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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우뚝 솟은 것은 사람들이 근심을 산에 놓고 가기 때문이다. 근심도 욕심에서 나오는 것채워지지 못한 욕심들이 하늘 높이 솟아 오른 것이다. 산의 소망이 있다면 저 많은 봉우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낮아져 어느 날은 바다와 같이 땅과 같이눈 높이를 맞추어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아산과 바다가 함께 사는, 그런 경계에 서 있고 싶은 것이다.△ 김한하 시인은 시집〈우렁각시의 꿈〉과 동화 〈나무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냈다.
내 활자에서는 피가 난다아물지 않는 무더위 재채기가 터지자기도에 번식한 아카시나무아직도 건조한 추억 근처를 맴돌고 있다기름 한 입 가득 머금고천만 번 잠을 헹궈도손에는 늘 까만 강이 버스럭거릴 뿐송곳니가 나를 낚는 꿈에서헤어나지 못한다얼마나 또 꽃이 지면 오래 아낀 일기장통째로 열명길에 암장할 수 있을까내 피 묻은 활자는 여전히어둠 저 쪽으로 홀씨를 날리고 있는데△오용기 시인은 2002년 〈문예연구〉로 등단. 해성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여름 청년 (靑年)건장한 키 쑥 쑥 자라는 힘기러기 날개 바람 소리에 사그락 사그락칼날처럼 모진 잎 나비처럼 춤을 춘다 봄부터 가을 까지 들녘을 실록으로 물들게 하네 지리산 도사 삿갓 쓰고 수염을 늘어놓았다 수염 속에 총 총 박힌 옥수수 수염이 늘어질 때 알갱이도 영글어져 가구나수염차 옥수수 향기두 손 모아 하모니카 불며 톡 톡 씹는 맛우리를 즐겁게 하구나△신이봉 시인은 시집 〈씨앗〉과 산문집 〈내가 밟았던 땅〉 등의 저서가 있다. (주)명성화학 회장을 맡고 있다.
비가 오는가어렴풋 꿈결인양 새벽 빗소리불빛 새던 창가에살며시 찾아온 뉘 발소린가들릴 듯 발소리를 낮추어내 곁에 나란히 눕는 새벽 빗소리꿈길로 찾아오는 아련한 사람아나의 빈 뜨락을 적시는 정겨움이여돌돌돌 어릿한 물소리꿈의 이랑을 넘치네흥건히 그리움의 이랑을 넘치네.△허호석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해살의 첫동네〉 등 15권의 저서가 있다.
햇맛에 비할 바 없이 켜켜 묵은 벗이 전해준봄 감자 앞에 놓고 무얼 해먹을까 궁리하다 둘둘갈아서 전을 부치는데 어릴 적 어머니가 쪄 준 감자 맛이 떠올랐는지 껍질 째 밥에 얹으라한다 찐 감자는 후덕후덕 겉옷을 벗길 때 손끝 데이며먹는 맛이 최고이고 친구들이 등 뒤에 단단히 꽂 아준 그 주먹감자까지 밥물에 구수하게 풀린단다 귓전에 윙윙거리는 세상사도 푹푹 익어 부옇게 살빛 오른, 맛있다 모다들 어여 와, 감자나 먹자.△송희 시인은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탱자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와, 가족치유 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가 있다.
치마폭에 숨고 감기고매달리던 어린 시절…강동그늘 80리 일고바라고 기대 살아온 어미품그리움과 후회로뜨거운 여름 한 짐씩져다 쌓아올린 산지나온 만년 앞으로 만년그렇게 쌓아올려지는 높음거기 항상 있으매푸르금에 폭~싸안고꽃피우고 다람쥐 키워내는 넒음.
창문을 열고 너를 보니두고 온 유년의 산천이 그립다가제 잡고 도토리 줍고 산 머루 따 먹든늦 가을 산 자락이 그립다이제 창 가에 눈발이 나무하나달려 가 덮어줄 담요 한 장 없다저자 거리 싸 돌다 마음도 다 삭정이 되었으니바람만 앉아도 부러질듯한 인생 나뭇가지달아, 저 눈 발 그치면 대신골골마다 하얀 솜 이불 펴 주고 가라.△최남호 시인은 2003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 전북아동문학상·마한문학상·한국아동문예상을 수상했다.
