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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시인 윤동주(1917∼1945)의 시 ‘새로운 길’이다.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시절에 썼다. 윤동주가 연희전문에 입학한 1938년은 일제가 한민족 전체를 전시 총동원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던 때다. 따라서 참담한 민족의 현실에 눈뜨던 시기였고, 이에 맞서 자신의 시 세계를 만들어 가는 처절한 몸부림의 과정이었다. 고뇌와 번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윤동주는 치열하게 시대와 맞서, 자기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새로운 길’로 표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 말미에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을 읊고 각오를 다졌다.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선진 대한민국’ 달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취임 1년은 공과가 뚜렷하다. 잇딴 재보선 승리와 대선 반열에 올라선 것은 공(功)이다. 김 대표의 ‘새로운 길’은 대선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법 파동에서 경험한 것처럼 유승민 원내대표를 버리고 묵언으로 일관한 것은 과(過)다. 이런 걸 보면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기를 염원했던 윤동주의 시를 김 대표가 인용한 것은 좀 과분하다.정치인은 ‘길’ 자 들어가는 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프로스트(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했었다. “노란 숲길에 길이 두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꺽여 내려간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박 시장도 대선반열에 올라 있다. 이미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박 시장의 변신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젠 ‘새로운 길’을 놓고 고민할 것이다. 길은 여러 갈래이고 끝이 없다. 새로운 길을 찾아 꾸준히 걷는 자만이 승리할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단체장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났지만 당선될 때 그 자신 만만했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아직 시동이 안 걸려서인지 전북사회 전반이 고요하고 조용하다. 큰 틀에서 보면 정치권에 유능한 지도자가 없어 역동성이 떨어져 전북이 왜소하게 보인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색깔 없이 그저 그렇게 보이는 것도 그런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뽑아준 사람의 잘못이다. 정(情)과 분위기에 휩쓸려 생각없이 뽑아 놓은 결과일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는 주민소환제도가 있어 소환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전북은 운신의 폭이 좁다. 당·정·청에 연결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힘들다. 송하진 지사도 그래서 백방으로 뛰어도 빛이 안난다. 정부 예산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쥐락펴락 하지만 그와 직접적으로 통하는 전북 출신이 없어 애를 먹는다. 그는 연세대를 나와 행시에 합격한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박근혜정권에서 친박실세로 활동한다. 그가 워낙 실세라서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바람에 새만금개발사업도 발목 잡혀 있다.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들은 기재부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 다 안다. 각 부처에서 예산작업을 시작하지만 기재부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예산은 확보할 수 없다. 지금 단체장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한다고 기재부를 찾지만 말같이 그리 녹록치 않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온통 기재부에 매달리지만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워낙 바빠 잘 만나 주지도 않는다. 시장 군수 명함 내민다고 만나주는 게 아니다. 초자들은 아예 문턱에서 거절 당하는 경우가 있다. 전북이 용트림을 할려면 별 수 없다. 정치적으로 역량 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가교역할을 잘 하도록 하면 된다. 단체장도 잘 뽑아야지만 그 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 몫을 잘 확보할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한다.그간 초선이지만 다선 못지 않게 조용하게 의정활동을 잘한 사람이 있다. 선수(選數)가 많으면 경험이 풍부해 정치를 잘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정활동 하는 걸 보면 기가 찰 정도로 실망스런 다선도 있다. 지금 누가 똑똑하고 유능한 의원인가를 다 안다. 그런면에서 몇몇은 낙제점 이하다.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물갈이 운운 안해도 신당이 만들어 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최근 새정연에서 혁신을 강조하지만 국민희망시대를 중심으로 전현직 당직자 50여명이 탈당,분화현상이 일고 있다. 새정연이 실체도 없는 신당한테 당 지지도가 무려 12% 떨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이 불리한 정치구도를 극복, 존재감을 찾으려면 역량있는 인재를 먼저 발굴해서 국회로 보내는 게 급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감동적인 연설로 세계 언론의 반향을 일으킨 대통령이 있다. 우루과이의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대통령이다. “우리가 세계화를 통제하고 있나요. 아니면 세계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나요. 무자비한 경쟁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 아래에서 연대를 말하며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자’고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어디까지가 동료이고 어디까지가 경쟁관계인가요.”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연설이후 세계 각국의 언론은 그를 조명하기에 바빴다. 그는 사실 그 이전부터도 세계의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명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게릴라 전사에서 국민들의 신망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특별한 삶 때문이었다.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960~70년대 활동했던 도시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의 대원이었다. 