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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하염없이 내리는 비 등

하염없이 내리는 비 / 세르즈 페레 글 / 다림 / 8000원이 작품은 여름 캠프에 가게 된 남자 아이의 이야기와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와 두 아이들의 내면을 특별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름 캠프'라는 한 공간에서 세상이 싫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별 열정이 없는 주인공 남자 아이가 카약을 타던 뚱보가 익사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냉소적인 시각을 통해 아이들이 반드시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들만을 생각하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비틀어 놓았다. 아이들이 정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을 거침없이 그려 낸다. 두 주인공 각각의 열두 개 이야기들 속에는 그들이 내뱉는 조롱과 비판, 고민에 대한 거침없는 독백이 담겨져 있다. 유레카 실험 원정대 / 이자벨 마퇴외 글 / 한겨레아이들 / 1만1000원세 명의 아이가 할아버지의 오래된 여행기와 지도를 발견하러 떠난다. 이 아이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난감한 과제들. '찰흙 덩어리와 쇠구슬을 물에 띄워라!' '실로 얼음을 들어 올려라!'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전달하라!' 등 과학적인 원리를 알지 못하면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들이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게임식 구성은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세계로 쉽게 끌어올린다.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개념 85가지 실험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내가 만난 아이들 / 하이타니 겐지로 글 / 양철북 / 9800원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굶주림에 지친 작가는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그를 혼내기는커녕 도둑질을 한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물음으로써 예민했던 시기에 ‘인간성을 다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은총’을 얻게 됐다.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로서 보낸 17년 동안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은 ‘낙천성’과 ‘상냥함’. 직장에 다니지 않는 아빠를 둔 오카모토 료코는 옷이 없는 엄마를 위해 수학여행 통장 적립금을 터는 이야기를 통해 "열한 살 소녀의 진지한 삶 속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적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 고바야시 유타카 글 / 미래 M&B / 9000원슬픔이 너무 클 때는 말문이 막힌다.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의 작은 시골 마을 파구만에서 시작된다. 1979년 12월 소련의 침공으로 고즈넉한 작은 마을도, 화사한 꽃과 탐스런 열매도, 성실하고 순박하던 사람들도 사라지게 됐다. 또다시 2001년 미국의 침공이 이어졌다. 주인공 야모는 새로운 가족이 된 새끼양에게 ‘바할(봄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꽃 피는 봄이 다시 찾아오길 소망했다. 하지만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아직도 비극이 진행 중이다. 어린이 동물행동학사전 / 오쿠이 카즈미츠 글 / 함께 읽는 책 / 1만2000원창조주는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구멍벌은 어떻게 집을 찾을까, 문어가 정말 그렇게 머리가 좋을까, 왜 잉어는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 위에 머리를 내밀까 등 평소 우리들이 궁금하게 여겼던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책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동화처럼 들려주며, 틈틈이 사람의 행동을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하고 있다. 또 인간의 완벽한 이웃이 된 개, 소, 돼지 등 가축에 대해 깊은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05.11 23:02

[책의 향기]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

우리가 종종 쓰는 말 중에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칠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가 마흔을 넘긴 아들에게 말한다. “어떻게 젊은 네가 나보다 더 빌빌대냐?”어째 뒤바뀐 듯한 느낌이다. “칠십 고개를 넘으면서 내가 코웃음 쳤던 어머니 말씀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웬 일일까요. “넌 늙은이를 몰라도 참 모른다”던 어머니 말씀대로 늙는다는 걸 너무 모른 채 책을 냈었다는 걸 자인해야만 했습니다.” (고광애)“마흔여덟, 저는 요즘 “낼모레 쉰”이라는 말이 저절로 실감 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십 고개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숫자상의 느낌만이 아니라, 제 몸과 마음 모두 젊어서의 생생함 혹은 푸릇푸릇함에서 상당히 멀어졌다는 자각 같은 것을 하게 되어서입니다.” (유경)마흔과 일흔. 그 간극은 크지만,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이나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에 대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년상담가 고광애씨(71)와 죽음교육 강사 유경씨(48)가 만나 인생에세이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서해문집)를 펴냈다. “요즘 너나없이 마흔, 마흔 하는데 마흔이 어쨌다고 이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사십은 불혹의 시대가 아니라 ‘유혹의 시대’죠.”KBS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서 노년 상담 코너를 맡고있는 고민해결사 고씨는 “이 시대에 마흔이란 나이도 ‘얘깃거리’가 될까”라며 반문하지만, “아무쪼록 빨리 가버릴 청춘기에 유행가 가사 모양, 있을 때 잘해”보라고 말한다.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1년 정도 기자생활을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살아온 시간들. 50대로 접어들면서 노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해 예순넷이 되던 2000년, 첫 책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를 펴냈다.“우리가 나이 먹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나이 먹는 것이 중요해서입니다. 사람은 먹고 자기만 해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나이를 먹습니다. 그러니 나이는 자랑이 아닙니다. ‘제대로’ 나이 먹지 않는다면 누구나 먹는 나이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유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다. CBS 아나운서로 일하던 중 노년 프로그램을 맡았던 것이 인연이 돼 ‘노년준비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고, 최근에는 ‘죽음준비 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어르신사랑연구모임’을 운영하며 한국문화원연합회 ‘땡땡땡! 실버문화학교’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마흔과 일흔이 대화하듯 쓴 인생노트에는 중년 이후의 건강과 은퇴, 연애와 결혼, 죽음 등이 담겼다. 어른들이 나이값 해주길 바랬던 기대도 줄일 수 있으며, 노인에 대한 오해도 이 곳에서 풀 수 있다. 우리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죽음에 대한 자세는 꼭 새겨둬야 할 대목. 고씨는 “사람이 펄펄할 때는 죽음준비를 하고, 죽어갈 때는 잘 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으며, 유씨는 “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5.11 23:02