바다에 갔다, 바람 부는 날 바람맞아 온몸이 얼얼했다.바다는 출렁거리고 심히 악다구니를 쓴다날던 갈매기가 물살 따라 출렁, 리듬을 탄다바람이 따귀를 쳐도 끄떡없이 제자리 일렬횡대로 지키는 새,무엇이 희고 검다 할 것인가 없고 있다 할 것인가생각도 없고 그저 상像만 바다 한가운데서 바람에 부대껴 출렁거릴 뿐스치고 지나와 눈에 흔들리는 것들 모두파란 바람이 아니고 무엇이랴△전선자 시인은 1996년에는 〈한맥문학〉으로 등단했다.
꽃같이 살자꽃같이 살다가 꽃같이 스러지자꽃물이 꽃무덤을 덮을 때까지 곱게 아름답게 살자눈물은 말라야 하고땀은 씻기워야 하고 맑은 살갗위에 햇살은 비껴서 지나가야 하고꽃같이 살자또옥 꽃같이 살자△채규판 시인은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바람에 서서’등 20여 권의 시와 시조집을 냈다.
몸을 낮춰서 바라보면작은 것들이 다 보인다.평소에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개미새끼도 짚신벌레도무당벌레도 자벌레까지사랑스런 것 아름다운 것눈을 작게 뜨고 바라보면가까이 있는 것들 다 보인다멀리만 보느라 보지 못한 것들맺히는 이슬 벙그는 풀꽃작은 돌맹이 돋는 싹 하나사랑스러운 것 아름다운 것△전원범 시인은 〈시문학〉 천료와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조 당선으로 등단. 광주문인협회장을 지냈으며, 방정환문학상·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손톱만 아프게 남아서〉 등 9권이 있다.
세상에 하찮은 것이 어디 있으랴들나팔 피고지면 더 높이 올라 윗줄기에서 또 한 송이 피어그렇게 수도 없이 반복하더니지고만 꽃마다 움켜쥔 주먹까맣게 익은 꽃씨들이숨 멈추고 들어앉았네줄기를 옮겨 가면서피고 또 피어나기를아침마다 반복하기를가슴 뛰기를 거듭하더니흙 위로 풀인 양 자라나던 초록잎슬금슬금 들나팔을 향하여하늘 맑은 오늘 아침족두리 같은 하얀 꽃을 피웠다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서둘러 제거해야 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그렇게 작고 하찮던 것이이토록 벅찬 기쁨인 것을.△조미애 시인은 1983년 월간 〈시문학〉 초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바람 불어 좋은 날〉과 칼럼집 〈군자오불 학자오불〉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온이스며있는 휴일의 저녁탁자에 앉아허브 향을 눈으로 마신다.케모마일 한 스푼차 주전자에 넣고끓는 물을 천천히 부으니그곳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우러난다.찻잔에 어리는형광등 불빛 한 모금이리저리 그림을 그려보다춤추는 저녁노을짙어진 허브 향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다.△이흥철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찻잔속의 저녁노을〉이 있다.
병원 침대 위로 논이랑 밭이랑 옮겨놓고 어엉차 어엉차 모내기 끝내고 설렁설렁 고추 모종 심는다하늘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서서 하루 종일 4분의 4박자 화음으로 밭고랑을 긁는 가문 숨소리물러서지 못하는 세월 허옇게 드러난 머리카락 희생으로 살아온 삶 추스르지 못한 채 허리에 훈장하나 달았다 무쇠처럼 단단하고 작은 고추처럼 맵고 야무진 꼽꼽쟁이 어머니 병원 침대 위로 논이랑 밭이랑 옮겨놓고 논두렁타고 콩꽃을 피운다 밭두렁타고 깨꽃을 피운다.△이선화 시인은 2006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깜장 고무신〉이 있다.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는 순간 꽃은 졌다피기도 전에 떨어진 꽃잎 마다 슬픔이다차가운 주검으로 돌아 온 꽃들아 미안하다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서내 자식 같은 꽃들아4월이 잔인하게 봄의 얼굴을 할퀴자 일상은 멈췄다아름다운 봄날 날아든 비보에 심리적 공황이 나라를 가득 메웠다대한민국이 슬픔의 바다에 잠겼다눈물이 난다고 가슴이 먹먹하다고영정속의 얼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것도 서로의 손을 잡고 반성하는 것도 죄다 죄다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이 부끄러운 5월바다의 깊이도 모르면서 라면을 먹고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하는 어른들이어서 미안하다△정성수 시인은 시집 〈아담의 이빨자국〉, 동시집 〈할아버지의 발톱〉, 동시곡집 〈동요가 꿈꾸는 세상〉, 시곡집 〈인연〉, 장편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을 냈다.
