. 이 공무원은 승진을 포기했다. 뇌물은 비서실에서 요구했다. 하지만 단체장과 관련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상에, 부하 직원한테 승진 장사를 하다니 이걸 인간이라고 해야 할는지 원∼. 공직사회의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순창군 비서실장이 2013년 11월 승진 대가로 공무원한테 3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태양광사업 허가조건으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 부인은 군청 기간제 공무원 채용 대가로 지인한테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익산시청 계장, 전북도청 과장, 전 부안군 부군수 등 인사나 사업비리로 자살한 공무원도 여럿이다. 자살하지 않았다면 윗선의 여러명이 다쳤을 게 뻔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리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아무리 당사자 간의 얘기라지만 비밀이 끝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공직사회에선 인사뇌물을 ‘안전빵’으로 친다. 돈 주고 받은 모두를 처벌하는 양벌규정에다, 상사의 인사권 때문이다. 돈 받은 사람만 처벌하도록 법을 고치면 인사뇌물은 상당히 없어질 것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취임 당시 단돈 100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교육청의 인사뇌물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비리가 계속 터지고 있는 데도 단체장들은 왜 이런 선언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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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5.07.28 23:02

김승수 시장의 속내

전주종합경기장 개발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김승수 시장이 종전 송하진 지사가 추진했던 ‘기부 대 양여’방식 대신 시 재정으로 개발키로 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원이 문제인데 2000억원 예산을 확보할 방안이 뚜렷지 않아 결국은 개발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시장이 의지가 있어도 재원이 없으면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경기장개발사업은 김완주 전주시장이 추진하려던 경전철 사업과 본질이 다르다. 경전철 사업은 전국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그 때 송하진 시장이 백지화 시키지 않았으면 전주시는 지금 빚더미에 앉아 있을 것이다.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컨벤션센터가 필요하고 월드컵경기장이 만들어진 이후 전주시 체육시설 집적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제기됐다. 2004년 강현욱지사가 도유재산인 종합경기장을 전주시가 대체체육시설을 건립한다는 조건을 달아 전주시에 무상양여 했다. 김완주 당시 시장은 현 종합경기장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양여하고 대체시설 및 컨벤션센터를 기부 받는 ‘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송하진 시장도 김완주 시장이 구상했던 것처럼 개발방식을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정하고 두차례 공모 끝에 (주)롯데쇼핑을 사업자로 결정했다. 시가 돈 안들이고 개발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이 방법이었다. 다만 영세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간과했다.김승수 시장이 선거 때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기업 쇼핑몰 유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지난 1년 장고 끝에 시 재정으로 종합경기장을 개발키로 확정했다. (주)롯데쇼핑이 들어오면 전주상권이 붕괴될 것이므로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면서 종합경기장을 개발하려면 시 재정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언뜻 보기에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개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 대안이 없어 결국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사실 예산만 조달할 수 있으면 굳이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센트럴파크를 가보고 비유를 든 것인지 조소를 금할 수 없다.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밖에 안된다. 센트럴파크는 원래 바윗덩어리의 늪지였는데 나중에 개발압력을 받으면서 3.8㎢가 공원으로 개발됐다. 주변에는 유수의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어 비유가 전혀 맞지 않다. 미국을 잘 모르고 한 시골뜨기들이나 하는 이야기다. 김완주 지사 밑에서 정무부지사를 거쳐 시장이 된 김시장이 송지사와 각을 세우며 개발방식을 변경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시민과 상인들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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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07.27 23:02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의 행방

