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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굴곡의 전북 50년사 다시 보다

예나 지금이나 신문기사는 기록으로서 가치가 크다. 과거의 기사는 그 자체가 역사 기록물적 성격이 강하다. 역사가 된 기사를 쓴 기자에게 기사로 다 말하지 못한 기억들이 있다.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기자가 기억하는 당시의 사건과 그에 대한 소회는 생생하다.우촌(又村) 정익환씨는 6.25 한국전쟁 직후 합동통신·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전북도정신문 등 언론계에서 30여년간 활동하며 전북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전북 현대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가 전북지역의 애환을 담은'전북의 빛과 그림자'(신아출판사)를 냈다. 1940년 해방 당시 어수선한 정국상황에서부터 1990년대까지 연대기로 정리한 이 책은 '전북의 광복 50년사'라고 할 만하다. 1940~1950년대 편에 전북대 개교, 9.28 수복 후 영화의 메카가 된 전주, 도청 이리행 투표, 전북도 새 청사 준공, 사상 첫 민선 도지사, 금산군의 충남 편입 등이 다뤄졌다.1960년대 편에서는 금산군의 충남 편입, 섬진강 다목적댐 준공, 전주 1공단 조성, 전북은행 창립, 신석정 시인 별세, 전주고 화재로 전소, 도민의 숙원 전북대의대 탄생, 원광대 종합대 승격, 새로운 주거공간 아파트시대 개막 등의 뉴스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1970년대 새마을운동, 전주교도소 평화동 이전, 전주대사습 부활, 군산외항 개항, 번영로 확포장,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건 등이, 1980년대 편에서는 동학제전에서 연설한 김대중, 88고속도로 개통, 군산세대제지 큰 화재, 중공 군용기 이리 불시착, 금산사 대적광전 완전소실, 김해강 시인 타계, 이철승 낙선, 국립전주박물과 건립 등이 거론됐다. 1990년대 편에서는 서울 전북장학숙 건립, 용담댐 건설, 도의회 개원, 모래재 만원번스 추락, 위도 훼리호 침몰, 쌍방울 야구단 출범과 쌍방울 도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성공적 개최, 새만금 방조제 역사적 준공 등에 저자는 주목했다.이와함께 저자가 현역 시절 특종 보도한 '전북도청, 5천만원 국고금횡령사건', '한국판 아나스타샤, 이문용 황녀의 애환' 등도 소개됐다.저자는 당시대 화제를 모았던 정치·사회·문화적 상황을 다시 읽고 분석하고 평가해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 출판은 광복50년의 전북 현대사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전북도 지원을 받아 전주문화원(원장 서승)이 주도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7.06 23:02

널리 알려진 시인으로부터 달아나기

탄생 100주년을 맞는 백석 시인(1912~1996)의 문학전집이 다음달 출간된다.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는 30일 서울여대에서 열린다. 천재 시인으로 평가받던 백석은 인생 후반부에 어설픈 체제 찬양으로 굴곡을 겪으면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포박당한 채 생을 마감했다. 백석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안도현 시인(51·우석대 교수)은 스승의 백세 잔칫상에 시집'북항'(문학동네)을 올렸다.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 저 들판은 초록인데, 나는 붉은 눈으로 운다'고 썼다. 시인은 이번에 '문단 안팎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시인', '독자 입맛에 맞춰 투명하고 편안하게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기를 시도했다. 시인이 기존의 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고로움이야 당연하지만, 이번엔 노골적이다. 현 정부에 대한 절망으로 지난 2년 간 단 한 편의 시도 쓸 수가 없었다. 거꾸로 가는 시간 동안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안팎의 그늘을 지켜봤다. '북항'은 그런 고민의 결과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해설처럼 은유의 울타리는 여전하다. 도종환 시인을 19대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등 안팎으로 파국적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의 시적 현실은 여전히 낭만적 자연이다. 정치적 발언만으로 이뤄진 시가 아닌, 예술로서 독립된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의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 고전을 통한 '말과 문체의 갱신'을 시도했다. 무수히 많은 고전 번역본을 읽고 번역본 문체를 사용해 시의 어조를 변화시킨 것. 4대강 사업의 야만을 표현한 '강', 언론의 정론직필을 요구하는 '다시 쓰는 창간사' 등은 정의가 사라지고 폭력이 횡행하며 미래에 관한 낙관적 전망을 상실한 시대에 반발하는 시인의 또 다른 열정이기도 하다. 그의 돈키호테 같은 정신은 꿈을 포기한 채 악무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시인의 말마따나 확실히 이번 시집은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 명징함과 모호함의 경계 어디 쯤이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은유는 적중하기에 실패한 표적으로 자주 제시되나 시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어차피 예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다. 그 스타일은 창조적인 영역이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 일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안도현이란 시인의 울타리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그들은 안도현은 안도현일 때 아름답다는 걸 존중한다.

