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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고은 시인, 문학인생 최초 '사랑시집'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거장 고은(78) 시인이 나란히 두 편의 시집을 출간했다.2008년 '허공' 이후 3년 만에 낸 신작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와 첫 연(戀)시집 '상화 시편:행성의 사랑'(창비)이다.고은 시인은 6일 오후 무교동의 한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 잔 걸친 뒤 "내가 1980년대에 연시집을 냈다면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 다음은 갔을 것"이라고 껄껄 웃으며 시집 발간 소회를 전했다.◆'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 = 고은 시인은 이날 아내인 이상화(64) 중앙대 영어과 교수에게 바치는 이 연시집에서 '사랑은 사랑의 부족입니다' '아내의 잠' 두 편을 골라 직접 낭송했다. 1958년 문단에 모습을 드러낸 뒤 허무주의적 초기시, 현실 참여 저항시, 불교의 게송(偈頌)과 선시(禪詩)의 전통을 잇는 단시(短詩)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을 펼쳤지만 사랑 노래를 읊은 것은 처음이다."1980년대에 한 번 연시를 쓰려다가 아내가 말려서 그만둔 적이 있지요. 지금 낸 시는 일상을 담았지만 그때 썼다면 '오~ 나의 태양~' 같은 식으로 상당히 몽환적이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더욱 좋은 게 나왔을 거에요. 지금은 퇴락했잖아요.(웃음)"고은 시인이 아내를 만난 것은 1974년이다. 1983년 결혼한 뒤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보냈다."1974년 겨울 / 그녀의 긴 편지를 받았습니다 (중략) 기어코 1983년 결혼 이래/아내의 긴 편지와 좀 덜 긴 편지를 받았습니다 (중략) 황홀경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의 편지는 아내의 편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 더이상 참을 수 없이 나는 아내의 오른손이고 왼손이었습니다"('아내의 편지' 중)아내를 부를 때 '너'부터 '님'까지 다양한 호칭을 활용한다는 시인은 "내 작품은 아내와의 합작"이라며 "상화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15년쯤 전에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며 "아내와 나는 '무갈등 체제'로 싸움이 성립되지 않으며 지금도 보면 볼수록 아내가 좋다. 요즘 젊은 부부에게도 '사랑하기보다 존경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아내와 살면서 일상의 사소한 티끌 같은 시간의 집적이 참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나이 차도 없고 성도 서로 모른다"고 미소 지으며 "다만 이 시집에는 다른 연인들을 위한 가능성도 스며들었기 때문에 우리 둘만의 사사로운 시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시인은 시집에서 굵고 호방한 필치로 사랑을 노래한다. 시인에게 연인은 달빛을 저만치 밀어내는 '벌거숭이 둘의 나신'('달밤' 중)이자 '무수한 정의들 이전 / 무수한 정의들 이후'('아직 가지 않은 곳' 중)에 자리한 인연이다. 그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또 이상화 교수가 쓴 시 '어느 별에서 왔을까'도 담았다.고은 시인은 그림에 대해서는 "가족 생일 때 시와 편지를 주고받는데 몇 해 전 아내의 생일 때 그린 그림이다. 형상화할 수 없는 꽃밭을 담았다"고, 이상화 교수의 시에 대해서는 "아내의 시가 '싸가지 없이' 나보다 더 낫길래 한 편 슬쩍했다"고 설명했다.그는 "내년 아내가 정년 퇴임한다"며 "내후년에는 멋지게 준비해서 시베리아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며 아내를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음을 공개했다.◆'내 변방은 어디 갔나' = '상화 시편:행성의 사랑'이 고은 시인의 첫 연시집으로 눈길을 끈다면 '내 변방은 어디 갔나'는 시인의 시적 전통을 잇는 시집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고은 시인은 "두 시집을 유비(類比)할 수는 없다"며 "시인으로서는 '내 변방…'을 지키고 싶고 '상화 시편'도 양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양손에 술잔을 들고 어느 것을 마실지 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군사독재 치하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고은 시인은 이 시집에서 현시대와 문명에 맞서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다."저 1970년대 10년의 날들/그 싸움 기슭/내 맹목의 살점들 지글지글 타던/모두의 숨찬 넋들로 새로이 와야 한다//이 모독의 지상 여기저기/내 석탄의 고뇌가 와야 한다"('태백으로 간다' 중)그는 '변방'을 자처한다. 문학평론가인 도정일 경희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시인이 말하는 '변방'을 "시는 이 시대의 변방"이라며 "변방은 우리의 고향이고 시대를 넘어선 곳에 있으며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삼천리강산이 모조리 서울이 되어간다 / 오, 휘황한 이벤트의 나라 / 너도나도 / 모조리 모조리 / 뉴욕이 되어 간다 (중략) 가장 흉측망측하고 뻔뻔한 중심이라는 것 그것이 되어 간다"('내 변방은 어디 갔나' 중)고은 시인은 이어 '중심 문명'을 향해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 다시 말한다 /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포고' 중)이라고 일갈을 날린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을 강조한다."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 이 모독당한 산야에 태어나야 한다 (중략) 그래도 살아야 한다 / 생명이란 / 얼마나 독점이냐 / 얼마나 집착이냐 (중략) 그래도 일어서야 한다 / 이 과잉의 땅에서 / 이 소외의 땅에서 / ('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중)

