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총장선거에 쏠린 눈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는 바로 1970년 9월 29일 신민당 전당대회다. 그 이듬해 집권당 박정희 현직 대통령과 맞대결할 야당 후보를 선출하는 행사였다. 당권파는 물론, 원로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던 김영삼 후보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나, 뜻밖에도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훗날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의 등극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1차에서 김대중 후보는 382표(43.2%), 김영삼 후보는 421표(47.6%) 였으나, 2차에서 김대중 458표(51.8%), 김영삼 410표(46.4%) 였다. 1차 무효표(82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전북 출신 소석(이철승) 표가 김대중 후보쪽에 쏠리면서 대역전극이 연출된 것이다. 선거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데 사실 지방선거를 비롯해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이 같은 역전극은 종종 펼쳐진다. 요즘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30년 넘게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단 한번도 1차 1위 후보가 최종 1위로 귀결된 전례가 없는 징크스 때문이다. 신민당 전대처럼 2위와 3위 후보가 손을 잡고 대역전극을 펼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4위 후보가 3위 후보를 지지한 끝에 결국 총장이 된 전례도 있다. 1차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2차 또는 3차를 염두에 둔 후보들간 이합집산이 부산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오는 11월 23일, 3차 결선투표 방식으로 치러지는 총장 선거 후보는 김동근(법학전문대학원), 김정문(조경학과), 송양호(법학전문대학원), 양오봉(화학공학부), 이귀재(생명공학부), 이민호(치의학과), 조재영(생물환경화학과), 한상욱(과학교육학부) 교수(가나다 순) 등 총 8명이다. 민주화 이후 도입된 전북대 총장 직선제는 김수곤 총장(1990.9∼1994.8) 이래 장명수, 신철순, 두재균, 서거석(연임), 이남호(간선제), 김동원 총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다고 한다. 투표 비율은 교수 70%, 직원(조교 포함) 20%, 학생 10%다. 정책이나 비전은 물론, 학연, 혈연, 지연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어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데 특이한 것은 모교 출신이 6명이나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퇴장으로 인해 4년전에 비해 교수 교체 비율이 1/3에 달하고 있는 점도 큰 변수다. 2강 2중, 3강 2중 등 선거판도 관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징크스였던 ′1차 1위 후보 필패론'이 기우에 그칠지, 재현될지가 관심사다. 관건은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과연 전북대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총장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느냐 여부다.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의 협치, 전북도나 도교육청과의 상생협력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꾼을 선출해야 한다. 미국이 과거 로마같은 지위를 누리는 것도 결국은 구성원 모두가 링컨 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링컨 같은 지도자를 선출해내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