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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엊그제 같은데간사지 들판에 벌써 싸리눈 비친다아랫녘 바닷가, 눈 많은 고장인 탓이다개펄에 누운 늙은 고깃배 두어 척그대로 풍경이 되는 마을 끝이름뿐인 선창, 한때어부들 웃음소리 드높았다는 오두막 주점오늘 장사도 될성부르지 않다고향 보자고 찾아든 친구 위해짚검불 타닥대는 아궁이 앞에 쪼그린시인은 소주에 피조개를 시킨다다른 조개는 다 구어 먹어도피조개만큼은 생으로 먹어야 혀피도 먹어야 혀그렇게 잔이 오가다보니소주 몇 병은 일도 아니다조그만 눈 봉우리 된 뒷결 두엄자리 우에오줌발로 우리는 무슨 글자 쓰는가싸락눈은 고대 함박눈으로 되어 있었다* 제1회 군산문학상 수상작. 호병탁 시인은 1990년 시집 〈칠산주막〉을 냈다.
내 모자는 내 머리보다 크지내 신은 내 발보다 크지나보다 크지 않고는 나를 입을 수 없는 나의 바깥들목보다 큰 목걸이를 걸고손가락보다 큰 반지를 끼고거리를 나서네몸 하나에 몇 벌의 바깥을 걸치고몸 하나에 몇 개의 이름을 휘감고사람들을 만나네나보다 커서 나를 감싸주는 허물들나보다 아름다워서 나를 빛내주는 껍질들허물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민달팽이 한 마리 천 - 천- 히 세상을 건너가네.*1998년 전주일보 신춘문예와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세상, 너에게〉 〈나비돛〉이 있다.
눈비 들이치면 무를 못 먹는다기에텃밭 귀퉁이를 판다삽날에 찍혀 달아났다가 절뚝절뚝 되엉기는 햇살,덜 마른 시래기타래에 튕겨 나온 햇살이무구덩이 맨흙 위에 쏠린다뽑히는 게 팔리는 게 통째로 묻히는 게 깜냥인아작아작 씹혀도 몸뚱이밖에 없는 요놈들 자리햇살을 골고루 펴서 깔아야겠지고뿔들지 말라고 흙으로 봉을 올리고짚으로 두툼하게 덮어주리라흙에 검불이 섞이면 무가 썩는다기에삽날에 들러붙는 검불을 떼어낸다* 이병초 시인은 1998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를 펴냈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빛 햇살이잔누비로 다가와꽃밭을 펼치면비린내 타고 뒹구는 물결에하늘하늘곱게 흔들어온몸으로 짜낸푸르디푸른 해풍 벽에아리게 새긴 추파가열여섯 칸 골을 돌아와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이종희 시인은 93년 등단. 시집 〈바다는 알고 있다〉 〈물어보련다〉와 한·러 대역시집〈새해를 맞으로 뿌쉬낀으로 간다〉가 있다.
몰래 부는 바람 서늘하여열린 창문에 턱 받쳐 세우고까만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어디선가 가까이 들리는풀벌레 소리 정답고흐르는 구름 사이 별빛도 높다동구 밖 짖는 개 소리잠 깨어 구름 속 초승달 따라같이 놀잔다으스름 달빛에 숨어가끔씩 얼굴 내미는 희미한 별깊은 밤을 서럽게 붙들고 있다어둠 밝힐 정의의 횃불 언제 밝히랴* 전근표 시인은 2008년 등단. 시집 〈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있다.
낮 익은 가을이새롭게 찾아온다싸늘한 체감 온도야덧옷 하나로 감싸지만소슬바람에 한기 드는 내 마음은수취인 없는 가슴에 차오른다.파도 일으켜 젊음을수혈하는 바다처럼나는 오늘삶의 지느러미 꿈틀대는반란을 꿈꾼다.* 김돈자 시인은 월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몰라서 마음 편한 세상〉 〈유리벽〉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가 있다.
그리도 가지 말라고 손목 발목을 부여잡고10여 년간 몸부림 발버둥치며 사정 했는데도 무엇이 그리 급하고 역겨워아내는 매정하게 날 뿌리치고, 기어이60년 정든 밧줄 자르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임 떠난 빈자리, 자욱 자국마다 그리움의 먼지만 가득 눈발에 밟히어크고 작은 분화구로 뻥 뚫린 가슴 황소의 한숨만이 드나들며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아리고 쓰린 가슴슬픈 장마 비만 칭얼칭얼 내린다.아아 어찌 하오리까불러 봐도 대답 없고 흔적 없는 신기루처럼 구석구석 살아났다 사라지고 사라지다 살아나는 임의 환상끝없는 아득한 어둠의 사막 길이제 홀아비라는 지팡이에 의지하여외로운 고독만이 밤을 지샌다.* 고두영 시인은 1989년 월간 장르로 등단. 시집'들풀의 향기'등 8권, 문집 '석양의 길목'등 7권이 있다.
