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숙희(서남대 교육대학원 강사)
이번 6·2 지방선거는 민심을 확인한 자리가 됐다.
결과는 민주당 압승, 한나라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만을 당선시켰으나, 이것마저 완패나 다름 없다. 서울에서 25개 전 구청장을 휩쓸었던 4년 전과 비교해 볼 때 한나라당은 단지 4곳만을 차지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선거 승리를 통해 차기, 그 다음 차기 대통령 후보를 노렸던 두 사람에겐 뼈아픈 일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의회와 도의회마저도 야당이 장악함으로써 정책 주도권도 상실한 상태다. 이는 민심을 일지 못한 이명박 정권의 자만에 대한 민심의 응수다. 이로써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강하게 각인된 기억만 남고 , 나머지는 쉽게 잊는 '선택적 기억'을 한다. 특정한 것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고 당장 급한 부분에만 관심이 쏠려 그것만 기억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꼭 이와 같은 형국이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영향이 크다. 민주당을 밀어준 것은 민주당이 잘 해서라기 보다 이명박 정권의 독재를 막으려는 민심의 선택이었다.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이 환호하기엔 아직 이르다. 민주당에게 대오를 가다듬어 다시 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거슬러 생각해보면 민주당은 여권을 견제하려는 의지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야권 연대도 뒤늦게 이뤄져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했다. 경기도지사 단일화 협상만 봐도 너무 늦은 감이 있었고, 서울시장 선거도 진보신당과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노회찬 후보와 단일화를 못 이뤄내 한명숙 후보가 서울 시장에 당선되지 못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를 두고도 우유부단한 자세로 일관했다. 천안함 사건은 안보에 커다른 구멍이 난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여권에 의해 끌려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부자 중심 경제정책, 민주 역행 정책, 남북대결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한 야당으로 여당의 튼실한 견제세력이 돼야 한다. 이번 표심은 이명박 정권의 독선·독주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비판하는 강한 바람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하나. 야권 통합 또는 연대라는 숙제도 남아 있다. 강한 여당에 맞설 야권 연대의 필요성은 시급한 일이 됐다. 때문에 지금부터 철저한 공부와 고민을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로 되살아난 정치에 대한 민의를 저버린다면, 시민들은 또다시 민주당을 심판할 게 분명하다.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나숙희(서남대 교육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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