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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좋아더 붉게 고이는 그리움딸애의 손톱마다어린 날의 기억 칭칭 묶어놓고한밤을 같이 뒤척였습니다밤새도록 풀어지던 세월 너머에꽃보다 곱던 어머니 웃음봉숭아꽃 빛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가슴 조이는 아침에.-김월숙 시인은 1998년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가 있다.
바람너는 좋겠다어제와 내일 아랑곳없이늘 오늘 위에 올라앉아무게를 견주지 않아도 되는 바람너는 좋겠다가고 멈춤에 매이지 않아도 되고만나고 싶은 곳 찾아들어도아무도 볼 수 없는 바람너는 좋겠다가벼운 산들바람모든 걸 휩쓰는 세찬 바람누가 너의 강약을 따지며왜 옆으로만 간다고 시비하랴나그저한 자락 바람이고 싶다* 김계식 시인은 2002년 '한국창조문학'으로 등단. '사랑이 강물되어''뭇별 속에 묻어두고'등 14권의 시집이 있다.
올해엔 내 영혼의 감 한 접 따겠다. 온몸에 붉은 시간들을 접붙이고 있으면 어린 손자 늙어가는 시간까지 붉게 물들겠다.붉다는 것은 처녀애를 만나는 설렘, 하루 몇 번씩 눈 맞아 철들다보면 마음속까지 붉어진 홍시紅詩 한 알이 하늘 가지에서 훌쩍 뛰어내리겠지. 잘 익은 가슴 열고 붉은 시가 눈 맞춤을 청하면서금단의 젖꼭지부터 몽실몽실 가슴 훔쳐보고 싶었던 사춘기처럼 황송하게 받아든 두 손바닥에 몸을 부리고 마는 홍시紅詩, 물컹해진 달고 보드라운 시간이 한없이 무거운 가을과 함께※ 이운룡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등단. '새벽의 하산''어안을 읽다' 등 10여권의 시집과 평론집이 있다. 현재 전북문학관장·세계한민족작가연합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술을 마셔 본 사람은 안다걸터앉은 자리마다 용담꽃방석인 것을 독한 술도 순한 이슬이 된다는 것을부딪치는 술잔에서 심장소리가 들린다는 것을술병에서 울컥 울컥 시詩가 쏟아진다는 것을천지가 푸른 눈물로 빚은 술항아리라는 것을*한선자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울어라 실컷, 울어라'를 냈다. 현재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아침은 거르지않고 산길에 나서리산은 푸르르고숲 속을 따라 흐르는 물이발 아래 도란댄다나에게 시간이 있다면이끼 묻은 돌맹이 하나 주워들고내 남은 날의 숨소리를 불어넣으리바위틈에 묻어놓고 그리고 기다리리언젠가 내 돌맹이도 자라큰 바위가 되어서저 하늘의 빛들과 소곤거리며날아가는 검정새를 손짖하며 부르리봄 여름 가을 겨울비가 오거나눈이 오거나* 최만산 시인은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및 저서로'허구의 숲''나의 작은 잎새들''소설과 영화''파이오니어' 등이 있다.
파도가 힘없이 몰려와 부서진다앙상한 폐선등뼈 훤히 들여다보이는방파제짠물에 절어검게 그을린 어부끈질기게버틴 해송모두 갯바람 안고독공 중이다숨통 조인 채 나자빠진거전포구는 아는지 모르는지물막이 공사에 갇힌숭어 떼 뛰고 비린내 아직 물씬한데* 이형구 시인은 2001년 '공무원문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곁에 두고 싶은 사랑', '시의 여울목에서','시의 날개시의 품안에서' 등이 있다.
고향 집 대청마루어머니 잔기침이 봉지에 쌓여 매달려 있다해가 바뀌면 푸른 잎이 돋아꽃피우고 열매 맺던씨앗들이 입춘의 아침부터 기침을 한다아무도 소리 듣지 못한다아니, 아무도 소리 듣지 않는다다만 분명한 사실은더 이상 씨앗 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제 잡초를 뽑기보다는 이미뿌린 씨앗의 싹을 뜯어내는 일이다들판의 곡식도 농부의 잔소리 듣지 않으면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입춘의 이른 아침부터 잔기침에 깬 어머니먼지 쌓인 빈 봉지만경들 지나는 바람에 날리고 있다.*유대준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눈 바로 뜨고 게는 옆으로 간다', '춤만 남았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대병원 영상학과 근무 중이다.
