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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권이 있는 주택을 임차했어요

의뢰인은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어 주택을 임차했다. 의뢰인은 최근 임차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개시되었다고 연락받았다. 의뢰인은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전입신고 일자 이전에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반복해서 설명하자면, 상가 또는 주택 ‘임대차보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항력, 우선변제권, 최우선변제권이다. 이는 모두 서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에 관한 것이고,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하는지에 대한 제도이다. 우선변제권이나 최우선변제권은 경매 후 배당에 관한 것이다.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근저당권 등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변제권, 특정 금액에 미치지 않는 임대차의 경우 선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우선변제권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배당을 신청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거다. 집값이 내려 깡통 전세라도, 매각대금이 보증금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당장 위험은 면하고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하면 된다. 대항력만 있다면 경매가 개시됐다 하더라도 당장의 걱정은 피하게 된다. 그런데 임대차 계약 당시 선순위 권한이 있다면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에 꼼꼼히 등기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임차하려는 주택에 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기가 되어 있다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소유자가 바뀔 경우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배당을 신청해 배당받는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 시기이다. 임대차에 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선순위 물권이 없는 깨끗한 집을 임차했다면, 대항력이 있으니 우선 집에 살고 계시라고 조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가 될지 계산해야 한다. 혼돈의 시대에 부디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19 14:25

지역주민 사회적 삶의 심장 ‘작은학교’, 통폐합 문제는 미래적 관점서 찾아야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학령인구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취학연령인 만 6~21세 인구이다. 지난 2,000년 1,138만명에 달했던 학령인구는 2021년 770만명으로 감소해 20년 새 약 370만명이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부터는 학령인구의 5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 전북에도 불어닥쳤다. 학생들이 줄다 보니 학교는 통폐합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최근엔 전북 도시권에서도 폐교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는 농어촌만이 아닌, 전주와 군산 그리고, 익산 등 인구밀집 도시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주시의 한 중학교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따라 폐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은 중대한 사회인프라다. 의무교육인 초·중·고일수록 지역 흥망을 가름하는 운명공동체에 학교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학교가 사라진 지역사회는 단순히 교육기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을 뛰어넘어 지역공동체를 떠받치는 핵심 뼈대가 사라지는 것으로, 교육토대의 약화와 상실 그 자체가 지역활력의 근원변수인 지역소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주민들도 떠나기 때문에 지역이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전북도교육청이 이러한 문제를 재인식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해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에서만이라도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에서 늘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학습권은 무시되어 왔고, 전북에서 학생 수를 기준으로 통폐합한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도시할 것 없이 ‘아이들이 귀해지는 시대, 마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점점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학교 통폐합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등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전북도교육청의 통폐합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사전에 반드시 검토하고 논의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어떠한 학교들이 통폐합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학교 통폐합이 결정되어야 하는가? 학교 통폐합의 결과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에게 더 바람직하며 학생중심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학교 통폐합은 관련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등이 작은학교를 통폐합하기 이전에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비록 교육부가 최소주의에 입각해 학교 통폐합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학교가 통폐합되는 지역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사회적 갈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현상을 최소화하고 학교 통폐합에 따른 사회적·교육적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에 근거해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작은학교 통폐합을 진행해야 한다면 전북도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미칠 다양한 영향력을 분석해야 하며, 이를 기초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명지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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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12.19 14:16

청소년 해양교육의 성과와 미래에 거는 기대

청소년 해양교육은 해양이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삶의 터전이며, 물류의 통로로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인식토록 청소년들에게 해양생태, 해양과학 및 해양안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하여, 해양문화를 진흥시키고 인재육성을 통해 해양강국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류의 공동자산인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생명체의 80%가 이 바다에 살고 있다. 인류는 바다를 통해 문명을 전파하고 활발한 해상무역을 통해 산업화를 이루어 왔으며, 지금도 많은 인류가 바다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수산, 관광, 해상운송, 광물자원 등 무궁무진한 생존수단과 가치를 제공해 왔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해양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각종 플라스틱과 폐어구 등 쓰레기로 인해 오염이 확산되고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바다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둘 것인가?’, ‘바다를 잘 보전하고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절박한 바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매년 전북지역 청소년들의 해양의식 함양을 위한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 성과를 살펴보면 2년간 축소 운영했던 해양교육을 대면교육으로 전환하여 바나나보트·모터보트 등 해양레포츠 체험, 갯벌생태탐방 및 갯벌체험, 찾아가는 해양안전교실·해양수산생명자원학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유관기관 협업 해양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하였으며 관내 985명의 초・중학생이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중 95.1%가 지식습득에 도움이 되었으며, 89.8%가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 외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잘 알게 되었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적지않은 성과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제한적인 예산, 전문 교육기관과 인력 부족, 짧은 교육시간 등 당초 목표한 만큼의 충분한 교육효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해양교육 본래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최소 1박2일 동안 바다와 갯벌에 몸을 맡기면서 그 속의 생물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 다큐멘터리 감상 후 토론을 하거나 해양쓰레기 수거를 통해 오염의 심각성도 직접 느껴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를 타고 나아가 괭이갈매기가 노는 우리 지역의 섬과 노을 등을 감상하면서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해양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양수산부에서는 2020년 2월에 제정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1차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자 워크숍, 전문가 자문회의,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추진과제를 발굴해오고 있다. 마침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2025년까지 시행될 1차 해양교육 기본계획에 따라 해양교육을 더 체계화하고 내용적으로도 알차게 운영할 것을 약속하며, 선생님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해 본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19 14:15

