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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백낙청 회화록 세트(1권 ~ 5권) 등

△ 백낙청 회화록 세트(1권 ~ 5권) 백낙청회화록간행위원회 엮음/창작과비평사/14만원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계간지「창작과 비평」의 편집인으로서 한국 사상계에 큰 공헌을 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최근에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의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교수의 회화록이다. 1968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그가 참여한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등을 총 5권으로 엮었다. 1권에서는 젊은 평론가 백낙청의 면모가 잘 드러나며, 2권에서는 독재정권 집권기 아래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현 체제 극복 과제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3권은 90년대 주요한 문제로 등장한 환경문제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의견들. 4권은 회갑과 정년퇴임을 맞은 백낙청 개인의 관심을 정리하고 있으며, 5권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로 활동한 이래 각종 인터뷰와 대담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와인의 기쁨1아기 다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중앙북스 펴냄/1만원와인 만화인 「신의 물방울」 저자 아기 다다시의 첫번째 와인 에세이. 와인 전도사를 자칭하는 저자는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근사한 와인을 권해 마니아의 길로 인도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 역시 ‘DRC 에세조 1985년’을 마시고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고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그리게 됐다.한국 사람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메인 품종은 갈리오포지만 보르도에서 퍼져 이젠 국제적인 품종이라 할 수 있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30% 섞여 있는 그라벨로. 아기 다다시는 “그래서 김치는 물론 한국의 불고기와 전골 요리에도 잘 맞는다”고 말한다.

  • 주말
  • 도휘정
  • 2007.10.19 23:02

[책의 향기] 규격화된 생각ㆍ권위에 대한 통쾌한 반란

‘나의 이름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아버지의 친구인 시각장애인이 지어 주었다. 45년이 지난 후에 내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조연급으로 스카웃되어 남산 지하실에 끌려갔을 때, 그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신이 한국(韓)의 유신헌법(憲)을 이기겠다(勝)는 말이냐”고 조사관이 나에게 대들었던 것이다.’ 그 때 그 조사관이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얼굴이 다 후끈거릴 것이다. 억지스런 트집에 참 곤혹스러웠을 주인공은 전라북도 두메산골 무주 구천동 옆 ‘팔천동’에서 태어난 한승헌 변호사(73)다.2004년 산민객담 1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산책」으로 팍팍한 삶에 웃음 한 조각 쥐어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기행」(범우사)으로 각박한 세상 지쳐가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산민객담 제2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월간독서지 「책과 인생」에 연재됐던 글들이다.‘본업’과는 이질적인 ‘별실 작업’과도 같은 유머러스한 글쓰기. 주로 머리 아픈 글만 써오던 변호사가 진통제나 해열제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한변호사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이 속세에서 백미러나 프리즘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정신의 순례도 매우 소중하다고 믿는다”며 “그런 순례의 길목에 배필 같은 동반자가 바로 유머”라고 말했다. 책을 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차려문화’ ‘엄숙주의’ ‘직설막말’ ‘대결논쟁’으로부터의 해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그는 “규격화된 언어와 사고에서 잠시나마 풀려나거나 그것들을 극복하는 무공해 처방으로서 유머 또는 해학이라는 원소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유머기행은 주로 한변호사의 체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러나 웃음을 즐길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여건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변호사는 “유대인들의 탁월한 유머를 그들의 처절한 역사에 비추어 평가해 본다면 내말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이다”고 말했다. ‘박정권의 유신 때, 나는 재소자들(주로 시국사범들)을 위한 책 보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호응해서 J출판사의 K사장이 <한국사 입문> 20권을 들고 왔다. 그는 창고 침수로 책이 얼룩져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한국 역사가 얼마나 얼룩졌습니까? 그러니 한국사 책이 얼룩진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습니까?”’‘헌법에 보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되어 있네. 이건 고문을 금지한다는 말이 아니라 고문당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 아닌가? 고문하는 놈은 놔두고서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가 무슨 소린가? 그렇다면 고문당하는 쪽이 위헌이란 말인가?’그래서 그의 유머는 통쾌함이 더욱 크다.

  • 주말
  • 도휘정
  • 2007.10.19 23:02

[책의 향기] 감결(甘結) - 조선시대 왕명은 어떻게 전달됐을까

조선왕조와 같이 500년을 단일 왕조로 지속한 국가는 세계사 속에서도 찾기 어렵다. 사색당파를 조선왕조의 멸망 원인으로 파악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사관에 익숙해 왔던 우리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궁리해 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영조와 정조시대와 같이 한국 르네상스라는 부흥기를 배우면서도 곧바로 멸망기로 접어 들어버렸다고 하는 식의 역사교육은 가장 중요한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년이란 최장의 왕조가 유지된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속시원한 대답을 찾기 어렵다.어쨌든 한 왕조가 500년이란 장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체제의 특장점이 분명하게 있기 마련이다. 조선왕조의 특징 중 하나는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상하지휘보고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체제인 조선에 있어서 국왕의 명령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백성들까지 전달되었는지, 백성들의 사회적 요구사항이 어떤 단계를 거쳐서 국왕에 이르는지에 대한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오늘 소개하는 감결 역시 그러한 시스템의 운영과정에서 생산된 문서이다. 감결은 상급관청에서 하급관청으로 내려 보낸 명령 또는 지시사항이 명시된 공문서를 말한다. 1854년 전라도 순찰사는 순창으로 한 장의 감결을 내려 보냈다. 그 내용은 비변사에서 보내 온 관문의 내용을 옮겨 적은 것으로 잘 받들어 살피도록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있다. 감결은 내용은 영중추부사인 정원용이 호남의 민폐를 돌아보고 동년 10월 11일에 왕에게 주청한 것에 대하여 왕이 내린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조경묘와 경기전을 수리한 관리자의 수고에 대해 시상해 줄 수 있도록 그들의 업적을 작성하여 올리라는 것과, 전주의 세곡을 전주부의 포구에 받아서 두도록 하고, 중앙·군문에 납부하는 무명은 10년에 한하여 돈으로 대신 바치며, 장성부의 대동미는 무명으로 환산하여 받고, 명종조(明宗朝)의 유현(儒賢)인 이항(李恒)에게 정3품직을 가증(加贈)하고 호남 사람들의 소망대로 시호를 하사하며, 부안 위도는 청어가 흉어이므로 세금을 탕감한다는 등과 같이 민생 생활에 대한 대책과 호남지역 유림의 소망을 들어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나라가 멸망해 가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철종조의 이같은 감결은 적어도 민생생활에 있어서는 끝없는 관심과 노력이 사라지고 있지 않다는 점과 지방의 백성들까지 국왕의 명령이 잘 전달될 수 있었던 사회적 시스템이 있었기에 한 순간에 멸망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생고의 해결은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철새가 아닌 시도 때도 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0.12 23:02

