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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대중화

2003년 쯤 이었던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오후, 전주 덕진공원에서는 소리판이 열렸다. 돗자리 한 장, 북과 북채가 전부인 이 즉석 소리판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화려했다. 공원에 나들이 왔던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 절로 객석이 만들어지고, 금세 신명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고정 관객들까지 생겼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변변한 홍보물 하나 없이도 소리꾼과 관중이 자연스럽게 만나 흥을 나누는 즉석 소리판을 만든 사람은 김연 명창이었다. 판소리 공연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덕진공원 '즉석 소리판'처럼 소리꾼과 청중이 우연히 만나 신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구나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이라면 공연 여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소리로 청중들을 불러들이는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일.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터다. 그즈음 전주에는 매주 정기적으로 판소리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전주전통문화관으로 이름을 바꾼 전통문화센터가 여러 해 동안 운영했던 '해설 있는 판소리'다. 이 판소리 감상회 대부분도 객석이 차고 넘쳤다. 어느 때인가는 '해설 있는 판소리'가 '영문 자막이 있는 판소리 시연회 및 공개 토론회'로 바뀌어 열렸는데, 그때도 경업당 30여 평 객석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온몸으로 이뤄내는 '소리예술'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 모든 장르의 문화가 혼재된 문화충돌의 시대에서 우리 음악의 자리 잡기는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요구한다. 판소리 역시 대중화를 위한 '실천'이 치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지난 주말부터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는 마당창극 '천하맹인 눈을 뜬다'상설공연이 시작됐다. 관광객을 위한 상품답게 객석은 차고 넘쳤다. 그쯤 되면 판소리 대중화의 몫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의 판소리 대중화 작업이 지나치게 외형적은 아닌가 싶다. 전통 판소리 공연을 외면한 채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힘에만 의존한 대중화는 그 본류를 빗겨가기 십상이다. '해설 있는 판소리'와 같은 상설 공연의 맥조차 지키지 못하는 오늘의 환경에서는 그 우려가 더 깊어진다. 그래서다. 전주가 언제까지, 무엇으로 판소리의 고장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24 23:02

깜박이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해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얼마나 잘 지키며 운전하는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민 운전 성적표'다. 이 조사는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수를 비롯해 △안전띠 착용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방향지시등 점등 △신호 준수 △운전 중 DMB시청 △보행자 신호준수, 어린이 노약자 사망자수 등이다. 운전자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약자 보호 등 5개 역역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교통문화지수 조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결과는 교통 정책 개발 자료로 사용된다. 얼마 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교통문화점수는 100점 만점에 75.20점으로 전년 대비 0.41점 올랐다. 164개 시·군 중 1위는 84.88점을 얻은 전남 고흥군, 꼴찌인 164위는 54.44점의 임실군이었다. 전북의 경우 군산이 80.18점으로 전국 2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 정읍 78.33(46), 전주 76.69(64), 순창 74.17(86), 남원 73.42(92), 장수 72.83(98), 익산 71.69(105), 고창 66.87(139), 김제 66.15(143), 진안 65.55(146), 부안 65.46(147), 완주 62.08157), 무주 60.65(158), 임실 54.44(164) 등 상당수가 민망스런 점수를 얻었다. 2012년 조사에서 1위를 한 고흥군은 2010년 조사 때 하위권인 130위였다. 주민들이 노력하면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전북일보와 전북경찰청이 손잡고 '교통질서 UP, 교통사고 DOWN' 교통문화 향상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를 보호하고, 음주운전, 안전띠 착용, 2륜차 안전모 착용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교통문화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전북의 교통문화지수 전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마구잡이식 끼어들기 등 법규위반, 얌체운전이 판치고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깜박이 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든다. 전북의 교통문화지수가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은 난장판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그나마 방어운전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23 23:02

민주당 지지 하락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여론이 지역서 팽배하다. 의원수가 11명 밖에 되지 않아 숫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한데다 7명의 초선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3선인 최규성·김춘진의원과 재선인 이춘석·유성엽의원이 나름대로 분발하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서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진들의 역할이 부진하면서 19대들어 전반적으로 전북정치권이 약화됐다. 민주당 당직 인선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선거 때 당선만 시켜주면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했던 의원들이 자신들의 앞가림도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에는 채널이 없어 광주 출신인 이정현 정무수석에 의지하고 그나마 정부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지만 코드가 맞질 않아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앞뒤가 꽉 막혀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전북의 현안을 속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도민들은 안철수 신당에 희망을 걸고 있다.문제는 민주당이 너무 무력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서 핫 이슈가 돼 있는 전주 완주 통합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규성의원은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에 맡긴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최 의원이 소극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도·군의원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 통합을 반대한다. 결국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져 도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지역문제에 등한시 해온 최의원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의원에 대한 실망은 이미 김제공항 건설을 반대할 때부터 생겼다.김제공항건설은 도민들의 여망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최의원이 부지까지 매입한 김제공항건설을 무산시켰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민들의 숙원사업을 무산시킨 책임은 두고 두고 캐물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도 최 의원만 앞장서서 찬성하면 굳이 찬반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 국고 낭비를 막으면서 축제 분위기속에 통합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아직 신당을 창당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도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22 23:02

