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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주권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다니...

새만금 해상풍력에 이어 태양광 기업들도 중국계 기업들이 장악하는 등 국가기간산업이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기가 막힌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따라 철저한 조사와 후속대책이 당장 제시돼야 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페이퍼컴퍼니의 문제점 등이 하나둘 드러나긴 했어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적나라한 실상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막 시작된 지난 4일 새만금 해상풍력 발전사업 문제가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재생에너지 자립권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벌써부터 한편에서는 바다의대장동, 복마전 등의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온갖 의혹이 커지면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명백히 법률로 정해진 ‘외국계 자본의 재생에너지(전기판매) 참여비율’ 준수와 에너지 자원 및 혈세의 국외유출 차단을 위해 관련 기관이 진작 나섰어야 하는 게 상식이나 아직까지 문제점 파악을 위한 조치조차 미온적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든다.재생에너지 자립권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갈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방치 상태로 계속된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의 투자과정에서 사업자의 주주변경 및 주식 매각 절차 등은 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관계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핵심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의원이 제기한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권이 중국계 자본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중국계 기업으로 연간 500억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게 단순한 기우냐, 아니면 현실이냐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만금태양광 사업 10개 중 투자규모가 큰 1위와 4위 SPC가 중국계 기업의 영향력이 크거나 절대적이라는 거다. 어차피 국감에서도 이슈가 된 만큼 이번 기회에 새만금 해상풍력뿐 아니라 태양광기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특히 외국계 자본에 과실이 넘어갔거나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조사결과 불법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법대로 조치해야 하고 혹여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꼼꼼히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1 11:50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단순 음주운전인데, 구속되나요?

의뢰인은 군 단위 지역 거주자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데,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의뢰인의 마지막 음주운전 적발은 약 10년 전으로 의뢰인은 4차례 모두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의뢰인은 요즘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혹시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는 것인지 물었다. 세월이 가며 법과 도덕, 문화가 변화하지만,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지체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오래전엔 음주운전이 범죄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고, 얼마 전엔 범죄지만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교도소까지 감수해야 할 엄청나게 큰 범죄이다. 위 사례와 같은 의뢰인이 찾아온다면, 먼저 변화된 시대부터 설명해야 한다. 주위에서 큰일 날 수 있으니 변호사부터 찾아가라고 했기에 오셨을 테지만, 변호사 사무실에 이른 의뢰인의 마음은 ‘별일도 아닌데’와 불안, 불신으로 가득 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음주운전이 별일 아닌 거 안다며, 호감을 사고,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과 최근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사례를 설명하며 경각심을 준다. 실제 음주운전 양형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음주운전으로 구속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음주 수치, 운전 거리,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부양가족 등 여러 정상 사유를 고려해 봐야겠지만, 보통 음주 1회는 벌금, 2회는 집행유예, 3회는 법정 구속이다. 의뢰인과 같이 10년 전 4회 범죄 이력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같으면 구속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구속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음주운전은 사라져야 하며, 음주 운전자는 엄벌해야한다. 다만, 군 단위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고령의 면 단위 음주 운전자를 상담하다보면 음주운전도 시대지체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삶의 많지 않은 취미와 낙이 음주인 분들도 있고, 대리운전도 택시도 마땅치 않은 곳이 있으며, 시골에서 음주운전은 대단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게 과연 엄벌만이 옳은 것인지 쉽지 않은 문제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0 17:36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

전라북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9월 19일부터 10월 7일까지 민주주의, 인권, 생태, 평화, 문화 감수성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있었다. 전북 교육청과 전북의 아동문학가들 15명이 연계해 아동문학(동화와 동시)을 활용한 수업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수업 목적은 길어진 비대면에 의한 초등학생들의 갈등 해결을 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도내 66개 학급에 작가 1인씩 분담해서 찾아가는 수업 형태였다. 교과서 수록 작가, 교과 연계, 민주시민 감수성 주제 도서 작가가 우선 선정되었다.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의 가치를 내면화시켜 보자는 것인데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해 마스크를 쓴 채 비대면으로 수업받은 것이 3학년이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웃고 떠드는 자유도 누려보지 못한 학년인지라 비대면의 고통과 상처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3학년을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 대상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작가를 반기는 아이들의 눈빛이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의 눈빛보다 한층 밝아 보여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장기간 비대면 수업으로 문해력이 약해져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내심 염려하였다. 하지만 게임과 퀴즈 형식의 문학 활동 수업에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민주시민의 가치 실현을 위해 작가가 선택한 수업 주제는 갈등과 차별이었다. 동화집 『초코파이』에서 아이들 선호도가 높았던 동화 「짜장밥의 소원암호」를 통해서다. 짜장밥을 좋아해 장차 유명한 식당을 차리는 게 꿈인 민영이가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는 부분에서는 차별의 문제를 다루었다. 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세 개나 먹었는데도 배탈이 나지 않았던 민영이의 태도를 통해 갈등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부 잘하는 형이나 언니, 동생과 비교당한 이야기, 친구들이 너는 왜 키가 작냐? 얼굴이 못생겼다, 몸이 약하다 등 아이들은 갈등과 차별에 대한 경험을 마음껏 쏟아냈다.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의 효과이리라. 색종이에 자기만의 소원암호를 적고 변신해볼 대상을 적게 했더니 뜻밖에 “엄마와 아빠”가 많이 나왔다. 이유는 엄마 아빠에게도 똑같이 잔소리를 해주고 싶다는 거다. 아이들이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차 꿈이 뭐냐는 질문에는 영상 시대 아이들답게 크리에이터가 1위, 소방관, 웹툰 작가, 연예인, 게임머, 교사 순이었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까닭에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친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조금 산만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안타까웠다. 민주 시민을 위한 감수성 수업이 끝나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와 작가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관심과 사랑이 목말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우리 아이들! 앞으로도 아동문학 작품을 통해 위로받기를 희망한다. 마스크를 벗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 이야기를 정확히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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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0 17:36