어디로든 돌아가서피삭은 육신을 편안하게눕히고 싶다네흔들리는 어느 지각의 틈새에 끼어메마른 강둑을 막아줄 수나 있겠는가해머소리는 멈췄네적막하네이제는 삶에 지친 누군가의 주머니 속날선 부싯돌로 남아서들불을 일으켜 줄 격정의 언약도빈말이 되고 말았다네그렇다네이 세상 껍데기들은 모두거푸집처럼 형상을 짓고 살다가 헐어지고 찌그러지고 그림자마저 없어지는 것지금쯤 나를 아프게 찢고 부화된 새 한 마리는어느 숲길을 잘도 날고 있는지오늘은 차디찬 빗줄기만 내리치네어디 들어설 처마 밑도 없다네몇 세월 그렇게 눈물 짓다보면 돌꽃도 피겠지*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헛짚어 살다가''푸새 한 마당''새벽길 떠날 때''녹두꽃 한채반'과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산문집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등이 있다.
저, 함박꽃나무가 일 년에 딱 한차례씩 공들여 희디흰 쌀밥을 지어올린 다는 걸 애써 함박, 웃지 않아도 다 안다무쇠솥뚜껑을 막 열고 퍼 담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하얀 고봉밥돌아가실 때 더어얼퍽, 되엎어 놓은 밥그릇 같은 둥근 봉분안의 빼빼 마른 우리 어머니그곳에서도 여직 다리가 불편하신지머리칼 하얘져 절반은 무덤이 된 내가 마른 뼈 삭아 절반은 흙이 된 어머니 곁에,무릎 꿇고 한 숟갈 푹 떠서 먹여드리고한술 더 떠서 억지로 먹여드리고 싶은 저, 따끈따끈한 한 공기의 밥흰 밥물 넘치듯 퍼지는 밥 냄새에삼시세끼입 싹 씻고아슴아슴 젖어 내 눈물만 불리는 저, 함박- 김기찬 시인은 1994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남해 쪽빛 바다수평선 멀리그리움을 이고 서 있는푸른 섬들을한없이 돌아돌아그곳에 가면충무라는 옛 이름이 더 정겨운 곳청춘의 쓸쓸함에어디론가 떠돌고 싶었던스물 셋 수평선이통영과 맞닿았던 곳흰 물새들이 날개를 펴내 마음의 비애를짠 바닷물에 적셔주던 곳그 젊은 날 수평선 넘어가서오지 않던 사랑기다리다 기다리다노을길 일몰 속에 잠기었던 곳* 우미자 시인은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 '길 위에 또 길 하나가'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고 있었다'가 있다.
아내의 손결 손결에서둥글넓적한 하얀 접시꽃을하늘을 우러러 받쳐 든다.모시옷소매 적시며행주그릇 포개어놓고밥알 주워 먹을 듯한 깨끗한 학독오늘도 정숙한 아내의 마음 실어한잎 두잎 덕 두화로 피는접시꽃 같은 당신의 영혼.*김정웅 시인은 1975년 한국방송공사 시 공모에 당선되고, 1988년 '동양문학'으로 재등단했다. 첫 시집'안나의 강변'에서부터 최근 발간한'아내에게' 까지 22권의 시집이 있다.
아침마다구운 커피열매 한줌 파쇄기에 넣고뻑뻑한 손잡이를 돌린다돌릴 때마다톱니바퀴에 걸려존재를 마감하는 열매들한 올 한 올 부서지고 깨어져 가루 되는까만 짓이김의 느낌손끝에 전해져 올 때지난 저녁비겁한 관대와 무능한 용서를 후회하며오늘 저녁비겁한 자학과무식한 질타를 요구하며오늘 이 하루소리 죽여새까만 하루를 맞이한다*이문근 시인은 2009년'시선'으로 등단. 시집 '봄이 오는 까닭'이 있다.
강산이 피가 되고 강물이 피바다가 되었구나강대국이 갈라놓은 땅 삼팔선 힘없는 강물 이데올로기 전쟁인간도 잿더미 강토도 잿더미라 비극의 울음이여 이토록 고통과 고난의 길이였는가고향을 부모 형제를 여의고 그때울음을 잊었느냐좌로 우로나누어지면 끊어진다자기중심을 똑바로 서라나라의 기둥으로역사는 맹수다약한 자는 잡아먹힌다정신 차려야한다- 신이봉 시인은 2012년 '전북문단'으로 등단, '시와 기도집'을 냈다.
여우 비 오는 날씨에는하늘 가로 질러무지개가 뜨곤 했었지.일곱 색깔 아우라진 조명찬란한 오작교처음도 끝도 알 수 없으나어느 산골 옹달샘에 뿌리 내려선녀들이 물 길러 내려올 것만 같았고저 다리를 건너면그 어딘가 낯선 세상팔자가 탁 트일 것 같았는데아무리 쫓아다녀도꿈은 높고 멀어오를 수 없는 어린 날 그 시절하지만 언젠가는 꼭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어 바라보는무지개다리.△장태윤 시인은 1990년 '한국시'로 등단. '난꽃 바람꽃 하늘꽃' 등 10권의 시집이 있다.
