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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꼼작 않는 날생각이 꽁꽁 얼었다건드리면 칼날처럼 쫘악 쪼개질 터이런 날, 동네 마트 앞 골목 행복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울분이 폭발하는 힘으로 세상을 돌리는 곳이다시퍼런 면도날에 목숨을 맡긴 채시커먼 천장에 매달린 거미를 본다거꾸로 간당간당 사는 묘기를 배운다빨강 파랑 흰색 표시등이 있는 발전소는 귀이개로 간지럼 꽃피우는 이발사가 있다날선 가위로 신뢰를 다듬고 비누거품으로 분노를 씻어버린다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장박동 소리로 녹아드는 강물인가,강이 봄을 업고 발전소 문을 연다.△가족들은 왔다가고 쓸쓸한 그림자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왁자지껄했던 웃음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울분이 폭발할 것 같아, 아예 강물은 눈 딱 감고 꽁꽁 얼었나보다. 가족들을 만날 흥분으로 찾아갔던 이발소. 어쩜 천장에서 곡예사처럼 간당간당 위태롭게 사는 거미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봄은 오고 있다. 시인 이소애
요즈음 세태를 보면 자기 자리 하나 차지하기 위해 일생을 보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어린이집 자리 차지부터 유치원과 학교 그리고 직장, 심지어 노인 복지관까지 한자리 차지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총선을 앞두고 한자리 차지하기 위하여 애쓰거나 자기 자리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 부라리는 사람들을 보면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수소폭탄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를 해도, 어린이집 보육이 중단 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의사당에 한자리 차지하려는 생각에 함몰되어 민족의 앞날이나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 같은 큰 틀의 정치는 밑그림조차 그리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며칠 전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티켓 하나로 3일 동안 새마을호 이하 열차를 몇 번이고 갈아탈 수 있어 떠돌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알맞은 나들이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좌석까지 보장 해 주지는 않았다.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서 앉아 가다 주인이 나타나면 내주어야 한다. 정차 역에서 기차가 서면 플랫폼 승객수를 보면 불안해 진다. 또 승객이 올라와 내가 앉은 자리의 좌석번호를 확인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다가 기차가 출발하면 아직은 내 자리로구나 하고 안도 한다. 그러나 엉뚱한 칸에 올라탔다 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으니 안심할 수만은 없다.동 대구에서 조치원까지 세 번을 옮겨 앉고도 1시간 정도를 입석으로 이동했다. 염치없게도 슬슬 짜증이 났다. 서서 가니 열차 내 전 좌석이 보였다. 쪼바서 우짜까 걱정 마세요 아이들이라 괜찮아요.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젊은 엄마와 팔순의 어르신 이야기 소리다. 먼저 앉아 있는 어르신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하고 아이들과 비좁게 앉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서서 가니 보였다.조치원에서 내려 여수행 열차로 갈아타고 3번 칸으로 갔다. 무궁화호는 3번 칸에 장애인석을 마련하고 있어 좌석이 없는 빈 공간이 있다. 