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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정치 하려면 소설가 상상력 배워라"

"숨 가쁘게 살아온 그리고 우리가 이룩한 근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정치인 혹은 정치에 뜻을 두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만약 정치인들이 이 책을 통해 소설을 만나고 '엄청난 상상력의 결핍'을 극복할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고 조금이라도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현실 정치를 경험한 아종일 전 우석대 총장(현 한양대 석좌교수)이 '정치와 소설' 번역서를 내면서 서문에 올린 글이다(폴 돌란 저, 로스 문디. 출판).라 교수는 정치학과 교수시절(경희대)에 기존의 정치학 혹은 정치 이론만으로 아쉬운 면이 많았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설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주제들에 관련된 소설을 찾아 읽어보라고 권한 결과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단다. 주제에 대한 관심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혹은 비판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더라는 것이다.특히 '강추'했던 책이 그가 이번에 번역해 펴낸 바로 이 책이다. '소설이 정치의 좋은 교과서'라는 전제아래 쓰인 이 책은 20세기 소설들에 대해 새롭게 고찰했다. 개인의 간절한 바람과 공적인 담론 사이의 갈등, 공적인 입장과 개인적인 처신의 문제, '파괴적인'서구의 정신적인 영향과 영혼의 문제,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탐욕의 추구와 영혼의 어두운 구석 등이 파헤쳐졌다.'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호손), '악령'(도스토옙스키), '카사마시마 공주'(제임스),'노스트로모'(콘래드) 등을 통해 정치에 대한 현대사회의 탐색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참된 정치를 하려거든 소설을 읽어라'고 했다. '권력가들이 소설가들을 관찰했더라면 전쟁과 살인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들의 소설을 읽고 이해하였다면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2.10.12 23:02

"담배 해악, 제대로 가르쳐야죠"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흔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 하잖아요. 말 그대로 담배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돼야 합니다."창작 동화집'폐암에 걸린 호랑이'(도서출판 청어)를 낸 정성수 시인(67)이 금연 전도사가 됐다. 18권의 시집과 6권의 동시집을 낸 정 시인이 '금연'을 소재로 동화를 쓰게 된 데는 어린이들에게 담배의 해악을 실감나게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흡연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초중고 학생들의 흡연율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초중고에 흡연예방 연구학교까지 만들겠습니까."담배는 한 번 피우면 끊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애초부터 담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정 시인은 강조했다."청소년들에게 '흡연하지 마라' '금연해라'고 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흡연과 금연의 나쁜 점과 좋은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어른들이 금연을 솔선수범해야 감동을 줍니다."정 시인 자신도 하루 3갑까지 담배를 피울 정도로 골초였으며, 10여 년 전 어렵게 금연에 성공했단다.그가 쓴 '호랑이'동화를 출판사에서 욕심을 냈고, 다른 한편의 동화('다송골 총각 호진이')와 묶어 책으로 나오면서 '금연캠페인 최우수도서'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한국청소년문화진흥원한국학교보건협회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면서다.정 시인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형이 아우에게, 오라버니가 누이에게 들려주는 이 동화를 통해 담배의 유혹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동화집 삽화는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최정광씨가 담당했다. 정 시인의 동생인 정성후 전북대병원장정성기 충남 판교중 교장이 담배 해악 이야기로 금연동화집을 응원했다.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정 시인은 그동안 저술활동과 글짓기 지도 등으로 대한민국교육문화대상, 청소년도서저작상, 한국독서논술교육대상, 교원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대한민국베스트작가상 등을 받았다.

  • 주말
  • 김원용
  • 2012.09.21 23:02

18년 귀농생활 종합보고서…농부 철학자 전희식씨 '아름다운 후퇴'