[책의 향기] 옥중 서간 모음

‘곤색 교복 우와기를 걸치고 거울을 보니 에리가 삐뚤어져 있기에 바로 잡고 호꾸를 채웠다. 막내 고모는 세라복을 입고 거울을 수십 번도 더 들여다 본다. 작은 아버지는 오늘 관공서라도 가시는지 와이사쓰에 조끼에 즈봉에 가다마이로 쭉 뽑으셨다. 옆에서 보니 삐까삐까한 게 고급 기지인 듯 싶었다. 거기에다 오바까지 걸치니 완전히 영국신사가 되었다. 부엌을 보니 어머니는 몸뻬를 입은 채 가마솥에서 누룽지를 긁고 계셨다.’「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의 초등학교 3학년때 일기다. 과연 이 글에서 우리말과 일본말을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감옥에서 직접 쓰고 종이박스와 밥풀을 이용해 제본까지 한 책. ‘황대권의 우리말 속 일본말 여행’ 「빠꾸와 오라이」(도솔오두막)다. 우리말로 알았던 일본말 240여개를 추려내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들려주는 옥중서간 모음이다. 그의 유년시절은 6·70년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나 80년대 이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모두 아련한 책이다. 소박한 입담에 곁들여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더욱 정겹다.당시 구멍가게에서 사먹었던 과자류 중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크라운 산도’와 ‘미루꾸 카라멜’. “당시에는 ‘산도’가 뭔지 ‘미루꾸’가 뭔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고렇게 생긴 과자의 이름이려니 하고 먹기만 했지.” ‘산도’가 과자 두 개 사이에 크림을 넣은 샌드위치의 일본식 줄임말이고, ‘미루꾸 카라멜’은 ‘밀크 캐러멜’의 일본 발음이었던 것을 알고난 뒤 그는 씁쓸함을 맛봤다고 했다. “이 말의 어원을 찾느라고 무던히도 헤맸다”는 ‘갑빠’. 그는 “‘갑빠’는 우리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이 나라 남자들은 거의 모두 알고있는 말”이라며 “일본어사전을 찾아보면 ‘갑빠’라는 항에 ‘포르투갈어 capa(카파) 소매 없는 비옷’이란 설명이 쓰여있다”고 설명했다.나와바리, 돈까스, 모찌, 레자, 짬뽕, 찌라시, 카스테라, 쿠사리 등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일본말들을 발견하는 재미는 크다. 1700여 쪽이 넘는 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일본말로 얼룩져 있는 언어 세계와 언어를 통해 본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황씨. 그는 “이 작업을 하면서 어려서부터 그때까지 당연히 우리말이라고 알고 있던 말들이 일본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경악했다”며 “성인이 될 때까지 걸핏하면 일본 놈들 나쁘다고 가르쳐온 어른들이 정작 우리의 사고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의 언어 세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잘 알기 위해서다.”그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감정적으로 남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것은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인들이 볼 때 열등감의 표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가 한 울타리 안에서 교류하는 시대에 과거의 상처를 이유로 감정적인 배척을 일삼아서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사상을 만들어낼 수도, 우리 특유의 어문 체계를 가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책뚜껑 편지 등

책뚜껑 편지 / 박명기 글 / 상상공방 / 8500원 아버지와 딸, 책으로 통하다. 신문 기자인 작가는 바쁜 일상으로 가정에 소홀한 자신을 스스로 ‘불량 아빠’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매달 15일 만큼은 예외. 책뚜껑에 일상의 기억과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편지를 쓰는 일을 해온지 벌써 6년째다. 그러면 아이도 이에 대한 답장을 잊지 않는다. 100권에 가까운 책들에 대한 아빠와 아이의 느낌이 교차돼 담겨 있는 이 책은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픈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다. 텔레비전은 무죄 / 박혜선 / 푸른책들 / 7800원 ‘텔레비전이 판사님 앞에 섰습니다’ 이렇게 느닷없는 말로 이 책은 시작된다. 만화에 푹 빠진 아이, 드라마에 취해 집안일도 못하는 엄마, 뉴스?스포츠 보다가 말할 시간도 없이 곯아떨어지는 아빠. 텔레비전은 자신의 탓이라며 판사님 앞에 서서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면서 스스로의 변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처럼 작가는 매우 독특한 어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아이다운 발상과 아이다운 어법으로 발랄하고 경쾌한 듯 보여도 그 안에는 심상치 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의 강요와 책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읽어라 바이러스’에 걸린 아이들에게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마음 가는 대로 느끼고, 언제든 덮어도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푸르니와 고우니 / 이금이 글 / 보물창고 / 9500원푸르니와 고우니네 가족은 아주 평범하다. 읽다보면 “어머, 우리집 이야기네!” 싶은 대목이 많다. 유치원에서 싸우고 온 아이의 상처를 보고 아빠는 난리법석을 떠는 아빠. 이 아빠는 한술 더 떠 벌써부터 딸 시집갈 걱정까지 한다. 친구와 싸울 때는 이렇게 하라고 싸움의 기술을 가르친다든가 언니에게는 무조건 동생 편을 들어야 된다고 조언하는 모습은 꼭 우리네 사는 모습을 닮았다. ‘엄만 누구 거야’에서는 밤마다 푸르니 자매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엄마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동생과 다투는 모습에서 첫째의 서러움이 엿보인다. 지금 우리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사랑받는 날에는 진짜가 되는 거야 / 마저리 윌리엄스 글 / 보물창고 / 8800원 ‘진짜의 삶’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동화가 있다. 이 책에는 예쁘고 보기 좋던 새 인형이 낡고 볼품없어지는 동안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진짜가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아이는 벨벳 토끼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좋아한다. 그러나 그 순간은 잠시뿐. 벨벳 토끼는 그 뒤 오랜 시간 장난감 벽장에 틀어박혀 비싼 장난감들의 잘난 척에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여기며 주눅이 든다. 함께 지내던 조랑말 인형은 벨벳 토끼를 위로해 주며 진정한 가치에 대해 알려 주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가는 이 여정 속에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답이 들어 있다. 이 책의 원작 ‘The Velveteen Rabbit’은 1922년 처음 세상에 나온 뒤, 전 세계에 걸쳐 100여 권의 이본이 존재할 정도로 이미 고전으로 자리 잡은 책이다. 아이가 된 할아버지 / 문영숙 글 / 푸른책들 / 8500원이 책은 문영숙 작가의 체험이 바탕이 된 동화이다. 작가는 6년 동안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보냈고, 가슴으로 울면서 그 이야기를 글로 두 번이나 썼다. 찬우는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밤마다 징을 쳐 대자 할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다 친구인 지영이가 알게 될까 봐 더 걱정한다. 하지만 엄마의 가출로 아빠와 함께 하루 종일 할아버지를 돌보게 되면서 겪게 되었을 고통을 깨닫게 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할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기가 된 할아버지가 미래의 엄마 아빠의 모습이고, 또 먼 훗날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포옹 등