  • 주말
  • 연합
  • 2011.07.08 23:02

[책의 향기] 도전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우리나라 평창이 확정됐다. 12년 동안 도전해서 두 번의 실패를 겪었고 세 번 만에 이룬 결과. 이로써 평창은 세계 4대 스포츠대회인 동계와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쾌거를 맛보게 된 것.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가 있었고, 또 그래서 더 기쁜 것이 아닐까 싶다.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 쓴 그 노력과 열정, 그리고 포기 하지 않고 계속된 도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보자.▲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 도전하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수잔 제퍼스 저/ 리더스북/ 1만 2,000원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과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필수. 이번 동계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지난 두 차례의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것을 개선했다.'고 밝힌 평창처럼 말이다. 이 책은 두려움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변화를 이끌어 내고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방법을 제시 하는 것. 저자 자신의 이혼이야기와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어려움 등 밝히기 힘든 개인사들을 인생의 선배로서 이야기 한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새로운 뭔가를 배울 때마다 허둥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는 저자의 말은 위로와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 내고 거부당해도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를 심어준다. 고통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세상에 도전해 성공을 맛 본 저자가 들려주는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이라는 이야기.▲ 전통주 성공신화 일군 '끝없는 노력' - 도전없는 삶은 향기 없는 술이다배상면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원'인생의 매 순간이 즐거울 수는 없다. 어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결코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그러한 것들을 모조리 도전으로 여겨야 한다. 좌절과 시련 없는 인생은 향기 없는 꽃과 같다'(본문 중에서)도전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술이요, 향기 없는 꽃과 같다고 표현하는 저자의 나이는 올해 87세. 전통주 시장을 석권해 2004년 상반기 소비자 최고 히트 상품으로 만든 백세주 성공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배상면 회장의 기발하면서도 정통적인 기업경영 과정 및 끝없는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의 삶을 담은 책으로 그의 불굴의 삶이 펼쳐져 있다. 그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해 오늘에 이르렀고 이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 한 분야의 최고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도전 때문이라고 말한다.내용이 조금 산만하고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 집중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의 노력과 정성, 도전을 배우기에는 충분하다.▲ 여성 기업인 25인이 걸었던 '자갈밭' - 성공보다 아름다운 도전한국여성경제인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 저/ 매일경제신문사/흔히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과의 성패를 떠나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지만 우리 삶이, 세상이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녹록치 않다.「성공보다 아름다운 도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 25인이 나누고 싶은 도전에 대하 이야기다. 이들은 지금 '성공'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지만 그들이 걸었던 길은 힘든 자갈밭.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길을 다진 덕분에 현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도전하는 용기는 기업을 이끄는 이들 뿐 아니라 삶의 좌표를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망설이지 말고 생동하라' '꿈을 크게 가져라' '지금 변화 하면 기회가 온다' '일단 시작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등 준비 된 자가 돼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 그리고 성공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의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08 23:02