[책의 향기] 한국음악의 부흥을 꿈꾸며 - 이종민 교수

그것이 정녕 꿈만은 아닐 것 같다. 한국음악이 일반 대중들의 정서를 사로잡고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 그 가능성이 적어도 이번 소리축제의 몇몇 프로그램에서 확인되었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소리축제, 아직도 본질과 어울리지 않는 설왕설래는 많지만, 그 꿈이 결코 허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몇몇 기획프로그램에서 여실하게 증명되었다. ‘춤추는 춘향’처럼 판소리와 무용, 그리고 국악관현악단이 만나 전혀 새로운 연주형태를 시도함으로써 우리들 눈과 귀를 화끈하게 사로잡은 것도 있지만 판소리 집중기획 ‘명인명가’처럼 본래의 공연형태를 고수하면서도 우레와 같은 환호를 이끌어낸 것도 있다. 이들 모두 판소리 자체가 지니는 고도의 예술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이는 음악평론가 진회숙이 경계해마지 않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식의 맹목적인 내 것 사랑하기도 아니요,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마라’ 식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평가도 아니다. 사라져가는 ‘옛것에 대한 인류학적 관심’에서 비롯된 당위적 판단은 더더욱 아니다. 고도로 세련된 연출과 연주 역량이 우리 전통음악 고유의 예술적 가치를 관객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것일 뿐이다. 그것이 지닌 ‘드높은 예술성’이 ‘시대를 초극해 전통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들의 감수성조차 이러한 예술적 가치를 향유할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 일제에 자행된 우리문화에 대한 체계적 폄하작업을 이제 와서 다시 들먹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미군정 이후 서구문물의 무분별한 유입을 탓하는 것 또한 지금도 만연해있는 우리들의 무신경과 열등의식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음악’은 서양음악이며 우리 음악은 ‘국악’이라 불린다. 제도교육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에 관한 대중적 안내서 또한 미비하기 이를 데 없다. 기껏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전문용어 범벅이요 무조건 우리 음악이 최고라는 설익은 주장이 열등의식 내지는 피해의식과 묘하게 뒤섞여 있을 뿐이다.‘진회숙의 국악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자배기> <여민락> <청성곡> 등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음악 열다섯 곡을 ‘물흐르듯 풀어낸’ 이 책은 우선, 낯설기만 한 ‘산조’ ‘가락’ ‘계면조’ 등의 의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미사여구에 흐르지 않고 담담하게 우리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손에 잡힐 듯 그려주고 있으며 감상자의 입장에서 그 느낌을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매력이다. 또 하나 반갑고 믿음직스러운 것은 기왕의 <클래식 오딧세이>에서 선보인 바 있는 저자의 웅숭깊은 인문학적 내공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서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음악이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그 자체의 예술적 가치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는 저자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 가능했겠지만, 그간 음악평론가로서 혹은 음악전문방송작가로서 쌓아온 탄탄한 경력도 크게 기여했으리라.21세기 한국음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견하고 있는 저자의 말이 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음악이 지니고 있는 풍성한 고유의 아름다움에 주목함으로써 그 화려한 개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은 일반 애호가는 물론 대중화를 표방하며 어설픈 ‘절충과 타협’을 자행하고 있는 한국음악 전공자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본지서평위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10.12 23:02

[책의 향기] 양반도 씨름을 했을까?

일본의 스모에 비한다면, 한국의 씨름은 그 인기도가 한참 떨어져 있다. 씨름이라고 해야 이제는 명절 때나 TV에 나오면 가끔 보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으니 한 때 화려했던 명성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씨름하면 육중한 몸매에서 뿜어 나오는 화려한 기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씨름은 샅바나 띠를 넓적다리에 걸친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 잡고 힘과 재주를 부려 상대방을 먼저 넘어뜨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운동으로 각저(角抵, 角?) ·각력(角力) ·각희(角戱) ·상박(相撲) 등으로 불리었다. 농경사회의 제례행사나 축제 때에 서로 겨루는 운동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이전에는 ‘무술’의 성격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씨름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나온다. 그에 의하면 신성한 제사 예식으로 여러 가지 기예를 시범하는 종목으로 “씰흠”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후한서에는 한나라의 왕이 부여왕을 맞이하는 연회에서 ‘각저희’를 하게 했다고 한다. 이들 기록에 보이는 “씰흠”과 ‘각저희’가 오늘날의 씨름과 유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씨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05년 발견된 각저총의 현실에 있는 벽화이다. 씨름하는 광경이 그려져 있어 각저총이라고도 한 이 무덤의 벽화는 고구려인들이 얼마나 씨름을 즐겨했는지를 보여주는 시각자료이다. 고려시대 충혜왕은 용사들이 씨름하는 것을 매우 즐겼다고 하며, 세종대왕은 강에 배를 띄우고 강변에서 군사들이 씨름하는 광경을 즐겼다고도 한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하는 광경이 그려진 풍속화는 대표적인 민중의 스포츠로서 씨름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 준다. 씨름은 누가 했을까? 각저총이나 각종 기록에서 보면 씨름의 주체는 주로 용사들이나 군사들로 표현된다. 이는 씨름이 무예로서 출발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힘으로만 상대를 제압할 수 없는 기술의 싸움으로 전투를 치뤄야 하는 군인들에게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씨름은 정예화된 군사훈련은 아니지만 군인들이 즐기는 또는 권장되었던 수련의 일환으로 널리 보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후기 김홍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단오나 추석등의 명절 때에 마을과 마을사이의 시합을 대표하는 경기(스포츠)로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씨름은 곧 민중, 백성들의 경기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양반들 역시 씨름을 즐긴 것은 아닐까? 양반들이 씨름을 즐겨했는지 아니 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1803년 김상묵이 보낸 편지를 보면 씨름이 결코 백성들의 경기만은 아닌 듯하다. 김상묵이 김정희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가르쳐 주신 28가지의 기술은 잘 배웠습니다. 우승해서 소를 타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쓰고 있다. 이 기록으로 양반이 씨름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양반이 씨름과 무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0.05 23:02