​당신의 전세금은 안녕하신 가요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가 되고 주택 가격 인상이라는 피로감이 맞물려 전국적으로 수요는 위축이 되고 거래 절벽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철 홍성 같았던 강남이 무너지고 수도권을 돌아 우리 지역까지 남하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올해 초 매매, 전, 월세 매물이 9천 건을 밑돌던 건수가 현재 15,000건으로 매물이 쌓여가고 있고, 주택 가격 심리 지수는 지난해 8월 119.3까지 오르던 지수가 현재 26.1로 떨어지고 있다. 물건을 내놓아도 사줄 사람이 없어 폐닉상태에 빠져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던 갭투자(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는 사라지고 계약을 해놓고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하는 경우도 우리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전주시 거래량 또한 2021년도 3월 1410건 2022년도 9월 172건, 갭 투자 역시 200건이 넘던 거래량이 고작 8건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절약만이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아끼며 살아왔는데 요즈음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까 봐 근심 걱정에 밤 잠을 못 이루고 수면장애까지왔다는 서신동에 A 씨 좀 더 자세히 알아볼걸,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어디 이러한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혼자만에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억울하지 않는가.기준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통은 배가 되고 있다. 전주시가 조정 대상 지역으로 묶이면서 비 규제지역인 군산,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도 풍선효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그동안 비교적 저평가된 공시가 1억 미만인 오래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법인, 외지인, 현지 투자자들이 무자본 내지는 소자본으로 갭투자를 하는 바람에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했다. 이때 집값은 급등하고 ​전세난등 각종규제에 이사할곳을 찾지못하고, 매매가에 전세 보증금이 70%를 넘지 않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를 넘기면서 사고 금액이 역대 최고치를기록하고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깡통전세란 주택가치가 떨어지다 보면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한 조직적, 지능적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통한 권리 분석, 임대인의세금 체납 관계는 물론이고 반드시 계약 전에 KB 시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건에 맞지 않으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이 매매가를 상위할 때는 차익만큼 월세로 전환해서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에 하나다. ​예로부터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명맥을 이어오면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전세제도가 사 금융화 되어가고 있고 무분별한 대출은 주택 가격 인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지난 정부의 누를 범하지 않도록 주거 트렌드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하루라도 빨리 임대인, 임차인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선재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노동식 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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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0 17:36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보유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 및 반려동물을 겨냥해 속속 생겨나는 각종 시설과 제품, 제도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니, 놀라서는 안 된다. 행여 깜짝 놀란 모습으로 입을 쩍 벌렸다가는 ‘인식이 부족한 비반려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법률에 애완견 산책 의무를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려졌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6월 말 팔복동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 가개’를 조성했다. 당연히 반려인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곧바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용자들은 편의시설 확충과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야호아이놀이과’를 폐지했다. 민선 8기 시장이 바뀌면서 진즉 예견된 일이다. 민선 7기, 전주시가 아동의 놀 권리 회복을 목표로 역점 추진해 온 야호놀이터 조성사업은 힘을 잃을 게 뻔하다. 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놀이터 조성 및 놀이 지원사업을 역점 추진했다. 시청 앞 노송광장놀이터를 비롯해 테마놀이터, 숲놀이터,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 놀이공간이 곳곳에 새로 생겼다.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놀이 인식교육도 꾸준히 진행됐다. 놀이도 교육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성장기 아동은 놀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얻는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바깥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도심 주거 밀집지역 학교에서 운동장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늘어나는 반려인에 비해 애견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길가에 산책 나온 반려동물은 넘쳐나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놀거나 길을 걷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낭비로 생각해 백안시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교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만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반려인이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필요하고, 기왕 조성한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을 놀이터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0 17:27

