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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정신

‘호남 정신’이란 말이 요즘처럼 각광 받은 적도 없을 듯 싶다. 정치권이 너도나도 호남정신이란 말을 끌어다 쓰고 있다.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박지원 후보는 ‘호남정신 복원’ ‘호남 적자(嫡子)론’을 거론하며 호남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새정련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도 작년 10월16일 전북 방문 때 “우리당이 누구를 대표하는가에 대한 정체성이 실종되고 약화됐다”며 지도부를 비판한 뒤 강력한 ‘호남정치의 복원’을 강조했다. 호남정신을 상기시키면서 구애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정신은 무얼 의미하는가. 왜 실종됐으며 무엇 때문에 복원돼야 한다고 하는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호남정신이 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정치적·문화적인 해석, 역사적·인문사회적·경험적 풀이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 호남이지만 전북과 전남·광주의 지역적 차이도 있다. 광주·전남은 학생의거와 5·18민중항쟁 상징지역이다. 전북은 풍류와 선비, 저항정신이 강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와 민주, 저항은 호남정신의 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가치를 ‘전주정신’, ‘전북정신’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작년 12월15일 전주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2주갑 학술대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전주정신’의 근간으로 삼자는 주장도 나왔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낡은 틀을 깨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열려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민중적 저항에서 전주정신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전주정신을 정립할 때 동학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동학정신은 전북정신으로 가야 한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라거나, “정읍·고창 등 이웃 시·군과의 관계설정, 지속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정진영 안동대 교수)”는 주장도 있다. 어쨌건 호남정신은 계승 발전돼야 한다. 그런데 그럴 인물들을 키우지 못했다. 호남은 또 소외 지역이 된 지 오래다. 호남정신이란 말이 정치이벤트가 열릴 때만 각광 받아선 안된다. 지금 호남정신을 외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호남 쇠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북정신도 이참에 규명돼야 한다. 정치적인 구호보다는 도대체 ‘호남정신’ ‘전북정신’이 무엇인지 인문학적 접근부터 새로 시작할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20 23:02

계란 꾸러미

40∼50대 이상 장·노년층 대부분은 짚으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계란 꾸러미를 기억한다. 지푸라기 한 움큼을 왼손으로 잡고 그 아랫부분의 지저분한 검불을 오른 손가락으로 훑어낸다. 잘 다듬은 짚을 가지런히 한 뒤 한쪽을 두 올 정도의 짚풀로 묶은 다음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계란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계란 10개가 올려지면 반대편과 몸체 중간 중간을 짚풀로 잘 묶어 마감한다. 정성이 담긴 계란 한 줄이다.집안이나 이웃 경조사에 이 계란 꾸러미를 전달하는 가정이 많았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쌀 반 되나 한 되쯤을 포자기에 담아 정성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친인척간, 이웃간 정이 그렇게 오갔다. 이제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는 사라졌다. 요즘 계란판은 종이 또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편리하고, 운반과 보관 측면에서 안전하다.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가 설 자리는 없다. 계란판이 대량 생산되는 것은 닭의 대량 사육과 관계있다. 한꺼번에 수천마리, 수만마리의 육계 또는 산란계를 키워내는 양계 농장이 번성하면서 계란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수수는 6,526만수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42개다. 우리나라 계란시장은 연간 120억 개, 1조 2000억 원 정도 시장이다. 계란을 둘러싼 전후방 연관산업 효과까지 고려하면 5∼6조원 시장 가치를 갖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란을 짚으로 싸서 유통시킬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계란은 생산량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예나 지금이나 계란 후라이,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황태 해장국은 국민식품이다. 계란말이가 들어가지 않은 김밥이 없다. 하지만 계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계란의 가치, 인심도 예전만 못하다. 서민들의 부의용품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얼마 전 개그맨 정준하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톱스타 연예인이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 2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며 “친한 사람인데 깜짝 놀랐다. 그럼 ‘이만’보자는 건가”라고 말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축의금 2만원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그는 곧바로 “분위기 전환 목적에서 재미있자고 한 얘기가 오해를 불렀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조의든 축의든 부조 행위는 정성이다. 부조금 봉투에 든 액수가 중요한 사람은 뇌물을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끊는 것이 마땅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1.19 23:02