  • 주말
  • 이화정
  • 2012.06.22 23:02

노서운 작가 수필집 '상처와 함께…' 펴내

불의의 사고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아들을 키워 온 수필가 노서운씨(43)가 그간 감당해야 했던 이야기들을 수필로 엮은 '상처와 함께 자라는 나무'(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노씨는 수필집을 통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일상과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으면서 겪었던 아픔과 좌절을 이겨낸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수필집은 상처와 함께 자라는 나무, 민들레 편지, 이삭의 빛, 누군가 어깨를 다독여 줄 때, 끝없는 도전 등 5부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특히 시각장애를 입은 아들 이삭이에게 들려주려 했던 수필 낭독 CD를 남편 장세원씨와 시낭송가 표수욱씨, 싱어송 라이터 유성운씨의 도움으로 함께 수록해 시각 장애우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노씨는 "수필을 써내려가는 동안 놀랍게도 내가 아팠던 마음의 상처와 어둠을 걷어내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며 "'상처와 함께 자라는 나무'가 장애우들과 유아교육의 길을 걷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군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가족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8년 '수필괴 비평'에 '풀꽃 향기의 아침' 당선으로 등단했다. 한국 문인협회, 수필과 비평 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이일권
  • 2012.06.08 23:02

대구댁이 풀어놓는 무주 사는 이야기 이선옥 시인 '내 안에 가시 하나'

'저노무 산이 터억 막혀서 사는 일이 늘 답답한 것이여 / 불도저로 몇 날 팍 까라뭉개면 속이 시원허게 자빠질랑가 / 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어 몇 달은 걸리것는디 / 아따 그 양반 산이 얼매나 짚은디 몇 달이 뭐여 /불도자 서너대로 쫘악 밀면 족히 일 년은 넘을 것이네/('포내리 사람들 4'중) 무주군에 둥지를 튼 '대구댁' 이선옥 시인의 전라도 사투리로 된 시어가 정겹다. 무주 사람이 다 된 듯 시인은 적상산 산자락'포내리 사람들'이란 연작을 통해 이웃의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풀어놓았다. 단순한 삶의 이야기 아닌, 농촌 사람들의 정겨움과 아픔, 애환, 사회의 부조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이 시인의 시집'내 안에 가시 하나'(도서출판 두엄)는 포내리 사람들을 포함해'적상산''새벽''길' 등 연작시로 구성된 게 특징. '누가 그리워 목이 저리도 길었나''영혼의 뿌리같이 내리리라''참 쓸쓸한 노래 한 자라''다 헤어지지 못한 이별 한 쪽'등의 부제를 달고 5부로 구성됐다."시인의 시편들에서 유난히 눈을 끄는 단어가 '길'이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꿈길''아낌 없이 나를 버랴야만 비로소 이를 수 있는 길''어디에도 없는 가는 길'등이 보여주듯 시인은 끊임없이 길 위에 선다. 그 길은 잘 닦인 포장도로가 아니다."복효근 시인은 시평을 통해 "이 시인이 외로운 길 찾기를 통해 이르고자 하는 세계가 '너'로 표상되며, 그 '너'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 속에 휘말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항상 마음에 간직할 그 무엇이다"고 분석했다.1994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무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문집 '아직도 사랑은 가장 눈부신 것'과 '겨울새가 젖은 날개로 날아와 앉았다' 등 공저 시집이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6.08 23:02