△ 포옹존 스미스(‘아버지’편)·필리스 볼팅하우스(‘어머니’편) 지음, 조민희 옮김, 하세영 사진/이끌리오 펴냄/9800원“외로워도, 힘이 들어도, 슬퍼도 내색조차 할 수 없는 당신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우리의 가슴 속 첫 페이지에 살아숨쉬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발자취. 「포옹」이란 같은 제목으로 ‘아버지’편 ‘어머니’편이 나란히 출간됐다. 아버지의 지친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 주거나 어머니를 위로하는 데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이 두 권의 책은 자문하게 만든다. 포옹의 기법이나 효능 따위는 설명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를 안아주고 싶어진다. 포옹은 누구든 1분만 끌어안고 있다 보면 저절로 습득되는, 삶의 태생적이며 본래적인 지혜다.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사연이 잔잔한 사진과 어우러져 있다. △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마크 레이너·빌리 골드버그 지음, 박상희 그림, 이한음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9800원‘초콜릿을 먹으면 여드름이 날까?’ ‘당분이 정말 아이들을 과민성 환자로 만들까?’ ‘삼킨 껌이 소화되는 데 정말 7년이 걸릴까?’ ‘방귀에 불이 붙을 수 있을까?’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영리하다는 말이 사실일까?’정말 궁금했던 것들이다. 뉴욕의 응급실 내과의사 빌리 골드버그 박사가 지난 10년간 수많은 환자들에게 받은 기상천외한 질문들에 답했다. 공동저자는 유머 작가 마크 레이너. 궁금해 죽겠는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에는 부끄러운 질문들이 다 들어있다.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주말
  • 도휘정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신호적

호적관련 문서들은 오늘날 남아 있는 고문서 가운데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어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호구단자는 호주들이 자신의 호구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여 관에 제출한 문서로, 호적대장을 만드는 기초자료로 사용되었다. 반면 준호구는 오늘날의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것으로, 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호적대장에서 해당 호에 관한 사항을 그대로 베껴 호주들에게 발급한 것이다. 그런데 호구단자이건 준호구이건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똑같다. 결국 한 가족의 명단을 싣고 있는 것이다. 다만 조선왕조가 오늘날과는 다른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몇 가지 독특한 사항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우선 가족 구성원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 신분을 식별할 수 있는 직역(職役)이 기재되었다. 이조판서 OOO, 생원 OOO, 사노(私奴) OOO 등등. 그런가 하면 호주와 그 아내의 경우에는 4조(祖)를 함께 기재하였다. 4조는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를 가리킨다. 이들 4조의 경우에도 직역이 기재되었음은 물론이다. 이것은 당시의 사회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누구의 아들이며 손자인가, 어느 신분에 속하는가가 더 중요한 신분제사회였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노비를 소유하였을 경우에는 호적의 말미에 그 명단을 죽 기재하였다. 심한 경우 1백여 명 이상의 노비들이 수록된 양반호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호적의 기재형식은 1896년의 갑오경장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때 호구조사 규칙과 세칙이 제정되면서 신분의 확인보다는 국세조사를 호적 작성의 주요 목적으로 하게 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고문서는 1902년에 작성된 신호적이다. 문서에는 호적표(戶籍表)라고 적혀 있지만 과거의 호적과는 다르다는 뜻으로 흔히 신호적이라 불린다. 만경군에 사는 최아무개가 작성하여 관에 올린 이 문서는 기왕의 호구단자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들이 눈에 뜨인다. 일정한 양식에 따르되 규격화된 용지가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인쇄용지의 빈칸에 해당사항을 기입하도록 바꾸어졌다. 동거친속, 현존인구, 가택의 소유권 여부와 형태 등 근대적 용어들이 좀 더 친숙하게 눈에 와 닿는다. 호주의 4조만 기재하고 아내의 4조를 기재하지 않는 점도 예전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호주의 직역 대신에 직(職)과 업(業)을 기입하는 항목이 추가된 점이다. 이 문서에서는 직에 유학(幼學), 업에 농(農)이라고 각각 기입하고 있으며, 4조와 자식들에 대하여도 유학이나 학생이란 직역을 기재해 놓고 있다. 당시 60살의 호주는 아내와, 결혼한 아들 부부, 손자 등 아홉 식구의 가장으로 농사를 지어먹고 살고 있었지만, 양반 신분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였던 것이다. 사실 신호적의 호주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들의 직업난에 선비 ‘사(士)’자를 적어 놓고 있다. 몰락해 가는 왕조의 씁쓸한 단면이다./유호석·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지난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4월 23일은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의 날과 1616년 세계적 작가인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가 서거한 날에서 유래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책의 축제일이다. 하지만 금년 책의 날에 맞춰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는 우리를 다소 우울하게 한다. 발표에 따르면 3.3인 기준 우리나라의 한 가정에서 매월 지출한 순수 도서구입비는 7631원이라고 한다.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료 등 통신비의 5%에 불과한 금액이다. 최근 출간되는 책 한 권의 평균가격이 1만1500원 정도니 한 가정에서 매월 한 권의 책도 구입하지 않는 셈이다. 책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 휴대폰이 손에 더 익숙한 현대인에게 있어 일견 책은 스러져 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물이 되어가고 있다.미래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디지털 정보화가 진행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학교교실과 교수, 교사, 그리고 종이책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고있다.디지털 시대의 총아인 인터넷과 아날로그의 상징인 종이책이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년 책의 날에는 한 가정에서 적어도 매월 1권의 책은 구입하고 있다는 반갑고 즐거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양계영·홍지서림 전무

  • 주말
  • 전북일보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

“오늘날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 말은 오스트리아 빈대학 신경정신의학부 교수이자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사를 넘는 수감체험을 했던 프랭클의 말이다.알몽뚱이 목숨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극한상황을 체험했던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 생존의 의미는 가장 빈곤한 시대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으나, 의미에 대한 욕구가 결여되어 있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는 우울증, 공격성, 중독 등이 난무하는 ‘집단신경증’으로 읽고 있다. 이는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실존적 공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삶의 공허감이나 실존적 절망감을 물질이나 돈 혹은 권력으로 대체하며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는 분명 삶의 건강한 의미가 결여된 집단신경증의 모습이 들어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 삶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이러한 물음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주는 현대의 명저 가운데 하나가 프랭클의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다.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 결국 의미에 대한 추구가 인간 존재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테레지안스타트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다음날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옮겨져 죽을 운명에 있는 젊은이 1000명이 수용소 도서관을 습격하여 각자 좋아하는 시인, 과학자, 소설가의 책을 훔쳐 가방에 몰래 숨기는 사건을 있었다는 것을 소개하며, 의미에 대한 의지는 삶의 제1관심사라고 말한다.우리가 삶의 희생자가 되어 희망이 없는 상황이나 바꿀 수 없는 운명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의미추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는 강조한다. 인생이란 평생 묻고 대답하는 기간이며, 매일 삶이 우리에게 묻고 우리는 매일 대답하며 삶을 살아간다. 여기에서 삶에 응답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을,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을 뜻한다.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의미에 대한 의지야말로 인간의 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선언이자, 정신건강 판별의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주장한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의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창시하여 실존적 의미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프랭클의 이 책은 진정 삶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삶의 무상함, 의미상실, 권태로움, 불안 등 실존적 공허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삶의 의미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따뜻한 실존적 에너지로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김정현 교수(원광대 철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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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04 23:02