1971년 일본에서 중요한 사료가 발견되었다. 육조시대의 기록인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다. 연구자들은 관세음이 경험한 신비한 사례를 모은 이 문헌을 주목했다. 여기에 백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광왕(백제 무왕)이 ‘지모밀지(枳慕蜜地)’라는 곳에 천도해 새로운 건축물들을 많이 지었는데 제석사에 벼락이 떨어져 석탑이 무너졌다. 초석부분은 남아 사리함을 열어보니 그 안 유리병에 있던 사리가 없었다. 무왕은 스님에게 일러 참회법회를 보게 했다. 이후 다시 보니 사리가 놓여있었다. 무왕은 이에 감격해 사찰을 건립토록하고 그곳에 사리함을 모셨다.’이 내용에 학계가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있었다. 기록이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왕궁리 오층석탑 해체 수리작업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푸른 유리병을 담고 있는 사리함과 ‘금강반야경’이 발굴됐는데 여기에 기록된 무왕 관련 내용과 관세음응험기의 내용이 일치했던 것이다. 무왕이 건립했다고 전해진 제석사와 왕궁리 오층석탑이 있는 유적은 불과 1.3Km의 거리. 이 사료는 왕궁 터의 비밀을 밝혀내는 또 하나의 단서였다. 2004년 말, 부여문화재연구소의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왕궁리 유적은 계획적인 설계에 의해 축조되었던 궁성의 터였다. 고대 궁성 관련 시설의 대지조성과 공간구획이 온전히 드러난 왕궁리 유적은 완전한 형태의 궁성구조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새롭게 드러난 건물지에서는 중요한 유물들이 쏟아지고 궁성 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방지에서는 아름답고 정교한 금세공 유물들이 출토됐다. 궁성의 존재는 오래전에 확인됐지만, 궁성의 내부 구조와 생활공간 등의 흔적이 대대적으로 확인된 것은 왕궁리 유적의 실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성과였다. 올해는 왕궁리 오층석탑이 해체 복원된 지 50년 되는 해다. 때맞추어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원형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진 셈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일이 있다. 65년 왕궁리 오층석탑 해체 수리 때 사리함에서 나왔다고 전해지는 16개 사리의 행방이다. 그중 다섯 개를 부석사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니 나머지는 국보로 지정된 사리함과 사리병, 금강경첩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전주박물관에 함께 있어야 옳다. 그러나 그곳 사리병에 사리는 없다. 그 사리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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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07.24 23:02

청년실업

전북도교육청이 최근 3년간 등록한 개인과외 교습자 수를 조사해 봤더니 모두 7,864명이었다. 개인과외 교습자는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고, 이는 청년실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가진 젊은이들 중 일부가 아예 개인과외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연거푸 취직 고배를 마신 후 낙담 끝에 생업 삼아 과외 교습에 나서는 것이다. 전주의 경우 과외 교습자의 절반에 달하는 3,762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파트 게시판이나 현관문 주변으로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과외 광고물들이 그 규모를 보여준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과외 시장도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취직하기 어렵게 돼 과외 교습으로 전환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조사해 내놓은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청년층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 은 우리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0년 전 우리 청년층 고용률은 45%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41.4%로 떨어졌다. 10년 전 청년층 실업률은 8% 정도였지만 올들어 10.2%로 올랐고, 31만 명 정도이던 청년 실업자 수는 올해 44만9,000명으로 늘어났다. 청년층 실업률을 중장년층 실업률로 나눈 배율은 2013년 기준으로 3.7배나 됐다. OECD 평균은 2.1배다. 독일은 1.6배에 불과하고, 일본과 스페인도 1.8~1.9배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2.1~3.1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구직활동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청년층에 대한 고용 흡수력이 빠르게 약화됐다”고 설명한다.경제성장이 힘을 잃은 것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의 허술한 대응이다. 청년실업자 중 대졸 이상자가 52% 넘고, 청년 대졸 실업자 수는 10년 전의 2배인 12만6000명에 달한다. 고급 인력이 너무 많고, 힘든 일자리를 싫어하는 풍조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 된 이면에는 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경시한 잘못된 교육정책, 지나친 신분상승 욕구, 물질주의 등이 혼재돼 있다. 내년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청년실업 해법으로 임금피크제를 내놓고 있다. 하나같이 펜대만 굴리도록 만든 교육 시스템에서 청년실업문제가 얼마나 해결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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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5.07.23 23:02

