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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창백한 편의점 안에서뉘 집 아들이 밖을 내다봅니다새벽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밤 새워 바코드를 들여다보며물건 값 계산하기에 바쁘지만이 학생의 장래 꿈은외국어에 능통한 외교관이랍니다고향집에선 엄마가밤길을 나섭니다시린 발 동여매고새벽시장으로 갑니다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고달픈삶의 얼룩을 딛고 갑니다잘 먹고 잘 자야 키가 큰다는디내 새끼는 객지에서 잠도 못자고△어머니는 안아주실 때마다 ‘오메~~ 내 새끼!!’ 하신다. 그 말씀 속에 다 들었다. 더 잘해 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난한 새끼를 보는 애잔함이 다 녹아있다. 잠도 못자고 일하는 아들과 새벽시장에 시린 발을 디디는 어머니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니 곧 따뜻해지겠다. 김영 시인
꽃 없이도 참 달다너는△꽃이 있어야만 과육이 단 것은 아니다. 꽃 없이 저 혼자 속으로 피었을 무화과가 익었다. 화장기 없이도, 화려한 옷 없이도, 참 달다 어머니는, 귀 보드라운 말도 쑥스러워 못하고, 교태부리지 않아도, 부스스한 머리카락 미처 건사하지 못한 채 늘 부엌 한구석을 맴돌아도, 참 달다 아내는. 김영 시인
올가을엔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고추석 달을 안고 다니면서 귀뚫이도 취해서 운다는 이슬주를 마시고 풀벌레랑 함께 울어야지 가을 적막을달이 시들거리면 먹여야지문간너머 빨간 전구 같은 홍시를 따 먹여서고향이 환한 적막의 가슴을 보듬고헐벗은 지붕에 가난 복이 익어가는 조롱박덩실한 달덩이하나 보듬으면열릴까달이랑 박을 안고 가을 북을 치면가난한 적막의 마당 황금이 쏟아질세라이 가을 절 한자리 정중히 올리네하늘에 선영에△매급시 이슬주를 마신 화자처럼 울고 싶다. 풀벌레처럼 아무데서나 퍼질러 앉아서 울고 싶은 가을이다. 고향이 적막하면 가난한 달이 더 슬퍼진다. 양말 뒤꿈치를 꿰맬 때 어머니가 쓰시던 알전구가 빨갛게 익었구나. 홍시를 따서 시들대는 달을 꼬셔볼까. 적막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고 싶은 조롱박이 있는 고향이다. 이소애 시인
둥근달을 올려보며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본다숯덩이 같다던 그 가슴속을 들여다본다갈퀴손 어머니,기름 짤 참깨 아끼지 않고소를 넣어 송편을 빚으셨다꼬깃꼬깃 고쟁이 속 만 원짜리 몇 장한 쟁반 꾹 꾹 눌러 싸 주시던 어머니,부뚜막에 걸터앉아 씹지도 않고 한 술 넘기시듯그렇게 서둘러 숨 넘어 가셨다그 무덥던 계절이 끝난 빈들에마른 풀씨가 흔들린다벌써 몇 년 째 안 보이시는 어머니,오늘 밤엔 제발 유모차 밀고 오시기를 애 터지게빌어 본다보름달이 송편 가득한 쟁반이다딱 어머니 얼굴 같다- 양은쟁반은 어머니의 둥근 마음이 담겨 있다. 추석명절 송편을 만들어서 쟁반에 가득 채우고 나면 보름달은 풍요로워 보였다. 송편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갈퀴손을 떠올리는 화자가 안쓰럽다. 부뚜막에서 찬밥 한 술 넘기시던 어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오시기를 기다려 보는 이번 추석은 더 서글펐을 것이다. 시인 이소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 따라바다로 가는 해가 몸을 풀면한쪽켠의 빈 배들이지난날의 꿈을 말리고 있다.이제 눈부신 수평선은일직선의 제방으로 막히고만선의 기폭은 노을 속에서고개를 숙이고 있다.마지막 체온인 양서로를 끌안고 있는저들 위에갈매기 대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일체를 삼킬 듯이 파도 되어 밀려온다.