[책의 향기] '민음의 시' 시리즈 - 현대시의 명작들

읽고 싶은 책들이었다. 농민들의 눈으로 농촌생활을 촉감하고 있는 서정시의 보물 창고 「전원시편」(고은), 훌륭한 시적 재질과 고도의 지성을 가졌으면서도 모든 것들로부터 소외당한 80년대적 백수만이 할 수 있는 「반성」(김영승), 서정시의 평화로움에 정면으로 맞선 「진흙소를 타고」(최승호), 광주항쟁의 비극을 충만한 언어로 묘사하며 시대의 아픔을 감싸안은 「매장시편」(임동확) ….1986년 고은의 「전원시편」부터 지난달 말에 출간된 심언주의 「4월아, 미안하다」까지, 20여년 동안 140여 권의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이끌어온 ‘민음의 시’ 시리즈가 절판됐던 시집들을 재출간했다. ‘민음의 시’는 초기 오늘날 중견시인의 발판이 되어준 시리즈. 김영승 장정일 이문재 송찬호 조은 이진명 최정례 등 현재 한국시를 대표하는 중견들이 ‘민음의 시’를 통해 첫 시집을 선보였으며, 정호승 최승호 유하 송재학 차창룡 등이 시 세계를 펼쳐냈다.1990년대 중반 이후 인쇄 형태가 활판 인쇄에서 옵셋 인쇄로 바뀌고 조판 형태도 식자에서 컴퓨터로 바뀌는 등 출판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한국 현대시 흐름을 대표할 만한 수많은 시집들도 절판됐다. 어떤 것들은 시인들에게조차 초판본이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또 어떤 것들은 문예창작과 학생들 사이에서 책을 제본해 읽을 정도로 희귀한 명작으로 손꼽히는 경우도 있었다. 민음사 측은 “늘 이에 대해 독자들에게 송구스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며 “8개월 이상의 작업을 거쳐 절판된 시집의 초판본을 토대로 본문을 재입력하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등 섬세한 작업을 통해 모두 현대 장정으로 복간했다”고 밝혔다.민음사는 현재 절판된 시집 90권을 모두 양장본으로 재출간할 계획이다. 먼저 26권을 다시 내놨다. 재고가 전혀 남아있지 않거나 독자들로부터 재출간 문의가 자주 오는 작품을 우선 선정했다. 시집 한 권당 1000부씩 인쇄했다. 그 중에는 고은 「전원시편」, 하재봉 「안개와 불」 「발전소」, 유하 「세상의 모든 저녁」, 배용제 「삼류 극장에서의 한때」 등 전북 출신 시인들의 책도 포함됐다.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글귀들. 다시 만난 시는 여전히 가슴을 두드린다.

  • 주말
  • 도휘정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네가 태어나기 전에 등

네가 태어나기 전에 / 하워드 슈워츠 글 / 큰나 / 9500원"엄마, 진짜 나는 엄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나요?" 아이가 이렇게 물으면 부모들은 난감해진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작가는 천사가 아이의 영혼을 씨앗속에 넣은 뒤 엄마 뱃속으로 가져가 태어나게 됐다고 말할 것을 제안한다. 아이가 자신의 탄생에 성스러운 힘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신의 존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존재감과 영혼의 존귀함부터 심어주는 게 아닐까. 정재승의 영화 속 과학학교 / 정재승 / 웅진주니어 / 8800원마음만 먹으면 잠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 광선검을 부딪치며 치열한 칼싸움하는 것을 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박물관에서만 보던 멸종된 거대 공룡들이 도심을 활보하고 다닌다. 작가 정재승씨는 현실에서 꿈꿀 수 없는 일들을 공상과학영화를 통해 상상하고, 이해해볼 것을 제안한다. 1999년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를 아동만화로 리메이크한 작품.땅이 가족의 황당 지리여행 / 박정애, 엄정훈 글 / 살림 / 9800원시험 기간 때만 돌아오면 지도를 펼쳐 지명을 외우느라 머리 아파하지는 않았는지..사계절만 알면 될 텐데, 가보지도 않은 나라의 이름모를 기후까지 기억하느라 진땀 빼지는 않았는지..이 책은 땅이 가족의 세계여행을 통해 지리시간에 배웠던 교과서 속 상식들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아프리카의 모래사막을 횡단하고, 스페인의 정열적인 햇빛과 러시아의 타이가 산림을 떠올리고 싶다면 땅이 가족의 여행코스를 눈으로 따라가보는 건 어떨른지.수학대소동 / 코라 리, 길리언 오릴리 글 / 다산어린이 / 1만 2천원내일부터 수학이 사라진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물론 일부 선생님들까지 환영하며 반길 것이다. 수학 천재 샘과 같은 사람만 빼고. 샘은 운동 경기 속에서 볼 수 있는 수학의 원리, 그림과 음악, 자연 속의 수학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풀어낸다. 개미들은 자신의 보폭으로 거리를 재고, 꿀벌은 더 많은 꿀을 저장하기 위해 육각형 모양의 벌집을 만든다. 수학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어렵게 여겨질 것 같지만 사례를 통해 더 쉽게 이해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수학때문에 학교 가기가 싫어진다는 아이때문에 골몰하는 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플로라의 비밀 / 문학과 지성사 / 오진원 글 / 9000원"우리가 사랑한다 말할 때 저 광활한 우주에는새로운 행성이 탄생한단다"작가는 판타지 동화 <플로라의 비밀>을 쓰면서 우리가 사랑한다 말할 때 탄생하는 행성 플로라들이 서로 고리를 걸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균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플로라들의 한 가운데 일곱 종족이 살고 있는 파피시라는 땅이 있는데, 이들의 평화가 흰빛 종족에 의해 깨지면서 세 아이들이 파피시를 구하게 되는데...작가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아름답게 묻어나는 책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가위 들고 달리기 등