순백의 술 한 잔이 목줄을 타고핏줄로 흐르기 전에나는 억센 팔뚝 걷고 들로 나가는농군의 자식이 된다흰옷 입고 죽창 메고 들길 달리던호기로운 동학군의 아들이 된다텁텁한 막걸리 사발 앞에서어깨 껴안고 덩실덩실 춤추던무명옷 입고 살아온 우리 조상님처럼오늘 그리운 사람 불러내어아버지의 노래젓가락장단 농부가나 부를거나숯불 같은 가슴 둘러앉아큰 목소리로 의로운 기운 펄펄 날리며네 입술 건너온 술잔에친구의 노래를 담아 마신다황토언덕 아카시아 하얗게 핀고향 산천 흙내를 퍼마신다.*정군수 시인은 계가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등이 있다.
너의 빈자리가 불렀을까바람이 불고 내 귀는 자꾸 가렵다피부를 스치고귀를 간질이는 소리두터운 시간을 깨우는 바람은결 고운 너를 닮았다언젠가 무심한 듯 스쳐가던 네 손길이바람 속에서 자라나잊힌 감각을 건드리는 것인지움켜쥔 것들 슬며시 놓이고나의 미세한 돌기들 바람에 환호한다.속살 같은 바람이 불고바람 속 네 손길이 느껴지면 너에게로만 열린 내 귀는 가렵고 또 가렵다.*조경옥 시인은 1997년 <시와 산문>으로 등단. 시집 <그곳이 비어있다> <말랑말랑한 열쇠>가 있다.
'노인과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 테라짜는 쿠바 작은 어촌 코히마르에 있다. 칵테일 모히토를 마시려고 나는 노인이 되었다. 큰 물고기 가시처럼 삐걱거리는 뼈를 품고 파도가 해안에 부딪쳐 발광할 때 나는 소라처럼 귀를 열고 책을 읽었다. 에너지는 빛을 통해 청각으로 진동한다. 파장의 몸짓을 뇌가 먼저 알고 시련과 극복의 상처를 소리로 글을 들었다.파도는 제각각 언어들을 물고 소리로 문장을 만든다지. 나의 어둔 시력과 청력을 위하여 바다는 크게, 그리고 더 크게 엎드려 발버둥 쳤다. 상어 이빨이 글자를 뜯어먹은 공간에 갈매기 똥이 마침표를 찍는 바다의 책. -2013중산문학상 수상작*이소애 시인은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시간에 물들다'와수상집'보랏빛 연가'가 있다.
어둠처럼 깊어지면 고요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눈빛 맑은 웃음으로 충만하게 했던 것들 삶에 묻혀 살듯 말갛게 가라앉혀진 것들이 밤바람 속에 희미해진 추억으로 풀어져 가슴 가득 환하게 피어나는 노오란 꽃이 되었다.* 오경옥 시인은 1997년'문학21'로 등단. 시집'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든다'가 있다.
빛이 좋아더 붉게 고이는 그리움딸애의 손톱마다어린 날의 기억 칭칭 묶어놓고한밤을 같이 뒤척였습니다밤새도록 풀어지던 세월 너머에꽃보다 곱던 어머니 웃음봉숭아꽃 빛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가슴 조이는 아침에.-김월숙 시인은 1998년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가 있다.
바람너는 좋겠다어제와 내일 아랑곳없이늘 오늘 위에 올라앉아무게를 견주지 않아도 되는 바람너는 좋겠다가고 멈춤에 매이지 않아도 되고만나고 싶은 곳 찾아들어도아무도 볼 수 없는 바람너는 좋겠다가벼운 산들바람모든 걸 휩쓰는 세찬 바람누가 너의 강약을 따지며왜 옆으로만 간다고 시비하랴나그저한 자락 바람이고 싶다* 김계식 시인은 2002년 '한국창조문학'으로 등단. '사랑이 강물되어''뭇별 속에 묻어두고'등 14권의 시집이 있다.
