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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길에 목젖 울리는 소리로비가 내리고 비를 맞는 숲 속 나목들의 울음소리가 애잔하다엽록소가 사라진 잎 하나먹먹한 숨으로 남아 혀처럼 내밀고침잠하는 숲보다더 젖어버린 소망들바위틈에 앉은 산새는부드러운 날개깃 부비며맑은 눈빛 초연한데디오니소스의 전령인가 찬란한 봄을 위한 내밀한 카타르시스
경칩 지나사나흘 거푸 봄비가 내린다소곳해진 눈두덩처럼버들가지마다 봉긋봉긋하다개구리 눈알도 사방에 있다겨울은 시베리아쯤으로 잊었다싶을 때세상이 갑자기 흰빛이다버들눈도 개구리도 흰 고깔을 썼다멈칫 뒷걸음치는 그것들소 뒷걸음에 옆구리 차인 것처럼봄비를 엿보다 화들짝 놀란 눈어쨌거나구멍 속 신방 외짝눈에 든 새색시 새신랑처럼접신되어 두근반 세근반인걸까짓거 춘설春雪쯤이야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대를 잇는 떡집이다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시간을 사서 들고가는 저 오래된 떡집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켜켜이 쌓아둔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에서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두 팔 걷어 올리고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
어느 날 어느 때 오시렵니까,봄 여름 가을 겨울 마냥 기다려 온화석이 될 것 같은 애태움으로몇 천 년, 몇 억 년쯤 되었습니다.천 년 고도 전주 옛 마을을아주 잊지 않고 계시는지요,구름이 써놓고 간 시 한 편그냥저냥 풍경으로 흐르고 있지요.언젠가 주신 뜻 마음에 새겨사무치는 정 하루를 청해 봅니다,고운 님 고운 눈 열고 어서 오시어요고운 님 고운 맘 열면 내 맘 꽃필 텐데오시는 날, 전주 한정식을 준비하고작은 선물로는 전주 한지 한 권합죽선에 홍매 한 폭이면 반길지새벽이슬 '연지못'연꽃바람 품어보셔요,그려보는 얼굴, 설렘으로 온밤 뒤척이고오시려나, 오시려나, 선홍빛 그리움 안고오색 낙엽 계절 어디쯤 밟아 오시는지희눈 대지 덮은 듯 소식 까마득하여잊었을까, 내 이름도 하얗게 지워졌을까그러나 울지 않아요, 인기척 끊겨 오래지만언젠가 그 눈빛에 피던 무언의 약속처럼좋은 느낌 하나, 그 힘으로 기다려 삽니다.△황영순 시인은 1984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한같이 그리움같이'등 5권의 시집을 냈다.
시골집 돌담 밑수줍은 듯 웃음 머금고촘촘히 앉아있는 이쁘둥이다가가 눈맞추면어서와요어서와요손 내밀고 반겨주는한여름 땡볕 쯤아랑곳안호고파아란 하늘 그려보는이쁘둥이나도 따라서나란히앉고 싶어라.△아동문학가 윤이현씨는 76년 '아동문예'로 등단. 동시집 '그림자로 대답하기', 동화집'다람쥐 동산'을 냈다. 「공박사와 로보트 루키」등을 냈다.
사랑한다고 느끼십시오무엇 무엇이 사랑이라고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마십시오얼마큼 주었는지얼마나 받았는지 계산하지 말고다만 묵묵히 사랑하십시오아무 말이 없어도당신의 손이 정성스레 차리는 밥상아무런 눈맞춤 없어도그의 고난을 위해 흘리는 당신의 눈물아무 드러난 것 없어도항상 그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함이사랑입니다그 앞에 펼쳐지는 세상과 아픈 적 없이 병든 그를 구원하는 사랑입니다.△ 김용옥 시인은 월간'시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시와 수필을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누구의 밥숟가락이냐' 외 3권, 수필집'생각 한 잔 드시지요' 외 4권, 화시집'빛·마하·생성' 등이 있다.
