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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굿바이, 게으름 등

△ 굿바이, 게으름문요한 지음/더난출판사/1만원게을러서 바쁘고 바빠서 더 게을러지는 현대인들. 당신도 ‘맨날 바쁜 게으름뱅이’인가?현직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씨가 중독에 빠진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게으름도 일종의 중독임을 깨닫고 의사 입장에서 카운슬링하듯 풀어쓴 책이다. 게으름은 늪과도 같은 것. 초기에는 빠져나올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몸이 잠기도 나면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환기. 꾸물꾸물한 기분과 부정적인 사고는 신선한 공기로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으며, 자신이 게으름에 빠져들고 있을 때는 ‘멈춰!’라고 외치는 행동이 필요하다. 1부 ‘새로 쓰는 게으름’에서는 게으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게으름의 역사와 정의, 양상, 원인들을 분석하고, 2부 ‘게으름과의 결별’은 실천편으로 어떻게 하면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들을 소개한다. △ 살인의 해석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비채/13000원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하는 표지와 호기심을 끄는 제목이 눈길부터 잡는 이 책은 그러나 프로이트와 융이 등장하는 범죄 추리극이다. 미국의 법률학자 제드 러벤펠드가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꼼꼼히 취재해 프로이트와 융을 살인사건에 개입시켰다.배경은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했던 1909년 뉴욕. 고층빌딩에서 미모의 여성이 살해된다. 프로이트는 제자인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고 자신은 조언을 하면서 범죄의 진실에 점차 다가선다. 한편, 융은 미국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프로이트의 학설을 전면 부정하며 스승을 배반하게 된다. 살인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갈수록 독자들이 발견하는 건 인간의 마음 속에 혹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 속에 비밀스러운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겉으로 드러난 마음과 진짜 속마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3.02 23:02

[책의 향기] 10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등

10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 나탈리 토르지만 / 영교 / 6500원 경제공부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을 책을 통해서다. 개념을 파악하면 뉴스에 나오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 책은 돈의 역사와 각국의 화폐들, 돈이 필요한 이유, 가격이 매겨지는 이치, 은행의 역할, 세계경제 등을 어린이의 눈에 맞게 동물들이 등장하는 삽화와 함께 차근차근 일러준다. 은행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아이를 위해 돼지저금통속에서 어떻게 돈이 오고가는 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레몬으로 돈 버는 법 / 루이스 암스트롱 / 비룡소 / 7000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경제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다.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파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경제용어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레몬에서 즙을 짜서 물과 설탕을 섞으면 레모네이드가 된다. 여기서 레몬과 물과 설탕은 원료, 이 레모네이드 한 잔에 2500원을 주고 사면 소비가 되고 상대방에게는 판매가 된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레몬가격이 어떻게 상승해서 임금을 인상시키고 전체 물가를 오르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지, 인플레이션이 되면 왜 실업자가 생기고 소비가 감소하며 작은 기업들이 망하는지 쉽게 풀어 썼다. 우리아이 경제 교육 프로젝트 / 잭 조너선 / 황금가지 / 15000원작가는 아이들에게 경제적 자신감을 심어주려면 부모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언제부터 주어야 하는지, 액수와 횟수는 얼마가 적당한지, 어떻게 통제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용돈 줄 때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권력투쟁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바를 충분히 알리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부모와 돈 문제를 의논하며 성장하면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연봉에서 더 높은 비율을 저축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그림과 만화로 배우는 어린이 경제 백과(총 6권) / 나가이스스무 / 을파소 / 각 8500원 강남 아이들은 명품에 빨리 노출된다. 명품을 즐겨 찾는 부모들이 구입해준 제품들과 학교 친구를 통해 명품을 알아가게 돼서다. 심지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주식 투자를 해보도록 하는 부모까지 생겨났다. 남보다 빨리 경제 원리와 돈의 흐름을 공부해서 한 발 빠르고 정확하게 재테크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거꾸로 경제학자들의 바로 경제학 / 요술피리 / 올벼 / 9000원인구 증가가 1인당 GDP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처음으로 답했던 경제학자는 18세기말 영국의 토머스 맬서스였다. 그는 지구가 미래에 사람들로 인해 콩나물시루가 돼 굶어죽지 않으려면 결혼은 늦게 하고 아이는 조금만 낳을 것, 빈민이 걱정되면 정부의 복지혜택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에서부터 밀턴 프리드먼에 이르기까지 기존 경제학 이론에 의문을 품고 반대의 이론을 수립한 ‘거꾸로 경제학자’ 11명의 이야기다. < 아이들 한국사공부를 위한 책 >- 어린이를 미래를 여는 역사 1,2 / 김한조 글 / 한겨레아이들 / 9500원- 다큐로 만나는 우리 역사 (1~8권) / 이정범 글 / 서강출판 / 9500원-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1~3권) / 홍순명 글 / 부키 / 6800원- 바리공주 / 김선우 글 / 열림원 / 8500원- 역사야, 나오너라 / 이은홍 / 푸른숲 / 1만2000원- 어린이 삼국유사 / 서정오 / 현암사 / 8500원-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 이성호 / 휴머니스트 / 9000원