총선공약 완성도 제고위해 더 뛰어라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기에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경우 자신이 약속한 것은 끝까지 챙기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거문화는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묻지마식 투표 성향이 강해 그동안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번 선거과정에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걸러내는 관행이 정착돼야만 한다. 단순히 선거공약의 이행 여부 하나만 가지고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의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임에는 분명하다. 제21대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말로 취임 2년 6개월이 지나갔다. 4년 임기라고는 하지만 막바지 반년가량은 차기 총선에 올인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1년 남짓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공약이행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의 평균 공약완료율은 31.11%로 울산, 경북, 세종·제주 지역에 이어 4번째다.추진 중인 공약은 56.24%로 결국 87.35%의 공약이 정상 이행되는 등 전북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 비율은 전국대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다. 폐기되거나 보류 상태에 있는 전북지역 총선 공약이 50여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역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의 협력이나 동료 의원들과의 유기적 협업 등 체계적 공약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했다. 특히 전북지역 공약 중 보류된 주요 공약은 국가차원의 지원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과제를 남겼다. 보류 공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이전, 전주역 KTX 증편 및 SRT 노선 신설 등이다. 이는 사소한 공약 10개보다 지역 사회 파급효과가 훨씬 큰 것이기에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나 다른 정당의 지원을 받아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예술의전당 전북분원, 캠퍼스혁신파크(창업밸리) 조성을 비롯해 각종 문화시설 확충이나, 도로 등 SOC사업 다수가 보류 상태에 있는 것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전북 국회의원들이 초심의 자세로 더 뛰어야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9 11:32

고창 등 도시재생사업 4곳, 기대 크다

전북지역 4개 시군이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됐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토교통부 제31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15일 전국 76개 지자체가 신청한 사업 중 26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익산과 임실, 부안, 고창 등 4곳, 550억원이 선정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확보했다. 이번 선정은 쇠퇴해 가는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선정된 4곳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주 한옥마을처럼 사람이 모이고 활기가 넘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 이번에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창읍 공영터미널 일원의 혁신지구사업이다. 5년간 국비 250억원 등 1661억원이 투입돼 노후된 교통거점시설의 현대화 및 유기농 가공산업 육성공간 등이 조성된다. 고창읍 공용터미널은 다른 지역 읍 소재지가 그렇듯 인구 감소 등으로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더구나 개인 소유의 터미널 부지 사용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번 선정으로 지하 공영주차장 개설 등 공용터미널의 새로운 단장과 함께 우유와 복분자 등을 활용한 유기농 가공산업,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청년복합문화센터 및 공공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인근 좁고 복잡한 도로를 추억의 거리로 만들고 카페와 포토존 등이 들어서는 디자인 특화거리가 조성되면 고창읍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도시로 탈출하는 청년들이 다시 유입되고 주거와 교통, 문화가 어우러진 농촌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익산시 함열읍 사업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등과 연계해 식품상권 거점조성을, 임실군 오수면 사업은 ‘오수의견’을 활용한 반려동물 교육문화센터 조성 등 반려동물 특화사업을 추진한다. 부안군 부안읍 사업은 노후건축물 정비 및 주민공동이용시설 리모델링 등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당초 인구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해가는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2년 전주시와 창원 마산합포지구의 도시재생 테스트베드가 시작점이다. 그만큼 전북은 도시재생에 있어 앞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도시경쟁력 회복과 주거복지가 실현되고 일자리 또한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8 19:17

판갈이 할 절호의 기회

후손들이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보통사람들이 답하는 것보다 정치인을 포함 오피니언 리더들이 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전북이 발전하지 못하고 피폐하게 된 원인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 제 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임기내내 목에다 힘이나 잔뜩 주고 다녔지 중앙에서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해 전북이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되었다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모두가 남 탓이라고 그 책임을 돌린다. 대의민주정치를 실시하면서 국회의원 역할과 사명이 커졌다. 금배지만 달아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기세 등등했지만 막상 임기가 끝나면 거의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로 마감한다. 대체로 전북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는 권리위에서 낮잠 잔 의원이 많았고 역량이 부족해 전북 몫을 제대로 가져오지도 못했다. 단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시장 군수 지방의원 공천권을 갖고서 전가의 보도 마냥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자신들만 등 따습고 배불리 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낙후는 지금 당장 이뤄진 게 아니고 30∼40년간 서서히 이뤄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 전 분야에서 전국 최하위로 쳐졌다. 돈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유입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아 대학 나온 젊은피들만 떠났다. 이 모든 게 정치인 잘못이 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잘못 뽑아준 도민들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것. 전북인들이 DJ를 대통령 만든 것은 잘 했지만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에는 악착스럽지 못했다. DJ집권 때는 혹시나 지역이 발전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속에서 광주 전남사람들 들러리 서기에 바빴다. 이제는 광주 전남과 호남으로 묶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 4·5 전주을 재선거는 무능한 정치판을 갈아엎을 좋은 기회다. 민주당 일색의 정치판이 전북발전을 더디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재선거로 어떻게 전북을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역량 있는 인물을 뽑으면 가능할 수 있다. 그 이유는 1년후에 닥칠 22대 총선 때도 계속해서 인물본위 선거로 가면 경쟁의 정치 틀이 만들어져 지역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이제는 전주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민주당 무풍지대에서 경쟁의 정치가 싹트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민은 그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묻지마식 투표로 찍어줬지만 이제는 그런 틀을 깨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지역발전과 의정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도민들이 그간 민주당의 당 이념과 강령도 모른 채 순진무구하게 집단으로 밀어준 결과가 오늘의 전북현실이다.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은 만큼 인물 본위의 선거를 해야 한다. 동학의 후예답게 동학정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전주시민이 되려면 무능한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2.18 17:39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성평등’