1970년대 군사 정권이 들어서자 독재에 항거했던 그는 투옥과 탈옥을 반복하면서 14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1985년 석방되자 민중참여운동에 합류한 그는 하원·상원의원에 잇따라 선출되면서 정치인이 되었지만, 혁명가로서의 삶과 철학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좌파연합의 대통령 후보가 된 그는 2009년 11월 국민당과의 결선투표에서 52% 득표율로 우루과이의 40대 대통령이 됐다. 당시 그가 신고한 전 재산은 1987 연식 낡은 자동차 한 대였다. 우루과이는 지구본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다. 국토면적으로도 인구로도 남미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소득수준으로는 중남미에서 1,2위를 다투고 행정투명성과 교육, 환경, 치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일에 앞장서면서도 참된 행복의 가치를 역설하며 스스로 검소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했던 무히카 대통령의 공적은 그만큼 뚜렷하다. 2015년 3월,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무히카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보낸 지지율은 65%.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으로 살고자 했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신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어록이 많은데, 이즈음 유독 마음을 붙잡는 어록이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합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8일 사퇴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40일 만이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진노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 심판’을 외친 지 약 보름만이다. 그는 보장된 임기를 절반도 못채웠다. 불명예스러운 퇴진이다. 원내 대표는 임기 1년이고, 복잡한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물러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최근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놓고 청와대와 정면 충돌한 유 원내대표가 권력에 등떼밀려 퇴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번 사태는 분명 정당정치는 물론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총을 열었다. 안건은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건이었고, 격론 끝에 표결없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로 결론이 났다. 김무성 대표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유 원내대표는 곧바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가 침탈된 이번 사태의 결말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최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 사죄했다. 그리고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 왔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를 끝까지 던지지 않았던 것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삼권분립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과거 군부독재시대도 아닌 21세기 민주국가에서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고 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즉각 패거리가 돼 자신들이 직접 뽑은 원내대표를 비난하고 결국 쫓아냈다. 이번 유승민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당한 행정부 견제 행위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됐지,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제식구를 즉각 내치는데 앞장설 일은 아니었다. 이를 성실히 수행한 여당의 행위는 꼴불견이다.
정동영 전 의원이 지난달 고향인 순창으로 조용히 귀향했다. 출생지인 구림면 율복리가 아닌 가인 김병로 선생의 생가가 있는 복흥면 답동리 하리마을에 집을 얻어 부인과 함께 정착했다. 그의 순창 귀향을 놓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때 남원·순창에서 재기를 노리기 위한 것 아니냐, 호남 신당 창당 등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석 아니냐 등등.정동영의 이번 귀향은 예전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정치적 귀향은 이번이 3번째다. 첫 번째 귀향은 지난 1995년 15대 총선 때다. 당시 MBC 간판앵커였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전주 덕진에 출마하면서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만7858표, 89.9%로 전국 최다 득표와 전국 최고 득표율 2관왕을 차지하면서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했다. 16대 총선에서도 헌정사상 최초로 2회 연속 전국 최다·최고 득표의 영광을 안으면서 전북의 아들로 우뚝 섰다. 그는 당시 선거 유세 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대중을 향해 연설했던 ‘I have a dream’을 외치며 대권을 향한 자신의 꿈을 설파했다. 최연소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 통일부장관 등 승승장구하던 정 전 의원은 정치입문 12년만인 2007년 집권여당 대선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17대 대선에서 500만표 차이로 낙선한데 이어 18대 총선에서도 서울 동작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으로 떠났다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2번째 정치적 귀향을 선택했다. 2009년 4월 전주 덕진 재선거를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고향을 찾은 그를 전주시민은 72.3%라는 압도적 지지로 반겼다.그러나 2012년 19대 총선 때 서울 강남 을에서 패배한데 이어 지난 4·29 재·보선 때 다시 새정연을 탈당해 서울 관악 을에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와 함께 야권분열의 책임론까지 뒤집어쓰고 말았다.4번의 탈당과 4차례 낙선으로 정치적 입지를 상실한 정 전 의원은 이제 마지막 귀향을 선택했다. 탯줄을 묻은 고향에서 마지막 재기를 노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부활은 여의치 않다. 한 때 ‘전북의 희망’이었던 그가 도민들에게 안겨 준 좌절감과 이반된 민심을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관건이다. 값싼 동정심 대신 스스로 전북의 희망과 대한민국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국민모임’과 같은 무기력한 패착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창당 때처럼 몽골기병식 역동성의 회복여부도 관심사다. 광주의 천정배가 화려하게 재기한 것처럼 정동영의 부활에 이목이 쏠린다.