  • 주말
  • 이화정
  • 2007.03.02 23:02

[책의 향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근대 이후 무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과학기술문명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문명이 발달한 곳일수록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가는 대규모 도시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공장은 인류의 삶을 지속적으로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인류의 미래와 연관된 이러한 의문에 대해 누구도 단정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73년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현대기술문명 전반에 걸친 반성과 비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시장 가치를 우선시하는 기존의 경제학을 '미치광이 경제주의'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경제학의 목표와 방법을 전면 재수정하는 이른바 초경제학을 주창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화두를 경제학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는 "자연은 유한한데 유물주의(물질주의)는 무한한 성장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새로운 생산방법과 소비생활에 의한 새로운 생활양식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경제관은 '중간기술' 이론으로 구체화된다. 거대 기업에 의한 대량 생산 기술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화석 연료와 같은 자원을 낭비하며 인간성을 파괴한다. 그러므로 생태학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는, 대중에 의한 소규모 생산 기술로 생활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중간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인간 중심의 기술, 비폭력적 기술로의 전환을 그는 책상머리에서만 설파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미얀마 정부의 경제 고문으로 초빙 받는 등 인도와 페루 등 제3세계의 새로운 경제개발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맹목적인 부의 추구와 거대주의 기계화가 최고의 가치로 숭앙 받던 당시에 '스몰(Small)' 사상으로 맞섰던 그는 경제학자이기 전에 행동하는 사상가였다고 할 수 있다.모든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인류 최대의 자원인 인간교육을 제대로 실현해야 하는데, 교육에 있어서 형이상학적 사색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것도 슈마허다운 발상이다. 이는 그가 동양적 불교경제학에 심취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연환경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삶과의 조화를 꾀하는 대상으로 바라본 동양적 자연관이 그의 사상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숭배주의자들에게 기어이 이 책을 한 권씩 사주고 싶다. 농업에 있어서 토지도 생산의 터전으로 인식하기 전에 건강과 아름다움과 삶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터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인이 자기 억제의 원리를 상실한 원인으로 탐욕과 질투심을 든다. 탐욕과 질투심을 버리고 작은 것 속에 깃들어 있는 예지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제안은 간명하지만 우리가 귀 기울여 경청할 만하다."사치품을 필수품이 되지 않도록 하며, 필수품의 수를 줄이거나 질을 간소화시키도록 하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지난해 12월, (재)한국출판연구소는 국립중앙도서관 의뢰로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과 초중고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2006년 국민독서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12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한 권 꼴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면, 책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으로 성인의 경우는 ‘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선택한다’가 가장 높았지만, 청소년의 경우는 ‘친구의 추천’이 가장 높은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거의 하루 온 종일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낸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는 새벽 별을 보고 나가서 해가 진 뒤에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상황이다. 형편이 이러한데 동네서점에 들러 한가롭게 책을 살펴 볼 여유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더라도 그 동안 참아 온 컴퓨터나 영화에 관심이 먼저 가지 서점으로 발길을 향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없는 시간을 쪼개 책을 읽으려 해도 친구나 주변의 소개에 의존해 고르게 되고 이는 자칫 독서의 편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흔히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말한다. 정신을 살찌우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우리 청소년들이 동네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고르며 문학·인문학·사회학·경제학·철학 등 참으로 무궁무진한 ‘마음의 양식’을 골고루 음미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조금만 더 여유를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희망을 품어본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장사택일지

오늘 소개할 문서는 '장사택일지'라는 독특한 이름의 고문서다. 지관(地官)이 장례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여 망자의 가족에게 건네준 것이다. 문서는 지관의 기록답게 천간과 지지로 이루어진 육십갑자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있어서 마치 난수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쉽게 풀리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사망한 지 통상 3일만에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오늘의 관습에서 보면 굳이 장례일시를 지관에게서 받는 것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살 곳(양택)과 죽을 곳(음택)의 풍수를 따져가며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썼던 조선시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굳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문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망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장사택일지에서 망자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기록하였는데, 건곤(乾坤) 즉 하늘과 땅으로 달리 표시하였다. 건은 남자를, 곤은 여자를 각각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건화명(乾化命)'으로 시작하는 이 문서의 망자는 남자임이 분명하다. 그가 누구인가는 제주(祭主)인 며느리에 이어 둘째 아들과 종손, 차손, 증손들로 이어지는 유족의 명단에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15명이나 되는 적지않은 가족을 남겨 둔 것을 보면 망자는 천수를 다 누리고 사망한 것이 아닐까. 또 며느리가 제주로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첫째 아들은 이미 사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첫번째 추정은 잘못일지도 모른다. 망자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구분(破舊墳), 즉 옛 무덤을 파낸다는 구절이 그것으로, 이 장사택일지는 아들 며느리 손자 등이 망자의 묘를 이장하기 위하여 지관에게서 그 날짜를 지정받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신묘년 4월 초하루에 옛 봉분을 헐고 이틀 후인 초 3일에 새 무덤을 쓰도록 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문서는 장지의 형국과 좌향은 물론 이장에 이르는 각 단계의 시각과 방위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즉 '파구분'에 이어 출구(出柩), 참초(斬草), 개토(開土), 안장(安葬) 등에 이르기까지의 시각과 방위를 적어놓고 있는 것이다. 유교 도덕을 중시하였던 조선왕조는 관혼상제의 예법을 이처럼 세세하게 규정해 놓았다. 어떤 면에서 조선시대의 예법은 중국보다도 훨씬 더 유교적이었으며 더 엄격하였다. 그 중 상제에 관한 것이 특히 심하였다. 조선 후기의 당쟁은 이 상제를 둘러싼 예송(禮訟)이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채로 문서에 그 사주(간지)만 적혀 있는 가족들은 지관이 정해준 시각대로 죽은 시아버지 또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묘를 이장하였을 것이다. 길일을 택하여 상장(喪葬)의 예를 다하면서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가없는 복이 돌아오기를 갈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망자는 말이 없고 죽음 또한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영원히 넘볼 수 없는 곳에 있다. "생사와 열반이 지난밤의 꿈과 같으니, 일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으며 오는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다.” '원각경'의 한 구절이다./공동기획=전북대박물관 호남기록문화시스템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아버지의 가계부 등

△ 아버지의 가계부제윤경 지음/Tb/1만원낼 모레면 사십대에 접어드는 네 부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가정경제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고소득 빚쟁이, 조기퇴직에 대한 두려움, 대박신화와 불안감, 돈 문제에 얽힌 부부간의 갈등 등. “얼핏 보면 그냥 알뜰하게만 사신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어. 아버지는 가계부를 쓰면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작은 것이라도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셨던 것 같아.” (본문 중에서)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아버지의 가계부에서 이들은 진짜 부자가 되는 법을 알게된다. 자기 현실에 맞지 않는 재테크보다는 인생 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작은 목표에서부터 실천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 「아버지의 가계부」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현실적인 동시에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와 재무관리의 노하우가 담겨있어 유익하다. △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야 샤피로 지금, 공혜진 옮김/서돌/1만1000원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나이 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 직장에 언론의 자유는 없다, 너무 똑똑한 체 하는 것은 똑똑한 짓이 아니다….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직장 내에서 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명백한 금기사항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열배쯤 더 위험한 행동들이 있다. 문제는 회사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능력이 부족한데도 승진이 되는, 적게 일하면서도 더 인정받는 이들이 바로 회사의 시각에서 사안을 헤알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직장인들 필독서로 자리잡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적어도 이 책 만큼은 회사가 아닌, 직원들 편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삶의 지혜를 전하는 불교우화'

