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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한발 앞서 들이닥쳐 열정의 계절을 한바탕 흔들어대고 세상을 들었다 놓은,청춘의 한 가운데를 긋고 지나간,태풍 지나간 자리에 패인 상처에서 거듭 고개 숙이는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마음 끝끝까지 펼쳐 모난 곳 덮어주는 보자기가 되게,희미하게나마 어두운 곳 밝히는 60촉짜리 전깃불이라도 되게, 추위 앞두고 동당거리는 마음 감싸줄털옷이 되게,서로들 저만큼 서있는 사람들반보기 하게 하소서서툰 발걸음으로 징겅징겅 세상파도를 건너는징검다리가 되게,한 잎 한 잎 잘 썩어겨울 잠 속에서도 싹 틀 준비하는 씨앗의 이불이 되게,바람에 날려 흙으로 가는 잎새가 되어무엇이든 되게 하소서기어코 추락하게 하는 가을을 감사하게 하소서가을과의 속 깊은 첫 만남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 가을엔※권천학 시인은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고독 바이러스''초로 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등 9권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 거주.
풀잎 끝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네요.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요.놀라워라. 저 완벽한 수평.내 생각의 수레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단 1분도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데.정육점 주인이 바라보는 달과 달 사이에서심하게 흔들리는데.잠자리야, 풀잎 끝에서도 면벽(面壁)하는잠자리야.어쩜 좋아? 가을은 점점 깊어 가는데※ 진진 시인은 200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40명의 도둑에게 총살당한 봄'이 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생각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시를 쓴다지웠다 하면서 빈 나뭇가지에어찌 쓸쓸한 하늘을 걸어 놓는가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허호석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햇살의 첫동네' 등 15권의 저서를 펴냈다.
흔들리자아찔하게 바람 속에서 내 존재의 무게도 없이고운 목소리 어느 그리움에 목을 매어깍, 깍 짖어 보자달빛에 피곤한 삶은 잠재우고바람 앞에 깃을 벌려 내 몸 하나 내놓고 말갛게 씻어보자마음이 무거워 떨구는 낙엽지상에 뒹구는 붉고 고운 색깔은 버려라그래요, 한 해 겨울 흔들리면 어쩌랴내 안에 초롱 하나 걸어 두고 간절히 깜박이는 기다림이면 어쩌랴뜻을 높이 세워 깍, 깍 짖어라첫눈 내리면 첫눈에 기대일 몸 하나 마음 하나로 묶어서※ 장욱 시인은 199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등이 있다.
산 능선을 기어오르는 길은 팍팍하다. 때죽나무, 팥배나무, 상수리나무, 산벚나무 여름내내 동그랗게 몸을 말아 올리며 습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숲의 정기는 영글었나보다. 가끔씩 폐부 깊이 응혈된 혈이 쏟아진다. 살아온 만큼 버리고 간다.다시 길을 찾아 걸으면 산자락 밑에 한 그림자 숨었다 사라지고 들국화 한들한들 웃다가 말다가 두리번거리며 걸어보는 길이제 가야 할 때가 가까와 진다. 예고된 긴 장강長江이 서산마루에 금니박이로 웃고 있다.※ 백승연 시인은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겨울 잠행'이 있다.
나는 지금 아주 위험하다그간 비틀거리기만 하다가꼭 40년만에 고향에 와서아무나 껴안고 울고 싶게행복하니까."인생은 짧다, 시시하게 굴지 마라"이는 내가 내게 주는 말지금의 내겐죽음의 불안이나 살아온 삶의얼룩 같은 것은 안중에 없어영원히 이 자리에 선 채로화석이 되고 싶다.
갈, 억새 날 벼린 잎벌레소리 얇게 썬다.잉걸 빛 해 반쪽이서산마루 뽈딱 넘는다.오늘밤달무리 위에 기러기실루엣으로 얹히겠다.
죽어도 죽지 않는 지구의 목숨 있다면 첫밥은 그곳에서 짓겠지얼음이 있던 자리에 쌀을 안치고 불을 지피고 뜸을 들이고무너진 세계는 밥심으로 다시 일어날 것이다북극해 스발바르섬 암반 속에 모신 씨앗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 가여운 것들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 최면에 걸린 듯 긴 잠에 들었다 처음도 끝도 아닌 아찔한 높이를 견디고 있다뜨거운 밥보다 더 뜨거운, 찬 밥 있다손대지 말아야 할 밥이 먼 곳에 있으니멸망을 염려하지 말라오래된 가뭄에서 꺼내 듣는 빗방울 소리처럼세상은 뒷주머니에 꼬깃꼬깃, 뛰는 심장 하나 접어 넣고 있다*나혜경 시인은 92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무궁화, 너는 좋겠다담쟁이덩굴의 독법을 냈다.