치매 어머니와의 농촌생활을 기록한 '똥꽃'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농부 전희식씨(54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다시 한번 생태적 삶의 미학을 담은 '아름다운 후퇴'를 냈다(도서출판 자리). 경남 함양 출신으로, 1994년 완주군에서 귀농을 하던중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기 위해 2006년 장수에 둥지를 튼 전씨는 18년간 자연재배만으로 농사를 지으며 생태운동가로 거듭났다. '아름다운 후퇴'는 바로 농부 전희식의 18년 귀농생활의 종합보고서인 셈이다.저자가 귀농생활을 통해 깨달은 농사, 살림, 마음공부, 농업, 문명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밥 한 그릇의 이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마을 속에서 참다운 공동체 정신의 부활을 찾는다. "귀농은 농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농사의 정신, 농부의 삶입니다. 주부들은 요리를 배울 게 아니라 농사를 배워야 건강한 밥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지고 볶고 삶고 치고 굽는 요즘 요리는 몸을 망치고 세상을 마치기도 합니다." 온난화를 걱정하며 그 대책으로 시설재배나 빌딩농업을 장려하는 현실,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켜 놓고 넥타이를 맨 사람들, 성인병을 촉진하는 육식과 축산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정책들을 저자는 이해할 수 없단다. 그래서 이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설 때라고 주장한다."지금까지 이룬 것을 고스란히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고,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계획적인 후퇴는 전진보다 더 많은 지혜와 요기를 필요로 합니다."저자는 뒤로 물러설 때 몸도 불편하고 고통도 따르지만, 그래도 물러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귀농 생활을 통해 우리가 돌아가야 할 길이 가시밭길이고 돌밭길일지라도 참된 행복, 참된 삶이 거기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2.09.07 23:02

동학·증산교·대종교·원불교 歷史 한눈에

19세기 조선조 말부터 20세기 초 일제하의 극심하게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동학을 비롯, 많은 새로운 종교들이 탄생했다. 기성 종교도 아니고 전래종교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한국신종교'는 해방 이후에 이르기까지 사회변혁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종교운동이었다. 한국신종교는 일반적으로 지배계급이 아닌, 대다수의 민초들을 위한 민중종교며, 민족종교로서의 특징을 지닌다. 동시에 세계종교의 보편성을 지닌 보편적 세계종료로서의 가치체계도 갖고 있다.한국신종교 발생의 역사적 배경, 사상적 특성,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과 사회참여에 대한 종합적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종교서가 발간됐다.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장인 박광수 교수(원불교 학과)가 낸 '한국신종교의 사상과 종교문화'(집문당). 한국신종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신화상징의례에 대한 연구를 해온 박 교수가 낸 이 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의 결실이기도 하다.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4개의 대표적 한국신종교를 중심으로 엮어졌으며, 한국신종교가 근세 한국사회의 개방과 변화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비판적 성찰도 담고 있다.저자는 "한국신종교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의 뿌리와 정신적 가치가 심층적으로 드러나고, 미래의 한국사회와 인류사회에 대한 주체적 역할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자연 섭리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이희근 수필집 '사랑의 유통기한'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수필가 이희근씨(71)가 수필집 '사랑의 유통기한'을 냈다('오늘의 문학사'). 지난해 펴낸 '산에 올라가 봐야'에 이은 두 번째 수필집이다.'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가끔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모사는 잎을 건드리면 곧바로 아래로 축 늘어지면서 마치 시든 것같이 오므라든다. 이런 현상을 평압운동이라 한다. 결명차나 자귀나무의 싱싱하던 이파리는 해가 지면 사랑을 나누는 한 쌍처럼 꽉 달라붙는다. 수명운동이다. 또 채송화나 민들레는 꽃이 아침저녁으로 피고 지는 주기성을 가지고 있다. 광주성운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젊었을 때 이런 현상들을 잘 알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벌이 꽃을 따먹었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동료들과 설전을 했다'('벌이 따먹은 채송화' 중에서). 저자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보여주고, 관록이 묻어나는 일상의 삶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성찰하고 내일의 비전을 제시한다. 5부에 걸쳐 총 60여편의 글들을 엮었다.정읍 출신의 저자는 계간 '문학사랑'의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가톨릭문인협회문학사랑협의회한국민래문화연구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학교폭력·교장공모제…교육현장을 말하다