외로움을 묵혀낸 시간 속에는…

"심창만의 시는 아프다. 읽다보면 가슴 어딘가가 베어져 있다. 검객처럼 가차 없는 진술들, 단검처럼 단호한 그 진술의 날과 끝이 찌르고 그어대고 토막 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생의 묵은 앙금들-외로움, 슬픔, 공허인 듯하다. 영적인 내공으로 잘 단련된 검객 같은 시인의 자기 내면과의 피 흘리는 오랜 싸움은, 보는 이를 공포와 연민에 떨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동시에 숙연하게 한다. "대학시절 김중식, 이수명 시인 등과 함께 동인 활동을 했던 심창만 시인이 오랜 적요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낸 첫 시집 '무인등대에서 휘파람'에 대한 동료 최승호 시인의 평이다. 이 시집은 또한 푸른사상사에서 역량을 기울여 펴내고 있는 '푸른사상 시선'의 17번째다. 시인은 시집에서 세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이미 지나온 적요의 시간들, 집과 길, 노년의 풍경이 그것이다. 고향 임실에서의 유년·청소년시절 이래 걸어온 50년 삶의 궤적을 압축하는 키워드다. 시인은 오래 묵힌 시간에서 생의 경건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존재의 본질이 외로움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아라비아 귀신처럼 우두커니 서서 / 나는 아무 주문도 외지 못한다 / 슬하에 바다를 두었던 한 시대가 낯설다 / 물고기 이름처럼 사소한 바다 /…달빛도 바람도 길을 잃는 / 퀭한 두개골, /무변(無邊)의 파도가 넘실대는 / 이 적요의 중심('무대등대에서 휘파람'중 )"시인은 '무인등대'에서 '휘파람'을 부는 존재다. 왜 시인은 무인 등대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가객이 되고자 하는가? 그것은 '쓸 만한 저격수'가 사라진 세상이 '혁명도 유배도 이제 절기'처럼 읽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철 지난 사어가 되어버린 '혁명과 유배'의 기억은 시인에게 침묵의 언어를 수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최승호 시평)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시문학'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1997년 계간 '문학동네'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6.08 23:02

"시조의 세계화 일조하고 싶었다"

페도라를 쓴 한 노신사가 기자를 찾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은 참 맑았다. 목소리도, 발음도 흔들림 없이 정확했다. 정기환(87)씨가 꺼낸 것은 영어시조집'Blue Ankle'(신아출판사푸른 복사뼈). "독학으로 공부해 15년 만에 출간한 것"이라고 했다.1993년 전주 팔복초 교장에서 퇴임한 그는 육십 칠세에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영어시조'의 확대는 한국문화의 세계화에서 주목되는 실천적 과제이긴 하지만, 학자들도 섣불리 달려들지 않을 만큼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조의 형식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긴장감을 영어로 살려낸다는 게 흥미로웠다"면서 3행시로서 '영어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어시조'는 번역을 통해서 한국문학을 접했던 외국 독자들이 한국문학의 형식과 정신을 전하는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625 전후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을 풀어낸 시조집엔 단편소설처럼 엮인 서사시조 29수와 창작시조 71수가 담겼다. 대표작'푸른 복사뼈'는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남편을 찾고자 한 아내가 몇 십 년 만에 남편 복사뼈에 푸른 점을 발견하고 재회하게 된다"는 내용. 모든 시조에 작자 미상인 경기민요 '청춘가'와 '노랫가락'을 얹어 악보와 함께 첨부했다.시조를 영어로 풀기 위한 장애물은 많았다. 2345음절로 이뤄진 한 수가 대개 43음절. 이를 언어 구조가 전혀 다른 영어에 끼워넣는 게 가장 어려웠다. 고민 끝에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44음절에 맞췄다. 인연이 닿은 캐나다 잉그리드 전주교대 교수의 첨삭으로 체계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창작경험에 근거한 '영어시조 작법'도 책에 담았다. 아직도 하루에 8~9시간을 영어시조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시조의 대중화세계화 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문학의 뿌리에 해당하는 시조가 영어를 통해 그 문학적 생명력을 새롭게 인정받게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영어시조집'Blue Ankle' 출판기념회는 28일 오전 10시30분 전주 관광호텔에서 열린다.