기억하는 방식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의 부란덴부르크 문. 이곳에서 포츠담 광장 쪽으로 걷다보면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회색 콘크리트로 된 수많은 직육면체 조형물이 이어져 있는 광장.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태인들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조성한 홀로코스트 기념비(The Holocaust Memorial)다.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했다는 이 공간의 추모비는 2711개. 추모비 사이를 걷다 보면 침묵의 더께가 밀려들면서 유태인 학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베를린에 있는 또 하나의 기념공간. 나치 분서(焚書) 메모리얼이다. 베벨광장에 있는 이 공간 역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의해 자행되었던 분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1933년 괴벨스의 지시로 유태인 학자들이 쓴 책 2만권을 불태운 현장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기념공간은 광장 바닥에 놓인 작은 투명 유리판이 전부. 그러나 그 곳을 들여다보면 땅 아래 빈 서가들로 가득 찬 거대한 방이 내려다보인다. 그 한쪽에 시인 하이네의 글이 새겨져 있다. ‘책이 불탄 곳에서 결국 사람들이 탈것이다.’ 독일 하르부르크에는 반파시즘 기념비가 있다. 그 형식이 매우 특별하다. 땅위로 세워져 있는 기념비가 아니라 땅속으로 들어가 그 흔적만 남아 있는 기념비다. 1986년 하르부르크 시 정부가 파시즘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이 기념비는 사방 1미터에 12미터 높이의 단순한 입방체였지만 비밀은 따로 있었다. 매년 2미터씩 땅속으로 가라앉는 형식으로 설계되어 결국 사라지는 기념비로 설계된 것이었다. 기념비 옆에는 이 비에 이름을 새겨달라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글을 읽은 시민들과 방문객들은 이름 뿐 아니라 나치시절의 고통과 기억을 써넣었다. 그 기억을 담은 비는 해마다 2미터씩 파묻히면서 흔적만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안내판에는 이런 글이 남아 있다. “-중략- 어느 날 이 탑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며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 하르부르크 기념탑의 땅은 비워지게 될 것입니다. 불의에 대항하여 일어서야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뿐이라는 뜻입니다.” 시대에 따라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가 축적되어 간다. 전쟁과 국가의 폭력,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가 남긴 비극과 상처의 아픔이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기념공간을 만든다. 우리의 기념공간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16 23:02

죄악세(Sin tax)

연초부터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다. 금값 담배를 노린 편의점 절도가 전주와 익산에서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해 말 미리 담배 사재기를 했던 사람들이 값이 크게 오르자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도 빚어지고 있다. 공항 내국인 면세점에선 담뱃값이 시중 가격의 절반도 안 돼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1인당 10갑 한 팩으로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면세 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도 검토중이다.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세수 증대가 2조 8000억원 정도 예상되면서 담배 단일 품목에서만 10조원 가까이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배와 술 도박 화석연료 등의 소비에 부과되는 이른바 죄악세(罪惡稅·Sin tax) 규모도 58조원에 달해 그동안 가장 비중이 컸던 부가가치세(55조7000억원)를 앞지를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45조9000억원)나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소득세(45조8000억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죄악세의 기원은 16세기 교황 레오 10세 때 비롯됐다. 사치 생활로 빚에 쪼들리자 매춘업을 허가해주고 창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했다. 영국에선 1643년 청교도혁명 당시 국왕과의 전쟁자금 조달방안으로 맥주와 고기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렸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턱수염을 깎지 않는 귀족들에게 턱수염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에선 마리화나를 제한적으로 합법화하고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다. 뉴질랜드는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가축들에게 트림세(burp tax)를 물린다.담배에 이어 연초부터 술에 부과되는 주세 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년하례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일자 보건복지부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죄악세 인상은 항상 가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72%에서 90%로 높이려다 반발 여론에 접어야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주세율을 인상하려다 서민 증세 논란에 포기했었다. 우리나라는 국세 가운데 간접세 비율이 52%에 달한다. 미국은 간접세 비율이 10% 내외다. OECD 평균도 20%대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다. 조세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간접세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바꿔야 한다. 호랑이보다 세금이 무서운 정치(苛政猛於虎)가 되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1.15 23:02

아름다운 뒤태

예로부터 사람 판별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따졌다. 중국 당나라 시대 이래로 이 네 가지를 인재 등용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도 똑 같았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생김새를 으뜸으로 쳤다. 요즘은 영상매체의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친다. 예뻐지고 젊게 보이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빈번하다. 예전에는 여성들만 성형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는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예쁘고 잘 생겨야 시집 장가 잘 가는 세상이다. 반면 성형중독자가 생겨날 정도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얼굴뼈를 깎는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사고까지 발생했다.성형은 앞모습만 중히 여긴다. 주로 자신의 보이는 얼굴에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한번 성형에 빠지면 경제적인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잘 쓴다. 더 예뻐만 진다면 뭐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성형미인이란 말도 흔하게 듣는다. 연예인들은 거의가 성형한 얼굴들이다. 연예인 되기 이전에 기획사에서 투자 개념으로 성형을 시킨다. 얼굴 전체를 확 뜯어 고치는 경우도 있다. 그 만큼 우리사회가 성형열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성형외과는 방학 때가 단대목이다. 치아교정 하는 것은 당연하고 쌍꺼풀 정도는 성형이 아닐 정도다. 쌍꺼풀 수술도 주로 성형외과에서 했지만 지금은 안과서도 할 정도로 경계가 무너졌다. 오히려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광고 선전한 것이 성형수술을 부채질했다.앞태 가꾸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못 보는 뒤태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뒤태는 남이 봐주기 때문에 그렇다. 본인은 자신의 뒤태를 잘 모른다. 사실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뒷모습은 잘 모를 수 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데도 정작 본인만 모를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서 뒤태를 잘 관리해야 한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뒤태가 엉망인 사람이 많다. 새해에는 뒤태를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되려고 하면 어떨까. 뒤태가 아름다운 사람이 많으면 우리사회는 한층 건강해 질 수 있다. 아름다운 뒤태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복 마냥 앞만 보고 함께 달리다 보면 낭떠러지에 모두 떨어져 함께 죽고 만다는 스프링복의 비극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모두가 앞만 보지 말고 좌우나 뒤쪽도 살피면서 뒤태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1.14 23:02