[책의 향기] ⑥창의적 인간의 필수요건은 독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남아로 태어났다면 세 수레의 책은 읽어야 된다"라는 독서에 관한 속담이나 격언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며, 그 뜻 또한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독서는 우리들의 머리에 거대한 우주를, 눈에는 멀리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슴에는 세상 만물을 너그러이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을 심어주는 마음의 양식인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나 스크린에 빠져서 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을 볼 때 앞으로 그들이 책을 덮고도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필자의 고향은 어릴 적엔 호랑이도 살았다는 소문이 있었던 장수군의 한 오지 산골마을로, 친구들과 개울가에서 멱을 감고, 책을 구하기 힘든 시절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 밑에서 서로 돌려가며 삼국지를 읽던 기억이 난다.중국 사람들 말에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 "삼국지를 세 번 완독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만, 어쩌다 필자도 그 상종하지 못 할 부류에 들고 말았다. 누구나 현대사회 속에서 직장생활이나 조직의 구성원 혹은 리더로써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며, 조화를 이루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삼국지를 다시 한번 읽어 보길 권해본다.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그 속에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 선물로 받은 THOMAS A Harris의 '나도 OK 당신도 OK'를 보면서 인간관계는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의 시소와 같이 어느 한 쪽이 조금이라도 무겁거나 힘을 주면 그 균형은 무너지고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고 마는 것처럼 상호존중과 이해, 신뢰 속에서만 균형의 미학(美學)이 성립 될 수 있다라고 정리해 보았다.사람이 나서 한 세상이 이런 인간관계의 연속이라 볼 수 있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극히 상대적이기에 더욱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의 좋은 유지라고 생각한다. 감히, 짧은 세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올 수 있었음은 주위에 좋은 선후배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고 "나도 OK이고 당신도 OK이다"라는 방정식이 성립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대방이 손 내밀어 주기를 바라지 않고 항상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며, 부족하지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는 마음자세를 가지려고 노력 했었다.결국 그 인연을 어떻게 간직하고 그 인연의 끈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인가는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독서는 세계를 인식하는 창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확실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물질주의와 쾌락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청소년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식하게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자기주도적 학습과 창의성 계발, 21세기 지식·정보화의 시대에 있어서 독서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 '싱글벙글 책나눔 캠페인'은 빈곤 아동들이 어려운 생활환경에서 미래의 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 캠페인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민들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 장길호(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장)

  • 주말
  • 전북일보
  • 2011.07.01 23:02

[책의 향기] 현직 국어 교사, 도리와 영화를 논하다

군산의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최근 두권의 책을 동시에 펴냈다.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장세진(56) 교사는 지난 5월 510쪽 분량의 '인간의 도리'와 424쪽 분량의 '흥행영화 째려보기'를 동시에 발간했다.1984년부터 교직에 몸담아 온 장 교사는 '인간의 도리'를 통해 교육자로써의 양심과 사회정의, 올바른 가치관과 인간다움에 대한 소신들을 산문형식으로 총 6부에 거쳐 서술하고 있다.2008년 8월 이후 신문 등에 발표한 147편의 짧은 글들을 통해 뒤틀린 교육현실과 비뚤어진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교육현장을 제대로 바꿔보자는 주장들이 담겨 있다.또한 '흥행영화 째려보기'는 총 4부로 나뉘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흥행 영화, 국내·외 독립영화, TV 대하 드라마에 대한 평론과 함께 상업주의와 묘사 장면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국어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장 교사는 문학은 물론 방송·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모두 35권의 평론집과 산문집을 펴내는 왕성한 필력을 보여 왔다.장 교사는 전주 출생으로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서울신문사 주최 제2회 방송평론 공모 당선을 시작으로 문학 분야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평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1998년 제2회 전북예술상(문학부문), 2003년 제6회 공무원문예대전 저술부문 행정자치부 장관상, 2005년 한국미래문화상문학부문 대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 주말
  • 이일권
  • 2011.07.01 23:02