박상옥 대법관은 지난 4월7일 열린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에 임명되면 퇴임 후 사건 수임을 위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의 변호사개업 포기 서약서 요구는 거절했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변호사 개업을 안 하는 게 소신이라는 의견을 국회에서 피력한 것이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 대신 판례 등을 분석하는 법리 연구를 하며 공익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다.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는 고질적인 병폐다. 법조계는 전관예우의 몸통은 바로 퇴임 대법관이라고 본다. 대법관은 장관급 예우의 지위를 누린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이며 임기는 6년이다. 사법부의 법관 수가 2802명이니 이중 최상위 0.5% 정도에 해당되는 셈이다. 퇴임 뒤 이들이 변호사 사무소를 차려 단 기간에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5년 동안 60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예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2010.10~2013.2)를 지낸 김황식(67) 광주 U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이 박경철 익산시장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2005.11 2008. 7)과 감사원장(2008.9~2010.9)을 지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11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뒤에는 여러 건의 선거사범 소송을 수임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전직 국무총리의 변호사 영업.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어째 좀 그렇다. 국회와 변협은 박상옥 대법관한테 돈과 명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법관은 명예를 택했다. 이보다 훨씬 더한,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전 총리는 돈과 명예 모두를 선택하고 있다. 욕심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라 했던가. 둘 중 하나도 갖지 못한 필부(匹夫)들로서는 과욕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지도층의 퇴임 후 기부행위나 사회 공익활동을 기대하는 건 난망일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2심에서 각각 500만 원이 선고된 소송의 상고심에서 과연 이름 값이 먹힐지 지켜볼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20대 총선이 9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서자 지역에서 추측성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누가 어디로 출마할 것이란 얘기들이 밑도 끝도없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유포되고 있다. 원래 총선이 1년 정도 남으면 그 때부터 언론들이 앞다퉈 출마예상자들을 보도하지만 요즘에는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입뉴스’가 더 폭발력을 가진다. 선거 만큼 흥미를 유발시키는 일도 없다. 특히 전북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간 많은 선거를 치르다 보니까 대부분이 정치해설가 수준이다. 그 만큼 민도가 높다는 뜻이다.전북에서 여당이나 다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빠개지지 않고 예전처럼 완승을 거둘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중 하나다. 지금 이점에 대해서는 상당수 도민들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새정연에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경쟁구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연이 친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다 보니까 전북 출신들은 들러리만 서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간 천정배가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비노 중심의 호남당이 창당될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광주 출신 3선(17·18·19대)인 김동철 의원이 본격적으로 거론해 관심을 모았다. 도민들은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들러리로 세우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이익만 취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내년 총선은 과거처럼 새정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로 가진 않을 전망이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새누리당이 지역정서의 높은 벽을 뛰어 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노 중심으로 신당이 생기거나 새정연 성향이 강한 무소속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지금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오지만 누가 중심이 될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그래서 새정연 성향의 무소속 출마자가 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증관계에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이 고향 순창에 와 있는 것을 놓고도 추측이 무성하다. 정 전의원은 내년 총선을 마지막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는 정계를 떠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전주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천정배와 손 잡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면서 그와 무소속으로 연대할 입지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입지자들 면면도 한물 갔거나 참신성이 떨어져 기대에 못미친다는 여론도 있다. 선거구가 획정돼야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애(愛)보다도 증(憎) 관계가 많은 정동영 전 의원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지는 미지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그리스가 디폴트(default)의 위기에 처했다. 고대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 그리스.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리스 상황은 안타깝다. ‘디폴트’는 빚을 지고도 못 갚게 된 상태를 이른다. 다시 말하자면 ‘채무 불이행 상태’다. 국가 부도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moratorium)’이 그것인데, ‘디폴트’가 완전 파산의 상태, 도저히 못 갚겠다고 두 손 드는 경우라면 ‘모라토리엄’은 지금은 당장 못 갚더라도 얼마 후에는 갚겠다는, 이를테면 디폴트의 직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겪지 않았지만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다. 다행히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 받아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사실 국가가 부도를 맞는 상황은 좀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곳곳에서 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가 늘고 있다. 국가마다 위기를 가져온 이유가 다르지만 그리스의 국가부도위기도 이미 여러 해전부터 예고됐었던 일이다. 