진안 마령고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은종삼씨(70)가 첫 수필집 '청와대의 침묵'을 펴냈다(도서출판 북매니저). 은종삼씨가 40여년 전부터 교육전문지와 신문 등에 기고한 글들을 엮었다.학교폭력, 교장공모제, 방학, 일제고사 거부문제, 장학지도, 자율학습 등 교육문제들을 중심으로, 한문 전공 교사로서 한문교육에 관한 단상, 부모님과 자녀 이야기, 사회문제들을 망라했다. 저자 스스로는 이 책을 자신의 '인생보고서'라고 했다.잘못된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작은 일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따뜻함이 글 곳곳에 스며있다. '날마다 천 원짜리 점심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식단은 무엇일까. 조밥, 닭 미역국, 고춧잎, 쥐어 무침, 배추김치가 먹음직스럽고 푸짐하다. (중략) 나는 이 행복한 밥상을 대할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천 원짜리 밥상'중에서)'5월은 잔인한 달''청와대의 침묵''10월은 국어의 달''노벨문학상 꿈은 이루어진다''천 원짜리 밥상''싸이 닥터를 아시나요''미망인 진술서' 등 7부에 걸쳐 140여편의 글이 수록됐다.2009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교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9월1일 오후 5시30분 전주 노블레스 컨벤션에서 출판기념회와 함께 어머니 유품 전시회를 갖는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31 23:02

몽골 바위에 담겨진 비밀을 찾아나서다

소설가 김한창씨(64)가 마침내 장편소설 '솔롱고'를 탈고했다(도서출판 계간문예). 오랜 구상과 현지 답사를 통해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 지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7개월간 몽골문학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그는 몽고에서 평소 관심을 갖고 구상했던 '암각화' 소재의 소설작업을 위한 탐사활동을 벌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했다.그는 몽골에 발을 딛기 훨씬 오래전부터 몽골을 연구했고, 몽골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요소들이 몽골반점이라 것부터 숨쉬고 있는 곳이 몽골이며, 몽골문화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태고의 요소가 실핏줄처럼 이어진 곳이라고 소설 집필동기에 덧붙였다.작가는 영하 45도에 이르는 혹한과 불편한 교통 속에서 탐사작업이 녹록치 않았으며, 마지막 탐사지인 고비사막의 구르반사이항에서의 1주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시내에서 오후 4시발 버스를 타고 다음날 오전 8시에 목적지 인근에 내린 후 다시 20㎞ 이상 도보와 말을 타야 하는 긴 고난의 여정이었다. 말 그대로 단마필기로 나선 까닭에 샘물을 찾기 위해 유목민이 떠난 목축지 부근을 뒤지고, 고인물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헤매면서 죽음을 떠올릴 정도의 순간들을 경험했단다.그의 이같은 '무모한'도전은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가정의 가계도를 추적하면서 꼭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해서다. 13세기 조상이 돌 그림(암각화)을 새겼다는 한 가계의 전설의 원초지가 그곳 어디의 동굴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설 속에 전해지는 동굴 암각화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었다.몽골어로 무지개를 뜻하는'솔롱고'의 부제로'칭기스칸의 제국 몽골 전설의 암각화를 찾아서'가 붙여진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해서다. 소설은 몽골을 배경으로 한국 남자 준호와 몽골 여자 엥흐자르갈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바깥 이야기'와, 엥흐자르갈의 조부 홍비쉬에 의해 구술되는 그들의 위대한 조상이자 영웅인 척트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안 이야기로'로 나누어져 있어 액자소설의 형태를 띤다. 총 25개의 장으로 구성됐으며, 프롤로그 없이 1장부터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 23장까지'바깥 이야기'와 '안 이야기'가 상호 교차하며 전개된다. 칭기즈칸 당시의 전쟁사, 혁명의 근대사, 몽골 언어의 변천과정, 영웅 서사시, 민속신앙, 전통 음식과 의상 등에 이르기까지 몽골의 다양한 문화를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25개의 장 중 마지막 두 개 장의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23개 장이 준호라는 선택된 인물의 시점으로만 일관되고 있다. 이렇게 변함없이 시점이 유지되고 있는 작품은 장편에서 매우 드물다. 물론 길고 긴 장편소설에서 시점의 전이가 금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티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 소설에 통일성과 안정성을 주기 위해, 독자가 심리적으로 밀착하여 동일시를 갖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 소설의 예술적 질을 위해 시점을 일관되게 유지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일관되게 3인칭의 선택적 전지시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또 다른 큰 미덕이 아니라 할 수 없다."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소설 '솔롱고'는 몽골의 전반적인 문화를 망라하는 '넓은 의미의 상호텍스트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역작이다. 이에는 비문학적 체계를 문학체계로 전이시키는 기호적 과정의 노고가 뒤따른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빛나는 결실이자 커다란 미덕이다"고 평가했다.임실과 전주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작가는 10회에 걸친 개인전과 '접근금지구역''핑갈의 동굴' 등 소설집을 냈다. 제2회 노천명 문학상 소설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전북문화상과 KBS지역문화 역사부문 지역대상을 수상했다. 불교 범패와 바라무작법 기능보유자로 전국민속예술경연에서 바라무로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문화예술계의 팔방미인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17 23:02