부부의 날 단상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민음사)는 책도 있고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북인)라는 책도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쨌든 결혼하라. 만일 휼륭한 아내를 얻으면 그대는 행복해질 것이고,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고 했다. 혹 나쁜 배우자를 얻는다 할지라도 지혜와 성숙을 얻을 테니까 밑질 게 없다는 것이다. 크산티페라는 악처를 둔 그가 결혼을 후하게 평가한 게 흥미롭다. 그 자신이 행복보다는 지혜를 얻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 보면 신혼의 감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남편은 망부석 같은 부인, 아내는 영원한 신혼시절의 남편이길 바라지만 이건 그야말로 꿈이다. 행상 나간 남편이 밤길에 해를 입지 않을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 여인은 없다. 아내만을 사랑하며 신혼시절처럼 사는 남편도 없다. 돈과 자녀, 직장, 사업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서 '인생은 영원한 고(苦)'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여가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연봉 2만달러 미만인 사람보다 9만달러 이상인 사람이 두배 이상 행복하지만, 5만달러 정도인 사람과 9만달러 정도인 사람 사이엔 행복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그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만 많이 벌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즐기며 재미있게 살라는 뜻이겠다. 오늘(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다.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이혼 건수는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2만88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이혼 건수는 9400건으로 4.4% 증가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 할 수 없는 사회적 요인, 걸핏하면 이혼으로 이어지는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부부의 날 기념도 좋지만 부부의 연을 이어주고 부부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을 대책도 중요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21 23:02

빈대잡기 소동

요즘 소리문화전당 연주회에 가면 희한한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얀 남방 차림의 젊은이들이 공연 내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관람을 방해한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빈대들이 부척 늘었다. 그래서 빈대잡이들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내들로 바뀌었나 보다. 그 움직임은 공연분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분주해진다. 감동의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고 싶어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더욱 가관이다. 앵콜연주 때는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무색할 정도다.덕분에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무대에 집중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사방에서 하얀 남방의 사내들이 무슨 비상사태라도 벌어진 양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오롯할 수 있단 말인가? 무대의 연주자가 혹시 이 모습에 짜증이라도 내지 않을까, 아니면 관객 중에 성질 좀 급한 이가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집중감상을 방해한다. 공연이 우선인지 빈대잡기가 더 중요한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찍어대는 것은 물론 안 될 일이다. 공연 분위기도 해칠 수 있고 이웃 관객들에게도 분명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다니는 소동에 비하겠는가? 초상권이나 저작권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것으로 무엇을 어쩌겠는가! 오히려 SNS를 통해 연주자와 공연 자체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첫 상영을 하려 하는 까닭을 눈여겨보라! 한국의 열성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홍보를 대신해준다지 않던가?)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사전 홍보로 족할 일이다. 관람객을 범죄자 취급하며 통로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며 더구나 공연 자체를 방해하면서까지 단속을 해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다. 관객들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늦어도 십여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감상할 준비를 해야 하며(늦게 와서 하얀 남방의 안내를 받으며 우왕좌왕 자리를 찾는 법석은 또 얼마나 공연분위기를 망치는가?) 임으로 사진기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그래도 이런 식의 단속은 아니다. 공연이 최우선이다. 저작권이고 초상권 문제도 그 뒤의 일이다. 값비싼 입장료를 감내하는 것은 최상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빈대잡기 소동이 없는 성숙한 공연문화의 정착, 진정 시급한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5.20 23:02