그리스 사태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을 졌으니 국가부채와 구조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의는 다양하고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디폴트를 가져온 원인을 둘러싼 해석을 들여다보니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복지’가 있다. 그 중 주목을 끄는 주장이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를 ‘빚으로 지탱해온 복지’로 몰고 가면서 은근히 우리나라의 복지 재정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주장이다. 실제 과도한 복지정책은 그리스의 부도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리스와 우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단순한 논법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그리스의 상황을 대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전문가들은 실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어찌됐든 한나라의 국가부도가 주는 교훈은 크다. 그러나 자칫 그러한 교훈을 덧씌운 단순 논법으로 우리의 복지제도를 허투루 위협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 바탕에 이념과 정치적인 해석이 깔려있다면 더욱이나 그렇다.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10여개 계열사로 된 일진그룹은 전북에 친숙한 기업 집단이다. JTV전주방송과 이음매 없는 정밀특수강관 생산업체인 임실 소재 일진제강,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용 특수부품을 생산하는 익산 소재 일진머티리얼즈의 모그룹이다.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부안군 보안면이 고향이다. 1968년 서울에서 종업원 2명으로 출발, 제조업으로 수조원 규모 중진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9년 변전용 금구류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허 회장은 항상 기술력으로 승부 했다. 그래서 일진에는 국내 최초가 많다. 동복강선, 화섬용 보빈(실이나 전선을 감는 틀), 폼 스킨 케이블(Foam Skin cable, 플래스틱을 절연체로 사용한 고품질 케이블), 공업용 합성다이아몬드,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을 만드는 일진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진LED, 일진머티리얼즈, 일진제강 등은 일진의 미래다. 최근 매출 4조원 규모의 일진은 조만간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그의 고향 부안에서 일진을 바라보자면 아쉬움도 있다. 부안 투자 때문이다. 물론 전주와 익산, 임실 투자가 있고, 기업 투자는 물류와 인력 등을 냉정히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런 사례가 있다. 삼양사 김연수 회장은 1966년 폴리에스텔 섬유공장을 울산에 짓기로 했다. 그 때 전주 팔복동 산단을 건설하던 전북도지사 등이 김 회장을 찾아 고향 투자를 호소했다. 모든 입지 조건에서 전주는 울산에 턱없이 밀렸다. 그러나 전주를 둘러본 김 회장은 폴리에스텔 전주공장(현 휴비스) 투자를 결정하는 중역회의에서 고뇌에 찬 심정을 밝힌다.“물론 나 역시 울산에 비해 전주의 입지 조건이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러나 기업 경영에 몸담은 이래 (중략) 기업의 사명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있고, 따라서 언제나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바친다는 정신으로 일해 왔음을 유념해 주기 바라오. 또 한 가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한 내 고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을 때,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거듭 듣게 되었을 때 차마 나로서는 고개를 저을 수 없었다는 점을 참작해서 마지막 결정을 내려주기 바랄 뿐이오.” 고향에서 문을 두드리니 삼양의 문이 기적처럼 열렸다. 인구 6만선이 무너진 부안은 일진의 문을 두드리는가.
내년 20대 총선은 국가적으로나 전북으로도 중요하다.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그 다음해에 치러질 대선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들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북에서 여당이나 다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당 출현을 막기 위해 당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기득권의 핵심은 공천문제다. 그간 당이 계파간 내홍을 겪은 것도 공천권 행사 과정에서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공천권 혁신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였다.그간 전북은 지역정서에 묶여 새정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었다. 당 공천이 당선으로 그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 공천작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실질적 작업이었다. 본선거는 의미없이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부터 지역민심이 확 변해 새정연 공천을 받아도 장담 할 수 없게 됐다. 새정연 공천을 받은 단체장 후보 7명이 낙선하는 이변이 생겨났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새정연 후보가 낙선하고 무소속 천정배후보가 당선된 것은 호남민심이 변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지역민심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한 일부 입지자들이 새정연이냐 신당이냐 무소속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전직 의원들도 현역들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여론에 편승해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고 남진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부른다. 유권자들은 생각하지도 않은데 본인들만 봄날이 간줄 모르고 시곗바늘을 다시금 돌려 놓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때마다 전주에서 어머니하고 읍소했던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한 민심도 예전같지 않고 싸늘하다. 정 전의원 쪽에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전주에서 띄우려고 어필 하지만 바닥여론이 돌아가지 않는 분위기다. 정 전의원쪽은 친노가 그를 죽여 놓았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대선 패배이후 그가 보인 오락가락한 정치행보 때문에 실망했다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일각에서는 최규식·임종인 전의원과 유종일씨 등이 도내 지역구를 맡아 정 전의원과 함께 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20대 총선때는 예전처럼 유권자들이 지역정서에 함몰된 묻지마식 투표는 안 할 것 같다. 인물본위의 전략적 투표를 할 공산이 크다. 새정연 공천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민심이 변해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금배지를 단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가 시끄럽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죄송’ ‘사과’ 운운하면서 한껏 자세를 낮춰도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각종 행정입법의 시행령에 대해선 국회가 앞으로 개정을 ‘요구’하거나 ‘요청’한다 해도 요지부동일 것 같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우격다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아예 손 댈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혹을 뗄려다 더 큰 혹을 붙이고 만 꼴이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3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만나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누리과정 예산을 타결지은 것도 그 근저엔 시행령 개정 약속이 있었다.