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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따리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전화로 만난 아동문학가 박예분(48)씨는 시름하고 있었다. 고구려사를 소재로 한 동화책을 쓰느라 역사 공부를 새롭게 하고 있는 그는 "머리가 깨질 지경"이라면서도 "가까스로 만리장성을 넘어 금동여래입상을 찾고 있다"면서 까르르 웃었다. 새로 출간한 '이야기 할머니'(신아출판사)로 이야기가 옮겨질 무렵,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돌아와 '썰'(說·이야기의 변화형)을 풀었다. 동시와 동화를 오가며 전방위로 활동하는 그는 맛깔난 이야기 실력도 수준급. 한국도서관협회의 '도서관 파견 작가'(2009~2011)로 활동하면서 전주 서원노인복지회관·은혜마을효도원 등에서 글쓰기 지도를 해오던 그는 어딜가나 인기 강사다. 손자·손녀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들려줄 수 있는가에 관한 그만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다 보니,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진 까닭. 여기서 그는 '손자·손녀 맺기 운동'을 펼치고 싶었다.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는 어르신들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할머니'는 이런 간극에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책이다. 어린이와 할머니가 함께 볼 수 있도록 활자를 크게, 줄 간격도 넓게 인쇄 해 어르신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 그는 "동화책 30여 권(시리즈물 포험)을 출간하면서 어머니한테 드린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책의 활자가 크다 보니 읽기 편하다고 재밌게 읽으시는 걸 보니, 참 뿌듯했다"고 했다. 책은 정수가 만나는 이야기 할머니를 소재로 엉뚱하고, 재밌으면서 감동적인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어렸을 때 할머니집에 가면 상할머니(증조할머니)가 며칠 전부터 깎아둬 군데 군데 시꺼멓게 된 밤을 먹던 기억이 난다"면서 "다소 무서운 분이셨는데 밤을 받아들고 먹을 때면 마음이 참 따뜻했다"고 기억했다. 따뜻한 온기가 담긴 책에는 '솥 안에 든 거인', '제주 많은 삼형제','신기한 샘물' 등을 통해 어려서 즐겁게 듣던 이야기로 추렸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을까. "땅꼬마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샘솟는 할머니"다. 주름이 자글자글해져도 그는 멋쟁이 할머니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이들이 웃음으로 비타민이 돼줄 것이기 때문이다. 임실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는 그는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본보 여성객원로도 활동했으며 동시집'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엄마의 지갑에는' 외에 청소년 역사책'뿔난 바다'와 동화'검꼬의 똥침','분홍 토슈즈의 꿈' 등을 펴낸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3.16 23:02

남원에 대한 문화적 자긍심 곳곳에세무사 서호련씨, '지리산의 새벽…' 펴내

세무사 서호련씨는 광주에서 고교까지 나온 후 30여년 전 남원에 둥지를 틀었다. 한자는 다르지만 지명과 같은 남원(南園)이라는 호를 쓴다. 남원에 대한 애정이 그 호에서 묻어난다. 남원에 거주하면서 세무사 직업과 별도로 교회의 주교로 복음을 전파하고, 지난 연말에는 '지리산 새벽'이라는 포럼을 결성해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기를 자처했다.그런 활동을 토대로 편낸 산문집'지리산 새벽이 오는가'(월간 까데트 출판)는 바로 저자가 꿈꾸는 세상이다. 자신의 생활을 반추하면서 여행을 통한 감성, 마음 속에 흐르는 생각, 생활 속의 지혜, 지도자의 상, 역사적 인물에 대한 조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 지리산 문화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테마에서 저자의 넓은 세상읽기를 가늠할 수 있다. 60여편의 산문 편편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따라 책 내용으로 들어가더라도 싱겁지 않게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대통령 무릎 꿇리기' '상어같은 아내''안철수가 찾은 지리산 대안학교''백만불짜리 우동 한 그릇''뮤지컬 춘향이도 브로드웨이로''우리고장에 김만덕은 없는가''승냥이보다 무서운 토호들''중국의 자충수'등의 제목만으로도 그가 희망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지리산 대안학교를 통해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김만덕을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무서운 토호들 이야기를 통해 잘못된 정치가 바로잡아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춘향전이 발레로 76년 전 유럽에서 공연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얼마든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남원에 대한 문화적 자긍심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17일 오후 2시 남원문화원에서 출간 자축회가 열린다. 책 출간을 위해 시민 300인 발간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양창식최동섭신흥수박환덕박주영김형만김성범안숙선씨가 대표에 포함됐다.