윤석열 정부 들어 ‘성평등’ 개념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고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한 대통령의 생각에 충실하게 국가교육위원회는 2024년부터 적용되는 교과서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도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성평등의 의미’를 각각 ‘성에 대한 편견’과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하는 것이다. 일부 보수단체에서 ‘성평등’은 성전환이나 제3의 성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며 두 개의 성만을 인정하는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평등’은 우리나라 고유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우리나라에 설립된 유엔여성기구 전문센터의 명칭은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다. 성평등 의제와 관련한 국내 최초의 유엔기구다. 여성가족부의 영문 명칭 역시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되어 있다. 즉, ‘성평등과 가족의 부처’인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용어를 갑자기 교과서에서 삭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계를 한참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다. 사실 ‘성평등’은 국가적으로 적극 권장해야 하고, ‘성평등’이 구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적 책무다. 저출산 문제로 신음해왔던 국가들이 저출산의 늪을 벗어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사회의 성평등 지수를 높인 것이다. 가사와 육아에 남성들이 적극 참여하고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이루었을 때 저출산 문제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것이 보편화된 북유럽에서 출산율이 높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서 2021년 우리나라는 총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다. 성별 임금격차는 35%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 유리천장지수 역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 고용·승진·임금에 있어서의 차별, 정치·경제·사회적 지위에서의 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에 관한 젠더 이슈는 이제 ESG 평가 지표를 통해 기업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편견’이나 ‘윤리적 문제’로 ‘성평등’을 치환해버린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성평등은 편견이나 윤리적 문제와 같은 의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사회 전반적인 법·제도·정책과 문화·정서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여성과 남성이 단순히 성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고 가정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동등하게 대우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는 점점 여성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고, 여성의 문제는 곧 가족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두 개의 기둥이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수레의 두 바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쪽의 기둥이, 다른 한 편의 바퀴가, 크기가 맞지 않고 고르지 않다면 그 사회와 그 세상은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다. ‘성평등’ 삭제 교과서 파동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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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21

지구력

금세 겨울이 오더니 2022년도 막바지다. 봄에는 춥다가도 따뜻해지더니만, 여름엔 무진장 더웠다. 또 가을은 덥다가도 추워지더니 겨울은 무진장 춥다. 날씨는 시기가 되면 변화무쌍하게 휙휙 변하는데,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12월 다가오는 생일에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다 여전히 제자리인 내 모습에 조금 서글퍼졌다. 2022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한 해를 돌이켜보니 도전하면 실패했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었던 것 같다. 가장 크게 얻은 건 깨달음이다. ‘두 마리 토끼는 숙련된 사냥꾼만이 잡을 수 있구나’ 이러한 깨달음은 내 자신을 토끼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 무능력한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가장 크게 잃은 건 지구력이다. ‘욕심은 앞서는데 행동은 망설이니 토끼가 도망가기 딱 좋겠지. 아 나는 무능한 사냥꾼. ‘이러한 자책을 반복적으로 계속 일삼다 보니 무능도 모자라 무기력한 사냥꾼으로까지 전락시켰다. 생일 전날. 무기력으로 밋밋한 일상은 생일이 코앞에 다가와도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졸업한 같은 과 친구들의 등쌀에 저녁 약속이 잡혔다. 우리는 겨울에 모이기만 하면 눈이 왔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눈이 펑펑 내렸다. 다들 퇴근 후라 지친 몸을 이끌고 거친 눈바람을 해치며 삼례에서 전주, 익산까지 갔다. 애들이 준비해온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만든 케이크를 보고 한참을 웃다가 거창하게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느라 누구 한 명의 눈이 반쯤 감긴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삼례로 돌아오니 11시였다. 친구가 같이 있다가 자정이 지나면 초를 불자는 제안했다. 그렇게 친구의 집에서 자정을 기다리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미간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었다. 노력 없이 이루고 싶은 게 많아 구구절절 빌다 보니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에 빨간 촛농이 떨어져 있었다. 섬뜩했지만 이 섬뜩함도 즐거웠다. 아침에는 멀리 떨어진 친구들의 연락에, 학과 친구들의 정성 어린 축하에 즐거운 생일날을 보냈다. 그날은 자기 전 침대에서 한참을 혼자 피식거리다 잠이 들었다. 참나 기념일이라는게 뭐라고 이렇게나 사람을 들뜨게 하나. 이상하게도 들뜬 마음은 밋밋하던 일상을 조금씩 채웠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상보단 나를 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고, 마음속에 계산기가 나오기도 전에 베풀었다. 아무래도 실패에 집중하다 보니 고독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반복된 일상에 지루하고 지쳐도 다시 지속 할 수 있게 도와준 것들을 잊고 있던 게 아니었나. 나는 올해 번듯한 성공은 없었지만, 과정 중에 사소한 즐거움과 변화가 있었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루고 싶은 욕심과 의지까지 버리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아직 포기하긴 이른 사냥꾼. 거창한 생일을 보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올해 지구력이 되어준 모든 것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말에 보는 영화, 계속 들어도 좋은 노래, 친구들, 학교 사람들, 가족들, 오래된 인형들 전부 여전히 제자리에 있어 줘서 고맙다. 이 마음을 올해가 가기 전 깨달은 사실이 이번 생일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하며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싶다. 새해가 다가온다. 항상 연말은 끝이라서 아쉽고, 연초는 시작이라서 두렵다. 실패하면 말고, 성공하면 좋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숙련된 사냥꾼.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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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19