비스듬하게 열려진 사립문 비집고 뚫어질세라 허리 굽은 흰머리 어머니 툇마루에 앉아섰다 앉아섰다이내 초롬한 눈망울 아래위로 좌로 우로 굴리신다혹시나 하고 누굴 기다리시는 걸까바람소리에 열린 문이 닫치면 어찌할까 걱정이신가어제 따다 담근 땡감에 단맛은 들었는지멍석 위 빨간 고추며 대추는 잘 마르고 있는지어릴 적 품안 배고픔 서러워 집 떠나보낸 자식새끼들 지친 삶은 뒤로하고 추석을 기다림에 오늘도 미안함 뿐이다잘들 사는지, 건강은 한지, 얼마나 자랐는지성묘는 오는지, 안 오는지 선물일랑 필요 없는디 필요 없어이 애미가 많이 많이 준비 했당께 너희 주려고그냥 왔다만 가거라 바쁘면 못 와도 좋고 애를 태우신다못 와도 어쩔 수 없지 지하에 계신 애비도 기다릴 텐데내도 이제 니들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모르겠구나※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가 있다.
어느 찬란한 문명국의고물상 고철더미 속의 고철들은서로 엉켜 붙어 있으면서도가슴이 맞닿아 있지 않다.두꺼운 녹으로잘 접착되어 있는데도차가운 금속 본성 때문일까손을 건성으로 잡고 있다수 없는 발들이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수 없는 사타구니에쑤셔 넣어져 있어도이리 저리 이어진틈새로냉기만 흐른다.※김영재 시인은 전북대 명예교수로, 시집 '나비크로키' 가 있다.
물고기자리 문 정물매 매끈한 골짜기들을 거느리고 엎드려 있는산맥들을 바라볼 때마다하늘에는 이 지상으로 물을 흘려 내리던호수들이 있었음을 알겠다바람이 산맥들을 헤집고 지나갈 때마다모천으로 헤엄쳐 가던, 수많은 연어나 송어 같은물고기들이 거슬러 오르다가 뛰어 오르다가떨어뜨린비늘들이 파닥거린다저 깊고 짙푸른 밤하늘에는옛날 옛적 강을 거슬러 올라간 물고기들이신화도 말라버린 달력 속에 갇혀오도 가도 못하고, 눈물마저 바닥난 눈동자들을소금처럼 반짝거리며 살고 있다아직도 모든 산맥에서는 강물냄새가 난다('제1회 작가의눈'작품상 수상작)※문정 시인은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우석고 교사로 재직중이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주변 사물들을 그냥 지나쳐공원 안으로 들어서면환한 불빛이 빈 의자 하나내 앞에 가져다 줬다.하늘엔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시원한 바람 가슴에 안겼다.느티나무 큰 거목이 서고그 아래 몇 사람 앉았을 뿐아직도 빈자리는 남아 있다.불빛이 만드는 저녁풍경이나뭇잎 사이로 반짝거리고적막을 깨는 개 짖는 소리에아이가 놀라 잠에서 깨고들리는 울음소리 멀리도 갔다신선한 밤공기로 배를 불리고별을 따고 노래하며 놀던 저녁달빛 기울고 졸음 가득 늘어져사람들은 천천히 지나쳐 가고뜰 가득 어둠이 덮이고 있었다.※ 신남춘 시인은 2011년 '한비문학'으로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시분과회장. 제7회 한비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죽을 것 같은 질긴 목숨들이 살아나모든 기억들을 찾아 나섰다희망에 시린 손가락을 걸고슬픈 것은 슬픔 끝에아픈 것은 아픔 끝에갈퀴 같은 무딘 손가락 끝 여기저기밑동 늙은 등걸에도 스멀스멀 간지럼 탄다너도나도 이 순간만은한 가득 간지러운 꽃 몸살이다언 가슴 속 어디에선가망울망울 터져 나오는 불꽃이다※이경아 시인은 1989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물 위에 뜨는 바람', '내 안의 풀댓잎 소리','오래된 풍경','시간은 회전을 꿈꾸지 않는다'가 있다.