당신은 토끼와 거북이 중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토끼와 거북이’ 우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거북이는 옳다고 생각하고 게으름을 피운 토끼는 그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거북이가 자기 길만 가는 동안 토끼는 어쩌면 아파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불교의 관점에서 거북이는 남을 돌아볼 줄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다. 거북이를 훌륭하게 여기는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 일본의 종교평론가 히로 사치야는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거북이처럼 열심히 해!”라는 말보다 “꼭 거북이처럼 할 필요는 없어!”라는 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불교는 ‘너무 애쓰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이를 불교 용어로는 ‘정진’(精進)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표면적 의미만을 주목해 ‘정진’을 노력의 의미로만 생각한다면,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놓칠 수 밖에 없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처럼 ‘불교우화’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가 많다. 히로 사치야가 펴낸 「삶의 지혜를 전하는 불교우화」(행간풍경)는 불교의 가르침이며, 또한 종교적 색채를 넘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들이다. 1부 ‘이솝우화보다 재미있는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에서는 부처가 전생에 어떤 동물로 태어나 어떤 삶을 영위했을지를 상상한 경전 ‘자타카 이야기’에서 발췌한 18개의 이야기다. 2부 ‘불교의 눈으로 바라 보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법화경’과 ‘백유경’ 등 다양한 불교 경전에 나오는 우화 14개를 소개했다. 산불이 났는데도 상처를 입으며 불을 끄는 작은 새. “내가 불을 끌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작은 새를 보며, 불교에서는 세상에서 말하는 ‘단념’과는 다른 ‘포기’의 가치를 말한다. 코만 아름다운 여자의 코를 아름답지만 코만 못생긴 아내에게 주려는 남자를 두고서는 비교하지 말라는, 단순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가르침을 전한다. 2500년 이상 지속되어온 불교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불교우화 역시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불교의 가르침이었지만 잘못된 해석이 덧붙여지고 어느새 불교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질된 것들도 있지만, 불교에 스민 신비롭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과 단념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불교의 실천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부처님 놀이’라고 할 수 있다”는 히로 사치야. 그는 “부처님의 흉내를 내고 만약 부처가 나였다면 지금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할까 고민하는 것이 불교의 수행”이라고 말한다. 193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소 인도철학전공 박사과정을 수료, 기쇼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종교적 신앙을 기피하는 일본에 종교문화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불교와 대중의 친밀감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 현재 만다라회 회장을 맡고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박물관에서 놀자 등

< 박물관에서 놀자 > 윤소영 글 / 거인 / 11000원 아이들이 박물관을 자주 가려면, 무엇보다 재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미술작품을 싣고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숨은그림찾기를 시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림을 소개하면서 서로 다르거나 이상한 곳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예컨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점심'에서 여름날 웃통 벗고 앉아 점심을 먹는 남자의 얼굴에 깜짝 등장한 선글라스를 찾아내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작품연도나 시대적 설명에 치중하던 지루한 책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 다케타쓰 미노루 글 / 안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8500원 울고 있는 콩새를 안고 들어온 아이를 위해 이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수의사는 많지 않다. 작가이자 수의사인 다케타쓰 미노루씨는 책을 통해 자연 사랑과 동물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덧붙여 아픔을 호소하는 동물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친절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난 30년간 동물의 입원과 퇴원에 이르는 과정의 수백 장의 사진과 동물 환자들이 각양각색으로 사는 모습을 담았다. < 편견 > 고수산나 외 글 / 뜨인돌어린이 / 8000원한쪽으로 치우진 생각과 마음이 아닌 제대로 봤다면 다른 이들을 공감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아동문학작가 6명이 이런 뜻을 한데 모아 ‘편견’을 냈다. <엄마와 오까상>을 통해 복합민족가정이 이룬 어려움과 현실, <새터민 서철이>가 받는 차별과 따돌림, <50년만의 졸업식>을 통해 양성평등의 소중함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 상상력 학교 > 함기석 글 / 대교출판 / 7500원 아이들에게도 판타지가 대세다. 이 책은 ‘주전자 오두막’이라는 환상 공간에서 외적, 내적 상처를 가진 아이들 5명이 만나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똘기와 5인의 발명가 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는 어른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상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사뭇 진지하다. 상상력을 죽이는 학교만 있지 키우는 곳은 없으니, 대안으로나마 읽어본다면 새로운 상상력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 우리 형이 온다 > 정란희 글 / 웅진씽크하우스 / 8000원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이 조금만 언성을 높이고 다투면 엄마, 아빠가 이혼할까봐 두려워한단다.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에 기반을 두고 초등학교 3학년 윤호가 아빠와 단 둘이 살게 되면서 경쟁상대로만 의식했던 형의 존재를 새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등을 돌리고 무심했던 가족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결국 형은 그런 모든 존재의 상징일 따름이다. < 전학 간 윤주 전한 온 윤주 > 장주식 글 / 문학동네어린이 / 8500원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친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존재다. 좋은 친구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다. 주인공 세원이는 새로 전학 온 윤주가 반갑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성숙한 윤주를 거울삼아 어른이 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의 따뜻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 어린이 한국사공부를 위한 좋은 책 >- 어린이를 미래를 여는 역사 1,2 / 김한조 글 / 한겨레아이들 / 9500원- 다큐로 만나는 우리 역사 (1~8권) / 이정범 글 / 서강출판 / 9500원-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1~3권) / 홍순명 글 / 부키 / 6800원- 바리공주 / 김선우 글 / 열림원 / 8500원- 역사야, 나오너라 / 이은홍 / 푸른숲 / 1만2000원- 어린이 삼국유사 / 서정오 / 현암사 / 8500원-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 이성호 / 휴머니스트 / 9000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23 23:02