[책의 향기] '개벽.상생의 문화지대 새만금문화권'- 김정현 교수

우리 지역의 정신문화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책이 나왔다. 이 지역에 살면서도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생태나 문화, 인물이나 정신적 유산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우리에게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 새만금문화권」(김성환 외, 정보와사람, 2006)은 이 지역의 사회, 문화, 정신적 자원의 속살을 상세하게 알려준다.이 책은 새만금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논하는 사회학적 경제학적 책이 아니다. 매번 새만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주로 농지개발이냐 해상관광특구냐 하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토론해 왔다. 그러나 김성환교수(군산대), 정륜박사, 박학래교수(군산대), 김용휘박사(고려대), 권희창박사(전북도의회 전문위원) 등 다섯 명의 저자들은 맨발로 새만금문화권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새만금지역에 내장된 정신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자 했다. 이 책은 군살 박힌 이 지역 문화권에 대한 애정으로 쓴 지역문화 보고서이자 더 나아가 새만금문화권이 미래의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자원을 생산해 낼 세계문화의 자궁이라고 보는 미래전망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생명’, ‘상생’, ‘개혁(개벽)’이라는 정신적 코드를 실마리로 새만금문화권을 ‘서민문화권’, ‘개혁문화권’, ‘복합문화권’, ‘생태-생명문화권’, ‘미래형문화권’ 등으로 구분하며, 이 곳을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생명의 울림과 상생의 숨결이 어우러진 곳으로 본다.이 책에 따르면 이곳은 동아시아 최초의 해상 문화고속도로였던 삼신산 해상루트, 최치원 문화경관, 남궁두, 허균, 권극중 등으로 이어진 선도적 초월과 혁신의 비경이 숨어있는 곳이자 선도(仙道)문화의 광맥이 열린 곳이다. 이 지역은 미륵의 희망이 울러 퍼지며 진표, 부설, 진묵의 종교적 자유정신이 세속과 깨침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형원과 일제시기 마지막 선비의 기개를 지키며 은거한 간재 전우 등 유가적 정신의 개혁과 저항을 위한 은둔을 허용한 넓은 정신의 평야를 담고 있으며, 또한 개벽의 세상을 꿈꾸었던 최제우, 최시형, 전봉준, 강증산, 박중빈 등 종교적 지평선이 새롭게 열린 곳이기도 하다.이 책의 가치는 새만금의 문화적 정신적 광맥을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전통과 현대를 미래적 문화기획으로 연결시키려고 치열하게 시도하는데 있다. 이 책은 최치원축제, 동학농민혁명제, 빛과 소리의 향연, 웰빙테마파크, 세계선도문화 페스티벌, 새만금국제요트대회 등 많은 대안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새만금문화권의 문화기획을 시도하고 있다.이 책은 새만금지역의 문화적 정신적 광맥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네비게이션을 내장하고 있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정신적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준다. 철학기행, 문학기행, 역사답사 등 대학에서 하는 인문학적 현장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림과 사진이 많이 담겨있어 새만금문화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친절하고 넉넉한 품을 지닌 책이다. 이 책에는 “여기 상생과 열림의 땅이 있다. 여기서 춤추어라!”라는 진지한 소리의 울림이 있다. /김정현 원광대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7.10.05 23:02

[책의 향기] 허여문기 - 제사 걱정 재산 걱정

그리운 고향길이 고생길이 되면서 도로에 깔아버린 시간 만큼이나 기다리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제사, 성며, 인사치레 등등의 명정스트레스 일 것이다.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좀 더 있다 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이라는 조사결과는 웬지 씁쓸하기만 하다. 또 추석같은 명절 때 드라마 소재로 빠지지 않는 것은 부모님과 자식들간의 갈등이다. 부모님의 재산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이제 상식이 된지 오래다.세대가 변하면서 제사상도 맞춤 시대가 왔고, 차례상이 호텔 콘도에 차려지는 풍경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어서, 전통적 관념으로서의 제사라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조금은 철학적 담론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음직 하다. 전근대 시대 아니 한 세대 이전까지만 해도 추석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기 위해 친척들이 모여들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보면서 가문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통적 통과의례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축제이기고 했고, 조선사회를 지탱하는 유교적 도덕 정체성이기도 했다.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는 것과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생명과 죽음이라는 이율배반적 행태가 모순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사회가 가지는 중요한 힘이기도 했다. 그러한 힘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되었던 것은 바로 재산의 분배였다.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과거에 급제했다는 이유 등 갖가지의 명목을 붙여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은 조선시대 양반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 대상에 남녀구분이 없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식들간의 화목을 재산 분배 문서에 꼭 써넣었다.1601년(선조34) 2월 19일에 사옹봉사(司饔奉事)인 오씨는 아내와 아들에게 설날, 추석 등 사대명절과 제삿날의 제사를 정성을 다해 받들 것과 늙으신 어머니를 잘 봉양할 것을 당부하면서, 그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주었다.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작성한 문서를 허여문서(許與文書)라 한다. 오씨는 이 문서에서 16칸짜리 기와집을 포함 전답 수십마지지와 노비 6명을 아내와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재산을 나누어준 목적은 오로지 제사를 잘 모시는 것과 늙은 노모를 잘 봉양하는 것이었다. 5촌 조카 오정식과 오정섭이 증인과 보증인이 되어 서명을 하고, 사헌부 감찰 김환도가 문서를 작성하였다.오씨가 가졌을 전 제산을 아내와 자식에게 물려준 것은 아마도 늙은 노모가 살아계시는 데 자신의 건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걱정은 아내와 자식들이 제 때 제사를 지낼 수나 있을까? 자신이 못나서 저 세상에서 조상 뵐 면목이나 있을까 하는 등등의 걱정이 이러한 문서를 만들게 한 것이다. 재산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부모의 유지를 잘 지키도록 하는 “부모재산유지관리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제사를 모시고 조상을 기리는 미덕을 이어가는 방법은 없을까?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한국문학 영광이여 오라

