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청년 이장이 떴다] 그땐 그랬지⋯ 왕할머니에게 듣는 옛 정월대보름

"옛날엔 모여서 밥 먹고 풍물치고 쥐불놀이하다 불도 냈는데"
"이제는 저녁 먹는 게 전부, 나이 들어 풍습 이어가기 어려워"

image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화정마을 왕할머니 (왼쪽부터) 이장순·이칠월 할머니가 청년 이장 아지트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지원 기자

 

올해 화정마을 정월대보름은 저녁 먹고 해산됐습니다.

옛날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경로당이 없을 때부터 매년 대보름을 챙겨오던 화정마을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풍습을 이어가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이웃집을 찾아가 쌀을 받으러 다니는가 하면, 같이 풍물놀이를 하기도 했죠. 이것도 마을 주민들이 젊었을 때나 가능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입니다.

이제는 말이 다릅니다. 모두 나이가 들면서 풍습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졌죠. 대체 화정마을은 그동안 어떤 정월대보름을 보냈을까요? 화정마을 왕할머니인 90대 이장순(91)·이칠월(90)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옛날에는 정월대보름을 거창하게 지냈다고 들었는데요.

"암, 화정마을은 해마다 밥도 같이 먹고 그랬지. 젊어서는 경로당이 없었어. 그래서 마을 아줌마들이 찰밥을 걷으러 다녔어. 가정집에 가서 골고루 얻어다가 같이 밥해서 먹고, 밤새도록 놀고, 술 마시고 그랬다니께. 심지어 돈도 걷었어. 마을 돌아가는 데 쓰기도 혔지."

막걸리까지 직접 만들어서 드셨다고요?

"예전에는 막걸리가 통으로 있었어. 지금 보는 병이 아녀. 그것도 다 직접 빚었다니께. 옛날에는 소주·맥주가 귀혔지. 막걸리가 만들기 쉽고 많으니까 막걸리를 많이 먹었지."

 화정마을도 당산제 지내고 그랬나요?

"옛날에는 불교를 많이 믿어서 다 했어. 정월대보름이 오면 과일을 사고, 술도 사고, 다 준비해서 그냥 제사를 지내는 데가 있어. 저그 마을 입구에 돌 있고 끄트머리에 또 있고. 두 곳에서 다 혔지. 화재맥이라고 혀. 이걸 안 하면 불이 난다나 어쩐다나. 어떻게 안 하겄어. 꼭 가서 제사도 지내고, 절도 하고 그랬는디."

 

진짜 불이 난다고요? 

"한 20년 전에 불이 났었어. 해마다 허다가 한 해 건너뛴 적이 있었는디 모르겄어. 진짜 불이 났더라고. 정월대보름에 맞춰서 말이여. 고거 참 신기하더라고. 근디 지금 보면 그것도 아닌가 벼. 안 한 지 오랜디 아무 일도 없잖어. 그냥 단속 잘하는 게 답이었나 싶어. 알아도 혔지. 혹시 모르니께, 옛날부터 했고."

 

또 정월대보름에 했던 게 있나요?

"쥐불놀이도 있쟈. 막 내두르고 그랬지. 우리 애들 클 적에만 해도 했는디. 지금은 쥐불놀이도 안 혀? 동네에 애들이 없는디 어쩌겄어. 뭐 하는 사람이 있겠어? 옛날에는 불도 나고 그랬는디. 그냥 그렇게 놀고 그랬어. 그게 다 재미고, 추억이고, 풍습이었지. 근데 지금은 뭐 하간? 이제 힘들어서 못 혀. 아, 풍물놀이도 했어. 다들 풍물을 할 줄 알았거든. 저기 골목 끝까지 풍물도 치고 쭈욱 서서 같이 춤추고 그랬는디 다 옛날 이야기 돼 부렸지."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박현우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핵융합(인공태양) 발전’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