정동영의 선택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출신으로선 가장 걸출한 현역 정치인이다. 제일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냈고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의장(대표)을 역임하는 등 정치이력이 화려하다. 그런데 그가 어머니 품이라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났다. 진보인사 100여명이 이끄는 ‘국민모임’에 동참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국민모임은 ‘국민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추구하는 모임’의 약칭이다. 어쨌건 그는 탈당이라는 중대한 선택을 했다. 1996년 권노갑 민주당 고문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한 뒤 네차례 탈당 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국민경선 후보였던 그는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 됐다. 이듬해엔 당 의장(대표)이 됐다. 2007년엔 열린우리당이 인기를 잃자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갈아 타 대선후보가 됐다. 대선 패배 이후 도미했지만 불과 8개월여만에 귀국한다. ‘그 새를 못참아서’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2009년엔 당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치고 민주당 탈당을 결행하면서까지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했다. 1년 뒤 복당했다. 그리고 이번이 네번째 탈당이다. 이유 있는 탈당 명분에도 불구하고 당이나 자신의 입지가 어려운 시기에 탈당을 결행한 공통점이 있다. 대의명분보다는 개인의 퍼스낼리티에 의한 결정이 많았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이런 상황을 못견딘 것일까. 만약 18대(서울 동작 을)나 19대(서울 강남 을) 총선에서 당선됐더라면 이번 탈당은 없었을 것이다. 거물급인 정몽준, 한미 FTA 라이벌인 김종훈과 붙어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것이 쇠락의 직격탄이 됐다. 그의 탈당을 보는 전북인들로선 심정이 착잡할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그의 가벼움 때문일 수도 있고, 정치기둥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탈당을 비난하는 이도 있고, 한파가 몰아치는 나대지에 그를 버려둔 새정치민주연합을 원망하는 이도 있다. 정 전 의원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 ‘밀알’을 언급하며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몽골기병에 자신을 비유하며 질풍노도처럼 활동하던 것이 엊그제다.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 고통을 감내할 줄 아는 손학규의 진중함이 더욱 돋보인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13 23:02

선팅하는 사회

요즘 대통령과 정치인,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은 물론 개인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최대 화두다. 소통을 잘 하는 사람, 기업, 국가가 경쟁력 높고, 지구촌 생존 게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엄청난 신기술을 발명한 듯 떠든다. 하지만 소통은 인류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존 조건이다.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창조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에서 창조, 창의성이 중시되지 않은 때가 없다. 본질은 다를 것 없는데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쇄신, 혁신, 융합 등으로 단어가 바뀌고 편집돼 떠들썩할 뿐이다. 긴장 풀린 인간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이다. 최근 소통이 강조되는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전 때문이기도 하다. 소통은 투명유리이다. 감춰질 것 없다. 공유다. 그 속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도 나온다. 소통은 또 광장이다. SNS 공간에서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들이 의견을 나누고 세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기분 좋은 일은 칭찬하고, 기분 나쁜 일은 비판한다. 칭찬하고 격려하며 어두운 사회를 밝게 만들어 간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수단도 된다. 소통의 공간은 여전히 상식 선에서 발전을 지향한다. 하지만 권력은 소통 때문에 힘들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2년이 되지만 ‘불통’ 비판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권력은 그 자체가 장벽이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이다. 박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권력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적 고정관념이 의식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소통이 대세인 시대의 대통령이 불통 지적을 받는 것을 두고 대중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광복 7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는 중심에 있다. 1997년 등록대수 1000대를 돌파한 자동차는 이제 2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술수준도 획기적으로 진화했다. 대부분 오토매틱이고, 인공지능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의 자동차를 보자. 소통은 간 곳 없고 불통 덩어리가 질주한다. 대부분 자동차가 가시광선 투과율 35%∼5%에 불과한 선팅을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앞유리 70%, 옆유리 40%를 규정하고 있지만 휴지조각이 됐다. 선팅하는 사회는 불통 사회이고, 범죄와 음모가 판치는 사회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1.12 23:02