예상 한 대로 빈자리는 없고 장애인 석 뒤편에 대학생 같은 젊은이가 열차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도 반대편 바닥에 무릎 담요를 깔고 신발을 벗고 앉았다. 꼬리뼈 부근에 열차 바퀴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가부좌를 틀고 깊은 호흡을 하면서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좌석권을 사지 않은 나에게 합당한 곳이고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새로 타는 승객 눈치 보랴 옆 좌석 승객 기색 살피랴 빈자리 앉아가는 승객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승무원에게 눈 맞추며 좌불안석하던 것이 좌석 하나 포기하니 이리도 편한 것을- 염치없는 짜증도 가라앉고 마음이 평온해지니 다시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국회의사당에 내 자리가 꼭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열차 바닥에 앉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사람들은 열차를 공짜로 이용하니 염치가 있다면 한번쯤은 나와 같이 티켓을 구입해 삶의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럴 기회도 마음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조흥만씨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덕진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덕진노인복지관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아픈 사연도 추억은 아름답지지천명의 길이 나를 옛집으로 데리고 갔네무거운 정적 몇 겹 둘러친 울타리 너머검정고무신 한 켤레가 기다리고 있었네그 동안 무슨 수상쩍은 일 있었는지정지문은 입을 꽉 다물고졸음에 겨운 시간이 눈비비고 있는 작은방에선구구단을 외고 일기를 쓰는 유년의 밀봉된 꿈이꾀죄죄하니 횃대에 걸려 있었네그걸 못 보게 눈에선 모래알이 서걱거리고달빛이 집안에 가득 찼을 때서까래 낮은 안쪽에선 아버지 기침소리가 들려왔네야윈 달그림자 서성이던 어린 발자국들이서럽게 나를 따라붙어 칭얼거렸네.△아버지 두루마기와 어머니 비로드치마가 걸린 옛집에 가고 싶다. 대나무 막대를 잘라 양쪽 끝에 끈을 매어 벽에 달아매어둔 횃대를 떠올린다. 토방에는 삐뚤뻬뚤 식구들의 고무신이 오빠가 소리 내어 외우고 있는 구구단을 듣고 있을, 그 집에 지천명의 화자가 간다. 명절이면 유년의 꿈이 밀봉된 고향집이 그립다. / 시인 이소애
겨울눈 내린 아침흰 구름하얀 산구름과 산을분별하기 힘든데물 속하얗게 언 삭풍朔風아프게 휜초승달의 등이시리게 희다△병신년 정월 초하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쪽 하늘에서 낮게 뜨는 초승달을 떠올리며 나목의 눈꽃을 본다. 나뭇가지가 초승달처럼 휘어진 것은 생의 무게 때문이리. 구름과 산을 분별하기 힘든 시력도 칼바람이 시린 등을 할퀴고 지나간 충격 때문이리. 설날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눈 내린 아침에 현관에 걸어 둘 복조리를 생각한다. 시인 이소애
둥글다완성이며 시작이다가벼움까지 더했으니어디로든 떠날 수 있겠다무거운 맘으로 나선 길깃털로 감싸인 충만함을 만난다훅 바람이 불면 홀연 떠날 가벼움이건만파란 하늘을 어깨 위에 얹고 당당하기만 하다구원을 향한 신념이라면반사되는 한 줌 햇빛을 모아서도 꽃을 피운다그러하므로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겠다파견을 목전에 둔 은빛 성자민들레 꽃씨△하하하, 가볍다, 그러고 깊다. 파견을 목전에 둔 성자는 먼저 파경으로 떠날 준비를 하리. 하늘거리는 어깨엔 파란 하늘도 당차게 짊어지리. 완성의 가벼움을 맛본 사람은 다시 시작할 힘도 얻으리. 이런 저런 인연으로 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으며, 오직 햇빛 한 줌을 고마워하리, 바위산을 넘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깊이 감사하리. 김영 시인