前 도의원 김진명씨, 장편소설 '섬진강 만월' 펴내

전북도의원을 지낸 정치인 김진명씨가 장편소설 '섬진강 만월'을 펴냈다(집사재). 해방공간의 극도로 혼란한 시기에 임실지역에서 일어났던 양민학살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임실이 고향인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남북한간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때마다 어머니의 근심 소리를 들었으며, 그 근저에 '이육(26) 사건'이 있어 성인이 될 때까지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임실의 '2.26 사건'은 저자가 어머니의 기억과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추적했다. 1948년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일어난 이 사건은 한국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묻혀버렸으며, 제주 4.3 민중항쟁보다 40일 빠르게 조직적이며 웅장한 민중항쟁이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섬진강이 시작되는 임실군 작은 산골지역에서 양민들이 소작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불을 들었으며, 쫓기는 신세가 된 양민들은 유격대가 돼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게 그 줄거리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유학자들이 주동이 됐으며, 이들은 우익단체 및 지주들과 맞서고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면 토지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해 제헌국회 선거를 반대한다. 저자는 "전쟁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간 섬진강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애환을 달래기 위해 역사에 파묻혀 있던 임실 2.26 사건을 소재로 작품화 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 주말
  • 김원용
  • 2012.08.10 23:02

조선시대 출판문화 중심지 위상 과시

전주는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꽃을 피운 곳이다. 전주의 왕성했던 출판문화를 자산으로 삼아 완판문화관까지 만들어졌다. 완판본은 서울에서 발간돼 경판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전주에서 발간된 옛 책을 말한다.완판본 책은 전국 최고의 품질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한지를 바탕으로 전라감영에서만 '동의보감'을 비롯, 60여종의 책이 출간됐다. 여기에 사간본 책들이 250여 종류, 판매용 서적인 방각본의 고전소설 등까지 합하면 수백 종류의 책에 이른다.전라감영에서 책을 출판할 때 사용한 책판은 전주향교 소유였으며, 현재 전북대 박물관에 기탁돼 5059판이 보관됐다. 전북대 이태영 교수는 전국적으로 감영의 책판이 보존된 사례는 매우 드물며, 감영 책판들이 중앙 정부의 요청에 의해 책을 발행할 때 쓰던 것이기 때문에 1819세기의 정치와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전주의 인쇄문화 발달로 책판을 다루는 목수,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각수, 한지를 다루는 지장, 인쇄를 위한 여러 시설이 함께 발달했으며, 전북지역의 한지 생산을 촉진하며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한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이 이같이 발달한 전주의 정신적지적 문화유산인 수백 가지의 완판본 중 주요 책을 선별해 '전주의 책 완판본 백선'으로 내놓았다(신아출판사). 도판과 함께 알기 쉽게 해설을 곁들인 백선에는 성리학을 공부하던 선비들이 보던 '주자서절요', 전라감영에서 만든 '동의보감' 책판, 판소리가 소설이 된 '열여춘향수절가''심청전''퇴별가', 붓글씨로 직접 쓴 '소대성전''심청전', 유교적 교양을 위해 읽은 '논어''대학', 아이들이 보던 '명심보감''천자문', 명필 창암 이삼만의 서첩 등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전주에서 찍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전라감영 문헌, 전라감영의 책판, 목판본 한글고전소설, 필사본 한글고전소설, 목판본 한문고전소설, 사서삼경, 방각본 교육역사실용서, 희현당본 등으로 분류했다.편저자인 이태영 전북대학교 교수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 호남의 수도 전주가 지식 정보화와 지식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요인을 △전국 최고 품질과 최고 수량의 한지 생산 △판소리의 예술적 기반 △농경문화의 중심지로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점 △삼남의 수도로서 전라감영의 영향 △각수, 출판인, 인쇄시설의 발달 △시장의 발달로 활발한 유통 △시민들의 지적 욕구, 신분 상승 욕구, 지식 전수 욕구가 매우 강한 점을 꼽았다.전주문화재단은 앞으로 완판본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문화체험 행사를 개최해 전주의 출판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재단은 또 전자책을 만들어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2.07.27 23:02