어김없이 노벨상의 계절이 왔다. 노벨 재단은 최근 홈페이지(http://nobelprize.org)에 ‘2007 노벨상 발표 순서’를 공개했다. 문학상 발표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월 둘째주에 발표해온 관행으로 본다면 올해는 11일에 문학상 발표를 할 공산이 크다. 지난 2004년부터 고은 황석영 등이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커져 있는 분위기. 올해 역시 수상에 대한 기대는 크다. 아직까지는 스웨덴 현지에서조차 ‘핵심후보군’에 대해 이렇다할 관측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국내 문학계에서는 올해도 역시 한국작가의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의 벽은 높다. 해마다 거론되어온 작가만도 수십명. 그러나 철저한 비밀주의를 지켜온데다가 해마다 평가기준까지 바뀌어 막상 발표하기 전까지는 수상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역시 수상자는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작가들만도 30여명에 이른다.그중에서도 세스 노테봄(네덜란드), 존 버거(영국), 르 클레지오(프랑스), 엔첸스베르거(독일), 이스마엘 카다레(알바니아), 야샤르 케말(터키 쿠르드족), 헤르타 뮐러(루마니아), 바르가스 요사(페루), 아스모 오즈(이스라엘), 아도니스(시리아), 노먼 메일러(미국) 등은 대표작가군이다.노벨문학상 선정에 ‘문학성’과 함께 ‘정치성’도 고려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거론될 수 있는 유력 후보군은 훨씬 많아진다. 올해는 이들 중에서도 미국의 노먼 메일러, 토머스 핀천, 조이스 캐럴 오츠,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거론되고 있는가하면,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중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 역시 수상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1년 ‘한국문학번역원’ 출범과 함께 한국문학 전공자 양성, 외국 출판업자 국내 초청, 한국문학 해외 번역출판 등의 사업을 전개, 한국 문학의 세계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은 2006년말 현재, 1천213종. 45개국 29개어로 번역된 작품들이다. 영어 240여 종, 프랑스어 180여 종, 독일어 140여 종 등이다. 2000년대 들어 해외에 가장 집중적으로 소개된 작가도 적지 않다.고은, 황석영, 박경리, 이문열, 조정래가 이들 군에 속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8명 중 한명으로 꼽혀 기대를 모았던 고은시인의 시집 ‘순간의 꽃’은 지난해 말 스웨덴에서 출간돼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황석영의 ‘한씨연대기’도 지난 4월 스웨덴에서 출간돼 언론의 호평을 받아냈다. 문학계에서는 한국문학작품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점을 들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고은시인의 수상이 불발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뤘던 경험을 들어 수상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한국문학계의 올해 노벨문학상에 대한 바람은 크기만 하다. 한국문학에 영광의 선물이 안겨질지 다시 설레이는 시점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책의 향기 그윽...삶의 지혜 가득

필자가 근무하는 서점의 3층에는 나왕목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서가가 있다. 서점 설립일부터 함께 했으니 이 서가의 나이는 이제 마흔 다섯 살이 된다. 그동안 이 서가에는 수천 수 만권의 책이 꽂혀있다 판매되고, 또 불행히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책은 반품되어 그 생을 마치기도 했다. 그토록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서가는 조금의 휨이나 뒤틀림 없이 여전히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1억3000만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다. 조금 과장되기는 하지만 ‘온 세상의 문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미 의회도서관의 자료만 온전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된다. 손톱만한 반도체 칩 하나에 도서관 한 개 분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종이에 인쇄한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도 함께 따라다닌다. 오래된 서가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들, 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썩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긴 하다. 짧아야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씩 읽어야만 하는 독서의 속도는 인터넷이나 각종 미디어가 뿌려주는 정보처리의 속도에 비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이가 평생 동안 체득한 삶의 지혜로 가득한 한 권의 책이, 그 갈피갈피에서 풍겨내는 향기와 함께 내 오래된 서가에 자리하고 있다면, 경제성이니 비효율적이니 하는 논리는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그 향기 속에 빠져 며칠이고 함께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

  • 주말
  • 전북일보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회계사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32+1통의 편지 등

△ 회계사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32+1통의 편지 / 야마다유 글 / 비룡소 / 1만원"내가 어릴 때는 농담으로라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라고 말하면 부모님께 크게 혼이 났는데, 요즘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가 늘었다"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해 딸에게 돈에 대한 철학을 전한다. '땀 흘려 번 돈은 귀한 것' '돈은 사람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있다' '영원한 부자는 없다' 등이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례, 공인회계사로서의 전문지식 등을 토대로 해 설득력 있다. 그는 "돈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도구로서의 돈. 둘째는 바로 경제적 가치를 재는 기준으로서의 돈이다. 1000원짜리 고기와 1만원짜리 고기, 연봉 2000만원짜리 사람과 2억원짜리 사람. 사람이나 사물 모두 돈의 둘째 얼굴을 기준으로 가치가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의 둘째 얼굴이 무서운 이유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라고 지적한다. 돈 앞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돈이 자신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외에도 보험과 연금, 주식 투자 등 살아가면서 부닥치게 될 구체적인 경제 문제들이 골고루 다뤄졌다. 편지글 구석구석에 뚝뚝 묻어나는 애틋한 부정(父情)은 기분 좋은 덤이다. △은하철도 999의 기적 / 류호선 글 / 시공주니어 / 7000원"인생은 축구와 같다. 전반에 잘 풀리다가도 갑자기 후반에 가서 지는 때가 있고, 정말 풀리지 않는 경기를 하다가도 연장전에서 통쾌한 골을 넣어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니 미리 실망하지도 말고, 기뻐하지도 말자." 문석이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다. 축구선수였던 아빠가 경기 도중 쓰러져서 식물인간이 된 지 오래다. 동화 속 아빠는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전 롯데 자이언츠 포수 임수혁 선수가 모델이라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언제 아빠의 의식이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문석이가 의지하는 것은 TV 만화 '은하철도 999'.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이 돼 메텔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로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철이처럼 '생명'을 위해 은하철도에 오르고 싶은 문석은 급기야 자신을 도와줄 메텔을 찾아 나선다. 아빠 병실에 가서 '마법의 먼지'를 뿌리면서 아빠가 일어나길 소망하는 장면, 딸의 단어카드를 만들어주다가 '아버지'란 단어를 보고 엄마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책의 곳곳에 가족애를 일깨우는 뭉클한 순간이 숨어있다. 내용은 묵직하지만 밝고 다채로운 그림이 더해져 긍정과 희망의 주제의식이 잘 전달된다. △ 세상을 뒤흔든 31인의 바보들/ 장 베르나르 푸이 글 / 녹색지팡이 / 9000원"이 학생에게선 그 무엇도 기대할 게 없다. 공부와는 완전히 담 쌓은 얘야" 주위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다면.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 대부분은 괴롭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실망시켰던 이들, 즉 괴짜, 게으름뱅이, 열등생 등의 평가를 달고 살았던 이들이 세상을 뒤집어놓을 만한 위인이 됐다.이 책은 위인 서른한명의 이야기를 통해 천재와 둔재는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내가 국립음악원 시험에 떨어져 음악을 포기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끝장을 보아야 한다니까!"음악가 베르디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도 통쾌하다.2007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이다. 인물의 특징을 재미있게 살려 그린 초상화가 시선을 잡아 끈다. △ 우리집은 시끌시끌해 / 앤 맥거번 글 / 보물창고 / 9500원피터 할아버지네 집은 온통 시끄러운 물건 투성이다. 침대는 삐걱거리고, 마룻바닥은 삐그덕거린다. 심지어 그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 찻주전자 내뿜는 콧김 소리에도 성가시다며 불평이다. 견디다 못한 피터. 급기야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현자는 전혀 엉뚱한 해결책을 주문하는데….오히려 소, 당나귀, 양 등의 울음소리로 할아버지네 집이 더욱 시끄러워진다.얼핏 보면 "이런 바보가 어디 있어?"라며 비웃을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볼 것. 중요한 것은 늘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칼데콧 아너 상'과 '칼데콧 상'을 모두 받은 화가 심스 태백도 한몫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풍자적인 삽화가 엉뚱한 논리, 엉뚱한 지혜와 맞물려 그 재미를 한껏 더한다.