네 형도 성당으로 가더니왜 너까지절로 가려하느냐에미는 어찌 살라고너만 조용히 절밥 먹고 살면 다더냐너 없는 나는 가시밭길인데절 안 가도 네가 절이고 내가 절인데성당 안 가도 내가 성당이고네가 성당인데정 가려거든 저 둥구나무아래의자나 하나 놓고 가렴△‘지상에서 할 일이란 내가 꽃피는 일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정병렬 시인의 시집 〈외롭다는 것〉의 서시를 읽다가 할! 죽비 한 대 세게 맞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제가 절이고 성당인 것을 아직 젊은 아들은 알아채지 못한답니다. 그건 시간의 선물이지요. 그걸 알아채면, 제가 꽃이라는 걸 알아채면, ‘내가 꽃피는 일’이 삶의 궁극이라는 걸 알아채면, 그 때 활짝 피어 세상의 모든 둥구나무 아래 말없이 제 몸 내어주는 의자가 될 것입니다. 김영 시인
한 집 건너 사는 카자흐민족 아이가 놀러 와서선물로 달을 가져왔단다무거워서 별은 두고 왔단다반갑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여어떻게 들고 왔느냐 물으니날 위해 하늘에 걸어두었단다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려다한국에서 가져온 찰떡파이 몇 봉지를 들고평상에 걸터 앉아 다리그네를 태우니아이도 따라 다리그네를 태우며달 값은 그만 두라며 속삭이듯 말한다수캐도 귀를 세우고 달을 쳐다보았다△이렇게 그림같은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리라. 마당의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일, 이야기꼬리를 물고 생각이 하늘로 달리던 일, 달을 선물로 가져온 아이와 그런 아이를 다리그네 태우며 받아주는 시인의 정경이 참 맑다. 달은 어디에서 샀을까? 어린아이만 달을 사는 법을 안다. 어린아이 같아야 밤하늘에 별을 박아두고 이웃집에 달을 선물한다.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간다. 찰떡파이는 달 속의 토끼가 방아로 찧어 만들었으리라. 김영(시인)
눈이 오네 눈이 내리네눈이 오네 눈이 내리네검은 때 덮어주고 찌든 때 씻겨 주려나 보다소리 없이 사푼사푼하얀 눈이 내리네하늘하늘 춤을 추며살랑살랑 소복소복너와 나 좋은 세상하얀 세상 좋으련만……멍멍이 꼬리치는 세상하얀 눈 내리면 왠지 좋을까△눈이 내린다. 마지막 달력에도 한 해의 고통을 살포시 덮어줄 눈이 내린다. 미움과 욕심의 보따리에도 눈이 내린다. 내년에는 소리 없이 사푼사푼 눈이 내리듯 소외된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야겠다. 부끄러운 결심을 해본다. 하얀 눈이 내리면 왠지 좋다는 시인의 동심이 부럽다. 살랑살랑 내리는 하얀 눈이 검은 근심 씻어 주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이소애 시인
그대는 아는가그대가 사랑한다 말하지만, 오늘도그대 위해 손 모아 기도하는 나의 소리를 듣는가그대가 사랑한다 말하지만, 밤이나 낮이나문밖에 서서 그대 위해 기도하는 내 마음을 아는가사랑은 주고 주어도 받고 받아도 늘 부족한 것사랑도 꿈도 젊음도 세월이 싫고 흐르고 흘러도달이 지구를 바라보며 끝없이 돌고 돌아가듯그대 위한 나의 사랑도 항시 그대로인 것을그대는 아는가.△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조건 없이 딸을 위하여 간절한 기도를 해 주시던 어머니가 그립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자비로운 내가 되어 보는 거다. 자비는 사랑의 명령이다. 주고 주어도 부족한 사랑을 한 소쿠리 담아서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웃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온유한 마음도 옆구리에 끼고 말이다. 이소애 시인
하늘이 가슴을 찢는다.천둥은 소리쳐 포악하고비는 인간의 목숨을 풀어 놓는다.생이 버거워 몸부림치다하늘 지워버리고 싶어공중 헛발질로 자지러지는 빗방울들어제 누군가에게서 마음 접고 돌아섰던등을 쓰다듬듯 잦아드는 빗소리구름기둥에 기대었던 생……만나면 헤어지는 게 운명일지라도길은 언제 어디서나꿈꾸는 무지개를 그린다.바람의 혼 흔들어 깨우고땅과 만난 구름땅과 만난 새벽 4시 17분.△몸에 녹아든 슬픔이 구름이 되었나보다. 가슴 속에 타다 남은 눈물은 새까만 구름이 되었구나. 먹구름. 어쩌란 말인가, 구름도 힘들면 눈물을 쏟는 거지. 빗방울은 유리창을 흔들며 누군가의 그리움을 접는다. 운명이라고 포기하지 마라. 애절한 숙명도 내가 선택한다. 겨울비는 바람의 혼을 깨우는구나. 이소애 시인