오픈 프라이머리의 허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 국민경선제)를 제안하면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오픈프라이머리는 공직후보자를 선출할 때 당원 뿐만 아니라 유권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 참여 예비경선을 의미한다. 이는 정당 보스나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공천 민주화로서, 현대 정치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질적인 계파 정치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나눠먹기나 공천 학살 등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는 허점이 적지 않다. 우선 특정 정당의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완전 개방형으로 국민 누구가 참여할 경우 위헌 요소가 있다. 유권자 한 사람이 여당과 야당 후보를 선출하는데 참여하고 다시 본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작 찍지도 않을 후보를 선출하거나 상대 정당의 약체 후보에 투표하는 역(逆)선택 문제도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00년 연방대법원에서 개방형 예비선거에 대해 정당에 보장된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여기에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절대 유리한 반면 정치 신인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있는 주(洲)지역에선 현역 의원 교체비율이 10%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정치 불신과 혐오감, 무관심이 큰 우리 정치 현실에선 조직 동원선거로 변질도 우려가 높다. 총선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는 마당에 예비선거 투표율은 더욱 낮을 수 밖에 없어 후보자들이 조직 동원선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실제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04년 총선 때부터 도입한 국민참여 경선에서도 충성도 높은 조직력을 갖춘 후보가 예비 경선에서 절대 유리했던 것을 보아왔다.때문에 미국에서도 50개 주(洲)가운데 순수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는 곳은 위스콘신과 미시간 미네소타 조지아 하와이 등 11개주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지지 정당 등록을 요구하는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프라이머리(Hybrid Primary) 방식이 확산되는 추세다.총선이 9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여야가 문제점을 보완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해야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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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5.07.22 23:02

지방분권 정당

일본 프랑스 영국은 세계적으로 수도권 집중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다.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지역의 인구비율은 일본 32.6%, 프랑스 18.7%, 영국 12.2%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48%에 이른다. 수도권 면적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데 우리나라처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어디 인구뿐인가. 금융거래와 조세 수입의 70% 가량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고 100대 대기업 본사의 91%, 10대 명문대학의 80%, 벤처기업의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생기기 이전엔 중앙 정부부처의 100%, 공공기관의 84%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1995년 민선 자치시대가 열렸지만 중앙집권적 행태도 여전하다. 자치단체 사무 중 78%가 중앙사무다. 지방사무는 28% 밖에 안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8대 2(OECD국가 평균비율은 6대 4)다. 지방자치 20년이 흘렀지만 무늬만 지방자치일뿐 경제와 행정, 교육, 문화에 이르기까지 중앙집중도가 심각하다. 전국지방분권협의회가 어제(20일) 대구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대구선언문’을 채택했다. “껍데기뿐인 지방자치가 더 이상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적극 연대하고 국민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자”고 촉구하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통치권 차원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방분권은 정치분야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모든 정당은 중앙당에 권력과 돈이 집중돼 있다. 지방분권이 특히 필요한 분야가 정당 쪽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공천권을 완전히 시·도당에 넘기겠다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지방분권 정당’ 실현을 위해 중앙당이 쥐고 있는 공천권을 시·도당에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도당의 국가보조금 지원을 현행 10%에서 20%까지 증액하겠다고 했다. 9월 당 중앙위에서 최종 의결되면 10월 재보선 때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현실화되면 정당정치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방분권과 분산에도 순기능을 할 것이다. 문제는 시·도당이 과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일부 당원들이 공천문제로 도당사무실을 점거, 농성을 벌인 적도 있다. 외부 인사로 공천심사위를 꾸리고 공천기준과 원칙을 구체화하는 것이 숙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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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5.07.21 23:02

