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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⑧독서의 생활화, 그 초서을 다지고자…

현대가 아무리 자본주의사회요 물질만능시대라 하지만, 그러함에 더욱 독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가 없는 일이다. 자고로 동서고금의 누적된 학문과 교양, 철학을 독서를 통해 찾고 연마하며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중요시해 온 것이 책이요, 독서였다.예부터 우리의 어른들은 낮으론 고된 농사일을 하고 밤으로 호롱 밑에서 책을 읽는 것(주경야독·晝耕夜讀)을 당연시 했으며 미덕으로도 여겼다. 틈틈이 책에 매달려 살면서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진리를 구함으로써 바른 생각,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건만 우리에게는 해방 직후까지 책이 무척 귀했다. 잡지도 흔하지 않았고, 신문조차도 여간 귀하지 않았다. 시골에는 마을 이장 댁이나 잘사는 몇몇 유지네 집에서나 신문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어느 날, 들에서 모내기 하던 중에 새참을 먹고 나서 잠시 쉬고 있는 참이었다. 두 내외가 한 식구같이 지내며 우리집 일을 돌봐주던 온용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흙 묻은 신문지 쪼가리를 들고 도랑의 물로 거기에 묻은 흙을 씻어낸 뒤 골똘히 읽고 있는 모습이 나에겐 참으로 유심하게 보였다. 진짜로 그가 예사로워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하루 종일 일하고 몸 가누기조차 고단할 텐데도 집에만 들어오면 무엇이든지 읽을거리를 찾고 갈구하는 그였다. 6·25전쟁이 끝나고 서울에도 판자촌이 주거문화가 대부분일 때 그는 무작정 상경을 했다. 그리고는 온돌을 놓는 기술자가 되더니 어느 새 일류 미장공이 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대형 건축공사 하도급 시공사에 이어 드디어는 종합 건설 회사를 설립한 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이전공사의 일부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수주를 받았다. 그러한 그의 생활 역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독서의 생활화가 진정 위대한 힘인 것을 거듭거듭 상기했었다.책이란 끊임없이 방황하는 사람을 바로잡아주는 멘토이자 희망의 손길이라고 여겼다. 현실적으로 고민을 스스로 풀기 어려울 때, 그 고민을 잠시 밀쳐두고 소설책을 읽으면서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나면 뜻밖으로 길이 보이고 맑은 정신으로 그 일에 집중한 경험이 비일비재다.'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가 책이라고 말한 어느 작가가 생각난다. 상상과 욕망을 가로막는 현실세계의 중압감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깡그리 사라지고 공간대와 시간대가 무한으로 확장돼 스스로 삶뿐 아니라 전 인류의 삶을 체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현실이 답답할 때면 책을 펄치고 일상에 갇힌 폐쇄회로에서 과감히 탈출해 훨훨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인간이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책은 생명의 에너지와 같아 "책은 음식과 같다"는 의학 전문의가 있는가 하면 어느 사업가는 "넓고 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는 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무리 난해한 어떤 문제라도 책속에선 반드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일 터이다. 그러기에 영국은 민간단체 북 트러스트가 대학도서관 등과 공동으로 1992년부터 매월 10만 권 이상 어린이들에게 전달하였고, 미국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정부 주도 북 포커스(Book For kids)와 민간 주도의 퍼스트 북(First Book)운동 하에 1990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만 권의 책을 흑인과 빈곤 가정 자녀들에게 보냈다. 그 책들을 받아 읽은 아이들은 그러지 못한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읽고 쓰는 능력이며 수치계산능력 또한 뛰어났다는 관찰 결과가 드러났다니 어찌 예사로운 일일까.한국도 문학단체와 종교단체 등 각 기관에서 산발적이나마 책 보내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린이재단 전북본부에서도 소외지역 어린이의 독서 생활화를 위해 전북일보와 함께 '책 나눔 캠페인'을 벌이며 책 기증운동에 기여하고자한다. 1만여 권의 책을 기증받아 저소득가정 아동과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시설 등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에 보낼 계획이다.자녀들이 다 자라서 현재는 읽지 않는 아동도서나 청소년기에 필독해야할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가정들에서 차세대 어린이를 위해 그들 도서를 기증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 줄 양서를 골라서 진정을 다해 전달하리라. 세상풍파에 대처할 아무런 방패가 없이 자라야하는 아이들과 농어촌의 학생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할 지주를 세울 수 있으리라. 그들 성장 역정의 큰 주춧돌이 될 작은 불씨 한 톨이라도 지펴주기를 삼가 바라는 마음이다.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국으로 이끌어갈,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의 알차고 바람직한 독서 풍토에 명실상부한 기틀이 마련되길 바라마지 않는다.책 보내기운동을 함께하는 전북일보와 후원해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한국GM노조, 한국증권거래소, 아이 엠 아이, 셰플러 코리아전주공장, 롯데백화점 전주점, 전북체신청, 현대스위스4저축은행, 한국KPS 군산사업소, 나무풍경, 노송신협 등 후원사에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 주말
  • 전북일보
  • 2011.08.12 23:02