아쉬웠던 임진년 그 태양은 저산 넘어 노을 속으로 보이지 않네임진년이 우리에게 찍어준 한 송이의 꽃더 큰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겠구나그 어두움 잔잔한 그늘 속 계사년을 혜성처럼 잉태하여라 새로운 빛의 물결 생명과 물상과 생성의 빛이어라천상에서 창조주 품에서 태어난 그 태양의 울림이여 그 진동이여 이 땅에 꿈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다오우리들에 그 위대한 꿈이 동·서·남 ·북 펼쳐진 지경 번영의 용광로가 불타오르는 새 해가 되리라 계사년 타오르는 그 태양 어둠의 강을 넘어 저 멀리 대해를 향해희망 꿈 평화가 영원 하리라우리에 발걸음도 생각도 몸짓도 신의 축복이어라※ 신이봉 시인은 2012년 12월 '전북문단'으로 등단. 남원 명성화학 대표이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불연속이 되어드러나지 않는 구간에묻혀버릴 시간이 두렵다선과 선을 잇는 작고 좁은 공간안과 밖을 나누는가는 선 위에 남아포기하고 어느 날 갑자기허우적거리지 않고블랙홀에 스스로 침몰하는별이 될까 두렵다※ 조미애 시인은 1988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자람 불어 놓은 날 '등의 시집이 있다.
새들이 지나간하늘에는 새의 발자국이 없다별들은 총총총 떠 있는데하늘에는 별의 발자국이 없다물새들이 밟고 간바닥에는 물새의 발자국이 없다나는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데세상에는 내가 밟고 간발자국이 없다※ 이효순 시인은 2001년 '문예사조'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군산 출신으로, 현재 군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 시집'별숲에 들다'가 있다.
희끗희끗한 저녁놀 비켜가는 시간인데산등성이가 푸른 멍투성이다미련이 남는카오스와 코스모스가 교차하는 길실타래처럼 풀어 놓은 시간 앞에목이 멘다열두 달의 장엄한 대서사시펼쳐도 끝이 없어 하늘도 울먹인다애증이 남아갈무리가 힘든 묵은 해빗살처럼 쏟아지는 눈발 앞에주마등처럼 스치는 얼굴들동네 어귀 장승처럼 세워 둘눈사람 만들고 싶다.※ 신수미 시인은 2009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밤이었는데밤벌레 처연히 울어 온 밤이었는데창가에 달이 걸리고가을 잎새에 끼어 있는 우수는떨고 있는 것입니다이미 떠나보낸 사람을 그리워하는무심한 세월은 왔다가달빛에 젖어 가는데소리없이 밀리어 오는 나의 사랑은창틈에 묻어 있습니다밤이었는데창가에 걸려가을 잎새에 떠는피날레가나부끼고 있습니다별이 떨어지는우리의 노래는언제나 슬퍼하고 있습니다.※우보환 시인은 1989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둘이 하나로''창가에 걸린 가을 잎새''바람을 여는 자전거'가 있다.
으레 한발 앞서 들이닥쳐 열정의 계절을 한바탕 흔들어대고 세상을 들었다 놓은,청춘의 한 가운데를 긋고 지나간,태풍 지나간 자리에 패인 상처에서 거듭 고개 숙이는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마음 끝끝까지 펼쳐 모난 곳 덮어주는 보자기가 되게,희미하게나마 어두운 곳 밝히는 60촉짜리 전깃불이라도 되게, 추위 앞두고 동당거리는 마음 감싸줄털옷이 되게,서로들 저만큼 서있는 사람들반보기 하게 하소서서툰 발걸음으로 징겅징겅 세상파도를 건너는징검다리가 되게,한 잎 한 잎 잘 썩어겨울 잠 속에서도 싹 틀 준비하는 씨앗의 이불이 되게,바람에 날려 흙으로 가는 잎새가 되어무엇이든 되게 하소서기어코 추락하게 하는 가을을 감사하게 하소서가을과의 속 깊은 첫 만남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 가을엔※권천학 시인은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고독 바이러스''초로 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등 9권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 거주.
풀잎 끝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네요.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요.놀라워라. 저 완벽한 수평.내 생각의 수레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단 1분도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데.정육점 주인이 바라보는 달과 달 사이에서심하게 흔들리는데.잠자리야, 풀잎 끝에서도 면벽(面壁)하는잠자리야.어쩜 좋아? 가을은 점점 깊어 가는데※ 진진 시인은 200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40명의 도둑에게 총살당한 봄'이 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생각이 깊어 갈수록나무들은 시를 쓴다지웠다 하면서 빈 나뭇가지에어찌 쓸쓸한 하늘을 걸어 놓는가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허호석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햇살의 첫동네' 등 15권의 저서를 펴냈다.
