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책으로 야구를 보자'...잊혀진 영웅들 만나기
“일어나라! 임수혁!!”2000년 4월 18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잠실 야구장. 2루에 서있던 임수혁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초점없는 눈을 껌뻑이는 ‘돌아오지 않는 2루주자’가 됐다.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된 이후, 전북 도민은 야구를 잊었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에, 허약할 수 밖에 없었던 팀의 전력. 그래도 ‘돌격’하던 돌격대는 결국 모기업의 부도 여파로 1999년을 마지막 시즌으로 해체됐다. 일부러라도 멀찍이 떨어뜨려놨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추억들. 그래도 어김없이 야구의 계절은 돌아왔다. ‘야구는 모름지기 기록의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그들이 남기는 숱한 드라마다’. 스포츠 신문의 기록지를 뒤적이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야구장의 영웅을 만나는 일이다. 그들은 드라마를 남기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김은식 기자가 쓴 「야구의 추억」(뿌리와이파리)은 1980∼90년대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추억을 한 명 한 명씩 글로 써낸 것이다. ‘쌍방울 레이더스’를 거친 영웅들도 있다. ‘잊혀진 전설, 레이더스의 수호신’ 조규제, ‘잊혀져가는 것들의 상징, 레이더스의 추억’ 김광림, ‘진짜 재미는 기록 너머에 있다, 학다리’ 신경식 등 31명의 선수들과 30편의 글로 구성됐다. 중간 중간 들어가있는 선수들의 사진은 옛 사진첩처럼 아련하다. “나는 추억이란, 그저 가끔 한 번 떠올려 씩 웃고 지나면 또 그만인 허깨비 같은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추억이란 하나의 역사이며, 따라서 실천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몇 년도에 누가 한 일이 맞네 아니네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나의 삶을 통해 비추고 의미화하고 굽이굽이 반성하는 진짜 역사 말이다.” (김은식 ‘저자의 말’ 중)아흔아홉번 헛스윙을 하더라도 언젠가 터뜨리고 말 홈런 한 방을 기다리던 추억은 지금도 야구장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1할 2푼 5리의 승률로, 나는 살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라고도, 나는 말할 수 있다. 함정에 빠져 비교만 않는다면, 꽤나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박민규 ‘저자의 말’ 중)1982년 성적 전기 10승 30패, 후기 5승 35패, 팀 최다 연패 기록 보유(18연패, 85년 3월 31일~4월 29일), 시즌 최소 득점(302점, 82년), 2사 후 최다 실점(7점, 82년 5월 16일).프로야구 원년부터 85년 해체되기까지 그야말로 ‘슈퍼’한 기록을 남긴 ‘삼미 슈퍼스타즈’.「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출판)은 ‘삼미’를 소재로 한 박민규의 소설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삼미 슈퍼스타즈’에 열광하던 소년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결혼하고, 그러나 실패하고, 그리고 마침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재결성하기까지, 저자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유년의 아픔과 성장의 고통, 자본주의 사회 비판, 삶의 가치 등을 이야기한다. ‘베어스와의 경기 땐 곰인형을 지참, OB의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저주의 주문과 함께 핀으로 인형을 찔러대곤 했다.’ 희안하게 웃기는 대목도 많다. 그밖에도 야구를 다룬 책들은 많다. MBC 해설위원 허구연이 입심 좋게 써내려간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새로운사람들), 야구계의 원로 조해연이 쉽게 풀어 정리한 「조해연의 우리말 야구용어 풀이」(지성사) 등은 야구 마니아들을 위한 책. 「야구장으로 간 수학자」(휘슬러), 「야구의 물리학」(한승) 등 야구를 알면 수학과 물리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