  • 주말
  • 김원용
  • 2012.03.16 23:02

"섬진강 칠백리…흰머리 다 되었소" 전주 한들초 박상주 교장 사진집 펴내

"높새바람 강물에 일 때 나룻 터 사람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머니 봇짐이고 나들이하는 것은 강 건너 그 곳에 삶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의 이기를 넘나드는 시점에서도 아무런 후회 없으며 고뇌와 번뇌가 교차되어도 또 다른 염원이 없습니다. "('나룻터 사람들' 중에서)전주한들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인 박상주씨가 섬진강과 더불어 삶의 애환을 담은 사진집'나뭇잎에 흔들리는 물그림자'를 냈다. (신아출판사) "섬진강 7백리를 카메라와 함께하다 보니 인제 흰 머리가 다 되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얼마나 섬진강을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사진집에는 데미샘을 시점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과, 전통적인 삶의 현장, 자연의 산물, 농경의 일터, 전통 풍속 등을 담은 사진과 글 100여편이 수록됐다.흰 매화와 노란 산수유 어우러진 마을 풍경, 옛 정취 그립게 하는 징검다리, 오동상감연죽태극선목기옻칠공예죽도댕댕이 넝쿨짚풀공예대장장이의 장인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방식의 닭장에서 닭을 키우고, 곳감고추를 말리며, 밭갈이하는 소 등 아스라히 남아있는 농촌의 일터가 참으로 정겹다. 초등학생의 운동회, 아들 낳았다는 표시의 고추를 엮은 금줄, 상여 등도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옛 풍경이다. 작가는 "어릴 적 섬진강가에서 소 먹이고 멱 감으며 미라미 떼은어 떼 쫓던 추억이 어려있다"며, "현시대와는 거리감이 있는 느낌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던 것을 사진집으로 엮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결코 초라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꼼꼼히 들여다보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일고 얼이 담겨있어 생활의 지혜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작가는 순창 출신으로, 한국사도대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현재 전북사진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3.09 23:02

시인 신석정, '목가시인'은 멍에였나

신석정 시인에게 붙여진 '목가 시인'은 과연 얼마만큼 정당할까.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정양 우석대 명예교수는 석정을 목가시인의 틀에 가두어두는 것은 객관적이고 온당한 태도가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석정의 시를 말하는 자리마다 거의 빠짐없이 거론되는 '목가'에 관한 문제는 석정 시의 상처이면서 한국시문사의 흉터라는 게 정 교수의 시각이다. 목가적 마스크를 석정 자신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목가적 마스크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식민지시대의 친일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채 반공을 국시로 삼아 친미화된 정권에서 목가적 마스크가 필요했다고 보았다.친일문학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친일에 가담하지 않은 석정의 존재 자체가 거북하기만 했을 것이고, 친일의 허물을 반공으로 감추며 행세하던 문인들은 그런 석정에게 식민지시대의 도피적 목가시인이라는 허울을 들씌워 희석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한 것이다. 석정의 시집'슬픈목가'에 실린, 소위 현실도피적 목가시로 폄하되는 시들이 사실은 시대적 절망과 생활고 속에서 식민지 시대를 올곧게 살았던 떳떳한 기록이라는 것을 세상에 못박아두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해석이다. 석정은 해방공간에서 친일인사들이 설치던 시기에 자신의 식민지 시대의 시들만으로 '슬픈목가'를 엮어 친일 문인들이 활개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드러낸 것으로 보았다.반면, 정 교수는 김동인의 식민지시대 소설'젊은 그들'에 대해 작가의 대표적 친일소설인 '백마강'보다 훨씬 농도 짙은 친일역사소설로 분석했다. 김동인 스스로 '젊은 그들'을 통속소설로 폄하한 진짜 이유가 부끄러운 친일소설을 가급적 읽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왜곡된 표현이 아니었을지 꼬집었다.이같은 분석들은 정 교수가 낸 '세월이 보이는 길'평론집(신아출판사)에서 제기됐다. 정 교수는 신석정과 김동인 외에도, 이태준의 '해방전후'·김송의 '무기 없는 민족'·채만식의 '태평천하'·조운의 시조에 대한 다시보기를 통해 식민지 혹은 분단시대 글쓰기의 고통을 가늠하는 서사적 탐색을 했다.2부에서는 저자의 주변 동료 시인들에 대한 시평과 함께 인간적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겼다. 이병훈 유고시집 '하루 또 하루', 강인한 시집 '어린 신에게', 장지홍 시집 '칠석날', 김석천 시집 '세상 뱃속에 있다가', 호병탁 시집 '칠산주막', 김익중 유고시집 '어느 벌판', 유대준 시집 '춤만 남았다' 등이 그의 이번 평론에 올랐다.