[책의 향기] 가짜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선보여 화제를 일으킨'트루맛쇼'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트루맛쇼'는 맛집으로 등장하는 음식점들이 사실은 방송국과 프로그램에 의해 조작되었음을 고발하는 내용. 바로 며칠 전에는 유명 라면이 과장광고로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이렇게 거짓말과 과장으로 양산되는 가짜들. 우리는, 지금 이 시대는 정말 괜찮은 걸까?▲ 전문가들의 거짓말에 대처하는법 -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데이비드 프리드먼 저/ 지식갤러리/ 1만 5,000원'전문적인 조언이 모순적이고 자주 바뀌는 바람에 때로 전문가들의 조언이 쓸데없는 소음처럼 들리게 만든다'(본문 중에)당신이 읽고 있는 이 신문의 내용이 진짜라고 믿는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는 '지식'과 '조언'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이 책은 오류와 편견에 빠뜨리는 전문가들의 거짓말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담았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랐지만 투자는 엉망이 되고 다이어트는 성공할 줄 모르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약은 사실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궁금하다면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를 참고 할 것. 저자는 음식, 약품, 기업경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들이 부정확하며 종종 심각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전문가가 제일 잘 안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그들의 오도에 대한 새로운 통창을 제시하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문인 42명 '진짜 나' 드러내 - 나는 가짜다헤럴드경제 편집국 저/ 헤럴드 미디어/ 1만 5,000원여성스러운 척, 남성스러운 척, 얌전한 척, 똑똑한 척, 부자인 척.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의식해 본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여러 이유에서 '가짜 나'를 가지게 되는 것. 우리시대 소설가와 시인 42명이 이런 가짜 모습을 벗고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이 책은 헤럴드경제의 기획연재물을 모아 엮은 것으로 작가가 손수 그린 자화상과 자신의 이야기를 실은 것. 작가 스스로 고백한 '나의 얼굴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살아낸 시간의 궤적과 문학에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직접 그린 자화상이 매력적인 책. 뛰어난 그림 솜씨를 자랑하는 작가가 있는 가 하면 코와 입 대신 물고기를 그려 넣은 작가도 있다. 평소 알고 있던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울 것.▲ '짝퉁'의 위험한 실체 - 위험한 가짜데이비드 M.홉킨스/ 청년정신/ 1만 2,000원소비자들은 위조품을 사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계속 되는 수요로 공급은 늘어가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그 공급국 중에 하나. 하지만 위조는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나아가서는 테러집단과 범죄 단체의 활동자금 공급원이 될 수 있다.이 책은 명품에서 항공기까지 가짜의 실체를 파헤친다. 명픔 브랜드 뿐 아니라 의약품, 자동차부품, 항공기, 장난감, 비료와 술, 개인 위생용품 등도 위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이런 가짜 제품은 남의 창작 행위의 가치를 뺏는 실태 일 뿐 아니라 목숨을 위협하고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가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공부해 볼 수 있는 기회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01 23:02

[책의 향기] 부부 작가의 시집·평론집 등 6권 동시 출간

도내 대표적 부부 작가중 하나인 이동희(65·전북문인협회장)-노령(본명 노경자·64) 부부가 시집·창작집·평론집 등 무려 6권의 책을 내고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한, 두권의 책도 내기 어려운 가운데 한쌍의 부부가 한꺼번에 6권이나 되는 책을 내는 것은 전북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아내인 노령 작가는 장편소설집 '파도타기'와 창작소설집'바람의 눈'등 2권을 출간했다. 장편소설집 파도타기는 지난해 출간되긴 했으나, 이번에 출판 기념식을 갖는다.남편 이동희 작가는 평론집 '문학의 두 얼굴''임꺽정과 서사문학 연구'를 비롯, 기행시집'하이텔베르크의 술통', 제5시집'북으로가는 서정시'를 냈다.유연 이동희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시 전문지 '심상'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총 15권의 책을 출간했다. 전주교대와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줄곧 후학을 지도해왔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회장이며, 유연문예교실, 부안문예창작반, 전북문예창작반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기행 시화집인 하이델베르크의 술통은 그가 지난해 서유럽 6개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바를 시로 풀어낸 것이다. "열이틀간의 여정을 거꾸로 더듬어가며 쉰다섯개의 여행꼭지를 만났다"는 그는 "밖(=외국)에 나가보니 안(=국내)이 더 잘 보이더라"고 말했다. '북으로가는 서정시'는 남북분단의 현실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빼어난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두권의 평론집은 그의 역작이라 할만하다. 그의 최대 관심사인 임꺽정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연구가 녹아들어있다.노령 작가는 28년동안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오다 작가의 길을 걷기위해 조금 일찍 퇴직했다고 한다. 주요 일간지나 잡지에 투고해서 최종심까지 이르기도 했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다, 마침내 작가의 꿈을 이뤄내 이번에 정식으로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이번에 각종 문예상 당선 작품과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모은 창작소설집 '바람의 눈'을 펴낸 소감을 묻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다"고 엄살을 부렸다.하지만 그는 현재 야심차게 또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백제를 소재로 한 대하소설을 현재 4권 분량이나 탈고한 가운데 앞으로 이의 마무리를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한편, 이들 부부의 출판 기념회는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른 북콘서트(Book Concert) 형식으로 열린다. 작가가 청바지 차림의 캐주얼 복장으로 나선 가운데 시낭송, 작가와의 대화, 노래, 그리고 책과 관련한 토크쇼를 준비했다. 오는 16일 오후 5시 전주관광호텔(백합홀)에서 열리는 출판 기념회에는 노령 작가, 이동희 시인은 물론, 진동규 시인, 전정구 전북대교수, 장세진 평론가, 김오민 시인, 강승원 싱어송라이터, 정혜인 작가, 황보윤 작가, 김신주 무용가 등이 출연한다.