[책의 향기] 여우난골족 등

< 여우난골족 >첫 장을 펼치면 설빔을 차려 입은 귀여운 꼬마 사내아이가 웃으며 달려 나온다. 설 쇠러 큰집에 갔더니 여인들은 둘러 낮아 차례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숨바꼭질,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이, 장가가는 놀이를 한다고 떠들썩하단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소박한 여유난골 설 풍경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명절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백석의 시가 정감 있는 평안도 사투리로 묻어나는 따뜻한 책이다. 백석 글 / 창비 / 값 9800원< 술기둥 덩뜰당뜰 저 소리 들어보오 > 생황, 적, 금, 슬, 당비파, 용고, 절고, 운라, 특경. 이것이 전통악기라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기엔 조상들이 고안한 독창적인 우리 국악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다소 딱딱할지 모르는 국악기들을 소개하기보다 대취타, 종묘 제례악, 세악, 사물놀이, 삼현육각 등 다섯 가지 악기 편성법을 소개하고, 생생한 의성어 가득한 동시로 풀어썼다. 부록으로 '사진으로 보는 우리 악기'를 통해 보는 재미는 덤이다. 연필시 동인 글 / 대교출판 / 값 8500원 <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옛날에는 길을 잃을 때 갈림길에 나뭇가지를 꺾어 두거나 돌멩이를 세워 표시했다. 그러다가 발걸음 수로 거리를 재고, 북극성이 반짝이는 쪽을 북쪽으로 삼고 방위를 정해 길과 지형지물을 그린 것이 지도의 시작이다. 지리학을 전공한 동화 작가 김향금씨는 이 책을 통해 지도가 생겨난 이유와 함께 ‘팔도총도’, ‘대동여지도’ 등 우리나라의 고지도의 역사까지 엿볼 수 있게 했다. 어린이권장도서연구회 추천작 일만큼 아이들에게는 이유 있는 선물이다. 김향금 글 / 보림 / 값 8500원 < 우리 민족문화 상징 100 >애당초 도깨비는 실체가 없다. 그런 도깨비가 우리 민족문화의 상징 100에 선정됐다. 새만금은 들어봤어도 정작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인 갯벌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을 위해 고려청자, 거북선, 팔만대장경과 같은 빛나는 전통 문화에서부터 길거리 응원, 금줄, 자장면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대표상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생생한 사진들이 작가의 깊이 있는 글의 이해도를 더욱 높임으로써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 좋은 책이다. 김찬곤 글 / 한솔수북(한솔교육) / 값 12000원< 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 >‘때때옷’은 우리네 설빔이다. 남자아이 혼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설빔 입는 것을 보는 것은 생경하지만, 이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다. 작가는 장난기 가득한 아이가 전통 옷의 이름을 익히고 사랑방 장식품까지 구경할 수 있게 한다. 설빔을 입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남자아이의 설레는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엿볼 있는 책이다. 현주 글 / 사계절 / 값 15000원 < 천 년을 가는 우리종이 한지 > 한지가 뭐예요? 한지의 본고장이 전주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 한지의 우수성과 과학적인 원리를 잘 몰라서다.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지의 특징을 다른 종이와 비교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설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전주종이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복과 한지로 한지 문화를 알고 친해지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전판교 글 / 한솔수북(한솔교육) / 값 9500원< 자연을 닮은 우리 옷 한복 > 농사를 지을 때도, 집에 있을 때도, 이웃집에 놀러갈 때도 우리조상들은 한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되었다. 이 책은 골무도사가 들려주는 한복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고, 100여 개가 넘는 사진을 통해 한복에 대한 이해를 쉽고 재미나게 한다. 설을 맞아 아이들에게 우리 옷의 소중함과 자랑함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아인 글 / 한솔수북(한솔교육) / 값 9500원