  • 주말
  • 이화정
  • 2012.05.25 23:02

전주출신 조선 대학자 목산 이기경 삶 추적

"왕이 상소를 보고서 부아가 나가지고 '이런 싸가지 없는 자가 있나? 네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일천 자나 되는 상소문을 썼겠는가? 평소에 준비해 놓고 있다가 했겠지'하고 상소문을 집어 던지고는 귀양을 보내라고 명을 내린 거야. 그때가 목산에게는 처음 귀양 길었지. 죄인을 귀양을 보낼 때면 소달구제 싣고 그렇게 가잖아. 이 소달구지가 보통 하루에 사십 리 길을 간대. 근데 영조가 화가 나니까 팔십 리를 가게 한 거요. 이것은 실록에도 나오는 내용이지. 그렇게 처음 귀양 갔을 때 「해상일록」이라는 기록이 거기서 나와요."영조시대 전주 출신으로 몇 안 되는고위직 관리를 지냈던 호남의 대학자 목산 이기경 선생(1713~1786)에 대한 7대손 이하영씨(전 전북유도회 회장)의 구술이다. 전북대 20세기민중생활연구소 내 무형문화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김명엽씨가 펴낸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흐름출판사)를 통해서다.저자는 호남의 대학자임에도 조명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목산의 삶을 그의 문집(「목산고」)과 후손의 기록(「목산선생년보」), 그동안의 논문,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등을 통해 추적했다. 여기에 후손 이하영씨와 대화를 가미시켜 자칫 딱딱하기 쉬운 개인의 전기와 학문세계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저자에 따르면 목산에 대한 기록이「조선왕조실록」에 무려 70차례나 언급됐을 만큼 당시 정치상황에서 중요하고도 험난한 삶을 살았다. 대사간 한성우윤 등의 요직과 황해관찰사를 지냈던 목산은 4차례 13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했으며, 생의 마감도 함경도에서 유배생활 중이었다.영조의 총애를 받았던 목산이 관료생활을 순탄치 않고 잦은 유배를 간 것과 관련, 저자는 철저한 법도를 지키려 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영조가 수시로 여러 벼슬을 제수하려 했으나 '특혜'를 받는 것이 싫어 모두 사양하면서 벌어진 이유가 컸다.목산의 관직생활을 살펴보면 눈앞의 이익보다 확과한 신념을 지키고 살았으며, 책의 제목이 된 '항상 관직에 나아가는 것을 어렵게,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쉽게 하라'는 스승(도암)의 가르침을 실천한 인물로 저자는 평가했다."목산이 관직에서 활약하던 때인 선조대 이후 영조대에는 이 고장 호남의 인사들이 심히 소외된 처지에 있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이 고장 출신인 정여립의 난 후 비등한 호남 죄지론(罪地論)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목산이 영주에 주청해 일시로나마 호남 소외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마음을 갖게 했다. "실제 목산의 고향 사랑은 남달랐다고 저자는 서술했다. 관직에서 잠시 물러날 때마다 전주에 거주하면서 호남의 명문거족의 출자와 지연적 연고를 밝힌 기록들을 많이 남겼고, 전북의 유서 깊은 명가의 사류들이 시의에 따르지 않아 불우한 처지임을 통분하게 여기는 술회를 여러 곳에서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책은 20세기민중생활연구소(소장 함한희 전북대 교수)가 전주 한옥마을에 살았던 선비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 과정에서 시작됐으며, '선비문화유산을 찾아서'제1권 총서로 나왔다. 이 지역 다른 선비가 다시 재조명될 것을 예고한 셈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2.05.18 23:02

인류의 문화자원 지켜내야 전북대 함한희 교수 '무형문화유산의 이해'

무형문화유산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새롭게 부각된 개념이다. 특히 전주에 아시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전당이 설립되면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의 관심도 높아졌다.그러나 국내 학계에서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며, 일부 거론되는 논의들도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정책을 둘러싼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전북대 함한희 교수가 무형문화유산의 기초 개념에서 활용방안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무형문화유산의 이해'를 펴냈다(흐름출판사). 전북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소에서 2010년부터 2년간 열었던 8번의 워크숍과, 지난해 개최된 아태무형문화유산축제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된 글들을 수정보완해 엮은 책이다.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정책, 개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다루었다. 2부에서는 우리나라 각 지역 무형문화유산의 특징, 전승현황, 현 보호제도의 문제점 등을 짚었다. 3부는 특집 형식을 빌러 무형문화유산을 기록한 경험을 정리했다.함 교수를 비롯,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허용호 동국대 교수, 김용구 문화재청 사무관, 이철남 충남대 교수, 현승환 제주대 교수, 김기현 경북대 교수 등의 글이 수록됐다.