너무 잦은 기관장 교체 지역발전에 역행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변화, 혁신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기업이나 각종 산하단체장, 또는 출연기관장 등을 선발하는데 있어 매우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진행돼 온 전북 주요 기관장 재임기간을 보면 너무 잦은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정이 요구된다. 전북의 주요 기관장들이 재임기간이 1년도 되지 않아 교체되거나 수개월 동안 공석이 발생하는 등 난맥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을 무시한 지극히 기관 편의주의적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의 입장에서 볼 때 수개월 만에 기관장이 바뀌든 말든, 장기간 공석이 있든 말든 중앙 중심의 인사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관의 업무 차질은 물론, 지역과의 유대도 등한시되는 주요 원인이 됨은 물론이다. 굳이 실례를 몇개 들어보자.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신임 전북지방우정청장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을 임명했는데 전임자인 전 전북청장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북청장 자리는 두 달 넘게 공석이었다. 전북지방환경청장은 환경부 감사담당관이 승진하면서 부임했는데 전임자인 전 청장은 3개월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다. 전북지방조달청, 금융감독원 전북지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북본부,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 등 지역 내 주요 기관장들도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국립무형유산원장도 6개월 만에 바뀌는 등 지역 문화예술계와의 공감대 형성은 요원하다. 이는 몇몇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자행되는 중앙 중심의 인사 관행은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조직 전체의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유독 전북의 기관장들만 쉽게 바꿔버리고, 오랫동안 공석으로 놔두는 관행은 차제에 확 바꿔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전북의원들은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서 재발되지 않도록 즉각 나서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0 14:06

완주군-우석대, 지역 상생의 모범 보여주길

완주군이 우석대와 손잡고 상생협력에 나섰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 대학과의 상생협력사업으로 우석대 개방을 협의하고 있다"며 "우석대 본관 20∼23층을 문화, 예술, 관광, 컨벤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망대 구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력사업은 자치단체와 대학이 서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 소멸과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환영할 일이다. 유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만경강기적 프로젝트를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천혜의 자원인 만경강을 중심으로 완주군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연친화적인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해 미래발전의 핵심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경강 생태보전사업과 친수공간 주민이용, 명품 자전거도로,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친환경 관광상품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 중 우석대 활용방안은 높이 88m에 달하는 본관 23층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완주와 전주, 익산 등에 이르는 탁 트인 전망은 매우 빼어나 찬탄을 자아낸다. 완주군 측은 이 사업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지역대학과 상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부 공모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침 우석대도 충북 진천캠퍼스로 부분 이전하면서 공간이 생겨 생산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2020년부터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북에서도 지난 3월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지역 대학총장 등이 모여 RIS사업 유치를 위해 머리를 맞댄 바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11개 시도가 선정되었으나 전북은 안타깝게 탈락했다. 이들 지역 105개 대학이 정부로 부터 국비 지원을 받았으나 전북만 소외된 것이다. 이들 사업과 별개로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도내 대학들은 교육협력추진단을 만들어 전북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완주군에서 발원해 새만금으로 들어가는 만경강은 시급한 현안인 완주와 전주 통합을 위해서도 시군이 협력해 상생사업을 발굴해야 할 참이다. 완주군과 우석대는 이번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10 14:05

<금요수필>시간은 지우개

벼가 치자 빛으로 물들어 간다. 들녘의 메밀꽃은 하얗게 솜사탕을 풀어내고 소슬한 바람이 차창 가로 스친다. 긴 세월 얽매인 직장의 매듭이 풀리자마자 남편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그 말에 “이왕이면 홀로 계신 시이모님 두 분도 같이 모시고 가요.” 하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어머니가 더 좋아하겠네.” 하며 소년처럼 들떠서 완도 여행길에 올랐다. 나이 들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어머니는 이모들과 전화만 할 뿐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고 넌지시 푸념을 했다. 폐를 갉아먹는 병마에 지쳐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가랑잎 같은 시어머니. 잠시나마 파리한 그 얼굴에 웃음 띠게 할 수 있다면 맘의 부담쯤이야…. 앞에 앉은 세 여인은 소풍이라도 나온 듯 끝없이 말 꾸러미를 풀어낸다. 시간이 세 자매의 고운 모습은 가져갔으나 기억 속에선 지나간 일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어린 시절 친정집 옛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 내리는 날 익산 미륵사지 근처 저수지에 가면, 물고기들이 새 물 내를 맡고 상류인 도내 골 냇가로 거슬러 온단다. 몰려오는 고기들을 대나무로 엮은 용수를 물속에 넣고 건져 올리면 바가지로 퍼 담을 정도로 많이 잡혔다. 보리새우, 쏘가리, 붕어 등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그네들은 신바람이 나서 집으로 갔다. 어느 보름날 밤에는 친구들과 귀신 잡기 놀이를 하다가 동네 어귀 느티나무 아래 당집 근처에 갔는데, 하얀 수염에 흰옷을 입은 장대처럼 큰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호들갑스러운 여자애들은 귀신이 정말 나타났다고 혼비백산하여 친구 집으로 몰려가는 소동을 벌였다. 아마도 당집 무속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를 떠올리면 그네들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단다. 세 자매는 번갈아 가며 세월의 그물에서 추억을 건져 올렸다. 완도 수목원에 도착하여 호숫가를 걸었다. 큰이모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고 작은이모는 관절염으로 오리걸음으로 쩔뚝이며 다녔다. 시어머니는 제일 허약하지만 그나마 걸음은 비틀거리지 않았다. 기우뚱한 그들의 뒤에 걸린 그림자도 시름에 겨운 생의 무게인 듯 절룩이며 따라갔다. 육신은 서걱거려도 마음만은 소녀라 얼굴에 동심이 흘렀다. 해 질 녘에 전망대에 오르니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수려했다. 서산 너머로 해가 숨어들고 있다. 세 자매의 백발 위로 노을이 내려앉아 붉게 물들어 간다. 남남으로 만나 시어머니와 인연을 맺은 지 어언 삼십여 년. 색색의 사연이 층층으로 쌓여 무지개가 뜨기도 하고 먹구름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 이제 세월의 더께만큼 마음자리도 헐렁해져 야위어 가는 어머니를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시어머니와 완도에 오는 길에 이모님도 겸사 모시고 왔는데……. 머지않아 누구나 기우뚱거리며 걸어가야 할 그 길 위에서 손잡아 줄 사람 있다면 외로움에 휘청거리지 않으련만. 해수탕의 열기로 얼굴에 복사꽃을 피운 세 여인과 땅끝 마을을 찾았다. 땅끝 표지석 앞에서 그녀들은 사진을 찍었다. 흰머리 날리며 배시시 천진하게 웃는 세 자매. 언제 다시 손잡고 여행할까. 그네들의 얼굴에 서글픈 빛이 언 듯 스쳐 간다. 흘러가는 세월은 그네들의 젊음을 데리고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라는 지우개는 우리의 기억을 지워가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네들에게 특별한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카이로스*가 되어 문득문득 생각날 것이다. 웃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이번 여행이 우울할 때, 세 자매에게 한 모금 청량제가 되었으면. 박일천은 수필 전문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하여 <토지문학 수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회원, 샘문학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수필집 <바다에 물든 태양> , <달궁에 빠지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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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7:12