아름다운 순례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저자는 조선 영조시대 실학자 이중환이다. 〈택리지〉는 저자가 이 나라 산하를 직접 걸어 돌아다니며 쓴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그는 젊은 시절, 사화(士禍)에 연루돼 유배당했지만, 고난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택리지〉는 그가 2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면서 온 국토를 뒤지고 다녔던 결실이다. 택리지는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동국여지승람〉처럼 군현별 백과사전식 지지에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룬 팔도총론을 넘어 도별지지마다 주제별로 다룬 인문 지리적 관점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택리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난의 시대에서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목표는 택리지의 본론인 '복거총론'에서 전개된다. 이른바 살만한 곳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다. '복거총론'에서는 가거지(可居地)의 네 가지 조건이 제시되어 있는데'지리가 좋아야 하고, 생리가 있어야하며, 인심이 좋아야하고,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종교인들과 자치단체가 뜻을 모아 일군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순례길'은 세계의 도보여행자들의 꿈의 코스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그리 낯설지 않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전주와 완주 익산 김제를 잇는 9개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어느 특정한 종교 성지만을 잇는 길이 아니다. 이 길들은 전라북도의 유교와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함께 마음을 열고 만들어낸 길이다. 전체 코스 길이는 240km. 그러나 지금도 코스마다 가장 적합한 길을 잇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러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코스마다 우리의 삶을 새롭게 눈뜨게 하는 다양한 길의 모습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함께 안고 있는 험한 산길, 눈부신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안아 흐르는 강둑 길, 자분자분 친구와 이야기 하듯 속살거리는 숲속 오솔길, 온몸으로 땡볕을 안고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둑길까지. 돌아보면 우리 인생과 꼭 닮아 있다. '순례'는 종교성지를 여행하는 일이지만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작은 마을마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의 가치가 더 빛나보이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닐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17 23:02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2004년 96세의 일기로 영면했을 때 세계 언론이 일제히 그의 소식을 전할 만큼 대단했 다. 그는 22세부터 아프리카와 스페인, 지중해 연안, 멕시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브레송은 '일상적인 리얼리티'를 작품에 잘 담아낸 작가로, 그는 1952년 사진집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 각인됐다. 1947년 출판한 '브레송 사진집' 이후 1974년 발표한 '러시아에 대하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항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1947년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를 비롯해 데이비드 시모어, 조지 로저 등과 함께 전 세계 사진 공급업체 '매그넘 포토즈'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결정적 순간'은 일상의 특정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작품화한 브레송의 사진 세계를 지칭한다. 이 말은 1952년 출판한 그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 서문에 인용된 카르디날 드 레츠 추기경의 명구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순간은 없다'에서 왔다. '결정적 순간' 서문은 브레송이 자신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결정적 순간'의 미학에 대해 언급한 유일한 글이다. 브레송은 서문에서 사진 작품의 형식과 구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이 그 주제를 가장 밀도있게 전달하려면 형식의 관계도 엄격하게 수립돼야 하고, 구성이 훌륭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정적 순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이다. 우리는 움직임의 조화 속에서 작업한다. 그러나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시키는 것이다"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대상, 그 일상적 움직임 가운데 생성된 질서와 균형, 평형의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작가야말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이 담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중은 끈질기게 기다리며 포착한 '결정적 순간'을 작품으로 자랑스럽게 내놓는 작가를 존중하고, 또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16 23:02

왜 안철수

박근혜 정권 출범한지가 80일이 지났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 악화로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우리나라만 환난에 처해 IMF 등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우리 경제가 쉽게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카드 폭이 제한돼 있다. 가장 힘 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시기임에도 북핵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민주당도 5·4 전당대회를 통해 비주류였던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지만 김 대표가 친노를 껴안는 당직 인선을 해버려 실망감을 안겼다. 대선과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거대 정부 여당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부딪쳐 있다. 민주당의 모태나 다름 없는 호남에서 조차 난기류가 형성돼 있다. 호남을 소외시킨 민주당에 더 이상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일 통신사 뉴스1이 전북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응답자 45.5%가 지지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은 32.3%만 지지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생겨난 안철수 신드롬이 대선을 거치면서 사그러 들지 않고 계속해서 힘 받고 있다. 특히 지난 4·24 재보궐 선거 때 노원병에서 안의원이 당선돼 국회로 입성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와 민주당이 안철수 신드롬을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를 했으면 이 같은 현상은 사라졌을 것이다.하지만 새누리도 그렇고 민주당은 더 희망을 못줘 도민들은 민주당보다 안철수 신당을 더 지지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10월 재보선서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줄줄히 당선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다. 지금 도내서 민주당 보다 안철수 신당쪽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만큼 안철수 신당쪽에 도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3선 출마를 할 경우 꼭 민주당만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시장 군수들도 민주당이냐 안철수 신당이냐를 저울질하며 양다리 걸치고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15 23:02