보험사기 근절, 철저한 신고의식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보험사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단순히 허위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먹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고령층의 보행자를 일부러 치어 숨지게 하고 가해자에게도 지급되는 운전자 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피해자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생명까지 노리는 극단적이고 흉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젠 경찰이나 보험사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매서운 눈으로 감시해야만 할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7년 7302억원에서 2019년 8809억원, 2021년 9434억원에 달했고, 급기야 올해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늘어가는 것은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데다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기준으로 인한 범죄의식 부족, 더욱이 젊은층의 일확천금식 범죄 가담 등으로 풀이된다. 회사원,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일반 국민의 보험사기 적발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일상 속에서 보험사기를 자행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보험사기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작년 적발인원 기준으로 전체 보험사기의 60%, 금액 기준으로는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편이다.보험사기를 잡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보가 보험사기 증가율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신고포상금 최고 한도를 2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의식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도내에서도 전북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7개월여 동안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 단속결과 196건을 적발해 155명을 검거했다. 특히 고의사고 보험사기범들은 진로변경 위반차량(51건), 노면지시 위반차량(36건)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등 다소의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을 먹잇감으로 노렸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단속의지가 중요하지만 시민들도 더 이상 보험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주변을 잘 살피고 신고의식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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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02

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의 가치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불변의 진리이다. 가족의 버팀목이자 사회의 든든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다, 은퇴를 앞둔 노년 세대가 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과 공허함이 찾아온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고령층의 장래 근로 희망 비율은 68.5%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이다.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소통, 일하는 즐거움, 건강유지와 무위(無爲)의 해소 등 다양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방자치단체와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함께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이러한 노년 세대의 욕구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기능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빈곤율 감소, 참여자의 건강개선 효과 등 노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인일자리에 대해 고용지표를 왜곡하는 단순일자리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70%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하여 노인일자리의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일까? “내가 좋으면 그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고, 내가 자부심을 가지고 하면 그 일이 보람차고 떳떳한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의 말씀이다. 좋은 일자리의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건강한 신체와 높은 학력, 전문성을 겸비한 60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퇴직 전 경륜을 활용하여 사회와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간형 일자리가 조금 더 적합해 보인다. 민간일자리 사업의 주축인 시니어인턴십은 기업이 만 60세 이상자를 신규 채용할 경우, 기업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여 신규 및 계속 고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참여자 연령은 80% 이상이 60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북지역본부에서는 2022년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통해 전북지역 소재 기업 700여개소에 약 4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였다. 전북도내 기업들이 2022년 한해 동안 만60세 이상 2,000여 명을 신규 채용한 결과이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며, 2023년에는 배정 예산을 늘려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전라북도는 2021년 12월 기준, 만65세이상 인구 22%의 초고령사회이다. 만60세 이상으로 확장하면 30%를 훌쩍 넘을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2022년 10월 현재 노인인구는 900만명에 이르렀고, 2030년까지 1,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매년 약 65만명 전주 인구 규모의 노인도시가 생겨난다는 뜻이다. 초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은 단순한 복지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 대규모 은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저하, 각종 사회보험 재정 악화 등의 위기상황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민간 기업에게는 숙련된 지혜와 경륜있는 인력을 지원하고, 공적영역에서는 국민안전, 도시재생, 환경보전, 취약계층 돌봄과 같은 사회적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지역에 신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의 역할로 더 나은 전라북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북지역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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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3:57

<금요수필> 작은 풀꽃

작은 풀꽃에는 우주가 있다. 햇빛, 달빛, 눈비, 바람이 모두 담겨있다. 우리는 작은 풀꽃의 깊이를 알아야 한다.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에는 큰 나무에서 피는 꽃, 나무는 아니지만 큰 식물에서 피는 꽃들이 있다. 큰 풀꽃들이 있고, 작은 풀꽃들이 무리 지어 피는 꽃들이 있다. 나는 가끔 뒷산 산책길에서 혼자 사는 작은 풀꽃을 만난다. 혼자서 소박하게 피는 작은 풀꽃, 너무 작아서 존재감이 없다. 그 작은 풀꽃은 큰 나무 아래 비탈진 언덕에서 혼자 산다. 그런 작은 풀꽃을 보면서 혼자서 참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작은 풀꽃은 아침이면 저녁 내 이슬에 젖었던 몸을 햇볕에 말린다. 작은 풀꽃은 짐승이 밟고 지나가면 그대로 죽을 수 있다. 아예 뿌리까지 갉아 먹으면 그냥 죽을 수 있다. 억센 비가 내리면 물속에 잠겨버릴 수 있다. 다행히 짐승들은 혼자 있는 풀꽃보다는 무리 지어 있는 풀꽃들을 뜯어 먹고, 비탈진 언덕은 물 빠짐이 좋아서 물에 잠기지 않는다. 큰 나무 밑에서 사는 것은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지만, 겨울에는 큰 나뭇가지에서 쏟아지는 눈덩이에 혼비백산한다. 작은 풀꽃은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꿀은 없다. 나비와 벌이 오지 않는다.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큰 나무는 키가 커서 작은 풀꽃이 말을 걸어도 그의 귀에 닿지 않는다. 다른 풀꽃들과 무리 지어 있으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혼자 있으니 외롭다. 나도 혼자 산책 나와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작은 풀꽃에게 말을 건다. "너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 작은 풀꽃은 밤에 별을 본다. 별을 보면서 꿈을 꾼다.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 가는 꿈을 꾼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작기 때문에 작은 풀꽃도 존재감이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꿈속에서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을 향해 훨훨 날아간다. 작은 풀꽃에는 우주가 있다. 햇빛과 달빛, 눈비, 바람이 다 담겨있다. 사람들은 이 우주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풀꽃이라고 무시한다. 심성이 좋은 사람들은 작은 풀꽃을 아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잡초라고 무시한다. 특히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밭이나 밭이 아니라도 근처에 있으면 그냥 뽑아버린다.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뽑아 버린다. 작은 풀꽃 하나쯤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작은 풀꽃 하나에 우주가 담겨있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만나는 작은 풀꽃은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여름까지 가다가 가을에는 꽃도 시들고 줄기와 잎도 말라서 뿌리만 남아 겨울을 준비한다. 눈 속에서 남은 뿌리로 생명을 유지해서 다음 해 봄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운다. 이런 끈기의 작은 풀꽃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더 자연성 있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작은 풀꽃같이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이 작은 풀꽃처럼 끈기 있게 살 수 있도록 아껴 주어야 한다. 박동수 수필가는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전주대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전주시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선집 ‘햇살에 기대어 바람에 기대어’등을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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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7:39