[책의 향기] 외설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경신 의원의 블로그가 화제가 됐다. 애매모호한 잣대로 평가절하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쿠베르의 '세상의 기원'이라는 그림을 올린 것. 여성의 음부가 캔버스를 채운 이 그림은 네티즌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많은 파장을 만들어 냈다. 과연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일까? 확실한 답이 존재하기는 한 걸까? 영화가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것처럼 조각이나 그림도 나이 제한을 둬야 하는 것일까?다른 예술 작품처럼 예술과 외설의 위헌한 줄타기를 하는 소설들이 있다. 한 때 금지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작품도 있고 출판과 동시에 진통을 겪은 소설도 있다. 이 책들은 음란물일까, 예술일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D. H. 로렌스/ 범우사/ 1만 2,000원전쟁으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남편을 가진 채털리 부인은 남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충족시킬 수가 없다. 공허한 마음에 외로워하던 그 때, 산지기 올리버 멜러즈와 마나게 되고 참된 사랑에 눈 뜨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서 따뜻하고 충만한 애정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새로운 삶에 눈뜬다.이 책은 로렌스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대표작. 결혼제도와 계급 대립 등의 문제를 남녀의 만남을 통해 비판하고자 했으며 중산계급 사람들의 위선과 하층계급의 비애를 묘사했다. 소설에 등장한 성관계 묘사 때문에 영국 사회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으며 급기야 영국에서는 출판이 금지 됐다. 1928년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첫 출판이 된 이후 1960년 자유 출판을 위한 항소심에서 출판사가 이기면서 비로소 영국에서 원본이 출판될 수 있었던 세기의 화제작이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저/ 북리뷰/ 1만 3,000원이 책은 1989년 출판 된 이후 다양한 평판을 들었다. 도덕과 이성 보다는 본능과 감성을 중시한 에세이. 이미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평가되고 있는 화제의 책이라 할 수 있다.저자인 마광수 교수는 「즐거운 사라」등 이미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마음이 야하다는 것은 본능에 솔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강조한 야한 여자는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이고 닫혀있는 우리 사회가 변화를 수용해야 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중적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과 사랑, 놀이를 통해 정신적인 건강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적당이 놀 줄 아는 미덕을 가지라는 저자의 문학과 성에 대한 고백이다.1989년 나온 동명 에세이집의 개정판으로 초판에 비해 문제를 다듬고 편집에 변화를 줬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장정일 저/ 김영사/ 9,000원누군들 일상화된 자신의 삶에 만족하겠는가?이 책은 마광수 교수의 작품만큼 외설과 예술 사이의 의견이 다분하다.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모든 장르에서 활동 한 장정일의 첫 장평소설. 삶과 성(性)이 무엇인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작품으로써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나, 은행원, 바지 입은 여자로 대변되는 세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로 민주투사가 감옥에서 요리책을 보고 주방장이 된다거나 안기부 직원이 청와대 사칭 사기꾼이 된 이야기, 술집 아가씨와 결혼해 여고 앞에서 분식집을 차리는 젊은 시인의 이야기 등 충격적이고 색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불행한 존재들로 가득 차 변화하지 않는 삶이지만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져 있으며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 주말
  • 이지연
  • 2011.08.12 23:02

[책의 향기] 목회자 안석근 시인, 시집 '보리와 기도' 펴내

안석근 시인(52)에게 시 쓰기는 노동이 아니라 사랑의 수고다. 고등학교 땐 꽃시처럼 만지면 터져버리는 시를 썼다. 알알이 맺힌 산딸기처럼 손대면 물들이는 시도 있었다. 모든 시는 생명을 잉태하는 일. 전주 평화드림교회를 맡고 있는 목회자의 삶도 다를 바 없다."우리에겐 보리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대변하는 겁니다. 보리를 심고 가꾸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춘궁기에는 보릿고개도 겪었죠.""모르면 무식해진다"는 시인은 이제서야 시집'보리와 기도(심상)'를 펴내고 30년 시와 더불어 살았던 삶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지내오면서 강의해오다 막상 시를 쓰기 시작하니 어려웠다.2009년 '심상(心象)'으로 문단에 나왔으나, 실제 시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20여 년 전.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을 무렵 백일장 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서울대 교수와의 오랜 인연으로 시집의 발문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시집에는 자연주의 서정을 담은 '보리시' 연작을 비롯해 시·시어·시의 진실을 다룬 은유시, 사랑에 관한 시까지 다채롭다. "평론도 어렵고 창작도 어렵지만, 그래도 교과서에 남을 시를 쓰겠다"는 각오로 매일 시를 거른다.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전주 평화드림교회 담임 목사, 드림지역아동센터 대표로 재직중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1.08.05 23:02