사납던 꿈자리 큰 비에 쓸려가고 난 아침아무 일 없었단 듯강물은 의연하게 흐르지만 밤새 당한 그 속은 속수무책 다 뒤집히고 말았을불어난 몸으로 제 깊이와 폭을 가늠하는저것은, 흐느끼는 것이다.※ 이해양 시인은 2000년 '작가의 눈'신인상 당선. 무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며, 현재 무주군사회복지협의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적상산에 오르면 비로소 슬픔이내 가슴 수맥을 더듬어어제도 오늘처럼 살았고오늘도 내일처럼 살거라 생각하니어쩜 절망 같은 이 산 속에서 지친사람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우리에게 남은 삶의 몫이이 세상에서 마지막 슬픔이었으면내 곁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봄을 기다리는 저린 희망으로 서 있듯적상산에 오르면 비로소 슬픔이가는 길을 버리고아니 내 이기적인 속된 슬픔인지도모르지※ 이선옥 시인은 1994년 '창조문학'으로 등단.무주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시집 '내 안에 가시 하나'를 냈다.
오직 그대를 향한그리움의 씨앗 여물리는 해바라기그 한 곳 바라보는 응시로물결 잠재우며소리 없이 손잡아나가는 살얼음끝내 결빙되기를 비는 마음결 일면 깨어질까 이는 두려움에숨결마저 속으로 다독이며새로움 빚기를 비는아무도 모를 오싹한 떨림도강의 기쁨 안고 싶음에고흐의 노란 곡선을꼭 감은 눈 안에 사려 담고 있다.※ 김계식 시인은 2002년 '창조문학'으로 등단. 전주교육장을 역임하는 등 40여년간 교직에 몸담았다.'사랑이 강물 되어' 등 11권의 시집이 있다.
소녀는소라 껍질 귀가 열린다긴 머리채를 흔들며소녀는, 잠을 깼다제 가슴으로 켜는황홀한 음악을 듣는다석양이 주고 간 노을을 만지던손으로 별을 당기는 상기, 젖은 눈은사랑이고팠니라 아,사랑이고팠니라_그리고바닷 속 깊숙히수림의 합창이 온다.※유천리(본명 유광일) 시인은 김제 출생으로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달이 뜨는 호반'과 미공개 시조집'천마비상도' 출간을 준비 중이다.
제발 비가 왔으면 하고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원성이 하늘에 닿았을까드디어 비가 쏟아졌다비는 이튿날도 내렸고다음날도 계속 이어졌다이제 사흘 전 그때처럼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하늘도 짜증이 나겠다.소금장수는 그렇다 치고이제 우산장수의 기분도좋게 해줘야 할 텐데※ 이남기 시인은 1997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사랑하는 이유〉와 〈뻐꾹새 울겠다〉 등이 있다. 현재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장으로 재직 중.
네 눈빛은안개 속 햇살로 가슴에 스며고향집 뜰앞에빨강 노랑 지천으로 피어나던채송화의 환영으로머물다 가고저녁 까치들이 유난히 시끄럽던동네 앞 키 큰 팽나무에 석양이면 걸려 있던 빨간 낙조 같은 그리움이 해바라기 되어해를 따라저문다※ 배환봉 시인은 1992년 〈문예사조〉 시 당선, 1997년 〈수필과 비평〉 수필 당선. 시집 「봄볕 내리는 뜨락」 「따스한 햇살 조금씩 모아」 「들건너 저편」 등이 있다.
내 눈 빼간도적의 눈망울은얼마나 차고 맑나그 도적을 사랑하게 되는 밤이 올까 나는 두렵다방금 아궁이 속에서 뛰쳐나온 새까만 개여삶지 못한 삶이라도맘껏 욕보여라빛 속의 빛은어둠보다 어두운빛보다 밝은노래이길 바랐으나지나간 도적이여남은 오른쪽 눈으로남은 왼쪽 눈을 켜라눈보라는 휘잉휘잉 뺨을 갉고 아직 불사르지 못한 어린 붓 한 자루총총 발자국을 뒤따른다가자, 눈 없는 눈이가리키는 저 먼 집으로※ 유강희 시인은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으로 '불태운 시집' '오리막'과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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