웅치전적지 사적 지정, 활용 방안 마련해야

임진왜란 당시 호남으로 진격하는 일본군을 막아낸 웅치전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이 14일 지정한 구역은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대다. 오랫동안 완주군과 진안군,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지정을 위해 애써온 결과로, 뿌듯한 일이다. 이번 사적 지정을 계기로 웅치전적지를 선현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조선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1952년 7월, 진안과 전주의 경계인 웅치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전라도 관군과 의병이 금산을 넘어 전라도 감영이 있는 전주로 침공하려는 일본군을 막아내 임란 초기 호남 방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육상전투에서의 실질적인 첫 승리였으며 민족사적 위기 상황에서 조선을 구한 구국의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전라도를 수호해 이후 군량보급과 병력 보충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유명한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말도 여기서 연유한다. 문제는 앞으로 지정된 사적을 어떻게 보존·관리하고 활용하느냐 여부다. 첫째는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웅치전적지는 4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의 전투 유적지나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76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국가사적 지정까지 46년이 걸린 것도 뚜렷이 내세울 유물 유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적지에 남아있는 옛길과 자연지형 등을 복원해 이를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탐방로 등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사적지의 지정구역 확대 문제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지정한 구역은 전체 전적지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정된 지역 이외의 구역에 대한 지속적인 보존과 조사 및 연구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지정범위를 확대토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예산이 수반된다. 따라서 전북도와 완주군, 진안군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인근 이치전적지와의 연계 방안이다. 웅치전투와 함께 벌어졌던 이치전적지는 이번에 사적 지정을 받지 못했다. 이치전적지의 사적 지정에 힘을 쏟는 한편 이들과 금산지역 전적지와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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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7:04

'통합학교' 투표에 교사 개입 있어선 안될 일

전주 효정중과의 통합운영학교 추진이 무산된 완산서초 학부모들이 찬반 투표 선거에 일부 교사들이 개입했다며 특별감사를 요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 학부모들은 14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효정중 교사 몇 명이 통합반대를 주장하는 유인물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통합운영학교가 무산됐다” 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선거 개입의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며 “국가공무원인 교사들이 선거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거짓 선동으로 수업시간 등을 통해 반대를 적극 유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 라며 “교사들의 이기심으로 147억 원의 교부금을 교육부에 반납해야 할 처지라며 이는 학생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전주 완산서초와 효정중의 통합운영학교 지정을 위한 찬반투표에서 완산서초는 압도적 찬성을 보인 반면 효정중은 반대 의견이 우세해 통합이 무산됐다. 그에 반해 지난 달 전주 완산초와 곤지중과의 통합운영학교 투표에서는 완산초와 곤지중이 각각 67.4%와 84.4%의 찬성률을 보여 통합이 결정된 바 있다. 이처럼 통합운영학교 지정 문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교육부가 2017년 전주 화정중(에코시티)과 전주 양현중(혁신도시) 신설 조건으로 구도심 중학교 2개교를 적정규모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전주 완산초와 곤지중, 전주 완산서초와 효정중을 통합운영학교로 추진키로 하고 찬반투표 절차를 밟았지만 김승환 교육감 임기 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교육부는 올해 12월까지 조건부 이행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줬다. ​통합운영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은 부지 내 있으면 이를 묶어 교장 1명이 운영하는 학교다.​ 교감은 각 학교에 따로 두며 행정실, 급식실, 체육관, 운동장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 폐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통합운영학교도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마다 교육 환경이 제각각 다르지만 그래도 최우선 과제는 학생 이익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교사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런 교육적 가치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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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15 17:04