세상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시선

김제 출신의 소설가 겸 국문학자인 송하춘(68) 전 고려대 교수가 5번째 창작집 '스핑크스도 모른다'를 냈다.(현대문학)2000년대 들어 발표한 작품 10편을 엮었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따로 아껴둘 만큼' 애착을 나타냈다. "단편소설을 쓸 때 나는 유난히 손으로 구두를 만들어 판는 수제화공이 되고, 내가 진짜 문학에 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창작집에 모은 단편들이야말로 내 손으로 무두질을 하고, 오려 붙이고, 꿰매고, 공글러 만든 아직은 수제품임을 나는 좋게 여긴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창작집에 실린 단편들은 '여행에 근거한 서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가는 바이칼호와 시베리아, 울릉도, 일본의 교토와 후쿠오카, 이집트의 피라미드, 실크로드와 둔황 등 여러 장소들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오히려 작품 바깥에 있는 문학적 텍스트에 대한 그 어떤 매혹이 소설을 여행으로 이끈다. 표제작 '스핑크스도 모른다'는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는 잊혀진 동화작가인 할아버지와 삶에 대한 많은 지식을 인터넷의 웹페이지에서 구하는 손녀를 대비시킨다. 인터넷 웹페이지에 씌어진 기록이 전부라고 천진난만하게 믿고 있는 손녀와, 아직 씌어 있지 않은 죽음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마주하는 삶을 그렸다.197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한번 그렇게 보낸 가을' 등의 단편집과, 장편소설 '거슬러 부는 바람''태평양을 오른다', 산문집 '판전의 글씨'등이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7.20 23:02