[책의 향기]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법

1976년 12월. 고교 진학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했던 '662번'은 없었다. 뒤늦게 알았다. 답안지가 한 칸씩 밀려 기입됐다는 걸. '나는 패배자야!' 스스로 낙인찍었다. 지독한 방황을 떨쳐내는 데 6년이 걸렸다.사람의 마음 속엔 저마다 지워지지 않는 한 아이가 있다. 성장을 멈춰 두려움에 빠진 이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다시금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힘겹게 오른 의사의 길에서 김재현씨(49·송천한빛크리닉 대표)는 다시 뇌를 공부했다. '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컨텐츠 하우스)'에는 자신을 힘들게 한 기억을 받아들이자 뇌가 기지개를 켠다는 깨달음이 담겼다. 나쁜 기억은 스스로에게 자유로움을 줬고, 자녀들에게도 공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이 책은 뇌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을 찾아 '마음의 뇌과학'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뇌과학'은 뇌세포들의 단독 공연이 아닌 뇌와 마음, 환경이 함께 연출하는 춤을 뜻한다. '머리(지능)가 나빠', '기억력이 안좋아', '말을 잘 못해', '쉽게 포기해' 등과 같은 부정적인 꼬리표는 대개 주변 환경 때문에 생긴다. 사람은 본래 자신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 아닌, 스스로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여기서 "삶은 습관이고, 좋은 습관을 갖는 방법은 반복"이라고 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 하면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해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등의 삶의 고통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행과 불만족일 것이다. 이렇듯 삶의 문턱에서 한 번쯤 해봤을 광범위한 걱정·고민들을 심리학이라는 너른 그물망으로 건져낸 책. 때로는 의사로, 때로는 인생 선배로, 자신의 경험담을 섞어가며 '마음의 뇌과학'을 읽어내 각자 여울목을 건너게 하는 '마음 속 징검돌' 같다.

  • 주말
  • 이화정
  • 2011.08.05 23:02

[책의 향기] 추리소설

여름이 공포영화 보기 좋은 계절이라면 또 동시에 추리소설과 딱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손 떨리는 스릴과 막힘없이 읽히는 스토리의 만남은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추리물의 매력. 셜록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고전 뿐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더 잔인해진 추리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마와 열대야보다도 무섭고 오싹한, 고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요즘' 추리소설을 만나보자.▲ 명탐정의 규칙히가시노 게이고 저/ 재인/ 1만 3,800원일본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날가로운 양심 선언적 소설.이 책은 지방 경찰 본부 수사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똑똑하지만 건방진 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함께 12가지의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며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담았다. 촌스럽고 비현실적 설정, 등장인물의 억지스러운 추리 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 소설의 규칙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출판된 추리 소설의 모든 패턴을 총 망라한 이 책은 추리 소설의 규칙과 형식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패턴과 상황을 적용시켜 완성시킨 것이다. 기존의 추리 소설에 통렬한 야유를 보내며 추리 소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뒤바꿔놓을 것이다.추리 소설을 비틀고 추리 소설에 반전을 더한 블랙 코미디가 살아 있는 소설. 추리 소설에 애정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트렁크 뮤직마이클 코넬리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 3,800원범죄 스릴러의 거장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이다. 경찰출입 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LAPD 해리 보슈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발표해 유명세를 얻었다. 이 책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다섯 번째.할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팀으로 돌아온 해리 보슈와 파트너 에드거, 새로 발령받은 여형사 라이더가 펼치는 열정 넘치는 수사가 펼쳐진다. 할리우드 볼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 것. 마피아의 '트렁크 뮤직'이라는 범행 수법과 비슷해 담당 부서에 사건을 의뢰하지만 담당자는 사건을 거부하는데.저자의 다른 작품들처럼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함과 긴장감이 돋보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이 책 가득 담겨 있으며 미국 형사물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단맛파울루스 호흐가터러 저/ 은행나무 / 1만 2,000원'오스트리아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는 파울루스 호흐가터러의 대표 추리소설. 2006년 발간 돼 2007년 독일추리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유럽연합문학상 최고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통해 여러 인간군상 사이에 펼쳐지는 드라마를 그려낸 작품으로 크리스마스와 도시, 훼손된 시체 등이 얽히고설켜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7인의 정교한 관점과 감각, 표현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불안한 영혼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실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작가는 심리분석적인 시선을 담아 인간 본연의 어두운 풍경과 영혼의 상처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충격적인 내용과 우아한 문장으로 공포스럽지만 아름다운 사건을 펼쳐 보일 것. 단순한 살인 사건에서 삶의 어두운 이면과 복합성까지 만나게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8.05 23:02