  • 주말
  • 위병기
  • 2011.07.01 23:02

[책의 향기] 윤리적 판단도 그때그때 다르다?

길을 걷다 서류 뭉치를 떨어뜨린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가던 길을 멈춰 서류 줍는 일을 도와주거나 그냥 지나쳐 갈길을 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전자의 선택을 한 사람을 후자의 사람보다 더 친절하거나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미국의 심리학자들이 한 쇼핑몰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이러한 실험을 했는데 첫 실험에서는 25명 중 1명이 서류 줍기를 도와줬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7명 중 6명이 도와줬다. 두 번째 실험 때는 피실험자들이 서류를 떨어뜨린 사람을 만나기 직전에 공중전화 동전 반환구에서 우연히 동전을 줍게 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 교수인 콰메 앤터니 애피아가 쓴 '윤리학의 배신'(바이북스 펴냄. 원제 'Experiments in ethics')은 이렇게 인간의 윤리적ㆍ도덕적 판단이 상황이나 심리적인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어떤 사람이 윤리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이 윤리적인 판단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사람들은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건제품 가게 근처에 있을 때보다 향기로운 빵집 밖에 서 있을 때 잔돈을 바꿔 달라는 낯선 사람의 요구에 응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후에 누가 친절을 베푼 이유를 물었을 때 "방금 동전을 주어서 기운이 났다"거나 "빵 냄새가 풍겨 기분이 좋아졌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내가 비슷한 처지에 놓였을 때를 생각해서" 서류를 줍거나 동전을 바꿔줬다는 식의 이유를 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자기 행동에 대해 남들 못지않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그 설명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54쪽)이러한 실험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윤리적ㆍ도덕적 판단에 대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틀 효과'의 사례는 이러한 저자의 말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한 실험에서 손 놓고 있으면 600명이 사망할 무서운 독감의 확산을 앞두고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대책을 마련하게 했다. 1그룹에게는 600명의 사망 예정자 중 200명을 구하는 정책 A와 600명 모두를 구할 확률이 1/3, 아무도 못 구할 확률이 2/3인 정책 B 가운데 선택하라고 했다. 2그룹에는 400명이 사망하게 되는 정책 C와 아무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1/3, 모두 죽을 가능성이 2/3인 정책 D의 선택지를 줬다. 자세히 보면 정책 A와 C는 같은 얘기고, B와 D가 같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그룹에서는 다수가 A를 택했고, 2그룹에서는 다수가 D를 골랐다. 600명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1그룹의 선택지 가운데에는 A가 B보다 나아보였던 데 반해 600명을 모두 구하는 최선의 상황을 전제로 한 2그룹의 선택지에서는 D가 더 옳은 행동으로 보였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라는 직관적인 판단을 할 때 그 판단은 전적으로 무관한 요소들에 의해 얼마간 좌우된다"며 "우리의 직관이 무관한 요소들에 좌우된다면 그 직관은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은주 옮김. 312쪽. 1만6천원.