마천루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는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집’을 이른다. 아마도 옛사람들에게 마천루는 상상속의 집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세계 도처에 마천루가 들어서면서 마천루 경쟁시대가 됐다. 마천루는 근대화를 지향한 1920년대의 모더니즘이 주목했던 소재였다. 건축가 임석재 교수에 따르면 마천루는 양식사조와 관계없이 소재의 관점에서 많은 예술가들의 흥미를 유발했는데, 화풍이나 기법, 상징 등 회화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는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예술가들이 그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높이를 드러내는 마천루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마천루 운동’이라 부를만한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마천루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적합한 양식을 찾는 실험운동에 집중한 것은 역시 건축 분야였다. 마천루 건설이 실제로 왕성하게 이루어졌던 곳은 미국인데, 시카고와 맨해튼에서는 이미 19세기말~20세기 초에 마천루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산업기술을 축적하고 자본을 집중시켜 높이 경쟁을 벌였다. 1931년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자리를 40여 년 동안이나 지켰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그 결정체다. 그러나 엠파이어스테이트의 영광도 오래 전에 끝났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 위한 마천루의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1위 마천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다. 163층에 그 높이가 828m나 된다. 그러나 부르즈 칼리파도 2019년에는 1위의 자리를 빼앗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상 167층에 1,007미터 높이로 건설중인 ‘킹덤 타워’가 완공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높이 기록이 흥미롭지만 그 이면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 관심을 집중시킨다.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index)다. 1999년 경제학자 앤드루 로렌스에 의해 개념화된 ‘마천루의 저주’는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이 거품 경제를 불러와 결국은 대규모 경제불황을 맞게 된다는 상황을 이름 붙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이 우연히 이뤄진 현상이 아니라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국가마다 어김없이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국내에서도 ‘마천루의 저주’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나라 최고층빌딩으로 주목을 받은 제2롯데월드몰의 계속되는 안전사고가 계기다. 지나친 우려란 반론도 있지만 허투루 지나가기에는 찝찝함이 크다. 늘 과도한 인간의 욕망이 문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09 23:02

말 한마디의 값어치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카페에 이런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한다.Coffee! 7Euro. Coffee Please! 4.25Euro. Hello Coffee Please! 1.4Euro.즉 ‘커피’라고 반말로 주문하는 손님은 7유로(9100원), ‘커피주세요’라고 주문하면 4.25유로(5500원),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인사하면서 주문하면 1.4유로(1800원)라는 것.가격표를 만든 카페 주인은 손님들이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우리도 비슷한 예화가 있다.옛날에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씨 성을 가진 나이 지긋한 상놈이 있었다. 하루는 젊은 양반 둘이 고기를 사러 왔는데 먼저 한 젊은 양반이 “어~이 백정, 고기 한 근 잘라 줘”라고 주문을 했다. 박씨는 늘 하던대로 정확히 한 근을 잘라줬다. 다른 젊은 양반도 고기를 주문했다. 그는 “여보게 박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그런데 고기 양이 먼저 주문한 사람 것보다 훨씬 많아보였다. 그러자 먼저 고기를 주문한 젊은 양반이 박씨에게 항의했다. “똑같이 고기 한 근을 샀는데 왜 양이 다르냐” 고깃집 주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백정이 잘라 준 것이고, 이것은 박서방이 드린 것입니다”요즘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에 부천의 현대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생 무릎까지 꿇린 모녀 갑질에 이어 한 대형마트에서 “나 VIP야”라며 막무가내로 휴대폰을 바꿔달라는 마트 갑질녀까지 등장하면서 ‘갑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속에 정신적 인격적 성숙은 뒤따르지 못하는 졸부 근성, 천민자본주의가 팽배해진 탓일까.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실종된 막말과 갑질이 이처럼 만연해지고 있는 것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어제 한 커피전문점에서 이 같은 틈새를 노려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공손하게 주문하면 커피 값을 50%까지 깎아주고 반말이나 불친절한 말로 주문하면 할인혜택이 없다. 이 체인점은 지난해 10월 4일 1004 데이 때 한시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매월 첫째 수요일마다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케하느니라.” 성경 잠언 15장 1절 말씀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1.08 23:02

전북정치권 현주소

전북 도세가 약화된 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측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내 출신 정치인들이 제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 정치는 독립변수로서 가장 상위 개념이다. 정치를 잘해야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존재감이 크면 국가예산도 많이 확보한다. 힘으로 국가예산을 나누는 세계라서 그렇다. 그렇지 않고 당내에서 물 당번도 제대로 못할 정도라면 영향력이 약해 아무 일도 못한다. 자기 자신의 입신양명만 구가할뿐 국가나 지방을 위해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소석 이철승 선생이 국회부의장을 지낸 다음 김원기의원이 국회의장이 됐고 정동영의원이 대통령 후보까지 됐지만 전반적으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정치력이 떨어져 지역발전에 큰 도움을 못줬다. 도민들 가운데는 전북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힐난한다. 국회의원수가 줄어 세력이 약화됐지만 그 보다는 개인별 역량이 떨어져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 새정치민주연합의 모태나 다름없는 전북이 차츰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이유는 현역들의 정치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는 고사하고 최고위원 조차도 출마하지 못한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요즘 국회의원들의 지역 방문이 잦다. 연초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20대 총선을 겨냥하고 앞서 표밭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철저히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치력과 영향력이 센 의원은 활동 무대가 중앙정치권이어서 지역구 활동은 잘 못한다. 지역에 자주 내려 올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지만 영향력이 약한 의원은 존재감이 떨어져 지방의원이나 줄 세워가며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민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해서 국정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큰 정치는 못하고 만다. 도내는 7명이 초선이라서 한둘 빼고는 당과 국회에서 존재감이 희미하다.상당수 도민들은“3선인 김춘진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재선인 이춘석의원이 야당 측 예결위 간사를 맡은 것 외에는 눈에 띈 것이 없다”며 “전북정치권이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극단적인 평도 서슴지 않는다. 재선 이상이면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역만 파고 들일이 아니다. 중앙에서 큰 정치를 잘하면 다음 출마때 걱정이 없다. 재선인 유성엽의원이 문재인 의원 등 3인이 당대표로 출마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에 지역과 본인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도 이번에 최고위원직에 강력하게 도전했어야 옳았다. 도당위원장 정도는 초선에게 맡기도록 하는 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1.07 23:02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