[책의 향기] 불우한 생활, 동화로 승화한 권정생

동화 '강아지똥'과 '몽실언니' 등을 쓰신 권정생 선생은 평생 불우하게 살다 가셨다. 1937년에 일본에서 태어난 선생님은 어린 시절 거리청소부를 하던 아버지가 쓰레기더미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글을 익혔다고 한다. '이솝이야기', '그림동화집' 같은 책들이었다. 해방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으나 먹고 살기 바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어린 권정생은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점원 노릇을 하면서 상급학교 진학의 꿈을 키웠다. 열여섯 살에 집을 나가 객지를 떠돌며 일을 했고, 6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몸에는 이미 결핵균이 들어와 있었다.선생님은 책을 내고 받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허투루 쓰지 않았다. 돌아가시기 전에 예금통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인세를 굶주리고 있는 북쪽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분은 우리 가까이에 계셨던 성자였다.권정생 선생님을 처음 뵌 게 1984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안동에서 방위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말수가 적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그 목소리가 회초리처럼 맵고 단호했다. 선생님은 젊은이들이 흥청거리는 자리는 가능한 한 피하셨다.2007년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향 가는 길에 몇 번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두세 평쯤 되는 선생님의 방은 딱 한 사람이 누울 만한 잠자리,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게 쌓인 책, 조그마한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소반 하나, 그리고 식기와 반찬 그릇들이 오밀조밀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모든 생활이 그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선생님이 바깥에 나가실 때만 고무신 한 켤레가 따라 나섰다.'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유언을 받들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재단 사무실 옆에는 선생님의 유품전시관이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여기 전시해 놓은 유품들을 살피던 중에 빛이 바랜 동시묶음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이 직접 펜으로 동시를 쓰고, 삽화를 그리고, '삼베치마'라는 큼직한 글씨로 제목을 달고, 아홉 마디로 알뜰하게 부를 나누고, 떨어지지 않게 풀을 붙여 제본까지 한 동시집이었다. 유품의 목록을 정리하다가 발견이 되었다고 했다.'삼베치마'의 맨 끝에는 '1964년 1월 10일 묶음'이라는 발간 날짜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1964년 청년 권정생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는데, 이 해는 선생님의 일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 때일까? 방황을 거듭하다가 고향집에 돌아온 지 6년 만에 선생님은 교회학교 교사로 정식 임명된다. 건강을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성경책을 벗 삼아 꾸준히 철야기도를 하고 얼마 동안의 행복을 느낀다. 고향에 정착해 가까스로 생활의 안정을 되찾은 시기로 짐작된다. 혼자 써놓은 글을 발표할 지면은커녕 보여줄 사람도 옆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집을 묶어보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권정생 선생님은 1969년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현상모집에 '강아지똥'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삼베치마'는 그보다 5년이 앞선 시점에 나온 동시집이 되는 셈인데, 그야말로 권정생 문학의 시원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밖에 없던 그 동시집을 이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정식으로 출간된 것이다. 우리 아동문학사에 중요한 무게를 더할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의 불우함을 책읽기로 이겨내고 그것을 동시로 꾹꾹 눌러쓴 한 작가의 정신이 거기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1.07.29 23:02

[책의 향기] 문인·도민 어우르는 잔치 한파

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가 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 에서 '2011도민문예대학 및 전북문인대동제'를 개최한다. 행사에는 서거석 전북대 총장, 정헌율 부지사,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 문인협회 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다.이번 행사는 지난 2년간 도민들의 관심 속에 추진해온'도민문예대학'과 병행해 열리는 것으로 창작성과 놀이의 성격을 가미해 마련됐다. 문학을 사랑하는 도민들과 함께 전북발전에 동참하고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문인뿐 아니라 도민 누구나 참여토록했다. 도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지역사회 문화예술 진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행사에는 27년째 '행복충전소' 소장을 맡고있는 용타 스님을 비롯, 전북대 전정구 교수와 진동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의 특강도 마련됐다. 시낭송과 문화공연도 빠질 수 없다. 경남하동에서 활동하는 문화공연단 '철부지들'과 대중가수 공연, 그리고 문인들이 협찬한 경품추첨의 시간,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전북문인협회 이동희 회장은 "도민들이 문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문학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그는 특히 "문학인의 저변 확대를 통해 전북의 넉넉한 문화생성에 기여하는 한편, 지역문학의 담론구축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과 문인협회 회원 500여명이 참가 할 예정인 이번행사는 전북대(총장 서거석)의 전폭적 지원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참가 문의는 전북문인협회 사무국(T.278-2296)으로 하면 된다.