  • 주말
  • 김원용
  • 2012.05.18 23:02

허무와 희망이 맞닿은 자리 '봄이 있었네'

'뒷문 밖엔 이마 서늘한 그늘이 산다 / 저 늙고 병든 짐승/ 윙윙 댓잎같이 날 선 바람을 / 사철 등에 업고 산다 / 한나절도 못되어 슬글슬금 뒷걸음쳐 / 구석까지 밀려나 바싹 엎드린다/('뒤뜰'에서)최정아 시인의 두 번째 시집'봄날의 한 호흡'(문학의전당)을 관통하는 주제는 '허무'와 '희망'이다. 마경덕 시인은 저자의 이번 시집과 관련, 시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따뜻한 봄날이었다가 서늘한 시의 체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것을 '자연'과 '동물'을 통해 끄집어낸다."'뒤뜰'에 사는 '그늘'이 늙고 병들다니, 그늘도 늙고 병이 드는가. 얼마나 오래 춥고 쓸쓸했으면 한나절도 못돼 슬금슬금 구석까지 밀려나 털 빠진 짐승처럼 엎드렸겠는가. 날 선 바람을 사철 등에 업고 얼마나 따스운 바깥을 그리워했겠는가?"시인의 의식 속에 각인된 '그늘'이란, 눅눅하고 습한 곳이 아닌 '재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마경덕 시인은 해석했다.같은 맥락으로, '바겐세일'에서 할인의 기쁨 뒤에 숨은 소의 '죽음'을 떠올리고, '핸드백'이 되고 만 소의 울음이 반값이지만 시인은 그 반값의 기쁨에 머무르지 않고 짐승의 목숨값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두운 삶의 터널를 지나면서도 희망을 말한다.역시 '주름치마'의 '접힌' 것에서 계단을 튀어나오게 하고, '상처'도 슬쩍 주름진 치마폭에 숨겨두며. 그곳에서 노을처럼 물들며 동화처럼 아름다움을 꾸게 한다. 과거라는 시간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더 나아가 미래의 시간으로 끌고 가는 힘이 최 시인의 역량이라고 마 시인은 평가했다.'뒤뜰''애개똥풀꽃''둥근 집''위험한 노출'등 4부로 나누어 110편의 시가 수록됐다. 남원 출신으로,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와 2004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밤에도 강물은 흐른가'시집이 있다. 전주문학상, 시흥문학상(수필)을 수상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4.27 23:02

그리움이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

여류수필가 김은숙씨가 세 번째 수필집 '그 사람 있었네'를 냈다(신아출판사). "봄 들녘같이 포근하고 겨울바다처럼 차갑게 내 마음속에 남겨진 무수한 이야기들을 새겨보다가 생각한다. 삶은 그리움이며, 또한 외로움이라고. 그리하여 꿈결같이 살다 가는 거라고."저자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고 책 서문을 열었다. 그는 실제 작은 일상에서의 행복과 어렸을 적 추억들을 담담하게 그려 동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추억여행을 하게 만든다.이삿짐 센터 직원의 작은 서비스에 흡족해 하고, 예식장에서 신부 어머니의 모성애에 감동한다. 어릴적 순수한 마음에 멍이 든 사건, 중창단을 만들어 활동했을 당시 만난 운동권 청년에 대한 추억, 순창으로 가는 버스에서 몇몇 승객들이 나눈 이야기꽃, 경남 진해에 살던 당시 군항제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 수필 모임에서 만난 그녀가 세상을 뜬 뒤 남은 빈자리, 온갖 정성으로 곱게 꾸며주고 보살펴준 숙모에 대한 추억, 어릴 적 오빠를 갖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지금은 고인이 된 작촌 조병희 선생과 시화전에서 만나 겪은 일화 등이 수필집에 담겼다. 작가는 1990년 '현대문학' 수필로 등단했으며, 2003년에는 '지구문학'에 시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수필집'그여자의 이미지''길 위의 편지', 시집'세상의 모든 길'이 있다. 새천년 한국문인상과 전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협부지회장, 현대문학 수필작가회 회장, 전북여류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4.27 23:02