  • 주말
  • 이화정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로마인 이야기 15 등

△ 로마인 이야기 15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1만2600원「로마인 이야기 15-로마 세계의 종언」을 끝으로 「로마인 이야기」가 완결됐다. 15년에 걸쳐 써낸 대작. 세계 경영의 지혜와 전략이 살아숨쉬는 이 책은 1995년(일본은 1992년)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충격과 책 읽는 재미를 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로마인 이야기」는 지력, 체력, 경제력,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였던 로마가 지중해 전역을 제패하고 대제국을 천년 넘게 경영한 비결이 무엇인가를 추적해가는 흥미진진한 로마 통사다.로마의 쇠망을 논한 수많은 역사서와 연구서를 보며, 한번 뿐인 인생을 남의 업적이나 주워모으는 작업에 소비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는 시오노 나나미. 특히 마지막 다섯권에서는 ‘왜’ 보다는 로마가 ‘어떻게’ 쇠망해 갔느냐에 중점을 두고 썼다. △ 앗 뜨거워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해냄/1만3500원기자가 펜 대신 칼을 잡았다. 미국의 유명잡지 ‘뉴요커’에서 8년 동안 문학담당기자로 일했던 빌 버포드가 주방의 노예를 자처했다. 그것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유명한 요리사 마리오를 우연히 만나면서 부터다.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은 그이지만 당근 써는 일만 1년이 넘게 했다. 「앗 뜨거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음식에 대한 열정을 담은 책이지만,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다. 기자에서 요리사 보조로 용기(?)를 낸 저자의 결심이 이제 막 요리를 끝낸 따뜻한 음식같을 뿐만 아니라 문학기자로 활동한 탓에 글맛도 꽤 괜찮다는 평이다. 미국판 ‘식객’ ‘맛의 달인’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있는 책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의식주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사의 영역에서 소외되던 때가 있었다.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은 자신의 저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서문에서 식량과 의복, 주거 등을 가리켜 ‘전통적인 역사 서술에서 주변적으로 발전해 온 준(準) 역사적 논구들’이라고 지적하며, 일상생활을 역사의 영역에 도입하기 위해 의식주 활동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과 흥미를 강조했다.그의 의지처럼, 일상과 분리된 제도와 사상, 집단에 대한 연구가 오히려 공허한 것은 아닐까. 인간 생활의 세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의식주는 생활 그 자체이지만,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끼의 식사나 한 벌의 옷에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 어느 시대에 어떤 의도로 구현했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과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의식주라는 테마를 통해 특정 시대를 재현해 보면 그 시대의 삶과 문화를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이면의 모습도 들춰낼 수 있다. 한국고문서학회가 펴낸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역사비평사)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의식주를 중심으로 조명한 것이다. 고문서라는 생생한 사료로 펴낸 신분별 생활상(1권)과 고문서, 족보, 양반들이 쓴 일기 자료 등을 토대로 한 가정생활(2권) 등 「조선시대 생활사」 시리즈를 기획해 온 한국고문서학회와 역사비평사가 조선시대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의식주를 테마로 정한 것이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의식주는 곧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의식주는 나름대로 시대의 유행과 개성을 담아냈으며, 신분과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사치스러울 때 조선 사회는 이를 ‘법’과 ‘예의’ ‘관습’ 등의 이름으로 감시하고 제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의식주를 통해 나타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은 고문서와 그림으로 조선시대의 삶과 예술을 재현했다. 그동안 의식주 역사가 복식사·음식사·건축사 등 전문분야로 나눠 접근해 온 것과는 달리, 좀더 대중적인 시각에서 의식주의 역사를 한 데 아우르며 조선시대 생활사를 정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고문서학회는 “고문서에는 거대한 정치 담론이나 제도, 이념보다는 삶의 실체가 담겨 있다. 특히 고문서에 투영된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은 때론 가슴 아픈 소설을 보는 것처럼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고문서를 통한 생활사 연구가 사실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제1부 ‘신분의 상징, 복식문화’에는 ‘18세기 남성 복식 스케치’와 ‘의복과 머리 모양으로 표출한 여성의 멋’ ‘법과 제도로 보는 복식 문화’ 등이 실렸다. ‘월야선유도’는 상민들의 복식을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 풍속화를 통해서는 신분을 들여다봤다. 어물장수도 유행을 따르던 시대, 기생은 사치와 유행의 선두주자였다. 금지되었지만 즐겨 사용됐던 흰색과 황제만을 위한 색이었던 황색, 왕실의 색인 홍색, 관인은 청색, 서인은 흰색 등 색깔에도 위계가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2부 ‘맛과 멋의 조화, 음식문화’는 ‘주식, 식생활의 근원’ ‘부식, 다양한 먹거리의 풍요로움’ ‘기호식품, 인간의 본능적 욕구’ ‘구황식품, 굶주림을 해결하라’로 정리됐다. 질보다 양을 중시하던 식습관과 생활의 일부가 된 담배, 여러가지 구황작물과 구황법도 소개됐다. 제3부 ‘참삶의 공간, 주택문화’는 ‘조선시대의 삶이 담긴 전통주택’과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생활’ ‘온돌과 주거생활의 변화’로 나눠 실렸다. 전통주택 공간 구성의 지혜로움과 분수와 예의를 갖춘 집, 온돌의 다양한 활용과 부작용 등도 알 수 있다. 책을 기획한 한국고문서학회는 고문서의 체계적인 연구와 수집·보존을 위해 1991년 4월 창립된 단체다. 고문서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열린 학술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사회사·경제사·법제사·국어사 등 고문서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학제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은 김경숙(서울대 규장각 선임연구원) 김소은(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문숙자(국사편찬위원회 고서전문원) 양진석(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 이성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이영훈(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임학성(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장필기(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정긍식씨(서울대 법학부 부교수)가 참여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균등상속 제사 문제로 변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즐거운 설이지만 명절이 그리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 첫 번째는 여성 특히 며느리들일 것이고 그 두 번째는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제사 준비에 버거운 장남들일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야 옛 조상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테지만, 제사를 모셔야 했던 제주들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넉넉한 재산을 가졌거나 자손들이 번창한 사람이라면 염려 없을 것이었겠지만, 평범한 사대부들은 자기가 죽은 뒤에 제사를 잘 지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염려를 놓을 수가 없었다. '죽어서 조상 뵐 면목'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집착했던 어르신들의 고민도 이런 흐름 속에 놓여있다.제사라면 흔히들 종가집 종손이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런 관행이 만들어진 것은 17세기 후반 이후의 일이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제사를 아들이건 딸이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사를 모시는 것”을 주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옛 사람들에게 있어 제사 준비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의례였다. 몇십만원의 제사상을 배달해 주는 요즘과는 그 격이 달랐던 것이다.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돈'이라는 재화와 연결된다. 카드 하나 들고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제수 마련이 끝나는 지금도 걱정이 앞서는 것이 제사인데, 물건이 귀하고 보관이 용이하지 않았던 옛날에야 오죽했을까? 어쨌든 제사를 돌아가면서 모시는 좋은 관행에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던 것은 다름 아닌 제 각기 떨어져 사는 곳에 모이는 것과 제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돈' 걱정이었다.부안 우반동에 세거하고 있던 김명열은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종가에서 제사를 받드는 법은 예문에 소상히 밝혀져 있듯이 매우 중하고 또 엄하다.… 제사를 결단코 사위나 외손의 집에서 돌아가며 지내지 말도록 하라. 그리고 이를 정식으로 삼아 대대로 따르도록 하라. 아비와 자식 사이의 정리라는 면에서 본다면 아들과 딸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결혼한 딸은 생전에 부모를 봉양할 방법이 없고, 사후에 제사의 예마저 차리지 않는데 어찌 유독 재산만은 남자 형제와 균등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딸들은 재산의 3분의 1만 나누어 갖도록 해라. 정이나 도리라는 면에서 따져보아도 조금도 잘못된 점이 없다. 딸들과 외손들이 어찌 감히 더 받으려고 서로 다투려는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느냐? … 종손의 자손이 가난하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 만일 이 결정을 어기고 사위와 외손이 제사를 돌아가면서 지내게 한다면 어찌 나에게 자손이 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겠는가”연구자들 사이에 바이블이 되다시피 한 이 문서는 재산을 자식들에게 균등상속했다는 사실과 그 균등상속이 깨지게 된 것이 제사를 잘 모시는 문제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아들들의 재산을 유지시키면서, 제사에 소홀한 딸(사위)와 외손자들의 방기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사대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김명열의 고민을 돈(재산과 재수비용)이라는 현실적 문제만으로 읽혀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는 제사에 임하는 자손들의 무게중심에서 사위와 외손이 비켜나 있을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현상을 재산상속에 연결시킨 것이며, 이는 아들로 이어지는 가문을 지키려는 귀소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제사상을 사들이고, 여행지에 놀러가 제사를 지내는 것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세상, 사실 조상을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상차림과 제사 장소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끄덕여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고단함 없는 소중함이 없는 세상의 이치로 보자면 그리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공동기획=전북대박물관 호남기록문화시스템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어둠 속의 희망'