  • 주말
  • 이화정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이코노믹 씽킹 등

△ 이코노믹 씽킹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1만3000원왜 올해의 신인왕은 다음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걸까? 왜 우유팩은 사각형이고 콜라 캔은 원통형일까? 왜 남성복 단추는 오른쪽에 있는데, 여성복은 왼쪽에 있는 걸까? 궁금하다.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 교수가 몇가지 경제 원리로 단 번에 꿰뚫는 사고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책은 프랭크 교수가 지난 20년간 아이비리그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줬던 사례들을 모은 것이다. 과제의 조건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상한 현상들을 채집해 올 것’ ‘그것들을 간단한 경제 원리로 설명하되 500단어를 넘기지 말 것’ 등이었다. 아이비리그 수재들이 받았던 실제 경제학 강의의 정수이자, 그들을 세계 1% 비즈니스 리더들로 키워낸 아이비리그식 사고법인 셈이다. △ 환생 프로젝트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김영사 펴냄/9900원내가 환생을 했는데, 하필 개미로 태어났다면?! 그건 개미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나 말고도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흔해 빠졌다고? 정치가? 범죄자? 그들은 장에 사는 박테리아로 환생했단다. 독일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환생 프로젝트」. ‘환생’이란 동양의 세계관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 독창적인 소설이 태어났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파란만장한 환생 체험기.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만드는 놀라운 소설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예술과 사랑, 역사와 지식의 퍼즐

조선 화단의 혁신적 화풍을 이끈 두 천재화가 김홍도 신윤복. 당대 이름을 떨친 궁중화원 김홍도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는 베일에 싸여있다. 그는 왜 항상 여인들을 그렸을까? ‘모나리자’나 ‘진주 귀고리 소녀’ 보다도 더 매혹적인 ‘미인도’. 단 두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스승과 제자이자, 치열한 경쟁자였던 두 천재화가의 대결이 되살아난다. 소설 「뿌리 깊은 나무」로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정명이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이다.‘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의 제자였고, 나는 그의 스승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배웠고, 그는 나를 가르쳤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눌 유일한 친구였고, 죽도록 이기고 싶은 경쟁자였고, 정욕으로 뜨겁게 불타는 연인이었고, 넘고 싶은 벽이었다. 죽어서도 넘지 못할 높은 벽. (…) 나는 그를 사랑했을까? 아마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소설은 김홍도의 회한 섞인 목소리로 시작된다. 조선 사회 전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던 격동의 18세기 후반. 김홍도와 신윤복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의 화풍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서로 달랐다. 김홍도가 서민들의 건강한 삶을 단순하고 힘있는 필치로 그렸다면, 신윤복은 여인들의 내밀한 삶을 세련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화풍만큼 삶도 달랐다. 이름을 떨친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은 ‘속된 그림을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후문만 떠돌 뿐, 역사 속에 남은 기록은 ‘신윤복. 자 입보. 호 혜원, 고령인. 부친은 첨사 신한평.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 부친 신한평은 화원이었다’(오세창 「근역서화징」)는 것이 유일하다.왕실과 조정을 둘러싼 고위층의 음모에 연루된 두 천재화가. 이들의 그림과 함께 보는 물러날 수 없는 대결이 흥미롭다. 그림에 대한 신윤복의 사상과 신념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다. 홍도 :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윤복 :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바람의 화원」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당시 시대상과 제도는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일부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은 소설적 개연성을 위해 재구성했다.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외로운 천재. 지금에 와 엿보는 그들의 삶은 늘 매력적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09.28 23:02