흔들리자아찔하게 바람 속에서 내 존재의 무게도 없이고운 목소리 어느 그리움에 목을 매어깍, 깍 짖어 보자달빛에 피곤한 삶은 잠재우고바람 앞에 깃을 벌려 내 몸 하나 내놓고 말갛게 씻어보자마음이 무거워 떨구는 낙엽지상에 뒹구는 붉고 고운 색깔은 버려라그래요, 한 해 겨울 흔들리면 어쩌랴내 안에 초롱 하나 걸어 두고 간절히 깜박이는 기다림이면 어쩌랴뜻을 높이 세워 깍, 깍 짖어라첫눈 내리면 첫눈에 기대일 몸 하나 마음 하나로 묶어서※ 장욱 시인은 199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등이 있다.
산 능선을 기어오르는 길은 팍팍하다. 때죽나무, 팥배나무, 상수리나무, 산벚나무 여름내내 동그랗게 몸을 말아 올리며 습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숲의 정기는 영글었나보다. 가끔씩 폐부 깊이 응혈된 혈이 쏟아진다. 살아온 만큼 버리고 간다.다시 길을 찾아 걸으면 산자락 밑에 한 그림자 숨었다 사라지고 들국화 한들한들 웃다가 말다가 두리번거리며 걸어보는 길이제 가야 할 때가 가까와 진다. 예고된 긴 장강長江이 서산마루에 금니박이로 웃고 있다.※ 백승연 시인은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겨울 잠행'이 있다.
나는 지금 아주 위험하다그간 비틀거리기만 하다가꼭 40년만에 고향에 와서아무나 껴안고 울고 싶게행복하니까."인생은 짧다, 시시하게 굴지 마라"이는 내가 내게 주는 말지금의 내겐죽음의 불안이나 살아온 삶의얼룩 같은 것은 안중에 없어영원히 이 자리에 선 채로화석이 되고 싶다.
갈, 억새 날 벼린 잎벌레소리 얇게 썬다.잉걸 빛 해 반쪽이서산마루 뽈딱 넘는다.오늘밤달무리 위에 기러기실루엣으로 얹히겠다.
죽어도 죽지 않는 지구의 목숨 있다면 첫밥은 그곳에서 짓겠지얼음이 있던 자리에 쌀을 안치고 불을 지피고 뜸을 들이고무너진 세계는 밥심으로 다시 일어날 것이다북극해 스발바르섬 암반 속에 모신 씨앗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 가여운 것들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 최면에 걸린 듯 긴 잠에 들었다 처음도 끝도 아닌 아찔한 높이를 견디고 있다뜨거운 밥보다 더 뜨거운, 찬 밥 있다손대지 말아야 할 밥이 먼 곳에 있으니멸망을 염려하지 말라오래된 가뭄에서 꺼내 듣는 빗방울 소리처럼세상은 뒷주머니에 꼬깃꼬깃, 뛰는 심장 하나 접어 넣고 있다*나혜경 시인은 92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무궁화, 너는 좋겠다담쟁이덩굴의 독법을 냈다.
비스듬하게 열려진 사립문 비집고 뚫어질세라 허리 굽은 흰머리 어머니 툇마루에 앉아섰다 앉아섰다이내 초롬한 눈망울 아래위로 좌로 우로 굴리신다혹시나 하고 누굴 기다리시는 걸까바람소리에 열린 문이 닫치면 어찌할까 걱정이신가어제 따다 담근 땡감에 단맛은 들었는지멍석 위 빨간 고추며 대추는 잘 마르고 있는지어릴 적 품안 배고픔 서러워 집 떠나보낸 자식새끼들 지친 삶은 뒤로하고 추석을 기다림에 오늘도 미안함 뿐이다잘들 사는지, 건강은 한지, 얼마나 자랐는지성묘는 오는지, 안 오는지 선물일랑 필요 없는디 필요 없어이 애미가 많이 많이 준비 했당께 너희 주려고그냥 왔다만 가거라 바쁘면 못 와도 좋고 애를 태우신다못 와도 어쩔 수 없지 지하에 계신 애비도 기다릴 텐데내도 이제 니들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모르겠구나※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했다. 시집'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가 있다.
새만금의 것은 새만금에게
전주문화재단 20년, 정체성·역할 재정립을
지방선거 본격 불법행위 신속 엄단 대응을
“시민의 일상이 관광이 되는 도시 전주”
단체장 경선이 중요한 이유
탑-승한
지속 가능한 토석 채취를 위한 방안
논란빚는 전주 경전철사업 포기
고전과 전통의 가치
전북은행장, 지역이해도 높은 내부 발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