  • 주말
  • 위병기
  • 2011.07.29 23:02

[책의 향기] 톨레랑스

우리나라 말로 '관용'이라 해석되는 톨레랑스(tolerance). 종교, 정치, 도덕, 사상, 양심 등의 영역에서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논쟁은 하되 물리적 폭력에는 호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념이다.22일 노르웨이에서는 참혹한 테러 사건이 있었다. 유럽에서 이슬람 문화가 확장되는 것을 경계한 테러범이 한국과 일본, 대만과 같은'순혈주의사회'를 주장하며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힌 것. 우리는 오히려 '톨레랑스'를 배우려 하는 이 시점에 테러범의 행동이 당혹스러우면서도 순혈주의 사회로 우리나라가 지목 된 것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홍세화 저/ 창작과비평사/ 1만 1,000원우리나라에 '톨레랑스'라는 개념을 처음 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1995년 발간된 초판을 통해 톨레랑스를 이야기 했으며 우리 사회에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이 책은 '남민전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한 채 파리에서 택시를 몰아야 했던 홍세화가 저자다. 짙게 남아 있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을 사는 우리에게 배려와 용인의 미덕을 진지하게 들려주고 있으며 동시에 가난했지만 행복한 망명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톨레랑스 메시지가 그대로 전해질 것.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고 나와 다른 이유로 적대하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절달된다.16년 전에 나왔던 이 책은 아직까지도 개정판이 나오며 여전히 같은 모습의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번 개정판은 본문을 전체적으로 수정했으며 '톨레랑스'에 관한 부분을 보충했다.▲ 왜 톨레랑스인가필리프 사시에 저/ 상형문자/ 1만 2,000원이 책은 지난 5세기 동안 유럽의 역사 속에서 제기되고 발전해 온 톨레랑스 사상에 대한 일종의 카달로그다. 교회권력과 정치권력 간의 논쟁을 정리한 1부와 세속권력이 사회적 유용성과 공익의 이름으로 사회질서를 어떻게 세우고자 했는지를 말하는 2부, 현대에 이르러 신적 질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인간의 '자유의 이름으로'에 대한 이야기가 3부에 실려 있다. 인간의 본원적 권리인 자유를 쟁취하고 나아가 타인의 자유와 어떻게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인류의 진보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건들에 어떻게 맞서는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톨레랑스 정신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읽기에 좋지만 서양철학이나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다소 어려운 책.▲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하승우 저/ 책세상/ 4,900원톨레랑스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고 싶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하는 톨레랑스 정신은 과연 어떤 것일까?이 책은 힘의 논리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 톨레랑스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 말한다. 차이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관용적이지 못한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조건이라는 것. 이를 설명하기위해 톨레랑스의 형성과정과 기본 원리 그리고 톨레랑스가 가진 현실적 한계점 까지 짚어내고 있다. 또한 전혀 다른 배경에서 시작된 이 정신을 우리나라에 접목시키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으며 열린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현실에서 역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톨레랑스의 가능성을 고찰해봄으로써 극단과 편견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다소 딱딱한 편이지만 톨레랑스 정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은 다 모여 있다.이지연기자jiyeonwithu@

  • 주말
  • 이지연
  • 2011.07.29 23:02

[책의 향기] 푸른 눈의 수행자가 들려주는 비구니의 삶

"서양에서 자라 궁지에 몰릴 때 말을 잘해서 난처한 자리를 모면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나는 나를 변호하기 위해 하던 '그렇지만'이라는 말 대신 '제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참회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배워야 했다."프랑스의 선(禪) 수행자 마르틴 배철러는 1975년부터 10년간 한국에서 비구니로 살았다. 18살 친구 집에서 우연히 읽은 '법구경'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고 깨달은 그녀는 1975년 22살 무작정 아시아로 여행을 떠났고 우연히 들른 한국에서 비구니가 된다. 신간 '출가 10년 나를 바꾸다'(웅진뜰)는 배철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비구니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1975년 출가해 송광사 구산 스님 문하에서 10년간 간화선 수행을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은사인 선경 스님의 삶을 통해 비구니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들려준다. 현재 비구니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은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4개국뿐이다. 그중에서도 비구니 수행 전통을 비교적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비구니 전통이 사라졌다가 최근에야 부활했고, 대만은 비구니 역사가 70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10년간 비구니로 살면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 '하심'(下心)을 배웠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한국 여성들에게 비구니로 살아간다는 것은 '해방'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비구니 스님들을 만나면 자신 속의 여성적 측면과 남성적 측면 두 가지를 다 통합해 자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발현시킨 하나의 인간을 만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있어서 출가란 자신을 제약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해방을 의미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에 세 번 예불하고 세 번 부엌에서 일을 도와야 했던 행자 생활, 하안거 결재 기간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동 목욕탕을 청소했던 일 등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낸다. 우리 말로 옮긴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비구니와 그 수행 전통을 소재로 할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의 수행 전통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해 그리고 있다"면서 "이 책은 한국 불교를 '살아 있는' 전통으로서 알리는 몇 안 되는 영문 책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웅진뜰. 220쪽. 1만2천원.

  • 주말
  • 연합
  • 2011.07.22 23:02

[책의 향기] 커피 마실 때 이런 생각도 한번쯤…

도심 번화가나 사무실 인근에 가면 하나 걸러 하나씩 커피전문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값이 치솟아도 식지 않는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커피 맛있게 만드는 법부터 커피점 창업 매뉴얼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책들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커피밭 사람들'(그린비 펴냄)은 조금 특별한 커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수진 멕시코 콜리마주립대 교수는 이 책에서 전세계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커피 한잔 값에도 못 미치는 일당을 받으며 일하는 커피밭 노동자들의 삶을 들려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코스타리카의 타라수 지역과 페레스 셀레동 지역에서 현지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커피열매를 땄다. 그리고 함께 커피열매를 따면서 만난 코스타리카의 노동자들, 그리고 코스타리카로 건너온 니카라과의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과이미 원주민들의 삶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냈다. 땡볕 아래서 종일 커피를 따고도 늘 가난에 허덕이면서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늘 삶에 대한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돌아와 힘든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러가며 집에 반짝반짝 광을 내는 엘레나를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내가 참 불량하다. 커피밭 노동자로서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그녀에 비한다면 한참 불량하다."(74쪽)몇 년 후 다시 만난 이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했다. 저자가 함께 지냈던 엘레나의 남편 기예르모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커피 수확철마다 코스타리카로 왔던 니카라과의 프레디 부부는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커피값이 나날이 오르고, 커피 열풍이 식지 않는 동안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커피밭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진다. 328쪽. 1만5천원.