날아간 일자리 1000개

일자리 창출은 국가는 물론이고 자치단체의 최대 숙제다. 국가 지도자나 도지사, 시장 군수들이 기업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뛰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아예 자치단체 조직에 일자리 창출 기구를 두는 곳도 많다. 전북도청 같은 경우는 부이사관급이 장(長)인 국(局)을 '민생일자리본부'로 개편하고 그 밑에 일자리정책관(서기관)과 일자리기획 담당(사무관)을 두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이겠다.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곳은 단연 기업이다. 1000명 정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지역사회가 혹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 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그런 곳이다. 그런데 안타깝다. 주간 1교대제인 트럭과 엔진라인을 2교대제로 바꾸면 1000여 명,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수천 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데도 그러질 못하고 있다. 트럭·엔진은 라인 1셋트만 가동될뿐 일부 라인은 쉰다. 주문량은 5∼6개월씩 밀려 있는 데도 말이다. 노조반대로 근무형태를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동조건이 열악해지고 특근수당도 줄기 때문에 반대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몇몇 노조계파가 강성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회사요구를 수용하면 어용으로 비칠 수 있어 패권장악의 저해요소로 보는 듯하다. 노-노갈등으로 비치자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며 관심을 보인 자치단체들도 이젠 침묵하고 있다. 현대차전주공장은 국내 수요의 70%, 해외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글로벌기업이다. 근로자 3000명 중 연봉 1억 이상이 30%에 이르고 초임이 4000만 원 수준이다. 노조도 이젠 글로벌기업에 걸맞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회사측과 대립해야만 강한 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유연한 노조가 실은 강한 노조다. 현대차전주공장이 1994년 1월 기공식을 갖고 가동되기까지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 인허가를 단 사흘만에 내주었고 20만평에 이르는 부지매각에도 주민들이 협조했다. 노조가 지역사회의 이런 공로를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울산·아산공장은 이러질 않는데 왜 유독 전주공장만 '배부른 투정'을 하는지 지역사회의 실망이 크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14 23:02

지울 수 없는 노래

박대통령 올해에도 518기념식 불참.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불참했던 박대통령이 올해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 내년쯤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보훈처가 공식 기념곡을 만들기로 한 것이 발단이다. 당연 518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어제오늘이 아니다. 2010년에는 난데없이 '방아타령'이 연주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분명 있다. 419도 부마항쟁도 610 시민항쟁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력이 이 21세기에도 엄존한다. 친일에 친미, 군사독재의 음덕으로 살아온 사람들. 그들 중에는 이 노래가 '김일성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매도하는 이까지 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황석영이 다듬은 백기완 시에 김종률이 곡을 부쳐 탄생한 '부끄러워 만든' 추모의 노래다. 518항쟁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그 때 산화한 윤상원과 들불야학의 박기순, 두 사람의 망월동 영혼결혼식에도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창작노래극을 통해서라도 두 사람의 영혼을 기리자 하여 만든 '넋풀이' 속죄의 노래다.그 이후 이 노래는 노동, 농민, 여성운동 등 모든 민주주의 운동 현장에서 불리는 국민 아리랑이 되었다. 살아가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노래'가 된 것이다. '눈물로 쓴 편지'만 지울 수 없는 게 아니다. 피눈물로 만든 노래 또한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기억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된다. 기억하기에 노래만한 것도 없다. 라틴아메리카의 뉴에바 칸시온 노래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타가 총이라면 노래는 바로 그 총알이다. 민주민중운동을 꺼리는 세력에게 이 총알 노래는 분명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더욱 빼앗길 수 없다. 국가보훈처는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해라! 괜한 이념논쟁으로 불란 일으키는 것은 국정지표인 국민대통합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속죄의 노래라도 부를 수 있어야 대통합의 대열에도 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역사를 거스르려는 작란(作亂)의 장난, 제발 멈추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종민
  • 2013.05.13 23:02

도시재생의 진실 혹은 오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중 '도시재생'이 큰 몫으로 부상해있다. 반가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도시재생은 오래된 도시들의 한결같은 과제이기도 하지만, 낡은 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살려내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런데 며칠 전 도시를 연구하는 가천대 정석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다. 재생은 '다시 되살린다'는 의미이고 '도시재생'은 '도시개발'의 상대적 개념으로 나온 것이지만 재개발도 도시재생의 형식이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재생'의 가치가 무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의 영역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사실 '도시재생 정책'은 이 정부에 들어서 등장한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도시재생' 정책이 부상했다. 당시, 재개발을 내세운 '도시재생' 정책은 부산이 진원지다.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국회의원에 당선된 '뉴타운돌이'들이 사업 추진이 막히자 온몸으로 위기를 느낀 나머지 2011년부터 국토해양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커뮤니티 뉴딜'이다. 뉴타운 사업은 물 건너갔으니 마을만들기사업을 뉴딜사업처럼 하자는 취지였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됐다.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별법 제정은 무산됐지만 이명박 정부 후기에 도시재생이 큰 이슈로 등장했던 배경이다. 물론 이들이 추진했던 재생의 바탕은 '재개발'이었다.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뀐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의 틀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재생의 방향이 '마을만들기' 같은 재생의 건강한 방식에 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낡은 것의 가치를 되살리는 재생이 아닌 재개발을 통한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난개발의 또 다른 실행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뉴타운이나 재개발 건축 사업들은 프로젝트를 크게 만들어 큰 규모의 건설회사들이 독식하게 된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만들지 않으니 중소규모의 건설회사나 설계사무소를 비롯한 관련 업종의 작은 업체들이 일감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불균형한 구조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제민주화의 실현 또한 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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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5.10 23:02