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두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23조를 문 대표가 “수정하겠다.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낸다.”며 지방채 발행까지도 염두에 두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불은 껐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문 대표의 시행령 개정 약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미 “우리가 어떻게 대통령을 이겨 먹나”며 백기를 든 상태이고, 야당은 쪽수가 태부족이다. 정부 스스로 지방재정의 숨통을 터 주는 쪽으로 시행령을 정비할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교육재정의 부담을 덜겠다는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은 선언 그 자체로 끝날 개연성이 농후하다. 임시변통의 정치 쇼다. 시일이 지나면 수개월 동안 계속된 갈등과 마찰의 원위치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가 있다.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먹이를 줄이기 위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예화다. 눈앞에 당장 나타나는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똑같음을 모르는 걸 꼬집는 말이다.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이 꼭 그런 꼴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지난 3월 멕시코에서 누나와 매형을 잔혹하게 살해한 죄로 징역 50년형을 선고받고 투옥 중이던 마르틴 델 캄포 도드가 증거부족으로 23년 만에 풀려나 지구촌에 화제가 됐었다. 재심을 맡았던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그의 자백은 수사당국의 고문에 의한 것이며 범죄를 입증할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며 석방명령을 내렸다. 피살자의 손톱 밑에서 나온 피부조직의 유전자가 도드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 등 그를 범인이라고 단정지을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지만 도드의 자백만으로 법원에서 50년형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유일한 증거인 그의 자백이 경찰의 고문과 구타로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그는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났다.이와 유사한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제기돼 대법원의 재심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당시 배달 일을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발생 현장을 지나가던 15살 최모군이 범인으로 지목됐고 경찰에서 자백을 받아 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만기 복역하고 나온 최씨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며 지난 2013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년여 만인 지난 22일 광주고법 형사 1부에서 최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택시 주행기록에 나타난 최종 정차 시간이 최군의 전화 통화시간 기록과 같고 범행 도구와 최군의 옷과 신발 등에서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등 최군을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유일한 증거는 최군의 자백뿐이지만 이마저도 경찰서가 아닌 여관방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폭행을 가해 진술한 것이라는 게 최씨와 변호인의 주장이다.게다가 사건 발생 3년 뒤인 2003년 6월 다른 택시 강도사건을 수사하던 군산경찰에서 용의자로 김모씨와 김씨를 숨겨준 친구 임모씨를 붙잡아 익산택시기사 살해사건의 범행일체를 자백받았었다. 그들의 진술은 당시 범행 현장과 거의 일치해 수사관계자가 범인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의 불구속 수사지휘와 증거불충분, 긴급체포 기간 만료 등으로 이들을 풀어주고 말았다. 이번 광주고법의 재심 개시결정이 났지만 광주고검이 지난 25일 즉시 항고를 하면서 재심 여부는 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의 항고를 대법원이 인용하면 재심은 무산되며 기각하면 성사된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8월 9일 만료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필사(筆寫)는 말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다. 디지털시대, 종이와 펜이 사라지고 있는 이즈음 필사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는 필사가 주는 즐거움이 큰 모양이다. 필사를 권하는 책이 발간되고 나이에 관계없이 치열한 필사 작업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상황이 흥미롭다. 필사의 미덕은 크다. 그중에서도 집중력과 기억력을 키워주는데는 필사만큼 좋은 방법이 별로 없다. 문학 지망생들이 필사를 통해 좋은 글쓰기를 단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터다.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이나 작가 중에서도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필사를 통해 글쓰기의 역량을 높이고 문학적 감성을 체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필사 예찬론자다. 소설가 신경숙도 필사의 미덕을 온전히 체득한 작가다. 그는 강연 등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젊은 시절 필사를 즐겼다고 소개해왔다. 대하소설 ‘토지’도 그의 필사 대상이었다. 소설이든 시든 그 전체나 일부를 필사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문장이 지닌 울림과 깊이를 공감하며 온전히 체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실제로 좋은 문장을 눈으로만 읽는 것 보다 그것을 종이에 옮겨 적는 과정을 통해 체화되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도 그것이 필사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필사의 그런 미덕이 의심(?)받고 있다. 표절시비로 한국문단을 강타한 신경숙의 글쓰기 바탕에 필사가 온전히 놓여있다는 이유에서다. 신경숙은 표절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 표절을 인정할 수 없지만 또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이 기이한 상황은 대체 무엇인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 의도적으로 남의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면 젊은 시절 즐겼다는 ‘필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과 자신의 글도 분간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냐고. 작가의 구차한 변명 때문에 ‘필사’의 미덕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필사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좋은 방식이자 도구다. 