[책의 향기] 연휴, 지나간 시간을 찾는 책여행

추석 연휴, 우리 정서를 가득 담은 책 한 권 어떨까. 한국의 전통,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들을 엮어봤다. 꽉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 나른한 방 안에서, 긴 연휴 동안 긴 호흡으로 떠나는 책여행이다.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솔출판사 펴냄/1만3000원우리 옛 그림 감상책. 1999년 처음 발간돼 대중적인 예술교양서로 자리잡았다. 개정판에는 기존의 흑백그림들을 올컬러로 바꾸고 더 큰 판형으로 실었다.지은이가 제시하는 ‘옛 그림 잘 감상하기’의 두가지 원칙. 옛 사람의 눈길로 그림을 바라볼 것, 옛 사람의 마음으로 작품을 느낄 것.△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조은수 지음/창비 펴냄/9500원옛날 아이들은 뭘 하면서 놀았을까? 조선시대 풍속화를 통해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쉽고 재밌게 풀었다.놀이, 구경거리, 농사일, 옛 장인들의 모습, 장사꾼의 모습, 마을 풍경 등 총 9개 장. 풍속화 61점이 컬러화보로 담겼다.△ 손 안의 박물관이광표 지음/효형출판 펴냄/1만2000원‘처음 만나는 문화재 책’이란 부제가 붙었다. 책 속의 질문과 해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문화재에 대한 정보가 머리 속에 들어온다. 문화재 이해를 위한 핵심적인 기초정보 ‘문화재 돋보기’, 문화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테마 문화재 답사 지도’ 등도 흥미롭다. △ 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져올까박영수 지음/프리미엄북스 펴냄/8500원사소하지만, 우리 주변의 생활과 의식 속에 담긴 ‘행운’과 ‘금기’에 얽힌 지혜. 저자는 “문화풍속에는 동서양 가릴 것 없이 행운은 자랑하지 않아야 지켜진다는 겸허의 미덕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 여보 양반님네 첩으야 집으로 놀러를 갔소?서현숙 엮음/깊은강 펴냄/1만2000원엮은이가 KBS제1라디오 ‘문화살롱’을 제작하면서 직접 취재했던 전통연희를 소개한다. 동해안과 내륙지방, 남해안, 서해안 등으로 나눠 각 지역에서 행해지는 각종 굿과 놀이를 가사와 현장 사진과 함께 실었다.

  • 주말
  • 미디어팀
  • 2007.09.21 23:02

[책의 향기]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 올 추석부터

여자들은 부엌을 들락날락거리며 한 끼에 서너번씩 밥상을 새로 차려내고, 남자들은 자리잡고 앉아 화투를 치거나 술잔 돌리기에 바쁘다. 명절이면 그려지는 뻔한 그림. 우리 아이들 머리 속에는 엄마는 ‘당연히 일 해야 하는 사람’, 아빠는 ‘당연히 일 하지 않는 사람’으로 굳어지게 된다. 추석 연휴, 이 책 한 권으로 뻔한 그림에서 탈출해 보자. 마당 한 가운데 후박나무가 잎을 드리우고 있는 연하네 집, 「후박나무 우리 집」(창비)이다. 할아버지는 제사상을 차릴 때마다 “연하가 아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선생님인 아빠와 엄마는 똑같이 일하고 들어오지만, 아빠는 TV를 보고 엄마는 또 일을 한다. 집안일 말이다.학교와 가정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남녀차별의 문제들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펼쳐놓은 「후박나무 우리 집」. 책을 쓴 고은명씨도 어린 시절 “저 놈이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자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늘 누군가와 다퉜다. 딸을 낳고 나서는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여자들이 “여자애가 왜 그렇게 나대냐, 여자애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는 말을 들을 때, 남자들은 “남자애가 왜 그렇게 숫기가 없냐, 남자애가 뭘 그런 것 갖고 우냐…”는 말을 들으며 컸다. 여자로 산다는 것, 남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 그는 “내 또래 여자 아이들이 차별 받는다고 느끼며 자랄 때, 그만큼 남자 아이들은 과도한 관심과 의무에 힘들어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낸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 등 누구와도 더불어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박나무 우리 집」은 제6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창작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남녀가 친구처럼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산뜻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 풍속에 대한 넘나듦을 통해서 페미니즘적 주제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고 평했다.남녀차별 없는 세상. 올 추석부터 시작하자. 「후박나무 우리 집」이면 세상이 행복해 진다.

  • 주말
  • 도휘정
  • 2007.09.21 23:02

[책의 향기] '눈길...이청준 문학전집5' - 류보선 교수

일찍이 시인 고은은 자신의 자전소설인 ‘나, 고은’에서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말하며 “고향! 그것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다 돌아오게 할 힘이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고향은 아무런 힘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곳에 마냥 그대로 있기만 하는 고향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고향은 현실세계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을지는 모를지라도 때로 측량하기 힘든 위대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귀향이다”라는 노발리스의 말을 빌자면 고향은 계산속에 찌든 영혼을 정화시킨다. 그러니까 고향은 한 개인을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로 만드는 것인데, 그것은 이청준의 ‘눈길’을 보아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눈길’은 몇년 전 ‘이청준 문학전집’을 간행하면서 이청준의 소설 중 ‘고향 풍경’, 혹은 ‘귀향 풍경’을 다룬 소설만을 한 자리에 모은 소설집이다. 어느 자리에선가 작가 이청준은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자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그 고향의 얼굴이라 할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없”다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거니와, 그 정도로 고향을 자신의 소중한 문학적 원천으로 여기는 작가가 바로 이청준이다. 그런데 ‘눈길’에는 ‘고향’이 키운 작가 이청준이 고향에 대해 느낀 절망과 분노, 그리고 회한과 황홀경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눈길’에는 지금,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 이청준의 정신적인 성숙 과정이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는 셈이다. 물론 ‘눈길’의 모든 작품이 ‘고향’을 예찬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애초에 작가에게 고향은 ?살아 있는 늪?마냥 젊은 패기와 활력을 가두는 감옥, 또는 늪이기도 하고, ‘새가 운들’ 모양 무언가 항상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원죄의식과 부끄러움’의 터전으로 비쳐진다. 뿐만 아니라 ‘귀향연습’에서 볼 수 있듯 ‘연습’을 해서 돌아갈 정도로, 그러니까 ‘금의환향’ 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세속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작가 이청준에게 고향이 자신의 본래성을 귀환시키는 존재이해의 빛으로 다가온다. 다름아닌 ‘눈길’을 기억하고 추억하면서부터이다. 다시말해 한없이 아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눈길’, 그리고 어머니와 자신의 발자국만 있는 신새벽 신작로의 ‘눈길’을 떠올리면서부터이다. 바로 이 두 ‘눈길’과 조우하면서 이청준의 소설은 비로소 고향을 비본래성에 감춰져 있던 존재를 현현시키는 공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러니까 ‘고향’을 세속 사회를 비추는 영원한 타자, 혹은 거울로 받아들이면서부터, 이청준의 소설은 매순간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으며, 드디어 한국문학의 위대한 봉우리로 우뚝 솟았다. 위대한 고향의 힘이자 고향의 위대한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큰 명절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이즈음이다.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지옥 같은 여정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귀향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마도 잠시동안이나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일 게다. 비록 고향이란 곳이 물질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는 못해도 그곳은 언제 항상 우리가 얼마나 유년의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부터 멀어졌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매번 귀향한다. 돌아가서 영혼을 정화하여 전보다는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채비를 하기 위해. 문득, 이 큰 명절에도 돌아갈 고향이 없는 내가 가여워진다. 사족 하나. 고향을 영혼의 거울 삼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위대한 작가 이청준 선생이 현재 거친 육체적 질병과 투쟁중이라는 전언이다. 쾌차를 빈다. 그리고 더욱 더 자주 ‘귀향’ 하셔서 더 기념비적 작품을 남기시기를!/본지 서평위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7.09.21 23:02