편백나무

편백(hinoki cypress)은 노송나무, 회목(檜木)이라고도 부르는 상록비늘잎교목이다. 히노끼라는 일본식 이름에서 풍겨지듯 원산지는 일본이며, 우리나라에는 1927년 무렵에 들어왔다. 당시 일본에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는 화백나무(chamaecyparis pisifera)와 상당히 비슷하다. 키가 40∼50m, 밑둥지름이 2m까지 자란다. 편백은 잎 끝이 뭉퉁하지만 화백은 뾰족하다. 편백은 마른 땅에서, 화백은 습한 땅에서 잘 자라며 편백은 잎 아래쪽 흰색무늬가 Y자형이지만 화백은 X자형이다. 그러나 편백과 화백의 가치는 '피톤치드' 때문에 결정적으로 엇갈린다. 모든 나무는 생존을 위해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많고, 그 중에서 편백의 피톤치드 발산 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을 기준으로 할 때 측백나무 소나무 향나무가 1.3, 전나무 2.1, 화백나무 삼나무 3.3, 구상나무 4.8인 반면 편백나무는 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이나 병원균, 곰팡이균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일종의 방어 독소이다. 그러나 피톤치드 향이 좋은데다,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지면서 참살이 시대들어 편백은 '나무의 왕'처럼 대접받는다. 편백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흠뻑 흡수하려는 사람들의 건강욕구는 편백숲 삼림욕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뿜어져 나오는 시간은 낮 12시에서 오후 4시 사이라고 한다.또 살균과 탈취, 혈액순환, 면역력 증대, 항산화작용, 신진대사 촉진 등을 내세운 편백 가구 제작, 편백 실내 장식도 확산돼 있다. 피톤치드가 집먼지와 진드기를 퇴출하고, 항스트레스와 뇌파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편백나무에서 정유성분을 추출, 피톤치드가 함유된 향장품(향료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향장품 시장은 무려 6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하고, 최근 연간 13%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편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편백 가구 제품은 일반 나무제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비싸다. 건강에 좋다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에 장식된 편백나무가 얼마나 오랫동안 피톤치드를 왕성하게 발산할 수 있을까. 가격 대비 효과를 따져볼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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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5.09 23:02

홀대받은 전북정치권

민주당서도 전북이 찬밥이다. 최고위원 진입을 기대했던 유성엽 의원이 실패한 탓이 크다. 9개월만에 복당한 유 의원이 최고위원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도내 3선 출신인 최규성·김춘진 의원이 깃발을 못 세우는 판에 재선인 유 의원이 선배들을 제치고 나선 것 부터가 정치적 약진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유의원은 1차 컷 오프 때가 더 걱정이었다. 다행히 김원기 전 의장의 도움 등으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전국적인 인지도 결여로 여론조사에서 7.81% 밖에 얻지 못해 최고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대의원과 당원에서 14.51%,14.61% 밖에 얻지 못한 건 유 의원이 너무 친노를 강하게 공략한데다 차기 지사 선거 출마와 맞물리면서 도내 표를 제대로 얻지 못한 탓이 크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부터 거물 정치인 보다는 한물간 정치인들이 에워싼 것도 패인이다.여기에 더 큰 것은 광주 전남 사람들의 외면이다. 전북 사람들은 그간 호남의 울타리 안에서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광주 전남 출신들을 밀었다. 이번 선거에서 전남 사람들은 유 의원을 기대 만큼 밀지 않았다. 집안 단속이 잘안 된 것도 문제였다. 이춘석 의원을 중심으로 도내 의원들이 똘똘 뭉쳐 유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만들자고 해놓고서 딴짓을 해버린 것. 이래서 전북의원들이 의리가 없어 중앙정치권에서 홀대 받는다.유 의원은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했으나 중앙정치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민주당을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는 그의 개혁 의지 만큼은 분명했다. 지금 도민들은 김한길 대표 체제에 반신반의 한다. 그간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민주당을 그가 이끈 지도부가 구해 낼 수 있을지를 놓고서다. 그래서 양 다리 걸친 사람들이 많다. 무소속 안철수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그 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울질 한다. 안 의원이 연구소를 만든 후 호남권 여론이 대선 때 처럼 받쳐주면 국회의원들도 안 의원 쪽으로 줄설 수 밖에 없다.겉으론 정치권이 조용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요동친다.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도내 정치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단일대오로 가느냐 아니면 안철수 신당이 뜰 것인가는 10월 재보선서 판가름 나게 돼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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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5.08 23:02