필사를 통해 글의 바탕을 닦았지만 건강한 자기 문학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수많은 작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2006년 3월24일 도지사 재선 가도에 선 강현욱 도지사가 열린우리당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관선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2002년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나서 당선하는 등 시대를 풍미했지만, 여세를 몰아 도전한 재선전 초반에 급브레이크에 멈춰야 했다. 당시 그의 앞에 후배 공무원 출신인 김완주·유성엽 씨가 경선을 하자며 당차게 그 앞에 치고 나섰다. 현역인 그의 세력은 견고해 보였고, 도전자들의 표가 분산된다면 현역으로서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김완주 후보의 경우 전주시장을 재선한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유성엽 후보의 젊은 패기는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 지사 캠프는 이상한 낌새를 포착한 모양이다. 상대측에서 종이당원을 모으고, 당비를 대납하며 경선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당시 강 지사 캠프는 공교롭게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확히 4년 전인 2002년 4월28일 새천년민주당 전주덕진지구당사에서 진행된 도지사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명부 추첨 과정에서 정상 추첨된 선거인단 접수증 가운데 196장을 강현욱 후보측 지지자 접수증으로 바꿔치기 한 혐의가 드러나 1개월 전 이모씨 등 관련 피고인들이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때 경선에서 강지사와 겨뤘던 정세균 후보는 불과 35표 차이로 고배를 들어 억울함이 하늘을 찔렀지만 깨끗이 승복하고 국회로 돌아갔다. 그 진실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법원에 의해 불공정 경선 낙인이 찍힌 강현욱 선거캠프에서는 상대방들도 4년 전 자신들처럼 헛 짓을 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강 지사는 경선 불참, 도지사 출마(4월3일), 도지사 불출마(4월4일)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다 정계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지사 지지 세력은 크게 갈라졌다. 요즘 김완주 전 지사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말이 많다. 본인의 공식 언급은 없는데 측근들만 나서 출마 한다, 안한다 옥신각신이다. 이 때문에 미확인 의혹도 난무하고 있다. 과거 김지사 실세 참모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신변적 유불리 때문에 편을 갈라 김지사 양팔을 잡아끌고 있다는 식이다.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퇴임 도지사가 이런 식으로 도마 위에 눕는 것은 볼썽 사납다. 진실로 전북을 위해 일할 기회를 원한다면 직접 선언함이 낫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이길 수 있는 재보선에서 잇단 패배를 한 탓이 크다. 지난 4·29 광주 서을 재보선 때 새정연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천정배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새정연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심이반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도내 단체장 7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새정연 지지자들의 이탈이 속속 감지된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지만 혁신위원 면면이 문재인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들이라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새정연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등 강도높은 개혁작업을 벌이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얼마후에 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 나지 않고 책임회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가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갈 것으로 본다. 누가 중심세력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지지판도가 상당히 달라 질 수 있다. 지난 서울 관악 재보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전의원은 아직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 나지 못해 가타부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그가 천정배의원과 손잡고 연대하면 세를 불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정 전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계속된 낙선으로 존재감이 떨어졌지만 마지막으로 고향에서 읍소작전을 벌이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있다.지금 지역정가에서는 새정연 쪽에서 상당수 현역들이 공천을 못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선 의원 물갈이는 물론 초선들 가운데도 정치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돈다. 이런 상황속에서 새정연에서 공천 못 받을 사람들이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될 것에 대비해서 미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전주에서는 정동영·장세환 전 의원, 이경옥 전 행안부 차관, 완주 무진장은 유희태 전 기은 부행장,익산은 박경철 시장의 대법 판결에 따라 조배숙 전 의원, 이한수 전 시장, 정헌율 전 부지사의 역할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은 이승우 군장대 총장이 김제 부안은 김종희 학성강학회 이사장, 정읍 고창은 이강수 전군수가 임남순은 이강래 전 의원이 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무튼 내년 총선이 야권끼리 경쟁구도가 설령 만들어져도 그 밥에 그 나물처럼 새 인물이 안보여 전북정치 복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익산 국토관리청의 역사는 장구하다. 정부 수립 1년 뒤인 1949년 5월 설치된 이리지방건설국이 모태다. 전북 전남 제주 등 3개 지역을 관할했다. 1962년엔 건설부 호남국토건설국으로 개편돼 충남 일부까지를 관할권에 두었다. 관할 지역이 너무 방대해지자 1975년에는 전북과 전남 국토관리청으로 분할됐지만 업무 효율성이 문제가 돼 6년 뒤인 1981년 다시 이리지방국토관리청으로 통합됐다. 익산 국토관리청은 명칭만 바뀌었을뿐 뿌리는 정부수립 당시의 기구에 바탕을 두고 있고, 통합조직으로서도 3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간직한 족보 있는 기구다. 그런데 익산 국토관리청 분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5개 국토관리청(서울, 원주, 대전, 부산, 익산)의 재정비 용역에서 익산청을 전북청과 광주청, 부산청을 부산청과 대구청으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도로망 확충과 하천 정비, 건설공사 관리, 재난 및 재해 업무 등 한 해 약 2조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이 조직이 전북, 전남·광주권으로 분리되면 전북은 껍데기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심리적 박탈감도 클 것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호남제일성, 호남제일문, 전라감사처럼 호남을 호령했던 상징성의 마지막 자존심 아닌가. 국토경쟁력과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많은 익산 국토관리청을 분리하는 건 또 하나의 전남·광주 예속 사례가 되고 말 것이다. 전북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선 건 당연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논평이나 성명, 결의문, 항의 전화 따위로는 언감생심이다. 