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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작가-김하종 「사랑이 밥 먹여준다」

“밥 짓는 일은 절실한 기도였다”

「사랑이 밥 먹여준다」는 김하종 신부가 한국에 온 지 30여 년 만에 쓴 삶의 고백서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한국으로 온 그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노숙인들을 위해 밥을 짓고 있다.

김하종 신부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읽는 일에 어려움을 느꼈다. 숙제를 해결하려면 친구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난독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난독증으로 인한 고통은 그의 영혼을 단련시켰고 주변의 나약함에 귀 기울이게 했으며 타인의 절망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사제가 되어 봉사의 길에 접어든 것도 아픔을 겪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썼다.

“난독증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늦되었던 어린 시절에도 ‘괜찮다’라고 했던 어머니, 사제의 길을 간다고 결심을 밝혔을 때도 ‘괜찮다’라고 했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괜찮다’라고 했던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41쪽)

김하종 신부의 이탈리아 이름은 ‘빈첸조’다. 하종은 ‘하느님의 종’이라는 한국식 이름이다. 그는 성남시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성씨는 ‘성남 김씨’가 되었다.

1998년에 불어닥친 IMF는 이웃의 생존을 위협하고 200만 명에 가까운 실업자를 양산했다. 김하종 신부는 그해 7월 7일 실직자와 행려자를 위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 문을 열고 수백 명분의 쌀과 반찬 재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리어카를 끌고 새벽 시장을 돌며 팔다 남은 야채를 얻었고 학교의 급식소를 찾아가 남은 반찬을 얻었으며 빵집과 결혼식장의 뷔페, 김장 김치를 나눠주는 절에도 찾아갔다.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짓는 동안 상처받은 일도 많았다. 하루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밖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다섯 사람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김하종 신부는 싸움을 말리다가 뺨을 맞았다. 상황이 종료되고 사무실에 들어간 그는 울기 시작했다. 매일 사랑을 주는 데도 폭력적인 행동으로 돌아온 것이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야 했다.

“오늘 흘린 눈물은 어두운 땅에 소중한 씨로 뿌려질 것이다. 새로운 사랑과 평화를 탄생시킬 것이다.”(145쪽)

‘안나의 집’에는 무료급식소 외에 공동생활 가정인 ‘쉼터’가 있다. 춥고 위험한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의 대피소다. ‘쉼터’에서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한편 상담, 의료 지원, 직업, 자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김하종 신부는 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장소와 따뜻한 환영,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꽃을 볼 때 평화로움을 느낀다. 나눔의 길에서 피어난 꽃은 더욱 아름답다.

밭에서 키운 감자와 배추를 나눠주는 분,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에게 주머니의 용돈을 다 털어준 사람, 어렵게 모은 100만 원을 놓고 가신 낡은 코트의 할머니, 해마다 약을 기부하는 약사들, 돌잔치 대신 나눔을 택한 부부, 안나의 집에서 도움을 받다가 이제는 후원자가 된 사람……. 김하종 신부는 나눔의 꽃들을 끝없이 소개한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이 책을 읽어준 당신이 내게는 큰 응원이다.’(255쪽)

책 한 권을 읽어주는 것이 나눔의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황보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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