'희망 외에는 대안이 없다.' 위기에 처한 진보운동에 대한 미국의 문화비평가 리베커 쏘울닛(Rebecca Solnit)의 진단이다. 그는 자신의 책 『어둠속의 희망』(Hope in the Dark)에서 9.11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겪은 '참담한 패배'의 어두운 현실에서 오히려 희망의 빛을 찾고 있다. 그것은 당위적 차원에서의 절규도 아니요 소박한 낙관주의에 근거한 부질없는 외침도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환경, 반핵, 인권운동에 열렬히 참여했던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냉철한 점검에 근거한 창조적 세상바라보기의 산물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굳건한 자기 다짐이요, 짐 싸서 '귀가'하려는 사람들을 돌려세우려는 열정적 호소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어둠'이라 부르는 것의 정체를 제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그것은 무덤의 어둠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궁의 어둠일 수 있다. 절망 아닌 희망 찾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절망과 마찬가지로 희망도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우리들 마음의 상태일 뿐이다. '희망을 배신하는 죄야말로 용서와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유일한 죄'라는 말은 이런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이런 믿음 아래 그는 지난날의 '패배들'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엄밀하게 점검한다. '거짓 희망'과 '안이한 좌절'을 가려내며 그림자속에 감추어진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것이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진보운동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은, 베를린장벽의 붕괴(1989)에서 전세계적 평화운동(2003)에 이르기까지의 굵직한 다섯 가지 사건들이다. 쏘울닛은 이들의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자발적이고 광범위한 전 지구적 운동이 물밑에서 꾸준히 성장해왔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책의 후반은 이러한 역사 진단에 근거한 처방이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운동 주체들의 자발성과 분방한 창의력이다. 예술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변화의 원동력을 상상력과 그것에 뿌리를 내린 희망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이 조급증이요 편협함이다. 직접적 결과만을 중시하는 태도나 과거의 이데올로기 혹은 정치혁명론에 입각한 분파주의는 절망의 기운만 팽배시켜 패배를 자초하기 쉽다. 전면적 승리가 아니면 뭐든 실패로 간주하는 완벽주의도 처음부터 포기하게 하거나 가능한 승리조차 폄하하게 할 염려가 있다. 동지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순수주의적 이분법 또한 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경계요소로 지목되고 있다.'순록을 살리는 비아그라!' 이 책에는 이와 같은 역발상의 창조적 상상력이 넘쳐난다. 딱딱한 사회과학적 운동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비폭력과 상상력이 도도한 변혁의 흐름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입증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현실이 참 끔찍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낫다”는 촘스키의 인식을 공유하면서 영국의 '거리 되찾기 운동'에서 볼 수 있었던 "해학, 창조성, 터무니없음, 흥청거림”을 구시대적 변혁론의 엄숙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뒤돌아서서 '대통령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 진보진영에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이종민·전북대 영문과 교수서울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문광부 산하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공저' '서정인의 삶과 문학/달궁 가는길-편저'를 펴냈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낙천주의 예술가'

나는 뭘 못 버린다. 책은 더 못 버린다. 그래서인지 살림살이 중에서 책이 많은 편이다. 책을 들여놓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인데 읽는 것도 그렇지만 책의 첫 장에 내 생각을 한마디 써넣는 재미가 더 크다. 2006년 12월에 만난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낙천주의 예술가' (마음산책 펴냄)에는 이렇게 써있다. "안도 다다오가 좋지만 다니엘 리베스킨트도 좋은거지 -손내옹기장 이현배"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은이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학 비평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책에 실린 모더니스트에 대한 비평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제거해버린 그 과격함은 가히 폭력적이다. 그 적나라함이 우리를 공격하고 섬뜩하게 만든다.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라는 말에는 모던한 건축을 좋아하던 나 자신도 당혹스러웠다. 그이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의 그라운드 제로 재건축 설계공모의 당선자로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였다. 그러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설계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들, 뉴욕시의 기저를 설계의 바탕을 삼아가는 과정을 읽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짓게 되었다. 근래에 하는 일보다, 일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은 나 자신에 당황해 하고 있었던 터라 나 자신이 무엇을 잊고 살고 있는 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을 좋아하게 된 이유다.건축가는 어떤 직업의 사람들보다 낙천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리베스킨트, 그만의 무기인 낙천성과 희망에 대한 믿음으로 그라운드 제로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듯이 옹기장이도 흙과 땅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여 그야말로 맛있는 옹기를 빚어야겠다고 다짐했다./이현배(진안 옹기장이)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16 23:02