오 우리의 꿈이었더냐, 희망이었더냐새만금, 새만금!△한쪽켠으로 밀려난 빈 배를 생각한다. 세월은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에 묻혀 빈 배를 만들었다. 빈 배는 폐선일까. 아니다, 싱싱한 꿈을 기다리기 위해 배는 꿈을, 희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렁찬 미래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배는 비어 있다. 풍어와 만선의 울긋불긋한 깃발을 기억하고 있을게다. 이소애 시인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은 남루하다둥글게 말린 등은 감추고 싶은 무엇이그 안에 있다는 뜻인가나는 언제 고개 떨구고등짝을 저렇게 둥글게 말아보았던가그 누구의 위로도 범접하지 못하는둥글게 말린 검은 숲속의 적요어둠이 빛이 되는 순리의 시간이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의 남루를 덮는다-한 해의 타작마당에서 나는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은 가고 남루한 그리움만 남았다. 빈 것을 타작한 모든 것들이 둥글게 말리는 계절이다. 낙엽이 둥글게 말리고, 화려했던 꽃이 둥글게 말리고, 내 등이 둥글게 말리고, 지평선도 둥글게 말린다. 검은 숲에 들어 누구도 범접 못하는 적요를 덮고 이 가을을 견디리라. 그렇게 남루해지리라. /글 김영 시인
올 가을엔한 줄기 바람이 되리다온갖 씨름 새침히 잊고싸늘한 표정으로 불다불다갈 길 막히면티 없는 푸른 언덕 되어거기서 살리라북으로 북으로 부는 바람단숨에 내쳐 다다른 고구려 옛터엔우리 역사 짙푸르고그 빛깔 바래지도 않은 영원한 깃발을찍어질 듯 휘날리고파회오리 바람 되어거기서 살리라. 거기서 살리라.
따뜻한 꽃바람이 분다아름다운 삼천 리 강산에핵우산 걷어 낼 바람이 향기롭다남북이 갈라진지 어언 육십 년누구를 위한 분단인가포화에 찢긴 백두대간은 아직도 멍이 시퍼렇다이젠 환희의 웃음을 피워 보자중원의 광개토태왕이살수의 강감찬이 남해의 장보고가충무공 이순신장군이하늘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리라백두천지와 한라백록에쌍무지개 다리 놓고남북의 빙하를 녹일이 강토에 푸르름을 채워천천세, 만만세 통일조국을 위해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세상에 고고의 신호를 울릴 때부터내가 앉아야 할 운명의 의자는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머무르고 싶어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밀려오는 바람에 설 곳을 잃어버린서글픔은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더라.비껴 지나간 행운의 허전함이은근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면소슬바람은 머릿속을 후벼댄다.모습이 사라져 간 다음날부터비워진 내 의자에 스며든 여운은저니믄 가슴에 된바람으로 불어오더라.
고요숲에 이따금씩혼잣말 하는바위가 있다무너진 논두렁으로 내려간소나무, 말뚝으로 박히는 소리가슴에다 새기고 새기는바위가 있다골짜기 그윽한 이내푸른 실 잣다 말고가만가만 등 다독여주는바위가 있다△한 시인이 번다한 전주를 빠져나가 고향으로 갔다. 헛것 새기며 살았던 가슴이 소나무를 새기고 새긴다. 이내 가득한 골짜기를 달래며 아직도 불끈하는 자신을 달랜다. 숲 속에서 두런거린 혼잣말이 전주까지 메아리친다. 전주의 바위들도 혼잣말을 듣는다. 김영 시인
너를 두고끝내 간택을 못한 채이천열다섯 년봄날은 간다△봄날 내내 고민하는 시인이 보인다. 단 하나의 낱말도 허투루 부리지 않는다. 단어를 그냥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시어를 간택해서 쓰는 시는 가히 제왕적 지위를 확보하고도 남을 것 같다. 시는 정확하기가 마치 수학과 같다. 시인은 꿈꾸지 않는다. 그는 계산한다는 장꼭토의 말을 다시 새긴다. 단어 하나를 위해 꿍꿍 앓고 있는 시인의 진중함에 나도 말이 없어진다. 김영 시인