  • 주말
  • 연합
  • 2011.07.22 23:02

[책의 향기] 책따세, 2011 여름방학 청소년 추천도서 24권 발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모임'책따세'(대표 허병두 숭문고 교사·www.readread.or.kr)가 여름방학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책따세는 1998년 결성, 교육자·학부모·학생 등 약 4만9000명 회원과 70여 명의 교사가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따세의 추천 도서는 문학 10권, 인문·사회 4권, 과학 6권, 예술 4권 등 24권이다.'돼지가 있는 교실(달팽이출판·중1부터)'은 오사카의 한 초교에 근무하게 된 저자 쿠로다 야스후미가 30여 명의 아이들과 3년간 돼지 'P짱'을 키우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린 책. 작가는 'P짱'을 통해 생명과 삶,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수업을 진행하고, 'P짱'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아이들에게 찬반토론을 거쳐 생명을 존중하도록 돕는다.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은 바로 이게 아닐까 .'로지코믹스(랜덤하우스·고3부터)'는 보기 드문 수준급 지식 만화다. 컴퓨터 발명의 뿌리가 된 미완성 고전 '수학원리'의 저자 버트런드 러셀의 여정을 보여준다. 논리학자와 광기의 연관성, 수학과 논리학의 역사와 지적 거장들의 논쟁 등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상당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탐구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는 탐구의 전제들을 더 많이 의심했다"는 그의 말을 유쾌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길.'돈의 인문학(문학과 지성사·고2부터)'은 돈을 인문학적으로 규명해 돈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사회학자 김찬호(성공회대 교수)는 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이자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구조로서 본래의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조화로운 삶·고2부터)'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최민석씨가 월드비전 설립 60주년 기념해 펴낸 에세이. 가족을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막장에 들어가는 볼리비아의 소년 광부 아밧, 네팔의 15살 아기 엄마 싼티, 에티오피아의 에이즈 고아 압둘 등 힘겨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이 담겼다.제8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전삼혜의 첫 청소년 소설'날짜변경선(문학동네·고2부터)'.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현수,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문학을 움켜쥔 우진, 왕따의 아픔을 문학으로 치유하는 윤희가 글로 마음을 나누며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문장력과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인다.명랑함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는 고교 자퇴생인 차율미의 아슬아슬한 성장기를 다룬 '독립명랑소녀(문학과지성사·중3부터)'. 단칸방에 살면서도 가수의 꿈을 키워나가는 당찬 소녀는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원숭이를 보살피면서, 옆집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주고 '아찔한 곡예 같은 청춘'을 살아간다. 끊임없이 위협당하며 고통받는 삶과 불안한 날들의 방황에 대한 기록.'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시드페이퍼·고2부터)'은 우리 전통공예를 이어가는 무형문화재 12인을 소개한다.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 짜기 장인, 경북 영덕군 옹기장, 전남 나주시 염색장, 경남 통영시 나전장 등 장인들의 묵직한 삶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나머지 추천도서▲ 문학 = '삼국유사 끊어진 하늘길과 계란맨의 비밀'(중1부터), '천국에서 한 걸음'(중2부터), '파랑피'(중3부터), '부끄럽지 않은 밥상'(중3부터), '마즐토브'(중3부터), '교실 밖으로 걸어나온 시'(고1부터), '숏버스'(고1부터).▲ 인문 =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고1부터),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중3부터),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중3부터).▲ 과학·예술 =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중2부터), '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중1부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중3부터),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고2부터).▲ 예술 = '영국 왕실 그림수업'(중1부터),'아들과 클래식을 듣다'(중2부터),'좋은 그림 좋은 생각'(고2부터).