눈치작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남아야할지 아니면 신당으로 가야할지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도내 11명 현역들은 미동도 않지만 만약 공천을 못 받으면 신당행을 고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대상자가 누구일 것인가가 관심사다. 그간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줄곧 호남지역 다선의원 물갈이설이 나돌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현역 몇명은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물갈이 여론이 워낙 강해 11명 중 7명을 물갈이 시켰다. 애초 예상보다 물갈이 폭이 컸다.최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연을 탈당하는 바람에 광주 전남에서는 탈당 도미노현상이 일 것 같다. 탈당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전북에서는 안철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입지자 가운데는 “실체도 없는 신당에 잘못 몸 담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지금 깃발을 들 수 있는 천정배나 박주선·주승용의원, 정동영 전 의원 갖고서는 간판이 약한 것 아니냐”며 “얼굴마담이 누구냐에 따라 신당행이 빨라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지난달 새정연 도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되면서 현역들도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신당이 새정연에 비해 지지도가 평균 12%나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각 지구당별로 500명씩 샘플을 배분해서 여론조사를 했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 애초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누구에 의해 유출됐는지 설왕설래가 많다. 중앙당도 이 문제를 중시,신당행을 염두에 둔 사람이 유출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신당설이 나도는 민감한 시기에 자료가 유출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과거 안철수 신당에 몸 담았던 사람들은 안 신당쪽에 줄섰다가 피해를 봤기 때문에 무척 신중하다. 여기에다가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결말날지를 몰라 눈치만 살피고 있다. 선거구 획정과 정기국회가 끝나갈 무렵 쯤에야 신당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현역들은 현역들대로 입지자들은 입지자들대로 눈치만 살핀다. 하지만 도내서도 전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새정연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역 여론이 신당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니셔티브를 잡으려고 새정연을 탈당할 것이다. 앞으로도 총선이 8개월여가 남았고 정치가 워낙 변화무쌍한 생물이라서 어떻게 변할지 몰라 금배지를 달려는 사람들만 애간장이 탄다. 분명한 것은 20대 총선은 대학입시 때 보다 더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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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07.20 23:02

괭이부리마을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는 한국 현대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가 있다. 괭이부리마을이다. 괭이부리마을은 낯설지만 그 이름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아동문학가 김중미가 오래전에 펴낸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덕분이다. 2000년 창작과 비평사가 주최한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창작부문 대상을 받아 책으로 만들어진 <괭이부리말의 아이들>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지만 당시 매체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많은 어른들을 독자로 끌어들였다. 2002년에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로 꼽혔으며 그 이후에도 청소년 필독서로 자리 잡아 꾸준히 읽히고 있다. 괭이부리마을은 만석동 달동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애초 이 마을은 인천이 개항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된 것은 6.25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들어와 모여 살면서부터다. 그 뒤로도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나면서 인천의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동화는 이 달동네에서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 동네에 살면서 ‘기찻길 옆 작은 학교’라는 공부방을 꾸려온 작가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허름한 판잣집 쪽방에 삶을 뉘인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지금도 괭이부리마을에는 360여 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다. 이중 절반가량인 300여명 230가구 정도가 쪽방 주민이다. 도시마다 재개발 열풍이 불어 수많은 달동네를 변화시킨 환경 속에서 괭이부리마을은 도시 안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섬과 같은 존재다. 가난을 상징하는 ‘쪽방촌 ‘은 사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죄스럽다. 가난한 삶속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아온 주민들을 마주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최근 괭이부리마을이 반갑지 않은 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곳에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인천 동구청의 계획이 공개되면서다. ‘옛 생활 모습에 대한 자녀의 학습 교육 효과와 유년 시절에 대한 부모들의 추억 체험’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란다. 옛 생활 체험관의 1일 숙박 체험료는 1만원.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고단한 쪽방촌 주민들의 민낯까지도 1만원에 담겨질 뻔했다. 무서운 세상이다. 다행히 의회의 부결로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가난까지 상품화’하려했던 행정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슬픈 교훈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7.17 23:02