꽃에도 사람처럼 영혼이 있다면사랑 받은 꽃들은시들지 않을 거야사랑은 영혼 속에서 살아가는 거니까사람도꽃처럼 향기가 있다면향 고운 사람들은 늙지 않을 거야향기는 살아있어야진하니까△사랑은 말하지 않고 확인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안다. “사랑해?” 라고 묻지 않는다. 바라만 보아도 온 몸을 휘도는 향기가 스며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외롭다 말고 꽃을 사랑하라. 꽃은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 받는 꽃은 시들지 않을 테니까. 시인 이소애
자랑스러운 위대한 여정독립운동,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어둠에서 빛을, 자유 되찾은 이날조국을 안고 광복의 기쁨 나누기 무섭게 6·25 전쟁, 폐허 속에서 우리는 또 울었네. 우리는 노력 산업화 세계8위 무역 강국세계올림픽 마치고 동계올림픽 유치 월드컵 개최 한류 수출문화 강국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미래비전 정립하세.자랑스러운 새로운 도약역량과 자부심 한민족 하나 되어 통일국가 정기 마련 신나는, 힘나는, 빛나는 무궁화 꽃이 남북 함께 피는 기쁘고 기쁜 광복 70돌 미래비전 뿌리 되네. 우리의 통일의 노래 〈나는 대한민국〉 온 누리 물결치도록 노래하세△은희태 씨는 제3회한국농촌문학상, 제11회서포문학상, 제2회현대문학사조 공모에서 수상했다. 제4, 5대 한국농촌문학회장, 제1~5대 고부문화권보존사업회장을 역임했다.
끝없이 그렇게 오르고자빛은 하얗게 더불어 담이 되고의지가 되고 바람은구름 속도로 살랑거린다지금 잎이 초록이라는 것은꽃이 화려하게 꿈꾸는 중임을말해 무엇하랴다가섰을 때에야보이지 않던 것들볼 수 없었던 사실들이비로소 눈에 들어와우리는 하나일 수 있었다무게중심을 옮길 때 보랏빛은 환상아침이면 세상에 들었다가햇빛에 부끄러워 제 몸을 접으며홀로 꿈꾸는 나팔꽃.△보랏빛 나팔꽃을 생각한다. 태양이 떠오를 때 눈 감아버리는 꽃을 사랑한다. 햇빛에 제 몸 부끄러워 혼자서 꿈을 꾼다는데, 끝없이 오르는 꽃을 위하여 바람도 눈치를 본다는데, 나는 입 꼭 다문 나팔꽃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고 싶다. 우리는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싶어서다. 시인 이소애
산새 둥지처럼산기슭에 그림 같은 집 한 채계곡의 맑은 물소리보다 더 맑은 집누가 살고 있을까꿈을 꾸는 오막살이집 앞 개울에징검다리 몇 개 놓아두었다맑은 물소리 나와 놀게물소리와 햇살이 오순도순 사는 집물소리가 집 비우면 햇살이 집을 보고햇살이 집 비우면 물소리가 집을 보고△물소리 같은 어머니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햇살 같은 아버지는 따뜻하게 듣는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집을 보는 고향집. 산새 둥지처럼 작은 오막살이, 고향 떠난 자식들은 부모구존(父母俱存), 이것만으로도 세상이 다 감사하다. 물소리와 햇살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김영 시인
분유 설탕을 넣는 양촌리 커피‘시골 노인이라 별수 없다’며 아가씨가 웃는다그래 숭늉이 그리운 시골뜨기다욕심 없어 땅 투기 모르고매달려야 할 권력 없어 뻔뻔할 필요 없고허세 부릴 일 없으니 약삭빠를 것 없어있음 있는 대로 없음 없는 대로 얼마나 좋으냐!흙과 함께 살아왔으니흙으로 돌아가는 길 낯설지 않고태초 영혼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지게목발에선 육자배기 흐르고솔바람 모퉁이 돌아 영마루 오르는 아리랑청산에 마루랑 다래가 거기 있거늘...그냥 촌놈이라 불러라 그 말이 더 좋다.△숭늉이 그립다. 그냥 생긴 대로 걸림 없던 옛 시간이 그립다. 썩은 두엄을 한 짐씩 너끈히 받쳐주던 지게 목발의 장단이 그립다. 머루 다래처럼 향기롭게 익던 어린 시간이 그립다. 예이츠를 베껴 ‘육체의 노쇠는 지혜’라고 에두르지 않아도 할 말 있다. ‘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단다’. 김영 시인