전주, 맛의 고장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서서히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주말이면 부쩍 많은 관광객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한옥의 아름답고 정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음식들로 배를 채우며 추억을 가슴에 담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 자주 듣는 이야기는 “전주의 음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라고 한다. 품격이 예전만 못하고 음식점마다의 ‘독특함과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지 주변 음식점들은 두 번 찾기에 민망한 곳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대량 생산과 소비 등의 이유도 있지만 고유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오자 한탕주의와 과한 욕심이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하는 전주의 맛을 버리고 배달 음식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아직도 묵묵히 전통을 고수하며 특유의 맛을 간직하고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하는 가게들이 있지만 소수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배달음식으로 채워진다. 막걸리 동네의 대형 가게들이 특히 심하다. 전주 시민 대부분은 한옥 마을과 관광객이 붐비는 곳의 음식점을 찾지 않은지 오래이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현지인들은 ‘전주 맛’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 맛집으로 눈을 돌렸다.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맛집은 전주 구석구석에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미 현지인이 떠난 관광지 주변의 가게들이 전주의 대표 음식점이고 맛집으로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실망감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이다. 볼거리도 부족하고 먹을거리의 명성도 예전과 같지 않은 전주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수백 년을 이어온 ‘맛의 고장’의 수식어와 명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미 ‘남도 음식이 최고’라는 관광객들의 후기가 넘쳐 나고 있다. 광주. 해남. 목포 여수 등 광주·전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맛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봐도 관광지 주변 전주의 대표적 맛집과 가게를 추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서민이면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던 한 상 가득 맛갈스러운 음식들로 채워진 ‘전주의 백반’ 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어 찾기 힘들다.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버무리거나 요리하여 어머니 손맛의 따끈따끈한 신선한 음식이 그때그때 맛깔스럽게 제공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잘 나가는 막걸리 타운의 안주는 대부분 배달 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전주의 막걸리는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하여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음식 비법으로 맛자랑을 하고 있어 선택하며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나 단골집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맛의 다양함도 없어졌고 신선도는 알 수 없고 즉석에서 조리하여 주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비빔밥도 마찬가지이다. 가족회관. 고궁. 한일관 등 대표적인 명소들이 있지만 과거처럼 한 상차림이 서민 음식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콩나물국밥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 맛집으로 프랜차이즈로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현대옥과 삼백집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근처의 콩나물국밥 가게들을 찾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전주시가 앞장서서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고유한 맛을 간직하여 현지인과 관광객이 동시에 애용하는 비빔밥. 백반. 콩나물국밥 집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다. 맛집의 대가들과 전주의 맛을 사랑하는 시민, 관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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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6:43

모루의 '세차작전'

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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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6:36

