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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 접한 전북도민 반응] "잃어버린 민주주의 회복을" 눈물 흘린 촛불

객사 옆·전주역 대기실 등 생중계 시청 / 마음 졸이다 "파면" 선고에 환호성 터져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난 10일. 전주 충경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전북일보가 발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다룬 ‘호외’를 읽고 있다. 전북일보는 이날 호외에 헌재의 파면 선고요지 전문과 함께 정치권의 반응을 담았다. 또한, 13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헌재의 판단 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전북일보가 호외를 낸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009년 5월 23일) 이후 8년만이다. 박형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촛불이 ‘눈물’을 흘렸다. 겨우내 고생했던 서로의 얼굴을 훑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이들의 얼굴에 핀 미소에는 기쁨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것이 끝이 아닌, 잃어버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초를 만들자는 의지도 잊지 않았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한 도민들을 전북일보가 직접 만나봤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았다”…객사 옆 생중계

 

지난 10일 오전 11시 전주시 객사 인근 전북비상시국회의 농성장 입구 행사용 트럭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관계자와 시민 등 50여 명이 모여 대통령 탄핵 선고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함께 지켜봤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담담한 판결 요지에 시민들은 숨을 죽였고, 두 손을 꼭 쥐었다. ‘박근혜 퇴진’ 피켓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이 대행이 읽어내려가는 판결문의 행간에 귀를 기울였다.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정치적 무능력은 소추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일부 대목에서는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구절이 나오자 “우와”, “이겼다”, “만세”라는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다. 일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시민 최승희 씨(전주시 삼천동)는 “4개월 넘게 너무 힘들었는데, 진실은 침몰하지 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비상시국회의 이세우 대표는 “도민들이 있었기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제 1차적인 문턱을 넘었다. 앞으로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데 힘을 내겠다”며 “그 일에 도민들께서도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개교기념일을 맞아 현장을 찾았다는 구이중 2학년 이찬영 군은 “당연히 만장일치로 인용을 예상했는데, 벅찬 감동을 받았다”며 “그동안 촛불을 들고 외친 보람이 있다”고 말한 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전북비상시국회의 관계자는 4개월간 매주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데 도움을 준 전주시 충경로 일대 상점에 LED촛불로 만든 꽃다발을 건넸다.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전주 객사 인근에 설치한 24시간 농성장도 웃으며 철거했다.

 

△ “딸 만나러 가는 길 탄핵은 보고 가자”…전주역 대기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주역 대기실. 한 켠에 마련된 TV 속에는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풍경과 재판관들의 출근길 모습이 되풀이되며 방영되고 있었다.

 

오전 11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시작되자 전주역사 안팎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저기요…좀 조용히 해 주세요.”

 

대기실에 들어온 시민 몇 명이 큰 소리로 떠들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TV소리를 들어야 하니 조용히 해달라고 소리쳤다.

 

11시 16분께 이정미 대행의 입에서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대기실에서는 “아!” 하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11시 21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대기실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이윽고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선고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당연하지”, “아, 괜히 마음 졸였네”하며 안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퍼졌다.

 

대기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손목에 찬 묵주 팔찌를 계속 만지작거리던 박모 씨(55)는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경기도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역에서 헌재 판결을 보려고 택시 타고 왔다”는 박 씨는 “당연히 인용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며칠 전부터 혹시 기각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는데 기우였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1시 30분 전주역에 도착한 1121 새마을호에서 내린 승객들도 서둘러 대기실로 들어와 TV 속 ‘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손뼉을 치며 역을 빠져나갔다.

남승현,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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