  • 주말
  • 연합
  • 2011.06.24 23:02

[책의 향기] 남과 북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1년이 지났다. 우리는 아직도 분단국가이고 북한과의 사이는 미묘하고 복잡하다. 그 긴 세월동안 바뀐 것을 많지만 우리의 사이는 아직도 차가운 것. 남쪽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북한이 고수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이번 주 금요일 다시 맞은 슬픈 6.25 기념일에 생각해 본다.▲ 소설로 담아낸 북한의 어두운 단면 - 수용소의 노래강철환 저/ 시대정신/ 1만 2,000원얼마 전 포로수용소의 수감자들이 인격모독적인 체벌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형벌을 받는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열악한 북한의 인권상황과 어두운 북한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 이 책은 이러한 북한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저자인 강철환은 평양에서 태어나 북한의 허위선전에 속아 북송된 재일북송교포 가족으로서 조총련 교토지부 상공회 회장을 지냈던 조부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 곳에서 10년 동안 수감생활 끝에 탈북을 결심하고 1992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그는 수감소에서의 생활과 가족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부시 대통령이 읽고 측근들에게 권했다는 책으로 유명하며 북한의 현실과 인권문제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리영희 교수가 말한 '동포사회' - 반세기의 신화리영희 저/ 삼인/ 1만 8,000원'분단된 민족의 남과 북의 동포사회가 서로 원수를 짓지 말고,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자는 뜻의 글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반도 민족에게 과연 어떤 본질의 대상인가를 밝혀서 드러내려고 한 글들이다'(서문 중에서)지난해 12월 작고 한 우리나라 사회운동가이라 언론학자인 故리영희 교수의 책. 신문에 연재했던 글과 학술지 논문 등 북한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 만들었다. 그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안간으로서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맹목적 애국주의나 문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리영희 교수가 말하고자 했던 북한에 대한 태도를 포함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남으로 망명한 김일성 가족 가정교사 -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 저/ 김영사/ 1만 3,000원1992년 러시아사범대학 교환교수로 재직하던 평양사범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가 남한으로 망명을 한다. 그는 1954년 평양사범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후 대학교수가 되어 38년간 재직하면서, 김일성의 가족의 가정교사로도 활약했던 인물. 그러한 그가 왜 망명을 선택했을까?이 책은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저자가 예일대학의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쓴 서울과 평양, 그리고 세계로 보내는 편지. 아내, 자녀, 손자 등을 북한에 두고 남한으로 망명하게 된 이야기를 비롯해 공산주의자에서 북한선교를 마지막 사명으로 삼은 기독교인으로 거듭난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에서도 정착할 수 없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이 된 저자. 그 이제 남이 하나 될 수는 없는지 검토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24 23:02

[책의 향기] 산에서 배우는 호연지기…그리고 사람향기

"다시 수필집을 내면서 내가 수필가가 아니라 얼치기 문학도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매번 내놓고 후회하고, 내놓고 후회하고…. 바로 '이거다'하고 무릎 칠 수 있는 수필 한 편을 쓰지 못한 자책감이죠."'산 사나이' 김정길(57·(사)대한산악연맹 전북연맹 상근부회장)은 세번째 수필집 '내 마음의 텃밭(수필과 비평사)'을 내놓으면서 쑥스러운듯 했다. 수필 텃밭을 가꾼 지 8년. 2001년부터 10년간 월간 山'전라도의 산'을 연재하는 베테랑 작가이면서도 글쓰기에 갈증을 느끼는 것은 수필에 대한 곡진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민을 "술 마시랴, 산에 가랴, 시간이 없다"며 에둘러 말하는 것을 보면 그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다.'우리 얼 마주보기','사람 냄새 취하기', '산꾼, 그 호연지기','수필의 텃밭 가꾸기' 등으로 구성된 수필집에는 산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배우고,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향기에 취하는 그의 솔직담백한 모습이 담겼다.아직까지도 자동차가 없는 그는 "돌이 굴러야 이끼가 끼지 않듯 쉼없이 움직여야만 자기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좋은 날 산에 올라 산들바람에 젖은 땀을 식히면서 산 아래를 굽어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우리 조상들도 대대로 이곳에서 마음의 텃밭을 가꿨어요. 이 마음에 어떤 씨앗을 뿌리고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됩니다. 이제서야 수필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데 푹 빠진 것 같네요."임실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30여 년간 전주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 기획진흥실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200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대동제추진위원장,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회장 등을 재직하고 있다. 수필집 '전북백대명산을 가다','어머니의 가슴앓이','지구를 누비는 남자' 등을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1.06.24 23:02