△ 가위 들고 달리기 어거스텐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시공사/1만원‘그 아이들은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나는 새벽 3시에도 세상이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 한 구절만으로도 책의 내용은 짐작가능하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정신분열증 환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어거스텐이 정신과 의사인 핀치 박사에게 맡겨진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집안을 생각했지만, 핀치 박사네는 쓰레기와 바퀴벌레가 넘쳐나고 정신병자의 비명 소리와 동성애에도 관심이 없다. 거칠지만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 그 속에는 풍부한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가 담겼다. 25개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린 「가위 들고 달리기」. 독자들이 열광하거나 혹평을 하는 이유는 같다. 바로 모든 이야기가 작가가 겪은 실화기 때문. 미국에서 많은 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낸 이유는 이 책이 한 편의 훌륭한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 누구나 월급만으로 1억 모은다!짠돌이카페 슈퍼짠 10인 지음/길벗 펴냄/9800원월급만으로도 1억을 모을 수 있다니, 제목만으로도 끌린다. 2001년 개설 이후, 기발한 절약정보와 쏠쏠한 재테크 정보로 ‘다음’ 최고 재테크 카페로 자리잡은 ‘짠돌이카페’(cafe.daum.net/mmnix). 60만 회원 중에서도 ‘슈퍼짠돌이 선발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엄선된 10인의 ‘슈퍼 짠돌이·짠순이’들이 책을 썼다. 맞벌이 가정, 월급쟁이, 영세민 자녀, 28살 싱글녀, 신용불량자, 공무원 준비생, 군인 등 평범한 이들이 3년 안에 1억을 모은, 그 치열한 과정이 공개된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이룬 대박신화가 아닌, ‘성공률 100%의 절약테크’기 때문. 소비를 줄이고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는 ‘내 월급 고스란히 지키는 절약테크’ 방법이다. 특별선물로 주어지는 ‘지름신 퇴치 부적’도 궁금하다.

  • 주말
  • 도휘정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분단조국 민족사랑, 그 타는 목마름

우리 시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백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십 년 전만 하더라도 백석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소수의 국문학 전공자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설혹 알고 있더라도 그의 시를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읽고 평가할 수 없었다. 일찍부터 마음속으로 백석의 시를 흠모해 온 사람들이 문단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북이 분단된 이후 백석은 함부로 거론할 수 없는 ‘불온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1987년 월북, 납북, 그리고 재북 작가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해금 조치가 발표되기 이전까지 백석은 남한과 북한 어느 문학사에도 끼지 못한 채 우리 문학사에서 매몰되어 있었다.사정이 그러하니 고등학교의 문학 수업시간에 그의 시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월과 만해와 청록파, 그리고 이른바 저항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도 우리는 백석의 시 한 편을 제대로 내놓고 읽지 못했다. 우리는 1930년대의 빼어난 시인 백석을 빼놓은 채 불구의 문학사를 공부해 왔던 것이다.뒤늦게나마 문학 교과서에 백석의 시가 여러 편 당당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백석의 시가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작품의 뛰어난 문학성 때문이겠지만, 그의 문학성을 복원하려고 애쓴 연구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해금 조치 직전에 발간된 「백석시전집」(이동순 엮음, 창작과비평사)을 비롯하여 여러 학자와 평론가들의 저작 및 비평 활동이 백석의 시를 햇볕 속으로 이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백석전집」(김재용 엮음, 실천문학사)은 기왕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백석 문학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료적 가치와 함께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손꼽을 만하다. 이제까지 10여 권 출판된 백석과 관련 서적들은 우리의 목마름을 적셔 주기는 했지만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이 전집은 첫 시집 「사슴」에 수록된 백석의 초기시에서부터 수필과 소설, 그리고 해방 이후 60년대 초까지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을 총망라해서 싣고 있다. 그의 시는 그동안 향토적인 이미지즘으로부터 출발해서 잃어버린 고향과 모국어의 복원을 꿈꾸면서 유랑 의식 등을 표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평안도의 방언과 음식에 대한 표현이 유난히 두드러지는데, 이 전집에서는 그것을 ‘민속적 상상력’이라는 말로 정리하면서 공동체의 상실에 따른 근대인의 소외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이 전집의 제2부에는 8·15 이후의 시와 「집게네 네형제」를 비롯한 동화시, 그리고 평론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한 시인이 낯선 정치적 이념의 갈등 속에서 어떠한 활동을 펼쳤으며, 또한 그러한 정치적 환경이 시인의 상상력 속에 어떻게 개입했는가를 살펴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안도현(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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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분재기

고문서에는 아직 그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더러 있다. 가끔 그 뜻을 잘못 이해하여 엄청난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통념과 상식을 넘어서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한 용어 중의 하나가 ‘기상記上’이다. 분재기나 토지 매매문서에는 재산의 주인이 어떻게 재산을 형성하였는가를 기재하는데, 보통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이나 노비는 전래답, 전래노비라고 쓰고 본인이 직접 사들인 재산은 매득전, 매득노라고 쓴다. 여기에 기상전답이란 용어도 함께 쓰이곤 하는데 ‘기상(記上)’이란 자기의 소유가 아닌 재산을 자기의 소유로 기입한다는 뜻으로 노비가 소유한 재산을 상전의 소유로 기재할 때 쓰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에서 보면 조선시대 노비도 전답이나 노비를 소유하였다는 것인데, 진천에 사는 어느 양반가의 종 임복이 곤궁한 백성을 위해 곡식 이천 석을 내놓았다는 실록기사와 노비가 종을 백 명이나 거느리고 있다는 조헌의 중봉집의 기록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노비들은 어떻게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 노비들은 주인에게 신분적으로는 예속되어 있지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노비들도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기도 하였고 또는 상전(주인)의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틈틈이 개간을 한다거나 경작지 매입을 통해서 토지를 취득하고 이를 늘려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여진 종의 재산은 때때로 주인의 소유가 되곤 하였다. 즉 자녀가 없는 노비가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은 법에 의거하여 주인이 소유권을 가지게 되고, 때로는 주인에게 채무가 있거나 또는 주인의 압력에 의하여 빼앗기기도 하였다. 부안김씨 종중에서 내려온 일련의 고문서 중에는 1688년 3월에 김번이라는 사람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면서 작성한 분재기가 있다. 여기에는 후사 없이 죽은 방계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몫으로 기재되어 있는 전답목록이 있는데 이 중 노 팔생사후 기상전답(奴 八生死後 記上田畓)이란 문구가 있다. 남자종인 팔생이 죽자 그의 전답을 기상했다는 대목이다. 또한 1779년에 김번의 증손 5남매가 모여 작성한 화회문기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답(전래승중전답)목록 가운데 노비의 기상전답이 10여 건이나 되는 데 이 가운데에는 백여 년 전에 죽은 종 팔생의 전답 6두락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어떻게 재산을 마련하였는지, 어떠한 경우로 상전이 차지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종들의 재산이라는 점이다. 16세기를 살았던 양반 오희문은 홀로 살다 죽은 마름 막정의 재산이 상전인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자 “살아서는 몸을 바치고 죽어서는 재산을 바치니 공이 있는 노비”라며 그의 일기인『쇄미록』에 못내 흐뭇한 마음을 적고 있다. 아마도 후일 오희문은 매매문서나 분재기를 작성할 때에 기상전답이라는 용어로 막정의 재산을 자기의 재산으로 명시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정성미(전북대박물관 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지혜를 쫓아가는 길