브레이크 밟으세요

전북경찰이 보복운전 수사 전담팀을 꾸려 8월9일까지 한 달간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엊그제에는 70대 노인이 20대 젊은 여성운전자를 뒤쫓아가 화풀이 했다가 단속됐다.경찰이 보복운전 특별 단속에 나선 것은 외국에서나 심각한 범죄로 알았던 보복운전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20대 운전자가 난폭운전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렸다가 상대 운전자의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최근 앞차 여성 운전자를 끌어내 마구 때린 남성 운전자가 공안에 체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 8월 중부고속도로 오창나들목 부근에서 일어난 1차로 급정거 추돌사건이 대표적인 보복운전 사례다. 이 사고로 뒤따르던 4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 1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 앞차에 끼어들어 삼단봉을 휘두르는 등 보복운전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떠도는 말 중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진다’는 말이 있다. 난폭운전, 보복운전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운전자가 많은 만큼 운전자 성격도 다양하고, 사고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대가 넘고, 운전면허 소지자는 3,000만 명에 달한다. 반면 운전면허 교육은 부실해졌다. 2010년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정책 이후 면허증이 남발되고, 기능·안전교육이 미흡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들이 수두룩하다. 기본기가 부족한 운전자는 나중에 법규 위반, 난폭운전을 할 블랙리스트다.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난폭운전, 그리고 급기야 보복운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은 상대방의 과도한 앞지르기 등 위협운전에 흥분, 난폭·보복 운전을 할 수 있다. 사람 좋고 인격 수양이 됐다는 사람도 순간의 감정을 누르지 못해 갑작스런 난폭 운전에 대응, 보복운전을 할 수 있다. 복잡한 교통환경에서 법규가 깨지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면 보복운전이 그 만큼 많아진다. 요즘은 불쾌지수도 높다. 어쨌든, 처벌은 보복운전자가 받는다.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 보복운전은 폭력행위로 처벌된다. 비록 상대가 난폭운전을 해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먼저 양보할 일이다. 브레이크 밟아 주고 웃으면 만사형통이다. 보복운전은 정부의 잘못된 운전면허 정책으로 커진 사회 리스크다. 근본문제 해결없이 특별 단속을 벌인들 효과가 얼마나 있겠나 싶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7.16 23:02

정계 개편 시나리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친박-비박간 첨예했던 갈등이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불씨는 항상 내재돼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박-비박간 사활을 건 공천 전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이계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친노-비노간 극한 갈등과 파열음이 심화되면서 호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 때 천정배 의원이 탈당,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됨에 따라 호남 민심을 등에 업고 신당 창당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집권 기반을 다졌던 것을 창당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 같은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했다. 김무성 대표가 이 대목에서 완전 국민경선제를 들고 나온 배경이 고질적인 계파간 공천 갈등 청산에 있지만 속내는 청와대 입김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에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직·동원선거가 만연한 우리 정치풍토에선 되레 부작용이 더 큰 실정이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배신의 정치’ ‘새 인물 충원’ ‘국민이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정가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이지만 일각에선 신당 창당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여소야대로 집권기반이 취약하자 1990년 김영삼 김종필과 연합해 민자당을 창당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중에 신한국당을,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집권 3년차에 새천년민주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을 내세워 열린 우리당을 창당한 전례가 있다.여권 일각에서도 양당제보다 다당제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현재와 같이 영남과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 구도로는 정치발전이 요원한 만큼 여권내 개혁적 보수와 야당의 합리적 진보가 지역과 계층을 초월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하지만 현 여권내 세력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야권 역시 마찬가지여서 4당 체제의 현실화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신당을 창당하려면 명분과 세력이 필수요건이다. 여기에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 넘는 정당을 만들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아직은 이를 아우를만한 인물과 세력이 잘 안보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7.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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