숙맥(菽麥)의 난(亂)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숙맥(菽麥)이라고 한다.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확연히 다른 곡식인데,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분별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쑥맥!’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숙맥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콩과 보리뿐이겠는가? 상식과 비정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욕과 평상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를 보고 달이라 하고, 달을 보고 해라고 하면, 낮과 밤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진시황제가 죽고 2세인 호해(胡亥)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곁에는 환관인 조고(趙高)가 있었다. 간신 조고는 진시황제의 가장 우둔한 아들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고 자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하였다. 조고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조정 신하들의 마음을 시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신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사슴(鹿)을 호해에게 바치며 말(馬)이라고 하였다. 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물어보자고 하였다. 신하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침묵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잘못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선택한 부류였다. 또 한 부류는 ‘사슴파’였다. 분명 말이 아니었기에 목숨을 걸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대답한 신하들이었다. 마지막 한 부류는 ‘숙맥파’였다. 분명 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슴이라고 하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슴과 말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숙맥들만 남고 모든 신하는 죽임을 당하였다. 바야흐로 숙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숙맥의 시대는 채 몇 년도 가지 못하였다. 더는 숙맥으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봉기하여 결국 진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 전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이성이 침묵하고, 거짓이 참이 되고, 변명이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숙맥의 시대라 하고, 이런 시대를 숙맥의 난(亂)이라고 정의한다. 숙맥의 난맥상은 그 어떤 혼란의 시대보다 폐해가 크다. 상식은 몰락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도술(道術)이 성행한다. 이런 도술을 부리며 세상 사람들을 홀리는 도사들이 숙맥의 시대에는 주류가 된다.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능력으로 인정된다. 숙맥교 교주들은 분별력을 잃은 숙맥들을 이끌고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말로 사람들을 부추겨 그들의 잇속을 챙긴다. 이미 좀비가 된 숙맥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교주들의 구호에 맞춰 절규하고 거품을 물고 욕을 해댄다. 이념이 사람을 잡아먹고, 관념이 현실을 가린 숙맥의 난이 펼쳐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숙맥의 난(亂)으로 들끓었다. 서양에는 르네상스가 동양에는 성리학이 이성(理性)을 기치로 숙맥의 난을 평정하려 하였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진실은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너무 과분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숙맥의 난에 절정에 이르고 있다. 숙(菽)과 맥(麥)을 분별해야 할 언론과 권력기관은 숙맥의 시대에 기름을 부으며 부추기고 있고, 각종 권력은 그 위에서 마음껏 난세를 즐기고 있다. 콩과 보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의 세상을 침묵파로 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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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4:14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자연계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석․박사학위 통합된 과정 포함)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과,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군전공의 수련기관에서 정하여진 과정을 마치고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한 사람으로 의무복무기간을 35세까지 마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참고로,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교육부에서 선발시험 합격자로 통보한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에 한하며,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과학기술원을 제외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는 선발전형 없이 편입가능하며, 교육부의 전문연구요원 편입대상자로 선발된 사람은 편입대기자로 관리되어 의무부과가 연기되며, 재병역판정검사도 제외됩니다. 과학기술원은 배정인원 범위에서 자체 선발합니다. 자연계 대학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 출원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대상자는 자연계대학원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하는 날의 14일 전까지 전문연구요원 편입원서에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병역지정업체의 장에게 제출, 병역지정업체의 장은 병역법 제35조의2에 따른 4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되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현역병 입영대상은 배정인원(보충역은 업체 필요인원) 범위내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병무청에 제출하면 됩니다. 병무청에서는 업체 및 편입신청자에 대한 편입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편입여부를 결정하여 업체의 장을 거쳐 편입신청자에게 그 결과를 통보합니다. 전문연구요원편입원서 제출 시 구비서류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편입 등 신청서,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 이행 서약서, 박사학위과정 수료증명서입니다. 참고로, 전문연구요원 의무복무기간은 3년으로 편입된 날로부터 기산하게 되며 군사교육소집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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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4:13

전북 업체가 군산서 아파트 첫 시행, 성공 예감

전북의 낙후된 현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경제계에서의 전북 현주소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일례로 전북에서 크다고 하는 건설업체나 주택업체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100위 이내는 커녕, 300위 이내, 500위 이내에서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대형업체에 밀려 존재감을 잃은지 오래인 전북 주택건설업계에서 모처럼 눈길 끄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지역 토종 설계업체와 건설사가 합작해 만든 시행법인 SG산업개발이 군산에 704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G산업개발은 군산시 구암동 317-4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전용면적 84·109㎡, 총 70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추진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SG산업개발은 전국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와 전북 토종 건설업체인 상현종합건설이 각각 지분을 투자해 조성한 시행 법인이다. 그동안 도내 주택업계는 막대한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외지 대형업체가 독차지했다. 추첨식으로 입찰이 진행되는 일부 임대주택 부지도 광주 등지에 기반을 둔 대형 건설사들이 거느린 수백개의 법인이 투입돼 낙찰을 도맡다시피했다. 지역업체들은 그동안 전북에서 추진된 공공택지 분양 과정에서도 낙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간택지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대부분 외지 대형업체 차지로 돌아가면서 지역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북혁신도시나 효천지구, 만성지구 할 것 없이 신도시 개발현장에서 조금만 눈여겨 보면 전북업체가 아닌 외지업체 브랜드 아파트가 숲처럼 서 있는 게 그 결과다. 안방까지 외지 대형업체에 내주고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지역주택건설업계에서 이번 SG산업개발의 쾌거는 희망을 주는 계기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번에도 지역업체가 시공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한편으로 이번 성사를 계기로 지역업체들도 브랜드 파워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행업체들이 시공을 지역업체에게 맡기고 싶어도 외지 대형업체들에게 브랜드 파워가 밀리면서 분양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지업체에게 시공을 맡기는 현실을 직시하고 도내 업계에서도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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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4:03