시커먼 분장을 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면별자리가 아니라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발밑에 자라는 민들레 씨를 두어 개 꺾어 철모에 달아본다.그래도 생각나면나는후 하고 불어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선 너머로 보내본다.별들도 후하고 불어미리내를 비춰 길을 만든다.아버지는 아버지는분명 받으셨다.왜냐면 저렇게 마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니깐.△보초를 서면서 밤하늘의 아버지에게 민들레 꽃씨를 불어 보내는 아들, 그런 아들의 마음을 받아 은하수 길을 열어주는 별들,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산마루로 내려오는 아버지. 가슴 한 쪽이 싸하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어디서든 대답한다. '오냐, 나 여기 있다'. 김영 시인
지구의 중력 속으로벽시계가 떨어져 깨어지던 날시간을 잃어버렸다.시간 속에서시간 밖을 몰랐던 것.고백하건데이날 이때까지시간의 가위눌림에 살아온 것.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시계가 있던 자리만 찾아깜박 속았던 것.△시간에 발목 잡혀 사는 화자는 벽시계가 깨어지던 날부터 자유인이다. 시간을 잃어버려 시간 밖에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할까. 시간이 화자를 끌고 다니다가 아니, 시간의 명령에 살다가 자유인이 된 화자가 부럽다. 벽시계를 뗀 그림자도 기억하지 않으면 시간은 거꾸로 갈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란다. 이소애 시인
손깍지 끼고옴짝달싹 않을 것 같았지물에 담가봐제 입술 앙등물고 있던혼절한 언어들도 물무늬가 되어스스로 꽃이 되고잎잎 펼쳐 배시시 웃는내밀한 진행의눈부신 사랑이야△아무리 입술을 앙다물어도 물과 만나면 혼절했던 이력이 활짝 열린다. 솔방울도 물을 만나면 제가 건너온 꽃의 길과 잎의 기억을 술술 풀어낸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물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 눈부시게 피어났다. 사람도 물과 친해지면 살아온 길을 반추하도록 장치되어 있다. 가을 바다에 가고 싶다. ·김영 시인
꽁지별이 포물선 괘도를 그리며 어둠을 번뜩인다그 발자국 따라 꼬부랑 할배가 삐뚤빼뚤 별 숲으로 숨는다곧추설 힘을 부러뜨린 시간의 무게,에누리 없는 하루를 차잠차잠 아그똥하게사랑 한 됫박 짊어지고 별 숲으로 간다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별이 되었구나하늘에서 보면 나도 반짝반짝 빛날지도 모른다△ 저 꽁지별은 꼬부랑 할배의 혼불. 사랑 한 됫박을 아끄똥하게 짊어지신 할배는 오늘 밤 별 숲으로 가시는구나. 아금박스럽게 박혀 있는 밤하늘의 저 별은 이승의 사랑이 저 생까지 뻗어가서 빛나는 것이구나. 사랑으로 가을을 타는 나도, 그런 사랑을 놀리는 너도 별이구나. 별천지는 별유천지 비인간이렷다. 참 쉽구나, 별천지 만드는 일. 〈김영 시인〉
불빛 창백한 편의점 안에서뉘 집 아들이 밖을 내다봅니다새벽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밤 새워 바코드를 들여다보며물건 값 계산하기에 바쁘지만이 학생의 장래 꿈은외국어에 능통한 외교관이랍니다고향집에선 엄마가밤길을 나섭니다시린 발 동여매고새벽시장으로 갑니다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고달픈삶의 얼룩을 딛고 갑니다잘 먹고 잘 자야 키가 큰다는디내 새끼는 객지에서 잠도 못자고△어머니는 안아주실 때마다 ‘오메~~ 내 새끼!!’ 하신다. 그 말씀 속에 다 들었다. 더 잘해 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난한 새끼를 보는 애잔함이 다 녹아있다. 잠도 못자고 일하는 아들과 새벽시장에 시린 발을 디디는 어머니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니 곧 따뜻해지겠다. 김영 시인