며칠 전,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15년을 훌쩍 넘긴 수첩 하나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은 책을 읽다가 어떤 글을 쓸 때, 이용하고 싶은 문구로 가득 차 있었다. 모나미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아주 비뚤배뚤한 글씨였지만 반가웠다.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여름이었다. 또래 여학생을 보고 금새 얼굴이 빨개지는 시골아이의 어수룩함, 먼지를 뒤집어쓰고 동무들과 함께 공을 차서 까무잡잡해진 얼굴, ‘성적은 행복순’이 아니라는 말을 진짜로 믿고 다녔던 시절. 유난히 숫기가 없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이미 결혼을 한 젊은 여선생님한테 개인교습을 받는 방에서도, 목사님의 아들과 친구라서 다니게 된 교회에서도 언제나 처량한 숙맥일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넘고, 넘고, 또 넘어야 할, 수없이 많은 고갯길이 있을 것이라는 진리를 미쳐 깨우치지 못 했던 ‘나’였다. ‘갈대와 같이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사는 지 항시 고민하고, 시간은 곧 인생이기 때문에 소비하지 말고, 때로는 들판의 잡초나 쇠에 붙어 있는 녹도 쓸모가 있고, 실패는 기념할 일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유머는 삶에서 강한 무기이기에 항상 웃는 방법을 익히고, 자만심은 곧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고, 날개가 무겁다고 짐이라 생각하면 날개를 쓸 줄 모르는 새가 되며,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인데 말이 많으면 해로우니 말 하는 것의 두 배를 듣고, 나의 겸손함을 절대 자랑하지 말라’는, 절대 지침을 여전히 기억하고 살 수 있는 이유는 가슴이 이것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 믿고 산다. 시대와 민족, 인종의 문화는 서로 다른 삶의 양식과 정신을 낳는다. 동양문화권에서, 더 정확하게는 유교문화 속에서 서른이 넘게 살아온 내게는 명나라 홍자성의 「채근담」이 더 살갑게 느껴지지만 유대교의 율법, 전통, 축제 등을 망라한 「탈무드」에서 건져 올린 지혜 역시 반듯한 가르침이다. 무언가 갇혀있던 존재를 깨우고 싶었던 나는, 어느새 헤세가 얘기했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글귀를 갈구하는 건장한 ‘젊은 놈’이 되어 버렸다. 책에서 만난 유태인의 정신적 가치와 처세는 늘 새로운 세계와 만나야 하는 나에게, 물질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 가려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 해준다. ‘몸을 굽혀라, 그러면 진리를 주울 것이다‘고./정훈(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04.27 23:02

[책의 향기] ‘뇌성마비 천재탐정' 등

뇌성마비 천재탐정 안중혁 / 고정욱 글 / 은하수미디어 / 7000원뇌성마비인 천재가 있을 수 없다고 ? 이 동화는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작가도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래서일까. 휠체어 이용자가 일상에서 부닥치는 불편한 점을 세밀하게 잡아냈다. 사건은 문화재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신라 화랑 김대문의 편지가 도난당하면서 시작된다. 문화재 전문 수사경찰인 오반장은 범죄를 해결할 만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고민 끝에 천재 탐정 안중혁에게 도움을 청한다. 단서를 하나하나 좇으며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과정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 / 사라 윅스 글 / 낮은산 발행 / 9,000원열세 살 소녀 하이디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엄마가 매일 내뱉는 ‘쑤우프’라는 말의 뜻과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고, 가족이 어디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그녀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가 없다. 자기 이름도 읽을 줄 모르는 정신지체장애 엄마, 광장공포증이 있어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아줌마, 발달장애로 지능이 떨어지는 친구로부터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마는 시계도 볼 줄 모르고, 돈도 어떻게 쓰는 줄 모르는데다, 전화를 걸 줄도 모른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낡은 필름 속에서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홀로 장거리 버스여행을 떠나는데.. 우여곡절 끝에 힐탑 요양원에 도착한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히나코와 걷는 길 / 오카다 나오코 글 / 보힘어린이문고 / 7500원 자신이 지체장애인이기도 한 작가는 장애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따돌림’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흔히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자기만족을 위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사치코네 반에 다리가 불편한 히나코가 전학을 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섯 명씩 한 '모둠'을 이루는데 사치코 모둠에 히나코가 들어오면서 친구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무감 때문에 마지못해 돕느냐 히나코와 진정한 친구가 되느냐. 눈여겨 볼 점은 히나코 자신이 자신의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다는 점이다. 뒤뚱거린다고 '병아리(일본 말 히요코)'라 놀리는 코바에게 주먹을 날리고 생쥐산에 따라온 데 타박을 주는 야코에게 되레 큰소리치는 히나코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우리가 달라도 등 5권 / 김혜리 글 / 아이코리아 / 각 권 9600원다름의 사이좋은 공존을 이야기하는 1권 ‘우리가 달라도’는 나머지 네 권의 ‘글머리’에 해당한다. 몸이 불편해도 운동을 할 수 있고, 악기도 연주할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와 양보를 일러주는 글이다. 하지만 2권 ‘내 친구 여진이’에서는 무조건적인 도움이나 동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리가 무릎까지만 있지만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하는 여진이는 울며 호소한다. 자신도 다 혼자 할 수 있으니 부탁할 때만 도와달라고. 3권 ‘큰 산이 될 거야’는 발달장애아 가족의 이야기다. “건강한 나무와 약한 나무가 함께 어울려 큰 산을 만든단다.” 엄마는 일곱 살 우빈이에게 엄마 아빠의 관심을 빼앗긴 형에게 이렇게 타이른다. 동물원에서 잠시 동생을 잃어버린 뒤 사랑을 새삼 확인한다는 줄거리. 4권 ‘넌 왜 보청기를 하니’는 장애를 가진 친구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준호는 윤지의 귀에 늘 꽂혀 있는 보청기가 궁금해서 보여 달라고 조르지만 그것이 윤지에겐 큰 상처가 된다. 편지 교환을 통해 준호는 눈이 나빠서 쓰는 자신의 안경과 보청기가 비슷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작가는 묻는다. 힘센 아이, 똑똑한 아이, 다리는 절뚝거려도 사랑이 많은 아이 중 누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고. 정답은 ‘세 아이 모두’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7.04.20 23:02

