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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참으로 허망하게 떠났지얼굴 한번 찡긋하며 경계선을 넘어갔지가뭇없이 떠난 빈자리에 바람이 숨죽이며 제 몸을 쌓고이따금 울음처럼 소나기도 머물렀지저 부푼 통증의 흔적 사이로 슬픔 감춘 대답인 채 내 몸속으로 들어온환한 빛한밤중, 어둠 속에 동그란 창을 낸다, 사방으로 불빛이 번진다, 나를 향한 응시를 내 몸에 부려놓는 것인가, 서서히 내 몸에서 삼투압을 일으킨다, 빛 빠져나간 시린 몸에 온기가 돈다자궁 속처럼 따뜻하다다하지 않은 인연으로△유인실 시인은 1997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신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나무는 제 몸을 둥글게 펼쳐 신을 향해 뻗는다〉 등이 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웃었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노랠 불렀습니다 죽어도 아무 말 안 했는데 지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마른번개 진저리치듯 저 홀로 흐느끼더니화엄제비꽃쯤에 가 이른 그녀는육탈된 바람이 되었습니다△조기호 시인은 1960년 〈문예가족〉으로 등단. 시집 〈신화〉 〈아리운 이야기〉 〈백제의 미소〉 〈헛소리〉 등 16권을 냈다.
싸릿대 몽당 빗자루 소품으로 기대놓고며칠째 잠 못 이루는 속내를 알았을까감나무 우듬지 끝에 까치가 사대는 아침딱히 지두를 만한 떨림이야 있겠냐만밤새 내린 적막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 넓던 작은 마당에 뒹구는 감잎 한 장점점 더 깊어지는 중증의 지병 같이어스름 등성 넘어 환한 소식 올 것 같아오늘도 텅 빈 마당을 허투루 쓸고 또 쓴다.△ 김종빈 시인은 199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04년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순환열차〉와 시조집 〈냉이꽃〉 〈몽당 빗자루〉가 있다.
황야를 주름잡던 짐승이여인간의 정이 그리워마침내 넓은 초원을 버리고사람 사는 마을로 돌아온 동물이여.본성이 착한 넌그처럼 육중하고 날쌘 몸매를 지녔음에도맹수의 공포를 아랑곳없이초식만을 고집하는 지조를 지녔구나.적진 속을 내달으며 듣는 네 포효(咆哮)는신명(神明)의 손길 같이아군의 사기를 드높여 주었더니라.아득한 원시의 옛 날우리 조상들은 너의 등을 빌어 천리를 달렸고너의 그 힘과 스피드는 사냥의 보루(堡壘)였나니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너의 그 고귀함과 생명력을 못 잊어철마(鐵馬)를 타고 에쿠스, 갤러퍼를 몰고 있노라.입김으로 보온하기위해 겨울이면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잔다는 지혜로운 영물이여.갑오년 말의 해가 열렸다.용기와 희망을 싣고청마(靑馬)를 탄 왕자가 우리 앞으로 달려오리니.주마가편(走馬加鞭), 용기와 도전으로 도약하는 갑오년이 되라.조국 강산에 새 희망이여 오라.※ 안용호 시인은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시집 〈겨울이 끝날무렵〉 〈내 인생의 낙서〉와 수필집 〈그 곳에 바람 있었네〉 〈그리움은 달빛되어〉가 있다.
사랑은 모르면 몰라도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서정원사가 되려는 일이려니각시붓꽃,양지꽃,쥐오줌풀,자주달개비,하늘나리,까치수염,노루오줌에게매일물을 주고풀을 뽑아주면서꽃을 피우려는 정원사가되려는 일일거야.* 신해식 시인은 1989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왕정동 연가〉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가 있다.
외줄을 붙들고 파닥거리는 것들은 끊어지기 직전의 힘으로 허공과 바닥 사이를 견딘다.삶이, 사랑이 선천적 노예근성을 가진 것들은 팽팽할수록 강렬한 매여 있음의 전율을 느낀다.치오르던 종이 가오리가 홀연 공중제비를 돌 때가 있다. 외줄에 메인 것들은 그런 방식으로 어쩔어쩔 중심을 잡아나간다.항상 그쯤 떠 파닥거리도록 줄을 풀고 당기는 가확한 놀이, 아직도 바람 타는 언덕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아이는 끊겨나가기 직전의 줄이 가장 팽팽하다, 는 것을 모르는지-시집 〈놀이의 방식〉에서* 김유석 시인은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상처에 대햐여〉 〈놀이의 방식〉이 있다.
