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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통장' 은행권 고객 유치 과열 경쟁

정부,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국민 반응 '시큰둥' / 전북 일부지점, 직원당 50~100계좌 가입 할당

정부가 국민들의 재산을 늘리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취지와 달리 반응이 미미하고 은행들의 과당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ISA를 놓고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경쟁에 따른 사전 가입과 무더기 1만원 계좌 양산, 이에 따른 실적 경쟁 등 갖은 부작용을 낮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판매 첫날인 지난 14일 하루에만 약 15만 명의 ISA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체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모두 합친 총 가입자 수(32만 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국 농협은행 지점이 12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한 지점 당 120명이 넘는 고객에게 ISA를 판매한 셈이다.

 

도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농협은 단위조합 농협 등을 통해 사전에 가입자 서류를 미리 받아 놨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이미 다른 은행들도 규모는 작지만 사전 가입자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출시 첫날 시중은행 창구는 상담만 하는 고객들만 간혹 눈에 띌 뿐, 직접 가입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첫날 ISA 가입자가 32만명이 넘었고 액수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미지근한데, 어떻게 과거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보다 많은 가입실적을 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재형저축은 출시 첫날에 27만9180계좌에 198억원, 소장펀드의 경우 1만7372계좌에 16억6000억원으로 집계된바 있다.

 

일선 금융업계에서는 ISA가 사실상 금융당국이 추진한 정책 금융상품이고 은행들의 경쟁 수단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도내 A 시중은행은 지점별로 직원 당 50∼100개 씩 ISA계좌 가입할당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평정 등 인사고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가족과 친지, 지인 명의로 자기 돈을 내고 계좌를 만드는 등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도 이뤄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50)는 “최근 은행에 다니는 친구에게 내 이름으로 1만원을 넣고 ISA 계좌를 만들어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며 “나중에 친구가 근로소득 원천징수 증명서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은행 직원은 “지인들에게 가입권유를 하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금융권내 경쟁이 심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ISA 계좌 대부분이 1만원짜리라는데 있다”며 “경쟁이 붙는 가장 큰 문제는 ISA 계좌가 ‘1인 1계좌’ 원칙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입초기 액수가 1000억원, 1500억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극소수 거액 투자자들의 금액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B은행 직원은 “어떻게 가입 첫날 32만명, 1000억원이 나올 수가 있냐”며 “ISA가 과거 금융상품보다 절대 우위라고 할 수 없는 상품인데, 재형저축보다 가입자와 가입금액이 많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실상 ISA는 금융당국의 은행 줄 세우기 정책으로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데, 은행들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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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종 bell103@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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