지역현안 묻힌 ‘정쟁 국감’ 안 된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전국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국감을 지역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새만금 메가시티와 전북특별자치도, 제3금융중심지 지정, 남원 공공의대 설립 등이 이번 국감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란 점에서 전북지역 주요 현안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부각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이 극한 정쟁에 돌입하면서 민생과 지역 현안을 외면한 ‘정쟁 국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그 우려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윤석열차’ 만화 작품 전시 논란이 다른 이슈를 모두 삼켜버렸다. 전북도와 지역사회에서는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 중 하나인 국제 태권도사관학교 건립 사업의 당위성을 부각시켜 사업 추진 기반을 확보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전북 출신 여야 의원들이 지역 현안은 제쳐놓고 ‘윤석열차’에 대한 공방에 앞장섰다. 지역현안보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것이다. 이 같은 정쟁국감·파행국감의 모습이 올 국감 기간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사실 국감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파행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새삼스러운 모습도 아니다. 국정감사는 나라 살림 전반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꼼꼼히 살펴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민생현안이 뒷전에 밀려서는 안 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민생과 현안을 챙겨야 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안정 등 챙겨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새롭게 민선8기를 시작한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공약사업을 비롯해 지역발전의 대전환을 이룰 성장동력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기대하며 이번 국정감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올 국정감사에서는 정쟁국감,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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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0.06 13:51

동분서주한 정치인 출신 김 지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관영 지사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바깥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을 지사가 된 이후 알고 난 후부터는 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도민들은 정치인 출신 김 지사에 기대가 크다. 그간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30년 동안 서서히 나락으로 내려 앉은 전북도의 위상을 바로 잡아야할 책무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머리가 명석해 상황판단이 빠른 김 지사는 자신의 공약 실천부터 시작해서 그간 헤아린 도정방향의 우선순위를 놓고 동분서주한다. 전북의 우수한 농산물 판로개척을 위해 최근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기업유치를 위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 지사는 뭔가 도민들에게 빨리 하나라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국회와 중앙부처를 왔다갔다하면은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 만큼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즐비해 있다. 취임하자마자 전북특별자치도 문제가 이슈로 부각,전북 출신 여야의원들이 원팀으로 나서서 입법중에 있지만 갈 길이 바빠졌다. 바다가 없는 충북과 경기도가 경기북도특별법 제정을 의원입법으로 나서는 바람에 급해졌다. 이들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고 자치단체의 역량도 강화돼 있어 자칫 정치논리로 휩쓸릴 경우 전북의 불이익이 우려되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올 연말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당장 내년도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게하거나 빠진 것을 살려 내야 할 형편이다. 예산국회가 열리면 국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전북은 국회의원수가 9명밖에 안돼 전체 상임위에 고르게 배치가 안돼 예산철만 닥치면 애를 먹기 일쑤다. 다행히도 국힘 정운천 의원이 7년 연속으로 예결위원으로 들어가 있고 이용호 의원 한병도 의원까지 가세해 천군만마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긴축재정을 내걸고 심지어 공약사업 예산까지도 삭감해 그 만큼 김 지사한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환경단체들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수상태양광이나 해상풍력사업이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엉뚱하게 가고 있어 골칫거리다. 군산조선소도 불록생산 형태로 재가동되었지만 선박 건조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업체 형편에 따라 가동을 멈출 수 있어 이 문제 또한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현중과 확실하게 몇 년 후에 배를 건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맘 놓고 전북도가 현중한테 물류비를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적재적소에 역량있는 직원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김지사 측근들이 이 지역 출신들이 아니어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 때가 전북도로서는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정치적 여건이 불리한 지금은 도민들이 김 지사를 적극 밀어주는 수밖에 다른 묘안이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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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10.05 17:54

교사 농어촌·벽지 가산점제도 개선해야

불합리한 교원 인사에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하다. 농어촌과 도서벽지 근무자에 대한 가산점의 효율성 제고가 핵심이다. 승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감도를 높이는 개선 방안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가산 점수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12년 만에 추진하는 이번 인사 개편안은 무엇보다 농어촌과 도서벽지에 대한 기존 통념을 깨뜨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요즘엔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과거 ‘교통 오지’ 란 부정적 개념의 용어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예전에는 그 지역에 머물며 숙식을 해야만 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출퇴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그에 걸맞은 인사 개편 방향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교직 사회 관행에 따르면 교감 교장 승진을 앞두고 농어촌·도서벽지 가산점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승진 연한에서 최소한 4∼5년을 앞당길 수 있을 만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어촌 벽지 근무를 하지 않으면 교감 승진이 쉽지 않다는 교사들의 푸념도 있다. 이 때문에 이 곳을 지원하려는 교사들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학생 감소로 인해 농어촌 폐교가 늘면서 경쟁률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도시 시내권 학교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교사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교사들은 한결같이 학생 지도에 고충을 토로하면서 열악한 환경의 근무지로 낙인이 찍혀 이에 대한 출구 전략이 절실한 형편이다. 교원단체는 이번 개편에서 농어촌과 도서벽지 가산점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도서벽지가 시청이나 군청에서 30분 이내에 있고 섬들은 거의 연육교로 연결돼 있어 농어촌 근무 가산점 2.5점에 도서벽지 가산점 0.5점을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인사 개편 방향의 큰 줄기는 가산점의 형평성을 해소하고, 산간벽지 근무자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일이다. 이와 함께 도시 과밀 학급 교사에게도 이에 못지않은 인사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0.05 17:50