  • 주말
  • 이화정
  • 2011.07.22 23:02

[책의 향기] 열대기후

찌는 듯 한 더위에 몸은 더 늘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야 하는 일도 하기 싫은 지금이 책을 읽기에는 적기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보다 더 더운 지방의 이야기를 보면서 스스로 위로(?) 하는 방법은 어떨까? 게으르고 의욕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과 그 곳을 여행하는 자들에게서 또 희망을 배워 보는 것. 이 계절만 지나면 우리에게는 시원한 가을도 있고 눈 내리는 겨울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니겠는가.▲ 사막에서 삶을 되돌아보다 - 백년보다 긴 하루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저/ 열린책들/ 1만 800원광활한 스텝지역의 조그만 한 간이역. 생명이라고는 찾기 힘들 것 같은 이 사막의 불모지에도 삶은 존재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이곳에 정착한 군인 부란니 예지게이가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30년 이상을 같이 일한 동료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베이뜨묘지까지 가는 하루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 그는 묘지를 향해 걸으며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회고한다.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스텝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펼쳐지며 그 위에 펼쳐진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 새로운 행성의 이야기가 신비롭다. 중앙아시아 민족의 전설과 역사, 그리고 현실과 공상의 독특한 배합이 화려하게 수놓은 융단처럼 다가올 것.저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대표 작가로써 1963년 「자밀리아」로 당시 소련의 최고 영예인 레닌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79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숨졌다.▲ 배낭여행자들과의 인터뷰 - 온 더 로드(On the Road)박준 저/ 넥서스북스/ 1만 3,000원' 왜 꿈만 꾸고 있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다. 돌아와 일상 속에서 더 잘살기 위해서이다' (본문 중에서)길 위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어떻게 느낄까?여행자가로 유명한 박준이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책이다. 저자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로 떠난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10년 전 우연히 카오산 로드에서 여러 국적의 수많은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는 저자가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여행에 대해 말하는 것. 'EBS 열린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영되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장기배장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후덥지근한 바람과 매캐한 공기, 이질적인 분위기,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태국의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과 다짐을 얻을 수 있을 것. 더위에 지지 않는 활력소가 될 책이다.▲ 베트남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 - 다다를 수 없는 나라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저/ 문학동네/ 8,500원' 밤은 불안정했다. 별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산비탈에는 숲이 두 발로 굳건히 버티면서 일어서는 것 같았다. 오두막집들이 녹아서 냇물 속으로 실려 갔다. 대자연은 개시만 할 뿐 절대로 마무리하는 법이 없는 몸짓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이 소설에 등장하는 베트남은 프랑스에 있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기억조차 닿지 않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다. 18세기 프랑스 선교간의 비단길은 포르투갈, 모로코를 거쳐 인도 세일론을 따라 열 세달 만에 목적지에 닿는다. 이 후 이들의 삶은 다다를 수 없었던 나라, 베트남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다. 불안한 열정으로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프랑스의 혁명으로 조국에서 잊히게 되는데.조용한 문체지만 무겁게 읽히는 이 소설은 아름답고 아련한 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저자가 후기에 덧댄 베트남 근대사는 유용하기까지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22 23:02

[책의 향기] 군대 사망사건 조명한 소설 '초록의 전설'

최근 해병대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을 조명한 소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병석(64) 작가가 1970년대 군대 내 사망사건을 다룬 '초록의 전설'(북인 펴냄)을 내놨다. 책은 군대 내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헌병대 수사요원들이 주요 인물로 나온다. 각기 다른 1인칭 화자가 자신과 얽혀 일어난 각종 사고를 풀어가는 연작 형태로 8편이 한 주제 아래에 묶였다. 소설은 군내의 무자비한 폭력적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생사를 함께 하는 전우를 쏘는 총기 사고부터 구타, 가혹행위, 부당한 명령을 하는 상급자의 횡포, 군대 부적응자의 탈영사고 등 군대에서 반복되는 고질병을 살펴본다. 헌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왕현소를 중심으로 동료 병사들이 차례로 등장해 각 단편을 이끈다. 소설은 월남전 참전 탓에 고엽제 후유증을 앓던 병사가 북한산 인수봉에서 자살한 사건으로 시작돼 그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왕현소의 동기 최의균은 헌병학교 내무반장인 한 하사의 자살 사고를 설명한다. 노름빚 독촉에 시달린 이 하사는 탈영해 민간인 가족 3명을 사살하고 자살하지만 다음날 단순 사고로 발표된다. 왕현소의 고참인 운전병 안정요 병장은 부대 뒤 저수지에 떠오른 사병의 시체와 관련된 사고를 진술한다. 안 병장은 수사요원으로 갓 임명된 왕현소 일병을 데리고 현장검증과 탐문수사를 시행한다. 박종근 하사는 내무반장의 구타에 앙심을 품고 무장 탈영한 이등병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이등병은 동료 병사에게 총을 난사하고 대공초소로 올라가 인질극까지 벌인다. 소설가 이동하는 "작가는 군대의 비인간성이나 잔혹성을 고발하는데 머물지 않는다"며 "끔찍한 한계상황 속에서 오히려 처연한 감동으로 빛을 발하는 인간애 같은 것을 극적으로 조명해냈다"고 말했다. 240쪽. 1만1천원.

  • 주말
  • 연합
  • 2011.07.15 23:02

[책의 향기] 김용택·이은영 부부 '내곁에 모로 누운 사람' 펴내

스물넷 아가씨가 서른여덟 노총각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선생님, 저랑 같이 살면 안 돼요?" 무심한 그가 내뱉은 말. "은영아, 제 정신이냐? 내가 나이가 몇 인줄 알아?" '그래도'좋았다. 먼지가 푸석푸석 올라오던 마음에 온기가 지펴졌다. '눈 뜨면 앞산과 강, 이불보를 빨아 널면 하늘이 다 가려지는 작고 작은 마을'에서 부부는 세상과 우주를 품고 살았다. 25년 뒤 김용택 (63) 이은영(49) 부부는 '내곁에 모로 누운 사람(마음산책)'을 펴냈다.딸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두 달간 생이별을 한 부부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부부의 연을 맺어 자식을 키우고 늙어가는 과정을 응시했다."책을 낼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 얼마나 쑥쓰러운 이야기야. 다만 우리 부부는 이런 삶의 고민을 서로 주고 받는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 결혼은 공부하는 학교거든. 도 닦는 거지. 결혼만큼 공부시키고 교육시키는 책도 없고 제도도 없다고."일상을 존중하는 이들 부부에게도 '실낱같은 외줄을 타며 생의 끝까지 가서 바닥을 치고 돌아온' 일이 많았다. '속이 좁고, 쪼잔하고, 성질 급한' 시인을 아내는 잘 받아줬고, 시인은 시 보다 아내와 아이들을 더 아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왜 책을 봐야 하는지, 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왜 사람이 그토록 소중한 지 알게 해준 사람'이 됐고, 아내는 남편에게 '당신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바꿔놓은 사람'이 됐다.군 입대하는 아들 민세에 대한 애틋함, 미국에서 힘겹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간 딸 민해에 대한 마음, 그 속의 갈등과 화해 과정까지 세세하게 그려진다. 인생의 가장 훌륭한 스승을 부부라고 한다면, 이 책은 이 세상 모든 부부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1.07.15 23:02