주관 부처는 공교롭게도 도민들한테 ‘LH 상처’를 안겨준 국토부다. 국토부 장관이나 차관이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른바 ‘LH 기시감(旣視感)’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내부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 “전북도민들의 정서는 물론 정치적 문제 등 모든 것을 검토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유일호 국토부장관) 등등. 201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남 진주 이전 당시 정종환 국토부장관의 언행과 엇비슷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반발 무마용 수사(修辭)에 치중하면서 시간을 번 뒤 목적을 달성했던 바로 그 수법이다. LH, KTX에 이어 익산 국토청마저도 인접 지역에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꼴을 두 눈 뜬 채로 보고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민선자치 이후 전북도와 전주시의 불협화음이 반복되고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관선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갈등의 단초는 민선 2기, 강현욱 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전철사업과 전라감영 복원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전북도와 전주시가 새만금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2006년 1월초 김완주 전주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익산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형규 행정부지사가 이를 반박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이후 도청과 시청 간부, 전북발전연구원과 전주시정발전연구원 등이 대리전을 펼치면서 볼썽사나운 막말 공방과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 같은 논쟁은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김완주 시장측의 선거이슈 선점과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전략이었다. 당시 10%대에 불과했던 김완주 시장의 도민 인지도가 이후 30%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민선 4기 들어서도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관계는 지속됐다. 김완주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경전철 도입을 후임 송하진 시장이 전면 백지화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꼬여갔다. 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운영 적자를 전주시 재정여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송 시장이 경전철 도입을 취소한 이후 전주 고속화도로 건설과 전라감영 철거, 전주 탄소산업 주도권 등을 놓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전주시 상수도 유수율제고 사업자 선정과정을 놓고 전북도가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전북도는 안세경 부시장과 전주시 감사관 등 간부 공무원 4명을 중징계 요구했고 전주시는 이에 불복,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등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이제 민선 6기 들어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을 둘러싸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전주 종합경기장에 전시 컨벤션센터 건립은 송하진 도지사가 전주시장 시절 확정했다. 도청 소재지인데도 국제 회의를 열 컨벤션센터나 호텔이 없기 때문에 민자 유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김승수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지역 상인에 피해를 주는 대형 쇼핑몰 입점을 막겠다고 공약하면서 도와 전주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전북도와 도의회, 전주시와 시의회 등 4자간 실무협의를 가졌지만 서로 상반된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송 지사나 김 시장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자칫 충돌마저 우려된다.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구원(舊怨)관계 떠나 무엇이 전북발전과 전주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문화가 성찰의 대상이 됐다. ‘메르스’의 여파다. 국내에서는 자성이지만, 나라 밖에서는 비판과 질타의 성격이 더 짙다. 홍콩의 칼럼니스트 스쥔위(施君玉)는 자신의 칼럼에서 “신(新)SARS(메르스의 중화권 별칭)가 창궐하고 있는 한국 당국의 경솔한 발언”을 질타하면서 한국에 만연해있는 ‘병원쇼핑’과 온 가족이 간병하는 전통 문화를 감염을 퍼트린 ‘허점’으로 지적했다. 전통적인 간병문화까지 비판받는 현실이 유쾌하지 않지만, 달리 항변할 수도 없는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새삼 현대사회에서 감염병은 어떤 존재인가가 궁금해진다. <감염병과 인문학>이라는 책을 기획해 펴낸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감염병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유해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그것도 종종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염병이 질병 중에서도 특별히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그의 해석은 오늘의 현실에 무섭게 적용되고 있다. 감염병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그의 글을 더 주목하게 되는 분석이 있다. ‘감염의 기능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등 본능적 차원에서의 반응을 일으키기가 일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병은 인간 정신 현상의 기본적인 성질과 구조, 즉, 진화적 특성을 음화 한다고 할 수 있다.’감염병이 산다는 것의 의미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동시에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특별히 인문학적 성찰의 재료가 될 성분을 대폭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감염병의 성질과 존재를 고려한다면 감염병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은 일찌감치 시작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인문학적 성찰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사회가 성찰해야할 근본이 여기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문학이 화두가 된 시대, 감염병을 인문학적 성찰로 극복할 수 있을까. 날마다 감염의 전파력이 확산되고 있는 절박한 시점에서 지금 당장 그 답을 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감염병의 철학적 의미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것 ‘이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메르스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가족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격리시키는 오늘의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감염의 존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 바로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더불어 사는 삶’을 외면해온 대가가 너무 크다.