무릎 꿇을 일도, 누굴 무릎에 앉힐 일도 없는 요즘 무릎을 제대로 쓰는 일 하나는 좋은 시를 만났을 때 아프도록 무릎을 치는 일△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밖은 덥고, 피서지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쓰레기도 그만큼 많다. 이런 계절은 오히려 집이 젤 좋다. 앞뒷문 다 열어놓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를 하면, 내면으로 여행하기 좋은 때다. 책 읽는 소리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멀티미디어에 자신을 뺏겨버렸다. 시인끼리라도 시인의 시를 찾아 읽자. 소리 내어 읽자. 그러고 아프도록 무릎을 치자. 김영 시인
길은 뚫렸어도 또 생기고 점점 넓어진다.갈 길은 묻히고 점점 좁아진다.홀로 밥을 짓고 구석진 방에 잠자리를 편다.눅눅한 이불을 널고 고슬고슬 햇볕을 쬔다.햇볕이 구겨진 주름을 펴고 끌끌 혀를 찬다.참새들도 너무 적막하다고 쫑알거린다.오래된 집 기둥이 골다공증을 앓는다.아무도 엿보지 않는 봉창에 비가 들친다.접시꽃이 피었다 외로움을 안고 떨어진다.다 찌그러진 우편함 바닥을 훑어본다.굽은 허리가 발 하나 더 달라고 조른다.입씨름이라도 하고 싶어 까치가 깍깍거린다.들 고양이 양은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다.방문을 열어놓고 먼 산을 넋 없이 내다본다.산 너머 그 너머 마을을 마음속에 그린다.홀로 말하고 홀로 듣는다, 참 쓸쓸하다.△한 송이 꽃은 외롭고 쓸쓸하다. 어울려야 아름답다. 세월의 주름은 굴곡이 깊어서 햇볕도 힘들게 왔다 간다. 봉창 밖의 빗방울도 외로움을 알고 그냥 지나쳐 떨어진다. 홀로 사는 노인은 혼자라서 쓸쓸하다. 접시꽃도 쓸쓸함을 등에 지고 흙으로 떨어진다. 허리 굽고 뼈는 바람 소리가 차가운데 사랑이 그립기만하다. 이소애 시인
세 살배기 내 동생동그란 단추 같은배꼽을 내놓았다.놓칠세라아빠가 배꼽을 꼭 눌렀다.까르르 깔깔깔한 번 더 꼭 눌렀다.자지러지면서 또 까르르 깔깔깔이번엔 동생이식구 모두 배꼽을 찾아 누르고 다녔다그만, 그만우리 집은 온통 까르르 깔깔깔까르르 깔깔깔△아참, 깜빡했다. 조물주가 세상에 나를 보내실 때 꼭꼭 달아주신 웃음 단추가 있었지. 소리 내어 깔깔 웃어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배꼽 빠지게 웃어본 일은 있었던가. 참 오래 묵혀버렸구나. 행여 녹슬지 않았을까 가만 눌러보니 까르르 깔깔깔 제대로 작동한다. 김영 시인
저 호기심 많은 붉은 눈망울 안에 핀 꽃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밖에 핀 꽃은 안으로 고개를 기웃거린다 가시를 갖고 태어났어도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너는 사춘기의 꽃 봄이 지쳐 돌아가는 길 다하지 못한 함성이세상 밖에서 안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요즈음 한창 인기리에 방송 중인 삼둥이의 ‘음소거 울음’에 마음이 간 적 있다. 소리는 없는데 숨은 넘어가게 생겼다. 가시를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사춘기 장미의 함성, 너무 절절해 들리는 않는 함성이 바로 장미의 향기일 터. 붉은 넝쿨장미가 6월의 뜨락에서 무너지고 있다. 눈 맞추고 알아주면 지쳐 돌아가는 길이 덜 외롭겠다. 김영 시인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김온 : 다섯 줄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