동네목욕탕의 행방

<카라칼라 욕장>은 로마에 남아 있는 고대 유적지다. 해마다 여름이면 야외 오페라가 열리는 덕분에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 전신은 이름 그대로 공공 목욕탕이다. 216년, 로마제국의 카라칼라 황제가 문을 열었으니 어림잡아도 18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 시설이 그대로 남아 로마의 중요한 유산이 되었다. 카라칼라 욕장은 고대 로마 시대에 번성했던 공공 욕장 중 두 번째 큰 욕장으로 꼽힌다. 다양한 목욕시설은 물론, 오락실과 도서관, 체육관까지 갖춘 이 욕장이 고대 로마인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활용되었을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고대 로마인들의 목욕 사랑은 특별했다. 목욕을 좋아하고 즐기는 고대 로마인들에게 공공 욕장은 단순히 몸을 씻어내는 장소로서가 아니라 휴식공간이자 사교를 위한 공간으로 발전해갔다. 황제들은 이러한 로마인들의 독특한 문화를 위해 수많은 방과 다양한 시설을 갖춘 거대한 공공 욕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능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350년쯤에는 성업 중인 로마의 공공 욕장이 900개가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공공 욕장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그 쓰임도 단순히 목욕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보다는 사교를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면서 간통과 난교, 매춘까지 이어지는 퇴폐적인 장소로 전락해갔다. 매춘과 풍기문란으로 퇴폐문화를 조장하는 공공 욕장의 번성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로마는 결국 시민들이 1주일에 한 번만 목욕할 수 있게 하는 ‘목욕제한령’을 공포해 공공 욕장의 남용(?)을 막았다. 공공 욕장의 번성이 로마제국의 존립까지 위협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증명되니 이쯤 되면 ‘로마가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말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니겠다. 공공 욕장은 로마에서 시작되어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목욕탕 문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어 발전하거나 쇠퇴했다. 우리에게 공공 욕장은 ‘대중목욕탕’ 혹은 ‘사우나’란 이름으로 친숙한데, 한때 한국의 독특한 ‘사우나’는 이름을 널리 알려 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상품이 되기도 했다. 동네마다 자리를 잡아 우리 일상 문화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던 시절이 있다. 목욕탕이 발전하면서 ‘사우나’나 ‘스파’란 이름으로 동네에도 호사스럽고 고급스러운 목욕탕들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대를 이어가며 동네 사람들을 맞았던 동네목욕탕은 대부분 작고 아담한,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동네목욕탕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동네목욕탕을 대신한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면서 운영의 어려움에 처해 문을 닫는 상황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래서 더 안타까운 현실은 따로 있다. 대중목욕탕이 꼭 필요한 취약계층이 안게 될 일상의 고충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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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2.15 15:49

‘전주을’ 재선거, 전북 민심의 바로미터!

내년 4월 5일, 전주을 재선거가 실시된다. 전주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상직 전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민주당 공천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전주을 재선거는 후보군의 재편과 더불어 민심이 요동치는 핫한 곳이 되었다. 지난 12월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주을 지역에 민주당 공천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민주당 소속의 이상직 전의원의 구속으로 재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민주당이 이전부터 공언해왔던 것처럼 무공천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일부 정치권과 후보들은 물밑에서 민주당 공천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힘을 쏟았고 시중에는 공천을 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도 상당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민주당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게 되었고 출마를 저울질하던 후보들이 유·불리와 관련한 주판알을 튀기기 여념이 없게 되었다. 이제 전주을 선거는 국민의힘 비례 국회의원인 정운천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며 출마할 것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결국 국민의 힘의 공천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소속 출마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이상 편법으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게 되었다. 정운천 후보에 대적할 무소속 후보군의 가장 큰 변수는 당선되더라도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유력 후보 중에 탈당을 강행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는 후보가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이다. 여기에 해당하며 나름 지역 기반이 있는 후보로는 임정엽 후보와 최형재 이덕춘 후보가 있다. 여타의 후보들은 지역 기반이 취약하여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여 정운천 후보와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현역의원의 프리미엄을 주장하며 민주당 후보군 중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한 양경숙 후보는 서울 유턴을 고민하거나 1년 뒤를 보며 불출마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연고를 주장하나 비례대표 의원인 현역 프리미엄을 빼면 지역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정헌 후보 마찬가지이다. 이덕춘 후보도 탈당을 강행하며 모험을 하기에는 소탐대실의 가능성이 너무 높다. 이제 선거구도가 단순화되었다. 압도적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 성향의 지지표를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누가 얻을 수 있는가에 따라 정운천 의원의 명운이 갈리게 되었다. 8년 전 황홀할 정도의 절묘한 삼각 구도에 의해 30%대의 득표를 하고도 당선의 기쁨을 누렸던 정운천 후보는 이후 현역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대선과 맞물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회가 왔다. 민주당 무공천은 그가 가장 바라던 그림이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최형재 후보는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으면 불출마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탈당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임정엽 후보는 아직까지는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가장 최대의 변수인 민주당 공천 문제가 일단락되었기에 출마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출마가 이루어진다면 지역에서 능력과 영향력 있는 현실 정치인 중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항상 비주류에 몰리거나 과거 정치적 성격의 비리, 구속을 빌미로 선거 때마다 주류 세력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 민주당으로의 경선 참여조차도 박탈당해 왔던 한풀이에 나서 정운천 후보와 진검 승부의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여기에 부활을 꿈꾸는 진보당, 정의당을 비롯한 여러 후보들이 나설 것이다. 진보당은 이미 후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동시 지방선거를 거치며 일부 확인된 전북 민심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 지켜본다면 쏠쏠한 재미로 다가오며 선거에 대한 관심도 여느 보궐 선거와는 다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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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4:16