토착 비리

"한 고을을 장악해 일 만들기 좋아하는 무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유향소(留鄕所)에 모여 수령을 헐뜯어 내쫓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교활한 아전보다 심하니 이를 모두 혁파해야 합니다." 이른바 지방 토호(土豪)들의 폐해가 조선시대에도 심했던 모양이다. 태종 때 대사헌 허응은 토호를 지방정책 수립의 걸림돌이 되는 적대적 세력으로 보고 시무칠조(時務七條)에서 혁파를 호소했다. 다산 정약용도 "토호의 무단적인 행위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승냥이나 호랑이처럼 무섭다(土豪武斷 小民之豺虎也)"고 비판했다. 토호세력의 피해를 없애고 백성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목민관의 책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목민관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지방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더욱 큰 문제가 돼버렸다. 토호들은 자치단체의 인사, 공사입찰, 자재납품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악소문을 퍼뜨린다. 임실군수 사건이나 5적(敵) 운운 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이고 관변단체 기관장과 권력화된 일부 생활체육동호인, 지방의원들이 입줄에 오르내린다. 단체장과 토호세력 간 역학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공직자들도 알아서 긴다. 얼마전 감사원이 전국의 토착비리 70건을 적발했다.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공무원들의 엉터리 일처리가 많다. 전북지역에선 전주·군산·부안·고창군 공무원들이 적발됐다. 정권이 바뀌면 맨 먼저 잡들이 하는 게 토착비리다. 감사원은 '자치단체 내에서 지방공직자와 토착세력(지역업체, 토호세력)이 유착하고 결탁해 이뤄지는 부정비리'를 토착비리로 정의하고 있다. 토착비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사정반이 '지방 토착비리'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면서 부터다. 이때 350건의 지방유지 및 지방공직 비리가 적발됐다.토착비리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공무원의 이익추구, 공무원과 토착세력 간 유착, 단체장의 재량권 남용, 공무원들의 단체장에 대한 맹종, 투명하지 못한 행정행위 등이 비리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칼날을 지방에 들이대는 건 문제다. 지방이 마치 비리 온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일회성 단속보다는 비리 가능성을 줄일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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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5.07 23:02

전주전통문화도시 유감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가, 요즘 말로, 떴다! 전주한옥마을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옥 구들에 누워 기와지붕의 정겨운 처마 선을 구경한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포괄적인 전통문화도시정책은 점점 실종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관광에 치어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문화의 뒤받침이 없으면 곧 관광도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점. 문화발신지로 거듭나지 못하면 관광객의 발길은 곧 다를 곳을 향하고 말 것이다.애초 내세웠던 5대 핵심전략사업 중 '한옥마을브랜드화'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통해 '전통도시경관조성'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아태무형문화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도, 최근 운영인력과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로 염려스러운 바가 없지 않지만, 곧 문을 열게 될 국립무형유산원과 아태무형문화센터를 통해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업 두 가지는 실종되었거나 방향을 잃고 있다. 전주가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을 때 다짐한 가장 중요한 명분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한국전통문화 체험교육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험교육관 건립사업이 한옥마을 3대문화관 건립에 우선권을 내주더니 이제는 계획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얼과 혼이 서려 있는 전통문화는 민족 정체성의 표상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다. 서구문화에 무분별하게 휘둘리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나, 새롭게 우리 구성원이 된 다문화가정에게도 이런 체험교육은 필수적이다.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해외동포 자녀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사실 수요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와 경인지역의 수학여행단만 유치해도 연중 내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수시로 답사를 온다. 그러나 200~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한스타일의 허브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한듯하여 안타깝다. 운영비타령으로 '한스타일진흥원' 이름까지 버린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전통문화의 일상화, 산업화, 세계화! 이를 유보한 채 어떻게 전통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단 말인가? 정녕 관광객 수에 취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꿈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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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민
  • 2013.05.06 23:02

간척 땅과 도시 만들기

새만금 조기개발을 주도할 새만금개발청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9월 13일 출범할 새만금개발청 설립을 앞두고 준비단이 꾸려진 덕분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새만금 개발의 미래가 조금은 가까운 미래로 다가오는 듯하다. 지난해 새만금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설립근거가 마련됐던 새만금개발청은 그동안 정부의 6개 부처가 나누어 진행해오던 새만금 개발 관련 업무를 통합하는 조직이다. 앞으로 정부부처와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조직과 인허가권 등 실질적인 업무가 통합되면 새만금 개발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지난주 새만금 방조제를 다녀왔다. 더 이상 바닷물이 충돌하지 않는 방조제 내부 쪽으로 이제 규모가 제법 큰 땅들이 드러나 있다. 외관만으로는 간척의 성과다. 새로운 땅은 이제 곧 도시를 품게 될 것이다. 이 바다위의 땅을 보면서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의 신도시 알미르가 생각났다. 알미르는 암스테르담 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남 플레보랜드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 약 15만 명, 1만 7,921ha 크기의 이 도시는 암스테르담과 주변 도시의 인구과밀로 인한 주택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1968년에 계획, 1975년 암스테르담 앞바다의 매립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됐다. 향후 인구 25만 명에서 많게는 4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도시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알미르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큰 관심은 도시개발 방식이다. 알미르는 동시 다발적으로 대규모 공간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것으로 시작해 그 과정을 관찰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시대적 수요와 필요에 따라 도시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결실 중의 하나가 녹지도시다. 알미르는 바다를 매립하여 땅을 만들고 습기를 뺀 직후부터 대단위 녹지를 조성해 숲을 만들었다. 광활한 간척지에 자연을 입지시킨 지혜는 '도시 건설은 곧 자연 훼손'이라는 인식을 바꾸어놓기에 족하다.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로와 도시 구석구석에 설치된 자전거 길도 관심거리인데, 이 도시의 버스 전용차선 이용률이 네덜란드 전국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지금 알미르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도시가 됐다. '관광의 땅'을 꿈꾸는 새만금에게도 알미르는 모범적인 선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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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5.03 23:02