짙은 숲작은 오솔길 하나도란도란 이야기 꽃길 만들며사뿐사뿐 걸어 봅니다이름 모를 들꽃 향기싱그러운 자신 내어주고삼나무 사이로 얼굴 내민 햇살행복한 미소만 가득아무도 찾지 않던 이 길단내 나는 우리 모습에숨죽이던 산새들푸드득 홰치며적막을 걷어 갑니다.△김철모 시인은 제12회 설중매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고향 지사리''또 하나의 행복''봄은 남쪽 바다에서 온다'가 있다.
온 세상 펑펑 터지는 봄날의 꽃빛이여.눈 비비며 잠에서 깨어난 내변산, 선녀탕에 속살 씻고 분옥담에 마음 행궈 산 능선 잡아채니 꼭꼭 숨었던 직소폭포 이내 알몸 째 간드러진다. 부서지고 흩어지다 마른 세상 틈새도 적시는 물굽이신생의 마음 속내 풀어 속진의 허물 벗은 저 살빛이여△이종호 시인은 1999년'표현'으로 등단. 계간 '문예연구'편집장을 지냈으며, 신아출판사 상무로 재직중이다.
꽃아너와의 눈맞춤이 없었다면얼마나 허전할 일이냐꿈꾸는 눈망울로영원을 응시하는 앳띤 사람아고운 숨결내마음 사로잡아입맞춤으로 이어진다사랑의 여운 저물어가는 이 봄날물새도 가버린 강가에서얼마나한 외로움이었느냐겨우내 앓았을 사랑아꽃아△양경화 시인은'전북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멀리서 오는 소리'가 있다.
그 여자는 낙태를 경험했다. 목숨과 바꿀 수 없어 태아를 버렸다. 버린 태아가 생각 속에 살아서 발로 차거나 몸을 돌리고 양수를 터뜨리면서 세상을 향해 버둥거린다.그런 후, 여자는 연어의 붉은 살을 먹지 않는다. 바다 무늬가 있는 연어가 수천 킬로미터 헤엄쳐온 파도 자국을 잊지 못해 자궁 흉터 같은 산란지를 찾는 본능을 질투하면서그 여자는 발꿈치에 물집 생기도록 떠돌아다녀 뼈마디가 물지게처럼 삐거덕거렸다.연어는 산란 후 피와 살을 다 버린다.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꼬리를 앞뒤로 흔드는 사투는 최후 목숨이 끊어지는 어미의 기도, 죽음을 딛고 죽음을 극복한 연어의 삶이다.연어를 사랑한다. 파편이 된 깨달음이다.△ 이소애 시인은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와 수상집'보랏빛 연가'를 펴냈다.
세상의 슬픔을 물고영원을 나르는 영혼의 하얀새여! 문득 돌아보니,방랑의 슬픔과 사랑의 이별이 어우러진,내 어린날의 노래였다.가늠할수도, 헤아릴수도 없는 무궁의 손짓을,우리는 언제나 꿈꾸고,조용히 듣는다. 그리고 읊조린다.오호, 보라!내 푸르른날의 노래를,아득히 흘러가는 저 먼 옛날의 노래.천천히, 천천히, 천천히,슬픔처럼, 눈물처럼 그리움으로 일어나,소리없이, 소리없이, 소리없이,외롭게 흘러간다.내 젊은 날이 그러했듯이,내 사랑이 그러했듯이,△문종순 시인은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시집'밤하늘의 연가'가 있다.
버들가지 출렁거리며강줄기에 첫 음을 잡아주고 있다지난해 묵은 가지 구워서 만든 목탄을 들려주었다 소리청엘 다녀오게 한 것, 올봄 첫 연주회 지휘를 맡겼다 메아리는 다 걸러내고 처음 소리만 그려 오라 했다뒷애기나 만들던 잎사귀들은 다 흘러가버렸고 더러 화석으로 마저 부서지고 있었지만 맨 처음 입 열던 소리, 봉오리 열던 소리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기둥을 세운다행여 도서청이나 박물청은 얼씬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야기꾼들은 아무래도 악보를 들이댈 테니까자작나무, 참나무, 박달나무, 붉나무, 단풍, 솔, 닥, 시간을 두고라도 빛깔로 여는 처음의 소리! 악보보다 먼저지 강 건너 먼 산 갈피갈피 초록 단행본 하나 엮어내겠다고 한다.△진동규 시인은 1978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 '꿈에 쫓기며''민들레야 민들레야''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구시포 노랑 조개''곰아곰아'와, 시극 '일어서는 돌''자국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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