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3 05:44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산업·기업
일반기사

[다시쓰는 전북 기업사] 페이퍼코리아 ⑤한국합판 고려제지 인수

'고려제지'공매입찰… 1973년 '세대제지'로 새출발

1969년 2월 일본에서 새로 도입한 초지기. (desk@jjan.kr)

고려제지 군산공장을 인수한 조흥은행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종업원들의 조속한 공장 정상화 요구에도 새 경영주를 찾는 작업이 차질이 빚으면서 군산공장은 1년여 동안 조업 중단 상태가 이어졌다.

조업중단 장기화는 종업원들 문제 뿐 아니라 신문용지의 수급불균형이란 부작용을 야기했다.

새로 출현한 전주제지가 생산량을 계속 증가시켜 나갔지만 아직 고려제지 군산공장의 생산량까지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조흥은행에서 인수해 관리해오던 고려제지 군산공장을 실수요자에게 넘겨주기 위한 공매입찰이 1973년 2월 20일 열렸다.

이에 앞서 주관부서인 재무부에서는 한국합판(대표이사 고판남)과 대한교육보험, 전주제지 등 3개 업체에 응찰자격을 주고 지명경쟁입찰을 시켰다.

이날 열린 공매입찰 결과 37억7000만원으로 응찰한 한국합판이 고려제지 군산공장의 새 주인이 되었다.

입찰전부터 이미 고려제지는 타 도 사람에게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지역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요, 요구였다고 한다.

이들은 전주제지가 타도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1973년 세대제지공업주식회사 현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desk@jjan.kr)

 

고려제지가 도산 폐업한 후 실직상태에 있던 종업원들이 군산공장을 이 지역인에게 불하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체를 조직해 관계당국과 교섭을 벌였다는 것.

사실 여부는 분명치 않으나 재무부가 지역 여론을 받아들여 이 지역의 대표적 토착기업인 한국합판에 군산공장이 넘겨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재무부의 특별한 배려로 고려제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합판은 종업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청산해주고 각자로 부터 입사원서를 받아 새로 채용하는 형식으로 고용승계를 하면서 명실상부한 새 주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려제지를 인수한 한국합판은 인수 당해인 1973년 3월 제지사업을 전담할 세대제지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로써 고려제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한국합판 계열의 세대제지주식회사가 들어섰다.

새로 창립된 세대제지는 신규 채용절차를 통해 제지공장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한 다음 관리직 및 현장 기술직의 부서 책임자들을 임명했다.

그러나 부서 책임자급은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거의 관례로 돼 왔기 때문에 기존의 부서 책임자급 뿐 아니라 일반 종업원들도 향후 거취에 매우 불안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대제지는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스카웃해 오지 않고 오히려 고려제지에서의 직책을 최대한 유지토록 배려했다.

새로 출범한 세대제지는 기술진의 편성에 이어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 및 보수작업에 착수했다.

고려제지 군산공장의 초지시설은 1972년 8월 이후 조업을 중단한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세대제지는 2달간의 보수작업을 거쳐 1973년 5월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내 최대 생산량을 자랑했던 고려제지의 옛 위상은 되찾을 수 없었다.

기존 연간 생산능력인 2만톤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신문제지업체 중 가장 후발주자였던 전주제지가 그 사이 생산능력을 6만톤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의 신문용지 생산시설 용량은 11만7000톤으로 전주제지가 전체의 51.4%를 차지한 반면 세대제지는 17.1%에 그친 것.

거의 30%선을 유지해왔던 군산제지 시절의 점유율에 비한다면 43%나 저하된 셈이다.

반면 전주제지는 세대제지와 대한제지(15.3%), 삼풍제지(16.2%) 등 나머지 3개 제지회사의 보유생산 능력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신문용지 생산업체 1위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전주제지의 성장에 자극받은 세대제지는 고려제지 시절 도입해 공장 구내에 야적돼 있던 새 초지기 조립공사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현규 kanghg@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