새정치의 아이콘인 안철수 의원이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정치연합 창당을 주도한 것이 지난해 초다. 당시 새정치추진위를 출범시킨 안 의원은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다. 이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그 첫걸음을 디디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는 링컨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창당 계획을 접고 그해 3월 1일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100년은 커녕 100일도 가지 못했다. 50 대 50의 수평적 통합을 강조하고 당명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다. 외형은 그럴지언정 사실상 새정치연합이 민주당에 먹힌 꼴이었다.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 후보’들의 참패가 잘 말해준다. 정치공학적 통합은 진정성이 없고 결말도 좋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런 경우다.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을 쓴 지 채 1년도 안돼 또 당명 개정 논란이 일고 있다.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선거에 나선 박지원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을 민주당으로,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당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발음하기 어렵고 ‘새정련’ ‘새민련’ 등의 약칭도 별로인 모양이다. 개정 이유도 명확치 않고 사과도 없다.세력으로 사귄 사람은 세력이 기울면 끊어지고, 이익으로 사귄 사람은 이익이 다하면 흩어진다(以勢交者 勢傾則絶, 以利交者 利窮則散)는 세간의 법칙이 어긋나지 않는 걸까. 새정치의 효용성이나 안철수의 약효가 다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통 야당이 어쩌다 문패만 바꿔 다는 신세로 전락했는 지 안타깝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200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당역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당 수명이 짧은 건 우리나라의 정치가 그만큼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혁과제들에 대한 실천 없이 포장지만 그럴듯 바꿔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다 보니 당 이름만 바꾸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발가락이 가려운데 구두를 긁는 꼴이다. 내용물을 바꾸지 않고 간판만 바꿔 단다면 정치소비자들의 냉소가 쌓일 수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한다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가.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06 23:02

물처럼 살라하네

사람은 하루에 1.8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인체의 약 60-65%를 차지하는 수분은 체내 화학반응에 작용하고, 영양소와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체온 유지 등 물은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일정량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약 600㎖의 물이 오줌과 대변으로 배출되고, 피부와 호흡 등으로 증발되는 수분도 1000㎖에 달한다. 우리는 매일 이에 상당하는 수분을 계속 보충해 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체에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오줌 색깔이 투명하지 않다. 인체가 물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목 마를 때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커피와 녹차 등은 강력한 배뇨 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체내 수분을 억지로 배출시킨다. 평소 갈증을 느끼지 않을 때에도 커피를 마시기 전후에 커피의 양과 비슷한 양의 물을 마셔야 인체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물은 우리 육체 건강에 필수적 요소이듯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널따란 호수, 수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을 느끼거나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낀다. 삶의 활력을 얻는다. 옛 선인들은 물을 주제로 지혜를 선물했다. 공자는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물처럼 막힘이 없으니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의리에 밝고 산처럼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니 산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했다. 물은 고여 있기도 하지만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고, 막힌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을 찾아 구불 구불 돌아 흐른다. 제갈공명은 궁신접수(躬身接水) 자세로 세상을 대했다. 궁신접수란 몸을 낮춰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받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에서는 지구의 이상 중력 현상도 나온다. 각종 재앙의 원인 중 하나가 이상 중력이다. 중력이 무너져 모래 바람이 불고,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사람이 흐르는 물을 거스르고 몸을 치켜세울 때, 중력이 무너져 모래바람이 제멋대로 불 듯, 재앙이 초래되게 마련이다. 권력을 손에 쥔 자, 재물을 조금 더 가진 자, 지식을 조금 더 쌓은 자들이 낮은 곳을 지향하는 물처럼 살라고 인터스텔라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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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5.01.05 23:02

이들이 행복한 이유

2011년 일본 내각부가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일본의 매체와 지식인들은 그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 결과는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20대 젊은이 중 70% 정도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오랜 경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불행한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이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는 결과는 의미심장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젊은이들이 느끼는 생활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내놓은 일본 내각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생활만족도는 이제 78.3%까지 올라섰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조사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나는데 NHK 방송문화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일본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95%가 자신은 ‘행복하다’고 답한 것이다. 경기침체에 취업난과 부조리한 사회구조의 절망적 환경에서도 정작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자신 20대인 일본 사회학자가 집중 탐구해 내놓은 분석이 흥미롭다.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의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절망적인 일본사회에서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그가 내린 답은 이들의 ‘행복’이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일본 젊은이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라며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젊은이들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반드시 ‘행복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또 있다. 그는 ‘오늘날 일본의 젊은이들이 아무리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그 행복을 지탱해주는 생활기반은 서서히 썩어 들기 시작했다’고 단언한다. 의미 있는 경고다.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현실을 긍정한다는 저자의 분석은 물론 많은 논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들여다보니 일본이 처한 현실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돈과 출세로만 내몰리는 경쟁사회의 ‘반작용’은 우리사회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한국 젊은이들의 행복도가 궁금해진다. 이들은 지금 행복한 사회에 살고 있을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02 23:02