[책의 향기] '독서수첩'등

‘독서수첩’ 고봉익, 박수현 지음 / 북섬 / 값 10,000원 ‘계획’ 을 잘 세우려면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인 삶을 산다. 이 책은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한 고등학생 민수가 멘토를 자처한 한 아저씨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목표를 찾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체계적인 학습방법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 전반에 걸친 시간관리의 중요성과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 ‘마시멜로’와 플롯이 유사해서 쉽게 읽히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노란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 양경미 옮김 / 이가서 / 값 9,800원‘노란 코끼리’ 는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엄마가 타고 다니는 소형 자동차다. 이 책은 ‘노란 코끼리’ 싱글 맘 가족이야기를 순수한 아이의 시선에서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담아냈다. 직업 전선에 뛰어든 엄마가 실수를 연발하며 낑낑대는 모습과 이혼녀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개의치 않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노란 코끼리’는 아이들과 엄마가 서로 성장하면서,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내 안의 열일곱’ 김종휘 지음 / 샨티 / 값 11,000원 ‘내 안의 열일곱’ 은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난 청소년 10여 명의 성장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이 책에서 어른이 아이에게 다가가는 7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를 자신의 동료로 초대하기, 아이 앞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고백하기, 아이가 순종적인 추종자로 자라는 것을 경계하기 등이다. 작가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17세를 되돌아보며 그들의 방황과 상처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시한다. 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말과 같다며 그들 덕분에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는 진정 행복한 교사다. ‘예은이’신예은 지음 / 꿈과 희망 / 값 9,800원10대에 새로운 미래를 보았다. 꿈, 끼, 깡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다. 예은이는 그 넘치는 깡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돈이 많아야만, 영어를 잘 해야만, 1등 실력이 유지되어야만 유학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자 쓴 체험성공기다. 10개월간 미국에서 좌충우돌하며 배운 교환학생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미국에 있는 10달 동안 호스트 패밀리와의 일화, 미국 학교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원어민한테 한번도 수업을 받지 않고 어떻게 영어 실력을 쌓았는지 소개함으로써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벨트 지음 / 이진 옮김 / 김영사 / 값 9,900원 ‘사립학교 아이들’은 상류층 아이들 틈에서 동부사립학교의 가난한 장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는 주인공 ‘리 피오라’의 기록이다. 성인이 된 리는 회고를 통해 외로움과 소극적임,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열등감을 인정함으로써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던 10대 시절의 자신을 용서한다. 복잡하고 섬세한 10대들의 내면과 미국의 사회상, 계급의식,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아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수작이다. ‘사립학교 아이들(원제: Prep)’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하는 2005년 ‘올해의 가장 좋은 책 10권’에 수상된 바 있다.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값 8,500원 <씁쓸한 초콜릿> 은 독일의 대표적인 청소년문학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가 ‘지독한 열등감에 빠져 있던 뚱뚱한 소녀 에마의 자아 찾기’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남자친구 미헬과의 사랑, 친구 프란치스카와의 소통을 통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이 주변인들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돼있다. 뚱뚱해서 매사에 자신 없는 아이들에게 도움일 될 수 있는 책이다.

  • 주말
  • 미디어팀
  • 2007.02.09 23:02

[책의 향기] '목숨의 기억'

“나에게 희망을 얘기해 달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사실은 나 역시 희망을 말할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한 인터뷰에서 소설가 최인석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펴낸 「목숨의 기억」(문학동네)은 여전히 우울했다. ‘유토피아에 대한 강렬한 희구와 현실의 심연에 대한 탐사를 특유의 부정의 상상력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온’ 그의 글쓰기도 변함이 없었다. 「목숨의 기억」에는 유토피아와 절망,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이곳과 저곳의 이분(二分)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단편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표제작 ‘목숨의 기억’은 조부모 손에서 자란 ‘나’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 교사였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아이를 건지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회사로 들이닥친 정보부 직원들은 아버지가 간첩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치매인지 종잡을 수 없었으나 나는 어쨌건 그 무수한 미완결의 얘기들 가운데 그의 삶이, 혹은 꿈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삶을 꿈과 구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꿈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가혹하고 비루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인가.’라고 써놓았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격리는 사람에게는 가혹하다.’는 문장 역시 ‘이분’(二分)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답이다. ‘사람은 때가 되면 죽어 사라지지만, 그가 꾼 꿈은, 그것이 아름답고 지극한 것이라면, 결코 사라지지 않아, 꽃씨처럼, 또다른 자리에, 또다른 사람의 가슴에 떨어지고, 그렇게 꿈으로, 꿈으로 이어지다가 언젠가는 피어나는 것 아닐까.’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의 유토피아적 충동이 직접적이었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 보이지 않은 겹에 의해 둘러싸여 졌다는 것이다. 강렬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흐려진 것은 아니다. ‘미미와 찌찌­’ ‘달팽이가 있는 별’ ‘내 님의 당나귀’ 등은 경제적 하층민들의 삶을 다룬 작품들. 얼기설기 철망으로 막아놓은 시커먼 구멍, 주변의 깨어진 보도블록, 하수 쏟아지는 소리, 역겨운 냄새…. 음침하고 더러운 몰골은 책을 덮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마취시키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날들이 여전하다.”는 최인석. 그래도 창 밖에서 아침이 기웃거리면 짱짱한 하늘에서 그는 ‘작은 새’를 찾는다. 작가 고향은 전북 남원. 1953년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월간「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09 23:02

[책의 향기] 명품경영학

△ 명품경영학이면희 지음/청년정신/3만5000원읽고 싶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 경영서다. 넘쳐나는 경영서 중에서 책 한권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네기 인간관계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경영학 관련 명저 108권이 한 권으로 요약됐다. (주)옥션 상임고문 등을 지낸 이면희씨의 「3.0 CEO를 위한 명품경영학」. 마인드, 협상, 리더십, 마케팅, 재무회계 등 이 시대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경영입문서다. 3.0 CEO란 성실함으로 무장했던 1.0 CEO와 통제와 관리능력을 발휘했던 2.0 CEO를 넘어, 스스로 가치를 높여가며 다른 구성원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고 경영자를 뜻한다. 3.0 CEO의 핵심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즐거움을 전파하라’ ‘진실하게 대하라’ ‘관심을 가져라’ ‘칭찬하고 감사하라’ ‘성장을 위한 조언을 하라’ ‘상호이익을 추구하라’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7가지 원칙도 실렸다. △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함정임 지음/푸르메/9800원그녀를 미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스톤헨지 가는 길, 세쿼이아 나무가 있는 풍경, 에든버러의 무지개, 내가 사랑한 기차…. 김제 출신 소설가 함정임씨가 에세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을 펴냈다. 지난 3년간 여행길에서 주워담은 감상에 삶의 의미들을 덧붙였다. 작가의 말대로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며 기록한 사유의 집’이다.‘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목적지 주변부의 도시를 걸어보는 것. 그곳 사람들의 삶. 그러니까 가옥 구조와 길, 그 길의 상점들과 그 상점들이 팔고 있는 물건들을 쓸쩍 들여다 보는 것.’ ‘방랑객’이라는 별명이 어울리게 그는 여행의 묘미를 안다. 알베르 카뮈와 버지니아 울프, 백석과 기형도 등 언젠가 그를 미치게 했었을 동서양 작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2.09 23:02