꽃 없이도 참 달다너는△꽃이 있어야만 과육이 단 것은 아니다. 꽃 없이 저 혼자 속으로 피었을 무화과가 익었다. 화장기 없이도, 화려한 옷 없이도, 참 달다 어머니는, 귀 보드라운 말도 쑥스러워 못하고, 교태부리지 않아도, 부스스한 머리카락 미처 건사하지 못한 채 늘 부엌 한구석을 맴돌아도, 참 달다 아내는. 김영 시인
올가을엔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고추석 달을 안고 다니면서 귀뚫이도 취해서 운다는 이슬주를 마시고 풀벌레랑 함께 울어야지 가을 적막을달이 시들거리면 먹여야지문간너머 빨간 전구 같은 홍시를 따 먹여서고향이 환한 적막의 가슴을 보듬고헐벗은 지붕에 가난 복이 익어가는 조롱박덩실한 달덩이하나 보듬으면열릴까달이랑 박을 안고 가을 북을 치면가난한 적막의 마당 황금이 쏟아질세라이 가을 절 한자리 정중히 올리네하늘에 선영에△매급시 이슬주를 마신 화자처럼 울고 싶다. 풀벌레처럼 아무데서나 퍼질러 앉아서 울고 싶은 가을이다. 고향이 적막하면 가난한 달이 더 슬퍼진다. 양말 뒤꿈치를 꿰맬 때 어머니가 쓰시던 알전구가 빨갛게 익었구나. 홍시를 따서 시들대는 달을 꼬셔볼까. 적막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고 싶은 조롱박이 있는 고향이다. 이소애 시인
둥근달을 올려보며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본다숯덩이 같다던 그 가슴속을 들여다본다갈퀴손 어머니,기름 짤 참깨 아끼지 않고소를 넣어 송편을 빚으셨다꼬깃꼬깃 고쟁이 속 만 원짜리 몇 장한 쟁반 꾹 꾹 눌러 싸 주시던 어머니,부뚜막에 걸터앉아 씹지도 않고 한 술 넘기시듯그렇게 서둘러 숨 넘어 가셨다그 무덥던 계절이 끝난 빈들에마른 풀씨가 흔들린다벌써 몇 년 째 안 보이시는 어머니,오늘 밤엔 제발 유모차 밀고 오시기를 애 터지게빌어 본다보름달이 송편 가득한 쟁반이다딱 어머니 얼굴 같다- 양은쟁반은 어머니의 둥근 마음이 담겨 있다. 추석명절 송편을 만들어서 쟁반에 가득 채우고 나면 보름달은 풍요로워 보였다. 송편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갈퀴손을 떠올리는 화자가 안쓰럽다. 부뚜막에서 찬밥 한 술 넘기시던 어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오시기를 기다려 보는 이번 추석은 더 서글펐을 것이다. 시인 이소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 따라바다로 가는 해가 몸을 풀면한쪽켠의 빈 배들이지난날의 꿈을 말리고 있다.이제 눈부신 수평선은일직선의 제방으로 막히고만선의 기폭은 노을 속에서고개를 숙이고 있다.마지막 체온인 양서로를 끌안고 있는저들 위에갈매기 대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일체를 삼킬 듯이 파도 되어 밀려온다.오 우리의 꿈이었더냐, 희망이었더냐새만금, 새만금!△한쪽켠으로 밀려난 빈 배를 생각한다. 세월은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에 묻혀 빈 배를 만들었다. 빈 배는 폐선일까. 아니다, 싱싱한 꿈을 기다리기 위해 배는 꿈을, 희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렁찬 미래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배는 비어 있다. 풍어와 만선의 울긋불긋한 깃발을 기억하고 있을게다. 이소애 시인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은 남루하다둥글게 말린 등은 감추고 싶은 무엇이그 안에 있다는 뜻인가나는 언제 고개 떨구고등짝을 저렇게 둥글게 말아보았던가그 누구의 위로도 범접하지 못하는둥글게 말린 검은 숲속의 적요어둠이 빛이 되는 순리의 시간이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의 남루를 덮는다-한 해의 타작마당에서 나는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은 가고 남루한 그리움만 남았다. 빈 것을 타작한 모든 것들이 둥글게 말리는 계절이다. 낙엽이 둥글게 말리고, 화려했던 꽃이 둥글게 말리고, 내 등이 둥글게 말리고, 지평선도 둥글게 말린다. 검은 숲에 들어 누구도 범접 못하는 적요를 덮고 이 가을을 견디리라. 그렇게 남루해지리라. /글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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