육군 운전병 지원 방법에 대해 알려 주세요

육군 운전병은 육군 기술행정병으로 모집하는 특기로 수송운용(차량운전)입니다. 매월 모집하는 육군 기술행정병 모집 시 모집분야는 기술행정병, 모집특기는 수송운용(차량운전)으로 선택한 후 지원하여 최종 합격하면 운전병으로 복무가 가능합니다. 수송운용(차량운전) 등 기술행정병은 지원서 접수년도 기준 18세 이상 28세 이하(2022년 기준 : 1994. 1. 1. ~ 2004. 12. 31. 출생자)인 사람으로 신체등급 1~4급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은 1차 서류전형에 선발되면 현역병지원 신체검사를 받게 되고 신체등급 1~4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으면 육군 기술행정병으로 최종 선발될 수 있습니다. 지원시기는 일반적으로 매월 하순에서 다음 달 초순까지이고, 입영시기는 지원서 접수 마감월로부터 3개월차입니다. 예를 들면, 접수 마감일이 ’22년 12월 5일인 경우 접수 마감월이 12월이므로 입영시기는 ’23년 3월 중이며, 정확한 입영일자는 최종 합격자 발표일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송운용(차량운전) 특기로 지원한 사람은 운전면허증 등급, 출결 상황, 가산점 등을 합산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병무청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디스크 관절 이상 등 신체 제한 사항이 있거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벌금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등 결격사유에 해당될 경우에는 선발에서 제외됩니다. 육군 수송운용(차량운전) 등 기술행정병 지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누리집 → 군지원(모병)안내 → 모집안내서비스 → 안내 및 지원절차 → 육군 → 기술행정병’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궁금한 내용이 있는 경우 전북지방병무청 현역입영과 현역모집계(☏ 063-281-3244, 3245)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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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4:11

김장을 담그며

어릴 때 나는 왠지 김장 담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들은 진정한 어른이다’라고 혼자 속으로 존경심을 가지곤 했다. 초겨울이면 리어카에 실린 배추 더미가 이집 저집 마당으로 들어가고 동네 여기저기서 김장을 담갔다. 산더미같은 배추와 다라이에 담긴 고춧가루 양념, 고무장갑을 끼고 목에 수건을 둘렀지만 추위로 코가 빨개진 여자 어른들. 고른 두께로 곱게 썰린 무채와 비린내가 나는 젓갈, 알싸한 마늘과 생강. 노란 배춧속과 붉은 고춧가루와 푸른 쪽파가 이루는 선명한 색채의 대비. 그것은 정말이지 오감을 자극하는 현장이었다. 부드럽게 절여진 배추 사이사이 김장양념을 채워서 장독에 차곡차곡 쌓으면 1년치 식탁을 책임질 김장이 되었다. 나는 가끔 절인배추에 빨간 양념을 바르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어린아이의 부드러운 피부에 매운 양념이 닿으면 안된다고, 어른들은 재미삼아 한두번 발라보게 한 후 서둘러 나를 부엌에서 쫓아냈다. 어린 내가 보기에 김장은 고된 노동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삶의 현장이었고 사람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성대한 기준 중 하나는 김장을 담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김장을 담근 이웃들이 한번 맛이나 보라며 접시에 담은 김치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김장철이면 삶은 돼지고기와 생굴과 갓 담은 김치가 저녁 상에 자주 올랐다. 나는 삶은 돼지고기를 조금 먹었을 뿐 굴도 날김치도 먹지 않았으므로 내 입장에서는 김장철이면 오히려 먹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만은 즐겼다. 김치와 함께 부침개나 내가 먹을만한 것들이 따라오는 일도 있었고, 집집마다 김치의 맛과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옆집에서 온 김치 갈피에서 조그만 새끼 조기가 통째로 발견된 날 우리 가족들은 한참 웃었다. 우리는 김장김치에 해물을 많이 넣지 않았으므로 그 작은 생선을 김치와 함께 으적으적 씹어 먹어치울 자신은 아무도 없었고 양념을 씻어내고 프라이팬에 굽는 것이 어떻겠냐는 우스개가 저녁식탁을 오갔다. 김치 갈피를 헤치며 여기도! 여기도! 하고 작은 생선들을 찾아냈던 그 저녁은 어린 나에게 특별히 흥겨웠던 날이었다. 자라서 직업을 가지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키우고, 거울에서 흰머리와 주름살을 어렵지않게 만나게 된 이후로도 나의 어른 되기는 완성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집안일에 익숙해져갔지만 김장만은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해마다 양가 어른들이 보내주시는 김장김치가 넉넉해 김치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고 김치 소비가 많지도 않았다. 어쩌다 배추나 무가 생기면 배추전 무전을 부쳐 먹었다. 하지만 5년전 어느날 텃밭에 취미를 붙인 친구가 배추 세 통과 무 두 통을 선물로 주자 전을 부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분량인 것이 한눈에도 확실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인터넷을 뒤져 초보용 김장 레시피를 검색했고 시장에서 젓갈과 고춧가루를 사왔다. 밤새도록 비장하게 배추를 절였고, 그렇게 얼떨결에 우리집의 김장이 시작되었다. 덜 절여진 배추가 김치뚜껑을 열고 살아 나왔다느니, 김장이 물러져서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느니 하는 초보김장괴담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해부터 맛있는 김치가 담가져서 내가 가장 놀랐다.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김장김치를 다 먹어치워서 새로 담그기까지 했다. 실은 첫해 김장이 가장 맛있었고 다음 해부터는 첫해의 기적적인 맛이 재현되지 않았다. 레시피를 바꾸지도 않았는데, 첫해 김장의 비결이 뭐였을까? 아마 고소한 텃밭 배추의 위력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따름이다. 이듬해부터 텃밭 배추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는 김장이 만들어졌다. 자식은 평생 어린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부모님도, 내가 김장을 담기 시작하자 갑자기 나를 동등한 어른으로 존중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해마다 배추 여섯 통으로 김장을 담고 있다. 올해는 배추값이 내 김장 역사상 가장 쌌던 해였다. 김치통 하나를 가득 채우면 끝나는 소량 김장이지만 우리 세 식구 1년 먹기는 충분하고, 이웃들에게 한쪽씩 먹어보라고 돌리는 재미는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김치를 주고 김치를 받는 재미있는 거래가 일어나기도 한다. 내 김치도 맛있지만 이웃들의 김치는 더 맛있다. 굴과 갓 담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로 이 계절의 정찬을 즐기며, 성냥갑 같은 아파트 살이에도 소소하게 남은 이웃간의 정을 기쁘게 누린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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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4:10