布石

바둑에서 포석(布石)이란 앞으로 집을 차지하는 데 유리하도록 처음에 돌을 벌여 놓는 일이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도된 바둑알 하나에는 기사의 깊은 고뇌가 담겨 있다. 포석은 정치와 군사적 수사를 할 때도 즐겨 사용된다. 바둑이나 정치, 군사 모두 싸우고 경쟁해서 모종의 성과를 일궈내는 일이기는 매한가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 행위도 포석이다. 개성공단을 쟁점화한 것도 핵이나 미사일처럼 장래 유리한 이익을 얻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 아베총리가 극우 발언을 일삼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일본의 무장을 대외에 공식화 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바둑은 건곤일척, 포석 한 점 때문에 전세가 크게 좌우된다. 정곡을 찌르는 회심의 돌 하나는 상대의 거대한 우주를 한순간에 파괴한다. 하지만 상대의 방어가 굳건하고 수가 오묘하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많다. 아무리 좋은 포석도 상대성이 있는 법이다. 공격자의 실력과 상대방의 허점이 만났을 때 포석의 진가가 발휘된다. 전라북도는 2005년 낡은 청사를 구도심에 남겨두고 새로 조성된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신청사를 지어 이사했다. 성냥갑 모양의 이 18층짜리 빌딩(지상 18층, 지하 2층, 건축 연면적 8만5900㎡)은 사실 덩치만 컸지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호화청사' 낙인이 찍힌 뒤 정부 교부세 삭감 등 막대한 불이익을 불러온 골칫덩이다. 도청 이전을 앞두고 당시 예정지로 거론된 곳은 익산 삼기, 김제 백구 등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전주 시내 잔류였다. 청사가 어디에 위치하느냐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바둑에서 생사를 거의 결정짓는 초반 포석처럼 의미심장하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개성을 버리고 북한산 아래 한강변에 수도를 정한 것이나, 세종시를 건설하는 것이나, 전북도청 입지를 정하는 문제나 그 경중이 크게 다를 것 없다. 요 몇 년 사이 전남도청은 무안으로, 충남도청은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발전에 발맞춘 전남과 충남의 자연스런 서진(西進) 포석이다. 20년 넘게 새만금사업에 목을 매고 있는 전북은 새만금지역을 동북아 중심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만금은 이미 정치적 놀잇감으로 전락했다. 전북은 정부 여당의 눈치나 살피는 신세다. 전북도청이 새만금 한 가운데로 이전해 가서 시위라도 해야겠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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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5.02 23:02

전북정치 변수들

내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전북 정치가 다시 꿈틀거린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호남 고림을 가져온채 아직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허우적 거린다. 4·24 재보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노원병에서 당선됨에 따라 새정치를 바라는 도민들에게 또다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간 줄기차게 민주당만을 지지해온 상당수 도민들은 "이제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면서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만큼 새정치 실현을 위해 신당창당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민주당 지지파 가운데는 두갈래의 성향으로 갈린다. 기득권 세력들은 민주당으로 계속 가길 바라고 있고 당내 기반이 약하거나 새 정치를 갈구하는 쪽은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으로 갈려 한판 붙은 것처럼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 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형제의 난'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야권 분열로 집권 새누리당만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그 이유로는 민주당에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권정당의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는 것. 이번 4.24 재보선 결과가 이를 그대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 지지자쪽서는 "전북이 민주당 지지로 계속해서 고립될 경우 지역이 나아질 게 없다"면서 "뭔가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 위해 새누리당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새누리당 쪽서는 "지난 대선서 박근혜 후보가 얻은 13.2% 갖고서는 지역발전의 동력을 찾을 수 없다"며 "내년 지선을 앞두고 뭔가 전북의 정치 지형이 바꿔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도내정치권이 중앙정치권과 따로 갈 수가 없는 문제라서 이번 5·4 민주당 전대 결과가 중요하다. 누가 당권을 장악 하느냐가 내년 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다음으로 재선의 유성엽의원의 최고위원 진입 여부다. 유 의원이 최고위원이 되면 지사 선거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유 의원이 최고위원이 되면 김완주 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의 출마여부가 복잡해 질 수 있다. 지금 호남권서 유의원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기정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유 의원의 호남표가 줄 수 있다. 유성엽이냐 신경민이냐가 다음 지사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01 23:02

