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를 대하는 자세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영웅(英雄)의 의미다. 90년대 무협지 영웅부터 최근 세대에게는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히어로(Hero)들까지,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영웅을 하나씩 품었더랬다.
히어로는 영화 속에만 존재할까. 우리의 일상에도 영웅들이 있다. 국민대표 영웅 소방관이다. 소방관은 설문조사 때마다 존경받는 직업, 선호하는 직업 1위로 꼽힌다. 실제로 2016년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직업 1위에 선정되며 국민적 영웅임을 증명했다.
또 하나의 영웅은 미화원이다. 환경미화원은 같은 조사에서 존경하는 직업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가장 저평가되고 열악한 직업 2위에도 뽑혔다. 미화원이 숨은 영웅으로 불리는 이유다.
어디나 청소는 필요하다. 특히 감염병 위기 속에서 곳곳을 닦고 소독하는 청소 노동의 소중함은 극대화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일상이 비대면화 된 와중에도, 사람의 손길이 반드시 닿아야 하는 일이 있다. 배달이 증가한 만큼, 포장재 처리는 미화원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쏟아져 나오는 폐마스크부터 의료페기물 처리도 마찬가지다.
미화원에 대한 처우개선 목소리는 높아진 지 오래다. 2010년 홍익대 청소용역 직원들의 총장실 점거사태를 기점으로 대학 내 미화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수면 위로 올랐고, 2017년 광주에서 환경미화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책 마련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들어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이 7개 과제로 마련됐다. 또 미화원?경비원을 위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필수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범정부TF가 출범했으며, 지난 4월에는 필수노동자지원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 가치를 더욱 존중하는 사회로 진일보하는 순간,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나는 뿌듯함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분들의 처지는 여전히 숨은 영웅 정도에 머물러 있다. 마포 걸레, 빗자루를 나란히 두고 때우는 식사, 쓰레기통을 뒤집어 앉아 잠시 돌리는 숨도 현재 진행형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노동을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필수노동자. 일상을 영웅들에게 맡겨놓았지만, 영웅들의 일상은 지켜주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일, 군산시 한 아파트에서 미화원들이 12년간의 창고 생활을 마쳤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새로 마련된 미화원 휴게실은 에어컨, 냉장고, 커피머신까지 갖추고 있어 러브하우스라고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는 입주민과 군산시의 빛나는 콤비 플레이도 있었다.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 설치 의무는 신축아파트에만 적용돼 기존 아파트는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가 있었지만 한마음이 되어 이를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한 것이다.
90년대 초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은 품었던 영웅이 십수 년이 흘러 히어로로 바뀌는 동안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1992년, 한 여론조사 기관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 세상조사에서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직업 1위는 미화원이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된 그 어린이들은 가장 존경하는 직업 중 하나로 미화원을 꼽는다.
따봉! 고마워요! 감사해요! 는 이제 그만, 제대로 된 지침부터 마련해야 한다. 필수노동 관련자의 말이다. 영웅들을 위해, 숨어 있는 규제를 들어내고 필수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