[책의 향기] 간찰

전라도 부안에 살던 김지수는 출산을 하기 위해 친정으로 온 딸의 근황을 사돈에게 편지를 보내 알리고 있다. 산후증에 시달리고 있던 딸을 간호를 위해 친정아버지는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지수는 사돈이 알려준 대로 연달아 약 10여 첩을 썼으나 효험을 보지 못하는데 이것은 사위가 보고 갔으며, 그 후 계속 고생하다가 수일 전부터 기력이 더욱 없어지고 음식도 따라서 줄어서 걱정이 작지 않다고 하고, 그러니 빨리 사위가 와서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의 노력에도 딸의 병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김지수는 다시 사돈에게 편지를 보내 약 처방을 요구하였다. ‘딸은 부안에서 돌아온 후 간신히 지내고 있으며 여름 이후로 병이 더 심하여 사위가 간 후 약효는 커녕 전신의 관절이 끊어질 듯 아프고 사지는 펴지 못하고 맥락은 서로 통하지 않는 것 같으며, 혀뿌리와 이도 잘 맞지 않아 말소리가 전보다 더 더듬거리며 가슴 속의 열기도 간혹 위로 치민다고 하고, 최근에 보익탕(補益湯)을 몇 첩 먹었으나 그 쪽에 용한 의원이 있으면 처방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김지수와 사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지수의 딸는 아기만 남기도 죽어버렸다. 딸이 아이만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나버리자 김지수는 엄마 없는 아이를 기르는 사돈의 상심을 위로하고, 집에 안주인이 없으면 살림이 어려울 것이니 상이 끝나는 대로 좋은 혼처를 골라 재혼을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위가 틈을 내어 한 번 온다고 하고는 오지 않는다고 하고, 그러나 와서 외로운 무덤을 보면 어찌 처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감히 바랄 수도 없다고 했다.자식을 먼저 보내버린 아비의 슬픔과 딸이 남긴 자식들을 키워야 하는 사돈과 사위의 걱정, 죽은 딸의 무덤에 사위가 오기를 바라면서도 차마 바랄 수 없다는 애틋한 심정이 사돈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딸 가진 죄인이라는 아비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출산과 딸의 사망, 사위의 재혼, 매장 등 결혼으로 맺어진 두 가문의 걱정까지 김지수는 대못을 가슴에 삼키면서 담담하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딸의 매장에 관련된 서류까지 면사무소에 발급받아 사돈에게 보내어 호적을 정리하도록 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사돈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컴퓨터의 사용이 일반화 된 마당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향수가 되어버렸다.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언제 편지를 써 보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게 현실이다. 메일이 아닌 편지 그것도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 이런 문화를 살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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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9.14 23:02

[책의 향기]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Richard Bach)가 1970년 미국에서 발표한 <갈매기의 꿈>(원제: Jonathan Livingston Seagull, 류시화 역, 현문미디어)은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판매를 앞질렀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의식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70년대 초 국내에서 정현종 시인의 번역본에 ‘갈매기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래 같은 제목으로 현재 출간되어 있는 번역본만 30종이 넘는다.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베리처럼 전직 비행사였던 리처드 바크는 초기에 열여덟 군데의 출판사들로부터 이 책의 출간을 거절당했다. 미국 서부해안의 젊은 세대들이 손으로 베껴가면서 이 작품을 돌려 읽기 시작하더니 그것이 몇 해에 걸쳐 일반인들에게로 퍼져 나갔고 결국 “더 멀리 보기 위해 더 높이 날기를 꿈꾸는” 사람들의 성서가 되었다. 역자 류시화는 이 소설이 기존 질서에의 순응보다는 진정한 삶을 향한 껍질 깨기를 권하며 모든 인간이 위대한 가능성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일단의 성직자들은 이 소설을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의 죄로 가득 찬 작품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승 갈매기 치앙이 조나단에게 “천국은 완전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하며 완전한 내적 자유의 추구를 권하는 모습은 예수가 “하늘의 아버지처럼 너희도 완전한 자가 되어라”라는 성서의 구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대는 높이 날아올라 사랑과 자비의 의미를 알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하던 치앙은 떠나고 조나단도 떠나지만, 치앙에서 조나단으로 조나단에서 플레처로 깨달음이 전해지는 설정은 선가(禪家)에서의 의발(衣鉢)의 전수를 연상시킨다. 오직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하던 갈매기들 무리의 질시와 냉소를 뒤로 하고 떠나, 비행 그 자체의 참 의미를 찾아 고독하고 치열한 구도의 길을 택한 조나단이 스승 치앙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거에 자신을 추방했고 여전히 서로 투쟁하고 불평하고 있는 옛 무리로 되돌아온다. 이것은 십우도(十牛圖)에서, 저자에 들어가 중생을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입전수수(立廛垂手)의 경지와 방불하다. “플레처는 자신의 제자들을 엄격한 눈으로 바라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그들 모두를 진정한 모습 그대로 보게 되었으며 자신이 보는 것 그대로를 사랑했다”라고 소설은 끝맺는다. 바크의 소설을 필사해서 돌려보았다는 미국 서부 해안의 젊은 세대들이란 바로 새로운 가치에 목말라하며 동양사상에도 심취하였던 히피의 후예들이었다. 인간이 모름지기 진정한 깨달음을 통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바크의 메시지는 과연 시대를 초월하고 문화와 종교와 유행을 뛰어넘는다. 70년대 한국, 그 엄혹한 시절에 얄팍한 이 한권의 책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한 존재가 내적 성장을 추구하여 영혼의 고양과 초월을 이루는 과정을 우화 형식으로 절묘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필자에게도 어떤 교본 같은 것이었다. 팝가수 닐 다이아몬드의 노래가 배경에 깔린,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브상, 그래미 상을 수상한 동명의 영화도 다음과 같은 헌사로 시작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살고 있는 진정한 조나단에게.” 꿈과 이상을 키워가기 너무도 어려워진 이 시대, ‘이태백’을 넘어 ‘이구백’이 된 시대에, 단지 먹고 사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을 추구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이 시대를 뛰어 넘어 오늘 여기의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 그러나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본지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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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14 23:02