[책의 향기]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우리가 5년에서 10년 안에 석유 생산의 정점에 이를 것이며 현재의 소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약 30-40년 남짓 사용할 분량만이 지하에 매장되어 있다는 이야기들은 이제 놀랍게 들리지도 않는다. 사실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톰 하트만(Thom Hartmann)의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이라는 책이다. 그 내용은 출간된지 거의 1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전율할 정도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읽은 책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다”라고 술회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가 몇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이해시킨다. 우리가 겪는 딜레마와 위험들은 7천년 전 수메르인이 최초의 도시/국가를 형성한 이후 인류가 살아온 지배와 착취의 방식에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당대의 햇빛을 에너지로 사용하던 인류가, 석탄과 석유의 발견으로 태고 햇빛까지 에너지 원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지속가능성이 급속하게 파괴되기 시작했음을 이해시킨다. 오늘날 '지구촌 경제'로 성장한 거대 시스템은 생태계 붕괴의 징후에 개의치 않고 브레이크 없는 탈것이 되어 절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해 가고 있으며 그 흐름의 주도하는 국가는 타국도 그 시스템 안에 편입하도록 거의 강요하고 있다. 성장을 멈출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 유기 조직이 암세포일진대 인류가 '살아있는 지구 몸의 암세포'로 변해가도 있다는 점을 우리가 자각할 수 있을까? 그는 남아 있는 석유를 보존해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합성제품 등을 만드는 데에만 사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게 들리지만 유럽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를 국가적 의제로 삼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업과 청치 모두 단기적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생태학적 위기를 다룬 수많은 책과 다른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해결책들은 인류사에서 새롭지도 급진적이지도 않은데 사실 그것들은 수메르 문명 이전 몇백만년에 걸쳐 인류를 지탱해온 세계관인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패러다임을 재발견하여 일상에서 신성(神性)을 다시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의 확고한 관점은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꿀 때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해결책이 명확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의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관계가 깊으며 그것은 가치관과 생각, 마음, 즉 문화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에 만연하는 중독현상 중 가장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 것이 바로 TV임을 이해시킨다. TV를 끄고 의식 공동체를 이루어 루퍼트 쉘드레이크가 말하는 형태형성의 장을 통해 우리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한다. 간단한 소개로 선입견을 주는 것이 오히려 조심스럽기까지 한 이 책은, 작은 일상 행동의 변화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누구에게나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책의 원제: 태고 햇빛의 마지막 시간들; The Last Hours of Ancient Sunlight)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09 23:02

[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서점은, 딱히 즐길 거리가 없던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또 다른 지식의 욕구를 충족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켜켜이 쌓인 책 더미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 닥치는 대로 책장을 넘기던 미래의 문학 소년소녀들이 책방 주인의 눈에는 밉게 보이지 않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서점에 있던 그 수많은 책들은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우리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 시절은 주머니에 달랑 동전 몇 개만 있더라도 서점 한쪽에 서서 읽어 내린 황석영과 톨스토이 덕분에 배 부르고 뿌듯해지던 시절이었다.그리고 십여 년, 인터넷과 MP3, 휴대폰과 블로그가 점령해 버린 이른바 멀티미디어 시대에 서점의 자화상은 조금 쓸쓸해 보인다. 문학도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그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에 밀리는 종이책의 미래, 더구나 시장경제 논리에 함몰된 오프라인 서점의 앞날은 암울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많은 책방 사람들은 어렵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아무리 세상을 지배해도 갈피 갈피에 스며있는 책의 향기마저 가져갈 수는 없을 테고, 대자본을 무기로 한 경제논리가 시장을 장악해도 저기 서가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장을 넘기는 유치원생들의 맑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이제 그들에게는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이니까./홍지서림 전무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09 23:02

[책의 향기] 옛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

"옛 문서의 향기”를 다시 열며 '옛 문서'는 옛날, 오래된 종이기록으로 옛 사람들이 남겨 놓은 타입캡슐과도 같다. 천년을 간다는 한지의 특성상 우리들은 남겨진 문서 한 조각을 퍼즐 맞추듯 꿰맞추어서 옛 사람들의 생활을 복원해 낼 수 있다. 매우 더디고 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생활사의 복원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른바 학계의 정설과 달리 옛 사람들이 하루 하루를 살아나가면서 남긴 삶의 흔적이기에 피부에 와 닿는 살아있는 역사쓰기이다. 더구나 한 지역의 문서들에 대한 분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그 연결 고리들을 이어 놓았을 때, 지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전통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지금, '옛 문서의 향기'는 우리고장이 가지고 있는 기록의 전통을 재정립하고 그를 통해 우리들의 '전통성'을 재창조할 수 있는 조그마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옛 문서의 향기'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1년 동안 전북대박물관 고문서팀에 의해 연재되었었다. 30년 동안 고문서 조사 수집과 연구에 집중한 전북대학교박물관(관장 함한희)은 지난 2년 동안 구축한 고문서 전문데이터베이스인 호남기록문화시스템(http://honam.chonbuk.ac.kr)을 구축하였다.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구축된 호남기록문화시스템에는 호남지역 고문서 1만점의 원문정보와 설명 자료가 담겨져 있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가 손쉽게 삶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다시 열리는 '옛 문서의 향기'는 역사수호와 기록보존의 도시였던 전주와 전라도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호남지역이 가지는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호남기록문화시스템과 연계하여, 호남지역 사람들의 가족과 사회, 고된 삶과 사상, 문화를 당대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풀어나간다.전라도, 전라도사람들 그들이 느낀 지역과 삶의 열쇠를 풀어보자 !/홍성덕(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옛 문서의 향기”는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필진으로는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송만오 전주대학교 교수를 비롯 유호석, 최윤진, 정성미, 홍성덕, 김병남, 최범호, 박노석, 이선아, 정훈씨 등 전북대박물관 고문서연구팀이 맡습니다./공동기획=전북대박물관 호남기록문화시스템

  • 주말
  • 전북일보
  • 2007.02.0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