  • 주말
  • 김원용
  • 2012.03.09 23:02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

3월이고 봄이다. 이제 더 이상은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개구리도 기지개를 폈다는데. 책상 앞에 붙여 놓은 '2012년 나의 할 일' 을 모르쇠 할 수만은 없다. 소설 쓰는 일이 내 직업이니 나의 첫째 목표는 작품 낳기! 열 달을 뱃속에다 고이 품고,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야 탄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낳기'라? 남들이 인정하는 그런 작품을 한번 써보겠다는, 조금 과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세상은 봄이었고 금방 꽃들이 불쑥불쑥 솟구쳐 오를 텐데,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문장이란 모름지기 신품, 묘품, 법품이 있단다. 신품은 태어나면서 아는 자이고, 묘품은 배워서 아는 자이고, 법품은 노력해서 아는 자란다. 신품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고, 묘품은 배울 수 있으나 막상 이르기는 어렵고, 법품은 노력으로 가능하단다. (임영태의 '호생관 최북')나는 노력을 해도 법품에 다다를까 말까인데, 게으르기까지 하니 내 이름 앞에 '소설가'라는 이름 붙이기가 부끄럽기만 하다.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를 켠다. 하지만, 어디 쉽게 써지면 그게 작품이겠는가? 벌떡, 일어나 책꽂이를 훑는다. 그때, 멋진 놈과 재회를 하니, 그 녀석은 바로 유협의 문장이론서 '문심조룡'이다.저자 유협은 송(宋)나라 때 사람이다. 유협은 성인의 사상은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며, 성인의 경서는 가장 좋은 문장에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문장은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아주 크게 작용하지만 세월이 흘러 뒤로 갈수록 문장은 날로 신기롭고 경박해진다. 그래서 유협은 文을 계통적으로 논의하는 '문심조룡'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유협은 사대부의 자제인가? 아니다. 그는 서족(庶族)에다가 어릴 때 부모를 잃어 출세와 현실이 막막한 인물이었다. 유협은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저술이 사회적 명성을 얻는다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해주는 후원자를 만난다면, 살 길이 없지 않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고, 심약이라는 사족(士族)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의 추천으로 황제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그럼, 어떤 책인지 좀 더 들여다보자. 文心은 바로 글을 씀에 있어 用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마음의 작용을 뜻하며, 문장을 짓는 원리를 지칭한다. 雕龍은 修辭를 가리킨다. 짐작했는가? 문장이론서이다. 그렇다. 새로운 작품을 써 보겠다면, 바로 초심(初心)이 필요할 터, 문장이론서부터 읽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일반 독자는 읽기 어려운 것인가? 아니다. 역주에 아주 친절하게 이렇게 씌여 있다. '일반 독자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으며 () 등을 읽으면 된다.'아, 다행이다. 봄과 함께 작품을 잉태할 준비를 하게 되었으니.△ 소설가 장마리씨는 부안 출생으로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원광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0 올해의 문제 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됐다.

  • 주말
  • 이화정
  • 2012.03.09 23:02

영문판 자전 에세이, 미국 베스트셀러 등극

세계적인 뇌교육자로 알려진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국제뇌교육협회장)의 영문에세이 '세도나 스토리(The Call of Sedona)'가 미국 유력 일간지에서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잇따라 올랐다. 전북국학원(원장 김영신)에 따르면'세도나 스토리(The Call of Sedona)'가 지난 17일 미국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2주 연속 선정됐고,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미국 3대 일간지에 모두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는 것. 이 책은 2011년 9월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출간돼 두 달만인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세도나 스토리'는 이승헌 총장의 자전 에세이로, 세도나와 인연을 맺은 저자가 그곳에서 체험한 명상과 호흡,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한 책. 태고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간직한 세도나의 명소 소개와 자신의 활동을 지지하고 도와준 사람들과의 인연을 풀어냈다. 세도나는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땅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강하게 분출하는 볼텍스(Vortex) 지역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미국 세도나에 한국의 고유 선도수련을 기반으로 한 명상과 호흡, 뇌교육을 보급하기 위해 일지명상센터와 한국민속문화촌을 건립하는 등 정신문화의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고 국학원측은 설명했다. '세도나 스토리'는 일본어 번역판으로도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번역 출간됐다.