지난 11일 경기생활가구협동조합이 한 일간지에 가구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구업계는 지난해 말 국내에 상륙한 세계적 가구 공룡 이케아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수많은 영세가구업체들은 이케아 공세가 버겁다고 한다. 1943년 저가형 가구업체로 출발한 스웨덴 국적의 이케아는 단순하면서도 생활공간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가격을 조금 낮추는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또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공급하면서 세계적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 국내에 영업점 문을 연 이케아는 이웃 중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터키 등 세계 35개국에 253개의 매장을 갖춘 글로벌 가구공룡으로 한 해 매출이 40조원에 달한다. 이케아는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글로벌 가구 공룡이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관세없이 완성된 가구를 들여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대항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현행법상 국내 가구업체들은 수입하는 가구 원부자재에 관세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업계 입장에서는 반칙이다. 가구업계의 또 다른 고통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라고 한다. 광고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가구유통업체에 대한 유래없는 일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과 중소가구업체들은 세금폭탄과 임금체불,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원자재 구입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이 광고의 핵심은 이케아 상륙 등으로 어려운 가구업계가 당국의 세무조사로 공멸 위기에 있으니 세무조사 및 추징을 유예해 달라는 호소다. 세무조사와 탈세에 대한 추징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 다만 완성가구가 무관세로 수입된다면 가구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의 경우 철폐하거나 대폭 낮춰야 적어도 영세업체들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가구업체도 반성해야 한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최근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북지역 가구 관련 소비자상담은 1463건에 달했다. 가구에서 악취가 풍기고, 어린이 피부질환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구 소재와 규격을 속여 파는 경우도 많았다. 소비자들도 가구업계에 호소할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국내 가구업계의 경쟁력은 소비자 가구불만 호소를 줄이는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갈수록 공직자들한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공직자들이 박봉에 힘들었다. 하지만 DJ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직자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대학생들이 공무원 되는 게 꿈이다. 각 대학 도서관들은 공무원 되기 위한 수험생들로 넘쳐난다.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신분이 안정돼 있다는 게 매력이다. 기업은 걸핏하면 구조조정이다해서 자리를 없애지만 공무원은 그렇지가 않다. 노조까지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 아직도 철밥통이란 소리를 듣는다.우리나라는 가히 행정국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무원의 힘이 세다. 법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더 그렇다. 공무원들은 갑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민원인 쪽에서 보면 우월적 위치에 있다.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직들이나 선거 때 표 달라고 구걸하지 일반 공무원들은 신상변동이 없어 별로 눈치도 안본다. 노조 때문에 공직사회문화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했다가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좋은 세월 다 갔다고 말한다. 그 만큼 권리와 의무관계가 제대로 정착됐다는 말이다. 수직적이면서도 수평적 관계를 이뤄 나간다.지금 우리사회는 공직자들한테 도덕성과 청렴의식을 함께 요구한다. 그 이유는 인력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해서 국가발전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얼간이 같은 공직자가 있다. 공무원은 자신만 잘 하는 것으로 끝날 순 없다. 주변까지도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선출직공무원은 더 그렇다. 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도내서도 단체장 부인들이 승진시켜준다, 취직시켜준다, 민원을 잘 해결해주겠다면서 돈 받아 먹다가 구속된 경우가 있었다. 원래 힘 있는 곳에 부나방들이 몰린다. 단체장 주변에는 선거 때 도움 준 사람들로 붐빈다. 자연히 부창부수라 했듯이 치맛바람도 일게 돼 있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둡듯 부인의 비리를 남편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곪아 터진후에야 안 경우가 있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공직자는 수신이 으뜸이다. 수신(修身)은 신독(愼獨)과 같다. 신독은 대학과 중용에 나와 있는 말로서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독립불참영 독침불괴금(獨立弗慙影 獨寢不愧衾) 혼자 있을 때에도 그림자한테 부끄러움이 없고, 혼자 잘 때 이불한테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선비들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순창군수 부인이 취직시켜준다고 속여 큰 돈을 받은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감사원 출신인 군수 남편은 수신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금융사 전북 이전, 구체적 실행방안 제시하라
이순신 장군의 사생활 엿보기
전북은행장, 지역이해도 높은 내부 발탁을
전북 ‘금융중심지’, 이제 속도가 관건이다
새만금 웅비의 상징 ‘현대차그룹’
전북지사·전주시장 3선 출마 여부, 객관적 평가가 우선
땅값 폭등한 완주지역 허가구역 묶어야
'언론플레이'보다 '여론몰이'가 좋아요
'쇼케이스'보다 '선보임 공연'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