한국관광 100선 전북 7곳을 매력있는 J-컬처로

전북지역 관광지 7곳이 2023∼2024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한국관광 100선'은 2년에 한 번씩 선정하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꼭 가볼 만한 대표 관광지다. 전북은 2년 전 6곳에서 이번에 7곳으로 1곳이 늘어났다. 인구나 경제력 등 도세에 비해 크게 약진한 것으로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관광지를 매력 넘치는 전북문화(J-컬처)의 원천으로 삼았으면 한다. 나아가 이들 관광지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이들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관광지를 공격적으로 개발했으면 한다. 이번 ‘한국관광 100선’에는 유적지·건축물 등의 문화관광자원 61곳, 숲·습지 등 자연관광자원 39곳이 선정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4곳, 강원권 10곳, 충청권 13곳, 전라권 17곳, 경상권 28곳, 제주권 6곳 등이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서울 5대 고궁, 전주 한옥마을, 제주 올레길,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등 관광지 14곳은 6회 연속 선정됐다. 전북의 7곳은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5회 연속 이름을 올린 정읍 내장산국립공원, 진안 마이산도립공원, 그리고 이번에 처음 선정된 고창 고인돌운곡습지마을, 익산 왕궁리유적, 군산 고군산군도, 무주 반디랜드&태권도원 등이다. 2년 전 선정됐다 이번에 제외된 곳은 익산 미륵사지, 옥정호 구절초 지방정원, 남원 시립김병종미술관 등 3곳이다. 올해 심사대상에 오른 곳은 총 235곳이었다. 지난번 선정된 곳과 지자체가 추천한 곳,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취합된 곳 중에서 최종 선정,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면 문체부와 관광공사로부터 여행박람회, 홍보여행, 지도 및 기념품 배포, 마케팅 지원 등 우대혜택이 주어진다. 지자체 차원에서 하기 힘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홍보전략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함께 정부는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항공·숙박·쇼핑 할인 등 민관협력 공동마케팅을 전개하고 세계 50대 도시에서 'K-관광 로드쇼', 한류 콘서트 등 '메가 이벤트'를 열게 된다. 전북은 이번 기회에 도내 7곳의 관광지를 세계적인 명소로 알리는 등 관광전북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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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14 17:22

월드컵과 전주완산을 재선거

〈카사블랑카〉는 지금부터 꼭 80년전 미국에서 만들어진 매우 유명한 영화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스타인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등이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영화의 배경은 제2차대전때 프랑스령 모로코의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이다. 모로코 수도는 사실 라바트 라는 곳인데 카사블랑카로 아는 이들도 많다. 영화 배경이나 휴양도시로서의 높은 지명도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로코는 한때 자신들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와 조우하게 됐으니 참으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다. 1930년 제1회대회에서부터 지금까지 무려 92년 동안 계속된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나라가 4강에 진입한 경우는 단 3번밖에 없었다. 1930년 첫대회에서 미국, 2002년 대한민국, 2022년 모로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꼴찌의 반란이나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게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새삼 깨닫게된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호남과 영남의 특정정당 독식구도 하에서 소위 지역내 비주류 정당의 설자리가 얼마나 좁은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전북에서 치러진 총선이었다. 1985년 12대 총선때까지는 집권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중선거구제여서 동반당선됐다. 그런데 1987년 직선제 대선 이후 치러진 1988년 13대 총선부터는 민주당 독식 구도가 계속됐다. 당시 군산 고건, 남원 양창식, 진무장 전병우, 김제 조철권 등 지명도 높은 인사들이 나섰지만 황색돌풍은 매서웠다. 1992년 14대 총선때는 남원에서 양창식, 진무장에서 황인성 후보가 민자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나 남원의 경우 민주당 조찬형, 무소속 이형배간 3파전 구도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진무장 황인성 당선자는 지역정서와 더불어 상대적 약체인 오상현을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1996년 15대 총선때 군산시을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후보가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으나, 이후 민주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데는 무려 20년이 더 걸려야만 했다. 2016년 20대때 전주시을에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당 최형재, 국민의당 장세환과 3파전을 벌여 당선된 것이다. 2000년 16대때 남원순창 이강래는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08년 18대때 완산갑 이무영, 정읍 유성엽 후보는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이들은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을뿐 친 민주당계 후보였다. 2020년 21대때 남원임실순창 이용호 후보 역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당시 그는 친 민주당계 후보였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전주 완산을 재선거는 작아 보여도 정치적 함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지역정가에서는 과연 정운천 도당위원장으로 대변되는 국민의힘 후보가 임정엽, 최형재로 예상되는 친 민주당계 무소속 후보와 어떤 승부를 보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집권여당이지만 전북에서는 지극히 세력이 약한 국민의힘 후보가 과연 모로코처럼 꼴찌의 반란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한계에 봉착할지 지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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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2.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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