[책의 향기] 자본주의 이면의 폭력성을 말하다

"멋진 사람들이나 번지르르한 카페도 사실은 모두 가짜가 아닐까요. 자본주의 사회는 그냥 구조에 불과할 뿐 사실은 위험한 게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폭력이라는 코드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풀잎처럼 눕다' '겨울 강 하늬바람' 등 소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뤄 온 소설가 박범신(65)씨가 이번에는 자본주의 문명 이면에 숨어 있는 폭력성에 주목했다. 25일 출간하는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 펴냄)를 통해서다.그는 "한 재벌가가 돈을 주고 사람을 때린 사건을 보고 무척 큰 충격을 받았다"며 "쾌락을 위해 돈을 주고 사람을 향해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시대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설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는 이번 소설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는 박씨의 말처럼 소설은 강도 높은 폭력이 전편을 지배한다. 리얼리즘에 토대를 뒀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들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소설의 주요 무대는 '샹그리라'라는 5층짜리 원룸 건물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해 노숙자로 떠돌던 주인공 '나'는 이 건물의 관리인으로 고용된 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샹그리라에 사는 인물과 그들이 벌이는 행태는 자본주의 문명의 야수성과 잔혹성을 드러낸다. 샹그리라의 주인이자 그 도시를 어둠 속에서 지배하는 '이사장'은 폭력과 악의 화신이다.'나'는 이사장의 비정한 행각을 접하고 잔인함을 깨달아가면서 기이한 일을 겪는다. 손바닥에 숨었던 '말굽'이 모습을 드러내고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 끔찍한 살인을 잇따라 저지른다.소설 속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을 거듭하다가 잊혀진 기억을 회복하면서 샹그리라의 눈먼 안마사 여인이 목숨을 버려도 좋을 만큼 사랑했던 소녀 여린이라는 것도 알게된다. 곧이어 이사장이 과거에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도 드러나고 나는 '악의 수렁'에서 여린을 지켜내고자 결단을 내리게 된다. 여린은 타락한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존재이자 생명의 근원으로, 소설은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존재의 근원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을 전한다.1991년부터 명지대 문예창작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그는 오는 8월 정년 퇴임하면서 교편을 내려놓는다.그는 "아버지 노릇, 선생 노릇, 작가 노릇을 하며 내 인생을 3가지로 살아왔다"며 "7월 막내아들이 결혼하고 8월 정년 퇴임하면 내 인생의 2/3가 끝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작가 노릇만 남았으니 좋은 문학이 최우선이라고 믿으며 살 수 있는 찬스가 온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정도 열심히 써 볼 것이다. 쓰다가 순교하는 게 꿈"이라고 강조하며 환하게 웃었다.

  • 주말
  • 연합
  • 2011.06.24 23:02

[책의 향기] 커피

요즘 한국은 그야말로 커피 공화국이다. 커피 전문점이 넘쳐나듯 생겨나고 한 끼 밥 값 보다도 비싼 커피를 스스럼없이 사 먹는 시대. 하지만 어떤 커피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원두와 어떤 맛이 존재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당신이 알고 있는 커피에 대한 잘 못된 상식과 풍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본다.▲ 원두·추출법…친절한 설명서 - 커피의 거의 모든 것하보숙, 조미라 저/ 열린세상/ 1만 3,000원"뜨거운 커피 한잔은 지구에서 기다리는 가족 그리고 휴식과 즐거움을 상징하는 뜻 깊은 메시지였다."(본문 중에서)만약 커피에 대한 설명서가 있었다면 딱 이 책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설명서 같은 꼼꼼함과 친절함이 돋보이는 이 책은 각 글마다 함께 실린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또한 깔끔한 구성이 커피 초보자들에게 호감을 줄 것. 책 자체는 '스스로 만드는 커피'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고를 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식이 담겼다. 커피콩에서부터 원두, 추출법, 물, 도구 등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책. 책 뒷부분에 실린 커피 상식은 커피를 마시며 일을 수 있는 재미거리.▲ 바리스타 조혜선의 '커피 여행' -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조혜선 저/ 황소자리/ 1만 3,900원"세련되고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움까지 겸비한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내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난 커피가 만들어낸 카페라는 세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작가의 말 중에서)커피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커피를 매개로 엮은 여행 책은 이 책이 유일무이.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는 커피에 대한 열정 하나로 2년이 넘는 시간을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닌 바리스타 조혜선의 탐험 이야기다. 커피가 탄생되기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궁금했던 저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21세기 카페 문화를 전파시킨 북미부터 세계 최대의 커피 산지 중남미까지 총 9개국을 여행한다.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전 공정과 커피의 맛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커핑 시스템'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커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만드는 법에서 즐기는 법까지 - 에브리데이 홈메이드 커피레시피다구치 마모루 저/ 황금부엉이/ 1만 3,500원'초보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커피를 즐기기만 하는 초보 소비자에게도 좋은 책이다. 일본의 커피 명인이자 일본 내 100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카페 바흐의 운영자인 저자가 전하는 커피 이야기.핸드 드립, 모카 포트, 사이폰 등 다양한 커피 추출 방식을 소개하고 커피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글보다 사진의 양이 많이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쉬운 구성이 돋보인다. 여타의 커피 관력 서적과 가장 큰 차이점은 만드는 법 뿐 아니라 즐기는 법 까지 소개 했다는 것. '커피와 잘 어울리는 과자'를 통해 어떤 과자에 어떤 커피가 잘 어울리는지 담아 한번쯤 시도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커피 인포메이션'을 통해 커피와 관련된 홈페이지와 관련 기본 용어도 실었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17 23:02