  • 주말
  • 김원용
  • 2012.02.24 23:02

山行 통해 본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겉으로 드러나는 전북대 신환철 교수의 이미지는 딱딱하다. 기본적으로 딱딱한 학문으로 여겨지는 행정학 전공 교수라는 점과, 사회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날리는 활동들이 유연함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게 한다.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개인적 삶이 묻어나는 글들을 토해냈다. '사람·자연, 그리고 지역사랑'(협성출판사)을 통해서다. 물론, 두꺼운 책갈피(367쪽) 속에 이 책 역시 학자로서가 아닌 순수하게 '인간 신환철'을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다. 산을 좋아해 '전사랑 산사모'를 만들고, 매월 30~5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찾은 산에서의 소회를 실은 산행기를 통해서다.'산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다. 생활의 활기는 물론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 더 큰 수확은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그렇게도 어렵던 비움과 나눔의 실천을 시민포럼 바자회를 통해 실천하고자 했지만, 마지막 잎조차 던지는 벌거벗은 나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산행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올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도 내려올 때를 염두에 두고 처신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다.''2011년 산행을 마무리하면서'에 쓴 이 글을 통해 저자가 얼마만큼 산을 통해 인생을 생각하는지 알게 해준다.또 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쓴 편지글과 장인 어른의 자전적 이야기 등 저자의 가족애를 읽을 수 있다.저자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을 생각하는 행정, 공정하고 따뜻한 법의 해석 등 딱딱한 주제의 사회적 문제들을 '소중한 사람'으로 묶은 데서 인간적 면모를 만날 수 있다.이 책에서는 또 정당공천의 폐해, 전주·완주 자율통합, 새만금지역의 합리적 행정구역 설정 등 지역현안들에 대한 분석과 전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가 여러 좌담회와 토론회에 참여해 다른 토론자들과 나눈 이야기도 전북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한국행정학회 부회장, 전북지방자치학회장, 언론중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지방자치연구소장·한국자치행정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전북'(2002). '전북·전주 이렇게 바꾸자'(1994) 등의 저서가 있다. 출판기념회는 24일 오후 4시 전주 리베라호텔.

  • 주말
  • 김원용
  • 2012.02.24 23:02

"성경서 벗어나 내안의 하나님 찾아야"

"성경이든 불경이든 코란이든,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순간 상식은 끝이 나고 맙니다. 문자적인 성경에서 벗어나 내 안의 하나님을 찾는 것이 진정한 신앙입니다."이준복 전북대 음악학과 교수(63)가 방담록(防談錄)'나는 아직도 기독교인인가'(아사히出版)를 출간했다. 평소 괴짜인 그가 꺼내든 화두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예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그는 "오십 중반을 넘겨서야 전통 기독교 교리로 채색된 안경으로만 성경을 읽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 안경을 벗어버리자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회가 다소 불편하게 여길 법한 이 책을 통해 뼈있는 말로 개신교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핵심은 종교가 내적 성장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의 경전 그대로 따르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 책은 그가 그간 품었던 의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엮어졌다. '왜 종교를 믿는가'란 질문엔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최대한 충족시켜주니까"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고, '기독교는 왜 공격적인가'라는 의문에 복음서에 나타난 심한 흑백 논리의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종교가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는 게 나쁜 일입니까. '예수 믿고 천당 가라'는 말은 결국 천당에 가기 위해 믿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천국은 어떤 곳일까요. 사후에 연결되는 낙원이겠지요. 그러나 교리를 보면 천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종교의 목적에 맞게 변색돼 있어요. 나는 그런 대목들을 지적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나님이 나를 분가시켰다"는 그는 "하나님과 같이 살 때는 조심하느라 큰 소리도 못 내고 조용조용 살았다가 이제는 마구 큰 소리로 방담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려고 하면, 지옥에서 고통당하는 사람을 돕겠다는 정신으로 지옥행을 자원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면서 "천국에 가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가도록 도와준 뒤 마지막으로 가겠다고 결의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2.17 23:02