바른말 하는 사회

갑오년 끝자락이다. 지금 상황이 어렵게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의가 불의에 먹히지 않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면 가능하다. 그간 우리는 고소 고발을 많이 했다. 상대를 해치기 위한 음해성 투서도 많았다. 뒤에서 총질하는 일도 거리낌 없이 했다. 앞에서 떳떳하게 잘 잘못을 가리지 않고 음습한 어둠속에서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패배감과 좌절감만 맛보았다. 지역감정 못지않게 이 문제는 그 해악이 크기 때문에 이를 뿌리 뽑지 않고는 지역이 건강해질 수 없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뒤에서 바짓가랑이나 잡으려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자기 앞에다 큰 감 놓으려다 못 놓으면 투서질이나 해댔으니 지역이 건강할 수 있었을까. 요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지역민심도 흉흉해졌다. 정권으로부터 소외와 선거 부작용 일수 있다. 선거를 많이 치르다 보니까 네편 내편으로 나눠져 안 좋은 일만 속출했다. 단체장들이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덜된 탓인지 잘 안 된다. 오히려 선거감정만 쌓여 간다. 각 지역별로 단합해도 모자랄 판인데 사분오열 돼 더 힘들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단체장들도 승자의 자만심에 빠져 자기편만 챙긴다. 선거 때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국물도 없다. 생각할수록 아찔하고 끔찍하다. 윗선에서 그런 방향으로 나가다보니까 시군 조직이 사유화 돼간다. 역량 있는 공직자나 인재가 있어도 제쳐놓기 일쑤다. 아예 공직을 그만 둘 각오나 해야 바른말 하는 분위기다. 어느새 아첨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졌다.특히 지역에 뒷담화가 많아졌다. 왜 그럴까. 정상적으로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자 몸조심 하듯 권력자와 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안 좋아도 좋은척하는 이중구조가 생겨났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가 아니다. 자칫 진실을 말 했다가는 말한 사람이 그 피해를 보는 구조라서 더 거짓이 판쳤다. 이 문제는 역사적으로 깊이 살펴야 할 것 같다. 정여립 사건과 동학농민혁명때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역모죄로 너무 많은 인재가 죽임을 당했고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으로 끝난 탓이 크다. 두 차례나 너무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다 보니까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가 이어졌다. 바른 말 했다가는 목숨 부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때로는 눈치를 살폈을 수도 있다. 도민들의 영혼에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에 동학후예로서 을미년에는 바른말 하는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전북의 장래가 있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12.31 23:02

세밑 단상

어제의 시간이나 10년 전의 시간은 물리적으로 똑같다. 그런데 시일이 흐를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40대는 시속 40㎞의 속도로, 50대는 50㎞, 60대는 60㎞ 속도로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빨리 가는 걸까.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단순 명료하다. 기억할 게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으면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기억할 게 없으면 그 시기가 짧게 느껴진다. 이른바 ‘회상효과(Reminiscent Effect)’다.학창시절은 나이 들어도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한다. 호기심 많고 가슴 설레이던 시절,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들기 시작한 언제부턴가 시간은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기억될 게 별로 없다. 정신 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게 없으니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올 한해도 미친 듯이 흘러갔다. 수능 대박에다 결혼·취업 걱정 다 날려버리고 승진·로또 당첨· 금연· 건강 다짐도 했을 법 하다. 전· 월세시대를 마감하고 반듯한 아파트 한 채 장만하겠다는 것도 서민의 소박한 꿈이다. 그런데 이룬 것도 없이 일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들 한탄한다. 청마의 해인 올해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교수신문은 올해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 사슴을 가리켜 말로 우긴다는 뜻이다. 시비곡직이 뒤죽박죽 된 걸 이르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나타내는 ‘참불인도(慘不忍睹)’도 수위에 꼽혔다.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을 겪었어도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 또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다사다망(多事多忙)’, 구직자들은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사자성어로 뽑았다. 취업난 속에서 매우 힘들고, 괴로운 한 해를 보냈다는 뜻이겠다. 중소기업인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이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인생은 ‘고(苦)’다. 세상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행복은 목표로서 나타나는 게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 이는 괴에테다. 과정을 즐겨야 한다. 미친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기억할 일은 자꾸 만들면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것을 시도하며 살으시길 권한다. ·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12.30 23:02