백만장자 꿈꾸는 열세살 가희, 참 가치를 발견하다

요즘처럼 겁나게 메마르고 더운 여름에 얼음에 재운 수박처럼 시원 달달한 웃음을 던져주는 동화가 있다. 이미'일기 도서관'으로도 우리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박효미의 '오메 돈 벌자고?'(창비)이다. 이 동화는 놀이를 통해 백만장자가 되려는 열세 살 가희의 기상천외한 겨울방학 프로젝트로, 요절복통 쫄깃한 전라도 사투리(나만 믿으라고 했지야. 일단 우리도 집으로 가자이. 가서 머리를 협동해 보자고야. 오메 깝깝해르으)를 몇 페이지 간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간질간질하고 마음이 유쾌해진다. 그리 넉넉지 않는 바닷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딸 부잣집 가희네는 제법 반듯한 논을 가지고 있다. 동네에서 제일 크고 반듯한 논은 겨울이면 남자 아이들의 재밌는 놀이공간이 된다. 남자아이들은 꽁꽁 언 얼음 꽝에서 장치기와 썰매를 타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논다. 그러나 이런 남자 아이들과는 달리 전나무집 가희, 나희, 다희 세 딸은 두문불출하고 집에서만 논다. 그러던 어느 날 가희 엄마는 연탄불이 아깝다며 가희에게 나희와 한방을 쓰라고 한다. (멀쩡한 연탄을 왜 뺀단가? 연탄이 그 방 싫다던가? p11). 방학동안 자기 맘대로 실컷 먹고 자고 놀 계획을 세웠던 가희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깔끔쟁이 나희와 티격태격 싸우며 생활하게 된 것이 분하고 화가 난다. 가희는 만날 입에 돈이란 말을 달고 사는 엄마에게 돈을 벌어 연탄 값을 주면 다시 혼자 방을 쓸 수 있고, 농사를 망쳐 힘이 빠진 아빠에게도 힘이 될 거라는 생각에 백만장자가 되기로 한다. 백만장자의 첫 걸음은 논바닥을 얼려 입장료를 받고 아이들에게 스케이트를 타게 하는 것. 날벼락을 맞은 것은 아이들이다. 졸지에 천금 같은 놀이공간을 빼앗기게 되자 팔석이는 "똥구녁 방구 뀌는 소리 그만해라이. 야! 느그들! 이 가시나말 무시해라이. 언능 편먹자."며 거칠게 대항한다. 하지만 여태껏 남의 논바닥에서 공으로 논건 값을 치지 않겠다는 앞뒤 아귀가 딱딱 맞는 가희의 뻔뻔한 논리에 아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 대신 구슬을 갖다 바친다. 구슬만으로 성이 안찬 가희는 고구마를 구워 팔고, 장치기용 막대기도 구해다 판다. 하나뿐인 막대기를 여럿이 사려 할 땐 값을 높이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직접 놀이판에 뛰어들어, 구슬치기 등을 하면서 어린애들을 속여 구슬을 싹쓸이한다. 구슬을 빌려주고 이자까지 받으며 짤짤이에 뛰어든 가희. 마침내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으려 엄마의 돈을 슬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화는 겉으로는 명랑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만은 않다. 가희는 아이들과 몰려다니면서 세상에는 정말 신나고 재미난 놀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착한 얼굴을 한 털보영감이 마을 사람들을 속여 농산물을 빼돌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모습에서 자신의 행동을 새롭게 깨닫는다. 시종 웃음을 머금게 하면서도 물질화된 어른의 모습을 살짝살짝 꼬집는 맛이라니! 맛난 사투리를 따먹으면서 한바탕 실컷 논 느낌이다. 발랄한 내용 못지않게 그림을 그린 이경식의 상상력이 펄펄 살아 있는 재미난 삽화 역시 이 책의 묘미를 한층 더해준다. /아동문학가 김자연(전주대 교수)△ 김자연 교수는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 동화의 환상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평론' 신인상(1985)에 동화가 당선 돼 문단에 나온 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2000)됐다. 연구서 '한국동화문학연구'와 동화집 '반장 부반장''항아리의 노래' 등이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7.13 23:02

동학농민혁명 후손, 그들의 고단한 삶

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만장했던 한 집안의 가계사적 흥망성쇠의 과정을 추적해낸 장편소설이 나왔다. 완주 삼례 출신의 소설가 이완구씨가 낸 '백년간의 비밀'(화남)은 동학농민혁명과 한국전쟁 등 5대에 걸쳐 100년 동안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아픔을 그린 인생역정의 기록이다.작가는 탐구적이고 진보적인 여학교 국어선생(소설 주인공 신혁)을 역사추리 탐정으로 내세워 외가와 친가가 겪은 역사적인 수난을 추적, 가계사적 갈등과 해원을 통해 인간존재의 근원과 그 뿌리를 되물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집필을 위해 실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완주 삼례를 중심으로 5년 가까이 증언문헌조사현장답사를 통해 파편들을 모았단다. "고향 마을 친척들의 뼈아픈 증언들을 들으면서 동학과 사회주의로 망한 외가와 친가의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소설에서 다룬 것은 한 가족사이지만, 넓게는 동학농민혁명군 후손들의 가족사며, 전북지방의 수난사이다. 30만명이 희생된 동학농민혁명, 연좌제와 궁핍한 삶을 산 후손들의 100년에 걸친 고난과 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해 그 명예를 회복한 이야기다.저자 이씨는 허구적인 상상보다는 사실에 충실한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 때 관심을 끈 소설이 모계의 200년에 걸친, 흑인 노예들의 비극적인 삶을 폭로한 기록문학적인 소설인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였단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아버지들의 꿈과 이상을 조명하고, 그 꿈을 갉아 먹는 세력을 규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전북대 국문과 출신의 이원구씨(66)는 전국국어교사 창립회장을 지냈으며, 한국평화문학포럼 이사, 원불교 서울문인회 이사,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대의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7.0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