올해엔 내 영혼의 감 한 접 따겠다. 온몸에 붉은 시간들을 접붙이고 있으면 어린 손자 늙어가는 시간까지 붉게 물들겠다.붉다는 것은 처녀애를 만나는 설렘, 하루 몇 번씩 눈 맞아 철들다보면 마음속까지 붉어진 홍시紅詩 한 알이 하늘 가지에서 훌쩍 뛰어내리겠지. 잘 익은 가슴 열고 붉은 시가 눈 맞춤을 청하면서금단의 젖꼭지부터 몽실몽실 가슴 훔쳐보고 싶었던 사춘기처럼 황송하게 받아든 두 손바닥에 몸을 부리고 마는 홍시紅詩, 물컹해진 달고 보드라운 시간이 한없이 무거운 가을과 함께※ 이운룡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등단. '새벽의 하산''어안을 읽다' 등 10여권의 시집과 평론집이 있다. 현재 전북문학관장·세계한민족작가연합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술을 마셔 본 사람은 안다걸터앉은 자리마다 용담꽃방석인 것을 독한 술도 순한 이슬이 된다는 것을부딪치는 술잔에서 심장소리가 들린다는 것을술병에서 울컥 울컥 시詩가 쏟아진다는 것을천지가 푸른 눈물로 빚은 술항아리라는 것을*한선자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울어라 실컷, 울어라'를 냈다. 현재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아침은 거르지않고 산길에 나서리산은 푸르르고숲 속을 따라 흐르는 물이발 아래 도란댄다나에게 시간이 있다면이끼 묻은 돌맹이 하나 주워들고내 남은 날의 숨소리를 불어넣으리바위틈에 묻어놓고 그리고 기다리리언젠가 내 돌맹이도 자라큰 바위가 되어서저 하늘의 빛들과 소곤거리며날아가는 검정새를 손짖하며 부르리봄 여름 가을 겨울비가 오거나눈이 오거나* 최만산 시인은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및 저서로'허구의 숲''나의 작은 잎새들''소설과 영화''파이오니어' 등이 있다.
파도가 힘없이 몰려와 부서진다앙상한 폐선등뼈 훤히 들여다보이는방파제짠물에 절어검게 그을린 어부끈질기게버틴 해송모두 갯바람 안고독공 중이다숨통 조인 채 나자빠진거전포구는 아는지 모르는지물막이 공사에 갇힌숭어 떼 뛰고 비린내 아직 물씬한데* 이형구 시인은 2001년 '공무원문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곁에 두고 싶은 사랑', '시의 여울목에서','시의 날개시의 품안에서' 등이 있다.
고향 집 대청마루어머니 잔기침이 봉지에 쌓여 매달려 있다해가 바뀌면 푸른 잎이 돋아꽃피우고 열매 맺던씨앗들이 입춘의 아침부터 기침을 한다아무도 소리 듣지 못한다아니, 아무도 소리 듣지 않는다다만 분명한 사실은더 이상 씨앗 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제 잡초를 뽑기보다는 이미뿌린 씨앗의 싹을 뜯어내는 일이다들판의 곡식도 농부의 잔소리 듣지 않으면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입춘의 이른 아침부터 잔기침에 깬 어머니먼지 쌓인 빈 봉지만경들 지나는 바람에 날리고 있다.*유대준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눈 바로 뜨고 게는 옆으로 간다', '춤만 남았다' 등이 있다. 현재 전북대병원 영상학과 근무 중이다.
어디로든 돌아가서피삭은 육신을 편안하게눕히고 싶다네흔들리는 어느 지각의 틈새에 끼어메마른 강둑을 막아줄 수나 있겠는가해머소리는 멈췄네적막하네이제는 삶에 지친 누군가의 주머니 속날선 부싯돌로 남아서들불을 일으켜 줄 격정의 언약도빈말이 되고 말았다네그렇다네이 세상 껍데기들은 모두거푸집처럼 형상을 짓고 살다가 헐어지고 찌그러지고 그림자마저 없어지는 것지금쯤 나를 아프게 찢고 부화된 새 한 마리는어느 숲길을 잘도 날고 있는지오늘은 차디찬 빗줄기만 내리치네어디 들어설 처마 밑도 없다네몇 세월 그렇게 눈물 짓다보면 돌꽃도 피겠지*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헛짚어 살다가''푸새 한 마당''새벽길 떠날 때''녹두꽃 한채반'과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산문집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등이 있다.
저, 함박꽃나무가 일 년에 딱 한차례씩 공들여 희디흰 쌀밥을 지어올린 다는 걸 애써 함박, 웃지 않아도 다 안다무쇠솥뚜껑을 막 열고 퍼 담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하얀 고봉밥돌아가실 때 더어얼퍽, 되엎어 놓은 밥그릇 같은 둥근 봉분안의 빼빼 마른 우리 어머니그곳에서도 여직 다리가 불편하신지머리칼 하얘져 절반은 무덤이 된 내가 마른 뼈 삭아 절반은 흙이 된 어머니 곁에,무릎 꿇고 한 숟갈 푹 떠서 먹여드리고한술 더 떠서 억지로 먹여드리고 싶은 저, 따끈따끈한 한 공기의 밥흰 밥물 넘치듯 퍼지는 밥 냄새에삼시세끼입 싹 씻고아슴아슴 젖어 내 눈물만 불리는 저, 함박- 김기찬 시인은 1994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새만금의 것은 새만금에게
전주문화재단 20년, 정체성·역할 재정립을
지방선거 본격 불법행위 신속 엄단 대응을
“시민의 일상이 관광이 되는 도시 전주”
단체장 경선이 중요한 이유
탑-승한
지속 가능한 토석 채취를 위한 방안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전북은행장, 지역이해도 높은 내부 발탁을
논란빚는 전주 경전철사업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