고창 청보리밭에 가면꽁보리밥이 유명하다모처럼옛날 생각이 나서 먹어보는꽁보리밥양쪽 볼테기에미끈덩 미끈덩꽁보리밥에 눈물 말아 먹던어린 시절이 씹힌다요즘이밥과 육식에식상이 나서 찾아온 젊은이들호기심에 덩달아부모님 따라온 어린아이들저들의 입에선 무엇이 씹힐까△김석천 시인은 1999년 시집 〈세상 뱃속에 있다가〉를 내며 등단. 시집 〈시인의 유방〉이 있다.
언덕배기 나이 든 황소 시린 무르팍 오므리고 앉아 있다. 이랑을 일구며 살아온 세월석양의 내 시처럼 되새김질 하고 있다.제 한 몸 뉘일 곳조차 찾지 못하는 저 커다란 눈망울무심한 워낭 소리만산을 넘는다.△김기화 시인은 2004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산 너머 달빛〉 이 있다.
사흘 봄비의말그르하고 푸르딩딩한 볼을새하얗게 잉끄리고 싶은함치르르한 조선 장닭의 홰치는 소리감잎은 어느새 꼼쥐꼼쥐따스한 볼에 입맞추려 기를 쓰고강아지는 멀뚱말뚱 비란 걸 생전 처음 본다한번 물고 달아나고 싶은데똥똥 짖는다스레트 지붕 위를 옆살 치며 날아가는동네 아줌마들, 참새떼하늘의 방앗간은 비어 있다*유강희 시인은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로 등단.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등이 있다.
아내가 바다로 외출한 뒤 집안은 금세 파도가 출렁인다 철없이 바람을 뒤척이다 나의 키만큼 물 팔매질하고 있을 풀풀 거리는 아내 종이처럼 사는 게 싫어서 애터지게 막막한 생활이 싫어서 키질하는 숨찬 시간이 싫어서 새벽같이 바다로 달아난 아내 매일 보던 집인데도 오늘은 문득 손수건만큼 작아 보인다*이복웅 시인은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삐걱거리는바다〉 〈흔들리는 새야〉 등이 있다.
입가에 안개비 어리어무지개 피운다다문듯 열리는 입술립스틱의 고혹스며드는 봄기운실핏줄의 벅찬 투명여인의 희고 보드란손예쁜 감색紺色 고명매니큐어채워지지 않을 눈망울두근거리는 봄빛수컷들의 행진봄은 여인의 입가에 무지개 피운다△최인호 시인은 계간 〈문학미디어〉로 등단. 시집 〈서정의 분노〉 등이 있다.
나는 당신의 청춘을 들고서 구름 속으로 들어갈래요. 윗목 구름을 뜯고서 베개를 만들고 아랫목 구름은 요를 짜 둥글게 말아 목련꽃을 피울 거죠. 나는 목련꽃에 세 들어 파랗게 익어가는 당신을 바라볼 거라네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건너갈 때면 파랗게 바랜 당신과 나의 청춘은 하늘을 닮아가겠죠. 그때쯤 목련꽃은 벙그러져 하늘을 담고 있어요.으슥한 밤이 되면 초승달 가지 끝에 걸린 우리는 달 속에 숨어들어가 그윽한 달빛을 퍼 담고 있겠죠.당신은 나, 그득그득 은은하게 퍼 담은 달빛으로 파랗게파랗게 익어갈 거예요.내일이면 목련꽃이 활짝 피고요.△ 김성철 시인은 2006년 ‘봉제동 삽화’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됐다.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김온 : 다섯 줄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