세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은 가는 곳마다 우리와는 다른 생활습관, 언어, 문화, 피부 색깔을 보면서 새로움을 느끼게 합니다."백봉기 시인이 세계각국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소회를 여행기로 엮었다.'기억보다 아름다운 그 곳'(이랑과 이삭)."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때로 환하게 웃어주는 그들의 움음에서 뭉클 감동이 우러나는가 하면, 해맑은 눈빛 속에서는 맑은 영혼의 심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그는 또 인류문명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고대 도시의 신전과 유물 유적을 보았을 때는 숨이 멈추는 듯한 경외감을 느끼면서 역사지식의 일천함에 아쉬움을 가졌다고 했다.중국 청도장가계원가계, 우루무치돈황 등 동서양이 만났던 실크로드, 러시아 클레믈린 궁붉은광장피의 사원푸쉬긴 박물관표트르대제의 여름궁전,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 네팔과 티벳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이집트그리스터키 등 지중해권 등의 문화와 역사 유적들을 바라본 필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농협중앙회 진안고창부안군지부장을 지냈으며, 2009년 '한국문화예술'로 등단했다. 수필집 '억새풀 저 바람속에'를 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4.20 23:02

의지력이 삶을 결정한다

청명과 한식을 지나 자연은 완연한 봄을 이루고 있으나 내 몸의 절기는 가을로 들어서고 있다. 육체가 전해오는 기미들에서 먼저 계절을 느끼는 요즈음, 내 머리만 해도 잎 지기 시작하는 나무 같다. 이러 저러한 점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 내게 온 것을 우연이라 할 수 없겠다. 느닷없다고도, 황당하다고도 할 수 없겠다. 죽음에 대해 사고함으로써 몇 미터 더 이어질 삶의 끈이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나로 하여금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이므로, 책이 '죽음'에 관한 내용만을 '수용'했어도 충분히 의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강제수용소에서의 고통을 기록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스꽝스럽게 벌거벗겨진 자신의 몸뚱이 외에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아우슈비츠, 생명과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 처형의 대상으로 전락된 도살장, 개인의 자아가 끝내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하는 인간의 실존을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녁으로 먹는 수프 그릇을 들고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 바닥에 앉아 있는 동료들에게 점호장으로 가서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보라고 말하는 사람, 물들어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라고 감탄하는 영혼을 아우슈비츠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같은 환경에서도 삶과 죽음이 나눠지는 것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돼지처럼 행동할 때 성자처럼 행동하는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도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를 간직할 수 있음을 저자는 확인한다. 이런 관찰을 토대로 그는 '로고테라피' 혹은 '빈 제3정신의학파'라 불리는 이론을 정착시킨다. 이 책의 2부에서 서술한 로고테라피는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로고테라피는 실존 안에 숨겨져 있는 '로고스'를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그 과제로 삼는다. 이 책에 의하면 인생의 농부인 나에게 가을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기보다는 한 번쯤은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질문해볼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내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데에 마음을 주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면, 나의 영혼이 조금 더 깨끗해질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이 들거나 죽음의 고통속에 있는 사람에게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수용소에서 저자가 체험한 것과 비슷한 체념상태를 가진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이 책은 위로해 줄 것이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우울증, 중독증, 공격성의 원인이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의미 없음' 혹은 실존적 공허에 기인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독일어 원제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라고 말하네 : 한 심리학자가 수용소를 경험하다'였는데, 영어로 번역할 때 'Ma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로 바뀌었다. 내가 읽은 책은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이 옮기고 청하출판사에서 2005년 초판 2쇄로 펴낸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 책은 6년을 기다렸다 생의 가을을 맞은 내 가슴으로 들어와 삶의 의미를 속삭인 것이다.△오창렬 시인은 1999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서로 따뜻하다」가 있다. 현재 상산고 교사로 재직중.