[책의 향기] '책으로 야구를 보자'...잊혀진 영웅들 만나기

“일어나라! 임수혁!!”2000년 4월 18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잠실 야구장. 2루에 서있던 임수혁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초점없는 눈을 껌뻑이는 ‘돌아오지 않는 2루주자’가 됐다.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된 이후, 전북 도민은 야구를 잊었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에, 허약할 수 밖에 없었던 팀의 전력. 그래도 ‘돌격’하던 돌격대는 결국 모기업의 부도 여파로 1999년을 마지막 시즌으로 해체됐다. 일부러라도 멀찍이 떨어뜨려놨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추억들. 그래도 어김없이 야구의 계절은 돌아왔다. ‘야구는 모름지기 기록의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그들이 남기는 숱한 드라마다’. 스포츠 신문의 기록지를 뒤적이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야구장의 영웅을 만나는 일이다. 그들은 드라마를 남기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김은식 기자가 쓴 「야구의 추억」(뿌리와이파리)은 1980∼90년대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추억을 한 명 한 명씩 글로 써낸 것이다. ‘쌍방울 레이더스’를 거친 영웅들도 있다. ‘잊혀진 전설, 레이더스의 수호신’ 조규제, ‘잊혀져가는 것들의 상징, 레이더스의 추억’ 김광림, ‘진짜 재미는 기록 너머에 있다, 학다리’ 신경식 등 31명의 선수들과 30편의 글로 구성됐다.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선수들의 사진은 옛 사진첩처럼 아련하다. “나는 추억이란, 그저 가끔 한 번 떠올려 씩 웃고 지나면 또 그만인 허깨비 같은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추억이란 하나의 역사이며, 따라서 실천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몇 년도에 누가 한 일이 맞네 아니네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나의 삶을 통해 비추고 의미화하고 굽이굽이 반성하는 진짜 역사 말이다.” (김은식 ‘저자의 말’ 중)아흔아홉번 헛스윙을 하더라도 언젠가 터뜨리고 말 홈런 한 방을 기다리던 추억은 지금도 야구장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1할 2푼 5리의 승률로, 나는 살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라고도, 나는 말할 수 있다. 함정에 빠져 비교만 않는다면, 꽤나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박민규 ‘저자의 말’ 중)1982년 성적 전기 10승 30패, 후기 5승 35패, 팀 최다 연패 기록 보유(18연패, 85년 3월 31일~4월 29일), 시즌 최소 득점(302점, 82년), 2사 후 최다 실점(7점, 82년 5월 16일).프로야구 원년부터 85년 해체되기까지 그야말로 ‘슈퍼’한 기록을 남긴 ‘삼미 슈퍼스타즈’.「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출판)은 ‘삼미’를 소재로 한 박민규의 소설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삼미 슈퍼스타즈’에 열광하던 소년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결혼하고, 그러나 실패하고, 그리고 마침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재결성하기까지, 저자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유년의 아픔과 성장의 고통, 자본주의 사회 비판, 삶의 가치 등을 이야기한다. ‘베어스와의 경기 땐 곰인형을 지참, OB의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저주의 주문과 함께 핀으로 인형을 찔러대곤 했다.’ 희안하게 웃기는 대목도 많다. 그밖에도 야구를 다룬 책들은 많다. MBC 해설위원 허구연이 입심 좋게 써내려간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새로운사람들), 야구계의 원로 조해연이 쉽게 풀어 정리한 「조해연의 우리말 야구용어 풀이」(지성사) 등은 야구 마니아들을 위한 책. 「야구장으로 간 수학자」(휘슬러), 「야구의 물리학」(한승) 등 야구를 알면 수학과 물리도 쉽다.

  • 주말
  • 도휘정
  • 2007.04.20 23:02

[책의 향기] 나이스 포스 등

△ 나이스 포스백지연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1만2000원‘나이스 포스’(nice force). 부드러움(nice)과 강력함(force)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으로 나를 표현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까지 포용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1987년 MBC에 입사, 뉴스앵커로 활약하다 1999년 프리랜서로 독립한 백지연. 백지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끌면서 소통할 수 있는 힘 ‘나이스 포스’를 기르기 위한 방법을 6단계로 설명했다. ‘나를 먼저 파악하라’ ‘역동적인 정보 은행이 되라’ ‘인상도 리모델링 하라’ ‘소통의 교집합을 만들어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궁금해하라’ ‘마음으로 이끌어라’가 백지연이 제시하는 ‘나이스 포스’ 6단계다.△ 지식 e EBS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1만2800원 ‘햄버거 하나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고, 소를 키우기 위해 숲을 태우고, 소고기 100g과 맞바꾼 1.5평의 사라진 숲은 지구의 온도를 매순간 높인다. 우리가 햄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몰디브의 누군가는 해일에 떠내려 간다.’‘나는 경비원입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합니다. 오늘 기다리던 월급을 받았습니다. 한달 539시간을 일하고 68만원을 받았습니다. 다음달에도 그럴 겁니다.’「지식 e-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智識」은 2005년부터 2006년 8월까지 EBS에서 ‘지식’을 키워드로 제작한 5분짜리 동영상 중 40개 꼭지를 선별해 펴낸 것이다. EBS ‘지식채널 e’ 제작팀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엄격히 구분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라고 말한다.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를 강조하는 이 책은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만든다/도휘정기자

  • 주말
  • 도휘정
  • 2007.04.20 23:02

[책의 향기] 백패(합격증서)