기업인 사면

몇 일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언급해 시작된 기업인 사면 문제가 여야 정치집단간 엇갈린 반응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이를 처음 언급한 최 부총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쪽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사면,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 된다. 일반 범죄인들은 일정 기간 복역하면 다 가석방해준다”며 찬성하고 나섰다. 재계 쪽도 수출 중심의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등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활성화에 일조하라는 취지에서 가석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오너 중심의 한국 대기업 경영 체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썰렁한 반응도 나온다. 원혜영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확대 간부회의 자리에서 “정부 여당이 비리 기업인의 가석방 사면을 위한 군불때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가석방돼도 투자결정을 할 수 없고, 굳이 가석방될 이유도 없다며 반대다.김무성 대표, 최경환 부총리 등의 기업인 사면 언급은 기업 총수 봐주기 차원의 군불때기 측면이 강하다. 과거로부터 기업인 사면은 매우 민감하고 비난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단 말을 던져놓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속셈이 엿보인다. 게다가 요즘 경제상황은 그 빌미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달러화 강세 속에서 미국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계속하는 바람에 이래 저래 한국 경제는 어렵다. 저금리와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중국 경제성장률 약화 등 세계 경제가 힘든 것도 기업인 가석방 논의에 긍정적 요인이다. 게다가 가석방 대상이 되는 최태원 SK 회장 등 몇 명은 2년 전후 복역, 가석방 요건을 갖췄다. 적어도 억지 주장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최근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일탈 행위 등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기업인 가석방, 사면’ 언급은 부적절하다.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2.29 23:02

데스 카페(Death Cafe)

은퇴 후 호스피스 활동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득수 박사로부터 ‘데스 카페(Death Cafe)’를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을 체험하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며 죽음에 대한 활동을 독려하는 카페가 운영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각 나라마다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 지금은 18개 나라에서 800개 정도의 데스 카페가 운영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안 박사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터부시하는 문화적 편견속에서 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죽음의 실체를 다룬 다큐 ‘데스’ 로 화제를 모은 EBS 제작팀이 최근 펴낸 책 ‘죽음’에도 영국의 데스 카페가 소개되어 있다. 데스 카페의 역사는 길지 않다. 데스 카페를 처음 만든 이는 존 언더우드라는 사람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를 만들었는데, 데스 카페 운영 가이드라인을 인터넷에 올리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오늘날 운영되고 있는 데스 카페는 일정하게 정해진 공간이 따로 없다. 죽음을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행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모아 운영하면 되는 것이어서 도심 속의 카페나 도서관, 공원, 축제의 한편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 EBS 제작팀이 찾아간 영국의 데스 카페는 한 달에 한번 항상 같은 시간에 열리는 카페다. 예약으로 참가자를 받지만 정해진 좌석이 부족해서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이 카페 운영자는 “데스 카페를 다녀간 사람들은 죽음을 일반적인 주제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된다”며 “무엇보다 인생에 대하여 더 감사하고 현재를 살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데스 카페의 가장 큰 효과”라고 소개한다. ‘죽음’을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야기하면서 이해해야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데스 카페의 성장은 흥미롭다. 주목을 모으는 것이 또 있다. 영국의 ‘죽음 알림 주간’이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5월에 운영하는 한 주간동안 영국 전역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화를 공유한다. 세계 각국의 ‘죽음의 질’ 순위에서 영국이 1위 국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12.26 23:02

기부 천사

얼마 전 모 방송에 출연한 션과 정혜영 부부의 기부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별명이 ‘기부 천사’일정도로 매달 고정적으로 후원하는 금액만 2000~3000만원에 달한다. 홀트아동복지회에는 매년 1억원씩 6년째 기부를 통해 매년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꿈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늘 더 사랑해’ 가족에세이 발간을 통해 얻은 인세 1억3000만원도 대학생 2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1주일에 2~3번 정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km마다 1만원씩, 1년에 1만km 뛰어 1억원을 후원하는 ‘1만원의 기적’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션·정혜영 부부가 직접 기부한 금액만도 35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푸르메재단과 함께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기금 마련에 나서 목표금액 430억원 중 현재 320억원을 모금했다. ‘1만원의 기적’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회자가 물었다.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건가요” 그들 부부는 “우리가 돈이 많아서 돈을 쌓아 두고 있어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다보니 하루 1만원으로 시작한 기부금이 늘어났다고.연예계의 또 다른 기부 천사로 가수 김장훈이 있다. 독도 지킴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아직도 500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나라와 어려운 이웃, 청소년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도 자그마치 200억원에 달한다. 1991년 가수 데뷔 후 8년 만에야 흥행 가수가 됐다. 그러자 교회 목사로 청소년 사역을 하는 그의 어머니가 “너도 이제 사랑을 받으니 베풀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권유에 사회복지시설을 찾았던 게 기부천사로서 첫 출발이 됐다는 것. 그는 자신이 고교 중퇴 등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만큼 빗나가는 청소년 선도에 열정을 쏟고 있다.우리 지역에도 자랑스런 기부 천사가 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주 서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지난 2000년 4월 주민센터 앞에 58만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14년간 성탄절 전후에 몰래 돈 상자를 놓고 간 금액이 3억 4699만원에 이른다. 얼굴 없는 천사는 도내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 장수 장계면에서는 폐품을 모아 10여년째 기부하는 익명의 독지가가 있다. 익산 성당면·어양동 남원 산동면·대강면 진안읍 부안 하서면 전주 인후1동·서서학동 등 올해도 곳곳에서 남몰래 쌀과 돈봉투를 놓고 갔다. 성탄절을 맞아 우리 사회에 기부 DNA와 천사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4.12.25 23:02