[책의 향기] 이보영 전북대 명예교수 평론·수필집 출간

문학평론가 이보영 전북대 명예교수가 평론집 '한국 근대문학의 문제(신아출판사)'와 함께 수필집 '거울의 세계(문예연구사)'를 나란히 출간했다.'한국 근대문학의 의미'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평론집은 한국 근대문학이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묻는다. 이청준의 '서편제','소리의 빛','선학동 나그네'', 조정래의 '불놀이'에서 민중의 한(恨)과 초극을 검토하고, 염상섭의 문학에서 자연주의가 아닌 민족적 위기의식에서 허무주의로 발전한 과정도 짚었다.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진 신석정 시인의 현실 참여적인 성향을 강조하면서, 제국주의 비판시를 써왔다고 바로잡기도 했다.외면적으로 풍요로워진듯 하지만 아직도 빈 곳, 허약한 곳이 많은 한국 문단에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을 보면 지난 날보다 예리한 작가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희망을 표시했다.수필집에는 1993년부터 3년간 '수필과 비평'에 연재된 수필들에 '원에 대한 명상','가공할 이중인격자들','염상섭과 광화문, 그리고 남산' 등을 덧댔다. 분석의 대상 혹은 러브레터의 수취인이 된 시인과 작가들의 작품을 엄정함의 굴레로 보아온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과정이 풀어진다. 다층적인 구조를 띄는 수필집에 대해 '거울 속의 거울, 일그러진 거울, 실험적인 거울, 마술적인 거울, 나르시즘적이거나 자기기만적인 거울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문예연구' 편집인을 지낸 그가 펴낸 저서로는 '난세의 문학 - 염상섭론','동양과 서양','이상의 세계','역사적 위기와 문학' 등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1.07.15 23:02

[책의 향기] 김계식 시인 시선집 '자화상' 출간

시인은 '보는' 사람이다. 총체적인 것을 보고 나서 아주 미세한 것을 본다. 그것을 재조립해서 전부로 본다. 아름다운 것의 재발견, 의미 없는 것의 의미를 찾아내 재조립하는 것. 김계식 시인(71)이 펴낸 열한번째 시선집'자화상(신아출판사)'에는 전자현미경보다 미세한 눈으로 성찰한 삶이 담겼다.시인은 '절차탁마의 시인'이라는 평가와 '과작의 시인'이라는 평가 사이에서 무안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듯 시인은 2003년부터 열 권의 시집을 내놓았다. 시인은 "써오는 동안 세상을 부여잡는 힘이 빠진 것인지, 작은 내공이라도 쌓인 것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다"고 했다.시선집에는 열권의 시집'사랑은 강물되어','세상 엿보기','산빛 물빛 다독이며','눈빛으로 그린 사랑','당신이 있어서 좋은 세상','물보라에 젖은 연가','나이테','징검돌','왜목에서 만난 겨울','내 삶의 반올림' 등에서 209편을 추려 담았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치열한 경험으로 써온 시를 다시 선택해서 선시집을 출간한 것은 삶의 진수를 폭넓게 담고 있는 신비스러운 스펙트럼"이라고 평가했다. 시인의 나이테가 '가파른 삶을 넘길 때' 만들어진 '둥근 자리매김'이라 한다면, '돌 맞은 호수'의 파문처럼 새로운 시를 벼리게 했다는 것. 몇 년간 아내의 병수발을 하면서 느낀 애잔함, 지인과의 갑작스런 이별 등을 따뜻한 서정의 앞뒤쪽의 사연들이다. 故 고원곤 목사(시인·국제펜클럽 회원)는 이런 그를 두고 '구수한 숭늉 맛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인간의 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고 했었다.이번 시선집은 특히 공이 많이 들었다. 시를 다듬는 일 외에도 열 권의 시집의 표지를 모두어내고, 한자가 읽히지 않은 시는 한 글자 한 글자 손글씨로 적었다. 시인은 "손가락의 섬세함보다는 지성과 감성의 날카로움을 더 벼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시간 속에 잊혀지고 지워지는 시집들이 대부분인 시대,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시인은 "다작은 나를 시인으로서 각인시켰지만,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내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고 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1.07.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