빼앗긴 국가하천관리 용담댐 용수는 만경강으로 오는가

문재인정부가 2018년부터 시작한 물 관리 일원화 작업의 마지막 단계가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는 하천의 개발공사 및 인허가 업무로서 물 관리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1월부터 그동안 익산국토관리청 하천국이 수행하던 업무가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이관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익산국토관리청이 관할하던 전북지역의 무주, 진안, 장수군에 위치한 금강 상류의 국가하천이 대전에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으로, 섬진강 상류지역인 임실, 순창, 남원의 국가하천이 광주에 있는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되었다. 전라북도 지도를 놓고 보면, 전라북도에 있는 국가하천의 금강과 섬진강이 사라지고, 하천을 관할하던 면적이 반토막이 되어 버렸다. 전북지방환경청은 만경강, 동진강에 대한 하천정비 및 유지보수, 하천점용허가, 수해방지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물관리일원화의 산물로 국가물관리위원회,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충청권과 함께 전북권 환경운동가들의 끈임 없이 주장해온 자연성 회복을 위하여 유역중심의 통합물관리의 실현이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국가하천관리가 달라진 광역지자체는 하나도 없다. 오로지 전북만 금강과 섬진강을 빼앗게 버렸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하천국이 있고 4개의 하천관련과, 대구지방환경청은 1개의 하천과를 운영하는데, 한강유역환경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북지방환경청은 새만금유역관리단 소속으로 독립된 하천과도 없이 과장1명, 직원3명으로 하천관리업무을 배정하였다. 원주와 대구지방환경청은 무엇 때문에 행정구역별로 관리하고, 왜, 전북지방환경청은 유역중심으로 관리해야만 하는가? 결과적으로 충청권은 금강이 금강유역환경청 관할이 되어서, 그동안 20년이 넘게 끌어온 용담댐과 대청댐 물배분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전남권은 익산국토관리청이 관할하던 섬진강의 하천관리을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게 되어서 섬진강댐과, 섬진강하류의 물부족 문제, 여수와 광양권 공업단지 물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앞으로 불평등 및 소외된 예산배정과 하천관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업무활동 등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금강유역환경청 내에 있는 금강수계위원회에서 물이용부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강수계기금 사용 및 내용을 보면, 20년 동안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잘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전북의 정치권은 국회환경노동상임위원회에 여당간사를 포함하여 2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물관리일원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전북의 입장을 말 한마디 안했다, 그 동안 물관리일원화의 관련된 상황을 살펴보면, 20년 동안 자연성 회복을 구실로 충청권과 연계하여 유역변경에 의한 용담댐 방류수를 만경강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하여 새만금수질개선에 역행하는 행위에 동조하였다. 또한 금강하구역의 수질과 생태계 개선을 위하여 전북 김제의 호남평야에 공급되는 농업용수에 대한 대안도 없이 금강하구둑의 개방을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논의 하고 있다. 섬진강 하류 하동 염해피해의 원인을 물 부족으로 내세워, 섬진강댐에서 동진강으로 공급하는 기득 수리권인 농업용수의 변경을 영섬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동조하는 전북의 정치권 및 환경부와 환경운동가의 주도에 의한 물관리일원화는 진정으로 누구를 위한 물관리일원화 인가? /박영기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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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14:02

호남주재 중국 외교관이 던진 묵직한 한마디?

