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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자격

BC 221년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BC 210년에 전국 순행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진시황은 죽기 전 변방 수비를 맡고 있는 장남 부소에게 편지를 썼다. 수비군을 몽염 장군에게 맡기고 곧바로 함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라는 것이었다. 조고가 대신 쓴 진시황의 서한은 봉인되었지만, 부소에게 편지를 전할 사자가 출발하기 전에 진시황이 사망했다.

 

이런 사실을 안 사람은 막내아들 호해와 승상 이사, 중거부령 조고 그리고 몇몇 환관이었다.

 

진시황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자주하는 맏아들 부소를 싫어해 변방 상군으로 쫓아버렸지만, 20여명의 자식 중에서 막내 호해만큼은 신임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진시황이 죽기 전에 호해에게 2세 황제를 물려준 것은 아니다.

 

막내 호해가 통일 진제국의 2세 황제가 된 것은 순전히 조고의 계략 때문이었다.

 

조고는 조나라 왕족의 먼 일가로 알려진다. 진나라에 의해 어머니가 사형당했지만, 조고는 화를 면했다. 조고는 어렵게 공부해 형법에 통달했는데, 이를 안 진시황이 그를 중용했다. 조고는 중거부령이 됐고, 호해 왕자에게 형법 등을 가르쳤다고 한다. 한 번은 조고가 중죄 혐의로 몽염 장군의 동생 몽의로부터 엄한 취조를 받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때 진시황이 조고의 능력을 참작해 용서해 주었다.

 

하지만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곧바로 배신했다. 진시황의 유언이 담긴 편지를 위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태자 부소와 중국 천하통일 전쟁에서 일등공신인 몽염 장군을 모략으로 죽였다.

 

조고는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뒤 승상 이사도 모함해 죽였다. 조고는 호해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모든 실권을 장악했다. 호해는 조고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결국 형을 죽이고 황제가 됐지만 무능한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어느날 조고가 많은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호해 황제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좋은 말을 한 마리 바칩니다”라고 말했다. 호해가 바보인 것은 아니었다.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느냐”며 다른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조고의 위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진실을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조고에게 죽임을 당했다. 조고의 악정에 반란이 일어나자 조고는 호해도 죽였지만, 결국 자신도 살해됐다. 진제국은 통일 15년만인 BC 206년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어찌 조고만 탓할 일인가. 호해의 잘못된 판단이 제국을 그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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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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