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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하천의 기적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전주도심 속 하천 둔치는 야생동물 은신처·이동로…자연 환경 보존 우선돼야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해거름에 산책 나온 시민들이 하나둘 전주천 여울형 보 주변을 살핀다. “세 마리랑게요. 그제는 7시10분, 어제는 7시40분, 바로 사람 옆에서 배를 뒤집기도 하고 물위로 솟구치면서 장난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오늘도 보고 싶어서 또 나왔어요.”

 

세상 구경 나온 철없는 새끼 두 마리와 유유히 수면을 가르며 흐뭇하게 지켜보는 어미일 것이다. 시민 제보 영상을 보니 물갈퀴로 물을 헤치고 꼬리로 방향을 잡는 것도 배웠는지 자맥질이 제법이다. 어미에게 배에 태워져 물에 들어 온지 한 달은 넘어 보인다. 젖은 털 고르기도, 물고기 잡는 것도 배웠을 것이다. 노는 모습이 중력을 거스르는 무용수의 몸짓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참 행복한 좋은 시절이리라.

 

그런데 한편으론 이 좋은 시절이 언제까지일지 걱정이 앞선다. 엄마 품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어린 수달이 영역 다툼을 해야 하면서 넘어야할 고비는 아주 많을 것이다. 맘 놓고 이동하거나 쉴 곳도 많지 않다. 그나마 세력 확장이 가능한 전주천 하류는 수질이 아주 나쁘고 물고기도 많지 않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전주천 수달이야기다.

 

이곳은 내게 특별한 장소다. 2010년 전주천을 본적으로 하는 어린 수달 사체를 발견한 곳이기 때문이다. 죽은 수달을 안고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북일보에 크게 실렸고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했다. 그 뒤로 난 수달 세 마리를 부검대로 보내야했다. 객지를 떠돌다 다시 고향 땅을 밟은 어린 시절 벗을 대하는 맘으로, 보살펴 주자고 했건만 지켜주지 못했다. 미안했다.

 

날로 늘어가는 운동기구, 산책로의 과한 불빛, 수량 부족과 수질 악화, 하천 내 정비공사, 세월교 같은 돌다리 증가, 하상 도로(언더패스) 등이 수달의 서식을 방해한다. 이중 큰 위협요인은 단연코 하상도로다.

 

삼천에서 죽은 수달 두 마리 다 로드킬 사고였다. 지난 2월7일 전주시 삼천 효자교 아래 하상도로에서 몸길이 120cm 가량의 수달이 차에 치어 죽었다. 2011년 3월에는 1.5km 상류에 위치한 우림교 하상도로에서 같은 사고로 수달이 죽었다. 모두 다 번식기에 이른 청년 수달이었다.

 

삼천은 우림교, 이동교, 효자교, 마전교 까지 2.5km 구간, 4개 지점에 2차로 하상도로가 있다. 보통 하상도로가 1차로 일방통행 방식인데 반해 삼천은 일반 도로와 차이가 없다. 가드레일이 설치되고 하단부분도 막아 놓긴 했지만 높이도 낮고 군데군데 열려있는 곳이 확인되기도 했다. 속도를 늦추게 하는 과속카메라는커녕 경사가 있는 도로임에도 과속방지턱도 없다. 주의표지판은 달랑 하나, 특히나 차량 통행량이 적은 야간에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로드킬 뿐만이 아니라 차량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사람들이 하상도로와 산책로로 사용되는 수변(둔치)은 야생동물에겐 은신처이거나 이동통로이다.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는 물억새와 수크령, 잡목이 우거진 곳이 유일한 쉼터일 수 있고 길목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수달 복원을 앞세워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늘리는 데만 급급한 것은 아닌가싶다. ‘도심하천의 기적’이니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이다’ 는 식의 호들갑만 떨었지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일상적인 관리에는 소홀했다. 수달에게 좋은 환경은 사람들에게도 좋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람 눈에도 눈부심과 피로감을 주는 산책로 바닥 등부터 끄자. 하상도로에 진입할 땐 차량 속도를 줄이자. 운동기구와 산책로는 가능한 제방 가까이 옮기고 억새나 갈대로 벽을 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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