중국 공무원 사회에는 ‘괘직단련(掛職鍛煉)’이라는 제도가 있다. 젊은 간부 공무원들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살펴보고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오라는 제도다. 특히 이런 괘직단련은 준비된 중국 지도라들 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을 바라볼 때 흔히 그 사회는 당성과, 인맥, 학벌만으로 이뤄져 우리보다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 같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중국을 오랫동안 지켜 본 입장에서 괘직단련을 포함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배양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며, 복수의 검증과 훈련이 젊은 시절부터 치열하게 이뤄진다. 그 중 조직 내에서 전문성과 창의성, 국제적인 시야 같은 안목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간부로 성장하지 못한다.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도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반동분자의 아들로 몰려 15세에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베이징을 떠나 산시성 북부의 황량한 황토고원에 위치한 옌안 등지에서 7년간 상산샤상((上山下鄕)의 고된 과정을 견뎌야 했다. 공산당 개국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태어나 고위 간부들의 자제들이 운집했던 베이징 81학교를 다니는 남부러울 것 없는 특권을 누렸던 그는 학교 대신 동굴을 집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고된 노동을 하며, 말단 농촌 조직의 실상을 온 몸으로 느꼈다. 중국공산당 5세대로 불리며 시진핑과 정치의 축을 이루고 있는 리커창(李克强)총리,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리위찬차오(李源潮)전 국가부주석 등도 동시대에 거의 비슷하게 중국 농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다. 시진핑은 7년 만인 22살의 나이로 겨우 복권되어 칭화대학교 ‘공농병’ 청강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중고교를 다니지 못하고 늦깎이 청강생으로 대학에 들어가 기초 화학 공식 하나 제대로 몰랐지만 후에 중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이유로, ‘상산샤샹’의 경험과 수련이 정치적 자본이 되었음을 술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얼마 전 중국 사회과학원과 연례적으로 열리는 한·중인문학포럼에 토론자로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김에 27년간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주광주총영사관 장청강(張承剛) 총영사와 오찬을 함께 하며 전라남·북도 지방공무원들을 상대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하얼빈 출신인 그는 김일성대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91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가 30년간 6번이나 남·북한 주재 경험이 있고, 92년 한·중수교 현장 배석,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 시 정상 통역, 최근에는 6년간 평양주재 참사, 대리대사를 역임하고 2020년 7월 광주 총영사로 부임했다. 그도 역시 괘직단련의 과정을 거친 인재로, 충칭(重慶)시 관할의 융촨(永川)시 부시장을 역임하며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투자 유치와 국제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거쳐 간 핵심 한반도 전문 외교관들 중에 역시 지방정부의 부시장 등을 역임한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경우만 해도 4명이나 된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장 총영사가 호남 지역에 주재하며 활동한 2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북도지사, 광주시장 접견 등 공무원 접촉 61회, 전·남북 언론사 인터뷰 및 기고 31회, 양국우호행사 49회, 대학 및 기관 강연 34회 등 홈페이지에 열거한 공식 행사만 열거해도 휴일을 빼면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지역을 누볐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전·남북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중국과의 접점 지역을 틈틈이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경청한 경험을 들려줄 때는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다. 지방 공무원들을 상대한 좋은 경험을 말 한 것은 빼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딱 한 가지 우리가 새겨들어야할 말 한마디만 적고 싶다. “왜 한국은 모두가 사령관이 되려고 합니까? 조직 내에 사령관 말고도 참모도 필요하고 전략가도 필요하고 궂은일을 할 사람도 필요한데 모두 머리가 되려고 하고 하는지, 특히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오히려 너무 권위적이어서 더 놀랍습니다.” 평소 벗이 잘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뜻인 송무백열(松茂柏悅) 문구를 좋아한다는 그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고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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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14:00

농어촌 공간재편의 첫걸음, 빈집정비·활용

농어촌 빈집이 급격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농촌 빈집 수는 65,203동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빈집’이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촌 주택이나 건축물을 말한다. 또한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같은 해 어촌 빈집 수는 36,056동이다. 두 기관에서 산정하는 ‘빈집’의 근거 법령과 기준이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10만 호가 넘는 빈집이 방치되고 있다. 농어촌의 빈집은 도시에 비해 노후주택이 많으며, 대부분 철거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 전국 시·도별 현황을 보면 전북과 전남의 빈집 발생 문제가 타 시·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전북과 전남의 농어촌 빈집 수는 각각 17,337동과 21,601동으로, 전체 빈집의 40%에 육박했다. 농어촌 빈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점에서 보면, 호남에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징표다. 방치된 빈집은 마을과 지역사회의 치안과 안전은 물론 경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경우 빈집의 상당수가 건설경기 저하 및 주택 수급 문제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로 구성돼 있지만, 농어촌의 빈집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어 지역의 활력 저하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필자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농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과거에 비해 농어촌의 생활여건이 좋아졌다지만 도시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농어촌의 인구는 줄고 빈집도 급격히 늘고 있으며, 마을 자체가 비어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시골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농어촌 공간구조를 재편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이 농어촌의 빈집을 정비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농어촌의 빈집을 정비하고, 나아가 빈집 자체를 농어촌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회에 들어온 후 2년 단위의 빈집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빈집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빈집정비 강화법’(농촌정비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력을 통해서라도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의 확보도 중요하다. 정비된 빈집 터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그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고 잉여에너지는 판매하는 에너지 자립마을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어촌에 산재한 빈집을 외국인노동자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지난 2020년 실시된 ‘농어업분야 종사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종사 외국인노동자의 약 70%가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등 가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냉난방·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빈집을 외국인노동자들의 숙소로 활용하면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농어촌 내 늘어나는 빈집 방지와 활용을 위한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지난 9월 23일 대표발의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로 빈집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고려할 때, 정부와 지자체는 빈집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필자 또한 농어촌 공간의 재구조화 및 재생을 뒷받침할 법률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서 농어촌의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그리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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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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