[책의 향기] ⑤한 권의 책, 인생 바꾼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더구나 어린 시절이라면 평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다.나 역시 어린 시절의 독서가 내 인생의 선택을 좌우했다. 당시에는 학교도서관도 없었고, 서점의 책은 사 볼 여유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친척집이 나의 책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준 유일한 곳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른들이 보는 두툼한 5권짜리 삼국지를 읽으면서 대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다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전기를 읽고서 그의 꼿꼿한 기상과 역사학자로서의 삶에 매료되었다. 이 영향으로 일찌감치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역사로 정해놓고 대학도 국사학과로 주저 없이 진학했다.푸른 꿈을 안고 들어간 80년대 대학의 상황은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대신 당시대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역사를 만들어가야 했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역사는 나의 숙명이 되었다. 20대 열혈청년의 시기는 역사의 진실을 깨달아 가면서 앎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던 때였다. 역사와 철학과 경제학 서적이 항상 함께 했다.30대에 들어서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인이 되면서는 독서가 인생의 등대가 되기보다는 먹고 사는 일의 보조수단이 되었다. 당연히 직업과 관련한 기술서적을 읽고 경제 흐름에 민감해 하던 때였다.다시 40대가 되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책은 단지 깨달음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경험하지 못한 남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승의 역할을 했다. 직접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의 경험을 얻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해줬다. 이제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북을 새롭게 디자인하자고 외친다.지금 읽는 책들은 '복지국가 스웨덴','그린 칼라 이코노미','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등이다. 새로운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다른 나라, 앞선 도시의 경험을 배우고 있다.책은 어떤 영상보다 강렬하다. 활자는 어떤 멀티미디어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한 자 한 자 읽어가면서 일어나는 상상력의 힘은 강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편리하고 스마트폰이 유행하더라도 종이책의 힘은 영원할 것이다.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잘 나가는 직원이었던 존우드는 히말라야 트레킹 중 열악한 환경의 어느 시골학교를 보고는 인생의 길을 바꾼다. 그는 "책을 가지고 다시 와주세요"라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읽을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룸 투 리드'운동을 시작한다. 그는 네팔 등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지어주고 책을 보내주는 기부운동을 벌임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우리도 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책을 나누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특히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일 수록 TV나 컴퓨터에 빠져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운동은 경제적 도움과 함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이들의 인생 항로를 결정지을 수 있는 책읽기를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은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요즘의 아이들과 나누는 것이다. / 김성주(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 주말
  • 전북일보
  • 2011.06.17 23:02

[책의 향기] 똑소리 나는 클래식 감상법

"내가 게을러서 마감에 못이겨 썼어요. (웃음) 슈베르트의 사랑과 우정을 쓸 땐 슈베르트를 다시 들으면서 썼더니, 이따금 쌩뚱 맞은 소리도 있고…. 클래식이 부담없이 느껴지도록 쓰고 싶었어요, 본래 목적은."본보에 '신상호의 클래식 이야기'를 연재했던 신상호 전북대 음악학과 교수(63)가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작은 우리/E.J)를 펴냈다.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감상하면 되느냐" 는 질문에 뚜렷한 접근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좋은 입문서를 찾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의 책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바로크에서 고전으로 넘어가는 음악 전환기의 요인 등을 짚고, 작곡가들의 생애를 조망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았다.베를리오즈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난장판 같아서 악보를 보고 나면 손을 꼭 씻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나 멘델스존 보다 음악 재능이 훨씬 더 뛰어난 파니 멘델스존 헨젤을 조명하는 이야기 등을 통해 음악 그 자체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사실 악기 이름이 무엇인지, 반주인지 선율인지, 이런 것을 아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작곡가가 우리를 가르치기 위해 작곡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또 얼마나 방대해요. 그래도 모아놓고 싶었어요. 심심풀이는 되겠다 싶어서."모든 클래식 입문서가 그러하듯 이 책은 수박 겉핥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겉이 아닌 속을 엿보게 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작곡가와 친구가 돼서, 그의 감정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나간다면 좋지 않을까. 클래식은 무엇보다 영혼의 여행이기 때문이다.순창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오보에를 전공, 세종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다시 전공했으며, 단국대에서 음악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보에 연주자이기도 한 그는 "불기는 까다로운데, 멜랑콜리한 소리가 매력"이라며 "오보에의 이론서도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주말
  • 이화정
  • 2011.06.1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