절절한 민족의식 담긴 대서사시 황호정 시인 '현무의 노래' 발간

학교 교장 선생님 출신의 황호정 시인(70)은 민족의식이 절절하다, 오랜 교사 동료인 소재호 시인은 "고대 역사의 물굽이에서 황 시인은 항상 여울지며, 그가 경영하는 인생의 바다는 상고적 민족의식으로 짜디짜다"고 했다. 깊은 무의식의 안섶에까지 잠재된 '짠 사고들'은 곧 조국의 태요, 혼이요, 정신이며, 황 시인은 그런 의식으로 배태된 삶을 산다. 황 시인이 두 번째 시집으로 낸 '현무(玄武)의 노래'(인문사)는 바로 시인의 역사인식과 민족애를 잘 드러내고 있다. 시집 첫 번째 자리에 올린'좌우지간'에서 시인은 좌익도 우익도 한반도에서 싸우지 말라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임진왜란정유재란청일전쟁을 보더라도 일본이나 중국 땅을 멀쩡히 놓아두고, 한반도에서 치러지며 한반도가 산산히 부서지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장편가사 '강토아리랑'과 '정북공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인은'강토아리랑'에서 민족의 한을 노래한 '아리랑'의 어원을 저 멀리 고조선, 만주땅까지 올라가 찾고 있다. 중국에 핍박을 받았을 때, 일본의 침탈에 시달렸을 때의 슬픈 현실을 상상해 '아리랑'으로 연상시킨 발상이 이채롭다. '정북공정'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는 시인의 울분이 담긴 대서사시다.시인은 막연한 애국심이나 민족감정만을 앞세우지 않고 역사적 인식의 구체적 묘사를 위해 만주벌판이 바라보이는 박작성에 오르는 등 현장답사를 벌이기도 했다. 민족의 얼을 담은 23편과 장편가사 2편, 삶의 서정시 26편, 시조 6편 등이 이번 시집에 담겼다.황 시인은 "중고생들의 교과서에 수록돼 역사공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003년 등단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첫 시집'달을 낚다'출간 이후 5년만이다. 30여년간 수학교사 생활을 했으며, 현재 '전북문예'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2.17 23:02

쉽게 읽혀지는 시…행동하는 인생 담아

'추상적인 관념이나 케케묵은 말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말을 사용해야 한다.예컨대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장미꽃향기로 다가오는 사랑의 손결'처럼 보다 형상화된 표현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얼핏 시쓰기 요령을 알려주는 전문적인 시(詩) 작법 책에 나올 법한 글이지만, 그렇지 않다.'희망시 인내동 사랑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은 신아출판사 편집부는 저자인 목천 정병렬 시인의 '시적인 인생학 수상문집'이라고 분류했다. 작가가 시를 곁들여 인생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연히 시를 읊조릴 '글쓰기 쪽지'가 곁들여져 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넓힌다.'책장마다 향기나는 꽃잎처럼 첩첩이 봉우리 지은'수상집에는 500여편의 시구와 금언, 예화가 석류알처럼 박혀있다고 출판사 편집부는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글쓰는 사람으로서 '글 따로 행동 따로'가 아닌지, 늘 내 자신이 두렵다. 삶의 도를 찾아 진리의 길을 천착해가는 산책을 게을리하지 않으리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순창 출신의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돼 등단했으며(1961년), 두리문학동인을 이끌고 있다.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물 길어 가는 새떼들''설원에 서다' 등 3권의 시집을 냈다.

  • 주말
  • 김원용
  • 2012.02.10 23:02

상처 감추면서 드러내기… 시문학의 근간

김계식 시인(72)은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들다. 2002년 '창조문학'으로 뒤늦게 등단해 문단에 나온 지 10년. 하지만 2003년부터 10권의 시집, 지난해에는 시선집까지 내놓았다. 이번에도 '풍정한기원'의 주제로 열두번째 시집'대나무는 어울려 산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같은 주제이나 또 다른 성찰로 삶을 문학적으로 조각하고 싶어했다."시선집을 내놓고 보니, 내 마음의 둠벙에 더 건져낼 게 없을 것 같다는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굵은 씨알은 찾을 수 없겠지만, 진흙 냄새 나지 않는 신선함은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매달 평균 3권 이상의 시집을 읽고 매일 새벽 차분하고 묵묵히, 작은 채마밭을 가꾸듯 시를 써내려간다. 그렇게 모두어진 작품이 총 90편. 이 중 24편은 다른 문예집에 발표한 것이다.그의 시적 전략은 상처를 감추면서 드러내기다. "아프다"고 말하는 대신, 아픈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어미 대들은 몸피 말려 / 틈을 키우고 / 가슴 속으로 가라앉는 슬픔 보일라 / 그저 쭈뼛쭈뼛 하늘을 향해 앙금을 날린다.' ('대나무는 어울려 산다' 중에서) 지인과의 이별로 그가 아팠으므로 시가 나왔다. 상처를 감추고 싶은 여린 마음, 그러면서도 이 애잔함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인간적인 욕망. 그 여리고 고독한 면모가 시문학의 근간일 것이다.