맛집 개발

전주와 전북은 예로부터 맛과 멋의 고장으로 소개돼왔다. 지금도 이 같은 컨셉은 변하지 않았다.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한정식 추어탕 바지락죽 풍천장어 꽃게장 말고는 각 시군별로 특별히 내놓을만한 음식이 없다. 전주 군산 남원 고창 부안 등 일부 시군 빼고는 전반적으로 향토색 짙은 음식이 제대로 개발돼 있지 않다. 무주는 금강에서 잡은 동자 빠가 등 물고기로 어죽을 끓이지만 그 수요가 많지 않아 겨우 몇 집만 명맥을 유지한다. 구천동에서 산채정식을 팔지만 그 맛 때문에 일부러 구천동을 찾을 정도는 아니다. 진안이 예전에는 애저와 돼지고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딱히 진안을 대표할만한 음식이 없다. 한우로 유명한 장수도 특색 있는 음식이 없어 관광객이 그냥 지나친다.남원은 광한루원 만인의총 지리산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겨우 추어탕 하나로 남원 음식의 명맥을 이어간다. 추어탕 재료인 미꾸라지도 거의가 중국산이어서 예전의 맛을 못 낸다. 배고팠던 시절의 어머니 손맛은 어림없다. 가을 벼 베기를 마친 후 도랑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먹던 그 맛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다. 대다수 식당들이 천연조미료 대신 값싼 중국산 식재료에다 MSG를 넣어 맛을 내기 때문에 옛맛이 나질 않는다. 마치 패스트푸드 같은 맛만 난다. 순창도 강천사 입구에서 산채정식과 비빔밥 등을 팔지만 음식맛 때문에 특별히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강천사 산책길이 너무 좋아 찾을 뿐이다.김제는 총체보리를 먹인 한우로 유명하지만 그 수요가 제한적이고 심포에서 죽합 백합 등을 소재로 한 음식을 만들지만 타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부안은 바지락죽이 대표 음식으로 각광 받을 뿐 격포 횟집의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아 전주서도 대천등지로 빠진다. 풍광 좋은 변산반도를 드라이브 삼아 곰소에 이르면 그나마 맛깔스러운 젓갈냄새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고창은 풍천장어로 소문나 선운사 도솔암길 산책길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정읍 산외가 한때 소고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주춤하고 군산에는 금강하구둑 주변에 꽃게장 백반 손님들로 붐빈다. 익산은 기억에 남을 음식이 별로지만 황등 비빔밥 정도가 그나마 낫다. 이에 반해 장항 할매온정집은 아구요리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논산 고향식당은 도가니탕으로 착한가게 명성을 얻었다. 진주 하연옥 냉면은 사계절 요리로 명성이 자자하고 목포인동초마을은 삼합과 홍어요리를 잘해 항상 식객들로 붐빈다. 이 정도 맛집이라야 소리 소문 듣고 천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제발 각 시군들이 맛집 개발에 신경 좀 썼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12.24 23:02

이야기 할머니 사업

“우리 세대는 누구나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추억이 있지요. 할머니가 ‘어흥’하며 호랑이 소리를 흉내 내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린 남매가 호랑이한테 쫓길 때에는 발을 동동 구르다 잠이 들곤 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던 옛 이야기가 내가 받은 첫 교육이었어요.” 지난해 연말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전국대회’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받은 어느 ‘이야기 할머니’의 수상 소감이다. 이야기 할머니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 기관을 방문해 옛 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봉사자들이다. 이야기 할머니는 ‘유치원 스타’로서 인기 짱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 각광 받고 있다. 올해에는 750명 선발에 4995명의 신청자가 몰려 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년도에는 2600여 명이 몰렸었다. 경북도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국학진흥원이 2010년 안동을 중심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열풍이랄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개 친구가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지원하거나, 은퇴 후 소외감을 느끼던 할머니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가족들의 권유로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고정된 직업이 없는 만 56세에서 만 70세까지의 여성 어르신이다. 기본적 인성과 소양을 갖추고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선발된 뒤 연간 7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거주 지역 인근의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효과도 큰 모양이다. 컴퓨터게임과 TV 등 혼자 놀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힐링시키는 효과가 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조(祖)-손(孫)간 소통함으로써 핵가족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 무릎교육이 부활하는 것 같아 반갑다. 할머니의 무릎교육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유아의 인성을 함양하고, 어르신에게는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처럼 호응도가 크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 우리지역 교육청이나 자치단체들도 시도해 볼만하다. 여성 어르신 일자리로도 제격이고, 동량으로 커 나갈 아이들에게도 풍부한 정서적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12.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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