TV 사극이나 역사소설 등에서 많이 보고 읽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김생원이나 이진사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그 생원과 진사들이 조선시대에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누렸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익창(吳益昌)의 진사시 합격증서를 실마리로 하여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하자. 전라도 무장에 살았던 오익창은 그의 나이 23세 되던 1579년(선조 12)에 진사시에 응시하여 3등 제2인, 즉 100명 중 32번째의 성적으로 합격하여 국왕으로부터 백패(白牌)를 받았다. 백패는 흰 종이에 합격자의 간단한 인적사항과 순위가 적혀 있는 합격증서로, 문과와 무과의 급제자에게 수여하였던 붉은 색 종이의 홍패(紅牌)와는 그 색깔이 달랐다.오익창의 홀어머니 이씨는 노비와 전답을 떼어주면서 그의 진사시 합격을 축하해 주었는데, 이때 작성한 별급문서가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그로부터 훨씬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오익창 자신도 1624년(인조 2) 손자인 오첨경이 생원시에 합격하자 그에게 역시 노비와 전답을 떼어주었다. 이때에는 오첨경의 장모도 사위에게 노비와 전답을 주면서 합격을 축하하였다. 물론 문과의 급제와 비교할 바가 못되겠지만 이처럼 생원진사시에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 가족으로서도 크나큰 경사였다. 그러나 오익창이 곧바로 관리가 된 것은 아니다. 생원진사시가 관리 임용제와 직결되는 제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42세 때인 1598년(선조 31)에야 전라도 제원 찰방에 임명되어 비로서 벼슬길에 나아갔다. 여기에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을 도와 한산섬에서 왜적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운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생원진사시는 원래 그 합격자에게 조선의 국립대학인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기 위하여 실시된 시험이었다. 그러나 성균관의 운영이 부실하여 생원과 진사들 중에서 성균관에 입학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을 설치한 본래의 의의는 뒤에 가서는 사실상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험은 조선왕조가 망할 때까지 문과와 함께 계속 실시되었으며, 그것도 후기에 갈수록 더욱더 자주 실시되고 더욱더 많이 뽑는 방향으로 계속되었다. 특히 조선 말기에 실시된 생원진사시의 응시자들 가운데에는 고령자가 많았다. 예컨대 1874년(고종 11)에 실시된 생원진사시에서는 80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초시(1차시험)의 합격만으로 생원 진사가 된 사람이 75명이나 되었다. 이 가운데 최고령 합격자는 95세였다. 이 때의 합격자가 모두 275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령의 응시자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이들 응시자들에게는 시험에 합격하여 백패를 얻는다는 것이, 그리하여 김생원이니 이진사니 하는 호칭을 얻게 된다는 것이 소중한 인생 목표의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거의 한평생을 바치다시피 하였다. 생원 또는 진사야말로 학자로서의 공인된 지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혼탁한 관계에 몸을 담지 않고 깨끗한 선비로서의 위신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학행과 충절로 인하여 사후 80년이 채 못되어 죽산사에 제향되기까지 하였던 오익창의 삶은 조선시대의 생원 진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하는데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준다./유호석 전북대박물관 전임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4.20 23:02

[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인문학(人文學)의 사전적 의미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또 ‘인간과 인류문화에 대한 정신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문학’은 인간에 중심을 둔 학문분야인 것이다.하지만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인문학은 요즈음 큰 위기감에 빠져있다. 우선 주요대학의 복수전공 신청현황만 봐도 국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학과의 신청생이 경영학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허다하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문학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들의 경영난은 갈수록 가중되어 급기야 인문학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출판물에서 우수한 인문학 책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결국에는 독자와 직접 만나는 서점의 서가에서도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하루가 멀다 하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혁명의 시대에서 어찌 보면 인문학은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학문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문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윤리와 도덕기준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며, 인문학이 빈사상태에 빠지고 인문정신의 중요성이 망각되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조광 고려대 교수의 말처럼 인간과 인류문화를 연구하는 소중한 학문인 인문학에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양계영(홍지서림 전무)

  • 주말
  • 전북일보
  • 2007.04.20 23:02

[책의 향기] 느리게 살아라

현재 우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잘 산다는 선진국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며 대도시일수록 시간에 쫒기는 것이 당연한 일로 되어버렸다. ‘시간 은행에 시간을 맡기면 그것이 몇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오늘’을 허둥대며 살아가고 있다. 일에 짓눌려 꽃이나 나무, 가족이나 친구 돌아보는 것은 계속 ‘내일’로 미룬 채. 문제는 이렇게 내몰리면서도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정신과 영혼이 피폐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 삶의 근거인 생태자연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패스트푸드’ 등을 통해 시간을 정복해보겠다던 꿈은 이제 악몽이 되어 우리들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슬로 라이프’는 이런 인식에 근거하여 제안된 개념이다. 영어에 없는 말이지만 탄생하자마자 그 뜻과는 어울리지 않게 급속도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그만큼 ‘빠른 삶’의 후유증이 심각하고 그 대안 마련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증거일터다.책 『슬로 라이프』는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라 할 수 있는 ‘느리고 단순한 삶’이라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안내서다. 물론 정해진 길이 강요되지는 않는다. 교조적 규칙 같은 것도 없다. 70여개에 달하는 핵심단어들을 중심으로 우리들 삶의 방식을 잠시 뒤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속도와 효율성,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주류적 가치나 사고에 대해 일종의 해체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무책임한 해체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곤거리듯 말하면서도 개인적 기호 차원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인간관계, 사회, 경제, 그리고 환경적 측면까지로 이어지는 보다 깊은 의미의 ‘느린 삶’ 개념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이처럼 거시적인 의미와 우리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이 함께 제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걷기, 놀기, 빈둥거리기 등을 통한 느림회복운동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것을 지구온난화, 유전자 조작 등 우리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좀더 심각한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경제’의 구상과 창조의 필요성까지, 그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서지정보를 갖추고 있어 독서와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해당 핵심단어의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관련 저서와 인터넷 정보를 ‘깊이 알기’를 통해 소개하고 있으며 비슷한 주제의 글들은 ‘이어 읽기’로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느림의 철학자들’을 소개함으로써 종합적인 이해는 물론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음을 은연중에 각인시켜주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주류에 끼지 못하는 자들의 ‘여우 신포도 타령’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있는 것이다. 『슬로 이즈 뷰티풀』(빛무리) 등의 저술을 통해 ‘슬로 라이프’ 운동의 물결을 일으킨 저자 쓰지 신이치는 한국계 일본인으로 현대사회 병폐의 치유책을 ‘느림의 철학’에서 찾고 있는 문화인류학자이며 환경운동가다./이종민(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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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4.20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