  • 주말
  • 전북일보
  • 2012.04.06 23:02

이기적으로 변하는 기억

책을 산다. 책을 열고, 책을 덮는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소설과 같다. 숨 막히게 읽고 재밌게 읽고 슬프게 읽으면 되니까. 그리고 떨리는 심장을 그, 적막한 여운을 즐기면 되니까. 그러나 이 소설,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다산북스)는 다르다. 책을 읽는 동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고 싶게 한다. 한 줄 한 줄을 읽는 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던졌던 수많은 메시지를 떠올려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할 어떤 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자. 우리는 누군가에게 저주를 내렸다. 그 저주는 생의 전혀 엉뚱한 부분에 감춰져 있다. 이 소설은 1인칭 화자인 주인공 '토니'의 인생을 담고 있다. 소설의 앞부분은 고교시절 그와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 '몽정기' 속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는 그들. 그들은 성적인 것에 호기심이 가득하고, 기성세대에 불만이 많으며, 이런저런 철학과 역사, 문학책을 읽으며 '허세' 가득한 유년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줄리언 반스는 독자의 이러한 기분을 재빨리 뒤바꾼다. 주인공 토니가 대학을 올라가서 만난 베로니카를 등장시킨 것. 그리고 그 둘을 헤어지게 하고 토니의 고교시절 친구였던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를 만나게 한 것. 에이드리언이 토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쓰게 한 것과 토니가 답장을 쓰게 한 것. 그리고 에이드리언이 자살을 선택하게 한 것. 이러한 사건들은 순식간에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의 가장 추잡한 이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당신은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저주를 퍼부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아름다운 추억들로만 가슴이 뜨거운가? 어느 선택을 내리든 이 소설은 우리를 과거의 기억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어느 덧 40년의 세월이 흐른다. 이제 육십대가 된 토니.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받게 된다. 그러나 이를 건네주기를 거부하는 옛 연인 베로니카. 베로니카가 조금씩 흘리는 몇 가지 증거에 의지해 토니는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베로니카에게 몇 번의 사과를 하지만 베로니카는 그 사과를 받지 않는다. 주인공 토니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과거를 떠올려 봐도 토니의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에이드리언은 자살을 했는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토니는 뒤늦게 자신이 보낸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거대한 운명의 저주를 깨닫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2011년 영연방 최고 문학상인 맨부커 수상작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으로 이 소설에서 그는 작게는 고의적으로 타의적으로 왜곡되어가는 인간의 기억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최대한 불편하게 읽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타인을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없다. 물론, 제 자신의 모습도 결코 그대로 기억할 수 없다. 모든 기억은 이기적으로 변한다. 우리가 깨닫기 전까지 그것은 철저하게 도식화된다. 이제 다시 인정하자. 우리는 많은 역사를 왜곡했다. 우리의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타인의 역사와 아픔을. 봄날,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번쯤 망연자실 절망해보자.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봄밤이 유혹해도. △ 전남 여수 출생인 백상웅 시인은 우석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전북일보 동화 부문 신춘문예로 등단, 대산대학문학상(2006), 창비신인 시인상(2008)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3.30 23:02

민족의식 담긴 난해한 詩

이상은 1937년 4월 폐결핵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100주년을 맞아 시 선집, 연구논문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에도 이상 논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 이상의 인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이상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에서도 천재적 재능을 과시한 작가로서 약 20여편의 소설과 100여편의 시를 썼다. 그는 모국어만이 아니라 일본어로도 적지 않은 시를 쓴 세계적인 감각을 가진 시인이었다.이상 시 연구에서 자주 거론되는 화제는 그의 시에 나타난 모더니즘이었다. 이상 시의 근대성 연구도 이상을 모더니즘 시인으로 간주한 연구서다. 그러나 이상이 작가로서 활약한 시기가 일제 강점기였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저항의식의 발로인 시들이 반드시 주목되어야 한다. 이상은 시적 모험뿐만 아니라 정치의식과 민족의식도 강한 작가였다. 한 예로 일본에 건너가기 전에 누이동생 '옥희'에게 보낸 공개서간을 들 수 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우승 소식을 들은 이상이 동생을 격려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서 이상은 '우리들'이란 표현을 하는데, 그 말은 이상 남매를 포함한 조선 민족 전체의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930년대 초 저항의식이 반영된 시가 '출판법'과 '공복'인데 독자와 소통이 안 될 정도로 난해한 것은 일제의 혹독한 검열을 통과하고 반체제적 저항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이었으리라 추정된다.이상은 반체제적 민족의식으로 인하여 일제의 억압정치에 저항하는 '출판법' 같은 시를 썼고,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을지라도 자본주의의 비인간적 횡포에 대한 저항심으로 '가외가전' 같은 탁월한 장시를 쓰기도 했으며,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로 '열하약도' 같은 반군국주의 시도 썼던 것이다.이처럼 이상의 시에는 시대적 양심이 내포되어 있다. 이상의 거의 모든 작품의 분위기가 밝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삶과 문학은 식민지적 질곡에 얽매여 있었고 그의 작품은 이를 투철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시는 미학적, 구조적 관점에서 읽지 않아도 마음에 다가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세계엔 민족의식과 식민지 시대의 양심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길상 시인은 1972년 전주 출생으로 원광대 국어국문학학과와 동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본보 신춘문예,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3.2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