  • 주말
  • 이화정
  • 2012.02.03 23:02

신춘문예 당선자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수필 부문 오귀옥 씨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작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고 또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을 뜻한다. 이러한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변치 않는 인생의 궁극적 진리와 좌표를 제시한다. 여기엔 감동적이면서도 인생에 던지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숨어 있음은 물론이다. 좋은 수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 글이 되는 지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책을 꼽으라면 필자는 '한국의 명수필'(을유문화사)을 꼽고 싶다. 이 책은 수필 초기의 작품들이건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이건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고 진단한 수필가 손광성씨가 주로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대학 교재에 실린 수필, 그리고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수필들을 모아 엮어 놓은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민태원의 '청춘예찬' 등 맑은 향기나는 글들이 담겨 세대를 불문하고 읽어봄직 하다. 주제에 따라 모두 여덟 개 단원으로 나뉘었고, 그것을 다시 세 개의 대단원으로 분류 해 놓았다. 첫째는 서정적 수필, 둘째는 비판적 수필, 셋째는 수필에 대한 이론적 수필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적 혹은 사회학적 주제를 논술한 논설문과 신변잡사를 단순히 기술 또는 서술한 생활 수기나 신변잡기 같은 글들을 제외하고 '한국의 명수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들만을 엄선해 놓았다.좋은 수필가란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옹달샘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아름다운 종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가진 사람, 다른 사람의 밭에 옮겨 심을 꽃씨를 가진 사람,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엽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필자도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서 마음 밭을 잘 일구고 볼 일이다. △오귀옥씨는 1968년 포항 출생으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를 졸업한 가정주부로 올해 본보 신춘문예(수필 부문)로 문단에 나왔다.

  • 주말
  • 이화정
  • 2012.02.03 23:02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 자연이 역사이고, 역사가 우리 삶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無感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鑒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헤매는 요즈음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신영복에게 관계의 미학은 평생의 과업처럼 절절하게 느껴진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돌베개)는 중앙일보에 연재됐던 글들을 묶은 책이다. 오랜 시간 감옥에서 사색을 끝내고 세상에 나왔을 때 그가 얻은 건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과 인간과의 관계였다.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혹독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국토를 통해 이야기 되고 있다.특별할 것도 화려함도 없는 우리 주변의 산하는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 자칫 겉모습만 보면 그저 산이요 강이요 바위일 뿐인 자연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남명 조식의 철학과 지리산의 산세를 연결시켜 '기계의 부품이 되지 말고 싱싱한 한 그루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어머니의 등과 같은 모악산에서 미완의 의미를 고민했다. 저자 신영복의 역사는 배우는 역사가 아닌 배워야 하는 역사이기에 더욱 마음이 간다. 더구나 그가 얘기하는 역사에는 특별함도 화려함도 없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곧 역사이며 역사가 곧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했다.역사는 사람이고 정(情)이며 희망이다. '나는 문득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마른 땅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언제나 큰 힘은 민중의 힘이며 결속력이라고 했다. 솔방울의 힘이 곧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들의 어머니이며 햇빛과 같은 양분이기에 지나친 비유가 아님을 말해준다.그렇다고 이 책이 역사서는 아니다. 저자가 밟은 땅에 서린 과거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뿐이다. 청령포를 찾아 단종의 가슴 서린 이야기를 하면서 민중의 정치적 참여를 이야기하고 얼음골을 찾아 허준을 명의로 이끌어 준 스승의 모습을 통해 주변인의 애정 어린 헌신은 한 사람에게 큰 꿈을 심어 준다고 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간다는 말처럼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해준다.'고난한 시절의 강물이 겸손과 평화의 흔적이라면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며 가장 평화로운 물이며 하늘로 오르는 도약의 출발점이다.' 신영복은 자신의 작은 발걸음이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여정이라고 했다. 바다가 평화라면 강물은 그 평화를 위한 작은 도약이다. 강물이 없고선 바다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를 끌어온, 끌고 갈 수많은 민초들이 있기에 우리의 평화는 그리 멀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거울삼아 지금의 나를 닦는다면 내일은 더욱 희망찰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김근혜씨는 순천 출생으로 아동문학을 공부한 지 2년 만에 올해 본보 신춘문예(아동문학)로 문단에 입문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2.01.2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