-휴식행렬 곧게 벌려 놓아도마침표가 없으면 문장이 아닌 것처럼하다 말다 하는 일이라도휴업 신고 없으면 영업 중인 것처럼참 많이도 닳아진 뼈마디물리치료실에 누워 있어도 혹사 중인 것처럼.* 윤현순 시인은 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중심꽃〉 〈되살려 제모양 찾기〉 〈노상일기〉가 있다.
나의 삶속으로 도끼가 내리친다이 도끼날로 어느 정수리를 칠까쪼갤 놈이 너무 많다트럭으로 실어다 높게 쌓아놓고이놈들 신나게 내리치는 맛이 좋아좀 더 세게 쳤더니얼씨구, 위협하며 튀어 오른다이놈들 어떻게 제압하나촛불 끝 아찔한 현기가 일며도끼에 살의가 번득인다-동인시집 〈포엠만경〉 2호에 발표한 시* 임실 출신의 강상기 시인은 1967년 월간종합지 〈세대〉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이색풍토〉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민박촌〉 등이 있다.
굽이 갈린 지 오래다걸을 때 징소리가 나던 구두를딸아이가 정승스레 신발장에 올려놓는다육중한 몸을 실어 나르는데도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준 적 없고더 많은 길을 걷느라더 빨리 걷느라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했다맨홀 뚜껑에 끼어 낑낑대는 나를 버려둔 채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뛰어가는 그를절룩거리며 쫓아가야 했을 때말없이 나를 지켜준 구두는언제나 나에게 유배되었다내일은 굽 먼저 갈아야겠다*곽정숙 시인은 2001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물 흐르는 바위〉 〈그렇게 소녀가 되어갈 무렵〉이 있다.
가을걷이 엊그제 같은데간사지 들판에 벌써 싸리눈 비친다아랫녘 바닷가, 눈 많은 고장인 탓이다개펄에 누운 늙은 고깃배 두어 척그대로 풍경이 되는 마을 끝이름뿐인 선창, 한때어부들 웃음소리 드높았다는 오두막 주점오늘 장사도 될성부르지 않다고향 보자고 찾아든 친구 위해짚검불 타닥대는 아궁이 앞에 쪼그린시인은 소주에 피조개를 시킨다다른 조개는 다 구어 먹어도피조개만큼은 생으로 먹어야 혀피도 먹어야 혀그렇게 잔이 오가다보니소주 몇 병은 일도 아니다조그만 눈 봉우리 된 뒷결 두엄자리 우에오줌발로 우리는 무슨 글자 쓰는가싸락눈은 고대 함박눈으로 되어 있었다* 제1회 군산문학상 수상작. 호병탁 시인은 1990년 시집 〈칠산주막〉을 냈다.
내 모자는 내 머리보다 크지내 신은 내 발보다 크지나보다 크지 않고는 나를 입을 수 없는 나의 바깥들목보다 큰 목걸이를 걸고손가락보다 큰 반지를 끼고거리를 나서네몸 하나에 몇 벌의 바깥을 걸치고몸 하나에 몇 개의 이름을 휘감고사람들을 만나네나보다 커서 나를 감싸주는 허물들나보다 아름다워서 나를 빛내주는 껍질들허물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민달팽이 한 마리 천 - 천- 히 세상을 건너가네.*1998년 전주일보 신춘문예와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세상, 너에게〉 〈나비돛〉이 있다.
눈비 들이치면 무를 못 먹는다기에텃밭 귀퉁이를 판다삽날에 찍혀 달아났다가 절뚝절뚝 되엉기는 햇살,덜 마른 시래기타래에 튕겨 나온 햇살이무구덩이 맨흙 위에 쏠린다뽑히는 게 팔리는 게 통째로 묻히는 게 깜냥인아작아작 씹혀도 몸뚱이밖에 없는 요놈들 자리햇살을 골고루 펴서 깔아야겠지고뿔들지 말라고 흙으로 봉을 올리고짚으로 두툼하게 덮어주리라흙에 검불이 섞이면 무가 썩는다기에삽날에 들러붙는 검불을 떼어낸다* 이병초 시인은 1998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를 펴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빛 햇살이잔누비로 다가와꽃밭을 펼치면비린내 타고 뒹구는 물결에하늘하늘곱게 흔들어온몸으로 짜낸푸르디푸른 해풍 벽에아리게 새긴 추파가열여섯 칸 골을 돌아와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이종희 시인은 93년 등단. 시집 〈바다는 알고 있다〉 〈물어보련다〉와 한·러 대역시집〈새해를 맞으로 뿌쉬낀으로 간다〉가 있다.