[책의 향기]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그의 이름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Guevara de La Serna).내가 읽었던 책의 절반은 군대에서 읽은 책들이다. 1999년 극단에서 연극을 시작하고 그 해 가을,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연극을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게 뭘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배우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군대에서 기회가 된다면 책을 많이 읽고 부족한 언어영역을 조금이나마 공부하자는 맘을 갖게 되었다. 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기회가 날 때 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29번째 만난 책은 너무도 두꺼웠다. 668페이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저걸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체 게바라 평전」. 우연히 친구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참 두꺼운 책을 읽는구나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 쳤는데 몇 일이 지나니까 그 책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친구가 다 읽어갈 때 쯤 난 조심스럽게 말을 던졌다. “다 읽으면 빌려줘! 빨리보고 줄게”. 운행을 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야간 운전할때도 졸음을 없애기 위해 쉴때면 책을 읽었고, 다음이 궁금해서 빨리 운행을 마치고 읽곤했다.체 게바라, 비교적 순탄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한 개인이 젊은 시절 믿는 바를 위해 기꺼이 총칼의 전장으로 나아가 끝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용기 있는 삶을 살았다. 1928년 아르헨티나 출생. 의사에다 혁명가, 게릴라 전술가, 쿠바 국립은행 총재, 재무장관, 외교관까지…. 39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이 모든 걸 이뤄냈다. ‘전사 그리스도’, ‘베레모를 쓴 제임스딘’, ‘라틴 아메리카의 돈키호테’…. 그를 지칭 하는 말들이다.체 게바라는 나의 돈키호테다. “우리는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나의 꿈에는 어떠한 한계도 없을 것이다.”「체 게바라 평전」 을 읽는 동안 난 자신감을 얻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확신을 갖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미래에 대한 불가능한 꿈을 키워가고 이루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박영준 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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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9.14 23:02

[책의 향기] 구젱기닥살 등

△구젱기닥살 / 황복실 글 / 샘터 / 8000원제주도보다 더 아래에 있는 우리 나라 남쪽 끝 마을 마라도. 주인공 솔뫼는 태어나 한 번도 마라도를 벗어나 본 적 없다. 자신의 새까만 얼굴, 절뚝거리고 다니는 모습. 그는 참 싫은 게 많다. 아빠를 삼켜버린 바다도 밉고, 엄마가 도망쳐 간 육지는 더더욱 밉다. 하지만 그를 지탱하게 한 건 자신을 친자식처럼 여기는 큰엄마, 큰아빠 때문. 육지에서 건너 온 동갑내기 친구 '하나'와도 속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솔뫼는 제주 4ㆍ3 사건 때 가족을 잃고 정신이 나가버린 맹순 할머니, 회사가 부도나 서울에 가족을 남겨 둔 채 마라도로 온 성재 아저씨 등을 만나면서 저마다 가슴 속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미움으로 가득찼던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연다. 섬 마을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다채로운 인물과 사건, 풍성한 제주도 사투리를 섞어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제목인 '구젱기닥살'은 소라 껍데기의 제주도 사투리다.△ 집요한 과학씨, 동물 행동을 관찰하다/박영철·이케다 히로시 글 / 웅진주니어 / 9000원 배자바구미는 나뭇잎이 흔들려 땅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땅에 떨어져 몸을 웅크린 채 죽은 척한다. 너구리는 사람을 만나면 몸을 뻣뻣하게 굳혀 죽은 체한다. 이 행동은 약 3분 정도 계속된다. 동물들은 왜 이런 몸짓을 하는 것일까. 그건 살아남기 위해서다. 검은등제비갈매기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마치 바둑알처럼 그 간격이 똑같다. 먹이를 먹을 때 누군가 먹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다. 동물의 몸짓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설명함으로써 동물의 세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거리 두기, 죽은 체하기, 털 다듬기, 표시하기, 과시하기 등으로 나누어 신비로운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 몸짓의 깊은 뜻에 대해 설명한다. 초등학교 2∼4학년용이지만, 청소년이나 어른이 읽어도 재밌다.△ 고조선을 왜 비파형 동검의 나라라고 하나요 / 송호정 글 / 다섯수레 / 7500원 모든 한국사 책 첫머리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 고조선. 하지만 고조선에 대한 궁금증이 속 시원히 풀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밝혀진 것도, 배운 것도 많지 않기 때문. 이 책은 '고조선 박사'인 한국교원대 송호정 교수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문답식 해설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비파형 동검'이 뭘까. 칼날 중간은 뾰족하고, 칼몸 가운데에 위아래로 볼록한 돌기가 있는 모습이 옛 악기인 '비파'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동검은 기원전 8~7세기 이후 랴오둥(요동) 지역의 청동기 문화를 특징짓는 탁자 모양의 고인돌, 미송리형 토기와 함께 등장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비파형 동검이 발굴되는 지역을 대략 고조선 문화권으로 보고 있다. 고조선 사람들은 쌀·조·기장 같은 곡식으로 밥과 죽을 해 먹었고, 사발·보시기·독 등 여러 가지 그릇을 쓰는 등 생생한 생활사도 빼놓지 않는다.△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지음 / 보물창고 / 9800원고약한 트레피트 부부가 운영하는 복스톤 크릭 고아원에서 자란 댈러스와 플로리다는 말썽꾸러기 쌍둥이. 이들 남매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더 이상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는 고아원 남매를 자신들의 여행에 동행시키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한 가족이 된 이들은 '공공의 적'이었던 고아원 원장 트레피트를 향해 복수극을 준비, 통쾌하게 성공시킨다. 책은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다. 저마다 조금씩 부족한 점을 지닌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여 관계를 맺는 순간 '각자'에서 '우리'가 된다. 아이와 어른의 성장소설인 셈이다. 지난 2002년 영국 최고의 도서상 '카네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7.09.1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