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마시는 술 위해 표준화·스토리텔링 필요"
일본발 막걸리 붐이 일면서 막걸리 산업이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백화점에서 햅쌀로 담은 막걸리 누보가 포도주인 보졸레 누보보다 5배 이상 판매돼 국내에서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본보는 그동안 6차례에 걸쳐 막걸리 산업의 성장과 국내의 선도 업체, 지난 9월 수출길을 연 도내 막걸리 업체 등을 살펴보았다.
막걸리 시장의 확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맥주·와인·사케 등 벌써 세계적으로 산업화를 이룬 술처럼 표준화의 문제가 시급하다. 더욱이 쌀의 잉여생산과 활용방안 및 막걸리 활성화가 맞물리고 재료의 전통성 등의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막걸리 산업의 현재를 짚어보고 도내 막걸리 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 등을 모색하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 김재호 팀장(사회)= 사양산업이던 막걸리 산업이 다시 인기를 얻었는데 각계에서 바라보는 현황은 어떤지.
△조재선 회장(조 회장)=막걸리 산업이 호황을 맞아 일부 업체는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서울탁주나 이동주조 등은 오히려 거품이 꺼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생산시설의 증설에 신중하다. 대도시에 알려진 브랜드는 20여개인데 시장은 너무 들떠 있는 상태다.
△차연수 학장(차 학장)= 음식과 음료에도 유행이 있다. 막걸리도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려면 와인·사케를 벤치마킹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수호 회장(하 회장)= 전주 막걸리도 수출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수출국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언기 국장(고 국장)= 전주의 막걸리도 품질의 발전을 이뤄 고무적인 성장을 했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 사회= 최근 막걸리는 맛과 포장 등이 다양하다. 하지만 살균·유통 문제 등에서는 그동안 막걸리에 대한 연구 개발이 미진했다. 전북은 어떤 수준인가.
△하 회장= 막걸리 수출 업체의 고민은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일이다. 수출용은 살균 막걸리이지만 생막걸리의 영양학적인 가치가 높은 만큼 전주 막걸리도 최근에는 유통기한을 10일에서 30일로 연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사실 그동안 업계는 시설·연구 등에는 인색했다. 대도시의 업체도 보수적인 탓에 투자를 꺼려한다. 업계에서 연구 개발은 손을 놓은 상태였다. 도내 50여개 업체가 있지만 알려진 브랜드는 10여개다. 사선·번암·남원·청둥소리 등이 있지만 대부분 열악하다. 연구 개발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 회장= 붐이 일기 전까지는 막걸리 산업이 사양산업이었다. 업체가 품질·유통과정 등의 기술적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물론 자금 등 여력이 없어서 못하기도 했다. 수출용도 살균 막걸리다. 열처리 등을 하면 신선미가 떨어지고 맛 또한 달라진다. 현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룩·균류·도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탁주의 특성상 국민주로 자리잡기는 다소 어렵다고 본다. 알코올 도수 제한을 풀어 지금은 10도가 넘는 막걸리도 호응을 얻어 다양화가 이뤄지는 등 소비자 기호에 따라서 기술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차 학장= 외국에는 다른 나라 전통주를 연구하는 학과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막걸리 연구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를 연구한 학자가 거의 없었다. 와인도 십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홍보해 세계적인 술이 되었다. 성공한 뒤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따른다. 전주 막걸리도 건강·문화·멋이 어우러진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고 국장= 학계·업체·정부 등 그 누구도 연구할 생각을 안 했다. 정책 입안의 경험도 없었다. 중앙 정부·자치단체·기업·대학이 연계해야 한다.
◆ 사회= 대부분 지역의 막걸리는 지역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막걸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품질과 함께 문화·마케팅이 중요하다. 고급화·차별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조 회장= 술도 식품이다. 식품은 식생활 패턴과 맞아야 한다. 원료의 품종 등에 얽힌 사연·유래 등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 현재 막걸리는 표준화된 품질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였다. 외래주는 몇십년 동안 연간 수십억원 이상 투자를 하지만 국내 전통주는 전무한 상태였다. 이름 난 막걸리는 맛은 일품이지만 다 다르다. 품종·성분의 정도나 탁도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를 주도적으로 할 기관이 명확하지 않다. 탁주도 쌀 소비와 연계해 고급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걸리 마시는 법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토리 텔링과 표준화가 관건이다.
△차 학장= 막걸리도 과학적으로 영양학적 가치를 증명하고 한 브랜드와 같이 부각시켜야 한다. 와인이 많이 팔리면 치즈도 덩달아 매출이 늘어난다. 와인은 효능 뿐 아니라 소물리에, 마시는 온도, 잔의 모양 등 풍부한 이야기를 수반한다. 막걸리도 만들 때 어떤 성분이 작용하고 무슨 효능이 있는지 화학·생물학적 검사를 비롯해 조리학·역사·디자인 등 민·관·학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으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브랜드화에 성공할 수 있다.
△고 국장= 문화예술과 음식을 조화시키고 맛의 다양화와 함께 젊은층이나 중년층 등으로 목표층을 정해야 한다. 막걸리를 한 손으로 간편하게 따를 수 있는 용기의 현실화와 고급화도 필요하다. 한지·한옥도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기관의 인증제도가 절실하다.
◆ 사회= 앞으로 전북 막걸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조 회장= 전북은 복분자주로 이미 성공한 바가 있다. 막걸리는 쌀의 고장에서 해야 하는 만큼 전북의 입지조건은 막걸리 산업에 적격이다. 하지만 소비량이 낮아 전체 국내 시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에서 학계와 기업 등에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고 국장= 연구개발은 술박물관과 전주생물소재연구소·대학교에서 하고, 기업은 제조, 자치단체는 제도적 지원을 하는 민관학의 협력 체계가 가능하다. 또한 차별화를 하려면 우리쌀을 원료로 했다는 점을 고집해야 한다. 전주시는 전주 막걸리의 판로 개척을 위해 항공사 진출 모색 등 마케팅에 주력하겠다. 중앙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 적극적으로 전주 막걸리를 알리고 있다.
△차 학장= 전주 비빕밥과 전주 막걸리는 함께 가야 한다. 막걸리 연구센터를 만들어 식품·조리·영양 등을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교류하는 등 관계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하 회장= 전주는 자치단체가 막걸리 산업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주주조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 최근에는 수도권의 유명 백화점에도 진출했다. 막걸리는 단순한 발효식품이 아닌 한식의 세계화와 더불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막걸리 산업의 발전은 결국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며, 농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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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 13일 오후 2시
※장소: 전북일보 편집국
※참석자
-고언기 전통문화국장 -조재선 ㈔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 -차연수 전북대 생활과학대학장 -하수호 전주주조 회장
※사회: 김재호 경제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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