야스쿠니신사와 쪽발이

일본이 오늘날 우익 강경으로 치닫는 근원은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막부(幕府=바쿠후)는 세습적 군사 독재자인 쇼군(將軍) 정부다. 실질적 통치 세력이다. 기독교 등 서양의 이질적 문화가 수입되던 도쿠가와 막부,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7)는 외래문화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신도(神道)'를 부각시켰다. 신도는 자연이나 민간신앙이다. 메이지시대(1868∼1912)에는 한발 더 나아가 신도를 국가의 공식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부국강병을 위한 국민 결속 수단이다. 개인이나 마을단위의 조상신 숭배 전통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됐다. 이때부터 전국 각지의 지방신이나 영웅을 제사 지내는 신사(神社)참배가 의무화됐다.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에는 메이지유신 때 내전으로 죽은 이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 도쿄초혼사(招魂社)가 창건됐다. 10년 뒤 도쿄초혼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로 이름을 개칭, 오늘에 이른다. 정(靖)은 '고요한' '편안한'이라는 뜻의 한자어다. 고요하고 편안한 나라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규모도 확대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란이나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이들까지 합사(合社)해 제사를 지낸다. 모두 246만 6532위에 달한다. 8만여 개가 넘는 일본 전역의 신사 중 가장 방대하다.그런데 고요하고 편안해야 할 야스쿠니 신사가 참배 문제로 매년 시끄럽다. 아베 일본 총리의 쓰레기 같은 역사인식 때문에 '사람 잘 날 없는 곳'이 돼 버렸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는 국내법상 전범이 없다거나 침략을 부정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식민지 침략전쟁을 서술한 교과서도 '침략'을 '진출'로, '탄압'은 '진압'으로, '출병'은 '파견'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겠다는 것이다. 총리 등 각료들은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군사 독재인 막부 시대 쇼군을 자처하려는 것인지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쪽발이'는 한 발만 달린 물건을 일컫는다. 일본 사람을 욕하는 말이기도 하다. 몰상식의 편향과 독선으로 치닫는 일본을 보면 그들을 쪽발이로 부르는 이유를 알만 하다. 이젠 침략의 피해국들이 공동 대처해야 일본이 서투른 입놀림을 하지 못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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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4.30 23:02

완주+전주=완전한 땅!

촌락(村落)은 신(神)이 만들고 도시는 인간이 만든다!' 자연의 위력을 강조하는 말로 새길 수도 있고 사람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말로 치부할 수도 있다. 풍성한 자연으로 둘러싸여있는 농촌지역에서는 인간의 어지간한 노력도 그 위력 앞에 맥이 풀릴 수밖에 없다. 도시라고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진정어린 열정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성취는 맛볼 수 있다. 하여 도시를 인류 문명의 꽃이라 이르는 것일 게다.그러나 얻음이 있으면 잃음이 있는 법! 도시의 발달이 주변 농촌지역의 낙후를 가속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스스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후기산업사회에 이르러서는 그 모순이 더 심각해저 새로운 형태의 행정단위를 모색하게 되는 바, 결론은 도농복합형 공동체다! 도시가 확보한 문명의 이기로 주변지역의 낙후를 개선하고 농촌 자연이 지닌 잠재력을 통해 도시의 병리현상을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당연 주목받는 곳이 완주전주다. 원래 하나였기 때문에 그렇고 현재의 모습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상당히 많은 완주군민은 전주를 거치지 않고 군청에 이르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군청이 아예 전주 안에 있었다!) 국회의원도 그 안에 있는 전주가 아니라 그 밖에 있는 김제와 합하여 하나를 내고 있다. 너무나 기형적이다. 일제가 효율적 도시개발을 내세우며 획책한 행정단위를 아직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사실은 도농복합론 이전에 되돌려놓았어야 할 일이다!농촌은 급속한 변화를 두려워한다. 농업은 그 결과가 한 해의 살림을 좌우한다. 쉽게 모험할 수 없다. 경계할 일은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다. 나름의 기득권을 계속 누리고 싶은 사람들! 그들이 확대재생산해내는 공포는 토론조차 불가능하게 한다.그들이 강조하는 폐해, '모든 혐오시설이 완주로 몰릴 것이다!'만 해도 그렇다. 혐오시설은 일정한 규모를 갖추어야만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쓰레기소각은 이미 광역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이런 두려움을 걷어낼 정확한 상생비전의 제시가 우선 중요하다. 자신의 이(利)를 교묘하게 포장하여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세력들의 억척을 차단하는 일은 더 시급하다. 완전을 꿈꾸는 완주와 전주! 그 통일은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행정단위개편에 떠밀려 강제되기 전에, 많은 인센티브를 알차게 챙기며, 이루어져야 한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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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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