몰래 부는 바람 서늘하여열린 창문에 턱 받쳐 세우고까만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어디선가 가까이 들리는풀벌레 소리 정답고흐르는 구름 사이 별빛도 높다동구 밖 짖는 개 소리잠 깨어 구름 속 초승달 따라같이 놀잔다으스름 달빛에 숨어가끔씩 얼굴 내미는 희미한 별깊은 밤을 서럽게 붙들고 있다어둠 밝힐 정의의 횃불 언제 밝히랴* 전근표 시인은 2008년 등단. 시집 〈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있다.
낮 익은 가을이새롭게 찾아온다싸늘한 체감 온도야덧옷 하나로 감싸지만소슬바람에 한기 드는 내 마음은수취인 없는 가슴에 차오른다.파도 일으켜 젊음을수혈하는 바다처럼나는 오늘삶의 지느러미 꿈틀대는반란을 꿈꾼다.* 김돈자 시인은 월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몰라서 마음 편한 세상〉 〈유리벽〉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가 있다.
그리도 가지 말라고 손목 발목을 부여잡고10여 년간 몸부림 발버둥치며 사정 했는데도 무엇이 그리 급하고 역겨워아내는 매정하게 날 뿌리치고, 기어이60년 정든 밧줄 자르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임 떠난 빈자리, 자욱 자국마다 그리움의 먼지만 가득 눈발에 밟히어크고 작은 분화구로 뻥 뚫린 가슴 황소의 한숨만이 드나들며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아리고 쓰린 가슴슬픈 장마 비만 칭얼칭얼 내린다.아아 어찌 하오리까불러 봐도 대답 없고 흔적 없는 신기루처럼 구석구석 살아났다 사라지고 사라지다 살아나는 임의 환상끝없는 아득한 어둠의 사막 길이제 홀아비라는 지팡이에 의지하여외로운 고독만이 밤을 지샌다.* 고두영 시인은 1989년 월간 장르로 등단. 시집'들풀의 향기'등 8권, 문집 '석양의 길목'등 7권이 있다.
순백의 술 한 잔이 목줄을 타고핏줄로 흐르기 전에나는 억센 팔뚝 걷고 들로 나가는농군의 자식이 된다흰옷 입고 죽창 메고 들길 달리던호기로운 동학군의 아들이 된다텁텁한 막걸리 사발 앞에서어깨 껴안고 덩실덩실 춤추던무명옷 입고 살아온 우리 조상님처럼오늘 그리운 사람 불러내어아버지의 노래젓가락장단 농부가나 부를거나숯불 같은 가슴 둘러앉아큰 목소리로 의로운 기운 펄펄 날리며네 입술 건너온 술잔에친구의 노래를 담아 마신다황토언덕 아카시아 하얗게 핀고향 산천 흙내를 퍼마신다.*정군수 시인은 계가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이 있다.
너의 빈자리가 불렀을까바람이 불고 내 귀는 자꾸 가렵다피부를 스치고귀를 간질이는 소리두터운 시간을 깨우는 바람은결 고운 너를 닮았다언젠가 무심한 듯 스쳐가던 네 손길이바람 속에서 자라나잊힌 감각을 건드리는 것인지움켜쥔 것들 슬며시 놓이고나의 미세한 돌기들 바람에 환호한다.속살 같은 바람이 불고바람 속 네 손길이 느껴지면 너에게로만 열린 내 귀는 가렵고 또 가렵다.*조경옥 시인은 1997년 <시와 산문>으로 등단. 시집 <그곳이 비어있다> <말랑말랑한 열쇠>가 있다.
'노인과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 테라짜는 쿠바 작은 어촌 코히마르에 있다. 칵테일 모히토를 마시려고 나는 노인이 되었다. 큰 물고기 가시처럼 삐걱거리는 뼈를 품고 파도가 해안에 부딪쳐 발광할 때 나는 소라처럼 귀를 열고 책을 읽었다. 에너지는 빛을 통해 청각으로 진동한다. 파장의 몸짓을 뇌가 먼저 알고 시련과 극복의 상처를 소리로 글을 들었다.파도는 제각각 언어들을 물고 소리로 문장을 만든다지. 나의 어둔 시력과 청력을 위하여 바다는 크게, 그리고 더 크게 엎드려 발버둥 쳤다. 상어 이빨이 글자를 뜯어먹은 공간에 갈매기 똥이 마침표를 찍는 바다의 책. -2013중산문학상 수상작*이소애 시인은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시간에 물들다'와수상집'보랏빛 연가'가 있다.
어둠처럼 깊어지면 고요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눈빛 맑은 웃음으로 충만하게 했던 것들 삶에 묻혀 살듯 말갛게 가라앉혀진 것들이 밤바람 속에 희미해진 추억으로 풀어져 가슴 가득 환하게 피어나는 노오란 꽃이 되었다.* 오경옥 시인은 1997년'문학21'로 등단. 시집'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든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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